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수 기념 이벤트의 퀴즈는 제가 어제 모 처에 가서 사온,

사람 기생충의 감염원이 될 수 있는 동물은 무엇인가, 였습니다.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만 사실 실험실에서 만질 수 있는 게 그리 많지는 않지요.

멧돼지-선모충의 감염원입니다만, 차에 싣고 오는 건 불가능...

개-개는 개회충과 스파르가눔의 종숙주입니다만, 개 애호가로서 개 실험은 네이처에 실린대도

   절대 안한다는... 글구 심장사상충은 정상적인 경우라면 사람에게 감염이 안되고요,

  증례보고가 몇 례 있을 뿐이옵니다.

새우-이 새우에 오른손을 거시는 건 너무 무모했어요ㅠㅠ 새우는 인체 감염 기생충이 아직까진

  밝혀진 바 없어요

물고기-사실 물고기의 대부분은 사람에게 감염되는 기생충이 있지요. 디스토마의 대부분은  

    물고기를 통해 감염됩니다. 근데 물고기였다면 제가 이벤트를 안했죠. 아주 특이한 동물이기

  때문에 한 거거든요.

 

정답은...

 

 

 

 

뱀입니다!

뱀은 스파르가눔의 감염원이죠.

물론 스파르가눔 말고 서울주걱흡충이란 기생충의 감염원도 된답니다.

 

 

총 232분이 응모해 주셨구요,

가장 먼저 정답을 맞춰주신 분은 야클님으로 1등십니다.

 

2등은 쉽싸리님이십니다.

그리고 제가 잠깐 착각한 게요, 아침에 "정답자가 두분이고 아직 안끝났다"고 했는데요

사실 제가 포님 답을 미처 확인 못했습니다.

두개를 말하는 게 어딨냐 싶지만, 개구리와 뱀 모두 훌륭한 답변이라 맞는 걸로 해드립니다.

3등 축하드립니다.

 

그리고...원래 세분을 뽑으려 했지만 제 착각으로 인해서 몇 분이 더 응모를 하셨고

그 와중에 헤르메스님이 정답을 맞추셨습니다.

결과를 정리하자면

1등 야클님: 5만원어치 책 골라주시고요

2등 쉽싸리님: 4만원어치 책 골라주시고요

3등 포님, 헤르메스님: 4만원어치 책 골라주세요.

 

물론 책 목록을 써주실 때 전번과 주소도 남기셔야 합니다

님들 덕분에 즐거운 이벤트였고요

참고로 그 뱀들은 지금 저희집에 있습니다.

아내는 무섭다고 한다는.... 하지만 저도 무섭다는....^^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옵니다.

 


댓글(35) 먼댓글(1)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정답이 뱀이라뇨!!
    from 마지막 키스 2012-09-20 11:16 
    정답이 뭘까 엄청나게 궁금해서 어제 친구랑 술을 마시던 도중에도 스맛폰으로 자꾸만 자꾸만 마태우스님 서재를 기웃거렸습니다. 그러다가 마태우스님의 댓글을 보게 되었어요.아, 가만있을 수 없었어요. 저는 수첩과 펜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바를정자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고래는 이전에 나왔던거라서 패쓰를 하면 남은건 조개랑 붕장어. 제 앞에 앉은 친구는 붕장어를 검색해봅니다. 기생충 어쩌고 하는 말들이 나오네요. 그렇지만..조개도 두 번 나왔는데... 혹시 조개
 
 
레와 2012-09-2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뱀이였군요!! 야클님 대단하세요!! ㅎㅎㅎㅎㅎ
당첨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마태우스님 댁에 저 뱀들이 있다니, 아아아아아악 완전 무서워요!!! ㅡ.ㅜ

마태우스 2012-09-20 10:28   좋아요 0 | URL
아, 저건 예전 사진이구요 이번엔 몇마리 안됩니다. 글구 박스에 잘 포장되어 있는지라 괜찮습니다.^^

야클 2012-09-2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천....하니까 검역소가 떠올랐고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없거나, 있더라도 공개적으로 잡을 수 없는 동물.... 하니까 즉흥적으로 뱀이 떠올랐다는.. ㅎㅎ 하지만 이런 논리적인(?) 추론과 무관하게 장소가 인천인 이유는 어이없게도 땅꾼이 인천에 살기 때문이라는... ^^

