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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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마리 휴지를 다 쓰면 심지가 남는다. 
 

그 심지는 대개 버려진다.

다른 쓸 곳이 없나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의외로 유용한 게 많았는데, 

그 중에는 이런 게시물이 있었다.

http://www.mjnuri.com/281137
 



내가 어릴 적,

포경수술 후 상처 부위가 팬티에 닿을까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그 심지는 복음이었다.

나 역시 그 심지를 고맙게 잘 썼던 기억이 나는데,

노르웨이 작가가 쓴 스릴러 <헤드 헌터>를 보면

그 심지를 이용하는 또 다른 방법이 나와 있다.

정확히 말해 심지는 아니고 심지가 포함된 화장지 롤이지만,

심지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으니 심지라 해도 그렇게 틀린 건 아니리라.

스포일러는 아닌 것 같아 여기서 언급하자면,

주인공은 킬러를 피해 똥이 가득찬 똥통 속으로 들어간다.

얼굴까지 다 넣어야 하니 숨을 어떻게 쉴까?

[나는 화장지 롤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롤을 감싼 입술 주변으로 틈이 생기지 않게 단단히 물어 보았다.

...나는 목을 뒤로 굽혀 화장지 로이 수직으로 위를 향하게 한 다음 눈을 감았다

...화장지 롤을 통해 숨을 쉬었다 (195-196쪽)]

문제는 이 자세로 오래 있을 수가 없다는 것.

“화장지 롤의 두꺼운 종이가 점점 젖으며 흐물거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지나면 구겨지고 구멍이 생겨 결국 찌그러지고 말겠지(196쪽).”

이럴 땐 심지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휴지가 더 좋을 것 같다.


이대로 끝난다면 괜찮을 텐데, 이 소설은 여기서 한 가지 엽기를 더 만든다.

바로 킬러가 그 똥통 안으로 변을 본다는 것.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위로 치켜 올려진 얼굴 위로 새로운 무게가 더해졌다.”

내가 비위가 좋은 사람이긴 해도, 이 대목을 읽을 땐 속이 메스꺼웠다.

주인공은 오죽하겠는가?

“차라리 이것보다 죽음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킬러의 변이 정확히 그 구멍 안으로 들어가는 것보다야 훨씬 나으니까.

하지만 결국 그 구멍은 막혀 버리고 만다.

킬러가 나간 뒤 주인공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무언가 하얀 것이 롤을 막고 있었다. 킬러가 쓰고 버린 화장지였다.”


덕분에 주인공은 살아날 수 있었는데,

이런 방법도 유사시엔 써먹을 만하다.

주인공은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했지만,

그가 책 말미에 웃을 수 있었던 건 그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휴지 심지를 가벼이 여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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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7-15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맙소사!

마태우스 2011-07-15 22:06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ㅠㅠ

울보 2011-07-15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마태우스 2011-07-15 22:06   좋아요 0 | URL
읽기 힘드셨죠ㅠㅠ

pjy 2011-07-15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점심먹고 글을 읽었습니다......
뭐, 살아남았으니 소중한 경험으로 포장하자구요ㅡㅡ;

마태우스 2011-07-15 22:07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제가 타이밍이 안좋았습니다

Mephistopheles 2011-07-15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 킬러는 미션 수행 중...똥을 싸고 있데요...프로로써 자격미달이네..ㅋㅋㅋ

마태우스 2011-07-15 22:07   좋아요 0 | URL
좀 그렇죠? 미션 전에 용변보기! 킬러의 철칙입니다

cherub 2011-07-15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에게 어울리는 책 같아요.

마태우스 2011-07-15 22:07   좋아요 0 | URL
그, 그렇죠?^^

무스탕 2011-07-15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킬러의 이미지가 확 깨는 글이군요;;;

마태우스 2011-07-15 22:08   좋아요 0 | URL
사실 킬러라고 했지만 완전히 프로급 킬러는 아니랍니다. 킬러에 대해 오해가 없으시길!

moonnight 2011-07-1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뭐 이런 책이 있나요. ㅠ_ㅠ

마태우스 2011-07-15 22:08   좋아요 0 | URL
그, 그러게 말입니다

twoshot 2011-07-1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심코 읽었는데 도저히 추천은 못하겠네요;;

마태우스 2011-07-15 22:08   좋아요 0 | URL
댓글이라도 달아주신 거 감사드리옵니다^^

레와 2011-07-1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으으윽...>_<

마태우스 2011-07-15 22:08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제가 물의를 빚었네요

비연 2011-07-15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컥!

