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차에서 내려 버스를 타러 가는데

앞에 가는 젊은 애가 피우던 담배를 도로에다 확 던진다.

혀를 끌끌 찼다.

저런 애가 커서 뭐가 될까, 저러니 길거리 담배를 뭐라고 그러지, 저런 애들도 자기는 매너있게 담배피운다고 하겠지 등등의 욕을 하면서.

버스에 올라타고 보니 그자가 노약자석에 앉아 있다.

다시 혀를 끌끌 찼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더니, 노약자석에 지가 왜 앉아?

근데. 반전이 생겼다.

그 애가 날 보더니 자리를 양보해준다.

미, 미친 거 아냐? 난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닌데.

그런 표정을 지었더니만 그가 내 팔을 가리킨다.

“팔도 아프신데...”

안그래도 오늘 철심을 빼는 수술을 해서 큼지막한 보조기가 내 팔에 붙어 있었다.

그게 안쓰러워 자리를 양보해 준 것.

앉지는 않았지만 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내가 앉지 않자 그는 뒤이어 탄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했는데

나보다 어릴 것 같은 그 여성은 때아닌 자리양보에 당황해 버렸다.

“앉아도 돼요?”란 그녀의 말에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건 아니다.


2. 무심코 집어든 무료신문에 오늘 실시된 수능문제가 나와있다.

버스 안에 그냥 서있기가 무료해 수능의 언어영역을 풀기 시작했다.

이호철의 <나상> 일부가 지문으로 나와있고

그 아래 객관식 문제가 4개다.

신중하게 답을 체크한 뒤 정답을 맞춰봤다.

이럴 수가. 4문제를 다 틀렸다.

최근 10여년간 그래도 1년에 50-100권 정도의 책을 읽어 왔는데

이게 뭔가?

책을 읽으면 언어영역을 더 잘 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이상한 건가?

기분이 상해 수능 문제가 나온 무료신문을 구겨서 버려버렸다.


3. 유전학 강의를 하던 중 내가 학생들한테 한 얘기.

“전 말을 참 못해요. 어려서부터 그랬는데 커서도 그래요.

근데 다른 교수들은 정말 말을 잘하더군요.

회의 때마다 감탄해요.

어쩜 저렇게 별 의미도 없는 말을 저리도 오래 하는 걸까.

20초면 할 말을 5분, 10분씩 하는 분들을 보면 부러워 죽겠어요.“

비꼬는 게 아니라 진짜로 부럽다.

글은 그래도 좀 자신이 있는데, 말할 기회가 생기면 그저 무섭다.

강의로 먹고사는 사람이 이러고 앉았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날이 갈수록 애드립 실력이 나아진다는 사실.

오늘도 하는 말마다 빵빵 터지는데,

그러다보니 이 학교에 처음 부임했을 때가 생각났다.

웃기려는 생각에 웃긴 말들을 미리 적어놓고 수업 중간중간에 애들한테 해줬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것들은 별 효과를 얻지 못했고,

학생들은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격려의 박수를 쳐주기까지 했다.

대신 내가 즉흥적으로 한 말들은 오히려 더 많은 웃음을 몰고왔으니,

역시 상황에 맞는 유머가 가장 웃기는 유머다.

말로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글로 하는 유머인데

그건 글에는 애드립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는 말과 글 모두에서 웃기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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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8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9 0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11-18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글로써 빵빵 벌써 저 몇 번이나 터졌어요. 저도 말을 제대로 하려고 하면 항상 엉키고 고유명사가 떠오르지 않아서 빈티 그득 난답니다. 저기 그게 뭐더라, 그러니까 그 뭐시기 하면서 헤매다 끝나곤 한답니다.^^;; 마태우스님 학생들한테 재미있는 강의로 유명할 것 같은데요...

마태우스 2010-11-19 06:41   좋아요 0 | URL
제가 날이 갈수록 느끼는 게요
내용이 좋으면서 웃겨야 애들이 좋아하더군요
작년 말에야 그걸 깨달았답니다.
그전까진 웃기는 데 주력했다는....
"저기 뭐더라" 이런 말, 저도 해요. 근데 그러니까 나이가 많아 보이더라구요. ^^

세실 2010-11-18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말씀 하시는거 참 재미있어요~~~
학생들이 빵빵 터지는건 당연해요.
"어머 세실님~~~" 하는 말투, 아 그립다^*^

마태우스 2010-11-19 06:42   좋아요 0 | URL
저도 "어머 세실님!"이라고 말하던 때가 그리워요!

Mephistopheles 2010-11-1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한걸요. 글로 빵빵 터져서 몇 번 웃어본 저로써는....

마태우스 2010-11-19 06:43   좋아요 0 | URL
잉 제 글이 빵빵 터진 적이 있나요?
너무 관대하신 메피님께 감사...

Mephistopheles 2010-11-19 10:42   좋아요 0 | URL
아이고..제가 무슨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르 왕도 아닌데..관대하다고 하시다니...ㅋㅋ

울보 2010-11-19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오랜만이네요,
아직도 팔에,,
많이 좋아지셨지요,
음 전 마태우스님 글 말솜씨는 들어보지 못했으니 모르겠고,,글을 좋아요,
재미도 있고 ,,
즐거워지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해요,
마태우스님 내년에는 그 재미있는 글 많이 많이 써주실거지요,,,

마태우스 2010-11-19 06:43   좋아요 0 | URL
그리 생각해주심 감사.
틈날 때마다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올해 하반기는 팔부상 땜시 망했죠 머.

조선인 2010-11-20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팔이 다 나으려면 더 있어야 하나 봐요. 겨울 되면 더 아프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마태우스 2010-11-19 20:37   좋아요 0 | URL
걱정해주셔서 감사. 하지만 핀도 뺏으니 2주만 더 보조기 차면 된답니다. 엄지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는 게 걱정돼요

다락방 2010-11-1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 수요일자 경향신문, 마태우스님의 칼럼을 생각나게 하는 페이퍼네요. 그 칼럼 역시 감탄하며 읽었는데요!

