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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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은 글재주나 지식이란 잣대로 보면 열 권 이상의 저서는 있어야 할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낸 책은 젊은이들을 보듬어주는 게 주 테마인 <건투를 빈다>가 유일했는데,

그건 그가 책 한권 분량의 글을 쓰기엔 너무 게으르기 때문이다,라고 추정된다.


<닥치고 정치>는 그가 말을 하고 최고의 인터뷰어 지승호가 그 말을 정리한 책으로,

책을 쓰기엔 게으를 것으로 추정되는 김어준이 택할법한 형식이었다.

게다가 전작이 너무 착하기만 해 기대에 못미쳤다면,

이 책은 평소 그에게 기대하던 것들이 죄다 담겨 있다.

스릴러도 아닌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만큼 재미있고,

심각한 정치 이야기를 하는데도 수시로 폭소를 터뜨릴만큼 웃기다.

물론 이건 김어준만의 능력이 아니라, 각하의 공이 절대적이다.

그분이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일련의 사건들만 나열해도 그 자체로 한편의 드라마가 되니까.


내가 생각하기에 김어준 최고의 장점은 관계없어 보이는 사건들의 배후를 꿰뚫어보고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통찰력이다.

나름대로 BBK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도곡동 땅과 BBK가 어떻게 연결된 건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김어준은 특유의 통찰력으로 BBK 사건의 내막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데,

그걸 알고 나니 머릿속이 다 시원해진다.

거기에 수시로 나오는 “추정”이란 단어와 “가카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니까”가 어우러지니

재미가 백배쯤 더해지는 거다.

저자의 뛰어난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 하나.

“다음 법무부 장관이 누가 되는지 지켜봐. 틀림없이 이명박 최측근 중의 측근이 된다.  

아무리 야당이나 국민이 반대하더라도.”(98쪽)
 

그가 이 말을 한 시점은 올해 5월인데,  

과연 각하는 올해 8월 민정수석이던 권재진 씨를 법무부장관으로 밀어넣는다.

청와대 수석을 하던 사람이 공정하게 법집행을 할 수 있겠냐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준표가 한나라당 대표가 될 거라는 그의 예측도 지금사 되짚어보면 놀랍다. 


문제 하나. 우리 각하가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소위 베를린 선언을 굳이 독일에 가서 한 이유가 뭘까?

총수가 내놓은 답, “이유는 하나야. 베를린 선언이라고 하려고. 그 외에는 굳이 베를린에 가서 말해야 할 단 하나의 이유도 없거든.”(199쪽)

이렇게 유쾌하게 사건의 진상을 가르쳐 주는 책은 여태까지 없었다.

다 읽고 나면 여기서 얻은 지식들을 다른 이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지고,

열댓 권쯤 사서 지인들에게 돌리고 싶어지는 책,

<닥치고 정치>와 더불어 올 가을을 재미있게 보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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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7 0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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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7 0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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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2 12: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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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3 1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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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얘기는 아니구 어느 분이 물어보셔서 그러는데요 

입원할 때 가져갈 책으로 어떤 책이 좋을까요? 

4박5일 정도 입원할 예정이고, 중간에 수술도 한답니다. 

얼핏 생각나는 게 추리소설입니다.

그런 거 읽다보면 통증을 잊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유방암에 걸려 저 세상으로 간 제 후배는 

이따금씩 추리소설을 보내주는 저한테 이런 말을 했어요. 

"안그래도 세상이 무서운데 이런 소설을 보내시면 어떡해요." 

물론 이분의 경우엔 당장 죽을 병은 아니니 보내도 상관없겠지요. 

갑자기 작년 생각이 나네요. 

제가 손목이 부러져 입원했을 때 가져간 책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크...>였어요. 

 

 

 

 

 

 

보시면 알겠지만 이게 보통 두꺼운 책이 아니죠. 

게다가 한손은 수술을 해서 붕대를 칭칭 감아놨으니 

한손으로 이 책을 들고 읽어야 했죠. 

들고 읽으려니 어찌나 힘이 들던지요. 

책이 넘어져 얼굴을 강타한 적도 있었는데, 

참고로 그때 전 코뼈도 부러져 대충 맞춰놓은 상태였다는... 

그때 생각했죠.  

권수를 줄이기 위해 두꺼운 책을 들고가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걸요. 