마태우스 2011-07-15 22:08   좋아요 0 | URL
면목이 없습니다 비연님

건조기후 2011-07-15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어트에 좋겠어요. 식욕 돋을 때마다 휴지 심지 보기. ;;

마태우스 2011-07-15 22:08   좋아요 0 | URL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빗방울꽃 2011-07-15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남깁니다. 제겐 무척이나 슬픈 장면으로 다가오네요.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든 취해야 하는 행위들이..

마태우스 2011-07-19 10:5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사실 저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저렇게 해서라도 사는 게 더 좋다고, 저도 그 상황이면 그렇게 했을 거라구요.
상기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메르헨 2011-07-19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마구 상상되는 리뷰란....ㅠㅠ살짝 쉬고 와서 읽는 리뷰가 하핫...^^;;

마태우스 2011-07-19 10:59   좋아요 0 | URL
호홋 상상하시면 안되요 밥 못드세요^^
 

1. 신발 

학교서 만난 어느 분이 내게 신발이 멋지다고 했다. 

뿌듯했다 

결혼 전만 해도 난 신발이 딱 하나였고,  

전날 벗어놓은 신발을 아침에 아무 생각없이 신고 나갔고,

그래서 발냄새가 무지 났었다. 

아내는, 발냄새를 없애기 위해 그런 것도 있지만, 날 위해서 신발을 몇 개 사줬고, 

덕분에 난 생애 처음으로 뭘 신을까 고민하며 출근을 하게 됐다. 

오늘 고른 신발은 랜드로버로, 구두를 신기 싫어하는 내가 세상과 타협한 산물이었다. 

굽이 조금 있어서 그걸 신으면 더 당당해 보이는데,  

평소 신는 운동화는 빗물이 새서 할 수 없이 랜드로버를 신은 거였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멋지다'는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그의 지적에 내 발을 보니, 글쎄 신발이 짝짝이었다.  

집이 가까운 것도 아니고, 한시간 반이 넘는 출근길 동안 그걸 몰랐다니 나도 참 한심하다. 

신기한 건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왼발과 오른발에 느껴지는 감각이 틀리단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걷는 게 불편해졌다.  

이게 다 신발이 많아진 덕분이니 좋게 받아들여야겠지만 

혹시 이게 알츠하이머의 한 징조가 아닌가 무섭다. 

 

2. 통편집 

 어찌어찌해서 '당신이 국가대표입니다'라는 프로에 나가게 됐다. 

출연자의 사연을 듣고 국가대표로 뽑을지 말지 결정하는 역할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대략 3-4번 정도 말을 하며, 

방송에는 그 중 한번 정도가 나간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녹화 떄는 유독 예리하면서도 유머 넘치는 말을 많이 했고, 

그 덕분에 오늘 이런 말을 들었다.

"지난번에도 말씀 참 잘해주셨는데요, 이번주에도 나와주실 수 있나요?" 

이놈의 인기란, 하여간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퇴근을 하다가 아내한테 전화를 해보니-그 프로는 월요일 6시 50분에 방영된다- 

내가 말하는 건 한번도 나오지 않았단다. 

소위 말하는 '통편집'인데, 

말로만 듣던 통편집을 당하니 좀 속상하다. 

내가 했던 주옥같은 말들, 예를 들면 해외에선 기생충을 조심해야 한다, 

해외에서 기생충에 걸려 설사 쭉쭉 하면 얼마나 서러운지 아느냐, 

같은 말들이 떠올라 속상하고, 

그럴 거면 뭐하러 불렀느냐, 어차피 편집될 거니 담부턴 그냥 침묵하자는 유치한 생각도 든다. 

하지만 결국 마음을 잡고 이번주에 출연하기로 했는데, 

통편집 후에도 이런 결정을 내리는 걸 보면 역시 나는 대인배 기질이 있다^^ 

 

3. 비 

비가 와서 무려 4주째 테니스 레슨을 못받고 있다. 

먹는 것에 비해 살이 덜 찌는 이유가 새벽마다 받는 테니스 레슨 덕분인데, 

그걸 못하니 잠깐만 방심하면 바지 단추가 펑펑 튀어나간다. 

살이라는 건 한번 찌면 여간해서 빼기 어려운데, 

내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비 때문이니 또다시 억울함이 밀려온다. 