아무튼 감사하옵니다 ^^

마태우스 2012-09-20 16:38   좋아요 0 | URL
그래도 올라온 글들 중 가장 논리적이었음! ^^

비로그인 2012-09-2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재미난 이벤트였어요~..뱀으로 실험하신다니...새삼 존경심이 밀려오는데요..전 그냥 뱀사진보는 것도 힘들어요ㅠㅠ. 근데 뱀에 물렸을 때도 기생충에 감염이 되는 건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마태우스 2012-09-20 16:38   좋아요 0 | URL
음, 뱀에 물리면 기생충에 걸리진 않습니다. 다만 두고두고 찜찜할 뿐... 글구 기생충 실험하는 건 험한 일이랍니다 3D...ㅜㅜ

2012-09-20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2-09-20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아나고와 뱀중에서 아나고를 선택했는데. 뱀이었군요. 저는 고래회충에 대한 실습이 고등어로 바뀐 줄 추측했어요. 그런데 뱀은 배달이 안되나요?

마태우스 2012-09-20 16:46   좋아요 0 | URL
뱀은 배달 안되죠! 살려서 가져와야 하기 땜시 직접 수령해야 한답니다. 아나고는 굳이 인천까지 갈필요 없이 아무 시장에서나 사면 된답니다. 암튼 역시 배운 분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무스탕 2012-09-20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요즘 서울 어디선가 뱀이 주택가에서 자꾸 나온다고 난리던데 얼른 연구실로 옮기셔야 겠습니다.
제가 찍은 갈매기는 뱀이랑은 어디 한 곳 비슷한 곳이 없는 짐승이었네요 ^^;;

마태우스 2012-09-20 16:47   좋아요 0 | URL
호호 갈매기는...잡아서 어디다 보관할까 무지 고민해야 할 듯 싶어요^^

마노아 2012-09-20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즐거운 이벤트라고 막 웃다가 사진보면서 오싹해졌어요. 역시 몸은 정직해요.^^
당첨되신 분들 축하합니다. 무엇보다 마태우스님 축하해요.^^

마태우스 2012-09-20 16:47   좋아요 0 | URL
아 네 감사드립니다. 이게 다 알라디너 분들 덕분...

순오기 2012-09-20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뱀이었군요.
'개'라는 답에 확신하다는 댓글까지 달았는데~ㅋㅋㅋ
당첨되신 네 분 축하합니다!!

2012-09-20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좋은날 2012-09-20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상 밖이 답이라 놀랐어요. 뱀탕을 먹으면 옮지는 않는거죠?

마태우스 2012-09-20 16:48   좋아요 0 | URL
뱀탕이면 기생충은 다 죽습니다...!

책가방 2012-09-20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뱀이었군요.. 저도 바를정자 썼다구요~~ 뱀은 세분이라서 패스했었는데...
암튼 유쾌한 이벤트였습니다...^^

마태우스 2012-09-20 16:48   좋아요 0 | URL
책가방님, 면목없습니다. 바를정자를 쓰게 만들다니, 흑흑.... 봐주십시오.

saint236 2012-09-20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은 전혀 특별하지 않아요....^^

마태우스 2012-09-21 09:21   좋아요 0 | URL
앗 그런가요^^ 전 특별한 줄 알았는데...몇십마리, 아니 백마리 이상 뱀을 죽였지만, 아직도 전 뱀이 무섭습다

재는재로 2012-09-2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 군대 있을때 삶아서 먹은적이 있는데 삶아서 기생충에 감염되지는 안겠죠

책읽는나무 2012-09-20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마...뱀도 뱀이 들어가잖아요??
하지만..오리지널 뱀 사진 때문에 기겁하고 입 다물겠습니다.ㅡ.ㅡ;;
실은 야클님의 댓글 보고 도마뱀이라고 패러디했어요.ㅋ

마태우스 2012-09-20 16:49   좋아요 0 | URL
책나무님, 사실 도마뱀이라고 쓰신 거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거의 다 왔는데,라는 생각... 도마뱀은 사람들이 날로 안먹기 때문에 기생충의 감염원이 되기 힘들답니다.

