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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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저서가 있다는 걸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툭하면 책을 내서 주위 사람들에게 돌리던 제가 2005년 이후 5년이 되도록 책을 쓰지 않고 있는 건,

솔직히 말해서 김두식 때문입니다.

2004년에 나온 명저 <헌법의 풍경>을 읽은 건 이듬해 제 책이 나온 다음이었을 겁니다.

제 손으로 사는 대신 다른 이로부터 반강제로 선물을 받아 읽었는데,

다 읽고 난 뒤 전 엄청난 충격을 받고 맙니다.

'아, 책은 이런 분들이 쓰는 것이구나'라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고,

제가 냈던 책들이 얼마나 한심한가를 뼈저리게 반성했습니다.


마지막에 낸 책이 일말의 가능성을 던져 줬는지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니던 신세에서 벗어나

열군데가 넘는 출판사에서 책 출간을 같이 해보자고 연락을 했습니다만,

막상 쓰려고 하면 한줄도 글이 써지지 않았습니다.

저랑 동년배로, 저 혼자만 친구라고 착각하는 김두식 생각이 나서였습니다.

그런 책을 쓸 내공이 되지 않으면 책을 쓰지 않겠다는 마음이랄까요.


그의 책을 읽다보면 삼촌쯤 되는 분과 마주앉아 가르침을 받는 기분이 듭니다.

어려운 코드는 하나도 쓰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동물원 김창기처럼,

평범한 단어들로만 이루어진 그의 글들이 주는 설득력은 압권입니다.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를 가지고 인권을 이야기한다는 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저자는 그 둘을 환상적으로 결합시켜 완벽하다고 느껴지는 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제가 배운 건 참 많습니다.

특히나 재미있게 읽었던 건 어떤 사람들이 영화를 검열하는가였는데

미국에서 등급을 매기는 사람들의 인터뷰는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종교의 자유는 외형적으로 가장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의 자유를 보장한 것입니다"라는 말을 비롯해

그가 이 책에 적은 말들은 다른 데 가서 인용해보고 싶은 것들 투성이입니다.

제게 있어서 1977년에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일은 물론 제가 태어난 것이지만,

그 다음은 무조건 김두식의 탄생입니다.


그의 책이 설득력을 더 얻는 이유는 자신을 낮추며, 책을 전부 존댓말로 쓰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그런 겸손한 태도를 전 '두식이즘'이라고 이름붙이고 따라하고 있는 중인데요,

제가 이 리뷰를 존댓말로 쓴 것도 두식이즘의 발로입니다.


* 제 나이가 좀 많아 보여서 출생연도를 좀 손봤습니다. 김두식님도 별 불만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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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10-08-0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좀 심하게 손보셨네요.^^

마태우스 2010-08-03 15:49   좋아요 0 | URL
그, 그렇죠?^^

stella.K 2010-08-0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마태님도 재밌게 쓰시잖아요.
그립네요. 마태님 옛책들이.^^

마태우스 2010-08-03 15:50   좋아요 0 | URL
잉 전 그책들 괜히 냈다고 후회하고 있는데, 그리 말씀해주시니 이거 참, 무지하게 감사드립니다^^

moonnight 2010-08-0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게 나가다가 1977년이란 부분에서 푸핫 했어요. ^^;
저 이 책, 보관함에 넣었다 뺐던 건데 다시 넣어야겠어요. 그리고 마태님 책도 좋아요. 제가 몇 권 소장하고 있는데요. ^^

마태우스 2010-08-03 15:50   좋아요 0 | URL
며, 몇권이나요. ㅠㅠ 몰래 훔쳐오던지 해야겠단 생각이...ㅠㅠ 글구 1977과 그리 많이 차이나진 않습니다! 버럭!

루체오페르 2010-08-03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항상 이야기했듯 마태님 스타일의 글쓰기 좋아합니다!^^

마태우스 2010-08-03 15:51   좋아요 0 | URL
늘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불끈!

blanca 2010-08-0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저 같이 단순한 인간은 마태님이 저랑 동갑이었다고 고백하는 줄 알고 놀랐잖아요. ㅋㅋㅋ 마태님 리뷰도 넘 재미있고 쏙쏙 읽혀요. 김두식...기억해 두겠습니다.

마태우스 2010-08-03 15:52   좋아요 0 | URL
오 블랑카님 77이시군요. 아앗 십년만 젊었다면 술 좀 더 마시는 건데^^ 김두식님 알아두심 후회안하실 거예요.

