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은 이성렬에게 돈 빌렸냐?”

두산이 롯데에게 지던 날, 이 댓글에는 스무개가 넘는 공감이 기록됐다.

그도 그럴 것이, 팀타율이 3할에 육박하는 팀에서

2할5푼을 치는 타자가 3번 지명타자 자리를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잘치던 타자면 또 모르겠지만,

2008년 그의 성적은 2할1푼8리였다.


이성열.

LG에서 아무런 활약을 못하던 그를 김경문 감독이 데려왔을 때,

난 뭔가 있겠지,라며 연일 계속되는 그의 헛스윙을 참아냈다.

하지만 있기는 개뿔, 그는 69타수에 28삼진을 당하며 .246으로 2009 시즌을 마친다.

그럼에도 김감독은 올시즌 이런 말을 했다.

“(이성열에게) 기회를 많이 못줘서 미안하다. 올해는 기회를 많이 줄 것”


이성열은 개막전부터 3번으로 기용됐다.

초반에는 그를 키플레이어로 꼽은 김감독의 용병술이 들어맞는 듯했지만,

그 실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3할6푼에 달하던 그의 타율은 점점 떨어졌고,

최근 열경기에선 그가 안타치는 장면을 본 기억이 없다.

그가 3번 타순에서 모든 찬스를 다 끊어먹는지라

4번을 맡은 타격기계 김현수가 타점을 올릴 기회가 없어지는데,

오늘만 해도 김현수가 계속 선두타자로 나오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됐다.

네티즌들은 말한다.

“이성열에게 기회를 주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제발 3번 타순에만 두지 말라.”

기아 장성호와 두산 김상현의 트레이드는 기아 팬들의 반대로 보류가 됐다는데,

우리 김경문 감독은 댓글도 안보는지 계속 이성열이 3번에 나오고,

초반에 힘을 내던 두산은 점점 수렁으로 빠져드는 중이다.


이성열이 김감독의 숨겨진 자식인지, 네티즌들 말대로 이성열에게 돈을 빌렸는지 난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게,

이대수, 정원석이 한화에 가서 주전자리를 차지한 데서 보듯,

선수층이 두껍기로 유명한 두산에서

어느 팀에 가도 주전 자리를 얻지 못할 이성열이 3번을 치고 있는 불가사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서다.

물론 난 김감독을 좋아하고, 김감독님 덕분에 지금의 두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구사하는 믿음의 야구가 이종욱과 김현수 등 좋은 선수를 발굴했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실력이 없는 선수에게 계속 기회를 주는 건 믿음이 아니라 똥고집이다. 
  

 

감독도 감독이지만 이성열 선수, 참 양심 없다. 

내가 이성열이었다면 "오늘도 3번으로 나가"라고 말하는 감독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을 거다. 

[감독님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전 3번을 맡을 재목이 아닙니다. 

당분간 절 찾지 마세요. ] 

감독은 똥고집을 버리고, 선수는 양심을 찾는 그날 

두산은 8년만의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 한동안 김감독은 3할타자 임재철 대신 2할3푼 타자 유재웅에게 기회를 줬다.

작년만 해도 높은 볼에만 헛스윙을 하던 유재웅은

올 시즌 들어 낮은 볼에도 헛스윙을 하기 시작했고,

이성열과 듀엣으로 찬스를 날려먹는 바람에 많은 두산 팬들의 혈압을 올렸다.

요즘은 다행히 유재웅을 빼고 임재철을 기용하고 있는데,

임재철의 현재 타율은 4할이 넘는다.

유재웅과 김경문의 관계도 한번 파헤쳐봄직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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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4-2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다~ 두산

그나저나 두산하고 할 때는 져도 남득 가는 경기였는데, 오늘 경기 보니 사도스키 얼른 빠이빠이해야할듯요.

근데, 이성렬이 그간 솔리드하게 뭐 보여준게 있긴해요? 뭔가 김주찬같은 캐릭터일까요? 5툴 유혹 캐릭터?

마태우스 2010-04-20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오늘 사도스키 나왔군요. 우리 왈론도만큼은 아니지만 사도스키도 그닥 믿음은 안가는군요. 롯데랑 세번째 경기 하던 날 이성열 4타수 무안타였고, 오늘도 역시 4타수 무안타입니다. 그 선수 땜시 김현수까지 슬럼프가 오고 있다는... 5툴의 기본은 역시 컨택입니다만, 이성열은 스윙이 열라 커서 컨택은 끝장입니다. 발도 안빠른 듯하고, 수비는...오죽하면 지명타자 하고 있겠어요. 우리 두산의 재앙입니다. 왜 두산에서 주전으로 뛰는지 감독 말곤 아무도 이해 못하고 있죠. 네이버 댓글 가보시면 상당수가 이성열 욕입니다.