그러고보니 내가 신발을 짝짝이로 신은 것, 통편집을 당한 것도 비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역시 난 상상력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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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1-07-11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마태님.. 좀 민망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전 왜 이리 웃기기만 한지요. 빵 터져버렸습니다, 혼자서^^;;;;;

마태우스 2011-07-12 09:25   좋아요 0 | URL
민망한 건 아니어요 바지 뒤가 반으로 갈라졌다든지 하는 게 민망한 거죠^^

순오기 2011-07-1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버렇게 확 다른데 짝짝이로 신고 나갔단 말이죠.ㅋㅋ
한시간 이상을 모르고 신다가 갑자기 불편하게 느끼는 건, 역시 아는 게 병이구요.^^
대인배에 상상력이 뛰어난 건 맞는 거 같고요, 알츠하이머 징조는 아닐테니 걱정매두세요.

마태우스 2011-07-12 09:26   좋아요 0 | URL
정말 신기하죠? 어떻게 한시간 반 넘게 모를 수가 있을까요.
사실 전 대인배는 아니구요, 그냥 배가 크답니다^^

마노아 2011-07-12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대인배 마태우스님!
짝짝이 신발은 엄청난 집중력의 소산이지 싶어요.^^

마태우스 2011-07-12 09:26   좋아요 0 | URL
호오, 마노아님의 해석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것두 제가 대인배라서 그런가봐요^^

비로그인 2011-07-12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사람이 약속장소에 신발 짝짝이로 신고 나와서 당황하면,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

마태우스 2011-07-12 09:27   좋아요 0 | URL
헤헤 그렇죠. 좋아하는 사람은 뭘 해도 좋은 거죠 그나저나 주드님 안녕하세요. 제가 너무 글을 뜸하게 쓰네요. 죄송

비로그인 2011-07-12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오직 마태우스님만이 쓸 수 있는 글!!!ㅋㅋㅋ

마태우스 2011-07-12 09:27   좋아요 0 | URL
앗 그런가요? 하긴, 저 정도 버젼이 다른 신발을 짝짝으로 신고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요^^

Mephistopheles 2011-07-12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왼쪽왼쪽 혹은 오른쪽오른쪽만 신은게 아니라 왼쪽 오른쪽 제대로 갖추셨습니다..ㅋㅋㅋ

마태우스 2011-07-12 09:27   좋아요 0 | URL
제가 좌우에는 좀 민감합니다. 좌파 소리를 하두 많이 들어서요^^

무스탕 2011-07-12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에서 빵 터져버렸어요. 신발이 하나였다면 절대 없었을 실수를 하게 만든 아내님을 원망할수도 없고.. ㅋㅋㅋㅋ
마태님이 잠깐 방심한새 조코비치가 이겨버렸으니 비 때문 맞아요 ^^

마태우스 2011-07-12 09:28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전 방심하지 않았구요 페더러의 승리를 엄청나게 빌고 또 빌었답니다. 하지만 페더러는 결국 져 버렸고, 새 시대의 도래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생각만 하면 가슴이 쓰리지만, 작년에 탈락했을 때만큼은 아니랍니다. 이제 저도 조금씩 페더러를 포기하고 있는 거죠.

마녀고양이 2011-07-12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마태우스님의 대인배 기질을 배워야 하는 날인 듯 합니다.
멋지십니다. 진정.

마태우스 2011-07-12 09:29   좋아요 0 | URL
대인배라고 우기는 저 글에 동의해주시다니, 마녀고양이님이야말로 대인배이십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7-1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대인배 인정 ㅎㅎㅎ

마태우스 2011-07-12 09:29   좋아요 0 | URL
안녕하셨어요. 따스한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랫만에 글 쓰는데, 이렇게 다정하게 맞아 주시니, 역시 친정이 좋습니다. 감사감사.

세실 2011-07-1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마태님은 대인배다에 인정...이거 배가 크다(많이 나왔다)는 뜻이죠? =3=3=3=3=

마태우스 2011-07-12 15:19   좋아요 0 | URL
흑흑 저 정말 배가 커졌어요 흑. 근데 세실님 팔뚝은 요즘 어떠신지요 =3=3=3=3

세실 2011-07-12 15:21   좋아요 0 | URL
어휴..내 이럴줄 알았어 칫.
저 요즘 다요트 열심히 하고 있어욧!!!
팔뚝은? 응? ㅋㅋ

마태우스 2011-07-12 16:14   좋아요 0 | URL
어맛 들켰다...! 잠시 다요트를 요트의 한 종류인 줄 알았다는... 그나저나 이미지가 님의 미모에 걸맞게 화사하네요! 미모는 여전하시죠?

