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한 중년 부부가 밥을 먹고 있었다.
그 둘이 식사 중 나눈 대화는 “소금 좀 줘”라는 남편의 말이 전부였다.
그 광경을 보면서 난 결혼을 한다면 아내랑 대화를 많이 하는 남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결혼 후 그런대로 얘길 많이 하고 있지만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가끔씩 핀트가 어긋날 때가 있다.
요즘처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가 벌어지는 기간이면 그게 더 심해진다.
예컨대 어제 아침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면서는
나: 페더러(테니스 선수) 정말 대단하지 않냐? 그랜드슬램 23회 연속 4강에 들었어...어쩌고 저쩌고...
아내: 근데 어제 뽀삐(큰강아지) 몸무게를 쟀는데 4.9kg인 거 있지. 정말 독하게 마음먹고 다이어트를 시켜야겠어. 나도 군것질을 안해야 해 어쩌고 저쩌고...
나: 어 그래. 참, 나달(스페인 선수) 기권했거든. 그래서 페더러가 이번에 16번째 우승에 가까이 다가갔어. 내일 송가(프랑스 선수)랑 하는데, 불안하긴 해도 이기겠지?
아내: 응. 그리고 예삐(둘째 강아지) 말이야, 털이 너무 빠져서 옷을 입혀놔야겠어. 침대가 아주 털로 뒤덮혔더라고. 어쩌고 저쩌고..
나: 그렇긴 한데 머레이(영국 선수)가 무섭단 말야. 상대전적에서 페더러가 뒤지는 몇 안되는 선수야. 그 선수가 큰대회 울렁증이 있어 우승은 못했는데 어쩌고 저쩌고...
아내: (갑자기 하늘을 보며) 어제 비가 꽤 많이 왔구나!
이런 대화를 십여분간 하고 나니 갑작스레 회의가 들었다.
대화를 많이 하는 게 좋아 보이긴 하지만,
리액션이 없는 대화는 혼자 떠드는 거랑 다를 바가 없지 않는가?
언젠가 한번 아내의 말에 진지하게 답변을 했더니 아내가 놀라면서 이런다.
“아니 여보 웬일이야? 그런 진지한 답변을 다해주고!”
이런 걸 보면 내가 평소에도 혼자 떠드는 식의 대화를 했나보다.
이렇게 잘못된 대화가 몸에 밴 이유는
대학 때 미팅에 대비해 지옥훈련을 한 탓이다.
“난 외모가 안되니 말을 많이 해서 상대를 즐겁게 해줘야지”라는 게
그 당시 내 생각이었으니까.
그래서 난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지 내 말을 하는 애가 되버렸다.
오랜 습관이 갑자기 고쳐지긴 어렵겠지만
이제부터는 말의 양보다 질을 좀 높이는 쪽으로 해봐야지.
그러기 위해선 아내가 말할 때 다음에 할 말을 생각하며 아내 말이 끝나길 기다리기보단
정말 진지하게 아내 말을 들어줘야겠다.
진정한 대화는 남의 말을 듣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