유머는 시기 적절 해야죠.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고. 정말 멋진 칼럼이었어요! :)

마태우스 2010-11-19 20:37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사실 다락방님이 여기 쓰시는 글이 더 예술인데....

BRINY 2010-11-19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요즘 수능언어영역 진짜로 어려워요.
팔 부상 오래 가네요. 조심하세요. 날씨가 추워지먄 15년전에 철심받았던 발목이 시큰거립답니다. 에고고...

마태우스 2010-11-19 20:37   좋아요 0 | URL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님도 철심 박았었군요! 에고고....

깐따삐야 2010-11-19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자리를 먼저 양보하고 나중에 꽁초 던지는 것을 보셨으면 다른 글이 나왔을까요? ^^
2. 저도 외국어영역 좀 풀어봐야겠습니다!
3. 암기식 유머로 용쓰는 동료가 있었는데 그래도 뚱하니 앉아서 재미없니, 재미있네, 하는 사람보단 훨 좋았다는. 젊은 아해들 웃기기는 진짜 어려워요. 노력하는 마태님을 본받아야겠어요.

마태우스 2010-11-19 20:39   좋아요 0 | URL
1번에 대해선, 정말 좋은 지적입니다. 아마 그랬다면 다른 글이 나왔겠지요^^ 2. 브리니님이 그러는데 요즘 수능 어렵대요. 3. 뭐든지 노력하는 자세가 좋죠. 제가 원래 주장하는 건 이거였어요. 모든 사람이 다 웃길 필요는 없다, 웃어주는 것만 해도 이 사회를 즐겁게 만든다.

진현근 2010-11-1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 가르치지만 실속 없이 웃기는 사람보다는 뭔가 의미를 남기며 웃기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선생님이 쓴 글을 읽어보면 무지 웃긴데 그 웃긴게 몇 개월 지나도 기억이 나요. 어찌나 정곡을 찌르며 웃기시는지. 제 아내에게 선생님이 쓴 글 이야기 해주면 빵빵 터집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좋아합니다.

마태우스 2010-11-19 20:50   좋아요 0 | URL
앗 전 사실 실업는 유머 잘하는데^^ 제 글 좋아하신다니 황송한걸요. 암튼 제가 님의 가족에게 웃음을 준다니, 사는 보람이 샘솟습니다^^

무스탕 2010-11-19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워지기 전에 맨 손 드러내는거 마무리 지으셔야 하는데 말입니다..
꽤 오랜시간 고생하셨어요. 어여 이쁘게 마무리 되시길.. :)

글구, 마태님의 글은 늘 즐거워요♡

비로그인 2010-11-20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결하게 할 말을 하시는 재주. 부럽습니다.
저도 수능문제 풀어봐야 겠습니다. 마태님을 원망하지는 않을게요.하핫

sooninara 2010-11-23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태님 글 읽으면서 항상 웃는답니다.
말도 청산유수는 아니지만 잘하시면서 겸손은...^^
수술은 잘 되신거죠? 빨리 철심 빼시고 테니스 치시게 회복되시길...

2010-12-02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백작 2010-12-3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을 읽다보니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됩니다
마태우스님 글에는 마력이 있는 것 같아요 ㅎㅎ
근데..학생이 버스자리를 양보한 것이...





굳이 팔때문만은 아닐 수도..

..아..아니에요;;...

 

 

 

 

 

 

 

 


나이가 들어서 안좋은 점은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다.

우리나라 소설이야 좀 낫지만,

일본 건 좀 힘들다.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클럽>을 읽고 있는데,

그 책은 단편이라 여러 명의 인물이 집중적으로 나온다.

예를 들어 첫 단편에선 다카아키, 료코, 도모히로 등등 여러 명이 나오는데,

도대체 누가 누군지 모르겠어서 읽다가 계속 앞으로 돌아가

“아, 이 친구는 사위였군!” “얘는 며느리로군!” 이러고 있었다.

그래도 유일하게 기억하는 건 주인공인 나리타로, 죽은 사장의 비서다.

그.런.데.

16페이지를 보니 이런 대목이 나온다.

[“잘 알겠습니다.” 나리카는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리카는 도대체 누구야?

앞부분을 찾아봤더니 나리카는 나오지 않는다.

그럼 오타일까, 생각하고 계속 읽었더니 18쪽에 이렇게 돼있다.

[나리타는 정면을 바라본 채 말했다...(여기까진 괜찮다)

“목소리가 너무 커요.”

나리카는 에리코를 나무랐다.]

나리타와 에리코가 얘기하는데 나리카는 어디 있다가 끼어든 걸까?

계속 읽다보니 나리카는 그저 나리타의 오타인 걸로 결론을 지었지만,

두 번의 나리카로 인해 난 오랜 시간 머리칼을 쥐어뜯어야 했다.


베개를 ‘배개’로 쓴다든지 하는 오타도 읽다보면 신경이 거슬리긴 한다.

하지만 오타 중에서 제일 나쁜 오타는 사람 이름을 잘못쓰는 오타가 아닐까.

끝으로 한마디.

포와르처럼 갑자기 듣도보도 못한 증거를 들이미는 것보단

등장인물의 대화만으로 누가 범인인지 독자도 깨닫게 해주는 히가시노가

좀 더 친절한 추리작가라고 생각한다.

게이고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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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1-15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책 읽었어요, 마태우스님.
그런데 저는 이 책이 그간 히가시노의 책들에 비하면 영 마음에 들질 않더라구요. 이건 무슨 탐정 클럽이 아니라 심부름센터 같았어요. 불륜사진만 찍어대는 ㅠㅠ

마태우스 2010-11-19 06:46   좋아요 0 | URL
그런 면이 좀 있죠?
단편이 아무래도 장편을 따라가기 어렵지 않나, 그런 생각을 좀 했습니다.

