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난 외국을 가지 못한다.

외국 음식을 못먹기 때문이다.

희한하게도 우리나라에서 파는 외국음식, 예컨대 카레나 스시 같은 것은 잘 먹어도

한국 땅을 떠나면 음식을 거의 못먹는다 (심지어 한국음식점에 가도!).

스페인에선 계속 굶다가 맥도널드를 갔지만, 그것마저 먹지 못했다.

소위 선진국이란 곳에 가도 그랬으니 그렇지 않은 나라를 가면 어떻겠는가?

몽골에 갔을 때 1회용 도시락 8개를 싸가지고 사흘을 버텼던 기억,

태국에선 맥주와 우리나라에선 안먹던 사과로 닷새를 버텼던 기억 등등

외국에 갔던 일들은 죄다 악몽으로 남아있다.

 

수단으로 갈 기생충학자를 뽑는다는 공문에 시큰둥했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석달 동안 체제비 1만여달러와 하루 인건비 22만원을 준다고 했지만,

거기 가면 죽을 것 같은데 어쩌겠는가?

난 별반 망설임 없이 그 메일을 지웠다.

그런데 얼마 전, 기생충학자를 뽑는다는 재공고가 날아왔다.

원래 2명 모집인데 1명으로 바뀌었으니, 누군가 1명이 지원한 모양이다.

먼젓번과 달리 이번엔 갈까 말까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건, 상황이 좀 안좋아졌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난 아내가 그토록 원하던 스마트TV를 6개월 할부로 샀으며,

올해 8월에 산 차 때문에 들어가는 돈도 상당하다.

모 신문 칼럼에서 “집이 있으면서 수입의 1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는 사람”을 하우스푸어라고 정의하던데,

그 기준대로라면 난 딱 하우스푸어다.

수단에 간다면 1400여만원을 손에 쥘 수 있고,

그 동안 학교에서 주는 월급은 그대로 남으니 스마트TV는 물론이고

찻값도 웬만큼 갚을 수 있다.

체력이 될 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야 하는데,

수단에 가는 건 좋은 수단이 아닌가!

“그래, 고생 좀 하자”고 결심하고 나니 왠지 “전기도 잘 안들어온다”던 수단에서도 버틸 수 있을 것같은 기분이 든다.

 

게다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자기를 욕했던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들일 것 같은데,

이건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박근혜를 욕했던 5천명 안에는 들었지 않나 싶다.

그 경우 가만히 있다가 미네르바 꼴을 당하느니

선거 다음날인 12월 20일 후다닥 외국으로 튀어 버리면 좋지 않겠는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결심을 굳힌 뒤 아내에게 말했더니,

아내가 이런다.

“절대 안돼! 난 돈보다 여보랑 같이 있는 게 좋아.”

그래도 가겠다고 우겼더니 아내가 이런다.

“맞고 안갈래, 그냥 안갈래?”

그랬다. 아내는 날 이렇게까지 사랑하고 있었다.

보통 아내 같으면 “나가서 돈 벌어와!”라며 안가겠다는 남편을 등 떠밀 수도 있는데,

내 아내는 돈이고 뭐고, 나랑 같이 있겠단다.

아내가 한없이 고맙고 가슴이 뭉클해져 수단을 가겠다는 결심을 철회했고,

지금은 뭘 해서 그 돈을 벌지 구인광고란을 뒤적이고 있다.

어찌된 게 카드 연체금을 받는 일밖에 없는지, 좀 그럴 듯한 일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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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1-26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서 마태우스님 잡혀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도울일은 그것밖에 없는것 같아요, 현재로서는..

뷰리풀말미잘 2012-11-26 15:20   좋아요 0 | URL
연말인데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이라도 해 보지 않을래요?ㅠ_ㅠ

다락방 2012-11-26 15:35   좋아요 0 | URL
말미잘님은 알사탕도 받았잖아요!! 그것 가지고 부유하게 살면 되잖습니까!!

마태우스 2012-11-26 16:36   좋아요 0 | URL
어마 다락방님 소중한 한 표, 감사드립니다. 그럼요, 잡혀가서야 되겠습니까^^

마태우스 2012-11-26 16:36   좋아요 0 | URL
어맛 알사탕받으신 말미잘님이닷! 그 정도로어렵진 않습니다. 괜한 투정이었구요 아내 자랑 하는 거였는데^^

뷰리풀말미잘 2012-11-26 18:18   좋아요 0 | URL
받은지가 언젠데..

좋은날 2012-11-2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대에 한표! 입니다.
어떤 곳이든 적응 잘하고 꼭 가고싶어한다면 모를까...
돈이라는게 참 그래요.. 누구는 돈폭포 밑에 사는것 같은 사람도 있는데
보통은 돈이 씨가 말랐네 하면서 살잖아요.
마태우스님 출장 잘 다녀오셨나요?
마태우스님 새글 읽으려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왔어요.


마태우스 2012-11-26 16:38   좋아요 0 | URL
반가이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장 잘 다녀왔어요 너무 일을 열심히 하느라, 다녀와서 몸살나 버렸어요. 역시 집이 최고구나 싶었답니다.
맞아요, 다들 돈이 씨가 마른 상태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거죠.
수단은 봉사심으로 가야지, 저처럼 돈독이 오른 상태로 가면 안되는 건데, 그러면 오래 못버티는 건데, 제가 잠깐 돌았나봐요^^
여러가지로 감사드립니다

레와 2012-11-2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태우스님이 잡혀가지 않도록 투표 꼭 하겠습니다! (읭?ㅎㅎ;;)


마태우스 2012-11-26 16:38   좋아요 0 | URL
넹...소중한 한표, 감사드립니다. 꾸벅

심장원 2012-11-26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수단...
제가 아홉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
수단에서 돌아가셨지요.
ㅠㅠ
마음 같아서는
선생님께서 수단에 가서 좀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여기는 비밀 댓글 다는 거 없나 봐요?