2012-09-20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20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구단씨 2012-09-20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 아니되어요~~~~
오징어가 아니군요. ㅎㅎㅎ

어우~ 사진 정말 징그럽네요....
연약하신 마태우스님께서 저 뱀들을 어찌 보고 계실까요오오..... ^^

마태우스 2012-09-21 10:26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무섭습니다. 아내는 뱀꿈을 꿨다네요...앗, 그렇다면 로또를 사야하는데...

2012-09-21 0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2-09-21 10:26   좋아요 0 | URL
축하드리구요, 자세한 얘기는 메시지에 다 했습니다 (잘 저장이 됐으려나 갑자기 불안하네요 너무 주옥같은 말을 많이 써놨거든요^^) 책 지금 발송했어요

saint236 2012-09-21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망을 뚫고 가출하는 녀석들 때문에 난리가 나죠. 예전에 차를 분해했던 장면을 봤었습니다.

마태우스 2012-09-21 10:25   좋아요 0 | URL
그럴까봐 아주 단단히 묶어 놨습니다. 양파를 놔두면 못도망간다네요.

조선인 2012-09-21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인천에서 뱀이 유명하다는 건 또 처음 알았어요. 모두 모두 축하 드립니다.

2012-09-21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23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교수가 된 지 어언 18일,

정교수가 되서 보는 세상은 부교수 때와는 다릅디다.

음, 좀 더 아름다워 보인다고나 할까요^^

썰렁한 조크였구요

정교수 이벤트를 뭘 하나 싶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답니다.

내일 제가 무슨 동물을 구하러 인천에 갈 건데요.

죽여서 실험에 쓸 그 동물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걸 맞추는 문제입니다.

힌트는...제가 기생충학이라는 겁니다.

기생충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 뭐가 있을까,를 생각하면 맞출 수 있습니다.

 

댓글로 정답을 달아주시면 가장 먼저 맞추신 분이 1등,

그다음 두분은 공동 2등입니다.

1등은 5만원, 2등은 4만원어치 책 살 권리를 드리겠습니다.

마감은 세분의 정답자가 나올 때까지,입니다.

 

너무 뜬금없다고요?

인생이란 원래 뜬금없더라고요.

늘 논문 땜시 걱정하던 제가 이렇게 정교수가 된 것도 뜬금없잖아요^^

 

* 힌트: 쥐는 절대 아닙니다. 쥐는 주문하면 바로 옵니다...제가 갈 필요가 없지요. 인천이라는 것도 힌트가 될수 있을까요? 음, 인천은 어떤 동물을 배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힌트는 그렇게 안되는군요. 눈에 안보이는 동물은 절대 아닙니다.


댓글(76)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뷰리풀말미잘 2012-09-19 21:43   좋아요 0 | URL
하지만.. 누가 갈매기를 먹고 기생충에 걸리겠어..

다락방 2012-09-19 22:46   좋아요 0 | URL
음.. 무인도에 떨어진 다락방?? ( ")

마태우스 2012-09-20 06:04   좋아요 0 | URL
제가 새우눈이긴 하지만 새우엔 인체에 감염되는 기생충이 없사옵니다.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ㅠㅠ

웽스북스 2012-09-19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개!!!

웽스북스 2012-09-19 22:57   좋아요 0 | URL
저 완전 마태우스님때문에 기생충 공부했어요. ㅋㅋㅋㅋㅋㅋ

위 답이 틀린 것도 알겠고, 답이 뭔지도 대충 알겠고 설령 답이라한들 저는 이미 늦었지만 차마 고치지 못하고 (이미 조개도 뱀에서 한번 고친 답이에요 ㅠㅠㅠ) 그냥 덕분에 재밌었다고 인사라도. 흑흑.

마태우스 2012-09-20 16:57   좋아요 0 | URL
기생충 공부를 하시면 언젠가는 도움이 될 거라고 위로해 봅니다. 안그래도 뱀이 미우셨을텐데 이번 일로 더 미워졌을 듯..ㅠㅠ

순오기 2012-09-1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동물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정답을 맞춘 분이 둘이다?
그렇다면 두사람이 답한 게 뭐가 있을까 살펴보면....개가 아닐까?
저는 '개'로 찍습니다.ㅋㅋ
개를 키우려면 기생충 약을 꼭 먹이니까 개한테도 많은 기생충이 있을 거 같고요.