카스피 2010-11-1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흥미롭던데요.그나 저나 날림으로 읽어선지 오타를 발견하지 못했네요ㅡ.ㅡ

마태우스 2010-11-19 06:46   좋아요 0 | URL
안녕하셨어요? 아무래도 제가 너무 이름에 민감한 모양이어요. ^^

민세민석아빠 2010-11-1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일본 책은 사람이름 외우는게 너무 힘들더라구요... 책을 원래 잘 읽지 않지만, 대망이라는 책이 좋다길래 읽으려 시도했었는데, 사람 이름이 너무 많아서 접었습니다... 이름이 어찌나 어렵던지...

마태우스 2010-11-19 06:4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민석아빠님. 대망이라니, 그 유명한 책 말씀하시는 거죠? 저희집에도 있었는데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

L.SHIN 2010-11-1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래요, 일반적인 오타는 그냥 그래도...사람 이름을 오타내면 헷갈리죠.
등장인물의 대화만으로 누가 범인인지 깨닫게 해준다라...
전에 제가 읽은 책에서는 범인이 지 입으로 지 범행을 다 까발리는 통에 어이가 없었던
경험이 떠오르는군요. 그건 좀 아니지 싶은게..;;

마태우스 2010-11-19 06:47   좋아요 0 | URL
어맛 엘신님이닷!
언젠가 엘신님이 범인인 소설을 한편 써야겠다 생각해 봅니다^^

2010-11-16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9 0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란도란 2010-11-1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마태우스님!^^ 알찬 서재 잘 구경하고갑니다
저는 이음출판사에서 나왔어요~
저희가 이번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연일 차지하여 화제가 되고있는 도서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한국판 출판 기념으로 서평단을 모집하고있거든요^^
책을 사랑하시는 마태우스님께서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덧글남기고가요
저희 블로그에 방문해주세요~! :)

진/우맘 2010-11-21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히가시노 게이고의 '내가 그를 죽였다'를 덮고 대체 범인이 누군거야...!라고 짜증을 내며 꾸물럭 컴을 켰습니다. 일본어를 배운 적이 없어서 제일 좋아한다는 작가 이름도 무라카미 하루킨지 무라마키 하루킨지 제대로 대는 데 한 십 년 걸렸는데, 일본어는 배워도 헷갈리는 게 정상인지, 지적하시는 거 같은 주인공 이름 오타가 제법 많죠. 엊그제 읽은 온다 리쿠 신작 장미 어쩌고에서도 저런 류의 오타 때문에 재미 없는 책이 더 짜증났습니다.
서재 머리에 걸린 글 하며...여러 일이 있으신 모양이네요. 알라딘에 자리 펴고 있질 않았으니 <제 곁에는 여러분이..>에 당당히 가슴 피고 끼어들지는 못하겠지만, ㅎㅎ. 진지하게 고민해보면, 그래도 일년이면 세 번 보다는 확실히 많고 열 번 보다는 확실히 적을 정도로 마태님을 떠올리고 삽니다. 저건...종종도 아니고, 간간히도 아니고...대체 뭐라 말해야 할지. ㅎㅎㅎ...그래도, 웹에서 엮여서 얼굴 몇 번 안 본 사이치고는, 안 보고 글 안 섞은채 지낸 세월치고는, 굉장히 자주 떠올리는 거 아닙니까? 그쵸? 뭐...다 마태님의 치명적인 매력때문이겠습니다만.^___^
무엇때문이건, 몸도 마음도 아프지 마시고, 잘 지내세요. 아무렴....몸에 박을 게 없어서 철심을 밖고 다니신단 말입니까....쯧. 언젠가는 꼭 다시 뵐 날이 있겠죠.^^
(그나저나....옛적에 제가 만들어드린 서재 지붕이 얹혀 있는 건 참 기분 좋은데...서재 제목이 겹쳐 있는 거 하며...혹...시....지붕 내리고 싶은데 내리는 법을 몰라서 라든가...그런건 아니겠죠?^^;;)

가을백작 2010-12-30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난 여름 우연찮게 읽었던 일본 납량소설 "살육에 이르는 병"..뚜둥
근데 제목 자체부터 섬뜩한것이 크게 끌리지는 않았지만..
서점 여직원의 추천도 있고 그래서 한번 읽어보기로 했었죠..
(뭐 19금 소설이라고 적혀있어서 읽은건 아니구요)
일본식 이름이 어려워서일까요?
책 표지띠지에 너무나 친절하게도 소설 대미인 반전이 적혀져 있더라구요 (응?)
마치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브루스윌리스는 귀신이다처럼...
하여튼 마지막 반전만 처음부터 모르고 읽었다면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었을 듯 한데..
너무 아쉽더라구요

근데 "납량"이거 발음 너무 어렵더군요
납량" "남양" "납냥" "남량" "난냥" "남냥" "나뱡" "나방?"
후후 너무 잘하자는 의지가 강했던 탓이였을까요?
힘주어 말하다가 몇차례 침을 튀겨 서점여직원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알라딘~ 알라딘~ 하는거구나 싶더라구요~ ^^
 


살림을 하다보면 깨닫게 되는 게 있다.

기껏해야 설거지가 내가 집에서 하는 일의 전부지만,

그거라도 하다보니 되도록 그릇을 적게 쓰는 생활습관이 몸에 뱄다.

엄마랑 살던 시절엔 물마실 때마다 새 컵을 꺼내 썼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고,

음식이 좀 뜨겁다고 새 그릇에 덜어먹던 버릇도 없어졌다.


1. 도마

얼마 전 병원 앞에서 바자회가 열렸다.

바자회라고 더 싼 건 아니었지만 지나가면서 쓸만한 게 있나 눈여겨봤는데,

대나무로 만들었다는 도마가 전시되어 있다.