하이드 2010-04-2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궁금했던게, 셋째날 보니깐, 이원석 타수 적음에도 불구하고, 홈런도 두개, 타점도 10, 타율도 2할8푼대로 준수하던데, 왜 원슥이는 안 쓸까나요. 수비도 뭐 그런대로 아무데나 갖다놔도 기본은 할텐데 말입니다.

우리는 박기혁 조성환 부상에 김민성까지 손가락 골절 부상으로 완전 2군 쩌리들 와서 밥상 못 차려서 죽겠어요. 2군이 왜 2군인가를 알려주고 그간 욕먹었던 1군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시기라는 ㅠㅠ

마태우스 2010-04-2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두산 팬들이 늘 하는 말이 바로 그말입니다. 3번에 임재철 놓고, 지명타자는 이원석 쓰자구요. 아무렴 이성열보다 못할까요? 근데 왜 계속 이성열을 고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상 선수가 있으면 아무리 선수층이 두꺼워도 짜증이 날수밖에 없죠. 어여 회복하길 빌겠습니다. 근데 롯데의 문제는 타선이 아니라 마운드가 아닐까요? 3-4-5번이 어찌나 무섭던지, 저번에 경기하는 거 보니깐 중압감이 장난 아니더군요. 타점 1-3위가 다롯데잖아요.

사실 홍성흔에 대해서 전 높은 평가를 안했습니다. 타율은 좋지만 찬스 때 잘 못했거든요. 타율이 더 높았던 2008년과 2009년 타점이 64점 정도였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홍포가 롯데 간다고 해서 그리 서운하지 않았는데요, 올해는 참 홍포가 그립네요. 이성열 그 인간 대신 홍포가 지명으로 들어서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순오기 2010-04-21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에 있는 글들 다 봤지만, 유통기한 지나서 다는 댓글 같아서 여기에 남겨요.^^
야구는 잘 몰라서 끼어들지 못해요.ㅜㅜ

Mephistopheles 2010-04-21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달감독의 최후 통첩일지도 모릅니다.
유재웅, 이성열..늬들 이번 시즌에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알지..??

메르헨 2010-04-21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말에 잠실로 좀 뜨려고 합니다.
ㅎㅎㅎ 하이드님과 마태우스님 글 보면서 웃습니다.
삼성만 하려구요....ㅡㅡ^쳇~!
현재 메르헨은 두산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ㅋ

카스피 2010-04-2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래도 올림픽 금메달 감독이니 뭔가 복안이 있으시겠지요^^

마법천자문 2010-04-21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괴 김정일이 '이성열을 기용하지 않으면 스텔스어뢰로 잠실구장을 뽀개버리겠다'라고 협박한 게 분명합니다.

마태우스 2010-04-26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은재님/글쿤요. 이성열과 김정일이 모종의 관계인 것이었군요... 가르쳐주셔서 감사
카스피님/음, 그런 게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오랜 기간을 참아왔습니다만, 그게 아닌 것 같단 생각이 점점 더 드네요. 이성열의 타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거든요.
메르헨님/아 반갑습니다. 두산은 좋아할만한 팀이긴 하지만 우승은 절대 못합니다. 왜냐면 김감독님의 똥고집 야구가 포스트시즌 가는 데는 지장을 안주지만, 우승을 하는 데는 걸림돌이 되거든요.
메피님/그런 생각이면 정말 좋겟습니다만, 그게 아닌 것 같아서요. 양아들이다, 연인이다, 돈빌렸다 이런 루머들이 나돌고 있죠.
순오기님/어, 혹시 그런 분이 계실까봐 야구얘기라고 제목에 표시했답니다. 제가 죄송합니다. 꾸벅.

순오기 2010-04-26 23:36   좋아요 0 | URL
아뇨~ 그래도 덕분에 귀동냥이라도 합니다.^^
 


엄정화가 주연을 맡은 영화 <베스트셀러>는 표절시비에 휘말린 작가가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무서운 영화는 싫다고 도리질을 하는 아내를 구슬러 극장에 끌고 갔건만, 영화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무서웠고, 그래서 “것봐! 내가 안간다고 했잖아!”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아내에게 구박을 받아야 했다. 그렇긴 해도 아내와 함께 가길 다행인 것이, 그 무서운 영화를 나 혼자 봤으면 밤에 잠도 안왔을 거다. <불신지옥>이란 영화를 보고 난 뒤 일주일간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지 않은가?