하지만 이분은 손을 수술하는 건 아니니 두꺼운 책도 괜찮겠지요. 

  

 

 

 

 

 

 

오쿠다 히데오처럼 웃기는 소설도 괜찮겠구,  

로맨스 소설도 뭐, 나쁘진 않을 것 같네요. 

아주 야한 책이면 좀 문제가 되겠죠?^^ 

 

 

 

 

 

 

 

 꼭 소설만 골라 달라는 건 아닙니다.

소설이 아니라도 재미있는 책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이책입니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김어준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가 되네요.

 

 

 

 

 

 

 

 

아무튼, 혹시 떠오르는 책이 있으시면 댓글로 적어 주세요. 

10월 5일 12시까지 추천해주신 책들을 그분한테 심사해 달라고 한 뒤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준 한분께 3만원 상당의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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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0-02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페이퍼가 재밌네요.
이미 좋은 책은 다 권하신 것 같은데 굳이...?!ㅋ
얼마 전에 읽은 은희경 작가의 <생각의 일요일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일단 재생지를 써서 손에 들기 가볍구요, 작가가 지금까지 인터넷에 썼던 댓글들을
모아 글을 썼기 때문에 부담없이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가 있어서 나름 좋은 것 같아요.

아니면 안대회 교수의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는 어떨까요?
사실 그분이 병원에 계시다는 것과 우리나라 유배지랑 묘한 느낌을 가질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쁘게 생각하면 나쁠수도 있지만 오히려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오히려 후자쪽이 더 강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우리나라 곳곳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그 풍경이 일단 좋구요, 유배형을 받았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다 불행하게 살았던 것만은 아니라는 것에서 의외로 기분 좋게 읽힐 수도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전 이만 물러 갑니다. 남은 휴일도 알차게 보내시고, 힘찬 한 주 맞으시기 바랍니다.^^

마태우스 2011-10-05 18:13   좋아요 0 | URL
병원과 유배지를 연결하다니, 뛰어난 발상이시네요. 맞아요 저도 작년에 입원해보니 유배지 비슷하더라구요. 요즘 일이 많아서 많이 어려운데, 격려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1등 축하 상품 꼭 남겨주세요.

2011-10-03 0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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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6 06: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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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10-03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이번주 토요일부터 저희 엄마도 수술 받으시게 되어서 일주일에서 이주일가량 입원하실 예정이거든요. 저희 엄마는 책을 잘 안읽으셨던 분이시긴 한데, 입원하는 동안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를 읽으시겠다고 가져가신대요. 제가 지난주엔가 드렸는데 아직 읽지 않고 계셨거든요. 그런데 이 책, 입원하는 동안 병실에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무겁지도 않고 사진도 있어서 천천히 넘겨 보기에 괜찮을 것 같아요. 사진이 웅장하고 생명력이 넘치거든요.

2011-10-06 06: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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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3 14: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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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6 06: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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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4 08: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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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6 06: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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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5 0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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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6 11: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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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1-10-05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의견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로 비밀글로 남기셨는데요, 다들 나름의 이유가 있는 좋은 책들이었습니다. 그분한테 여쭤본 결과 스텔라님이 당첨되셨습니다. 축하드리구요, 3만원 상당의 책과 주소랑 전번 댓글로 좀 남겨주세요. 저도 한번 읽어볼게요!

2011-10-06 14: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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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8 2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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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11-10-12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늦었네요. ^^;
 


이건 전에도 여러 번 한 얘기지만 또 해본다.

술과 스포츠에만 관심이 있던 1997년,

난 테니스장에 있던 신문 쪼가리에서 계간 <인물과 사상> 3권의 책광고를 본다.

“성역과 금기에 도전한다”는 표제의 그 책광고를 보는 순간

난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단 생각에 사로잡혔고,

마법에 이끌리듯 서점으로 달려가 이 책을 산다.

책이라곤 관심도 없었던 난 단숨에 그 책을 읽어내려갔고,

내친김에 1, 2권도 사서 읽어버린다.

그 후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고,

책은 스포츠와 술을 밀어내고 가장 중요한 취미가 됐다.

그리고 <인물과 사상>의 저자 강준만은 그날 이후부터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됐다.

내 책장에 있는 강준만 선생의 책만 해도 150권이 넘고,

나머지 책들 중에도 강선생이 “읽어보라”고 권한 책이 수두룩하니,

그분만큼 내 삶에 영향을 끼친 분도 없을 것이다.

