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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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미인>에는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미인이 여럿 나온다. 그 미인들을 분석하고 순위를 매김으로써 미모만을 따지는 풍토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1. 오아키, 17세

귀신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된 인물로 미모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 듯 싶다.

그릇가게 딸의 증언이다. “참 예쁘다 싶어 감탄했어요. 살결이 희고 눈매는 시원하고 몸매는 날씬하고...아아, 정말 부럽다, 하고 생각했죠.(191쪽)”

물론 오아키는 자기가 예쁘다는 걸 안다. 그가 별로 안예쁜 다른 여자에게 했던 말, “내가 예쁘다고 그렇게 주눅 들 필요 없어요. 그쪽도 그쪽한테 어울리는 남자랑 새살림 차릴 거잖아요. 그러면 됐죠.”(196쪽)

이런 자신감은 웬만한 미녀가 아니고선 가질 수 없다. 단연 우승후보다.


2. 오하쓰, 17세

남이 못보는 걸 보는 신비한 능력의 소유자로, <식스센스>를 생각하면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한데,

우쿄노스케라는 남자가 좋아하는 걸로 보아 웬만큼 미모가 되는 듯하다.

오하쓰의 미모를 짐작케 해주는 단서는 다음과 같다.

“기대 이상으로 예뻐졌어.”(74쪽) <--어릴 적은 별로였고 기대를 안했다는 뜻도 되니 대단한 미녀는 아닐 수 있다.

“이렇게 어여쁜 아가씨께서 무슨 일이지?”(75쪽)

결정적으로 젊고 총명한 남자 우쿄노스케의 말, “오하쓰 씨처럼 출중한 사람이 저한테 시집을 온다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죠. 아버지는 꿈을 꾸시는 겁니다.”(504쪽)

하지만 이 말만 전적으로 믿을 수 없는 게, 우쿄노스케가 오하쓰를 좋아하니까 예쁘게 보이는 것도 있을 것 같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말은 반만 믿자.


3. 오리쓰

청과물점 집안의 맏딸로, 미모와 더불어 성격도 좋은 모양이다. 오리쓰 동생의 증언이다.

“언니는 예쁘고 성격도 좋아서 다들 귀여워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326쪽)

오리쓰가 가진 미모의 비결은 뭘까? 동생은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절에) 참배하러 가서 예쁜 딸을 점지해 달라고 기도했고요..그래서 언니가 그렇게 예쁜 얼굴로 태어났대요. 마음씨도 착하고.”(336쪽)

미모에다 성격도 좋고 착하기까지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여기선 미모만 따지기로 했으니, 성격은 제외하자.


4. 오미요

그릇 가게의 딸로 거의 유일하게 미인이 아니다.

[“뭐, 우리 딸이야 오아키처럼 예쁜 얼굴을 타고 나지 못했지만...”

“당신을 닮았잖우!”

“허튼 소리! 오미요는 당신을 쏙 뺐어.”

“어머 세상에, 당신의 말상이 아이한테 고스란히 갔잖우”.(185쪽)]

부부가 서로의 탓을 할 정도라니, 마음이 아프다. 조금 더 읽다보면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말상이라고 하면 딱하지만, 긴 얼굴에 턱이 살짝 주걱턱이고 키는 여자치고는 훤칠한데...”

더 마음이 아픈 건, 스스로도 그걸 안다는 사실.

“나는 빈말로라도 예쁘다고 할 수 없잖아요.”(192쪽)

아까 오아키한테 못생겼다고 면박을 당한 여자가 바로 오미요인데, 성격이 좋은데다 총명하다는 게 외모를 상쇄시키지만, 이번 대회는 미모만 보기로 했으니 아쉽게 최하위다.


5. 오쿄

1-3번 후보 중에서 우승자가 나올 것 같았지만 300페이지를 넘어서면서 반전이 일어난다.

오쿄라는 이름의 이 여자는 아내가 있는 남자의 정부로, 미모가 어마어마한 모양이다.

경쟁자인 오하쓰의 증언, “넋이 나갈 정도로 예쁘고 몸놀림도 기민했다.”(313쪽)

이 여인이 가진 미모의 비결은 역시 혼혈파워가 아닌가 싶다.