마태우스 2012-12-02 00:38   좋아요 0 | URL
어머나 심선생님 그런 아픈 사연이...혹시 말라리아인가요?
수단 가는 거, 잘 안됐습니다. 아내의 반대가 완강하고 어머니도 절대 안된다고...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가 정말 훌륭한 분을 추천했기에, 수단 분들한테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BRINY 2012-11-26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바뀌어 가시게 된다면 꼭 말라리아 예방주사를 맞고 약도 잘 챙겨서 가세요.

마태우스 2012-12-02 00:39   좋아요 0 | URL
브리니님, 수단 말라리아 무섭죠. 조지 클루니가 수단 다니다가 두번이나 말라리아 걸렸잖아요

비연 2012-11-26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은...인터넷이 잘 안 될 것 같고, 그러면.. 알라딘에서 마태우스님 재미난 글 접하기 어려울테고... 결사반대에 투표 꽁...입니다^^

마태우스 2012-12-02 00:39   좋아요 0 | URL
비연님, 안가게 됐습니다^^ 안가더라도 여기다 글 안쓰면 간만 못하니, 열심히 할게요

Mephistopheles 2012-11-27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수첩공주님이 왕 먹고 마태님 잡아가면....사식은 꼭 넣어드릴께요.
(사식은 꼭 "다른 재료들이 고추장과 참기름이 함께 섞여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되며 융합해서 하나가 될 때 시너지효과, 새로운 발전.도약.아름다움이 나타날 수 있는 비빔밥"으로요..)

마태우스 2012-12-02 00:40   좋아요 0 | URL
메피님, 사식은 웬만하면 삼겹살로 해주세요 구운 걸로! 비빔밥은 별로예요!

Mephistopheles 2012-12-03 23:59   좋아요 0 | URL
+소주도 추가겠군요.

카스피 2012-11-27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태님 아직 신혼이신가봐요^^

마태우스 2012-12-02 00:40   좋아요 0 | URL
갈수록 신혼같아요 호호호호호홓.

테레사 2012-11-2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와우, 돌아온 마태우스님!! 하지만,....전망이..그리 밝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ㅠㅠ...

마태우스 2012-12-02 00:40   좋아요 0 | URL
그죠 전망은 어둡고, 전 그냥 졌다고 생각하렵니다. 그래야 막상 그 일이 벌어졌을 때 상처가 덜하죠

구단씨 2012-11-2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큰둥했었는데 이번 대선투표는 꼭 하려고요.
마태우스님을 사랑하는 아내분의 마음이 몽글몽글~ ^^

마태우스 2012-12-02 00:41   좋아요 0 | URL
아..님의 한표가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아내랑 잘 지낼게요!
 

공지영을 옹호하는 글을 쓰니까 진보의 일선에 서 있는 분들이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공지영은 쓰레기다, 그런 작자가 무슨 놈의 진보냐 등등

제가 좋아했던 공지영은 그분들에게 태어나서는 안될 히틀러였습니다.

그게 짜증이 나서 날선 댓글을 달았다가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

사과를 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냥 사과만 하면 쑥스러우니까 알라딘에 편하게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푸념을

첨가해서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니 무릎꿇고 빌지는 않았는데요,

그게 그분들 마음에 전혀 안들었나 봐요.

화제의 서재글에 이런 글이 떠 있네요.

된장님이 생각하는 사과는 1) 찾아가서 절을 하고

2) 술 한잔과 과자 한봉지, 과일 한그릇을 주는 것인데

저는 "일기장에만 슬쩍 적었"기 때문에 이건 사과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제 알라딘 블로그는 제 개인 일기장인 것이네요.

남의 일기는 보면 안되는 법인데 왜 된장님은 애써 찾아오셔서 그리도 심각한 댓글을 달았을까요

또 어떤 분은 말씀하십니다.

[자기 의견을 글로 쓰고 알라딘 서재 뉴스레터에 제목이 뜰 정도의 유명한 분이시라면

더욱 더 자기 글에 책임을 가지고 쓰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비공개 본인 블로그에 쓰시던가.]

이분 말씀에 의하면 제 블로그는 그냥 블로그가 아니라

책임있는 말만 써야 하는 곳입니다.

대체 제 블로그의 정체는 뭘까요?

이것을 일기장이라고 여겨야 할지, 공론의 장이라 여겨야 할지 알쏭달쏭합니다.

 

오늘부터 4박5일간 출장을 갑니다.

과거 같으면 "저 없어도 알라딘을 잘 지켜 주세요"라고 당부하며 떠났겠지만

지금은 다른 좋은 분들이 많이 계셔서 든든한 마음으로 떠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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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2-11-1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갸웃...굉장히 복잡하고 형이상학적으로만 사시는 분들이 제법 많네요.
찬찬히 둘러보면 세상이 참 단순하고 간단하기도 한데 말이죠.