극중에서 엄정화는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심사를 했던 작품을 표절한 혐의로 고초를 겪는다. 문단은 물론이고 독자들도 작가를 비난하고, 심지어 9시 뉴스에선 앵커가 “우리나라가 무슨 표절공화국이라도 되느냐”며 혀를 찬다. 이 대목을 보면서 난 우리 현실이 영화의 반만큼이라도 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참 전 신모 작가가 <참외밭>의 표절시비에 휘말렸을 때 언론은 물론이고 문단도 침묵을 지켰다. 나처럼 문학판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 아니면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그래서인지 신작가는 자신이 표절했다고 주장한 문학평론가에게 신문지면을 통해 반박을 했다.

“내 불찰이 약간 있었지만 집요하게 따지는 넌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그 뒤를 이은 권작가의 표절시비는, 이건 순전 내 생각이지만, 그 작가가 조선일보가 후원하는 동인문학상을 받지 않았다면 불거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시골의사의 블로그에 있는 내용을 소설로 바꾸고, 몇 문단은 통째로 옮겨온 건 분명 표절이지만, 문단은 물론이고 한겨레를 제외한 언론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이런 현실을 상기해보면 표절 작가가 완전히 사회로부터 추방되는 영화 속 상황이 훨씬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보다가, 어느 순간 표절 작가의 대표 격인 전여옥 씨가 생각났고, 그 순간부터 더 이상 영화가 무섭지 않게 됐다. 영화 속 엄정화는 자기 힘으로 쓴 베스트셀러도 몇 권 있지만, 전씨는 오로지 남의 르포를 통째로 도둑질한 책 한권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오른 거라는 점에서 죄질이 훨씬 더 나쁜데, 그런 사람이 오히려 자신은 당당하다고 큰소리를 치고, 맹자를 인용하며 “크게 될 사람은 시련을 겪느니” 어쩌니 하는 작금의 현실은 영화와 상대도 되지 않을 만큼 무섭다. 영화에선 남편마저 표절 작가를 멀리하지만, 현실 속에서 전씨의 남편은 부인한테 합세해 피해 당사자인 유씨를 협박하고, 대학생들이 표절작가를 비아냥대는 영화와 달리 할 일 없는 애들이 ‘전사모’인가를 만들어 표절 판정을 내린 판사들을 좌익이라고 욕하는 현실, 이 정도면 여느 스릴러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엽기적이다.


영화에서 엄정화는 “난 그 책을 보지도 못했어!”라고 절규한다. 이건 스포일러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은 어떤 초자연적인 힘 때문에 그리 된 거라는 걸 알기에 엄정화를 동정한다. 자신이 억울한 피해자라며 절규하는 전여옥 씨, 당신이 그 책을 쓸 땐 대체 어떤 초자연적인 일이 벌어졌나요? 혹시 당신에게 피에르 메나르의 혼이라도 빙의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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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4-19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에르 메나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스페인어로 욕을 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하고도 남을 양반이겠죠..^^

blanca 2010-04-1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인줄 알았으면 볼 것을 그랬네요. 셔터 아일랜드가 시간이 안되고 이 영화는 됐었는데 저는 단순한 멜로인 줄 알고 고려도 안했었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무섭나요? 저 알포인트 보고 일주일간 잠못자고 공포영화는 끊어서요^^;; 줄거리가 최근 있었던 문학상 심사위원 관련 스토리와 비슷해서 놀랐어요. 시골의사도 비슷한 일이 있었군요.

L.SHIN 2010-04-2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현실이 영화처럼, 소설처럼, 만화처럼만 된다면, 아니 반만 그렇게 된다면 -
좋겠죠. 물론 그 가상 세계들이 좀 오버하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원하는 이상향'의 모습을 한 영상/매체물로 우리는 대리만족 혹은
'무의식적 교육'을 받는 거겠지요.

어째서 창피해하지 않을까? 자신의 창의성 없음을, 남의 것을 도둑질한 것을.