순오기 2012-09-19 22:12   좋아요 0 | URL
개한테 심장사상충이 있다는 기사가 있네요.
것도 모기한테 물려서 옮는다는...그래서 정답은 '개'라고 확신함.^^

마태우스 2012-09-20 06:06   좋아요 0 | URL
개회충,이라는 인체감염기생충이 있긴 하지만 다음 두가지 이유 땜시...
1) 평소 개를 무지하게 좋아하는지라 개 실험은 네이처에 실어 준대도 안한다
2)제가 네이버에도 쓴 적 있는데 개회충은 소간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아니옵니다. 심장사상충은 개에 있지만, 사람에게 감염되는 경우는 정말 드물어요ㅠㅠ

순오기 2012-09-20 13:17   좋아요 0 | URL
아~ 마태님이 개와 가족으로 생활하는 걸 간과했군요.
죄송죄송~ ㅜㅜ

2012-09-19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답이 있다니 더욱 놀랍습니다. 제 눈엔 다 장난 같았는데요...ㅋㅎ

2012-09-19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2-09-20 06:07   좋아요 0 | URL
돼지는...흑, 돼지도 물론 갈고리촌충의 중간숙주입니다만, 연약한 제가 다루기엔 너무 크잖아요ㅠㅠ

무스탕 2012-09-19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매기는 부산 갈매기가 맞을것 같지만 인천에도 갈매기는 있으니 갈매기로 해보지요.
언제나 참 즐거우신 마태님이십니다 ^^

책가방 2012-09-19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멧돼지..???
아무래도 돼지보다 야생멧돼지에 기생충이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얼마전에 (연가시)를 본 터라 (기생충)은 무조건 무서워요~~~

마태우스 2012-09-20 06:08   좋아요 0 | URL
멧돼지도 좋은 선택입니다만, 인천에선 좀 구하기가 어렵죠. 글구 제가 차에 싣기도 거의불가능...

2012-09-19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9-20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이제 답을 알지만, 그러나 때가 너무 늦었군요. 흑흑. orz

2012-09-20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2-09-20 10:17   좋아요 1 | URL
갑자기 오징어가 먹고싶네요 정답은 뱀이옵니다^^

웽스북스 2012-09-20 10:37   좋아요 1 | URL
아 ㅠㅠㅠ 역시 정답은 고치면 안된다 ㅠㅠㅠㅠ 는 아름다운 ㅠㅠㅠ 결론 ㅠㅠㅠ

Arch 2012-09-20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뱀을 잡으러 인천에 간다는건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에요! ㅋㅋ
아, 부럽당~

재는재로 2012-09-20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뱀이었군요 상상도 못했는데 인천이라 당연히 바다 생선을 생각했지 뱀일거라고는 누가 당첨됐든 대단하네요

마태우스 2012-09-20 16:57   좋아요 1 | URL
글게 말이어요 인천이 함정이었는데^^

테레사 2012-09-21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어, 마태우스님...뱀 참 징그러워요..흑..근데 이걸 직접 손수 몸소 친히 만지고 요리조리 뜯어보고, 관찰하고 해부까정 하신다니...웩....비위가 좋아야 할 듯해요..

마태우스 2012-09-21 15:44   좋아요 1 | 수정 | 삭제 | URL
그럴 리가요. 저도 뱀 징그럽습니다. 손수 만지는 일도 없사옵니다. 저 대신 다른 분이 뱀을 잡을 예정이구요, 저는 그냥 소화액 타는 것만 도와드리고 이러면 됩니다. 저도 곱게 자란 아저씨라고요^^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교수공제회라는 게 있었다. 정부에서 어느 정도 책임을 져주는 교원공제를 본따 만든 것으로, 20%의 이율을 보장하고 콘도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단다.

저축은행 사태에서도 드러났듯 이런 게 나온다면 일단 한번 의심해봐야 한다.

무슨 수로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그것도 20%씩이나 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난 노후에 관심이 없어서 안들었지만,

돈을 불리고픈 많은 교수들이 관심을 보였다.

우리나라 교수 숫자를 대략 5만명으로 잡는다면,

8%에 해당하는 4천명의 교수가 교수공제회에 가입했다.

 

그게 대략 5년쯤 전의 일인데,

교수들이 다달이 돈을 내거나 목돈을 맡겨서 만든 4천억원 중

절반 가량이 허공으로 날아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표의 가족들이 전부 교수공제회에 들어가 삥땅을 쳤고,

자기 명의로 부동산을 마구 사들였다니 안봐도 비디오다.