월간 <인물과 사상>에 글을 쓰게 됐을 때,

그 잡지의 영향력에 무관하게 뛸 듯이 기뻐했던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엊그제, 문자 한통을 받았다.

강준만 교수께서 모친상을 당하셨다는 내용이었다.

내게 연락이 온 건, 아무래도 인물과 사상지에 글을 쓰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유야 어찌되었건 난 십오년째 사상적 은사로 모시는 분을 처음 뵐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했다.

원래 계획은 선생님과 맞절을 하는 자리에서 “사실 저 선생님 제자입니다”라며 인사하는 거였는데,

토요일 아침 좀 이른 시각에 빈소를 찾았더니 신문에서 많이 보던 분이 접수대에 앉아 계셨다.

‘어머나! 강선생님이다!’ 



놀라운 일은 그 다음.

방명록에 이름을 쓰자 강선생님이 내게 아는 체를 해주셨다!

“눈이 크신데 왜 작다고 쓰셨어요?”

인사만 할 수 있어도 감사할 일인데, 날 알고 계신다니 영광 그 자체였다.

게다가 쥬스를 앞에 두고 선생님과 단둘이 대화까지 할 수 있었다니,

아마도 난 10월 1일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거다.

“선생님 칼럼 팬입니다”라는 말을 내 은사한테서 들었으니 얼마나 기분이 째지겠는가?


엄청난 일을 겪으면 이게 꼭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예를 들어 중병을 선고받을 때 그게 내 일이라는 게 실감이 안나는 것처럼,

강준만 교수를 만난 것도 지금 생각하면 꿈같다.

그때는 꿈에 취해 말씀을 못드렸지만,

제 정신으로 돌아온 지금, 그때 했었어야 하는 인사를 드린다.

“제가 제대로 된 삶을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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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1-10-02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좋으셨을까요? 그런데, 가운데 사진이 있는거지요? 안보여서 궁금합니다.

마태우스 2011-10-02 16:56   좋아요 0 | URL
앗 안보이나요?? 제 컴에서만 보이는 건가요...?? 암튼 무지 좋았어요

2011-10-02 0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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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2 16: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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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2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진 찍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다른 사람과 찍는 건 더더욱 그렇다. 

그게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김제동은 연예인 중에서도 좀 특별한 축에 속한다. 

첫째, 그는 '김제동 어록'이 있을만큼 주옥같은 비유를 잘하는 달변의 소유자이고, 

둘째, 우리나라같은 척박한 나라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명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멋진 분이기 때문. 

나라의 한심함 때문에 출연할 기회를 박탈당하면서도  

그는 늘 웃고, 늘 여유로워 보인다.  

그러니까 출연제약 같은 압력은 그에게서 웃음을 빼앗아가지 못했고, 

오히려 그의 아우라를 더 크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아무튼 그는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연예인이다. 

 

하지만 내가 오늘 그와 사진을 찍은 건 단지 그가 김제동이어서는 아니다. 

어려서부터 난 내가 눈이 가장 작다고 생각했는데 

김제동을 보면서 위안이 많이 되곤 했다. 

오늘 아침 김제동을 만나러 간다니깐 아내가 "누가 더 작은지 인증샷 찍어와"라는 명을 내렸고, 

그래서 몇분간 줄을 선 끝에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주위 사람들이 말하길, "세로는 김제동이 더 길고 가로는 서민이 더 길다"고 했는데 

사진을 올려놓고 보니 내가 더 작은 것 같다. 

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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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1-09-2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하.다.. 푸하하하하

오늘도 칼럼.. 속이 시원하던걸요. 수첩공주가 침묵하는 이유 말이죠..ㅋ
추석은 잘 지내셨나요? 건강하시죠?^^

마태우스 2011-09-24 00:30   좋아요 0 | URL
추석 잘 보냈어요^^ 요정님 늘 감사드리구요, 부끄러워요

순오기 2011-09-23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제가 보기엔 마태님 눈이 더 큰데요.
김제동보다 뒤에 있지만 눈이 더 커보이니까 원근을 생각하면 실제 더 크잖아요.^^

마태우스 2011-09-24 00:31   좋아요 0 | URL
제가 눈을 좀 크게 뜬 반면, 김제동님은 평소대로 떠서 그런 거 같아요. 암튼 님은 제편이군요??

