“키 180 이하는 루저라고 생각한다.”

작년 11월, 미수다에 나온 한 여대생의 발언은 많은 네티즌의 분노를 샀다.

공인도 아닌, 그냥 여자애 하나가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뭘 그리 심각하게 반응을 하는지 여전히 이해가 안가고,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방송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람이 무려 246명에 달한다니

기가 막히다.

많은 이들이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 열을 낸 이유는

역시나 말초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인터넷의 특징에서 기인할 거다.

 

1997년인가 <아침마당>이란 프로에서 ‘좋은 신랑감’을 주제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패널로 나와달라고 하기에

친구를 대신 내보내고 난 방청객으로 한마디만 하는 걸로 합의를 봤는데,

그때 나온 여대생 하나가 아주 가관이었다.

첫마디부터가 그랬다.

“난 남자들이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걸 보면 한심해요. 차도 못사고 뭐하는 건지.”

그러면서 자기 신랑감은 넓은 아파트를 가져야 하며,

빌딩 몇 채를 갖고 임대수입이 상당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시청자 하나가 화가 나서 전화를 걸었다.

“이것 봐요, 아가씨.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집을 늘려나가는 것도 삶의 재미예요.”

그 여자는 지지않고 반박을 했다.

“왜 그것만 재미인가요? 아파트 한 채로 출발해서 두채, 세채 이렇게 늘려가는 것도 재미있는데.”

그녀가 미녀이기만 했다면 그러려니 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봐도 그게 아니었기에 좀 더 황당하단 느낌을 받았다.

 

‘루저’보다 더한, “지하철 탄 남자는 한심하다”는 말을 했던 그 여대생은 그 뒤 어떻게 됐을까?

물론 아무 일도 없었다.

그 당시엔 인터넷이 없었고, PC 통신이 주를 이루던 시대였으니까.

그리고 PC 통신을 하던 애들은 그런 말초적인 일에 우르르 몰려들지 않았으니까.

 

멀리 떨어진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주는 인터넷은 정말이지 혁명 그 자체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위가 일상화된 것도,

그대로 묻힐 뻔한 억울한 일이 이슈가 될 수 있는 것 역시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안먹을 수 있었던 욕을 무더기로 먹게 해주는 것, 그것 역시 인터넷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댓글(9)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0-01-1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주 민주화 운동이 '민주화 운동'으로 불리기까지는 참 많은 시간이 걸렸잖아요. 그당시에 정보를 접하는건 티비뉴스 뿐이었으니까요. 아직도 그것을 한심한 대학생들의 데모 행위로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실감할 수 있죠. 그러나 이제는 정보를 잘못 전달할려야 할 수가 없어요. 말씀하신 것 처럼 시위도 인터넷으로 참여할 수 있지만, 그 시위의 현장을 거짓으로 보도한다면 그 속에 담긴 진실을 밝히는 것도 인터넷이 할 수 있는 최대 강점이 아닐까요.

얼굴 보면서 말로는 차마 할 수 없는 것들을 인터넷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인지 함부로 내뱉곤 하죠. 그러나 그럼에도불구하고 내가 한말, 혹은 내가 한 경험에 대해서, 중고등학교 동창보다 더한 공감을 보여주는 것도 온라인상의 친구들일때도 많아요.

비로그인 2010-01-11 12:36   좋아요 0 | URL
댓글도 추천을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어지는 댓글!

Mephistopheles 2010-01-1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식적으로 가는 교회에서 저번 주 목사님이 설교내용 중에 이런 말이 있었어요.'키가 180이 안되서 루저가 아니라 키가 180이 안되서 루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루저다.' 라고요..^^ 더불어 분명 거대한 장점을 가진 어떤 매체던지간에 분명 단점은 존재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고요. 단점을 보완하지 않고 부풀리고 양산하는 것 또한 어찌보면 미련한 짓이라고도 생각합니다.

2010-01-11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0-01-11 23:14   좋아요 0 | URL
속삭님/아앗 거기까진 생각 못해봤는데... 음, 종교도 좀 그렇지 않나요. 개인적이면서도 전도를 하잖습니까

무스탕 2010-01-1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먹울 수 있었던 욕을 무더기로 먹게 해주는게 인터넷이 주는 선물이었다면
몰랐던 사실을,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을 제대로 알게 해주는건 인테넷이 주는 축복일거에요 ^^

울보 2010-01-1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세상이 점점 빠르게 발전해서 좋기는 하지만 참 안좋은 일도 생기기 마련이지요
인테넷이 우리에게 준 이로운점도 많짐나 그에비해 좀 안좋은 상황도 많이 만들어내기도 해요,,
내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쓰이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냥 참 그렇다라고 토요일에 말한것이 훅 하고 떠오르네요,,,