카스피 2011-07-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마테님 덕분에 비오는 우울한 화요일에 크게 웃어봅니다^^

마태우스 2011-07-12 15:19   좋아요 0 | URL
오옷 카스피님을 웃게 만들다니, 전 정말 복받을 거예요!^^

BRINY 2011-07-1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비가 내내 와서 출근하실 때 현관이 많이 어두워서 그러셨나 봅니다.

이렇게 비가 내내 오는데도 테니스를 잘만 치러다니는 제 주위 남교사들은 뭔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태우스 2011-07-12 15:20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어요 브리니님. 현관도 어둡고 좀 서두르기도 했어요. 근데 주변 분들은 테니스 치시나봐요? 실내 코트가 있나봐요 대따 부럽다...

blanca 2011-07-12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대인배 맞아요. 비오는 날 마음이 개이는 페이퍼네요.

마태우스 2011-07-12 15:20   좋아요 0 | URL
리뷰의 달인 블랑카님이닷! 빨리 날이 개야 할텐데, 이번주 내내 비온다니 너무하죠...

메르헨 2011-07-1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쩜 .... 이런 일이..............
ㅎㅎㅎ...오늘은 어떤 신을 신으셨는지 궁금해요.^^

마태우스 2011-07-12 15:21   좋아요 0 | URL
오늘은 스포티한 신을 신었답니다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이네요 메르헨님. ^^

꼬마요정 2011-07-12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마태우스님ㅋㅋ 일어나는 일도 범상치 않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도 신기하네요. 무얼 하시든 자연스러운가 봅니다...라고 생각해요~^^

마태우스 2011-07-12 15:21   좋아요 0 | URL
어..출근 시간 동안엔 뭐, 알려줄 사람이 없죠. 모르는 사람한테 "신발!" 이러진 않잖아요^^ 제가 짝짝이를 잘 소화하긴 합니다^^

울보 2011-07-12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네요,
후후 그냥 크크크 하고 웃었습니다
님의 그 큰 마음을 배워야 할텐데,
전 속이 너무 좁거든요,
그나저나, 이비가 좀 그만 오기를,,

마태우스 2011-07-12 16:15   좋아요 0 | URL
제가 말이 그렇지 사실은 속이 무지하게 좁습니다. 글 쓸 때만 좀 넓어질 뿐^^ 비는 이번주 내엔 그치겠죠 뭐. 양심이라는 게 있을테니...

saint236 2011-07-1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신발도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에 맞추어서 형식의 틀을 깨셨군요. 갑자기 아수라 백작님이 생각이 납니다.

마태우스 2011-07-15 12:16   좋아요 0 | URL
오오 아수라 백작... 훌륭한 분이죠.^^

2011-07-13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5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5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1-07-15 22:09   좋아요 0 | URL
그, 그런데 9살 이후로는 없는 거잖아요 ㅠㅠ
전 도대체 뭐하는 놈일까요

2011-07-15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 여자와 아이도 바로 따라할 수 있는 가정상비 재난매뉴얼
성상원.전명윤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8년 전, 대구 지하철 객차 안에 있던 50대 남자가 휘발유가 든 페트병에 불을 붙였다. 다행히 지하철이 정차한 덕분에 승객 대부분은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반대편에서 열차가 진입해 정차한 것이 문제였다. 그리로 옮겨 붙은 불길은 객차 안에 있던 승객들의 인명을 무참하게 앗아갔다. 사망자 192명, 부상자 148명의 대형 참사였다.