“천녀처럼 예쁘죠? 남만 피가 섞여 있는 여자라는데...”(313쪽)

미녀 중에는 가까이서 보면 별로인 사람도 있지만, 오쿄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가까이서 본 오쿄는 전에 보았을 때보다 훨씬 젊고 아름다웠다.”(362쪽)

그러다보니 오쿄는 자신감이 넘치고, 누군가가 “오늘은 더 고우십니다”라고 하자 이런 반응을 보인다.

“오쿄는 미소만 지을 뿐...뭐라고 대답하지도 교태를 부리지도 않았다. 자신이 미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굳이 겸손을 떨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얼굴이었다.”(362쪽)

그래서 결정했다. <미인>배 쟁탈 미녀대회의 우승은 오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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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8-0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진정 미인은 교태를 부리지 않고 가만히 있는군요.
가만히 생각할수록 정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을 통찰해내신 마태님, 대단하세요~

즐거운 주말되셔염.

마태우스 2011-08-09 14:57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평소부터 미모에 관심을 가졌던 게 이런 좋은 결과를 가져온 듯합니다^^

blanca 2011-08-07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완전 재미있는 리뷰입니다. 가까이서도 이쁜 여인이 정말 미인이지요.

마태우스 2011-08-09 14:57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멀리서만 미녀는 진정한 미녀가 아니죠ㅕ^^

하이드 2011-08-08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제는 <미인> 아니고 <천구바람>이었는데, <미인>으로 바꿨다고 들었는데, 이 리뷰를 보니, 원제를 바꾼 출판사가 원망스러워지려고 하는군요. ㅎ

마태우스 2011-08-09 14:57   좋아요 0 | URL
천구바람이었다면 제가 이런 리뷰를 절대 쓰지 않았을 겁니다^^ 롯데 화이팅.
 

한나라당이 잘하지 못한다는 것에는 다들 동의하겠지만,

그렇다고 대안이 있는 건 아니다.

한나라당에 박근혜라는 유력한 후보가 있는 반면,

야당 쪽엔 그에 맞설 상대가 전혀 보이지 않으니까.

어쩌면 내년 대선은 2007년의 재판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날 엄습한다.

당시 오마이뉴스가 문국현을 띄우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만 별반 효과가 없었는데,

이번이라고 다를까?

 
 


하지만 조국이라면?

<강남좌파>를 읽다가 '조국 교수가 후보로 나온다면?'이란 생각을 잠시 했다.

그 학벌에 그 외모-심지어는 키도 180이란다-만으로도 여성표 및 나같은 외모지상주의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텐데

심지어 하는 말도 다 옳은 말만 한다.

그가 야당후보가 된다면, 당선이 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최소한 선거 판세는 흔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지난 대선처럼 재미없는 선거가 되지 않을 수 있단 얘기,

그래서 공지영과 오연호가 조국 교수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한 것이리라.

물론 그가 정치를 할 확률은 극히 낮아 보이지만 말이다.

 

이런 위대한 조국교수를 나랑 연관짓는 분들이 계시다.

순전히 이름이 두글자여서 그런 건데,

예를 들어 어느 분의 블로그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교수님들 성함이.. 참.. 조국교수, 서민교수. 수식어인줄 알았습니다.^^; "

민중의 소리에서 인터뷰를 할 땐 이런 질문을 받기도 했다.

[- 이름이 특이한 사람으로는 조국 교수가 있다. 이름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 조국 선생은 놀릴 게 이름밖에 없지 않나. 잘 생겼고. 나는 이름보다 생긴 걸 가지고 놀림을 많이 받았다.

‘와이셔츠 단추 구멍’이라든가, ‘새우눈’ 뭐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정작 이름은 주목받지 못했다. ]

 

이름 때문이긴 해도 이런 위대한 분과 연관짓는 분들이 계시니,

송구스럽기도 하지만 기분이 참 좋다.

참고로 내 이름은 아주 유명한 작명가가 지었다.

자라면서 '서민=못사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고,

"그렇게 지을 거면 뭐하러 돈을 줬냐"고 푸념하기도 했다.