대표는 책임을 지고 남은 돈을 반납한다고 했지만,

나머지 절반이나마 찾게 될지 어떨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사회적 약자가 아닌, 교수들이 피해를 입었는지라 사회적 이슈가 되진 않았고,

조그맣게 난 기사에는 "쌤통이다" "헛똑똑이들이군!" 같은 댓글만 달렸다.

약자든 강자든간에 당한 사람은 억장이 무너지는 일,

집 대출금을 아직 못갚은 한 교수는 1500만원 정도의 손실을 봤고,

학교는 다르지만 선배 교수 하나는 노후자금을 몽땅 넣어 놔서 피해액이 1억5천만을 넘는단다.

 

 

 

 

 

 

 

 

 

 

 

 

 

그들을 어떻게 하면 위로할 수 있을까 싶어 네이버를 뒤졌고,

'가장 큰 위로는 잘 먹이는 것'이라는, 내 가치관과 동일한 글을 찾아냈다.

점심 때, 천오백만원 교수와 돼지두루치기 하는 집에 갔다.

안그래도 먹는 걸 좋아하던 그 교수는 어느 새 돈 잃어버린 사실은 깨끗이 잊고

두루치기를 입에 넣기 시작했다.

"맛있네요!"를 연발하면서.

문제는 1억5천 플러스 알파.

나 혼자론 안되겠다 싶어 그와 친한 몇몇을 긴급 소집했고,

그 부부를 위한 성찬을 마련했다.

피자에 파스타, 그리고 스테이크가 왔다갔다하는 훈훈한 식사에 그 부부는 약간의 위안을 얻은 듯했고,

2차로 그분들 집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인생 뭐 있냐, 먹는 게 최고다, 이런 얘기를 나누다 왔다.

평소엔 그렇지 않겠지만 적어도 그날만큼은 난 그들에게 좋은 친구였고,

오는 내내 마음이 훈훈했던 건, 물론 그 핑계로 잘 먹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스스로 내가 멋진 놈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단씨 2012-09-11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멋진 분(!)이시네요. ^^
그런 순간에는 해결이 안 될 것을 알기에 조금은 편안해지는 마음의 위로가 더 절실한 거 아닐까 싶어요...
음식으로 달래지는 마음이라니... ^^

마태우스 2012-09-18 22:49   좋아요 0 | URL
나이드니깐 먹는 게 쵝오...^^ 답글 늦어서 죄송해요 구단씨님...앞으로 잘할게용

좋은날 2012-09-11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부르면 걱정이 좀 작아 보이는거 같아요. 좋은 일 하셨네요.
이름이나 이니셜이나 암호 대신 액수로 써 놓은 마태우스님이 참 귀엽단 생각이 드네요.
돈 너무 아까워요. 잠이 안 올거 같아요.
남의 돈 우습게 아는 인간들은 어쩜 그럴까요?
마태우스님과 친구하면 인생이 참 재미날거 같아요.

마태우스 2012-09-18 22:50   좋아요 0 | URL
마지막 말씀 들으니 이글 쓰기 잘했단 생각이 무럭무럭...^^
감사드리구요, 이니셜 쓰는 거 귀엽다고 해주셔서 더더욱 감사.
그죠. 사실 저같으면 잠이 안왔을 듯... 겉으론 괜찮다고 했지만 그분들 얼마나 속이 쓰릴까요

blanca 2012-09-1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돼지 두루치기를 먹으며 행복했었는데^^;; 이 페이퍼를 읽으니 절로 미소가...

마태우스 2012-09-18 22:51   좋아요 0 | URL
우앗 블랑카님처럼 우아한 분도 돼지 두루치기를 드신답니까..?

테레사 2012-09-12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마태우스님은 좋은 친구같아요. 글고 "멋진 놈"이기도 하고..ㅋㅋ 그렇다면, 혹시 제가 무슨 일이 있으면 저에게도 두루치기는 아니더라도 맛있는 레몬티라고 사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아, 내가 너무 과한 부탁을...한건가...

마태우스 2012-09-18 22:51   좋아요 0 | URL
테레사님, 레몬티라뇨 두루치기로 갑시다!