대략 3분간 그 도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집에서 쓰는 도마는 김치국물이 배겨 씻는 데 어려움이 있고,

물에 취약한지 여기저기 틈이 생기는데

대마무 도마는 그 두가지를 해결해 준단다.

2만5천원이란 가격이 생각보다 높아 그냥 지나갔지만,

점심 때 다시 보니까 아무래도 사야겠다 싶다.

결국 그날 난 도마를 사가지고 집에 갔고,

아내에게 칭찬을 받았다.

모자나 테니스라켓이 아닌, 도마를 보고 몇분간을 서있는 것도

5년 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 




2. 도시락

얼마 전 무슨 모임에 갔다가 거기서 주는 도시락을 먹었다.

와, 이렇게 맛있는 도시락이 있다니.

순간 아내 생각이 났고, 내 눈은 이미 도시락이 쌓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좀 늦게 온 편이라 더 먹을 사람은 없어 보였고,

모임이 끝나고 나니 과연 주최측에서 남은 도시락을 싸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 한 개를 얻었고,

비닐에 싸서 가방에 넣어 집에 가져갔다.

기습적인 비가 오던 그날, 소나기를 피하면서도 그 가방엔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다음날 아침 아내는 그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맛있다며 도시락을 먹은 아내는 날더러 ‘살림꾼’이라며 칭찬했다.


3. 학원

아내는 후각이 발달한 편이라

결혼 전에 내 발냄새 때문에 결혼을 안하려고 생각한 적이 있단다.

그때만 해도 난 신발을 하나만 죽어라 신던 때였는데,

“신발 여러개 신으면 발냄새가 없어진다”는 친구의 충고를 듣고 나랑 결혼을 해줬다.

덕분에 난 발냄새가 없어져, 신발을 벗는 식당에도 자신있게 들어간다.

아무튼 냄새를 잘맡는 아내는 요리를 하는 동안 맡은 냄새에 질려

자기가 요리한 걸 잘 먹지 못한다.

그래서 난 가끔씩이라도 내가 요리를 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됐지만,

지난번의 김치찌개 사건에서 보듯이 요리솜씨가 엉망이라

그 이후로는 시도조차 안하고 있다.

손을 다쳐 입원해 있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퇴원하면 요리 학원에 다니겠다”는 거였다.

내일 모레, 그러니까 다음주 화요일에 드디어 손에 박힌 철심을 제거하고,

깁스도 풀어 드디어 오른손이 자유롭게 된다.

그래서 오늘, 인터넷으로 요리학원을 뒤졌고,

주말에 4시간씩 8주간 ‘가정요리’를 가르쳐 주는 학원에 등록했다.

기초가 워낙 부실해 거기를 다닌다 해도 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부실한만큼 더 열심히 준비해 볼 생각이다.

이러다 ‘요리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책을 내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혼자 웃고 있는 중.
 


 

 

 

 

 

 


여기다 좋은 얘기만 써서 그렇지

난 사실 그리 좋은 남편은 아니다.

일단 마음이 좁아 삐지길 잘 하고,

청소 같은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결혼생활은 길고 기니,

지금처럼 하나씩 하나씩 노력한다면 괜찮은 남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요리의 성공 여부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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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11-14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칭찬 받을 일 투성이인걸요,형님.^^
참 잘 했어요.(토닥토닥)

마태우스 2010-11-14 01:59   좋아요 0 | URL
요즘 칭찬에 목말라 있었는데
엘신님의 칭찬에 갈증을 모두 채웠습니다.
글구...오늘 술자리 큰 게 있었는데
거의 안마시고 왔답니다.
이왕 하시는 거 이것도 마저 칭찬해주시길!

L.SHIN 2010-11-15 21:09   좋아요 0 | URL
나는... 출장 내내 하루에 맥주 한,두 병 가볍게(?) 마셨던지라..;
칭찬을 안할 수가 없군요.
분명 그런 술자리에서는 왕창 마시고 건강에 해를 끼쳤을지도 모르니까.
참 잘 했어요,이번도.(쓰윽쓰윽)^^

순오기 2010-11-14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진화할 줄 아는 남편이 최고에요.
그래야 늙어서 '남의 편'이 아닌 '내편'남편이 될 수 있거든요.
마태님, 참 잘했어요! 도장 꽝~~~~~~~^^

마태우스 2010-11-14 01:5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안녕하셨어요?
3년에 그치지 않고 남은 기간 동안 더 열심히 해서
진짜 좋은 남편이 되보려고 합니다 불끈!

hnine 2010-11-14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이 원래 후각이 발달해있다네요. 남자의 사랑은 시각적으로 시작되고 여자의 사랑은 후각으로 시작된다 라는 말을 들었어요.
요리학원이라, 나도나도~~ 하며 따라 붙고 싶네요.
그나 저나 드디어 다음 주에 손의 기브스에서 해방되신다니, 무엇보다도 축하드릴 일입니다.

마태우스 2010-11-19 06:50   좋아요 0 | URL
그, 그런데 기브스에선 해방됐는데 핀 빼고나서 보조기를 착용했습니다ㅠㅠ
석달이라고 하기에 안믿었는데 석달을 넘어가 버렸네요
순간의 잘못이 이렇게 큰 지장을 초래하다니, 흑

마노아 2010-11-1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 멋진 마태우스님은 이미 품절남!!