민중의 소리 인터뷰에서 얘기한 것처럼 인터넷에서 글을 쓸 때 실명을 그대로 쓰면

"서민을 참칭하지 마라!"는 욕을 들어먹기도 했는데,

그 덕분에 조국 교수님과 연결되는 호사를 누리다보니

지금은 작고하신 그 작명가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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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8-04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정말 절묘한 조화로군요.
그렇지 않아도 마태님 이름이 참 서민적이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잘 됐습니다. 원래 옛날엔 민심이 천심이라고 백성을 하늘같이
떠 받들었다잖아요. 꼭 서민이 대접받는 날이 오겠죠? 믿습니다!ㅋㅋ

마태우스 2011-08-04 22:58   좋아요 0 | URL
서민 마음이 하늘의 마음이라고 하시니 이거이거...^^
서민이 대접받는 날 하실때 그 서민이 저인지 아니면 다른 서민인지 꼭 밝혀주세요!

춤추는인생. 2011-08-04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원래 민이 들어가는 이름을 좋아하고. 서라는 성을 좋아해서. 님 이름이 참 좋아용^^
우리 너무 오랜만이예요. 서민님 잘 지내셨나요?

마태우스 2011-08-04 22:58   좋아요 0 | URL
어맛 이게 누구세요 춤인생님 아니신가요 전 원래 춤에 잼병이었는데 님을 알고나서부터 춤연습 좀 합니다. 원캐싱 대출광고에 나오는 춤을 따라하고 있다는...^^ 저야 뭐 잘 지냈다고 할 수 있죠 님은요?

하이드 2011-08-04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국 교수님은 롯빠임!!! 팬 아니고 빠!

마태우스 2011-08-04 22:59   좋아요 0 | URL
전 두산팬이고 보스톤 빠입니다. 조국교수님이 롯빠라니, 전반기 내내 마음고생이 심하셨겠군요

순오기 2011-08-0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국과 서민~~~~ 정말 환상적인 조합이네요.^^

마태우스 2011-08-04 22:59   좋아요 0 | URL
그,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조국교수님한테 꼭 붙어가야겠어요

카스피 2011-08-05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태님 실명을 처음 알았는데,서민교수라 참 서민적인 느낌이 듭니다용^^

마태우스 2011-08-09 14:58   좋아요 0 | URL
이름만 그렇지 실제론 재벌이란 설도 있지요^^

카스피 2011-08-10 09:55   좋아요 0 | URL
허걱 그런 반전이....^^;;;;
 

 

 

 

 

 

 

 

억수같이 내리던 비를 바라보던 중 정말 기가 막힌 얘기가 떠올랐다. 기생충에 걸린 조선시대 왕들의 얘기를 쓰는 거다. 예를 들어 연산군은 뇌를 침범하는 유구낭미충증에 걸린 덕분에 행동이 이상해졌고, 소현세자는 말라리아에 걸려서 죽었다는 식의.”

하지만 이런 얘기는 책으로 나오지 못한다. 쓰기 전엔 재미있을 것 같은 얘기도 막상 쓰고보면 별반 재미가 없고, 더 중요한 건 조선 왕들을 다 뒤져봐 봤자 기생충과 연관시킬 건덕지가 별로 없으니까. 억지로 이런 얘기들을 써낸다 해도 이런 책을 내줄 출판사는 찾기 힘들다. 더구나 저자가 여러 출판사를 힘들게 했던 나니까.


소설이 아닌 한, 요즘 잘나가는 책들의 상당수는 출판사의 기획에 의해 탄생한다. 그들은 시대의 트렌드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 저자에게 맞는 컨셉을 잡아주니까. 처음엔 ‘그렇게 쓴 건 내 책이 아니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막상 책이 나오고 난 뒤에는 누구보다도 그 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 자기가 쓰려던 책보다 그 책이 훨씬 훌륭하다는 걸 자기가 제일 잘 아니까 말이다.


<걸작의 공간>에 대한 소개글을 봤을 때, ‘이거 기가 막힌 기획이군!’이란 생각을 했다. 작가가 태어나고 글을 쓰던 장소를 독자들에게 보여준다니. 더구나 그 작가들이 로버트 프로스트, 헤밍웨이, 호손, 루이자 메이 올컷 등등 당대의 명 작가들이니, 독자의 구미가 동할 수밖에. 이런 멋진 기획은 예일대 교수의 머리에서 나올 수 없다. 필시 시대의 흐름을 아는 출판업자가 기획한 것이리라. 하지만 막상 책을 주문하려 할 때는 잠시 망설일게 된다. 책값이 무려 26,000원이니, 어지간한 책 두 권 값이다. 이런 망설임은 억지로 주문을 하고 책을 받은 뒤 깨끗이 사라진다. 독자가 보면 좋아할 만한 멋진 사진들이 책을 가득 메운 걸 보면, 책값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직접 갈 기회를 잡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상당한 만족감을 줄 것 같다.