마태우스 2010-01-11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뭐 그래도 좋은 점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너넷이 아니었다면 님과 어찌 이렇게 얘기를 나눌수 있겠습니까^^
무스탕님/전 욕먹는 것도 나름 괜찮더군요 제가 마조히스트란 걸 덕분에 알았다는...^^ 그래서 선물이라고 써놨지요. 몰랐던 사실, 잘못 알았던 사실을 가르쳐주는 건 정말 축복이죠
메피님/그 목사님 말씀 참 멋지네요. 그나저나 메피님은 형식적으로 가시는군요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겠지요^^
주드님/그러게요..
다락방님/그럼요. 전 늘 감사하고 있답니다. 정말로요! 님같이 훌륭한 분을 알게 해줬으니깐요!

메르헨 2010-01-12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7년 일이면...정말 십년도 더 된 옛날(?)에 그런 말을 하는 학생이 있었다는 거네요.
오.....그때가 IMF사태 무렵이라 그랬을까요?
흠.....루저보다 한참 심한 말인데
모든 일엔 다 장단점이 있네요. 인터넷 이렇게 편하고 좋은데 말이죠.^^
 


꿈을 꿨다.

고속버스가 7시 반에 떠나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은 꿈.

큰일인데다 장시간 가는 거라 반드시 화장실에 가야 했기에

기사 아저씨한테 사정 얘길 했다.

2분 안에 오란다.

먼저 버스에 탄 어머니와 동생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마다 사람이 많았고,

겨우 찾은 곳은 남녀 공용으로, 남녀가 나란히 변기에 앉아 일을 보는 구조였다.

안되겠다 싶어 적당한 곳을 찾다가 나무로 된 문이 있는 곳을 발견해 해결을 했다.

달려가면서 시계를 보니 7시 37분,

버스는 이미 떠났고, 어머니와 동생만 텅빈 터미널에 서 있었다.


놀라서 잠을 깬 뒤 무슨 꿈일까 생각을 하다가

로또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원래 난 매주 화요일 퇴근길마다 같은 번호로 로또를 사고,

이번주도 당연히 샀지만,

자동으로 2000원어치만 사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런 꿈을 꾸고 어떻게 로또를 안살 수가 있어?”


퇴근길에 기차역까지 버스를 집어타고 갔는데,

내리자마자 휴대폰을 버스에 두고내린 걸 깨달았다.

외투 주머니에서 빠진 게 분명했다.

전화를 열나게 걸었지만 아무도 안받는다.

난 택시를 타고 내가 내린 버스를 추격했다.

“아저씨, 200번 버스 좀 쫓아가 주세요.”

아저씨는 200번 버스의 노선이 어디냐고 물었고,

난 그걸 어떻게 아냐고 했고,

아저씨는 “그걸 모르면 어떻게 쫓아가냐?”고 짜증을 냈다.

그러던 차에 다행히 버스기사 아저씨와 연결이 됐는데,

전화를 넘겨받은 택시 아저씨는 “뭐라고요? 안들려요”라며 화를 냈다 (원래 화를 잘내는 분 같았다).


결국 난 종점을 찍고 다시 천안역에 나타난 그 버스를 기다린 끝에

휴대폰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예약한 기차는 이미 떠난 후였고,

난 그 다음 기차표를 끊으려고 무인발매대에 서 있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버스를 놓친 꿈은 그러니까 기차를 놓치는 거구나!

꿈에서 날 곤경에 빠뜨린 큰일은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것이고,

그토록 찾아헤매던 화장실은 다름아닌 버스 정류장이었구나!”

꿈의 의미를 알았기에 난 로또 사는 걸 포기했다.

2천원 벌었다.


* 그러고보니 택시비로 날린 돈이 5천원에,

버스 기사 아저씨한테 미안해서 자일리톨 껌을 선물했으니 종합적으론 4천원 적자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울보 2010-01-07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저도 가끔은 로또를 살까 고민할때도 있는데,,
님도 사시는 군요 로또를,,,,,추운겨울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요즘 너무 추워요,

카스피 2010-01-07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런 꿈이셨군요^^ 한 겨울에 고생하셨읍니다.저도 버승에 핸폰을 두고 내려서 다시 버스 종점까지 가서 버스 기사 아저씨를 기다린 쓰라린 추억이 있네요 ㅜ.ㅜ

Mephistopheles 2010-01-08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폰으로 휴대폰을 교체하라는 일종의 경고입니다.