아시마 2010-08-04 19:5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블랑카님, 저랑 동갑이시란 말씀이군요. ㅎㅎㅎ
마태우스님은 저랑 동갑하고 싶으셨단 말씀이시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안녕하세요, 몰래자주 드나들었으면서 처음 인사드려요.
(순오기님식 인사. ^^)

마태우스 2010-08-04 21:49   좋아요 0 | URL
아앗 아시마님. 저랑 동갑이라 반가워요 살면서 동갑을 만나는 기회가 몇번 없는데, 이번에 그 세번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잘 지내요

커피우유 2010-08-0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이책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저희집이 분당선 남쪽 제일 끝인데, 정말 종점에서 종점까지 46분동안 책에서 눈을 한시도 뗄수가 없었답니다(보통은 의자에서 혼수상태로 있다 깨어나면 종점^^;). 김두식 교수님 다른 책도 사서 볼려구 해요.
p.s : 저 마태님 글도 넘 좋아해요~ 경향신문 칼럼도 꼬박꼬박 읽고 있습죠 ^^

마태우스 2010-08-04 21:49   좋아요 0 | URL
잉 제 칼럼, 부끄러워요. 그나저나 님과 저는 두식이즘의 포로인 듯 싶어요^^

순오기 2010-08-03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7년이면 저는 고2였어요.^^
마태님이 추천하시니 요책은 창*에서 구입해야겠어요.

마태우스 2010-08-04 21:50   좋아요 0 | URL
흠, 연배가 좀 되시는군요. 각종 리뷰대회를 휩쓰는 님이 저보다 무려...열몇살이 많다니 흠흠. 하여간 잘 지내요 우리.

순오기 2010-08-08 03:07   좋아요 0 | URL
흐흐~ 제가 열 몇살이나 많다니...77년이라면 최규석이랑 동갑이죠.ㅋㅋ

다락방 2010-08-0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난 날을 손보신거였군요! 저 깜짝 놀랐잖아요. ㅎㅎ
저도 마태우스님의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겸손한 글쓰기 스타일 그러면서 유머가 넘치는 스타일을 제가 얼마나 존경한다구요!
그러나 칭찬하시는 이 책도 한번 읽어볼게요.
:)

마태우스 2010-08-04 21:51   좋아요 0 | URL
노, 놀라시다니 제가 더 놀랐습니다. 요즘 유머가 잘 안받쳐주는지라 고생이 많습니다 흑흑. 님이야말로 글쓰기의 지존이잖아요.

울보 2010-08-0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7년이면 전 초등학교 일학년,,ㅎㅎ
마태우스님 휴가는 다녀오셨는지,
왠 뜬금없는 소리냐구요, 그냥 요즘 많은 분들을 만나지 못해 제가 글만보이면 쫒아가 인사하는라구요,,,ㅎㅎ

마태우스 2010-08-04 21:51   좋아요 0 | URL
휴가는 특별히 갈 필요가 없을 것 같구, 그냥 2학기 때 할 강의준비 열심히 하려구요.

穀雨(곡우) 2010-08-04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7년 좋은 숫자네요. 전 음...막 뛰어나는 중...^^
김두식교수님 책 장바구니에 홀라당 합니다.

마태우스 2010-08-04 21:51   좋아요 0 | URL
사, 사실은 좀 손을 봐서 그렇지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ㅠㅠ

saint236 2010-08-04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77년에 대학생으로 다시 태어나신 것은 아닌가요?

마태우스 2010-08-04 21:52   좋아요 0 | URL
그, 그걸리가요 그나저나 안녕하세요 꾸벅

saint236 2010-08-04 23:55   좋아요 0 | URL
전 78년생이니 저보다 한해 먼저 나오셨군요

마태우스 2010-08-05 23:10   좋아요 0 | URL
사, 사실은... 그때 전 초등학생이었습니다ㅠㅠ

yamoo 2010-08-05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운 언어로 깊은 사고를 담는 책은 정말 어렵죠~ 김두식 님의 <헌법의 풍경>은 그런 면에서 귀감이 될 만한 책인것 같습니다. 물론 마테우스님이 지적하셨다싶이요^^ 쉽게 쓰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깊이가 없다고 그러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쉽게 쓰기 위해선 엄청난 내공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저는 프롬이 좋습니다. 프롬의 <사랑의기술>처럼 쓰기는 정말정말 어렵다는게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카네티의 <군중과 권력>을 보고난 이후 난 이사람처럼 책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죠. 자극 받을 롤 모델을 발견하는 것은 좋은 것 같습니다. 곧 엄청난 책을 출간하실것 같다는 얘감이 드는 군요~^^