마태우스 2012-11-26 14:30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세상을 왜 그리 힘들게 사시는지요. ^^

쉽싸리 2012-11-13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 내십시요. 그냥 흘려 보내세요. 아! 알라딘 분들은 종종 너무 합니다. ^^

마태우스 2012-11-26 14:30   좋아요 0 | URL
쉽싸리님, 전 님을 쉽싸리 흘려보낼 수 없습니다^^

마립간 2012-11-13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 블로그는 개인 일기장과 공론의 장, 그 중간 어디에 있죠. (또 책임 회피.)

마태우스 2012-11-26 14:31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 중간 어디쯤... 저도 그 중간 어디쯤인데 일반인에 가깝죠

비연 2012-11-1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누구를 위한 블로그일까요....ㅜㅜ

마태우스 2012-11-26 14:31   좋아요 0 | URL
알라디너들을 위한 블로그이면 좋을 텐데, 그렇지가 않네요.

2012-11-13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5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3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6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12-11-1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없어도 알라딘은 핑크레이디가 지킨다

마태우스 2012-11-26 14:32   좋아요 0 | URL
야클님의 유머감각은 날로 발전하는 듯.

테레사 2012-11-1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안돼요...출장, 노노노!!! 제발 앞으로는 긴 출장 따윈 가지 마세요..아니다..출장다니면서도 글은 올릴 수 있구나...참...암튼.. 더 자주 글좀 올려주세요. 저같은 사람도 있단 말이에요...

마태우스 2012-11-26 14:32   좋아요 0 | URL
너무 긴 출장을 다녀왔죠^^ 근데 그 출장기간 내내 너무 힘들게 일해서, 도저히 글을 올릴 수가 없었답니다. 테레사님한테 늘 죄송.

레와 2012-11-13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심히 다녀오세요~! ^^

마태우스 2012-11-26 14:32   좋아요 0 | URL
덕분에 잘 다녀왔는데요 너무 격무에 시달리느라 몸살났어요ㅠㅠ

saint236 2012-11-13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자기 생각을 주절거렸다. 상대방에게 그건 틀렸소, 다르게 생각해 보시오라고 말했다. 그래도 안들으면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나보다. 이게 블로그를 찾아가 방문하는 사람의 올바른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주저리주저리 나ㅣ 맘대로 바꾸려고 하는데 진보들의 꼰대 정신입니다. 예전에 그런 선배들 정말 싫었습니다. 의식화를 무슨 세뇌교육 쯤으로 생각하는...

마태우스 2012-11-26 14: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꼰대정신! 너무 가르치려는 태도가 강하면 괜히 반발심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먼저 물어보긴 했지만요. 그냥 이런 것도 있다더라, 해주면 좋을텐데...

2012-11-13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6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2-11-13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런 일이 ;;;;
그러게요. 누구를 위한 블로그일까요. ㅠ_ㅠ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

마태우스 2012-11-26 14:34   좋아요 0 | URL
달밤님을 위한 블로그여야 하는데, ^^

BRINY 2012-11-13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하여간 저는 마태우스님 팬입니다. 출장 잘 다녀오십시오~~

근데, 그 학교는 수시전형에서 면접전형을 왜 없앤 것입니까!!!!
우리 애들 갈 길이 막혀버렸습니다요...(이유는 짐작이 안가는 것도 아니지만요..)

마태우스 2012-11-26 14:35   좋아요 0 | URL
헉 그런 일이... 대체 왜 그랬답니까? 짐작가는 이유를 좀 알려주옵소서.

iforte 2012-11-1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개인적으로 마태우스님을 겨냥한 문제의 포스팅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그분은 첫째, 공지영 작가에 대한 개인 의견을 포스팅하려면 마태우스님과 상관없이 자기의견만 표명하면 되었습니다. 굳이 마태우스님이 그분을 "공격"한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둘째, 만약 그분이 마태우스님 개인의견에 동의하지 않음을 표하려면 마태우스님 개인 블로그에 댓글로 달기만 하면 충분했을겁니다.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해서 어떤 특정인을 지목하여 공개 비난하다니요.

무슨 공개토론이 붓어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개진하는것도 아니고, 굳이 공개적으로 특정 개인만 지목하여 비난으로 가득찬 포스팅하는것이 참.... "내의견과 다른 의견 내는 너 미워" 때쓰는 어린애도 아니고... 참... 마음에 맞지 않으면 읽지를 말던가... 굳이 시간내어 읽고서는 혼자서 분통터뜨리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갖는것을 존중해주는 성숙한 자세를 갖지 못한 일인입니다. 그냥 무시하시고, 상처받지 마십시오.

그리고 개인 포스팅에 반대의견 댓글 다는것은, 그냥 그 사람들 의견이니, 건질것만 귀담아 들으시고, 이유없는 비난은 그냥 이유없이 무시하세요. (물론 귀는 가려우시겠지만... 이참에 좋은 귀이개 청소용구하나 장만하시고요. ㅎ)

마태우스 2012-11-15 01:1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출장중인 마태우스입니다. 사실 저분한테 어떻게 응대를 해야 할지 많이 어려웠는데 님의 견해를 들으니 머리속이 맑아집니다. 님은 그러니까 제게 비타민3세입니다! 감사드립니다 꾸벅

마태우스 2012-11-26 14:37   좋아요 0 | URL
아래 댓글을 너무 성의없게 달았네요. 술 탓이니, 좀 봐주시구요, 음, 제가 좀 과민한 측면도 있었지만, 댓글들이 "넌 어떻게 그런 것도 모르냐, 한심하다"같은 내용이라 반발심이 있었답니다. 저도 성숙하지 못했던 거 십분 인정합니다. 앞으로는 좀 조용히 살겠습니다. 그리고..이참에 귀나 좀 쑤셔볼까 합니다^^

다락방 2012-11-14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공개적인 비난의 포스팅은 제목에서부터 짜증나요. -_-

마태우스 2012-11-15 01:1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님의 팬입니다. 앞으로 잘할게요.