무스탕 2010-01-08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엎친데 덮쳤군요.

2010-01-10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0-01-11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아 네 그러셨군요. 글구 전 괜찮습니다. 너무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님도 새해엔 행복하게 잘 지내시길!
무스탕님/엎치긴 했는데요 덮치진 않았습니다^^
메피님/넹? 아이폰은 안잃어버릴 수 있나요??
카스피님/아아 님도 그런 추억이 있군요. 해피엔딩이라 그런지 전 쓰라리진 않았답니다. 겨우 20분 기다린걸요...
울보님/전 최근 5년간 단 한번도 로또를 안산 적이 없답니다^^

2010-01-12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 장진영·김영균의 사랑 이야기
김영균 지음 / 김영사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암 4기입니다. 다행스럽게 아직 말기는 아니네요.”

<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하 마지막)>이란 책을 보면

영화배우 장진영이 암 진단을 받을 때 의사가 저런 말을 했다고 한다.

위암은 1기부터 4기까지 분류를 하는데

의학계에서 ‘말기’라고 하는 건 4기를 의미한다.

4기 판정이 내려지려면 간이나 대장 등 다른 장기로 암이 퍼져야 하는데,

고인의 경우 암이 림프절로 전이되긴 했지만 다른 장기로 퍼진 건 아니었다.

이상을 종합해 봤을 때 의사는 그를 3기로 진단한 게 아닌가 싶다.

이건 의사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도 입증된다.

“희망을 가져도 됩니다. 우선 항암진료를 받으면서 수술 날짜를 잡아봅시다.”


위암 4기인 경우 대개 수술을 하지 않는다.

다른 장기에 퍼져 있는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암덩어리들이 몸 어딘가에 있는지라

수술을 하는 게 환자에게 고통만 될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의사는 항암치료로 암의 크기를 줄이고 수술을 하자고 했으니

3기였을 가능성이 높다.

의학에서는 대개 5년 생존율을 따진다.

5년이 되도록 재발을 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완치가 되었다고 보는 거다.

위암 1기 환자가 수술을 받고 5년을 살 확률은 95%를 넘고 2기도 70%를 넘지만,

3기의 생존율은 30-40%에 불과하다.

‘불과’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그 정도면 그리 낮은 건 아니다.

적어도 세 명 중 하나는 5년 이상 산다는 뜻이지 않는가?


3개월의 치료 후 암세포가 줄어들자 의사는 그에게 수술날짜를 잡자고 했다.

하지만 그는 거부했다. 직업상 몸에 칼을 댈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주간 치료하고 처방약을 먹으며 한두달만 지내면 100퍼센트 완치된다”는 말에 이끌려

멕시코로 건너간 것.

의학에는 100퍼센트라는 게 없다.

게다가 진행된 위암을 수술도 안하고 고친다는 건 도무지 말이 안되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말에 솔깃해 한다.

그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대의학이 아직 많은 한계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멕시코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곳에서는 수술을 하는 대신 그녀의 몸에 방사선을 쐈다.

죽어간 건 암세포가 아니라 정상 장기였고,

부작용으로 생긴 설사 때문에 그의 체중은 10킬로그램이나 줄었다.

결국 그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우리나라로 돌아왔는데,

그 뒤 그가 숨을 거두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세상엔 말기암 환자를 유혹하는 수많은 대체요법이 존재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숯가루 요법으로 유방암을 완치했다.”든지

“도라지를 먹고 구강암이 나았다” “침과 뜸으로 췌장암 말기에서 살아났다.” 등등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글이 차고도 넘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그 글에 나온 요법들은 구원의 손길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사례들이 과연 어느 정도나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난 회의적이다.

<마지막>의 사례에서 보듯 그 요법들은 치료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상태를 더 악화시키기 일쑤니 말이다.


생각해 본다. 장진영이 의사의 권유대로 수술을 했다면 어땠을까를.

2010년, 그리고 2011년에도 그는 여전히 살아남아

우리에게 밝은 웃음을 주고 있지 않았을까?

“암 투병 연기는 이제 자신 있어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을 그녀의 명복을 빌며,

새해부턴 환자들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대체의학에 끌리지 않기를 빌어본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0-01-05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 불행하게도 곁에서 여러 사람 겪어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그런 선택이 그녀를 빨리 데려간 것 같아 심히 안타깝네요.ㅜㅜ

L.SHIN 2010-01-05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답답해라... 안타깝군요.

2010-01-06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체오페르 2010-01-0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푸라기라도 잡고싶 그 심경, 상황...아아...
그런 상황은 다시 겪고 싶지 않고 없기만을 바라며 그럴수 있도록 살고자 합니다.