마태우스 2010-11-19 06:51   좋아요 0 | URL
아유 부끄...
제가 외모가 떨어지는지라 이것저것 해보려고 하는 겁니다. 만회 차원에서.

stella.K 2010-11-14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아~! 정말 마태님 살림꾼 다 되셨군요.
그래서 남자는 결혼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뭐 꼭 살림 때문에 해야한다는 건 아니고,
멋있어지잖아요. 가족은 그래서 좋은 것 같습니다.
뭘 먹어도 나 하나만을 생각하지 않는 것.
암튼 마태님은 나날이 멋있어지시는 것 같습니다.
철심 푸신 거 축하해요!^^

마태우스 2010-11-19 06:5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가족이 생기니깐 삶이 좀 떳떳해진 것 같더라고요
모임에 나갈 때도 그렇구,
하여간 철심 풀 때 무지 아팠습니다.
앞으론 몸을 사리며 살려고 합니다.

blanca 2010-11-14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어떻게 이런 이쁜 생각을...저의 옆지기도 교육좀 ㅋㅋㅋ 부탁드려요...정말 음식하다 냄새 다 맡고 맛 다 봐버리고 나면 내가 한 음식은 아무 맛을 느낄 수 없답니다.(음식을 못해서일까요?--;;)

마태우스 2010-11-19 06:52   좋아요 0 | URL
오오 님도 냄새 맡으면 먹기가 싫어지는군요
아내가 그 얘기를 오래 전부터 했지만 외면해 오다가
팔다친 걸 계기로 마음 잡았습니다.

세실 2010-11-1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살림꾼 마태우스님^*^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알콩달콩 예쁘게 사시는 모습 보니 제 기분도 좋은걸요.

마태우스 2010-11-19 06:52   좋아요 0 | URL
호호 뒤늦게 철들었죠!
제가 예쁘게 살아봤자 세실님만 하겠습니까?

조선인 2010-11-15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하신 남편입니다. 짝짝짝

마태우스 2010-11-19 06:53   좋아요 0 | URL
아직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꼭..!

다락방 2010-11-15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나무 도마앞에 3분간 서있는 마태님이라니! 아, 정말 훈훈한 모습이에요. 게다가 요리학원까지 ㅠㅠ
아, 마태우스님은 정녕 하늘이 내린 남편이란 말입니까! 흑흑. 멋져요, 멋져.
만약 제게 혹시 남편이란게 생기게 된다면 이 페이퍼를 읽히겠어요. 불끈!

마태우스 2010-11-19 07:0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제가 만난 분 중 가장 멋진 여자분이신데요 뭘.
안그래도 다락방 특집 페이퍼를 준비 중입니다. !

카스피 2010-11-1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테님,요리 잘하는 부인>착한 부인>이쁜 부인순이라고 하던데 축하 드립니다용.그리고 정말 요리에 심취하셔서 책 한권 쓰시지 않을지 모르시겠네요^^

마태우스 2010-11-19 07:01   좋아요 0 | URL
헤헤 워낙 기초가 없어서 8주 배운다고 뭐가 달라질지 걱정이어요 1월 8일 개강이 제일 빠른 거라니, 2월 말에는 멋진 요리를 할 수 잇겠죠?

마태우스 2010-11-19 07:01   좋아요 0 | URL
헤헤 워낙 기초가 없어서 8주 배운다고 뭐가 달라질지 걱정이어요 1월 8일 개강이 제일 빠른 거라니, 2월 말에는 멋진 요리를 할 수 잇겠죠?

비로그인 2010-11-15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손으로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지 않은 사람은, 제 그림자를 모르는 사람일 거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결론은--마태님 멋져요.

마태우스 2010-11-19 07:01   좋아요 0 | URL
제 그림자를 모르는 사람이라, 멋진 표현이어요! 감사합니다 주드님

BRINY 2010-11-15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마태님.
누구누구 생각나서 완전 부럽습니다.

마태우스 2010-11-19 07:05   좋아요 0 | URL
저도 다치기 전까지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요 뭐
부군께서도 무슨 계기가 있겠죠!

깐따삐야 2010-11-15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람은 아픈만큼 성숙해지나 봐요.^^ 마태님 나중에 맛깔스런 요리 포토 페이퍼도 올려주세요!

마태우스 2010-11-19 07:06   좋아요 0 | URL
글게요 아픈만큼 성숙..! 요리 페이퍼 2월 말부터 올릴게요

레와 2010-11-1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역시 역시!!
마태우스님은 멋찐 사람이었어요!

마태우스 2010-11-19 07:06   좋아요 0 | URL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꾸벅!

summit 2010-11-16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분이시네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데... 요리학원에서의 좌충우돌 일상을 기대합니다.^^

마태우스 2010-11-19 07:08   좋아요 0 | URL
호호 요리학원의 좌충우돌... 남들에게 민폐 안끼치도록 기초를 닦아서 가야겠습니다

마태우스 2010-11-19 07:08   좋아요 0 | URL
호호 요리학원의 좌충우돌... 남들에게 민폐 안끼치도록 기초를 닦아서 가야겠습니다

가을백작 2010-12-3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훌륭하신 남편이십니다~
정말 부러워요~
딴지일보때 부터 늘 팬이였는데..
그땐 주구장창 냅다 술만 드시는 분인줄 알았어요 ^^
가정스러운 마태우스님의 모습에 정말 멋진 분이시구나라고 감탄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꽃미남이야 말로...
마태우스님 같은 분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하루입니다
저도 마태우스님을 롤모델로 삼아




이제부터 술을 늘려볼까 합니..

..아..아니에요;;...
 


만나는 이마다 “손은 어쩌다...”라고 묻곤 한다.

그때마다 난 배시시 웃으며 “연구를 너무 열심히 하다가..”라고 답한다.

하도 여러번 말했더니 술마시다 그랬다고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좀 식상하기도 하고,

또 내가 그런 놈이라는 걸 잘 모르는 이들한테 광고하는 것도 그리 좋을 것 같지 않아서다.

그러면 사람들은 “어떤 연구를 하다가?”라며 더더욱 궁금해하고,

난 “시약병을 돌려따다 손목이 부러졌다”는, 더더욱 말도 안되는 농담을 해버린다.

이 얘기를 하는 건 두달이 넘는 공백이 손목이 아픈 데 기인한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알라딘에 충실하지 못했던 지난날을 어물쩡 넘어가려는 데 있다. 

 

습관이란 참 신기한 것이어서

알라딘에 글을 오래 안쓰다보면 복귀하기가 참 쑥스럽다.