2012-11-15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6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테레사 2012-11-22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언제 돌아오시나.....ㅠㅠ

하하하 2012-11-25 11:5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마태우스 2012-11-26 14:4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이전에 이벤트를 한 적이 있었다.

내 연구실에 있는 동물이 뭐냐는.

기억나는 분도 계시겠지만-특히 다락방님-정답은 뱀이었다.

 

뱀을 연구실에 놔둔 이유는

11월 10일 쯤 뱀에서 나오는 기생충을 끄집어 내서 쥐한테 먹여야 하는데

그때가 되면 뱀이 다 땅속으로 들어가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두달이나 빠른 9월 초에 뱀을 잡았던 거였다.

뱀 전문가한테 물었다.

"그러면 두달 동안 뱀이 안죽나요?"

"걱정 마세요. 내년 1월까지도 잘 살아있을 거예요."

 

하지만 뱀을 놔두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뱀의 분비물 때문에 냄새가 많이 났고,

이상한 벌레가 꼬여 연구실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하루에 십여마리씩 일하다 말고 벌레를 잡다가 안되겠다 싶어 뱀을 놔둔 곳에 가보니,

이럴 수가. 거기는 정말이지 벌레의 온상이었다.

새끼부터 어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벌레가 들끓고 있었던 것.

어쩐지 아무리 잡아도 끝이 없다 했다.

냄새도 냄새지만 기분나쁜 벌레들까지 같이 살아야 하니,

그 두달은 내게 큰 고역이었다.

그런 내게 유일한 희망은 어서 빨리 11월 12일이 되서 뱀을 잡았음 좋겠다는 거였다.

 

참, 중간에 한 가지 사건이 있었다.

어느날 출근을 해보니 뱀이 없어진 것.

큰일났다 싶어 여기저기를 다니다보니 청소 아주머니가 쓰레기를 잔뜩 가지고 가고 계신다.

쫓아가서 물어봤더니, "벌레가 많이 나와서 버렸다"고 하신다.

다행히 버린 지 얼마 안되는 거라 바로 꺼낼 수 있었다.

"그거 뱀이어요"라고 하니까 아주머니는 격하게 놀라신다.

"그래서 제가 절대 손대지 마시라는 글귀도 써놨는데요"

그 종이가 떨어졌는지 아주머니는 못보셨단다.

단지 양파 주머니 속에 들어 있기에 양파인 줄만 알았다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아주머니가 그 내용물을 보셨다면 아마 기절하셨을 듯.

 

드디어 그날이 왔다.

난 뱀 전문가와 천안역에서 만나 실험실로 갔다.

가면서 말했다.

"뱀이 죽었을까봐 걱정이어요."

그가 놀란다. "아니, 그동안 뱀을 전혀 돌보지 않았단 말인가요?

흙도 좀 넣어주고 그래야 하는데..."

난 요즘 트렌드대로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아니 그냥 놔두기만 해도 1월까지 산다고 했잖아요!"

마지막으로 뱀을 확인한 건 한달쯤 전이었다.

그때 뱀을 보고싶다는 동료의 딸 때문에 박스를 열었는데

그때만 해도 뱀은 잘 살아 있었다.

그 후론 뱀이 징그러워 확인할 엄두도 못낸 채 한달이 흘렀다.

제발, 제발 하는 마음에 실험실로 가서 확인해 봤더니

뱀은 모조리 죽어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뱀이 죽었으니 그 안의 기생충도 이미 죽어 버렸을 테고,

난 뱀값 수십만원을 그냥 날려야 했다.

그러게 10월 중순 경에 뱀을 잡을 걸,이라며 뱀 전문가한테 따지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일은 저질러져 버린 것을.

 두달, 두달만 좀 살아있어 달라는 게 그렇게 무리한 부탁이었을까 하며

나보다 인내심이 없는 뱀들을 잠시 원망해 보지만,

아무 희망도 없이 박스 안에 갇혀 있는데 무슨 낙이 있었겠는가.

그래서 난 지금 뱀의 넋을 기리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뱀아, 미안하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려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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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1-12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아 이런.....
아 이런....
아 이런....
orz

마태우스 2012-11-12 21:25   좋아요 0 | URL
다락님의 고운 마음씀씀이가 느껴집니다 뱀도 좋은 곳으로 갈 거예요

레와 2012-11-12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OTL

(저는 좌절 'OTL' 대문자로 남깁니다. 다락방님 보기보다 소심하시군요!ㅋㅋㅋㅋㅋ
앗 뱀의 넋을 기리는 페이퍼에 웃음이라니, 미안합니다.
제 사과를 받아주세요..ㅡ.ㅜ)



마태우스 2012-11-12 21:25   좋아요 0 | URL
저는 받아드렸는데 뱀이 받아주실지....^^

마립간 2012-11-12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생충학 교실의 가족이라 칭함을 받으려면, 기생충을 보고 '귀엽구나'라고 느끼면 자격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뱀까지 귀여워하셔야겠군요.