마립간 2010-01-06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답은 없지만 직업병이다 보니.
http://blog.aladdin.co.kr/freejani/3250047

카스피 2010-01-0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의학이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실제 기적처럼 살아난 사람들도 가끔은 있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는것이 어찌보면 당연합니다.사실 이런 분들은 현대의학에서 거의 포기한 분들인데,대체 의학을 꼭 나쁘게 보기 보다는 이런 분들을 속여 한몫 잡으려는 사기꾼들이 더 문제인것 같네요.

Seong 2010-01-06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안타까울뿐..

다크아이즈 2010-01-06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남수 옹의 침 요법으로 호전되었다는 둥의 기사도 떴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김영균씨는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나요? 상업성과 순수성의 모호한 경계에서 회자되는 대체의학의 정체성 역시 역시 그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정립되겠지요? 갑갑하고 혼란스럽습니다.

마태우스 2010-01-06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므느와르님/글쎄요. 암이란 건 어차피 침으로는 호전되는 게 아니어서요. 당장은 좋아지는 느낌을 줄지언정 치료에는 도움이 안되었을 겁니다 다시 읽어보려 했는데, 제가 책을 다른 분한테 빌려줘 버렸네요...
Tomek님/그죠? 35세라면 위암이란 진단을 내리기엔 너무 이른 나이어요. 그것도 조기가 아닌 3기라니, 참 속상하죠.
카스피님/님 말씀이 맞습니다. 의학계는 대체의학을 잘 모르고, 이해하려 하질 않습니다. 진짜 기적처럼 나은 분이 있더라도 "애초에 진단이 틀렸다"고 생각한답니다. 대체의학이란 것도 질병에 따라 효험이 있을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약제로 쓰는 것도 사실은 자연에 존재하는 어떤 것들을 모방해 만든 것이니깐요. 글구 이번에 고인이 받은 치료는 방사선치료라, 대체의학이라고도 할 수 없는, 번지수를 잘못찾은 치료예요. 그나저나 현대의학은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단 생각이 들어요.
마립간님/아 네. 말씀하신 곳에 갔다가 아무 댓글 못남기고 왔답니다 제가 잘 모르는 분야라...
루체오페르님/사실은 저도 고인처럼 되면 치료 안받고 버틸 거예요. 암치료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뼈저리게 느꼈거든요.
속삭님/앗 마치 제가 독촉한 느낌이어요 뭔지 대충 알겠사와요. 글구 제가 어딜 가겠습니까. 산전수전 다 겪은 마당에요.
L Shin님/그러게 말입니다. 그냥 수술을 받았다면...제가 저자였다면 기절을 시켜서라도 수술을 받게 했을 거예요..
순오기님/그러게요. 읽다가 얼마나 울었는지, 참...

2010-01-07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불매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어느 분이 “왜 불매운동을 불편해 하느냐”고 물으신다.

정말 몰라서 묻는 것 같아 나름의 답변을 적는다.


1. 불매불매불매...

난 알라딘에 들어가면 화제의 글이 뭐가 있는지 훑어보는 것으로 서재활동을 시작한다.

나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렇게 하실 거다.

댓글이나 추천이 많아야 메인 화면에 뜨니,

화제의 글이란 많은 분들이 공감한다는 의미니 말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메인 화면을 들여다보기가 싫어져 버렸다.

화제의 글 리스트가 죄다 불매로 채워져 버려서다.

일주일 정도면 모르겠지만 한달이 넘도록 불매 관련 글만 메인에 뜨고 있으니

지겹지 않겠는가?

“우리집 강아지가 응가를 했어요”같이 상큼한 글도 좀 보고 싶은데,

어떻게 된 게 모조리 불매 투성이다.

“불매가 필요한 이유” “불매가 정말 필요한 이유” “불매를 할 수밖에없는 이유” “로쟈는 나쁜놈”....


물론 불매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글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쓴다.

그건 인정한다.

읽다보면 ‘경향 칼럼은 이런 분들이 써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게다가 생판 처음 들어보는 피터 싱어 (난 처음에 가수인 줄 알았다)를 인용하고,

공리주의가 어떻고 헤겔이 어떻고 하고 있으니,

무슨 반박글을 쓰려고 해도 쓸 수가 없다.

그런 글에 추천을 하는 건 인간이라면 무척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문제는 그 때문에 화제의 글이 죄다 불매관련 글로 채워진다는 거다.

불매하자는 글의 추천수가 평균 47.3개이니,

화제의 글에 안뜨고 배기겠는가?

게다가 불매하자는 글엔 무조건 추천을 하는 단체가 있는 것 같다.