카스피 2010-04-20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표절하니 갑자기 장르 소설이 생각나네요.한동안 각 스포츠 신문에서 장르 소설들의 신춘 문예를 받은적이 있는데 많은이들이 외국의 유수 단편들을 국내 이름으로 번안해서 자신의 작품인양 내놓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웃긴것은 당시 그런 몇몇 작품은 당선이 되었다가 나중에 장르 소설 독자들의 항의로 시상이 취소됬다고 하네요.심사위원이 순수 문학가들이 장르 소설을 전혀 읽어보지 않아서 생긴 에피소드지요^^

moonnight 2010-04-20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주인공이 맘에 안 들어서 안 볼까 했는데 봐야겠네요. ^^

비연 2010-04-20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이 더 무서운 세상이죠. 영화는 귀엽네요(?)..ㅜㅜ 전씨는 요즘 우째 지내는지.

마태우스 2010-04-2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안녕하셨어요? 전 잘 지내요 호호호.
문나이트님/앗 그간 안녕하셨어요? 엄정화 싫어하시나봐요. 미녀는 미녀를 싫어한다더니 호홋.
카스피님/앗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가르쳐주셔서 감사!
엘신님/글게 말입니다. 왜 창피해하지 않는지, 왜 표절한 놈에게 돌을 던지지 않는지...
블랑카님/셔터아일랜드, 저 보고 싶었는데 못봤다는... 단순한 멜러라뇨. 멜러 장면 하나도 안나온답니다 그냥 스릴러! 최근 얘기도 뭔가가 있었나보죠? 찾아봐야겠네요
메피님/헤헤 제가 피에르 메나르 아는 게 기특하더라고요 스스로^^ 전씨는 아마 모를 겁니다.
 

골프를 치지는 않지만, 보는 건 좋아했다. 

십여년 전 마스터즈 대회를 보면서 우리나라 선수도 저런 데 출전할 날이 살아생전 올까,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경주 선수가 2004년 3위에 이어 올해 또 4위를 하니, 얼마나 가슴이 뿌듯하겠는가? 

 

최경주는 참 아저씨처럼 생겼다. 

내가 '동네 아저씨'란 제목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최경주를 그릴 텐데, 

기사를 읽다보니 그의 나이가 40이다. 

사, 사십이면....나보다도 몇년 어리잖아!  

내가 최경주를 아저씨라고 생각한다면, 

남들이 날 아저씨라고 보는 건 극히 당연한 일이다. 

모자를 쓰고 머리를 산발하는 등 몸부림을 쳐도 

내가 아저씨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님들도 저를 부를 때 '마태우스 아저씨"라고 불러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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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4-1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오빠, 라고 부를래요!

참고로 저 오빠라는 말, 거의 쓰지 않지만 마태님만은 그렇게 부를래요.

Mephistopheles 2010-04-13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언니라고 불러드리죠.

루체오페르 2010-04-1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저는 형 이라고?ㅎㅎ

레와 2010-04-13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라버니~! ^^

야클 2010-04-1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경주는 '경주 최씨'겠지요?


아, 추워 -_-;;


비연 2010-04-14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형~ ㅋㅋ

마태우스 2010-04-19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저는 이렇게..."비형!"
야클님/오오오 그새 유머가 대단해졌는데?
레와님/아잉 부끄럽게 왜이러삼^^
루체오페르님/루체오동생님!
메피님/어, 언니는 좀... 차라리 오빠라고 하면 안되겠나요?^^
주드님/부끄럽게 왜이러세요. 차라리 언니라고 해주세요!

세실 2010-04-20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저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호호호~~

비호감 2011-06-1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저씨는 호칭이 왠지 정겹지 않나요? 만나자마자 아무한테나 막 오빠 언니 하는 애들은 좀 비호감입니다.
 

 