재는재로 2012-09-12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어차피 투자라는게 100% 이익을 본다는게 불가능하니 손해볼수도 있지만 그래도 대표자의 행동이 전혀 뭐같네요 아 두루치기 먹고싶네요

마태우스 2012-09-18 22:51   좋아요 0 | URL
두루치기는 꼭 맛집에 가지 않더라도, 기본은 한답니다. 조리사에 따라 극과 극을 달리는 냉면과는 질적으로 다른 음식...!

다락방 2012-09-12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인 제가 보는데도 마태우스님은 '멋진놈' 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친구에게 맛있는 걸 사주는 친구라니! 아, 진짜 감동이에요, 마태우스님. ㅠㅠ

마태우스 2012-09-18 22:5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흑흑. 님하고 언제 두루치기 먹어야 하는데, 흑...

레와 2012-09-12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마음씀씀이.. 마태우스님, 정말 멋쪄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진짜 멋쪄.

BRINY 2012-09-12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을 친구로 둔 분들은 행복하시겠어요!

마태우스 2012-09-18 22:52   좋아요 0 | URL
헤헤 브리니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감사.

2012-09-13 0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8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자랑질 페이퍼이니, 너그러운 양해 바랍니다.

 

2005년쯤, 제가 여기다 맨날 "잘리면 어쩌냐"고 하소연했던 거,

초창기 알라딘 주민들은 아실 겁니다.

늘 논문점수를 걱정하면서 정작 논문은 한편도 안쓰던 그 시절엔

잘리면 뭘 하고 살까 싶어서 구인광고를 유심히 들여다본 적도 많았습니다.

바른 말 잘하는 제 친구는 "내가 교수 될 수 있을까?"란 말에

"내가 보기엔 어려울 것 같아"라며 단호하게 말했죠.

 

그런 제가 드디어 정교수 발령을 받았습니다!

짜잔...

2032년 2월까지 정년을 보장한대요.

어젯밤 이 메일을 보고 너무 좋아서,

방에서 막 소리질렀어요.

남들은 다 되는 건데 유난히 좋아한 이유는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밑바닥에서 헤매다 겨우 뭍으로 올라온 탓입니다.

계속 그렇게 갔다면 얼마 못가서 잘렸을텐데,

북쪽에서 귀인을 만나는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지요.

그러니 제가 오늘의 자리에 올라선 건, 80% 정도가 운입니다.

 

시대가 가져다 준 행운도 있었어요.

제가 헤매던 그 시절엔 논문점수의 기준이 그렇게 높지 않았고,

미달된 자에게도 1년간 유예기간을 줬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전보다 채워야 할 점수가 몇 배 늘었고

유예기간이 없어져 점수가 안되면 바로 잘려요.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학교를 나간 분도 계십니다.

제 옆방에 있던 분이 그렇게 나가게 됐을 때,

어찌나 모골이 송연하던지요.

제가 지금 신임교수로 발령을 받았다면 아마 오래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아내가 묻습니다.

이제 일 안해도 안잘리는데 놀 거냐고요.

놀기는요.

연구하고 논문쓰는 재미를 이제 막 깨달아 가고 있는데,

놀면 되겠어요.

야구선수가 야구를 잘해야 인정을 받듯이,

학자는 역시 논문으로 말하는 거라는 걸 최근 몇년간 알게 됐답니다.

그래도.... 그전보단 책을 좀 더 많이 읽고,

알라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따지고보면 오늘의 영광은 제 하소연을 들어주고 격려해준 여러분들 덕분이니깐요.

 

사족: 저랑 같은 해에 태어난 분 중 김두식 교수님이라고 계십니다.

 

 

 

 

 

 

 

 

 

 

 

 

위와 같은 훌륭한 책을 쓰신 분인데요

이분이 제 페이퍼를 보고 "나도 업적 없어서 잘릴 걱정을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전 이분한테 동병상련 같은 걸 느꼈고

이분 책도 죄다 사다보는 등 팬심을 키우기 시작했지요.

그런데...법학전문대학원이 등장하면서 김두식 교수님은 경북대로 옮기셨고

그러면서 바로 정년보장을 받는 정교수가 되셨어요.

동병상련의 마음은 배신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혼자만 그럴 수가 있냐, 치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지요.

아마 그날 김두식 교수님 귀가 좀 가려우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저도 정교수가 됐으니, 모든 걸 다 잊어야겠지요^^

만나본 적은 없지만, 친하게 지냈음 좋겠네요. 정교수끼리!