마태우스 2010-08-05 23:1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것 같은데요 반갑습니다. 사실 제가 독서내공이 안되서 쉬운 책을 좋아하는 것도 있는데요, 프롬의 책은 어려울까봐 무서워서 안읽었답니다. 근데 프롬의 그 유명한 책이 안어렵단 말이죠 흠흠. 글구 사람이란 자기 그릇이 있는지라 제가 엄청난 책을 쓸 것 같진 않습니다 여러가지로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냐 2010-08-10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 땡스투 ㅋㅋ

마태우스 2010-11-19 06:44   좋아요 0 | URL
어마 마냐님 감사!

진현근 2010-11-1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법의 풍경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납니다. 저자의 내공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선생님도 감탄을 하시는군요. 이 책도 꼭 사서 읽어야겠습니다.

마태우스 2010-11-19 06:4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진현근님. 헌법의 풍경, 정말 죽이는 책이었죠. 그거 읽고나면 두식이즘에 안빠질 수가 없다니깐요
 



다윈의 진화론에서 자연선택은 원래 “점진적이고 무심하며 비의도적인 과정”이었단다.

그러니까 선택된 종이 그렇지 못한 종보다 더 우월하다는 개념은 아니었는데,

이 진화론이 인종주의로 나아가게 된 데는 스펜서의 역할이 컸다.

그는 진화론에 ‘적자생존’의 개념을 도입했는데,

다윈의 적자생존이 그저 “현재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자들의 생존”이었다면

스펜서에게 적자생존이란 “최고의, 그리고 가장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자의 생존”을 의미했다.

다윈의 진화는 스펜서에 의해 ‘진보’로 바뀌었다.
 



 

 

 

 

 

<어머니의 탄생>에 의하면 스펜서는 또한 대표적인 남성 우월론자였다.
 

그는 여성의 으뜸 기능이 아이 낳기라고 믿었고,

여성들은 배란과 임신에 에너지를 쏟아붓기 때문에 진화가 일찍 중단된다고 주장했다.

즉 재생산의 비용이 여성의 정신발달을 제약하고, 고차원적인 “지적. 정서적 능력의 진화를 원천봉쇄”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성 중에서도 드물게 추상적 사고의 능력을 가질 수 있었으니,

스펜서의 지인 중 하나인 메리 앤 에반스로,

그는 남자 이름인 조지 엘리엇으로 소설을 발표하곤 했었다.

스펜서는 그녀를 “내가 만난 이들 중 정신적으로 가장 존경할 만한 여성”이라고 여겼지만,

그녀의 재능은 “자연의 기형”일 뿐이라고 했다.


에반스는 스펜서를 보고 호감을 보였고, 사랑을 고백했으며,

심지어 청혼의 편지를 보내기까지 했다.

지적으로 존경할만한 유일한 여성인 에반스의 청혼에 스펜서는 어떻게 응답했을까?

답은 ‘거절’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신체적 아름다움을 결여했”기 때문이었고,

“나쁜 체형 위에 계발된 지능은 거의 가치가 없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실제로 엘리엇은 코가 길었고 턱이 튀어나온, 예쁜 것과는 거리가 먼 여성이었다.
 

조지 엘리엇이랍니다


여기서 우리는 지성 어쩌고 하는 사람이라도 예쁜 여자 타령을 안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어쩌면 지성 운운은 다 핑계고, 그런 사람들일수록 더 예쁜 여자를 밝히는지 모르겠다.

평소 점잖은 척하는 교수나 법조계 인사들을 유흥업소 아가씨들이 싫어하는 이유도

그네들이 유난스럽게 놀기 때문이지 않는가?

그렇게 본다면 예쁜 여자를 노골적으로 밝혔던 강용석이

스펜서 부류보다 차라리 더 나은 종일 수도 있다.

더 낫다는 건 남성들 중에서 그렇다는 것,

굳이 종의 우열을 따지자면 다음과 같다.

여성>>>넘사벽>>>괜찮은 남성들>강용석 부류(저도 여기 포함) >스펜서 부류


* 제가 진화론에 대해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적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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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25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잼있고 독특한 분류입니다. 푸히히~~

마태우스 2010-07-25 13:32   좋아요 0 | URL
아유, 부끄럽습니다. 제가 앞으로 님한테 잘하려구요!