교수는 원칙적으로 비정규직이다. 업적을 바탕으로 3년마다 재임용을 받아야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를 비정규직으로 간주하지 않는 건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교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씩 그런 경우가 있긴 했지만, 서울대 김민수 교수가 그런 것처럼 재단에 밉보인 게 원인이었지 업적이 모자라서는 아니었다. 시대가 바뀌어 진짜로 잘리는 교수가 속속 생기지만, 그게 뉴스거리가 된다는 것 자체가 아직까지 대학은 경쟁의 무풍지대임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그 대표적인 수혜자가 바로 나다. 대학에 발령을 받고 근 7년간을 연구와 담을 쌓고 살아왔지만, 잘리는 건 고사하고 승진까지 제때제때 했으니 말이다.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스스로 ‘빙하기’라 일컫는, 논문이 없어 잘릴까봐 불안에 떨던 그 시절, 난 점수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신문에 쓴 칼럼들을 ‘봉사업적’에 써 넣었다. 중앙일간지의 경우엔 1편당 3점이었는데, 열편 정도를 기입했으니 순식간에 30점이 쌓인 거였다. 그 점수를 보고 혼자 뿌듯해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승진과 재임용은 순전히 논문 점수로만 따지는 것일뿐, 봉사업적은 그냥 폼이었다. 좋았던 시대 탓에 난 잘리지 않고 버틸 수 있었고, 엄혹한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은 일년에 열편의 논문을 쓴다는 목표가 버겁지 않을만큼 열심히 연구를 하는 사람이 됐다. 2년 남은 정교수 승진에 필요한 점수는 이미 다 채워놨지만, 요즘은 점수 때문이 아니라 재미있어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녀의 승진 소식을 들었다. S대 교수인 그녀는 국가에서 받은 연구비를 연구하는 데 쓰지 않았고, 연구결과를 조작해 보고서를 냈다. 그리고 그게 들통나자 조교에게 모든 혐의를 뒤집어씌워 내쫓았다. 그걸 내가 매스컴에 제보해 9시 뉴스에 나간 게 벌써 작년 일이다. 그 여파로 그녀는 예정된 승진을 하지 못했고, 6개월 후에도 승진에서 누락됐다. 지난 일년이 그녀로서는 인생 최대의 시련기였을 텐데, 올 4월 1일자로 승진을 한 것이다.


내부 고발자인 나 역시 그리 편한 세월을 보내진 못했다. 학회와 S대에서 주관하는 모든 모임에 난 참석하지 못한 채 은둔생활을 했고, 그쪽으로 발도 못디디는 대신 그 두군데서 죽어라고 욕을 먹어야 했다. 정의라고 믿고 한 내 행동은 “자기가 S대에 못들어오니까 음모를 꾸민 것” 혹은 “교수간의 파벌 싸움에 이용당했다” 등으로 변질된 채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내 선배 하나는 술을 먹고 이렇게 호통을 쳤다. “네가 한 행동이 남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알아? 바보같은 놈!” 그런 걸 보면 삶이란 확실히 복잡다단한 것이고, 세상의 모든 일은 다 정치적인 해석이 개입된다. 하긴, 연구보고서를 조작한 그녀가 남의 연구보고서를 심사하는 위원이 되는 것도 아이러니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한 일을 후회하는 건 아니다. 그 일을 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난 화병이 났거나, 그게 아니면 지금도 스스로를 저주하며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1년이 미뤄진 승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그녀는 내일 우리 동문들 몇을 불러 축하연을 갖는다 (물론 난 초청을 받지 못했다). 자리가 자리인만큼 내 욕을 얼마나 할지 궁금해 우리 조교 선생을 종업원으로 위장시킬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는데, 어찌되었건 지금 S대는 그녀의 승진 문제가 해결되어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란다. 하지만 과연 그럴지는 의문이다. 몇 안되는 기생충학 교수 자리 중 하나를 그녀가 계속 유지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학교는 물론이고 학회에 도움이 안될 것 같아서다. 글 서두에서 내가 능력이 없다는 걸 장황하게 썼지만, 능력이 없다는 면에서 그녀는 나보다 훨씬 더 아래 있다. 그럼에도 그녀가 논문점수를 차고도 넘치게 채우는 건 나처럼 뒤늦게 각성을 해서가 아니라 바로 위 교수의 약점을 잡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그 교수 방으로 쳐들어가 “재임용 받아야 되는데 논문이 없다. 좀 만들어 봐라”라고 호통을 치겠는가? 약점을 잡힌 교수는 정말 헌신적으로 그녀 이름을 논문 제1 저자로 넣어 주고 있는데, 그러고보면 사람이 사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인 것 같다. 검사들이 그쪽을 뒤진다면 뭐가 나와도 한참 나올 텐데, 애꿎은 한명숙 전 총리만 뒤지고 있으니 그녀의 앞날은 탄탄대로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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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3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0-04-12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갑하네요. 이게 보통의 세상 돌아가는 방식이겠지요.

마태님은 잘하신거라고 생각해요. 기생충학계나 후학이나 모교를 위해서나 다 떠나서,
본인에게 떳떳하고, 가족에게 떳떳하잖아요. 이런 제 생각이 너무 좁고 개인주의적인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2010-04-13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0-04-12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간혹 불공편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은데, 이런 경우도 그렇네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승승장구할 것 같고, 그 잘못된 행동을 공개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은..참. 저도 마태님이 잘하신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용감하게 들고 일어날 때 조금씩 세상은 변한다고 생각하니까요.