한때는 매일같이 들어가 글을 남기고 댓글을 달던 공간인데,

두달 쯤 안가다보니 마치 남의 집에 가는 느낌이 든다 (‘나의 서재’라고 되어 있음에도!)


8월 15일에 손을 다쳤으니 벌써 석달이 지났다.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물론 오른손을 못쓰는 불편함이었지만,

왼손의 놀라운 적응력으로 인해 보름 정도만에 다 극복을 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가장 힘든 건 술을 못마시는 게 됐다.

난 아내 앞에서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각서를 써야 했고,

모임에 가서는 사이다랑 물만 마셨다.

심지어 안주가 생선회임에도!

생선회를 물과 함께 마시는 기분은

글을 오십편 가량 썼는데 댓글이 하나도 없는 그런 기분보다 훨씬 더 이상한,

그러니까 남의 페이퍼에 댓글을 달았는데 무시당하는 일을 열댓번쯤 반복하는 그런 기분?

그 생활이 벌써 석달, 술에 대한 갈증은 늘 최고조에 달해 있다. 




지난 토요일, 청주에서 강의가 있어 청주에 들렀다가

입원을 한 우리 둘째를 데리러 춘천에 갔다가 집에 가는,

600여킬로가 넘는 길을 장장 7시간 반을 운전한 적이 있다.

집에 가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먹은 것도 없이 운전만 하니 피곤하다. 오늘 술 한잔 할 수 있게 해달라.”

아내는, 이것이 또 수작이냐,는 표정으로 날 째려봤고,

난 할수없이 타협을 했다.

“그럼 가볍게 와인이나 한잔 하자.”

내 노고를 아는지라 아내는 그것마저 말릴 수는 없었다.

중국집에다 팔보채를 주문했고, 아내는 자기가 좋아하는 와인을,

와인을 안좋아하는 난 달짝지근한 빌라엠을 꺼냈다.

한잔 마셔보니 맛이 이상했다.

달짝지근하기는커녕 목을 타고 내려가며 점막을 태우는 게 신선의 술이다.

두잔째 마셨을 때 난 상황을 파악했다.전에 장모님이 주신 양주를 마시려다 오래된 콜크 뚜껑이 빠져버려

술을 한번 거르고 빈 빌라엠 병에다 넣어둔 거였다.

그러니까 그 술은 빌라엠이 아닌, 시바스리걸이었는데,

이게 웬 대박인가?

석달의 갈증을 풀려고 두잔째를 원샷한 뒤 세잔째를 마시려는데

갑자기 아내가 내 술병을 빼앗았다.

“나도 한번 마셔보자.”


반잔을 들이킨 아내는 킁킁거리며 술의 냄새를 맡았다.

“이거 맛이 왜이래? 이거, 양주 아냐?”

석달을 기다려온 갈증해소 프로젝트는 그렇게 끝이 났고,

간신히 목만 축인 터라 술에 대한 갈증은 원래보다 훨씬 더 고조된 상태다.

지금 기분이라면 소주 댓병도 혼자서 다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의 결론.

술로 사고를 치고도 계속 술에 탐닉하는 날 보면

남자들은 대개가 야생마고, 따라서 엄격한 조련사가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내는, 탁월하고 가혹한 조련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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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양 2010-11-11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글을 목 빠지게 기다리던 1인이여요. 제일 처음 댓글을 다는 영광이 ^^
마태우스님을 좋아하는 저를 위해서라도 술은 자제하세욧!!

마태우스 2010-11-11 01:58   좋아요 0 | URL
오옷 모과양님이닷
1등댓글에 정말 감사드리구요
술은 충분히 자제하고 있구요
앞으로도 쭉 그럴게요

순오기 2010-11-11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마태님 술도 못 드시고 투병하느라 고생하셨는데
쇠주라도 한 잔~ 조련사께서 은혜를 베풀어야 하는 거 아닐런지요?
탁월한 조련사는 조이고 느슨하게 풀어주고~ 요런 걸 잘해야 하는데...ㅋㅋ
벌써 3개월이 되었다니, 참 시간은 빨리도 갑니다~ 벌써 올해도 다 갔잖아요.ㅜㅜ

마태우스 2010-11-11 01:5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올해 다 갔네요ㅠㅠ
안주무시고 뭐하삼? 전 수업준비하다가 이제 자려구요
순오기님 뵈니까 참말로 반갑네요
복귀하기 쑥스러웠는데 이러케댓글달아줘서고마워요

눈팅족 2010-11-11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드뎌 마태님 글이 올랐군요.
언제 나타나시려나 하고 비록 눈팅족이지만 드문드문 디다봤습니다.
이제 운전도 하시고...완쾌되셔서 기뻐서 흔적 남깁니다.
휀들을 위해 건강조심 하십셔~~



마태우스 2010-11-12 00:38   좋아요 0 | URL
아직 완쾌는 아니옵니다.
손목에 핀이 박혀 있는데 그걸 담주쯤 뺀다고 하네요
얼마나 아플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글구 오늘도 술 거의 안마시고 왔어요^^

hnine 2010-11-11 0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반갑습니다. 손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동안 알라딘에 쏟은 애정이 얼만데, 복귀는 또 새삼 무슨 복귀예요, 이렇게 가끔 안부 전해주시면 되는거지요. 반가와하는 사람, 많잖아요.
그리고, 술에 대해선 아내되시는 분 말씀 들으세욧! (^^)

마태우스 2010-11-12 00:39   좋아요 0 | URL
그, 그렇긴 하지만 아내가 너무 강경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석달간 수도하는 자세로 안마셨는데 이젠 좀 풀어줘도 되건만 ㅠㅠ
맞아요 전 알라딘을 떠난 적이 없지요^^

신지 2010-11-11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모처럼 아침에 일찍 일어났는데, 마태우스님 아이디가 (아침부터)기쁜소식처럼 반갑습니다.^^

신지 2010-11-11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남의 페이퍼에 댓글을 달았는데 무시당하는 일을 열댓번쯤 반복하는 그런 기분?