비로그인 2010-07-26 14:17   좋아요 0 | URL
조지 엘리엇~~~
저 정도면 이뿌구마는~~
메릴 스트립이랑도 살짝 닮았고...누구죠 거?...섹스 앤 더 시티...에 나오는 아~~사라 제시카 파커...닮았는디요.
스펜서 말여요, 눈이 삐었구만~~

루체오페르 2010-07-25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씨가 마태님에게 반면교사, 많은 영향을 끼친듯 합니다.ㅎㅎ
고쳐져야 할 것들이 터진거긴 한데 문제는 일반 사회,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그런 문화가 확산되야 할텐데 말입니다. 술강요하고 하는건 남자들만 인줄 알고 여자는 안그렇겠지 해왔는데 막상 여자라도 여상사가 술강권한다는 이야기가 많은것 보면...그런 문화가 형성되 있고 따라가고, 남녀차이를 떠나서 문화 자체가 문제인거겠죠. 저런 발언도 그렇고... 특정부류만 조심할게 아니라 다같이 그래야 하는거니 마태님 너무 마음 쓰여하지 마세요.^^

마태우스 2010-07-26 13:56   좋아요 0 | URL
오늘 경향에 실린 김현진님의 칼럼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얼굴 좀 생기고 가진 거 없는 여자는 일상적으로 당하는 게 성희롱이라지요. 엊그제는 장애인 여자애 하나를 마을 주민 모두가 성폭행했더군요. 남자들이란 참, 그런 종족에 속한다는 게 부끄럽습니다.

L.SHIN 2010-07-28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님의 댓글 봤습니다. 그래서 제 댓글을 여기에 옮겨봅니다.

잘 하셨습니다.(쓰윽쓰윽 - 이건, 공개댓글 달은 것에 대한 칭찬 ^^)
학생들의 평이 좋군요. 그러니까 더욱 더 궁금해집니다. 평소 형님의 캐릭터를 보면 어떤
수업일까 상상이 안 되거든요.(웃음)
나중에 기회되면 그 수업을 들어보고 싶습니다만, 안 되겠죠? ㅎㅎ

마태우스 2010-08-02 22:45   좋아요 0 | URL
왜 안되겠어요?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근데 실제로 수업할 땐 별루 안웃길지도 모릅니다 어느 교수가 청강하고 나서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ㅠㅠ
 

“대통령이 너만 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
강용석 발언이 화제다.
여기저기서 강용석을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난 그를 욕할 수가 없다.
그가 말한 발언의 일부는 내 속마음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난 97년 강준만 교수로부터 세례를 받고 여성주의에 관심을 가졌다.
그로부터 십사년간 여성주의는 내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네이버 댓글에선 “이 꼴페미야!” “네가 여자라는 데 내 손모가지를 건다”는 답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난 남자일 뿐, 결코 여자가 아니었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은 여성들이 삶 속에서 얻은 지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빈약한 것이었다.

“여성 의원의 미모는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낫다”
“(나경원 의원은) 얼굴은 예쁘지만 키가 작아 볼품이 없다.”
여전히 난 여성의 외모를 많이 따지고,
강용석이 동료 의원들의 미모를 품평하듯이
동료 선생들의 미모를 평가하곤 했다.
나처럼 ‘미모’라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드물 것인데-심지어 결혼도 미모의 여인과!-
외모지상주의와 여성주의자가 과연 공존할 수 있는 건지 회의가 든다.
그게 궁금해 <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이란 책을 줄을 쳐가며 끝까지 읽었지만,
페미니즘 내부에서도 그에 대한 명확한 정리는 없는 듯했다.

물론 강용석의 발언은 부적절했다.
하지만 아나운서 발언을 제외한다면 그 부적절함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차원이지,
내가 그보다 나을 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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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2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모를 비교는 할 수 있겠지만 그 판단을 어느 문제에 어떤 식으로 적용시키는지가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배우자 선별이나 미인대회(가 동급은 아닙니다만)가 공식 만찬이나 정치와 같은 것은 아니니까요.


오오, 그런데

'-심지어 결혼도 미모의 여인과!-

이 대목은 자랑이시군요! 호호호홋

마태우스 2010-07-23 14:22   좋아요 0 | URL
그, 그건 아니지만... 하여간 저도 주드님 댓글 달때마다 늘 "어마 미모의 주드님이다!"라고 했구, 어느 분한테는 "왜 노상 미모 타령이냐"란 항의성 댓글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강용석에게 돌을 던지지 못하는 건데요...ㅠㅠ

stella.K 2010-07-2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솔직해서 좋습니다.^^

마태우스 2010-07-23 14:23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바르게 살아야 할텐데요...

