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알을 찾으러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
우리나라에 참 좋은 곳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도시나 가볼만한 명소가 존재했고, 기가 막히게 맛있는 맛집들이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와 함께 장흥을 다녀오자는 생각을 했다.
굳이 장흥으로 정한 이유는 숲을 좋아하시는 어머니의 특성을 고려한 거였는데,
장흥에는 산 전체에 편백나무를 심어 놓은 '우드랜드'라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머니는 나랑 여행을 간다는 사실에 무지하게 기뻐하셨고,
디데이를 기다리는 동안 거의 모든 친구분들에게 전화를 걸어
여행을 간다고 자랑을 하셨다.
가는 장소가 외국도 아닌 전라남도 장흥이건만,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가는 게 그렇게 기쁘셨던 거였다.
이번이 어머니와 단둘이 가는 첫 여행이었을 정도로 어머니한테 무관심했던 난
어머니의 자랑 덕분에 졸지에 효자 반열에 올랐는데,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진작 좀 같이 가자고 할 걸!"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도착하는 날, 장흥의 토요시장에서 삼합을 먹었다.
삼합 하면 홍어와 삼겹살, 그리고 김치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겠지만,
장흥 삼합은 장흥 특산물인 꽃등심과 키조개, 그리고 버섯을 싸서 먹는 것.
한점을 드셔 본 어머니의 아담한 눈이 커졌다.
"민아, 이거 정말 맛있다!"
당연히 맛있을 거다. 나 역시 장흥의 꽃등심을 처음 먹었을 때
거의 기절할 뻔 했으니 말이다.
장흥의 소는 소가 아니라 예술이라며 감탄하기까지 했었는데,
그날은 아마도 어머니가 외식 역사상 가장 많이 뭔가를 드신 날이었을 거다.

출장 때마다 자던 리버스 모텔에서 1박을 했다.
청결도도 비교적 마음에 들지만
강을 끼고 있어 경관이 아주 좋기로 유명하다.
그간 연구원과 잘 때는 그 앞을 산책해본 적이 없지만
어머니를 모신 김에 다음날 아침 리버스 모텔 앞을 산책했는데,
볼 거리가 워낙 많아 어머니가 참 좋아하셨다.
짙은 안개에 유유히 흐르는 탐진강, 그리고 새들까지!

"너무 좋다"를 연발하시던 어머니는 하지만 내가 짜 놓은 그 다음 스케쥴인
편백나무 숲을 가자마자 할말을 잃었다.
"내가 이런 데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지?"라면서 어머니는
수십미터에 달하는 편백나무 숲길을 소녀처럼 걸으셨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추천을 받아 간 회포리.
거기 전어횟집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난 전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톱3 안에 전어회가 있었다.
가는 도중 바닷가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남해바다를 바라본 것도 좋았지만,
회포리에서 전어를 먹은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그 전어는 내가 먹었던 어떤 전어와도 다른, 전어의 혁명이라 할만했다.
쫄깃함이 극치에 달하면 예술이 된다는 걸 깨달은 고마운 전어들,
그들의 희생 덕에 어머니와 난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냈다.


다음 코스인 보성 차밭은 그 명성과 달리 그리 볼 것이 없었고
그 대신 보성의 명물인 꼬막정식이 어머니와 내 인상에 강렬하게 남았다.
맛이 극치에 달하면 배가 부른 것도 별 상관이 없다는 걸 새삼 깨달은 고마운 꼬막들.

그리고 서울에 올라가는 길,
어머니는 계속 전화를 하며 친구들한테 자랑을 하기 바빴는데,
세상의 모든 자식이 어머니 앞에선 죄인이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또 다시 마음아픔을 경험해야 했다.
내가 혼자 돈을 벌게 된 이후로도 이십년이 지났는데,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야 그렇다 쳐도,
그 후로 십년간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갈 생각을 거의 안한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었다.
시간이 좀 지난 지금도 어머니는 나와 전화할 때마다 장흥 얘기를 하시는데,
빨리 돈을 모아 좀 더 근사한 곳에 모셔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그 1박2일로 인해 세상의 모든 자식이 갖기 마련인,
어머니에 대한 죄의식이 더 커져 버렸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