2010-04-13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2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3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4-13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 '승진' 한것 아니라고 생각해요 ^^

2010-04-13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4-13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의 도덕성과 정치성향은 곧 그 사람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마태우스님이 참 좋아요.

마태우스 2010-04-13 09:38   좋아요 0 | URL
아이, 부끄럽습니다. 제가 또 주드님의 열혈 팬이지 않습니까?^^

다락방 2010-04-13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그러게나 말이죠. 왜 없는건 만들어서라도 뒤지려고 하고, 있는건 애써 못본척 하려는걸까요? 힘빠져요.

마태우스 2010-04-13 09:37   좋아요 0 | URL
오늘 신문 보니까 피디수첩 때 활약한 검사들이 대부분 승진을 했다더군요. 그게 이유겠지요. 인사권이 정권에 있다는 거.....

카스피 2010-04-1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일을 볼때마다 순혈주의가 결국 이런 부패를 낳는다고 생각합니다.같은 학교 선후배끼리 내 새끼니까 내가 챙겨야지 하는 생각이 이런일을 부추기지요.
S대 교수인 그녀는 국가에서 받은 연구비를 연구하는 데 쓰지 않았고, 연구결과를 조작해 보고서를 냈다. 그리고 그게 들통나자 조교에게 모든 혐의를 뒤집어씌워 내쫓았다. 그걸 내가 매스컴에 제보해 9시 뉴스에 나간 게 벌써 작년 일이다. 그 여파로 그녀는 예정된 승진을 하지 못했고, 6개월 후에도 승진에서 누락됐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요.아마 일반 회사 같았으면 바로 파면되고 아마 형사 고발 되었을 겁니다.왜 대학에서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냥 승진 누락만 시켰을까요.대학 자체,교수 자체가 그런일이 이미 만연되있고 자신들도 그런짓을 했기에 그냥 재수가 없었네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이건 서울시 초등학교 교장 비리와 같은 맥락입니다.서울 교대 출신들만 거의 서울시 초등학교에 배정되니 모두가 선후배라 이런 비리에 스스로 눈을 감고 있기에 교장의 거액 뇌물 수수 비리가 이제야 빵 터지는 거지요.
따라서 대학이든 일반 초등학교든 타 대학혹은 지역출신을 50%이상 섞어놔야 아마 그런 비리가 많이 줄어들 겁니다.
그리고 마테님의 그런 용기에 무척 감복했읍니다^^

2010-04-13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3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3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3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0-04-13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란 말을 믿습니다. 나중에 크게 당하겠죠.
그나저나....아이들과 청년들을 가르키는 교육에 관계된 분들이 저 모양이니 뭘 배울까요.

마태우스 2010-04-19 21:34   좋아요 0 | URL
글게 말입니다. 전 사필귀정을 믿진 않지만, 메피님이 계셔서 그나마 나라가 이정도라도 된다는 건 믿습니다.

L.SHIN 2010-04-15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마태님이 백번 잘 하신 겁니다.

마태우스 2010-04-19 21:35   좋아요 0 | URL
이잉, 잘못한 거 없어도 숨어다녀야 하는 이 더리한 세상^^
 

“마선생, 잠깐 나 좀 보죠.”

학장이 불렀을 때 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불도저’란 별명처럼 그는 학장이 되자마자 ‘리모델링을 한다’ ‘실험실을 통합한다’ 이러면서 학교 전체를 공사판으로 만들어 버렸고, 난 그걸 앞장서서 비판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학장의 말은 내 상상을 뛰어넘었다.

“마선생, 그만둬야겠어.”

이, 이건 무슨 소리인가? 연구업적도 상위권이고, 강의평가도 괜찮은 나한테 그만두라니? 학장의 다음 말도 내 상상력을 가볍게 비웃었다.

“제보가 들어왔어. 마선생이 에이즈라더군.”

학장이 말한 에이즈가 내가 아는 에이즈가 맞는지 난 한참을 생각했다. 그게 맞단다. 학장의 설명은 이랬다.

“에이즈에 걸린 여자를 우리 병원서 붙잡아놓고 있는데, 그 여자 말이 마선생과 잤다더군.”


난 2년 전에 결혼했고, 그 이후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한 적이 없다. 게다가 난 학장이 내민 사진 속의 여자와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만난 건 사실이잖나?”

“작년 세미나 때 제 옆자리에 앉았어요. 하지만 그게 다예요.”