다락방 2011-09-23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분간 줄을 선 끝에 찍으셨다구요? 아니 그럼, 김제동은 자신이 마태우스님과 사진 찍는걸 몰랐다는 말인가요? 김제동도 본인이 마태우스님과 사진 찍었다는 걸 안다면 엄청 좋아할텐데 말이지요. 으르렁-

마태우스 2011-09-24 00:32   좋아요 0 | URL
아이 왜그러세요 전 님하고 사진찍을래요 언젠가 꼮!

레와 2011-09-23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악!! >_<

제가 좋아하는 김제동씨와 더 좋아하는 마태우스님의 사진이라니..!!!

마태우스 2011-09-24 00:32   좋아요 0 | URL
에이 저보단 김제동님이 훨씬 훌륭하죠^^

민세민석아빠 2011-09-23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께서 눈이 큰 김제동씨와 친하게 지내실 수 있겠네요...^^

마태우스 2011-09-24 00:32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님하고도 잘 지내봐요

무스탕 2011-09-23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동씨가 마태님을 몰라봐요? 어머, 요즘 뜨는 아이콘을 챙기지 않는 실수라닛!! ^^
두 분 눈썹이 닮으셨어요. ㅎㅎㅎ

마태우스 2011-09-24 00:34   좋아요 0 | URL
제가 그리 잘나가는 이는 아니잖아요 세상이 다 알라딘같진 않죠 호호호.

Mephistopheles 2011-09-23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도 지금까지 마태님 눈 크기를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했는데. 국민 작은눈 김제동씨와 나란히 인증샷을 찍으시니까..이제서야 작게 느껴집니다....ㅋㅋ (왜 인증샷을 찍으셔가지고설라무네..)

마태우스 2011-09-24 00:35   좋아요 0 | URL
오오 메피님 전 저와 같은 종족을 만났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지라 인증샷을 찍은 건 자연스런 반응이었어요^^

stella.K 2011-09-23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사진 찍는 것 안 좋아하신다면서
심심찮게 사진은 왜 올리시는 겁니까?
난 반갑기만 하더만...ㅋㅋ
어쩌다 저렇게 찍으셨나요?
형제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태우스 2011-09-24 00: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사진 안조아한다더니 사진만 올리네요 호호호
사진은 페이퍼의 지름길이다 -마태우스-

saint236 2011-09-23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런데 왠지 마태님의 모습에서 임하룡씨의 실루엣이...

마태우스 2011-09-24 00:35   좋아요 0 | URL
이, 임하룡이라뇨! 넘하세요 흑흑. 그 나이많은 임하룡 흑흑

울보 2011-09-23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에도 마태님이 더 커요,,

마태우스 2011-09-24 00:36   좋아요 0 | URL
제가 그래서 울보님을 좋아해요

2011-09-23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4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fanet 2011-09-23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백.히. 마태님 눈이 더 큽니다! ^^

마태우스 2011-10-02 03:0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역시 정의는 이기는 법인가봅니다^^ 사실요 김제동님이 사진찍을 때 눈을 좀 감아 주셨다는...^^

L.SHIN 2011-09-23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하.다.
아, 정말, 오랜만에 왔는데 이런 명량개구쟁이 웃음을 주시다니.^^
잘 지내셨습니까!!

마태우스 2011-10-02 03:07   좋아요 0 | URL
아 엘신님! 정말 반갑습니다. 절 버리신 줄 알고 좌절하고 있었다는..

자하(紫霞) 2011-09-23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에도 마태우스님이 더 큰데 말입니다...^^

마태우스 2011-10-02 03:08   좋아요 0 | URL
베리베리님/용호상박이란 건 이럴 때쓰는 말이겠지요^^ 제편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arcy sor 2011-10-08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제동 얼굴이 더 커요~~`

sweetmagic 2011-10-12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로 세로가 바뀐거 같은데요 ?
그리고....마태님 방부제 드세요 ?
몇년 전 처음 뵜을 때 그 모습 그대로예요 !!!
 

지난번 허드렛일(1)이 예상치 못한 반향을 얻은 듯하다. 

"그렇게 힘들게 사는 줄 몰랐다"며 내 손을 잡고 눈물을 적시는 이도 있었고, 

여기저기서 격려메일이 쇄도했다. 