이 사건에서 아쉬웠던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하철 기관사의 미숙한 대처가 많은 사상자를 낳은 원인인 건 틀림없지만, 그 객차에 방화관리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모든 지하철 객차에는 소화기가 있으니 그걸 집어 들고 뿌렸다면 웬만한 불길은 잡을 수 있었을 거다. 또한 연기는 옆으로는 잘 안 퍼져도 위로는 금방 올라가는 속성이 있으니 지하철 선로를 따라 다음 역으로 대피했다면 질식해 죽는 일은 없었지 않을까? 하지만 사람들은 객차 안에 일어난 불길에 놀라 달아나기 바빴고, 또한 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가려고만 했는데, 이는 재난에 대한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탓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난 예방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예컨대 극장에서 화재시 도망칠 비상구 위치를 말해줄 때 관객들은 대부분 애인과 대화를 하거나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비행기에서 미모의 스튜어디스가 비행기가 떨어질 때 행동요령을 가르쳐 주고 있을 때, 남자들의 시선은 그저 스튜어디스의 얼굴과 가슴에만 가 있을 뿐 그걸 새겨듣는 이는 드물다. 심지어 집 안에 소화기 하나 갖추지 않은 집이 천지에 널렸는데,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등 숱한 재난을 겪어온 나라의 사람들치곤 지나치게 태평한 거 아닌가? 이게 6.25라는 국난을 겪어서 웬만한 재난은 재난으로 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 대부분이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여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좀 달라질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딴지일보에서 오랜 기간 재난 관련 글을 쓰던 성상원님이 여행작가 전명윤님과 같이 <거의 모든 재난에서 살아남는 법>을 내놨으니, <공공의 적> 강철중의 표현대로 “좋은 기회지 않은가?”


저자가 딴지일보 기자라는 선입견은 잊어버리자. 이 책은 정말이지 재난에서 살아남는 방법만을 보기 쉽게 요약해 놨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 재난이란 것들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이라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라든지, 깊은 물에서 수영하다 쥐가 났을 때, 아이가 음식물을 먹다가 숨을 못 쉴 때 등등은 살다보면 한두 번씩은 다 겪는 일이지 않을까? 더 중요한 건 저자들이 여기에 대한 해결책을 대충 쓴 게 아니라는 거다. ‘들어가는 말’에 나오는 것처럼 이 책은 소방안전협회 교수, 응급의학 전문의를 비롯한 수많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고, 해외여행에 관한 부분은 16년째 해외에서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고 있는 전명윤 씨가 집필했다니 믿어도 된다. 예를 들어 건물이 무너져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을 때를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하든 휴대폰을 통해 연락을 취하려 할 테지만, 그런 일이 생기면 최소한 몇 시간 정도는 전화가 폭주해 통화가 어려울 수 있단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배터리는 충분하나 안테나가 뜨지 않을 때는 휴대전화 전원을 일정한 주기로 끄고 켠다. 붕괴사고가 나면 통신사에서 사고 인근 지점에 기지국을 추가로 배치한다(21쪽).”

이 때 자기 소변을 먹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그건 절대 해선 안되는 일이란다. “바로 속에서 탈이 나고 탈수 상태에까지 이르게 된다.”니 말이다. 누군가가 물에 빠졌을 때 무리하게 직접 구조를 시도해선 안 된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알 거다. 하지만 이럴 때 생수통의 내용물을 비우고 마개를 막은 후 던져주는 게 도움이 된단다.

“1.8-2리터 플라스틱 통이면 성인남자 2명이 뜰 수 있을 정도의 부력이 생긴다(89쪽).”


책 후반부에 나오는 여행 관련 재난 대처법은 해외여행이 활성화된 요즘 시대에 반드시 숙지해야 할 것들이다. 여행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올 초 이집트처럼 여행지에서 소요가 일어났을 때, 아플 때, 물건을 분실했을 때, 성폭행을 당했을 때 등등은 여행객이라면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것들이잖은가? 개방적인 네덜란드에 갔다고 해서 대마초를 피우고 싶을 때, 이 책에 나온 다음 구절을 떠올리며 참도록 하자.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인은 현지법 외에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다.(194쪽)”

우리나라는 대마초를 금지하는 나라라는 건 다들 아시겠지만, 다음 구절도 꼭 기억해 두자.

“머리카락 한 올만 뽑아서 검사해도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마약의 흔적이 남는다.(195쪽)”


물론 이론과 실제는 다르며, 책을 한번 읽는다고 온갖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의사들은 응급상황에서 뭘 어떻게 할지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의심되는 진단이 떠오르면 그 후부터는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는데, 이건 평소 수많은 훈련을 통해 대처법이 매뉴얼로 저장된 덕분이다. 마찬가지로 각종 재난에 대비한 훈련을 한다면 상황이 닥쳤을 때 잘 대처할 수 있다. 그렇다고 비행기 추락 같은 걸 훈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 책을 여러 번 읽고 머릿속에 행동 요령을 저장해 놓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은 빌려봐선 안된다. 일단 사서 갖고 다니면서 짬짬이 읽어두자.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의 지인들의 안전도 책임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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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1-06-3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려보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빌려보지 말래서 찔끔^^ 그런데 전 책 읽으면서 중요한 내용은 메모하거나 문서로 저장해놓으니까 빌려봐도 되지..(뭐래, 찌릿)
좋은 책이에요. 꼭 읽어봐야겠어요. 의학 관련 마태우스님이 추천한 책은 거의 다 사거나 읽었던 것 같아요.

