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0,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어제 옷을 그대로 입은 채 누워있다. 벤지 대소변을 뉘고 나도 아침 대변을 봄. 어제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고 생각함. 도저히 출근을 못하겠어서 다시 잠
9:00, 엄마 전화 때문에 일어남.
엄마: 너 오늘은 집에서 저녁 먹어야 한다!
나: 어, 저 오늘 술약속 있는데...
엄마: 아니 어제도 새벽 세시가 넘어서 오더니, 니가 인간이냐? 찰칵.
하긴, 난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 뭘까? 문어? 해삼? 말미잘? 오리너구리?
10:30, 테니스 예약을 하러 올림픽공원에 가다. 거기서 두 번째로 대변을 봄. 어제 진짜 많이 먹었구나...
11:30, 터미널 앞 포장마차에서 라면과 김밥을 먹다
14:00, 학교에 옴. 오자마자 잽싸게 글 두편을 씀.
15:00, 애들 발표하는 거 채점하러 감, 짬짬이 노트에다 글 두편을 작성, 한편을 쉬는시간 10분 동안 올림. 세 번째로 변을 봄. 설사였다.
17:00, 회의에 들어감. 그전엔 회의 때마다 노트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는데, 이제 그짓을 못하게 되었다. '서기'가 되었으니까....
18:00, 퇴근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발, 중간에 전화가 와서 깸. "야, 오늘 우리 모이기로 했는데 시간 되니?" 안된다고 그냥 니들끼리 놀라고 끊고 <오빠가 돌아왔다>를 마저 읽음.
19:58, 양재역 도착, 고교 동창들이 TGI에 있다는 말을 듣고 떡볶이집에 가서 오뎅 3개와 떡볶이 1인분, 김말이 1개를 버스에서 만난 조교와 먹음.
21:30, TGI에서 너무 많이 먹었는지 4번째로 변을 봄. 3번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4번은 이례적이다. 뭔가 일을 낼 것만 같은 조짐.
22:40, 2차로 맥주집에 감. 맥주값이 더럽게 비싸, 한병 가지고 개김. 부부관계의 횟수, 기러기아빠 등에 관해 열변을 토함.
00:20, 믿어지지 않지만 변의가 느껴짐.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고 일을 봤다. 그런데... 변기가 막혔다. 결국 일을 냈구나 하고 탄식함. 뚫는 게 없어서 뚜껑만 덮고 나옴. 여전히 기러기 아빠 얘기를 하는 친구들한테 "큰일났다. 집에 가야한다"고 설득해 밖으로 나옴. 앞으로 그 맥주집을 안갈 생각임.
01:00, 집에 도착, 소파에서 자는 벤지를 깨워 대소변을 누이고, 밥을 줌. 벤지도 "니가 인간이냐"는 눈으로 날 바라봄.
난 소주 1병 이상, 맥주 3000cc, 혹은 다섯병 이상 마셔야 1회로 카운트를 한다. 그러니 생맥주 두잔에 병맥주 한잔을 먹은 오늘은 술을 마신 게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어제 무리한 탓인지 눈이 감기고, 너무 늦게 와서 벤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난 왜 이렇게 사는걸까? 그나저나 하도 변을 봐서 그런지, 배가 고프다. 뭐라도 좀 먹고 잘까...이런, 여섯번째 변의가 느껴진다. 이, 이럴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