하지만 어느 직업에나 애환은 있기 마련이고, 사실 이 정도 일하는 건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 넘어가려다 결국 '허드렛일(2)'를 쓰게 됐다. 

멧돼지 고기를 채썰고, 하루 수백킬로를 운전하는 거야 어쩔 수 없다해도 

오늘은 몇시간 동안 인간펌프가 됐으니 말이다. 

 

어제 수업을 마치고 전라남도 곡성에 있는 철기시대 유적지로 출발했다. 

근처에서 1박을 하고 오늘 아침 8시경 해당 장소로 가보니 

구덩이마다 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주말에 비가 많이 온 여파로 물이 빠지지 않은 것. 

이 상태에서는 샘플채취가 불가능한지라 

바가지로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몸이 힘들어서 그런지 표정도 무섭다...저게 나야? (셀카임)

 

그냥 물만 퍼낸 게 아니라 물이 빠져나가도록 수로를 만들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평소 안하던 삽질도 했다. 

 

내가 만든 수로로 물이 빠져나가는 장면. 이 광경은 참 아름다웠다. 

  

그래도 중요한 건 바가지로 물을 퍼내는 거, 이것만 몇시간을 했는지 모른다.  

이렇게 퍼낸 뒤 흙을 와장창 제거하고 그 당시 토양층을 따내서 튜브에 담았는데 

몸이 힘들었던만큼 기생충알도 와장창 나와줬으면 좋겠다. 

 

 

물을 제거한 뒤 이렇게 벽면에 튜브를 꽂아 토양샘플을 채취한다. 

 

많은 분들이 지난번 글을 읽고 "기생충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달아 주셨다.  

어느 분은 기생충알을 뿌려 주겠다고 하기도 했는데 (몸에 지니고 계신 걸까?)

이런 격려의 댓글에 어찌나 가슴이 뭉클했는지! 

그런 기대가 허황되지 않아 

지난번에 전남 장흥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드디어 기생충알이 나왔다. 

이건 정말 축하할 일로, 11월 말의 결과보고서 때 최소한 한마디는 할 수 있게 됐다. 

나온 기생충은 편충. 

원래 편충은 참 아름다운 알을 낳아서 

"나도 한번 걸려보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게 하는 기생충이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니만큼 고고학적 유적에서 나온 건 모양이 많이 변하기 마련으로 

20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편충알은 다음과 같다. 

속이 텅 비어있고 마개도 빠진 모습인데, 

그래도 내게는 너무도 이쁜, 올해 나온 것 중 가장 사랑스러운 기생충알이다.

 

긴 여정을 마치고 집에 온 지금, 

300킬로 가까운 운전에 두세시간 가량의 물퍼내기, 게다가 삽질까지 한 터라 

피로가 도져 멀미가 날 정도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교수인 것 같다.
 

모종의 할 일이 남아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다가 이 글을 쓰는데

위에서 다른 직종도 다 나만큼 힘들지 않을까 싶다는 말을 했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내가 주위 사람들 중엔 제일 힘들게 일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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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1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1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2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2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9-22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한마디로 위로하기엔 너무 애쓰셨네요.
그래도 성과를 얻으면 보람은 있겠지요~ 홧팅!!

비로그인 2011-09-22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성과가 있어 다행이네요ㅎㅎ 축하합니다!!^^

마태우스 2011-09-22 23:09   좋아요 0 | URL
그래요 그게 다행입니다. 근데 너무 힘들어요 흑흑.

마노아 2011-09-2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숭고한 노동이에요. 이번에는 더 많은 기생충이 나왔음 좋겠어요!!!

마태우스 2011-09-22 23:10   좋아요 0 | URL
이번에만 기생충이 나와 주면 남은 기간 더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근데 그게 되려나...

blanca 2011-09-2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기생충이 나와 다행이에요^^ 정말 수고하셨네요.