마태우스 2012-11-12 21:25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아직 뱀을 귀여워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

다크아이즈 2012-11-12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파 망 속엔 설마 뱀을 잡아 먹은 벌레 무더기들?
뱀 주변에 꼬인 벌레들의 살아있는 무덤 같습니다.
마태님의 비탄 어린 하이 유머에 살짝 미소짓습니다.
웃어도 되는 거 맞지요?

마태우스 2012-11-12 21:26   좋아요 0 | URL
양파 망 속엔 그냥 뱀 시체들이 들어 있어요. 제일 가슴아픈 게 뱀이 모두 일정한 시간에 죽은 게 아니잖아요. 죽은 동료와 함께 있어야 하는 뱀의 슬픔....ㅠㅠ 웃으셔도 괜찮습니다. 근데 뱀한테 혼나실지도...^^

비연 2012-11-1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뱀의 명복을............................
(그러나 마태님의 글은.. 왠지 슬며시 웃음이..우히)

마태우스 2012-11-12 21:27   좋아요 0 | URL
명복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뱀이 저한테 화를 많이 안낼 것 같다는....

Mephistopheles 2012-11-12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뱀이..혹시....
요즘 치약 혹은 칫솔 CF를 노리시는 야클님이 말한 뱀술의 원료는 아니겠군요.

마태우스 2012-11-12 21:28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저거 한 마리만 있어도 좋은 뱀술이 만들어질텐데요

울보 2012-11-12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이런,,저도 함께 빕니다,

마태우스 2012-11-12 21:28   좋아요 0 | URL
따뜻한 마음씨의 울보님, 감사합니다.

조선인 2012-11-12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태우스님, 미워. 뱀은 굶어죽은 걸지도 몰라요. =3=3=3
(그런데 뱀에게 나온 기생충을 쥐에게 먹인다구요? 기생충 걸린 쥐를 뱀에게 먹이는 게 아니라 그 반대라니 신기해요. 원래 뱀의 배설물을 쥐가 먹어서 감염되는 건가요? 궁금 궁금 궁금해요.)

마태우스 2012-11-13 11:24   좋아요 0 | URL
뱀은 원래 그전에 충분히 먹고 9월부터 겨울잠을 자거든요. 근데 온도가 너무 높았나봐요 암튼 뱀한테 겁나 미안합니다. 글구... 뱀에서 나온 기생충을 쥐에게 먹이는 건 사실 생물학적 먹이사슬과는 반대죠. 원래 개구리를 뱀이 먹고 그 뱀을 사람이 먹어서 걸리는 건데, 사람으로 할 수 없으니 쥐로 하는 거랍니다.

조선인 2012-11-13 12:0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구나. 자세한 설명 고마워요.

재는재로 2012-11-12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복을 빕니다 이런게 보니 뱀도

마태우스 2012-11-13 11:25   좋아요 0 | URL
네..감사합니다. 뱀도 좋은 곳으로 가길

blanca 2012-11-1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은 슬픈 이야기네요. 그러면 뱀으로 하시려고 했던 연구는 어떻게 하세요?

마태우스 2012-11-13 11:25   좋아요 0 | URL
다시 뱀을 구해야 한답니다. 고생만 죽어라 한 뱀들에게 미안하죠

saint236 2012-11-13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 뱀을 양파 망 안에 그대로 넣어두신 것인가요? 두 달동안? 그럼 당연히 죽습니다. 커다란 플라스틱 수조나 박스, 그것이 없다면 뚜껑을 만들어 달 수 있는 박스 안에 넘허 두기라도 하면 그나마 좀 살았을텐데요. 어릴적 동네에 땅꾼이 있었습니다. 뱀 잡는 것에서부터, 잡아먹기까지 키우는 것들을 다 보면서 자랐지요. 지금 겨울로 들어가지만 땅꾼들 가운데 겨울잠 자는 그 녀석들을 습격해서 잡아오는 분들이 있으니 그 쪽으로 공략을 하심이.^^;

moonnight 2012-11-13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뱀은 깨끗한 동물이라는 느낌인데, 냄새가 많이 나는군요. -_-;;;;;
아아. 그런데 마태우스님 말씀처럼 죽은 동료와 함께 지내야 했다면... 너무 슬픈 일이네요. 뱀들에게 미안해요. ㅠ_ㅠ
명복을 빕니다. 흑. ㅠ_ㅠ

게다가 또 뱀들을 키우셔야 하다니, 더욱 슬퍼지는군요. -_ㅠ

i_m_sora_ 2022-07-1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동물윤리 땅바닥에 처박아버린 동물학대를 자랑스럽게도 쓰셨네요. 그와중에도 인내심이 나보다 없니~ 하면서 피해동물 후려치기까지! 완벽합니다 👌

i_m_sora_ 2022-07-1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뱀 전문가와 천안역에서 만나 실험실로 갔다. 가면서 말했다. ˝뱀이 죽었을까봐 걱정이어요.˝ 그가 놀란다. ˝아니, 그동안 뱀을 전혀 돌보지 않았단 말인가요? 흙도 좀 넣어주고 그래야 하는데...˝ 난 요즘 트렌드대로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아니 그냥 놔두기만 해도 1월까지 산다고 했잖아요!˝

i_m_sora_ 2022-07-11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곱씹어볼수록 재치넘치는 명문이네요. 그 뱀 전문가님은 작성자님을 어떻게 봤으련지요? 잘못은 인정하지 못할 망정 요즘 트렌드요? ㅋㅋ 어떻게 이런 글을 자랑스레 올리셨는지? 애초에 제목에 뱀이 들어간다는 것을 제외하면 해당 책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요? 본인이 뱀의 뇌를 발휘해서 해당 글을 쓰셨는지요? 자아는 산만큼 비대하셔서 아무도 안 물어보고 안 궁금했는데 본인의 동물학대를 절구절구 적어내시다니. 대견하시군요.
 

