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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와 티파니에서 아침을 - 첫번째 싱글걸에 대한 혼란과 떨림의 이야기
샘 왓슨 지음, 노지양 옮김 / 이봄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오드리 헵번은 내 타입은 아니다.
동아리 선배 중 오드리 헵번을 닮은, 그래서 '오드리 될뻔'이란 별명을 가진 누나를 봤을 때도
그다지 가슴이 뛰진 않았다.
그가 나온 영화를 본 것도 <로마의 휴일>이 전부인데,
거기서 난 오드리가 예쁘다는 것보단 그레고리 팩이 진짜 멋있구나,는 것만 느꼈다.
오해가 있을까봐 내가 남자주인공을 좋아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걸 밝혀둔다.

그런 내가 <오드리와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란 책을 산 건,
그 영화가 여성의 삶에 크나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시네21 광고를 보고 난 뒤였다.
그 전까지 섹스를 즐길 수 있는 여성은 오로지 나쁜 여자들이었지만,
이 영화 이후부턴 성을 자유롭게 즐기는 독신여성도 당당히 얼굴을 들고 살아갈 수 있게 됐다는 얘기였다.
한 영화평론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 영화로 우린 성인이 되었다...어느날 갑자기 우리에게 섹스를 공공연히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166쪽)
그래? 그렇게 대단한 영화라니 호기심이 일었고,
책을 주문한 뒤 배달을 기다리는 동안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쿡에서 1000원을 내고 봤다.
이런 태도, 중요하다.
그 덕분에 난 책에서 설명하는 장면들을 금방금방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보단 책이 더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1960년대 영화다보니 당시로선 참신해봤자 지금의 내겐 시시할 수밖에 없는데,
그에 비해 영화의 뒷얘기란 언제나 재미있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주제가인 '문 리버'였다.
영화를 알기 전부터 이 노래를 알았고, 노래방에서 곧잘 부르곤 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노래와 영화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오드리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유명한 장면은
오드리를 그다지 예쁘게 보지 않는 내 마음도 살짝 흔들었다 놨는데,
그건 오드리의 미모가 아닌 노래 때문으로,
내 결혼 십주년이 될 때 이 노래를 부르면서 아내에게 고맙다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난 아내 말에 의하면 대단한 음치고,
그래서 아무리 좋은 노래라고 하더라도 망쳐 버리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라
그런 마음은 그냥 마음으로 족할 것 같다.
네이버를 찾아보니 오드리가 죽은 게 1993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
올해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타계했으니
저 세상도 조금은 밝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근데, 오드리 될뻔이란 별명의 누나는 어디서 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