댓글(80) 먼댓글(0) 좋아요(6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BRINY 2012-09-06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다 교수님의 노력과 열정이 보상받은 것!

마태우스 2012-09-11 20:42   좋아요 0 | URL
아유 전 사실 운이 좋았답니다. 암튼 감사

책가방 2012-09-06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행복한 분이시군요..^^
20년 보장이지만 20년 후에도 계속할 수 있는거죠??
많이 축하드려요~~~^^

마태우스 2012-09-11 20:44   좋아요 0 | URL
어 아니어요 정년 후엔 그만두는 건데요... 그때까지 일했음 그만둬야죠ㅠㅠ

반딧불,, 2012-09-0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와~~. 무지무지 부러분 소식입니다. 논문 쓰는 재미라닛, 존경스러워욧.
정말정말 축하드립니다^^

마태우스 2012-09-11 20:44   좋아요 0 | URL
어마 반딧불님 감사드려요. 간만에 반딧불님과 인사 나누네요..!

프레이야 2012-09-06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서교수님^^ 정교수님되셔서 왠지 더 여유있어 보여요. 글에서^^

마태우스 2012-09-11 20:45   좋아요 0 | URL
앗 티가 나나요?^^ 감사합다

승주나무 2012-09-06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 정 님이라고 불러드려야겠네요~~ 축하합니다!! 와우^^

마태우스 2012-09-11 20:45   좋아요 0 | URL
마태정님..호호호.. 감사드립니다 승주나무님

이진 2012-09-06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년보장! 보장된 만큼 더욱 알찬 논물이 나오겠군요 ㅎㅎ
축하드려요~

마태우스 2012-09-11 20:45   좋아요 0 | URL
하하 뭐 알찬 논문까진... 열심히 논문 쓸게요. 네이처를 목표로..!

순오기 2012-09-07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축하합니다!
20년 보장이 부러울 사람 많겠습니다~ ^^

마태우스 2012-09-11 20:46   좋아요 0 | URL
네..사실 좀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더 능력있는 분들도 그전에 은퇴하시는데 제가 뭐라고...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해야죠

북극곰 2012-09-07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마태님 축하드려요~~!!
2032년을 숫자로 보니, 어마어마하네욧. ^^

마태우스 2012-09-11 20:46   좋아요 0 | URL
글게요 2032라니, 상상이 안간답니다.

울보 2012-09-0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와 역시, 멋진 마태우스님,,
류는 님을 참 대단하고 멋진 분이래요,
제가 자주 님의 글도 보여주고 이야기도 들려주거든요,,
님의 노력이 보이는거지요,,축하드려요,

마태우스 2012-09-11 20:47   좋아요 0 | URL
잉...류한테 제 글을요..? 부끄러워지네요 갑자기. 암튼 류한테 부끄럽지 않게 열시미 할게요

키치 2012-09-0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이런 좋은 일은 자랑해야지요~ ^^

마태우스 2012-09-11 20:47   좋아요 0 | URL
아 네...그러믄요. 근데 울학교 사람들은 아직 몰라요^^

김명주 2012-09-07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부..부럽습니다...축하드립니다.

마태우스 2012-09-11 20:47   좋아요 0 | URL
뭐, 선생님도 얼마 안남으셨잖아요.^^

카스피 2012-09-07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정년이 보장되신다니 요즘같은 세상에 넘 부러운 일이네요^^

마태우스 2012-09-11 20:4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요즘같은 세상에... 좀 미안하죠. 너무 길어서요. 교수정년도 좀 줄어야 할텐데요.

테레사 2012-09-0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완죤 추카해요, 마태우스님! 알라딘을 열시히 해 보시겠단 말씀도 참 듣기 좋고요...제가 은근 마태우스님 광팬이라...(부끄부끄)..기쁘기 그지없네요..신문과 알라딘 번갈아 보면서 낄낄대며 동감하는 순간들이 늘어날 것만 같은...기분 되게 좋네요...