이 책의 위력은 아내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강남좌파>, <헤드헌터> 등등 내가 주문하는 책들에 대해 시종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던 아내는 이 책을 보자마자 반색을 하더니 “내가 먼저 읽을 거야!”라며 손도 못대게 했다. 아내가 야구를 보는 사이 몰래 머리말을 읽어보니, 재미있는 구절이 나온다. 작가들의 집이 제대로 보존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면서 저자는 식당 주인의 말을 인용해 놨다. “전 그 집이 좋아서 샀어요. 사람들이 그곳이 존 스타인백의 집이었다고 했을 때 전 ‘그래서요?’라고 했습니다.” 이건 책을 좋아하는 기괴한 습관을 가진 ‘우리’끼리만 하는 얘기지만, 정말 웃기지 않는가? 스타인백의 집이라는데 ‘그래서요?’라니!


아내의 눈치를 보느라 딱 한 작가의 얘기만 읽었다. 헤밍웨이 편인데,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헤밍웨이는 인간으로서 해도 너무한 삶을 살았다. 작가는 작품으로 평가해야겠지만, 그가 만일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면, 그 행적으로 인해 그의 작품들도 묻혀 버렸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사슴 박제가 있는 헤밍웨이의 작업실을 보면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생각보다 훨씬 멋지고, 앉아 있으면 절로 글 소재가 떠오를 것 같아서. 아내가 빨리 이 책을 읽기를 기다려야지. 다른 작가들의 작업실도 궁금하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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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7-29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가 야구를 보는 사이 몰래 머리말을 읽으시다니. 너무 귀여우세요. (막 상상 ^^)
저도 바로 보관함에 넣습니다. 마태님과 아내분의 사시는 모습, 글만 읽어도 행복이 막 쏟아져요. 책 산 거 내가 먼저 읽을 거야. 하는 사랑스러운 다툼이라니요. ^^

2011-07-29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1-07-29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다시 태어나면 헤밍웨이로 태어나고 싶어요.

2011-08-04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1-08-04 23:36   좋아요 0 | URL
다요! 전 남자로 태어나기보다 여자로 태어난게 좋지만, 헤밍웨이라면! 하는 느낌. 술도 글도 여자도 .. 응? 헤헤 ^^

2011-07-29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4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07-30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읽어보겠어요!!

2011-08-04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7-30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마태님 덕분에 좋은 책 알게 되었네요.
저도 곁에 모셔라도 놔야겠습니다.^^

2011-08-04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magic 2011-07-30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궁금하잖아요~!!

2011-08-04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08-1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샀어요. 꺅 >.<
 


박재원은 원래 85학번이다.

전남의대 1학년에 다니던 그는 갑자기 재수를 결심, 그로부터 2년 뒤 서울의대에 입학한다.

미생물학 교수였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졸업 후 미생물학교실에 들어갔고,

군대에 있으면서 말라리아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연구에 있어서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오래지 않아 황무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의 말라리아 연구계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가 되고,

WHO(세계보건기구)에도 그 이름을 알려 자문단에 들어간다.

2011년 7월, WHO 사업을 위해 라오스를 방문했던 그는

자문회의가 끝난 후 물놀이를 갔다가 급류에 휩쓸리고 만다

철인3종경기를 즐겼고, 암벽등반의 대가였으며,

전국체전 스키 동메달리스트라는 드문 경력을 지닌 그였지만,

결국 급류를 이겨내지 못한 채 불귀의 객이 된다.

사진은 경향에서 무단복제....봐주세요!


그와 내가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해도,

난 그에게 커다란 빚이 있다.

S대에서 일어난 연구결과보고서 조작사건-교수가 모든 일을 저질렀지만 조교에게 뒤집어 씌워 조교만 해임하고 끝났던 사건-을 문화방송에 제보한 건

말라리아 전문가인 그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학회의 주류로부터 찍히는 걸 감수한 채 그는 나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서서 증언을 했다.