ㅡ> 저게 어떤 건지 너무 잘 아는 1人으로서.. 생선회를 물과 함께 마시는 기분이 어떤지 정말 생생하게 와 닿네요..( ")

마태우스 2010-11-12 00:39   좋아요 0 | URL
호호, 제가 간만에 표현을 잘했네요 그간 안녕하셨어요?
님과 저는 이념이 틀려도 이렇게 다정한 댓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
그게 너무 좋습니다

세실 2010-11-11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주에 왔다가 그냥 가셨군요. 아 섭해라...과연 총각일때도 그렇게 했을까? 하는...아쉬움이......
저 요즘 소주 한병 거뜬히 마실수 있어요.

마태우스 2010-11-12 00:40   좋아요 0 | URL
힝, 요즘 소주는 25도이던 원래 소주의 정신을 잃어버렸다구요
요즘같으면 두병은 마셔줘야죠!

조선인 2010-11-11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와요. 마태우스님. 언제 술 한 잔 할까요?

마태우스 2010-11-12 00:40   좋아요 0 | URL
이잉, 술은 그림의 떡이란 말입니다
하여간 방가방가!

레와 2010-11-1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저 너무 잘 알아요!!
회먹을때 소주 한잔 할 수 없는 그 기분!!! 물만 마셔야 하는 그 기분!!!
이렇게 확 와닿는 비유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으하하하


무튼, 건강 조심하세요! 마태우스님은 소중하니깐요! ^^

마태우스 2010-11-12 00:41   좋아요 0 | URL
헤헤 제가 소중하다니, 고마워요
사실 들쭉날쭉한 저보다 꾸준히 알라딘을 지키는 님이 더 소중한데 말입니다

Mephistopheles 2010-11-1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램덩크의 명언이 떠오릅니다.

'왼손은 거들 뿐'

마태우스 2010-11-12 00:41   좋아요 0 | URL
안녕하셨어요 님은 언제나 촌철살인...
경구를 기억해뒀다 적절한 타이밍에 써먹는 거
제가 참 부러워하는 겁니다

stella.K 2010-11-11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남자는 결혼을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저렇게 투덜거리셔도 좋아보이시네요.^^

마태우스 2010-11-12 00:42   좋아요 0 | URL
어, 그렇죠. 저같은 놈은 누가 잡아주지 않으면 오래 못삽니다^^

카스피 2010-11-11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런 안타까운 일이....

마태우스 2010-11-12 00:42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오늘따라 소주생각이 간절!

타지마할 2010-11-11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오랜만이네요. 매일 확인해 보았는데... 이제는 '처음처럼은 없는 서재'가 될 수도 있겟네요. 아무튼 쾌차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마태우스 2010-11-12 00:43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처음처럼이 없는 서재라니, 흑, 너무 슬픕니다 저같은 놈을 기다려주시다니 감사합니다

blanca 2010-11-1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마태님, 왜이리 늦게 컴백하신 겁니까. 조련사 ㅋㅋㅋ 사육사가 아니구요? 오른손 때문에 많이 불편하시겠어요. 컴퓨터 자판은 어떻게 치시는지. 이래저래 고생 많으세요. 손이 빨리 낳아 자유로워지셔야 할 텐데요. 여하튼 너무 반갑습니다...

마태우스 2010-11-12 00:43   좋아요 0 | URL
오른손 엄지를 아직 움직이지 못합니다만, 자판은 관계없습니다. 젓가락질은 왼손, 하지만 이제 숟가락은 오른손으로 합니다. 반가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moonnight 2010-11-1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아내분 대단하시네요. 마태우스님이 술을 끊게 만드시다니. 상상초월 @_@;;;
어쨌든 쾌차하셔서 다행입니다.

마태우스 2010-11-12 00:44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저한테 이런 날이 올줄은 미처 몰랐다는.....임자만났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인듯...

summit 2010-11-12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조련사님 말씀 잘 들으시고 빨리 쾌차하시길 빕니다^^

마태우스 2010-11-14 00:38   좋아요 0 | URL
아, 네 안녕하셨어요? 조련사에게 절대복종 해야죠^^
 

 

수술하러 들어가는 걸 휴가 얻은 셈 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이나 실컷 읽고 나오자는 깜찍한 생각도 했지요  

입원 첫날, 가져간 책 하나를 다 읽고나선 "그래 바로 이거야"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이게 아마 수술 다음날 사진일듯... (더블클릭 금지!)

 

하지만 수술은 수술이더군요 

부서진 코뼈조각을 맞추고 코에다 거즈 비슷한 걸 박아놓는 바람에 

숨쉬는 건 고사하고 말도 잘 못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손. 

알고보니 전 테니스를 잘못된 폼으로 너무 오래 쳐서 

구조적 이상이 와있었습니다 

 

이게 손등을 위로 한 사진인데 

scaphoid와  lunate 사이가 너무 벌어져 손 기형이 될 수도 있었다네요  

(전문용어로 scapho-lunate dissociation) 

앞으로 석달간 깁스를 해야한다니, 앞으론 왼손으로 모든 걸 해야 합니다. 

2시반에 수술장에 들어갔다가 나중에 회복실에서 깨어난 건 밤9시 반,  

 흐트러진 손등뼈를 관절경을 보며 맞추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 거죠

수술장 밖에서 기다린 아내가 걱정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마역성 진통제의 힘으로 이틀을 보내고 

그 후부턴 이상하게 열이 계속 나 잠도 자지 못할만큼 괴로웠습니다 

책을 읽으려 했지만 도저히 안되더군요 

게다가 제가 가져간 <은하수...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무려12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한손으로 들고 읽기엔 너무 무거웠고

가슴에 올려놓고 보다 놓치는 바람에 책이 얼굴로 넘어지는 무서운 사태도 있었답니다 

코의 패킹을 빼고, 집에 오니 이제야 살 것 같습니다. 