 

 

 

 

 

 

 

 

 

 

 

 

 

 

알라딘 서재를 처음 만든 200311, 그때의 내 목표는, 이전에도 누차 밝혔듯이, 서재를 정복하는 것이었다.

성장기 때 책을 안읽은 콤플렉스를 서재를 정복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소해 보고자 했던 것.

방문자도 몇 안되고 댓글도 거의 안 달리던 초창기에

어느 분이 내게 댓글을 달아 주셨다.

그 댓글에 감격한 난 정말 경건한 자세로 답변을 드렸다.

이런 누추한 서재에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는 말로 시작되는 경건한 답변을.

그때는 댓글 하나하나가 내게 기쁨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난 1일 방문객 수, 댓글 수, 즐겨찾기 숫자 등의 각종 지표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한, 소위 서재권력이 되었다.

그래서 좋았을까?

물론이다.

내가 글을 쓰면 많은 사람이 달려와 지지해주는 게 좋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권력을 얻으려 하는구나,고 생각했다.

댓글이 수없이 달렸지만, 난 초창기의 경건한 자세를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직급은 높아지셨나 모르겠지만 시야는 좀 좁아지셨네요. 제가 좋아하던 그 분이 맞나 싶습니다.”

얼마 전, 설거지를 하는 내내 펠레님이 내게 달아준 댓글을 생각했다.

공지영에 관련된 글을 하나 썼는데, 거기에 대한 내 반응은,

초창기의 경건함은 물론이고 일반적인 인터넷 사회에서 오가는 댓글에 비해서도 날이 서 있었다.

냉소적이었고,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하는 그런 댓글이었다.

심지어 펠레님의 댓글에 대해서도 직급과 시야는 원래 별 상관이 없습니다라고 답을 드렸다.

정말 난 높아진 직급만큼 시야가 좁아진 걸까,20여분간 했던 생각의 주제였다.

직급이 높아진 건 지난 9월 내가 정교수가 된 걸 의미할 텐데,

그랬다고 해서 월급이 많아진 것도 아니고 (교수 사회는 근무연수로 월급이 오르며, 그나마도 등록금 동결로 인해 월급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연구실을 옮긴 것도 아니었다.

밑에 있는 사람도 여전히 조교 한 명이라,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그전과 똑같다.

그렇다면 그전보다 명성이 높아진 걸 의미하는 것일까?

알라딘 서재 덕분에 경향에 글을 연재하는 사람이 됐긴 하지만,

그랬다고 시야가 좁아진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원래 이런 건 본인은 모를 수 있지만)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과거에 비해 내가 인내심이 없어졌다는 것.

경건한 댓글을 달던 옛날에도 날 짜증나게 만드는 댓글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권력유지에 관심이 있던, 그래서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지라

최대한 예의바르게 댓글을 달았던 것 같다.

게다가 내게 댓글을 다는 알라디너들이 죄다 친분이 있는 분들이었기에

가시돋힌 답변을 하기는 어려웠다.

지금은 많은 게 변한 것 같다.

그때 나와 점수 경쟁을 하던 알라디너들은 거의 서재를 떠났거나 문을 닫았다.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알라딘에 쏟던 그때와 달리 알라딘에 있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고,

결정적으로 더 이상 권력을 유지하는 데 관심이 없어졌다.

댓글을 통해서 뭔가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도 줄어들었다.

이런 게 나로 하여금 스스로도 놀랄 만큼 날카로운 답변을 하게 만든 원인이 아닐까?

 

알라딘이 내게 뭐냐고 묻는다면, 난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친정이라고 답변을 한다.

여기서의 생활이 내게 끼친 긍정적인 면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가끔씩 서재 문을 확 닫고픈 때가 있지만, 그래도 내가 그러지 않고 남아있는 이유는

알라딘에서 많은 은혜를 입었기 때문이고,

조금 기분이 나쁘다고 페크언니나 다락방님을 비롯한, 1세대가 아니면서 내게 정말 잘해주시는 분들과의 인연마저 접을 수 없기 때문이고,

슬플 때 징징거릴 곳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친정은 그런 곳이다).

하지만 20분간 생각한 끝에 얻은 또 다른 결론은

과거에는 친정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구성원이 많이 바뀌어서, 꼭 친정인 것만은 아니라는 거였다.

좀 달리 표현하면 알라딘은 이제 내게 시댁인 셈이고,

시댁에서 엊그제처럼 굴면 소박을 맞는다.

이 글은 그러니까 된장님, 펠레님을 비롯한 몇몇 분들게 드리는 사과이며,

가시돋힌 날 보고 놀랐을 많은 알라디너 분들게 드리는 사과문이다.

잃어버린 인내심을 갑자기 기를 수야 없겠지만,

최소한 노력은 해보겠노라 약속드린다.