미생물학 출신으로 학회 내에서 어차피 비주류였던 그는

그 일로 인해 학회에 발을 끊은 채 잠적해야 했는데,

그 일을 하자고 선동했던 게 나였으니 미안할 수밖에.

방송에 알리자는 내 말에 그가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왕 하는 거, 끝까지 가자. 중간에 그만둘거면 아예 시작하지 말던지.”

연구에 대한 의욕이 지나쳐 적을 여럿 만들기도 했고,

자기가 옳다는 확신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은 점은 비판받을 수 있지만,

그는 매년 받던 억대의 연구비를 오로지 연구에만 썼던 보기 드문 교수였고,

WHO 활동을 위해 해외를 다니는 와중에도

해마다 10편 가까운 논문을 해외 학술지에 실었던 능력 있는 교수였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7180036405&code=100402

어제 경향신문에는 그의 죽음에 관한 기사가 1면에 실렸다.

그가 생전에 한 일들이 인정받은 결과겠지만,

앞으로 그가 이루었을 수많은 업적들을 생각하면 45세란 그의 나이가 너무도 안타깝다.

지난 4월, “언제 술이나 한잔 하자”는 전화를 걸었는데

그는 해외에 간다면서 돌아오면 마시자고 말했었다.

그 뒤 내 게으름 때문에 연락이 잘 안됐는데,

그때 마시지 못한 술을 영원히 마시지 못할 줄은 미처 몰랐다.

오늘밤 그의 영정을 앞에 놓고 못다 마신 술을 마셔야 한다니, 섭섭함이 밀려온다.

잘 가라,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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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1-07-1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노아 2011-07-19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습니다.ㅜ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tella.K 2011-07-19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안타깝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twoshot 2011-07-19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너무 안타깝네요..

비연 2011-07-19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운 분이 돌아가셨다는...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haire 2011-07-19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향신문 1면에서 저도 이 기사를 봤는데, 울컥 하더군요.
인생무상이란 표현이 절로 나오는... 이 분이 아직 젊은 시기에 만난 마지막 소용돌이를 한참 상상했지요.
그러면서 마태우스 님 친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설핏 들었는데... 역시.
역시 술 한잔도 미룰 수 없을 만큼 예측 불허의 세상이네요.

비로그인 2011-07-1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jy 2011-07-19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남은 사람들이 앞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 2011-07-19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까운 분, 의로운 분들은 꼭 이렇게 일찍 가시는 것 같아요.
이젠 좋은 곳으로 가서 편히 쉬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참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군요.

비로그인 2011-07-19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이자 동지분을 잃으셨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마태우스님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moonnight 2011-07-1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ㅠ_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무스탕 2011-07-1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를 잃는다는건 정말 슬픈 일인데 말입니다 ㅠ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락방 2011-07-1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시지 못한 술이 내내 마태우스님께도 마음에 걸리겠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립간 2011-07-19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메르헨 2011-07-19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로 접했는데 마태님 아는 분이셨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꼬마요정 2011-07-19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어제 신문 보면서 인재 한 명 잃었다고 슬퍼했는데, 마태님 아시는 분이셨군요. 더더욱 가슴 아픕니다.

푸른신기루 2011-07-19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슬픈 소식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레와 2011-07-1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안타깝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tefanet 2011-07-19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돌아가신 박재원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더불어 친구분을 먼저 보내신 마태우스님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승주나무 2011-07-19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참 안타까운 죽음이네요 ㅠ

LAYLA 2011-07-19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지만 정말 멋지고 훌륭한 삶을 사셨네요..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lanca 2011-07-19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아프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늘빵 2011-07-19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ㅠ

순오기 2011-07-19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경향신문에서 사진과 기사 봤어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Kir 2011-07-20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다는 말 외에는 떠오르지 않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조선인 2011-07-2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연 2011-07-2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Alicia 2011-07-2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aint236 2011-07-2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쓰는 말이지만 언제 한번이라는 말만큼 공허한 말도 없는 것 같습니다.

또치 2011-07-21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런 분들은 하늘에서 이렇게 빨리 데려가시는 걸까요... ㅠㅠ
좋은 데 가서 편히 잘 쉬시기를 빕니다.
마음아파하고 계실 마태우스님께도 위로를...

keesun whang 2011-07-23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을 주문하고 싶은데 미국에서도 가는한지요?????
방법을 좀 알려주세요

마태우스 2011-08-04 16:17   좋아요 0 | URL
어..그건 저도 잘 모르는데요 알라딘 어딘가에 나와있을텐데...배송비만 더 내면 될 것 같은데요

아싸가오리리리 2011-07-29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음이 아프네요.

sweetmagic 2011-07-30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안타깝네요. 그리고 마태님이 보고싶어요.