역시 집이 최고입니다. 

아픈 손으로 더듬거리며 워드를 치고 있는데요 

붓기가 빠질 때까진 댓글에 답을 못할 것 같아 미리 죄송합니다. 

메일에 대한 답도 오타천지로 보내고 있더는....ㅠㅠ(고치기가 어렵더이더) 

당시의 사진들을 아래 올립니다

1) 코는 더 세우지 못했습니다. 콧구멍 사이로 내시경을 넣어 조각만 맞췄어요 

2) 쌍커플 결국 안했습니다. 저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샤워를 못해서 머리가 ....ㅠㅠ 

 

 

 

 

보너스로 저희 둘째 컷...너무 보고싶더군요 

참고로 아내가 애들 보랴, 저 돌보랴 왔다갔다 무지고생했습니다 

서울-천안이 두시간 거리라...ㅠㅠ 

아내에게 잘하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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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lei 2010-08-26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등. 추천도 일등

hanalei 2010-08-26 23:19   좋아요 0 | URL
더블 클릭 금지래서 싱글 클릭을 했는데 머가 나왔을까요?

마태우스 2010-08-26 23:39   좋아요 0 | URL
윽 싱글클릭도 결과가 같군요ㅠㅠ 추천감사

울보 2010-08-2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네요,
수술은 잘 되시것 같구요 표정을 보니
님의 인증샷도 마음에 들어요,,ㅎㅎ
부인도 많이 걱정을 하셨겠네요,
천안에서수술을 하셨군요,
부디 빨리 쾌차하세요,,그런 의미에 추천을,,,

마태우스 2010-08-26 23:49   좋아요 0 | URL
흑흑 생각보다마니 고생했어요ㅠㅠ
해열제 달라니까 잘 안주더라구요

루체오페르 2010-08-2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아고 이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마태님 얼마나 고생하셨을까...ㅠㅠ

사모님도 그렇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몸조리 잘하시고 어서 나으시길 바랍니다!

마태우스 2010-08-26 23:50   좋아요 0 | URL
환자복이라는 게 사람을 더 아프게 하더군요. 안녕하샸아여 루체님...!

yamoo 2010-08-27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사진을 보니 마음 한 켠이 짠~~합니다. 몸조리 잘하셔서 얼른 쾌차하시길 빕니다~ 어느 때처럼 서재에서 마태우스님이 유머넘치는 글을 볼 수 있기를~~^^ 그런의미에서 추천 쾅~!

순오기 2010-08-27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몇 주 소홀한 사이에 이런 변이 있었네요.
금주맨을 비롯한 마-삼 법칙도 잘 고수하시고, 어여 쾌차하시길 빌어요.

2010-08-27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7 0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08-27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았어요. 수술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에요. 어여 쾌차하셔요.
저 예전에 비중격 바로잡을 때 책 싸들고 갔는데 너무 아파서 한줄도 못 읽고 돌아왔어요. 그 다음날 코에 집어넣은 것 빼니까 세상이 내 것 같더라구요. 뭐 시술 효과는 한 개도 없지만요..;;;;;
이제 마태우스님은 양손잡이로 거듭나실 거예요. 힘내셔요!

조선인 2010-08-27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운 여름날에 수술을 하셨으니 정말 고생 많으셨겠네요. 얼른 쾌차하시길.

세실 2010-08-27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큰 수술 이셨네요.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몸조리 잘 하셔요. 참으로 안타까워요!

비로그인 2010-08-27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태우스님, 저 코의 패킹과 솜을 빼낼 때의 그 아픔이란..저 작년에 사고로 코뼈 수술을 할 때, 비절개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파서 눈물이 절로 나오던데, 마태님은 손까지 수술하셨으니 어쩝니까. 얼른얼른 쾌유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 아픔이 고스란히 기억나요. 흐흑

레와 2010-08-2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ㅠ_ㅠ
모조리 잘하세요, 마태우스님!!

제 글에 댓글은 안 다셔도 됩니다. ^^;

야클 2010-08-2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원기념으로 한잔 합시다.

saint236 2010-08-2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술 잘 마치신걸 축하드립니다. 아무쪼록 완쾌되는 순간까지 행복하시길. 그리고 푹 쉬세요.

2010-08-27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08-2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대수술이었네요..고생 많이 하셨어요...그런데 깁스를 석 달이나...게다가 오른팔이라 번거로움이 더하시겠어요. 좀 두께가 얇고 덜 위험한 책들 읽으셔야 겠어요.

moonnight 2010-08-27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수고하셨어요. 그래도 수술 잘 끝나셨다니 한시름 놓습니다. 이젠 그저 조심조심하시면서 잘 낫도록 노력하셔야겠어요. 책은 얄팍한 것만 읽으시구욧!

2010-08-27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27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더운 여름에 마태우스 님도 다른 가족들도 모두 고생하셨군요.이제 몸조리 잘 하시고 건강 되찾으십시오.신문칼럼 쓸 때 고생하시겠군요.

pjy 2010-08-27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여름인데... 수술,기브스까지 앞으로 간지러워도 꾹 잘 참으시고, 회복 잘 되길 바랍니다! 홧팅!

마태우스 2010-08-29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잠시 후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글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비로그인 2010-08-3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자복 입은 마태님...
위로를 해드려야하는데...웃음이 나와서 어케?
얼른 건강 찾으시구요^^

눈팅족 2010-09-01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허걱! 이런 망극한 일이.....
수술 잘 끝나셨으니 얼른 회복되시길 기원드립니다.

말달리자 2010-09-01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보고 고바우 영감 모습이 떠오르네요(^^;;)

빨리 쾌차하셔서 튼튼한 모습, 건강한 웃음 보여주세요.화이팅

2010-09-15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삐오빠 2010-09-1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

2010-10-20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