2011-07-01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4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1-06-30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중요한! 책이로군요.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우왕좌왕 하다가 소중한 것들을 잃을 수 있으니까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위험에 대해 무감각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왜 그럴까요? 정말 식민지배나 전쟁, 민간인 학살 이런 거 때문일까요??

마태우스 2011-07-01 10:02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요정님 저도 그걸 잘 모르겠더라구요. 소화기가 대부분 아파트 복도에 있는지라 소화기를 찾아서 뿌리려고 할 때는 이미 불이 다 번진 뒤라, 현관 앞에만 뿌리고 만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소화기가 2만원 정도 하는데, 하나씩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암튼...무감각한 이유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민세민석아빠 2011-07-0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 사고 사진을 보니, 얼마 전에 갔었던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한 장면이 떠오르네요. 영화 본즈의 촬영무대였다고 하는데 너무 실감나게 지하철이 탈선하고 역이 무너지는 장면을 꾸며 놓아 남들에게 지하철에서 사고가 나면 말이지...라고 훈수를 둘 수 있을 정도입니다.^^

마태우스 2011-07-01 10:02   좋아요 0 | URL
아. 거기서 훈련하면 되겠군요^^ 근데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다녀오셨군요 와 부럽습니다.

Mephistopheles 2011-07-0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그럼 마태님이 출연하는 한국의 베어그릴스같은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프로그램 진행은 기생충과 연관하여.. 야생이걸 이걸 섭취하면 어떤 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다...등등...이렇게요.

위엄돋는기생충 2011-07-09 21:0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설명할때 직접 드시면서

마태우스 2011-07-10 20:28   좋아요 0 | URL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 서민의 기생충 앤 크라이!

위엄돋는기생충 2011-07-11 17: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런 프로그램 있으면 정말 유익하고 재밌을거 같아요 언제 방송에 마태우스님 사모님도 함께 동반출연 한번?ㅋ

마태우스 2011-07-11 22:30   좋아요 0 | URL
위엄돋는 기생충님/호홋 집사람은 그런 데 잘 안나가려고 해서 제가 그냥 기생충 몇마리 목에 감고 나갈게요. 울 때까지 기생충 가지고 괴롭히는 그런 프로지요^^

다락방 2011-07-0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알았어요. 제가 네덜란드에 가서 대마초 피면 안되는군요!!!!!
생수통을 던져주는 건, 이 리뷰가 준 살아남는 방법이네요. 생수통 하나에 성인남자 두명을 살릴 수 있다니 말입니다.

마태우스 2011-07-10 20:28   좋아요 0 | URL
근데 그 성인이 저같이 무게가 나가는 사람을 말하는 건진 모르겠더군요 기생충 잡으러 갯벌에 들어갔을 때도 저 혼자만 빠졌거든요

blanca 2011-07-0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이런 생각했었어요. 지난 주 영화 상영되는데 비상구 얘기하는데 아무도 안 보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바보인지--;; 그 방송을 보고 바로 탈출 방법이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재난교육이라는 것을 받아 본 기억이 없으니 조금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도 우왕좌왕하고 더 흥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대구지하철참사 다시 돌이켜 봐도 참 비극적입니다. 다음 역으로 간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할 것 같아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2011-07-10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1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0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7-01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생존의 방법을 나눠주시네요. 꼭 소장하고 새겨 읽겠습니다!!

마태우스 2011-07-10 20:25   좋아요 0 | URL
리뷰계의 거장 마노아님께서 친히 와주시니 감사드리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2011-07-04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0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위엄돋는기생충 2011-07-0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패트병은 정말 유용하네요.ㅋㅋ 발암물질과 환경오염만 일으키는건줄 알았는데...

마태우스 2011-07-10 20:23   좋아요 0 | URL
글게 말이어요 저도 페트병 차에 하나씩 둬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민세민석아빠 2011-08-26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달의 당선작이 되셨네요... 선생님의 글은 마법같은 중독성이 있어 꼭 들러보게 되네요..^^
 
안티조선 운동사 -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역사
한윤형 지음 / 텍스트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영화 <나홀로 집에>가 3,400억원을 벌어들인 건 매컬리 컬킨의 연기 덕분이었다.

