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와?: 지도학생들과
마신 양: 1차 소주--> 2차 양주-->3차 맥주
양주는 어디서?: 학생들이 사왔다. 녀석들, 그러지 말라니까^^
나빴던 점:
-술에 취한 채 기차에서 책을 꺼냈다가, 잃어버렸다. <제인에어 납치사건>인데, 오늘 기차역 분실물센터에 가봤더니 그런 건 없단다. 흐흑.
-술마시러 가는 도중 택시기사가 날더러 이봉주 친척이 아니냔다. 그래서 어릴 적 별명이 최양락이었다고 했더니, "아니죠. 최양락은 잘생긴 얼굴이에요!"란다. 애들만 없었으면....
나도 학생 때 지도교수가 있었다. 본과에 진입했을 때 딱 한번 식사를 같이 한 그 선생님은 그 뒤 한번도 우리를 불러주지 않았는데, 그 선생님을 보면서 난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에 내가 교수가 되어 지도학생이 생긴다면, 정말 잘해줄거야!"
지금 난 애들한테 잘해준다. 그냥 하는 소리겠지만, 자기들이 내 지도인 걸 다른 학생들은 엄청 부러워한단다. 지도학생 모임을 학교 식당에서 하는 사람도 있다니, 산해진미를 사주는 내가 부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내가 그럴 여건이 되고, 선생님 각자의 철학이 달라서 그런 것이니, 내가 옳은 것만은 아니다. 공부에 관한 걸 일체 묻지 않고, 같이 놀아주기만 하니, 학생들 입장에서야 나같은 사람이 좋을 수밖에.
올해, 분담지도 학생이 바뀌었다. 두명이 졸업한 거야 그렇다 쳐도, 나머지 네명 중 두명이 다른 교수 밑으로 가버렸다. 잘려나간 두명은 큰일났다고 징징거렸고, 정이 제법 들어서인지 나도 서운했다. 그래서 양해를 구하고 다시 내 지도로 돌렸는데, 새 신입생까지 해서 다섯명이 어제 모인 거다.
나도 바라는 바지만, 애들은 나를 편하게 생각한다. 날 부를 때 가끔 "형!" 이래놓고는 죄송하다고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난 그 호칭이 훨씬 더 맘에 들지만, 애들은 그렇게 부르긴 어려운가보다. 날 만날 때마다 애들은 엄청 잘 먹을 걸 기대하는데, 어제 역시 그 기대는 충족시켜 준 것 같다. 1차로 회를 먹었고, 2차는 감자탕집엘 갔다. 3차로 맥주집에 가서 맥주마시기 게임을 했다. 그 게임은 내가 고안한 건데, 이름하여 '이름대기 게임'이다. 어떤 종류든 이름대기를 시작하는데, 최소한 한바퀴는 돌 만큼 개수가 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한반도에 있는 나라이름대기"같은 건 안된다. 메이져리그 팀 이름대기, 네글자로 된 가수/그룹 이름, 세글자로 된 나라이름... 남이 한 걸 또 하면 무조건 걸리며, 그 다음 종목은 걸린 사람이 정한다. 그러니 연예계에 약하다고 해서 불리할 건 없다. 정말 좋은 게임 아닌가?
그렇게 유쾌하게 술을 마시다 기차를 타고 갔는데, 내 옆자리가 하필 미녀다. 잘보이려고 책을 꺼낸 게 나빴다. 깨보니 영등포를 이미 지나 서울역이었고, 서둘러 나오다가 책이 바닥에 떨어진 걸 못본 것이다. 아, 속상해!!!! 그것만 없었다면 괜찮은 하루였을텐데.
* 사족: 지도학생이 다 남자라,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여자였으면 하는 게 내 지도학생, 그리고 나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새로 온 신입생은 남자다. 얼굴은 잘생겼지만, 그게 나랑 무슨 소용이겠나?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학교 옆에 상명대가 있는데, 그곳은 아직도 여학생이 많다. 그러니...거기 있는 여자교수랑 조인트를 해서 지도학생 모임을 하면....음하하하하. 난 어쩜 하는 생각마다 이리도 깜찍할까? 당장 인터넷에 들어가 접선을 취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