 

* 첨언: 여러 가지 이유를 댔지만 솔직히 요즘 내가 많이 어려운 건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것이며, 아내가 술을 마시도록 허락만 한다면 다시금 경건한 댓글을 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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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1 2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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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13: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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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2-11-1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님께 술을 허락하라고 아고라에 청원이라도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태우스 2012-11-12 13:09   좋아요 0 | URL
아고라가 아니라 아내한테 좀 얘기해 주세요.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워졌다구요

다락방 2012-11-11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어디 가시면 저 정말 화낼겁니다. 정말로요. 저라고 왜 떠나고싶은 마음이 안생기겠습니까. 그래도 오래 있어볼래요. 마태우스님도 오래 함께 있어요. 우리 오래 친하게 지내요.

마태우스 2012-11-12 13:10   좋아요 0 | URL
잉 제가 어디 간다고 써놨나요. 앞으로도 쭉 여기 있을게요. 님이 먼저 떠나지 않는 한 전 여기 있을께요

twoshot 2012-11-1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떠나지 마시길. 가끔 개떡같아 보이는 알라딘의 시스템에 짜증이 나다가도 여러 서재분들의 글을 생각하면 떠날수 가 없더군요. 그리고 술은......몰래 한잔씩 마시면 안되나요;;;

paviana 2012-11-11 23:54   좋아요 0 | URL
처음 뵙는데 정말 훌륭한 말씀이네요. 몰래 한잔....마태님 아셨죠?

Forgettable. 2012-11-12 05:32   좋아요 0 | URL
술 마시는 사람은.. 한잔 마실거면 차라리 안마시겠다는 마인드 아닌가요, 마태님 ㅋㅋ
저는 그렇습니다만;;

마태우스 2012-11-12 13:10   좋아요 0 | URL
제글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군요 흠흠.
안떠날 거구요, 술은요 몰래 한잔씩 마셔야 뭐하겠어요. 한병이면 모를까^^

마태우스 2012-11-12 13:11   좋아요 0 | URL
포게터블님, 역시 님은 저를 이해해 주시는군요!

2012-11-11 23: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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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13: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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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0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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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13: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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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0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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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13: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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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0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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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13: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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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1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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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13: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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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1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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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13: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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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2-11-12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친정 어머니라고 하지는 못해도 친정 식구 정도는 될 것 같군요. 글을 남기면서 인사라도 남기겠습니다.^^

마태우스 2012-11-12 13:23   좋아요 0 | URL
친정식구라..그렇담 제수씨라고 부르면...아, 제수씨는 말이 안되네요. 하핫. 이모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2012-11-12 10: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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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13: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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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2-11-1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마태우스님과 술 한 잔 하고 싶어요. 옛날처럼. ^^

마태우스 2012-11-12 13:24   좋아요 0 | URL
정말 옛날에 같이 술마신 적도 있었더랬죠...

야클 2012-11-12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시댁이라면 나는 그대의 방귀남(유준상)이 되어 드리리 ^^

원래 여자나 남자나 한 미모하면 다들 가시가 있다니깐! ㅎㅎ

복잡하게 생각말고 즐겁게 한 주 시작하시길! 한 달만 버티면 방학이잖아

하하하 2012-11-12 12:16   좋아요 0 | URL
판타스틱~판타스틱~

옆에 방귀남이 있는데 힘 내세요~~ 진짜 부럽구만...

마태우스 2012-11-12 13:24   좋아요 0 | URL
넝굴당을 안봐서 방귀남의 가치를 잘 모르지만
좋은 사람인 것 같군. 근데 ...나한테 미모라고 한 거 맞음???
글구 방학이라고 해도 일이 많다네. 연구비 처리할 게 있어서...

마태우스 2012-11-12 13:24   좋아요 0 | URL
노세노세님, 야클님이 말만 저리 할 뿐 일이 바빠서 만나주지 않는답니다^^

울보 2012-11-1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좋아요, 님들이 이야기 듣는것 사는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나와 또 다른 세상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것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도움을 받는 , 글을 잘 쓰지 못하지만 댓글도 잘 달지 못하고 표현도 못하지만 전 그냥 모두가 좋아요,
님도 어디가시는것 아니지요 솔직히 요즘 너무 많은 분들이 보이지 않아 매일 들어와 글도 쓰지 않고 눈으로 구경하다 가거든요,,님 우리딸이 님 정말 좋아해요 아시지요 11살짜리에게 기생충이 뭔지를 말하기 시작하면서 알게 해주신 분이 님이랍니다,
요즘도 기생충하면 제일먼저 님을 말하고 물만두님 이야기를 종종 꺼내어 나를 행복하게 하는 딸,모두들 이곳 알라딘에서 ,,님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따근한 차로, 오늘 하루도 화이팅하세요,,,

마태우스 2012-11-12 13:25   좋아요 0 | URL
아 제가 님 따님한테 기생충 교육을....! 보람있네요 서재활동이. 그래요, 잘 남아서 열심히 해볼게요. 울보님께 늘 감사드립니다

인내심 2012-11-1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냥 떠나세요. 미련 갖지 마시고.

마태우스 2012-11-12 13:25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님 말씀 들으니까 맘이 확 움직이네요^^ 제가 이맛에 로그인 안한 댓글을 허용하는 거죠.

2012-11-12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테레사 2012-11-13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뱀은 시러요, 시러...뱀사진 올리지 마세요.ㅠㅠ 눈감고 스크롤했어요.내용도 못읽었네요...

saint236 2012-11-13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저런 이유로 논쟁이 벌어지고, 그것 때문에 떠나는 분들을 요 몇년간 보았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빵가게님의 이사였죠. 이렇게 한분한분 떠나시는 것을 보면서 무엇을 위한 논쟁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올리시는 분들도, 댓글을 다시는 분들도, 여기에 반박하시는 분들도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해야하는데, 어느덧 감정 까움이 되더라고요. 이번 일도 그저 지켜만 보고 있는 저로서는 안타깝습니다. 힘내시고요, 연말입니다. 그래서 더 술을 못마시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내의 지인은 음주운전하는 버릇이 있는 남편 때문에 우울증 초기라고 합니다.
 