학장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알긴 아는 거군, 맞지?”

그날 난 저녁 약속이 있어서 세미나가 끝나자마자 바로 뛰어나갔고, 그 이후엔 그녀와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녀는 그날 나랑 잤다고 우기고 있다.

“대체 어디서 했답니까?”

학장은 씩 웃었다.

“세미나가 끝나고 모두 나간 뒤 의자 위에서 했다더군.”


에이즈를 검사하는 방법은 내 혈액 속의 항체를 검사하는 ‘웨스턴 블롯’과 에이즈 바이러스의 DNA를 증폭시켜 진단하는 'PCR', 이 두가지가 널리 쓰인다. 난 진단검사의학과에서 피를 뽑혔고,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두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학장은 그 결과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 검사에서 음성이라고 자네가 에이즈가 아닌 건 아니야. 그 검사의 민감도가 100%가 아니라는 건 자네도 알지? 무엇보다 그 여자가 일관되게 자네와 잤다고 얘기하고 있어. 에이즈가 잠자리를 통해 전파되는 건 자네도 알지?”


여자의 증언은 별로 일관되지 않았다. 처음에 의자에서 했다고 하더니만 벽장 뒤라고 진술을 바꿨고, 나중에는 근처 모텔에 갔다고 했다. 하지만 학장은 이렇게 우겼다.

“그래도 했다는 주장에는 일관성이 있지 않은가? 저 여자가 했으니까 저러지, 안했는데 왜 저러겠는가?”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학생들도 “마선생이 에이즈래!”라며 수근대고 있었고, 학부모들은 “에이즈 교수가 있는데 학생을 보낼 수 없다”며 학교 측에 항의를 했다. 내 문제는 더 이상 개인적인 게 아니었고, 교수회의에서 3차례에 걸쳐 조사를 한 뒤 최종판결을 내리겠다는 게 학교 측의 방침이었다.


“마선생, 혹시 테니스 치나요?”

교수회의에서 이 질문이 나왔을 때, 난 내 귀가 잘못된 줄 알았다.

“네, 칩니다만....”

“그 테니스라는 게 격렬한 운동이지요?”

난 질문을 한 최교수를 잠시 쏘아보다,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마선생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격렬한 운동을 좋아하는 거군요?”

어이가 없어서 그냥 웃고 말았다. 그 다음 질문도 그리 생산적이지 않았다. 자주 쓰는 체위는 뭐냐, 성해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같은 말에 뭐라고 대답한단 말인가? 다행스러운 건 교수회의에 참석한 다른 교수들이 내 편을 들어준다는 거였지만, 난 이 모든 게 짜증스럽기만 했다.


이 모든 게 차기 학장이 유력시되는 날 견제하기 위한 현 학장의 계략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내게 이상한 질문을 던진 측도 ‘학장파’로 분류되는 학장의 꼬봉들이었다. 원래 난 이달 6월에 실시되는 학장선거에 출마할 마음도 없었다. 올해 목표는 그저 논문 15편이었을 뿐, 귀찮게시리 학장 같은 걸 왜 하겠는가? 하지만 이런 내 마음과는 달리 소장파들 사이에서 날 지지하는 측이 꽤 많았고, 재선을 노리는 현 학장 측에선 그걸 위협으로 느꼈던 거였다. “에이, 이렇게 된 거, 선거에 출마해 버릴까?”


최종 발표가 있기 전날, 내 기분은 영 뒤숭숭했다. 에이즈가 아니라는 결정이 나올 게 거의 100%였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난 에이즈 교수라는 오명을 씻을 수가 없게 됐으니 말이다. 실제로 동료들은 나와 악수도 잘 안하려고 했고, 어쩌다 만나도 화들짝 놀라며 자리를 피하기 일쑤였다. 나원참 교수는 심지어 이런 말을 하고 다녔다.

“물증이 없어 음성이 나온다 해도 도덕적으로는 이미 에이즈야!”

학생들도 그랬다. “전 교수님을 믿습니다”라고 하면서도 내가 고맙다는 뜻으로 손이라도 잡으려면 황급히 손을 뺐으니까. 학장 측의 계략은 이미 성공한 거나 다름없었다.


“에이즈라는 게 환자와 잔다고 무조건 전염되는 것도 아니고...”

결정문을 읽어내려가는 강교수의 얼굴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하품을 해버렸다. 한달 새 이리저리 끌려다니느라 피로가 누적된 탓이었다. 강교수가 잠시 읽기를 멈추고 불쾌한 표정으로 날 째려봤다.