마태우스 2012-09-11 20:48   좋아요 0 | URL
어마 테레사님, 너무 글을 안써서 죄송합니다. 나태할 때마다 님 생각이 나서 알라딘에 뭐라도 쓰게 되던데, 이것 역시 그렇게 쓴 글이랍니다^^

책읽는나무 2012-09-09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역시! 축하합니다 착하고 따뜻한 맘을 가진 사람들ᆢ 그것이 경쟁력이라 하더라구요 님은 지성에다 너그러움을 갖추셨기에 이제 빛을 보시는군요^^ 기쁘신 모습뵈니 저도 덩달아 좋으네요 다시 한 번더 축하드려요

마태우스 2012-09-11 20:49   좋아요 0 | URL
지성은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좀 관대한 편이랍니다. 암튼 감사드려요!

사과나무 2012-09-0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과 김두식 선생님은 제 마음 속 투탑입니다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두 분의 가치가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면서도
그럴 일은 없어.. 라고 혼자 마음을 놓곤 합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제 마음 속 투탑으로 계셔 주셔요

마태우스 2012-09-11 20:39   좋아요 0 | URL
투탑이라뇨. 말도 아니됩니다. 김두식님 보시면 어쩌려구요..!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대장내시경 결과를 보는 날.

작년 위내시경 결과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 탓인지 아내는 따라가겠다고 했다.

용종 한 개를 떼고 조직검사를 하긴 했지만

뭐 별일이야 있겠나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외래 진료실에 들어갔다.

“별 이상한 소견은 없고요...”란 말에 그나마 버티던 일말의 불안감도 날아갔다.

 

 

그런데...의사가 보여준 첫 번째 화면에 난 그저 아연했다.

“이곳이 항문이고요...”

아니, 남의 항문 사진은 대체 왜 찍었으며, 그걸 보여주는 이유는 도대체 뭔가?

아무리 아내지만, 부끄럽단 말이다.

언젠가 초음파를 해주던 여자 동료는 내가 “보라색 팬티를 입었다”고 소문을 내더만,

내가 봐도 징그러운 항문사진을 대체 왜....?

 

 

게다가 난 완전한 정상은 아니었다.

게실(diverticulum)이라고, 대장벽이 약해져서 주머니처럼 튀어나온 건데,

그게 나이에 비해서 좀 많단다.

학생 때 게실에 염증이 생겨 혈변을 봤던 환자도 봤던만큼

게실이 많다는 건 좀 기분나쁜 소식이다.

 

하지만 항문사진에 비하면 그건 약과였다.

진료실을 나온 아내는 이렇게 날 놀렸다.

“털도 났지요.”

울다가 웃으면 그곳에 털이 난다는데, 나도 그래서 그렇게 된 걸까?

그 의사가 작년의 위기에서 내 생명을 구해준 건 고맙지만,

오늘 일로 점수 깎였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night 2012-09-04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하여간에, 건강하시다니 천만다행이에요. 사진 정도야, 애교로 봐주세요. ㅋㅋ^^

마태우스 2012-09-06 09:41   좋아요 0 | URL
아 네...그럴게요^^

야클 2012-09-04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제법 무성한가요?

마태우스 2012-09-06 09:41   좋아요 0 | URL
그, 그렇진 않소!! 전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조선인 2012-09-05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실이 많은 거면 뭔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가요? 건강 조심하세요.

마태우스 2012-09-06 09:42   좋아요 0 | URL
아주 많으면 그 부분에 속하는 장을 잘라내기도 하던데, 그정돈 아닌가봐요 여러가지로 감사

saint236 2012-09-05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울다가 웃으면...XXXㅎㅎㅎ

마태우스 2012-09-06 09:42   좋아요 0 | URL
제가 좀 그랬죠 하하.

blanca 2012-09-0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네요. 저도 소화기가 안 좋아서 위내시경을 많이 했어요. 대장 내시경은 남겨 두었지요. 자신의 소화기관을 관리해 줄 수 있는^^;; 주치의가 있는 마태우스님이 부럽습니다.

마태우스 2012-09-06 09:43   좋아요 0 | URL
아유 젊으신 분이 어째 소화기가 안좋을까요 전 소화기가 좋았는데 혹사를 많이 시켰지요. 술먹고 고기많이 먹구... 근데 주치의를 부러워하시다니, 뭔가 오해가 있네요. 제 주치의라기보다 제가 찾아가서 진료받는 사람을 말하는 거랍니다.

김명주 2012-09-0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 대장내시경 하셨군요..저두 해야하는데 두려움이 앞서는게 한두가지 이유가 아니네요...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