정교수가 되고 난 뒤 여기저기 한턱을 내느라 허리가 휘었다.

알라딘에서 기념 이벤트를 한 거야 충분히 할 만한 일이지만(그 덕에 플래티눔이 됐다!)

평소에 안친하던 사람들마저 한턱 내라고 하는 건 좀 이해가 안갔다.

"정교수 됐으니 한턱 낼게"라는 사람은 없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내 오랜 친구 ㅅㅂㅂ님이 축하한다면서 책 두권을 고르란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고른 책이, 부끄럽게도 의자놀이였다.

 

 

 

 

 

 

 

 

 

 

 

 

 

 

부끄럽다고 한 건 인세와 판매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는 이 책을 아직까지 안샀다는 것과

그나마 직접 사지 않고 다른 분한테 부탁했다는 것.

아무튼 선물은 좋은 거니 기쁜 마음으로 책을 받아들고 순식간에 서문을 읽었다.

"처음으로 문학이 아닌 책을 썼다."로 시작되는 비장한 서문을.

그러다 공지영 생각을 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공지영에 대한 말들을 말이다.

 

개인적으로 공지영을 높이 평가한다.

다른 작가들처럼 얼마든지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욕을 먹어가면서 정의의 구현을 위해 싸우지 않은가.

이번 의자놀이 역시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쌍용차 투쟁에 대해 다루고 있다.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일을 자청한 건 분명 칭찬받을 일이건만,

내가 우연히 만났던 쌍용차 관계자는 다른 말을 했다.

"다들 공작가가 그 일을 하는 걸 불편해한다"

"공작가의 참여로 인해 우리 투쟁에 힘을 보태줬을 다른 사람들이 떠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공지영에 대한 상투적인 비판이 이어졌다.

"공작가는 문학성이 너무 떨어져."

개인적으로 쌍용차 투쟁을 정리할, 공지영을 대신할 수 있는 작가가 누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만,

설사 대신할 사람이 많다고 해도 그런 식의 비판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참 불편했다.

 

이 책을 둘러싼 표절 논쟁도 그 단면이리라.

이미 오래 전 얘기가 되버렸고, 다들 아시리라 믿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유명한 노동문제전문가가 공지영이 <의자놀이>에 쓴 글의 일부가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그 글은 원래 원저자가 있는데,

공지영이 그걸 출처도 밝히지 않고 썼다는 것이다.

출처를 본문에 쓰지 않고 미주로 처리한 출판사 측의 실수인데다

노동문제전문가가 노동자의 투쟁을 다룬 르포르타주의 사소한 실수를 문제삼아

배포금지를 요구하기까지 한 걸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공지영 대신 다른 작가가 똑같은 잘못을 했다면 그때도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 전문가는 "거대한 문학권력에 맞서 르포작가의 권리를 지키는 외로운 싸움" 운운하며 공지영과 설전을 벌이기까지 했는데,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마음이 개미 xxx만한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삐져서 세상과 인연을 끊고 산으로 갔을 거다.

보수 쪽으로부터 욕먹는 거야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지만,

같은 편이라고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으면 힘이 쫙 빠지지 않을까?

하지만 공지영은 꿋꿋이 잘 버티면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니,

외유내강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같다.

공지영 씨,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말하든지 저는 당신을 응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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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2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2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2-11-12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는 마태우스님께서 말씀하시는 '진보'라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어떤 사람들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논란에서 가장 큰 잘못은 출판사나 이선옥씨가 아닌
공지영씨에게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마태우스님께서 왜 하필 공지영에게만 그러냐? 하는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어렵네요.
이 일을 몰랐다면 상관없지만,
알게된 이상 공지영씨를 두둔해주거나 옹호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거든요.

그리고 다른 사람(황석영, 하종강 등을 말씀하셨는데)이었다면
달랐을거라고 말슴하셨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같은 잘못을 했다면
아마 분명히 같은 반응을 얻었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다른 사람들이라면,
같은 실수를 했더라도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은 다르지 않았을까요?

즉 공지영씨처럼 끝까지 자기 주장만 우기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구요.
경솔하게 SNS로 먼저 시비를 걸지도 않았을 것 같아요.

그냥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저 역시 평소 마태우스님 글을 좋아해서
(제가 페이스북으로 말 걸었던 것 기억하시나요? ^^)
이 글을 읽고 의아한 마음에 댓글을 남겼습니다.
현상을 보는 서로의 의견은 다를 수 있겠지요.
제 댓글이 마태우스님에 대한 공격은 아니라는 점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마태우스 2012-11-12 18:29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저 역시 님의 댓글을 공격으로 생각진 않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이었어도 같은 반응을 얻었을 것이다"란 대목에서 님과 저의 견해 차이가 나네요. 이거야 사실 증명할 수 없는 부분이라, 여기에 대해 논쟁을 하는 건 별반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공지영을 옹호했던 건 제가 공지영의 상황이었다고 해도 공지영과 똑같은 반응, 어쩌면 더 큰 반응을 보였을 것 같아서였어요. 그리고 이 논쟁에서도 사실을 보는 관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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