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부의 신’을 열심히 보고 있다.
‘입시전쟁, 교육열병을 앓고 있는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드라마’라는 제작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모양인데,
그와는 다른 관점에서 이 드라마를 비판해 보고자 한다.
‘천하대 특별반’에 들어간 학생은 모두 다섯명.
국민남동생 유승호가 황백현,
‘괴물’의 고아라가 김풀잎,
양쪽 눈이 붙은 게 다소 아쉬운 여자애가 나현정,
귀엽게 생긴 남자애는 홍찬두,
먹는 걸 밝히는 뚱뚱한 남자애가 ‘오봉구’다.
왼쪽부터 오봉구, 나현정, 황백현, 김풀잎, 홍찬두
나현정은 황백현을 좋아해 그를 부를 땐 ‘서방’이라고 하나,
황백현이 좋아하는 여자는 김풀잎이다.
하지만 그걸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기에
사람들은 나현정을 ‘황백현의 껌딱지’라고 부른다.
김풀잎과 유치원 동창인 홍찬두는 김풀잎을 좋아하지만
김풀잎은 황백현을 좋아한다.
홍찬두는 노골적으로 김풀잎을 좋아하나 김풀잎은 속으로만 황백현을 좋아하는지라
겉으로 보기엔 황백현-나현정, 김풀잎-홍찬두 이렇게 두 커플이 있는 것 같다.
다섯명인데 네명이 커플이라면 나머지 한명의 심정은 어떨까?
한창 사춘기라 혈기왕성한 고3 때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봉구는 오직 먹는 것만 좋아해 늘 고기 먹는 생각만 하고(자기 집에 고기집을 하는데도!)
여자엔 관심도 없다.
아니, 못생긴 애는 짝사랑도 못하나?
초등학교 시절 오봉구를 능가하게 못생겼던 난
드러내놓고 말하진 못했지만 속으로는 우리 반의 여러 미녀들을 짝사랑했다.
전교생이 다 좋아했던 이모 여인을 보면 숨이 막혔고,
눈이 예뻤던 내 짝과 뛰노는 모습을 상상하며 혼자 좋아했다.
중학교 때부터 남자애들끼리만 학교를 다니게 되어 그게 좀 덜했지만,
공학을 다녔다면 짝사랑만 수백번도 더 했을 거다.
그럼에도 봉구는 소원을 물으면 히 웃으면서 “고기 먹고 싶어!”라고만 한다.
자기 부모님이 봉구를 예뻐해 원없이 고기를 먹게 해주는데도!
못생긴 애라고 욕망이 없는 게 결코 아니란 걸
이 드라마 제작진은 알지 못하나보다.
개그콘서트 <씁쓸한 인생>에 나오는 뚱보 김준현은
“짜장면 사준다는 약속, 꼭 지키십시오”라며 매번 자기 보스를 협박한다.
그거야 웃자고 만드는 프로지만,
드라마는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기 마련인데,
<공부의 신>을 보면 못생긴 애는 사랑도 하지 말라고
그건 주제넘은 사치라고 주장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물론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내가 하위 3%에 드는 못생긴 놈이기 때문이고,
못생겼다고 해서 미녀와 결혼하지 못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안생긴 애들에게서 욕망을 거세한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처럼 생긴 애들이 상처받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