언젠가 알라딘 서재 접속이 하루 동안 안된 일이 있었다.

알라딘 생활을 해본 사람이면 “이런 게 어디 한두번인가” 하고 웃어넘겼을 텐데,

이에 격분한 어느 분은 이런 글을 썼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왜 서재접속이 안되지? 알라딘의 음모가 아니냐?”

민감한 시기는 개뿔,

한달이 넘도록 불매불매불매 타령을 해대놓고선

하루 접속 안됐다고 음모라니 어이없지 않은가?

근데 이런 그지같은 글에 줄줄이 추천이 달려

그 글이 화제의 글이라고 메인화면에 떴다.

정말이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오늘은 로쟈님을 미워하는데, 혐오하지 않게 해달라는 정신병적인 글이 메인에 떠있기에

가서 봤더니 추천이 35개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앞으론 제발 좀 불매관련 글에는 추천을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게 만든 그분이 묻는다.

“내용도 없는데 도배하는 글에는 불편하다고 안그러면서 왜 불매만 불편하다고 하냐?”

정말 모르시는 것 같아 답을 드린다.

그 글들은 알라딘 메인에 안뜨거든요?


2. 그동안 뭐하셨어요?

내가 이사를 가기로 했다고 치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옆집, 앞집, 윗층 아저씨가 우리집에 와서

“이사갈거면 방학동이 낫다”“아니다 상계동이 뜬다”고 조언을 해주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근데 지금 불매운동에 열을 올리시는 분들을 보면 하나같이 모르는 분들이다.

요즘 뜸하긴 했지만 그래도 서재생활을 8년째 하고 있는데,

그분들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걸까?

평소 잘 알던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몰려와 평화롭던 마을을 접수해 버린 느낌이다.


그간 서재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알라딘에 애정을 가진 분들이다.

그래스물넷보다 배송이 느려도, 보너스 포인트를 교봉보다 덜줘도 그분들은 대부분 알라딘서 책을 사며,

알라딘이 좋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며,

“누구누구가 알라딘서 책을 사더라”는 것 하나만으로 그 누구누구를 높게 평가한다.

이번 일에 많은 서재인들이 동참한 것도

우리가 사랑하는 알라딘이 더 좋은 기업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지,

알라딘이 문을 닫길 원해서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불매를 주도하는 분들은 전혀 그런 차원이 아닌 것 같다.

애정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그분들의 글을 보면

혹시 그래스물넷의 첩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것이 내가 작금의 불매운동을 불편해하는 두 번째 이유다.


3. 이게 다 로쟈님 탓?

한동안 잘나가던 불매운동은 신밧드님의 답변 이후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분들은 갑자기 로쟈님을 공격하기 시작하는데,

난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로쟈님 때문에 불매운동이 안되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어느 분이 “그때 로쟈에게 따져묻고 사과를 받았어야 했다”고 뼈저리게 후회하는 걸 보면

그분들은 정말 로쟈님이 불매운동을 꺼뜨린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로쟈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불매운동은 그리 오래갈 수 있는 운동은 아니었다.

알라딘 서재에서 글을 쓰는 분들은 불매를 하기엔 너무 알라딘에 애정이 큰 분들이니까.

나만 해도 그렇다.

한달간의 불매기간 중 다른 데서 책을 사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게다가 로쟈님이 왜 꼭 불매에 찬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로쟈님이 영향력 있는 파워블로거라는 건 맞지만,

그분이 다른 인터뷰에서 불매에 회의적인 얘기를 했다고 해서

그게 욕을 먹을 이유인지 난 당최 모르겠다.

파워블로거는 자기 의견 표출도 해선 안되나?

불매운동이 정당하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냥 하던 일을 쭉 계속하면서 사람들을 모으면 될 일이지

왜 남을 공격함으로써 불씨를 살리려고 드는지 모르겠다.


이런 이유로 난 불매운동이 불편하다.

불편함의 이유가 궁금했던 그분이 이 글을 읽고 궁금증이 풀렸음 좋겠다.



댓글(18) 먼댓글(1) 좋아요(10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나도 당신처럼 망가지련다.
    from 꼴초의 서재 2010-01-06 16:00 
      당신까지 이토록 망가지기로 맘먹은 이상 나도 진짜 망가지기로 맘먹었다. 어쩜 나야 진즉에 망가지기로 한 몸이지만 의사의 몸으로 신문과 잡지에 글 올리며 지식의 대중화니 뭐니 하는 양반이 이렇게까지 정신줄을 놓을 필요는 없었던 듯하다. 허나 본인이 자초한 짓, 나도 가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실로 통탄할 일이다. 애초에 큰 기대는 안했다. 책을 낸지 얼마 안 돼 근신하며 그의 생각이야
 
 
하이드 2010-01-0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쓴 글 인줄 알았네, 어휴- ^^

2010-01-04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01-04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화제의 글 거의 안 보는데 참 별 희안한 일들이 다 많았군요.
정말 이해 못하겠군요. 로쟈님을...쩝
저도 이제 새해도 됐으니 그만 했으면 해요.