“여자의 증언에 전혀 일관성이 없고 정황으로 봐도 맞지가 않은데다....해서 본 회의에서는 마선생의 에이즈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란 판단을 내리는 바입니다.”

그 말을 듣는순간 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제 끝이다. 학장에 나갈지 안나갈지는 모르지만, 이제 이런 일로 불려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다. 회의가 끝나고 나서 난 여러 사람으로부터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았다. 학장이 내게 다가왔다.

“마선생, 자네 나병이라며?”

피로가 싹 가셨다.

“네? 뭐라고요?”

학장이 야비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보가 들어왔어. 우리 병원에서 붙잡아 두고 있는 나병 환자가 있는데, 자네와 4년 전 방을 같이 쓴 적이 있대. 아, 이건 자네가 에이즈가 아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우연히 제보가 들어왔을 뿐이야. 제보가 사실이라면 나병에 걸린 교수를 강의하는 데 쓸 수는 없지 않은가? 내일부터 조사할테니 협조 좀 해주지.”

한달 남짓 고생했는데 다시 또 조사를 받아야 한다니!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이 말이 튀어나왔다.

“학장님, 그만하시죠. 사실 저 에이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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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이즈, 나병. 전염병과 패러디
    from 읽고 쓰고 생각하기 2010-04-12 11:22 
    마태우스님께서 올리신 이번 한명숙 전총리에 대한 검찰의 지저분한 공격에 대한 패러디를 보며 사무실에서 웃음이 났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저는 약간 다른 문제점이 보였습니다. 이 패러디에서 학장은 에이즈, 나병에 걸리지 않았는데 걸렸다는 식으로 몰고가는 상황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 병들은 모두 사회에서 억압받고 차별받는 병 중의 하나입니다. 다른 병도 있었겠지만, 에이즈나 나병이 패러디에서 절묘하게 인식될 만큼, 아직 우리 사회에서
 
 
blanca 2010-04-10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아주 제대로 된 암시가 스멀스멀 풍기는데요. 저는 소설인지 모르고 또 첫대목에서 경악했답니다.-..- 재미납니다.^^

메르헨 2010-04-1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서...19금 소설인데 ...소설은 빼고 끝까지 읽다고 헉...하고 다시 봤더니
소설이네요.^^아호...깜짝 놀랐습니다. 근데 내용이 진짜 같은 이 느낌은 ... 으흠...^^ㅋ

구단씨 2010-04-1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역시 놀라게 되네요.
보관함에 담으려 들어왔다가..^^

무스탕 2010-04-11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필코 차기학장으로 당선되셔야 겠습니다 ^^

Mephistopheles 2010-04-1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의 묘비에 가서 통곡을 하신 것이 빠졌습니다. 마태님.

마태우스 2010-04-11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메피님/앗 그런 일이 있었나요? 주말에 신문을 안봤더니만....
무스탕님/글게 말입니다 ^^ 그런데 아쉽게도 서울시장은 H당이 될 것 같습니다..
내숭구단님/아 많이 놀라셨군요 너무 리얼했나요^^
메르헨님/으.... 저 학장님하고 친하답니다. 아주 잘 지낸다는... 글구 저희 학장은 재단에서 낙점하는 거랍니다.
블랑카님/맨 먼저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다고 해주셔서 더더욱 감사드려요. 글 올리고 님 댓글을 본 뒤 편안히 잠들 수 있었어요. 감사드려요.

마냐 2010-04-1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 중...최고의 패러디임다 ㅋㅋ

L.SHIN 2010-04-1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군요! 마태님 진짜로 소설 써보실 생각 없습니까? (웃음)

그나저나 새로운 월요일입니다.
이번 주도 즐겁고 힘차고 보람된 한 주 되시기를 -

쟈니 2010-04-1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 댓글을 올렸습니다. 재밌는 패러디였고, 저도 공감했지만, 조금 염려되는 부분이 있어서 먼 댓글 남깁니다.

마태우스 2010-04-12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쟈니님/님 서재에 가서 댓글 남기겠습니다. 꾸벅
L.SHIN님/오랜만이에요. 그간 잘 지내셨나요? 제 소설이 나온다면 알라딘에서만 팔릴 것 같아요 한 100권 정도 호호. 어쨌든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냐님/이잉.... 부끄러워요. 앞으로 열심히 할게요 19금 위주로요^^

마립간 2010-04-1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은 책 중 수잔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