비공개 2010-07-2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용석씨 발언은 도가 좀 지나치긴 했지만
직장인 여성으로서, 술자리에서 늘상 듣던 '분위기 띄우는' 농담들 이더군요.
물론 그게 괜찮다는 건 아닙니다만..
어쨌든 이 사건을 계기로, 반성하는 (남자)분들이 좀 많았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마태우스님같은 분이 어디 흔할까요? ^^;

마태우스 2010-07-24 10:14   좋아요 0 | URL
김두식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더군요. 저는 나쁜놈이구요, 저같은 사람은 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쟈니 2010-07-23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글, 저도 참 좋습니다. ^^

마태우스 2010-07-24 10:14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루체오페르 2010-07-24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마음, 생각이야 뭐를 어떻게 하든 상관할수 없지만, 공인으로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했다는게 문제니까요.
마태님만 그러겠습니까? 예쁜 사람 좋아하는건 남녀노소 동서고금 인종지역 모두 똑같잖아요.ㅎㅎ
저는 이런 마태님이 좋습니다.^^

마태우스 2010-07-24 10:13   좋아요 0 | URL
오오 루체오페르님, 이렇게 고백해 주시다니요 호홋.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꾸벅

비로그인 2010-07-23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외모가 멋진 남자가 좋드라요.

마태우스 2010-07-24 10:13   좋아요 0 | URL
그래서 님이 엘신님을..?^^

moonnight 2010-07-23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용석씨는 그 술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다 자기 편인 줄 착각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람은 평소 모습을 솔직하게 (-_-;) 드러냈을 뿐인데 옆에 있던 사람들은 평소의 그들이 아니었던 게 문제의 시작이었을까요?
그런 류의 발언은 분명 잘못 되었지만, 위의 jsshin님 댓글처럼 직장생활 하다보면 회식자리에선 늘 나오는 얘기들이니깐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발끈발끈 해대다보면 너무 피곤해져서 그냥 무신경해져버려요. 저 인간 또 시작이군. 그러려니. 하면서 말이죠.
마태우스님같은 남자분들이 제발 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마태우스 2010-07-24 10:12   좋아요 0 | URL
그죠? 다들 자기 편이라고, 아니면 최소한 동의해줄 줄 알았던 것 같습니다. 다들 그러니까 무신경해질 수도 있지만, 발언할 때마다 저렇게 언론에 대서특필된다면 상황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글구..저도 나쁜놈이어요.

Arch 2010-07-24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강용석씨 발언을 새삼스럽게 부풀리는건 좀 우스워요. 암묵적으로 혹은 다들 알게 모르게 그런 잣대를 들이밀면서.

얼마 전에 공부하는 반에서 그런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생각이 들때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한적이 있어요. 답은,

계속 계속 의식적으로 노력하라. 답이 있다고 생각한 것부터가 손쉽게 만족하려는 욕심 때문이란걸 알았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일상적인 언어 습관이 타인에게 피해가 된다면 어떻게 바꿔야할지 돌아볼 수 있었으면 참 좋을텐데.

강준만 선생님! 반가워요^^

마태우스 2010-07-24 10:10   좋아요 0 | URL
아치님 안녕하셨어요. 계속 의식적으로 노력하라는 게 정답이었군요. 하지만... 이 뿌리깊은 외모지상주의를 극복하려면 얼마나 노력을해야할지 까마득해 보입니다ㅠㅠ 하여간 말은 조심해야겠어요

L.SHIN 2010-07-24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내 주변엔 빼어난 미남.미녀들이 없었네요.(딱 한 번만 빼고)
그런 것도 운인가...? ㅡ_ㅡ 어차피 외모야 상관없지만 이상한 기분이 드네요.
30년 넘게 살면서 왜 한 번도 미인을 못 만났을까요. 친구,동료,그냥 아는 사람들 다~
포함해도 말이죠. 제가 외모에 관심없으면 안 보이는 걸까요,그런 사람들이?
하지만 -
만화 주인공들은 다 이쁘고 멋져야 해요. 물론 내용도 좋아야 하지만 말입니다.
돈 주고 사는데 그 정도 즐거움은 있어야...어차피 현실도 아니니까요.