다락방속햇살한줌 2010-01-0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문드문 알라딘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도 로쟈님 좋아하는데,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휴, 어서 이 일이 매듭이 지어졌으면 좋겠습니다.

2010-01-04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4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4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1-04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마태우스님.
잘 생긴 아들이나 이쁜 딸 낳으시면 얼마나 좋으실까?
하하.


비로그인 2010-01-0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스24에서 조중동불매운동이 한참일 때 광고게재건 때문에 작년인가 재작년엔가 알라딘으로 넘어왔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매듭이 잘 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알라딘블로거만한 인터넷서점블로거들도 없습니다. 분위기도 좋고 수준도 높으신 분들도 많은데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서 조금 안타까워서 글 남겼습니다.

순오기 2010-01-04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인에 뜨는 글에서 같은 사람의 글은 하나만 띄우면 안될까?
어떤 땐 두명이나 세명의 글이 메인을 다 채우고 있어 이런 생각을 해 봤어요.^^
'불매불매불매'로 도배된 메인을 보며 정말이지 맘이 안 편했어요.

마태우스 2010-01-04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흐음, 님도 그러셨군요. 반갑습니다. 눈이 많이 왔지요. 이렇게 많은 눈을 보는 건 9년만인가 10년만인가 그러네요. 열심히 해봅시다 우리.
.님/와앗 그렇다면 귀순자시군요! 반갑습니다. 블로거에 대한 생각은 저랑 같군요. 저도 서재문 잠시 닫았을 때 그쪽에 가서 글 몇편 쓴 적 있는데, 이곳이 훨씬 더 좋아요^^
Hansa님/님도 복많이 받으시어요. 근데 잘생긴 아들이나 딸을 낳는 건 제 얼굴로는 불가능하죠. 지금 있는 강아지들 이쁘게 잘 키울게요^^
속삭님/아이 뭐 그러실 필요까지 있나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건데요 뭐. 이참에 인사드립니다 꾸벅.
속삭님/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목표가 그거죠!! 글구 전 이제 내공이 쌓여서 웬만큼 공격해도 그닥 신경 안씁니다. 근데 하하님 댓글을 제가 못읽었네요ㅠㅠ
속삭님/그러게 말입니다. 이글도 화제의 글이 되버렸군요^^
다락방속햇살한줌님/안녕하세요. 알라딘에선 닉네임을 두글자로 부르는 게 유행입니다. 아프락사스님은 그냥 아프님, 바람구두님은 구두님... 님은 어쩌면 한줌님으로 불릴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은가요??^^ 저도 어여 매듭져지길 바라지만, 별로 그럴것같지 않네요.
여우님/얼마만의 댓글인가요. 좀 억울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냥 뭐 그러려니 합니다. 여우님 책 내신거야말로 축하드릴 일이죠. 황정음처럼 님 통장도 마구마구 부자됐으면 좋겠습니다. 글구 <그삶이>는 십여명이 같이낸 거라, 제 책이라고 하기엔 좀 쑥스럽지요.
스텔라님/어머나 님은 화제의 글을 안보시는군요. 그나저나 새해엔 님한테 좀 잘해야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불끈!
속삭님/어...저도 그 이름이 눈에 익네요. 그나저나 반갑습니다. 제가 님에게 너무 막 했는데, 이렇게 댓글도 달아주시고요. 불매운동의 페이퍼 홍수 속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님 글들이 참 반가웠더랬지요. 고맙습니다,라는 말밖엔 떠오르는 말이 없네요.
하이드님/최고의 칭찬이네요. 감사합니다.

paviana 2010-01-04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앞으로 우리 만나면 테니스 이야기나 하고 영화이야기나 해야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드네요.모 그런 이야기만 해도 충분히 즐거울 수는 있지만요.^^
어쨋든 님이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불매에 관한 글이 반도 안 올라 오네요.^^

루체오페르 2010-01-05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느꼈던 기분에 대해 표현 그대로네요.

stella.K 2010-01-05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래요. 저한테 잘 좀 해 주세요. 소외감 느껴 못 살겠어욧!ㅋㅋㅋ

꿈꾸는잎싹 2010-01-0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애정을 가진 분들이 많이 모이셨나봐요?
저는 인터넷서점을 한 두곳 정도만 글을 올리고 있을 뿐...
열심히 마실도 못다니고, 댓글도 잘 못 달아드려서 여전히
새내기같은 기분으로 살고 있습니다만, 닉네임을 이곳에서 두 글자로
정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네요. 선견지명이라도 있었나봅니다.ㅋㅋ

마태우스님의 글을 읽으니, 불매운동... 뭐 이런게 좀 이해가되네요.
저도 그런 글들 땜에 알라딘에 별로 오고 싶지 않았던 사람중에
하나였으니까요.

