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번째 술
일시: 3월 5일
누구랑?: 초등 친구들과
마신 양: 소주 한병 +알파, 2차는 진토닉
느낀 점
-누구나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때론 자신만이 힘든 수렁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나 위로받고 싶은 상처는 있는 법이다.
-초등 친구들 중 갈라선 애들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놀라게 된다. 절세의 미녀 하나는 애 셋을 뺏기고 이혼했고, 몰라보게 이뻐진 모습에 내 넋이 나갔던 여인도 최근 헤어졌다. 부부란 외모만이 아니겠지만, 그런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파온다.
-갈라선 사실을 나만 알고 있었던 내 친구는 역시 이별의 슬픔을 안고있는 여인과 작년에 결혼했다. 난 몰랐는데, 지난 1월말에 아이를 출산했단다. 그날 들은 일 중 가장 즐거운 소식이었다.
39번째 술: 사재기
일시: 3월 6일 토요일, 교보 뒤에서
누구랑?: 브로커랑 (이하 문답식으로 쓴다)
-교보에 왜 갔나?
=내 책을 사기 위해서다.
-아니 니 책을 왜 니가 사나?
-책이 나오면 한권 달라는 사람이 많다. 그들이 그러는 건, 저자는 집에다 책을 잔뜩 쌓아 놨겠거니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출판사에서 저자에게 주는 책은 10-20권 남짓, 나머지는 전부 자신이 사서 줘야 한다. 내가 틈나는대로 교보에 가고, 알라딘에 책을 주문하는 건 바로 그런 이유다.
-집근처 서점을 놔두고 큰서점을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브로커는 또 뭔가?
=브로커를 두는 이유는.... 내가 계속 사면 사재기를 하는 걸로 오해받지 않겠는가. 그래서 시간이 있는 지인들을 동원해 책을 사게 한다. 큰서점에 가는 건, 작은 서점에 가면 내 책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왕 사는 거, 큰서점에서 베스트에 진입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다. 한마디로 올-인이다!
-계산대를 달리하면서 두권씩 사는 이유는 뭔가?
=그건.... 사재기로 오인받을까봐.....
-브로커에게 일당을 주나?
=아니다. 일이 끝나면 밥과 술을 사는데, 대개는 술값이 책값보다 훨씬 더 든다. 요즘 내가 매일같이 술을 마시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매일 술을 마시면 힘들지 않나?
=당연히 힘들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올-인이다!
-지금까지 몇권이나 샀으며, 책을 줘야할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한 100권 정도 돌린 것 같은데, 아직도 줘야 할 사람이 많다. 우리 어머니도 만만치 않다. 내가 책을 사놓으면, 친구분들 주신다고 다 가져간다. 아주머니들은 몇 명만 주면 삐진다고, 참석자 수만큼 책을 챙겨가신다. 화요일날도 아홉권이 필요하단다. 나도 다음주 목요일에 큰 모임이 있는지라 책이 더 필요하다. 한마디로 올-인이다!
* 브로커와 일대일로 마셨다. 생맥주를 3천cc씩 마셨는데, 그만 2차에서 정신을 잃었다. 브로커로부터 "술이 너무 약해졌군!"이라는 말을 들었다. 다른 건 노력으로 되지만, 술은 아무리 마셔도 늘지를 않는다. 주량이 딱 소주 다섯병만 되면 소원이 없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