마태우스 2010-07-25 11:47   좋아요 0 | URL
엘신님이 미남이라 그런 게 아닐까요. 님 주위에 왜 미녀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미남이 없었던 건 이해가 갑니다.

2010-07-24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8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unky 2010-08-04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테우스라면 한겨레신문에 기고를 하셨던 그 기생충학과 교수님이세요? 서민교수님? 용모와 이름이 겹치는 그 교수님? 글을 보니까 드디어 결혼을 하신 모양인데 축하드려요.
알라딘에서 활동하고 계시군요. ^^ 어디가셨나했는데 참세상에 인플루엔자에 대한 기고도 하시고 다방면으로 많이 활동하시는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
 
성폭력에 맞서다 - 사례·담론·전망
이미경 외 지음, 한국성폭력상담소 기획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성폭행’을 넣고 검색해 보면 수많은 기사가 뜨지만,

보도되는 건 빙산의 일각일만큼 비일비재한 게 또 성폭행이다.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성폭행은 살인에 필적할 죄인데,

문제는 지금까지 성폭행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이 그리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후에 고소를 해봤자 길고 지리한 싸움을 해야 하며,

성폭행 예방법이라는 게 ‘야한 옷을 입지 말자’ ‘늦게 다니지 말자’처럼

원인을 피해자한테 전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성폭력상담소에서 낸 <성폭력에 맞서다>는

그런 차원을 벗어나 여성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각본 뒤집기’다.

성폭행의 절반 이상이 아는 사람이고, 그 사람들은 대부분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일을 벌이는만큼,

그네들의 각본을 뒤집음으로써 성폭행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뒤에서 ‘움직이지 마!’라고 했는데 자지러지게 웃는다고 생각해봅시다]

물론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렇게 할 수 없다.

“저리로 가!”라는 협박을 받는다는 것만으로 공포로 몸이 얼어붙고,

몸은 무기력해져 움직이기조차 하지 못한다.

이 책은 여자들에게 “이런 상황에 대비해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하라”고 얘기하며,

달아날 시간을 벌만한 필살기를 연마하라고 주문한다.

<나잇 앤 데이>에서 카메론 디아즈가 킬러를 죽일 때 그랬던 것처럼,

잘 배운 필살기는 의외로 효과적일 수 있다.


난 잘 몰랐지만, “강간죄는 법정형이 매우 높은 범죄에 속”하며,

“살인, 강도와 더불어 흉악범죄로 분류되어 있”단다.

그렇기 때문에 판사들이 강간죄를 인정하는 데 있어 주저하기 마련이며,

웬만큼 저항을 하지 않으면 강간죄 구성이 안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강간이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으며,

성폭력 범죄자는 재범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통계 등을 고려해 볼 때

좀 더 과감한 판결과 그에 따른 처벌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성폭력 범죄가 친고죄라는 것 역시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데,

제3자의 고발이나 수사기관의 인지에 의해서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로 바뀌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성폭력의 99% 이상을 담당하는 남성들의 각성,

나를 포함한 남성 분들게 이렇게 말해 본다.

“강제로 하면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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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7-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어떤 변태는, '나야 여자가 덮쳐주면 좋지'하고 대답할 것만 같군요.
마지막 질문에 말입니다. ㅡ.,ㅡ

외람된 말입니다만, 읽다보니 어제 인터넷 서핑 중 누군가의 글이 떠올라서 말입니다.
제목은 '성폭력 여자들을 도와주지 마라'였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싶어서
읽어봤더니, 대학 갈 돈 없어서 힘들게 공무원 고시 공부하는 젊은 남자 두 명이 위험에
처한 여성을 구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좀 때렸나 봅니다. 그런데 여자는 도망갔고 경찰
측은,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없으므로 진술이 맞지 않는다'라면서 도와준 남자들을 폭행
죄로 처리하여 '전과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공무원 될 자격도 잃어버리고요.
그 글에 딸린 다른 글들도 읽어보니, 여자 도와주려다 되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
이더군요. 현수막까지 걸었답니다. 여자분 보고 나와서 증언해달라고요. 물론, 여자
입장에서는 '강간될 뻔한 일을'가지고 앞에 못 나오는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자신들을
도와주려다 졸지에 '폭행 범죄자'가 되는 선량한 남자들의 피해는 생각 안 하는지...

그래서 사람들이 더 여자들을 도와주지 않게 된다고 그들은 말하더군요.
여자들은 그런 상황에서 경찰 올 때 까지 도망가지 말라고 신신당부까지 하더군요.