특히 두 손을 뺨에 대고 비명을 지르는 그의 연기는 두고두고 기억될만큼 귀여웠다.

이듬해인 1991년 무슨무슨 코믹배우상을 받았던 그의 필모그래피는 거기서 중단됐고,

최근 공개된 그의 사진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최근 모습 완전 아저씨, 귀엽던 케빈의 모습은 어디에?”

잘 나가던 아역이 스타로 자리잡는 게 흔해진 요즘이지만,

미달이나 컬킨처럼 엄청난 스포트라이를 받았던 배우가 나중에 그와 비슷한 인기를 누리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한윤형은 안티조선으로 유명해진 친구다.

당시 아흐리만이라는 필명으로 수준높은 글을 썼던 그는

고3 시절, 조선일보에서 주최하는 논술대회에서 1등을 했지만,

안티조선을 선언하며 수상을 거부해 화제가 됐다.

어떻게 고교생이 그럴 수 있을까 존경스러웠고,

그런 친구 덕분에 우리 사회에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할까 생각하던 2009년, 그의 첫 번째 책이 나왔다.

반가움에 그 책을 샀고, 책을 읽는 내내 그의 성실함에, 생각의 깊이에

진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뒤에 나온 <뉴라이트 사용후기>는 친일 문제에 대한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은 명저였고,

그 후부터 난 거리낌 없이 “한윤형은 내 스승이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의 세 번째 책 <안티조선 운동사>의 마지막 책장을 오늘에야 덮었다.

18,500원의 책값이 좀 비싼 게 아닌가 싶었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런 생각은 저 멀리 달아나 버린다.

깨알같은 글씨에 담긴 내용의 묵직함과 매 페이지마다 묻어나오는 성실함은

그가 참 잘 자랐구나,며 감사하게 만든다.

안티조선 운동을 주제로 우리 사회의 지난 10여년을 돌아보는 이 책은

말 그대로 지난 십여년의 역사 그 자체인데,

소름끼치게 객관적이고, 분석의 깊이는 석유시추선 저리가라다.

근 일주일간 이 책을 읽느라 밤에 잠도 잘 못잘 정도였는데,

앞의 두 책보다 이 책이 훨씬 더 재미있었던 건

나 또한 안티조선에 열광해 ‘우리모두’ 사이트를 밤새 클릭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당시 난 조선일보만 없어지면 좋은 세상이 온다고 믿을만큼 순진했었는데,

그런 희망이 있었기에 그 시절엔 살맛이 났던 것 같다.


자신의 블로그에서 한윤형은 앞으로 글쟁이로 살겠다는 뜻을 비췄다.

그런 말이 부끄럽지 않게 블로그에 올라오는 그의 글들은

한편 한편이 다 주옥같은 명문으로 그것만 엮어도 책이 될 것 같지만,

그는 그렇게 하는 대신 책을 위해 처음부터 다시 글을 썼다.

그런 성실함 덕분에 <안티조선 운동사>는 지난 10여년에 관한 한

어느 책보다도 뛰어난 역사책이 될 수 있었다.

그의 책들이 당장 베스트셀러가 되진 못할지라도,

향후 역사는 한윤형을 ‘현대사의 아버지’로 기억할 것이다.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한윤형의 십분의 일만큼만 성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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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9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2002년형 마티즈 2를 샀다.

내 이름으로 차를 등록하는 건 생애 처음으로,

천안역과 학교 사이만 왔다 갔다 할 용도로 샀다.

그 덕분에 이제 천안역에 내린 뒤 버스를 갈아타가면서 학교에 갈 필요가 없어졌고,

가끔은 차를 타고 나가 맛있는 걸 먹고 올 수가 있게 됐다.


천안역에서 학교로 가다보면 5거리가 두 개 나온다.

역말5거리와 단대5거리인데, 신호대기 시간이 워낙 길어

학교까지 가는 시간의 대부분이 여기서 소모된다.

하지만 어제 아침엔 이 시간이 길다고 생각지 않았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위험한 관계>를 읽고 있던 탓이다.

저자의 전작 <빅 픽처>를 읽으며 하얗게 밤을 샌 기억 때문에

두 번째 책 또한 망설임 없이 구매를 했는데,

이번 책 역시 몸살이 날 만큼 재미있었다.