그나저나 이렇게 서재에 애정을 가지신 분들이 결국은 글을 잘 쓰시더라구요. 마태우스님 책내신 것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마태우스 2010-01-05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잎싹님/네 맞습니다. 두글자로 정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근데 '한두곳 정도'라구 하시는데요, 한곳에만 올리는 것도 사실은 어려운 일이죠.
글구 책은 제 책이 아니라 공저라서, 뭐 그렇게 축하받을 건 아니어요.
2005년 이후에 제가 책내는 걸 포기한 상태인데요,
그래도 한번 내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잘 안되네요. 게으름이 제일 큰 적...
스텔라님/앞으로 잘할게요 믿어주세요
루체오페르님/안녕하세요 이참에 첨 인사드리네요. 어제 어디선가 님 이미지를 보고 "와 나도 개 좋아하는데"라고 혼잣말을 했었지요. 제 서재에서도 보네요^^
파비님/타이밍이 그래서 그렇지, 저땜시 그러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글구 님한테 상처를 드려서 죄송.

루체오페르 2010-01-0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옙,안녕하세요~
눈팅 자주 하다 최근 글들엔 여기저기(?) 글 남겨놓았는데 나중에 보실지도요? ^^; 마태우스님은 직접 키우시기도 하시니 개 많이 좋아하시는것 같습니다. 전 키우진 못하고 있어요ㅋ

마태우스 2010-01-0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체오페르님/개라면 무지하게 좋아하죠. 늘 사람 위에 개 있다,고 주장하고 다닌다는... 개 기르는 건 가족을 한사람 더 받아들이는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길러야 하지요. 아무튼 개가 아니더라도 루체오페르님과 잘 지내보고 싶어요. 꾸벅.
 


수첩에 끄적거린 불매일지다.
 

[x월 x일, 교보에서 3만9천원어치 책을 샀다.

근데 적립금을 3900원이나 준다!

불매운동이 계속되면 사람들이 다 교보로 가버릴까 걱정된다.


x월 x일, 반디 앤 루니스에서 40500원어치 책을 샀다.

오프라인에서 책을 사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즐겨 가는 극장 바로 옆에 서점이 있으니 앞으로 계속 여기서 살까봐 걱정된다.


x월x일, 아내 앞으로 택배가 하나 왔다.

알라딘에서 온 거다.

“오늘 아침에 시켰는데 벌써 왔어. 알라딘이 서점 중에선 제일 나은 거 같아.”

이렇게 말하는 아내가 너무 예뻐 보였다.]


불매운동에 동참한다는 글을 쓴 뒤 단 한권도 알라딘에서 책을 사지 않았다.

알라딘도 나로 인해 쪼끔 손해를 봤겠지만,

정작 불편한 건 나였다.

다른 곳에서 책을 사는 게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러던 차에 신밧드님의 글을 읽었다.

김종호씨와 알라딘 서재의 블로거 여러분들께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성수기와 같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급고용을 완전히 없앨 것이라는 점...

이것이 이미 준비되고 진행되고 있는 사실이라는 점을 경영자로서 다시 확인 드립니다.“

알라딘에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도 이 사태에 대해 해명을 한 바 있지만,

여러 알라디너들의 지적처럼 그 글들은 미흡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알라딘 대표인 신밧드님의 이 글은

적어도 내게는 알라딘이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 밑에 달린 댓글들에서 보듯

내용은 전혀없이 분량을 채웠”다거나

겉으론 미안하다면서 뒤로는 뒤통수 후리기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난 이런 분들도 기본적으로 알라딘에 대한 애정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이 글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도 알라딘이 좀 더 좋은 기업이 되기를 바라며,

알라딘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그러는 것임을 안다.

내가 신밧드님의 글을 읽고 “이 정도면 되지 않겠나”고 생각하는 걸 보면

난 그분들에 비하면 알라딘에 대한 애정이 떨어지는 것 같다.

맞다.

난 알라딘에게 기대하는 게 그렇게 많지 않다.