저 역시, 성폭력범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그런 자들을 벌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도와주는 남자들과, 그 상황을 증언해줄
여성분들의 협조가 있어야만 되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놈을 잡아야만, 다른 여성들의 피해도 줄기 때문이죠.

사회가 점점 각박해집니다. 남의 일에 무관심해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슬픈 시대입니다.

마태우스 2010-07-18 18:16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 성폭력의 위험에 처한 여성들을 도와주는 남자들도 물론 있을테고, 그런 좋은 분이 피해를 입는다는 건 가슴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그 여자분으로선 지금 공포에 휩싸여 있을테고, 그 가해자들과 대면하는 게 무서울 수 있지요. 그 가해자들의 반대편에 서서 증언을 할 때, 위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있구요. 그런 것에 대한 우리 공권력의 배려가 별로 없는 것도 문제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분이 증언해 주면 좋겠지만, 이 경우 그 남자 말은 믿지 않고 폭력전과의 딱지를 붙이는 우리 경찰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님은 기꺼이 도와주는 남자의 중요성을 강조하시지만, 이 책의 주장은 남성의 도움 없이 여성들이 자기 몸을 지키자는 것입니다. 사실 여자를 보호한답시고 주변에 포진한 남자들이 성폭행을 일으키는 주체가 되는 게 현실이지 않습니까? 성폭행이란 게 평소 좀 이상하고 밝히는 애들이 저지르는 게 아니라 다 오빠같고 동생같은 남자들이 저지르는 일인지라 남성들만 믿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하신 그런 좋은 분도 존재하지만, 여성 스스로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한 연습을 하는 게 필요하겠지요. 달리기를 잘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구요.

L.SHIN 2010-07-19 14:43   좋아요 0 | URL
네,맞습니다.
물론,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마태님이 말하고자 하는 뜻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여자분들이 스스로를 지킬 힘을 키웠으면 하고
바랍니다. 공권력의 안일한 일사처리의 문제 또한 생각하고 있었죠.

문제는, 한국 여성들이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타국의 여성들에
비해 자신을 보호해줄 보호기구를 가지고 다니거나 호신술을 배우는 등의
노력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안타깝습니다.

마태우스 2010-07-19 16:16   좋아요 0 | URL
엘신님은 남성이면서도 여성에 대한 배려가 많으신 분입니다. 그점에 대해 늘 존경심을 품고 있습니다. 그게 여성 알라디너 분들한테 인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님이 말씀하신 보호기구 말입니다, 단지 그걸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안된다는 게 이 책의 주장입니다. 도구가 있더라도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쓰는 연습을 부단히 해야 실전에서 쓸수가 있다네요. 역시 도구보단 몸의 한방이 더 필요한 것이, 도구가 없으면 다시 무력해지니깐요

조선인 2010-07-18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신술의 첫번째가 '소리지르기', 두번째가 '물기', 세번째가 '달리기'입니다. 특히 소리지르기는 아주 중요한 첫 단추가 되지요. 시덥잖은 복장단속보다 여자들의 데시벨을 마구 올릴 수 있는 장소가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태우스 2010-07-19 16:1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소리도 질러본 사람이 지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여성부에서 내놓은 캠페인 중 방귀뀌기도 있어서 많은 비판을 받은 모양입니다^^

2010-07-20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2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심상정, 이상 혹은 현실 우리 시대의 인물읽기 4
심상정.임순례 외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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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 뒤 유일하게 안좋아진 건 내가 사는 동네의 국회의원이 전여옥이라는 점이다.

신혼집으로 이사온 지 석달 후에 선거가 치러지는 바람에 어찌할 방도가 없었는데,

그런 인간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은 뭔가 싶어서

선거 후 한달 동안 동네 사람들을 적대감을 가지고 바라보기도 했다.

지난 지방선거 전날, 집에 오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재수없는 목소리로 한나라당 지지를 호소하는 그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전씨가 유세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눈과 귀를 동시에 버렸다 싶었다.


전씨를 뽑은 것만큼 이해가 안가는 건

도대체 심상정이 왜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는가 하는 점이다.

경기도 덕양에서 출마한 심상정은 손범규라는 사람에게 3천표 차이로 졌는데,

그 손 머시기가 뭐하는 사람인줄은 모르겠지만

의원이 될 자질 면에서 어느 하나라도 심상정의 발끝에 미칠까 모르겠다.