2011-08-04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완전연애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8
마키 사쓰지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나이트 샤말란을 유명하게 만든 <식스센스>는 막판 반전이 돋보이는 영화여서,

마음에 안드는 이한테는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야!”라고 말해주는 게 유행이었다.

하지만 반전을 알고 모르건 간에 그 영화는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웠던 영화로,

유령의 목소리가 녹음된 카세트의 볼륨을 높이는 장면은 어찌나 머리칼이 쭈뼛하든지, 오래오래 생각이 났다.

그러니까 반전을 안다고 영화나 책이 재미가 없다면

그건 그 작품에 반전 말고는 볼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반전에 목숨을 걸며,

마키 사쓰지가 쓴 <완전연애>도 특별한 사건 없이 막판 반전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책이다.

하지만 반전까지 가는 길이 무지하게 지루한 과정이라,

중간에 책을 던져버리고픈 유혹을 열 번쯤 느꼈다.

게다가 겨우 다다른 그 반전이란 것도 시시하기 그지없어,

겨우 이거였냐,는 허탈함만이 내 몸을 휘감았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을 워낙 많이 접한 탓일 수도 있다.


처음엔 그래도 흥미로운 구석이 있었다(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도모네’라는 이름의 여자 주인공이 미녀였던 것.

‘이제 뭔가 좀 되려나보다’는 기대를 한 건 당연지사,

하지만 책을 10분의 1쯤 읽었을 때 도모네가 그만 죽어 버리자

도대체 어디다 마음을 두고 읽어야 할지 방향을 잃어버렸다.

도모네의 딸인 ‘히라’가 미녀라기에 또 기대를 해봤는데

그녀 역시 별다른 로맨스 없이 가버린다.

여기까지 쓰고나니 나란 놈은 책을 읽을 때 미녀가 나오고 야한 장면도 적당히 있어야 ‘좋은 책이다!’라고 열광하는 놈 같은데,

스토리가 무미건조하니까 미녀를 찾게 되는 거지 내가 원래 그런 놈은 아니다.

나이든 화가와 그 남자 제자, 그리고 미술잡지 남자사장만 죽어라 나와서

별로 시덥잖은 얘기만 하고 있는데 재미가 있겠는가?


이건 뭐, 어디까지나 내 얘기일 뿐,

리뷰를 보면 “중독성이 있다”는 식의 호평이 훨씬 더 많으니

미녀가 안나와도 괜찮다는 분은 선택하셔도 좋을 것 같다.

취향이란 건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라,

<히어 애프터>를 보고 “해운대보다 CG가 후지다”며 별 반개를 준 분도 있고,

“역시 거장의 영화”라며 다섯 개의 별을 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자기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주고받는 게

실패를 안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이렇게 정리를 해보는 거다 (이건 어디까지나 예시다).


A님: 해운대 (별 셋) 히어애프터 (별 넷) 글러브 (별 둘)

B님: 완전연애 (별 둘) 체포왕 (별 넷) 고백 (별 다섯)

C님: 해리포터 (별넷) 모비딕 (별하나) 127시간 (별 셋)


이런 식으로 정리된 데이터가 있다면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이렇게 만들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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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6 0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9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1-07-16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책 소개만으로는 읽어보고 싶은데 마태님 리뷰를 읽고 보니 망설여지네요.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책인가봐요.

2011-07-19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르헨 2011-07-19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너무 치우친 책읽기를 하고 있다 싶지만 그래도 어쩝니까...
그냥 내가 읽고 싶고 궁금하고 그런 책에 손이 가고 눈이 가는걸...^^
저런 데이터...마태님께서 한번 해 보심이..ㅎㅎㅎ

마태우스 2011-07-19 11:00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먼저 메르헨님과 저의 공통점부터 찾아볼게요^^

재는재로 2011-09-03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었지만 중반쯤 되는까 반전트릭이 뭔지 알게된니 시시해저서 그래도 끝까진 읽어는데 그냥 연애소설이데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