알라딘도 그냥 기업일 뿐이고, 이윤을 남기기 위해 나쁜 일도 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게

알라딘에 대한 내 생각이다.

그 나쁜 일이란 게 다른 기업들에 비하면 비교적 덜하다는 생각도 한다.

내가 이렇게 관대한 건, 협상에 있어서 아예 눈과 귀를 닫는 현 정권 탓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난 이제 불매운동을 접을 생각이다.

알라딘 대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았다면

내가 불매에 동참한 목적은 달성한 거라고 생각해서다.

아직도 열심히 투쟁하시는 분들한테 죄송하고,

그분들이 하시는 일이 소정의 결실을 맺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9-12-26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알라딘 불매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적도 없지만, 심정적 동참을 한다는 거였어요.
많은 사람들이 불편은 감수해도 불이익은 못 견딘다고 하는데, 나는 더 이상의 불편도 감수할 수 없어 오늘 주문을 넣었어요. 진즉에 샀어야 할 자료인데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미룰 수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렇다고 다른 인터넷 서점에서 사는 건 알라딘을 사랑하는 순오기가 저지를 수없는 만행이기에 심정적 불매도 오늘로 접었습니다.
불매든 반대든 모두가 알라딘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 공감합니다. 저도 알라딘을 끔찍이 사랑하는 한 사람이라고 감히 생각하니까요.^^

배동선 2009-12-26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현존하는 인터넷서점 중에서는 알라딘이 최고로 좋아요. 여지껏 책주문 하고나서 책상태 안좋아서 반품하거나 배송날짜 미뤄지거나 한 적 한번도 없는데는 알라딘 밖에 없습니다. 나는 다른데가 책값이 더싸도 알라딘에서만 사요. 고객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는 좋은 판매자에게는 소비자도 신의를 보여야 한다는게 제 지론입니다. 그래야 다른 판매자들도 자극받고 시장도 같이 양질화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태우스 2009-12-27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동선님/님은 알라딘을 최고로 꼽으시는군요 괜히 제가 감사합니다^^ 전 서비스보다 알라딘 서재 땜시 알라딘에 충성하게 되었답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서비스가 불만족스럽다는 건 아닙니다만... 소비자가 신의를 보여야 한다는 님의 말씀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순오기님/님같은 분이 계셔서 참 좋습니다. ^^ 동지,라고 부르고 싶네요^^

sunnyside 2009-12-2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제가 왜 감사할까요. T.T
저는 마태우스님을 뵌 적도 있고, 예전에 알라딘을 다닌 적도 있으나, 그 알라딘을 떠나온지 5년이 넘어가는 사람입니다. 오늘 우연찮게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 알라딘에 달려와 이렇게 헤매고 있네요...

새해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하겠습니다.

마태우스 2009-12-31 13:1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님 알라딘에 안계시는군요.
그때가 좋았죠, 이런 말이 절로 나오네요

마립간 2009-12-3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 받았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09-12-31 13:10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선물이 너무 약소해서..
새해 좋은 일 많이 생기길!

summit 2009-12-30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보내주신 선물 잘 받았습니다.

마태우스 2009-12-31 13:09   좋아요 0 | URL
아 벌써 갔군요.
네. 앞으로 잘 지내 보아요.

2009-12-31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31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잎싹 2009-12-3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전 불매운동에 대해 잘 몰라서...
그 부분 댓글은 못하겠고요.
제 서재 이벤트 당첨 발표났으니, 오셔서 댓글로 읽고 싶은 책 남겨주시길...

하늘바람 2009-12-31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새새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이래저래 바쁜 척하느라 올핸 정말 님께 뜸하게 찾아온 것같아요,
내년에는 근사하고 멋진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세실 2010-01-0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더욱 멋진 한해 되시고,
가족 모두 건강하시길 빌어요!
새해엔 좀 더 자주 뵈어용!

노이에자이트 2010-01-01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님.새해 건강하십시오.신문기고도 멋지게 해주세요.

마태우스 2010-01-02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이에자이트님/네...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세실님/앗 미녀 세실님이닷! 새해엔 좀 더 자주찾아뵙겠습니다 꾸벅.
하늘바람님/아니어요 다 제가 게으른 탓이지요. 님도 새새 복 많이^^
잎싹님/감사드립니다 꾸벅.

루체오페르 2010-01-03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2010-01-04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0-01-05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악 속삭님 오랜만이어요. 먼저 이렇게 인사해주시니 감사하고 또 죄송하네요. 님도 올해엔 더 나은 한해가 되었음 합니다
루체오페르님/감사합니다 허스키는 볼수록 탐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