당시 나도 딱이 2번이 좋아서 찍은 건 아니었고,

나처럼 “찍을 놈이 없다”고 한숨을 쉴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텐데,

심상정만한 후보가 자기 지역구에 나왔다면 얼씨구나 좋다,고 감격하지는 못할망정

낙선을 시키다니.

누가 더 나쁜 걸까? 전여옥을 뽑은 이들과 심상정을 안뽑은 이들 중에.


<심상정, 이상 혹은 현실>은 심상정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나 역시도 심상정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까 “아, 다음 대통령은 심상정을 찍어야겠구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인상적인 대목은 심상정의 보좌관들이 죽어라고 일만 한 건

“그들이 심상정을 위해서가 아닌, 심상정이 대변하는 가치를 공유했기 때문”이란 이광호의 글과

“누구보다 똑똑하고 좋은 학교를 나왔는데 왜 저렇게 어려운 일을 하며 힘겹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는 심상정 친언니의 말,

그리고 심상정이 서울대를 나와 출세하는 길을 걷지 않은 것은

“그것은 본질적으로 부모를 위한 삶일 뿐이지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심리학자 김태형의 말 등등인데,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멋진 말은 “정치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심상정 자신의 말이다.

그래서 심상정은 정치판에 뛰어들었고, 지금 더 큰 꿈을 위해 뛰고 있다.

늘 자유주의 세력에만 표를 던진 나지만,

이런 구절들을 읽고 어떻게 심상정을 지지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진보신당의 역량으로 보아 당장 당선이 어렵다면,

이번 지자체 선거처럼 민주당과 단일후보를 내는 방법은 어떨까 싶다.

그게 안된다면 심상정 언니의 말처럼

“우리나라도 인물을 보고 뽑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고,

“이 사람이 진짜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면 당이 달라도 밀어줬으면 좋겠”다.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이 노무현의 당선에 기여한 것처럼,

책 한권이 정치판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책을 여러 사람에게 권하는 것, 그거야말로 우리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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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7-10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기좋은 우리나라로 만드는데 저도 일조 하겠습니다.
"그들이 심상정을 위해서가 아닌, 심상정이 대변하는 가치를 공유했기 때문”이라는 표현 참 멋져요.

마태우스 2010-07-11 01:18   좋아요 0 | URL
그, 그러시군요. 전 이상하게 세실님이 멋져요. 일주일 전쯤에 세실님이 꿈에 나온 거 있죠!!!

세실 2010-07-11 17:15   좋아요 0 | URL
이상한거 아니구요. 지극히 당연한거예요. 호호호~~~
어머 어머 어떤 꿈일까?
마태님 호호혹시 저랑????? ㅋㅋ

마태우스 2010-07-13 07:22   좋아요 0 | URL
지금은 오래되서 기억이 안나는데요
그,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전 님을 여신쯤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라 꿈에서도 감히....^^

Arch 2010-07-1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상정씨가 직접 쓴 '당당한 아름다움'이란 책도 있어요. (아시겠지만^^)

이런 방식 좋아요. 한 사람에 대해 여러명의 시각을 보여주는 글.
마태우스님은 참 좋은 책을 소개해주시는군요!(어디서 아부야, 퍽)

마태우스 2010-07-11 01:17   좋아요 0 | URL
앗 아치님이다! 전 정치인이 쓴 책은 좀 홍보성이어서 안읽으려 하는데요,
아무튼 이 시리즈는 괜찮은 책입니다. ^^

순오기 2010-07-10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일조~독서회 토론도서로 정할게요.
좋은 대학 나와서 제 주머니 불리기에 정신없는 인간들이 너무 많은데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게 우리에겐 '희망'이지요.

마태우스 2010-07-11 01:16   좋아요 0 | URL
글게 말입니다 울 사회에 아주 희망이 없는 게 아니더라구요

무스탕 2010-07-1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心) 항상(常) 바른(正) 사람이라서 언젠가는 그니의 뜻이 모두에게 읽혀지고 받아들여 질거에요

마태우스 2010-07-11 01:16   좋아요 0 | URL
제 이름은 서민인데...왜 재벌행세를 하는 걸까요^^

blanca 2010-07-1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심상정씨한테 호감이 있었지만 점점 더 그녀에 대해 감탄하게 됩니다. 전은--;; 꾸준히 가는 게 참 신기합니다. 그게 가능한 이 세상도 참 어처구니가 없구요.

마태우스 2010-07-11 01:1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 뒤늦게 알았는데 대단한 분이더군요

2010-07-10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1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2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