마태우스 2011-09-22 23:10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의 친절한 댓글 감사드리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할게요

메르헨 2011-09-2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이번에는 더 힘든 작업이셨겠어요. 그래도 날이 좀 서늘해서 괜찮으셨나요?
궁금한데요...물 퍼내기나 이런거 할때 기생충들이 마태님 몸에 옮겨 붙지는 않나요?
땅속에 있는 오래전 기생충 말로...요즘 기생충 말이죠.
옷도 가볍게 입으시고 손에 장갑도 없으셔서 그냥 궁금해졌어요.^^

마태우스 2011-09-22 23:11   좋아요 0 | URL
전남 그쪽 지방은 태양이 이글이글 불타더군요 그래서 목과 얼굴이 벌겋게 탔다는... 기생충은 죽은 거라 옮겨붙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몇천년 전 건데요 설마 살았겠어요^^

BRINY 2011-09-2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수님 수고 많으십니다. 정말 전동펌프가 필요한 작업장이네요.

마태우스 2011-09-22 23:11   좋아요 0 | URL
한일자동펌프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쉽싸리 2011-09-22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기생충 나와서 다행입니다. 참 알흠다운 녀석 이네요. 이번에도 나올길 바랄께요~
나중에 아주 나중에 저희집 근처에 오시면 기생충알을 발견하실 확률이 매우 높을거에요.
저희는 똥을 받아서(소위 생태화장실!) 마당에 퇴비화 하거든요. 밭에도 뿌릴 예정이고요. ^^

마태우스 2011-09-22 23:12   좋아요 0 | URL
오옷 인분을 비료로 쓰시는 유기농 농사군요! 정말 좋은데요, 시대가 너무 최근 거라 인정이 안될 거 같아요... 말씀만이라도 감사

하늘바람 2011-09-2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생충알 체취를 다니시는군요.
와 그런데 점점 젊어지시는것같아요

마태우스 2011-09-22 23:13   좋아요 0 | URL
사진발이랍니다 님 말씀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음^^

moonnight 2011-09-22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진짜 수고하셨어요. ㅠ_ㅠ
이번에도 기생충알이 와장창 나왔으면 좋겠어요. 마태우스님의 노동에 최소한의 보상은 있어야지요!!! 항상 열심히 하시는 마교수님. 존경합니다. ^^

마태우스 2011-09-22 23:13   좋아요 0 | URL
아유 부끄럽습니다. 달밤님에 비하면이야 뭐... 최근 5년간 바짝 열심히 일했는데, 남은 기간도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진주 2011-09-2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사학과 다니던 내 친구는 노상 삽질하던걸요~~
공사현장에서 사기조각이라도 하나 발견하게 되면 달려가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삽질만 해대는 애환을 익히 들은지라 저는 사학과 가려는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 꼭 해줘요.
마태님, 잘 지내시죠?

마태우스 2011-09-22 23:14   좋아요 0 | URL
아앗 들켰다. 그죠. 현장 계신 분들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얼굴이 까맣게 타도록 몇달씩 삽질... 저에 비할 바는 아니죠. 그나저나 진주님, 안녕하셨어요. 옛날에 호형호제하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무스탕 2011-09-22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93, 총 334334 방문

몇 번 말하려다 잊어먹고 그냥 지나갔었는데요,
저희 시댁 동네에 아직도 예전 화장실을 그냥 사용하는 집이 있으시대요. 옛날엔 항아리 놓고 사요했다고 시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시던데 여직 그렇게 쓴대요. (전 그런식의 화장실은 본적도 없어서 도대체 뭐라 설명을 드리긴 어렵습니다만 하여간 아주 오래전거래요;;)
그래서 언젠가 마태님께서 적으신 페이퍼에 시골에도 요즘엔 옛날 화장실이 없어서 기생충 구하기도 어렵다고 하셨던 글이 생각나곤 했어요.
이 말을 적고 싶었고요 ^^;;;

정말 현실과 좀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이렇게 열심이신 마태님을 뵈면 마태님이 다니시는 곳곳에서 기생충이랑 기생충알들이 더글더글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마태우스 2011-09-22 23:16   좋아요 0 | URL
아주 오래전 거라구요 흠흠..갑자기 구미가 댕기는데요^^
근데 혹시 조선시대 거 아닌가요?
제가 찾는 건요 화장실이 제 모양을 갖추기 이전 시대걸랑요. 그니깐 기생충을 발견해서 그곳이 화장실이었다는 걸 증명하는 게 제 목표..
아무튼...정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무스탕님의 격려멘트도 감사!

sweetmagic 2011-10-1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아주 아주 예전에 친구가 똥에서 기생충 나왔다는 소리 듣고
넘 부러워서 아무도 몰래 벌레 주워 삼켰던...무식했던(?) 과거가 떠올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