“토니 홉스를 만난 지 한 시간 쯤 지나 그는 내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첫 구절부터 이 책에 빠졌고,

그 뒤부턴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기차에서 잘 수가 없었으며,

걸어가는 도중에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다 읽고 나자 앞으로 어떻게 살지 걱정이 앞섰지만,

저자의 세 번째 번역본이 9월에 나온다는 글귀에 위안을 받았다.
 


어떤 책이든 읽다보면 대충 예측이 되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들은 벌어지는 사건들이 내 상상을 훨씬 뛰어넘으며,

진행이 워낙 스피디해 시속 180킬로로 달리는 아우디를 탄 느낌을 준다.

<위험한 관계>이 내게 유익했던 건 산후 우울증과 육아의 어려움에 대해 알 수 있었다는 것.

“육아는 같은 일들이 정확하게 반복되는 과정이었다. 우유 먹이기, 기저귀 갈기,우유 먹인 후 트림시키기, 흔들어 재우기, 항상 가까이 있기, 배앓이 다스리기, 또 우유 먹이기, 또 기저귀 갈기...(280쪽)”

나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됐겠지.

누나도, 그리고 내 동생 둘도, 세상에, 어머니는 어떻게 네 명의 자녀를 키우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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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6-1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다락방님도 추천하셨던데. 확실히 읽어봐야 할 책이네요. ^^
예전에도 마태님 운전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본인 이름으로 등록한 건 아니었나보군요. 마티즈가 마태님의 긴 다리를 수용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미모의 사모님 차는 아래 사진? ^^

마태우스 2011-06-14 15:57   좋아요 0 | URL
그 차는 어머니 차였구요. 글구 마티즈도 타보니까 아주 좋더군요. 제 다리가 생각보다 길지 않더라고요 호호홋.

Mephistopheles 2011-06-1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럼......마티즈에서.......아우디로....차종을 변경하셨다는..말씀이시라고..좋았다가 말았다는....(알고 보니 리뷰 페이퍼라는..ㅋㅋ)

마태우스 2011-06-14 15:57   좋아요 0 | URL
아우디를 타본 적은 있습니다^^ 살 생각은 없습니다

꼬마요정 2011-06-1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땡기네요. 아아.. 안돼요.. 지금 질러버린 책이 얼마나 많은데 이것까지 읽을 시간은..크흑..

마티즈에서 아우디라니..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 마시다가 루왁 커피 마시는 것 같은 충격이로군요~^^

마태우스 2011-06-14 15:58   좋아요 0 | URL
사실 아우디 타고 180 달려본 적은 없습니다. 아, 180 달리는 차를 본 적은 있어요!

blanca 2011-06-13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한창 초보운전중이라 이 글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저희 차 사각 모서리를 아주 다듬어 주고 있는 중이랍니다.==;;평행주차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그럴 상황이 와서 주차요원의 지도하에 평행주차 처음 해봤네요. 저 책이 그렇게 재미있어요? 육아가 같은 일들의 반복이라는 말에 완전 공감가네요. 그런데 꼭 육아가 아니어도 세상일들 대부분이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지루해하지 않고 되도록 몰입해서 즐겁게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텐네 쉽지 않네요...

마태우스 2011-06-14 15:59   좋아요 0 | URL
평행주차, 그거 어렵죠. 밖에 나가시려면 반드시 익혀야 한다는... 하긴, 육아 말고 세상 일이 다 반복이긴 하죠. 하지만 육아와 가사는 좀 심하게 반복이지 않나요.

아싸가오리리리 2011-06-16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하느라 '나를 생각해'를 일주일 전에 사서 아직 반 밖에 못 읽었는데 흑 위험한 관계를 먼저 읽고 싶네요. ㅎㅎ 지루한 독서실에서 상상으로나마 아우디를 타고 잠시 드라이브 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네요. ㅎ

마태우스 2011-06-17 10:08   좋아요 0 | URL
어 그러시군요 그럼 뭐, 위험한 관계 먼저 읽으시죠 뭐. 너무 빠르다 싶으시면 다시 나를 생각해, 읽으시구요.

민세민석아빠 2011-06-30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월의 마지막 날에 선생님께서 로긴하신 페북의 글귀들을 보다 문득 선생님의 홈피가 보고 싶어 와 봤더니 쉼없이 독서를 하셨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저두 선생님께서 써 놓으신 글을 보고 비오는 장마에 한번 도전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