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나라당이 1당된다
선거 판세가 급격히 바뀐 모양이다. 탄핵 역풍으로 소속당을 숨겨야 했던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난 이런 결과를 오래 전부터 예측해 왔으니까.

한나라당의 지지도 상승은 그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박근혜가 대표가 된 뒤 보인 변신이 유권자의 호감을 얻은 탓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남이가"로 대표되는 지역주의와 수십년간 한나라당만 찍어온 관성, 이게 더 정확한 분석이 아닐까? 한나라당의 우세가 예상되는 지역이 대부분 영남 지역이라는 점을 상기해보자. 마찬가지로 열린우리당의 지지도 하락은 '노(인)풍'으로 일컬어지는 정동영 대표의 실언, 그리고 개혁적이지 못한 후보의 공천 탓이 절대 아니다. 그런 게 없었다해도 탄핵 직후의 지지도가 유지되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한나라당이 1당이 될거야"라고 말할 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손을 내저었다. "이번엔 그렇지 않아!"라면서. 하지만 내가 그렇게 주장했던 이유는 우리 국민들을 믿기 때문이었다. 우리 국민들의 역사에 대한 망각을, 기억의 빈혈을. 탄핵이 일어난 3월 12일은 총선일과 한달 이상의 차이가 나고, 그때의 기억을 지금까지 간직하라는 것은 우리 국민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였다. 나만 그렇게 믿은 게 아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확실한 지지기반을 가진 두 지역당 역시 우리 국민들의 냄비근성을 신뢰했다. 당장은 역풍을 맞을지라도, "우리가 남이가" 한마디로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테니까. 민주당은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은 68석이나 되는 영남 지역 대부분을 석권할 태세고, 그 여세를 몰아 제1당의 영광도 그쪽에 돌아갈 것같다.

옛날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건 97년 11월 21일, 한달 후 치뤄진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경제를 망친 한나라당에게 거의 당선권에 육박하는 표를 던져줬다. 이인제가 당을 깨고 나가지 않았던들, 40년만의 정권교체는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대선에서는 실패했지만, 3년 후 치뤄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영남권 전체를 싹쓸이해 제1당이 된다. 경제를 망친 당, 부패에 찌들은 당이 선거에서 심판을 받지 못하는 나라, 그러니 정당들이 구태여 자기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정치개혁에 나설 리가 없다. 국민들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비판하지만, 정작 우리 정치를 후진적으로 만드는 건 기억의 빈혈에 빠진 우리들이다. 그러니 일부 언론과 학자들이 내뱉는 "국민은 위대하다"라는 말에 너무 현혹되지 말지어다.

2. 나는 누구를 찍어야 하나?
이번에 난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투표를 할거다(정당은 민노당). 하지만 민주화투쟁으로 옥고를 치뤘다는 것 말고는 그 후보에 대해 아는 게 없어 기쁘게 찍을 수는 없을 것같다. 조기숙 교수는 "국민들은 정당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막대기만 꽂아놔도 당선이 되었던 특정지역 선거와 뭐가 다를까? 난 그래서 김근태의 지역구에 사는 내 친구가 부럽다. 유시민이 나오는 덕양갑 사람들도 부럽긴 마찬가지다. 우리 동네의 현재 국회의원은 한나라당의 박주천,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 구속수감된 그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했는데, 그는 무소속으로 나오는,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여준다. '옥중출마'란다. 독재시절 민주화투쟁으로 구속된 사람이 그렇게 당선된 적도 있지만, 비리로 구속된 사람이 그런 걸 내세우니 우습기 짝이 없다. 그를 두 번이나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준 우리 동네 사람들, 모두 반성합시다. 다음 선거 때는 김근태 의원의 지역구로 이사를 가버릴까....

우리 할머니의 연세는 무려.................1917년생이니까...... 88세다. 총명하셨던 할머니는 지금 기억이 많이 가물가물해지셨는데, 엊그제 성당 부활절 미사에 갔다가 선거운동을 하던 김민석을 만났다(우리 할머니는 영등포 을이다). 난 몰랐는데, 철새의 표상인 김민석은 언제 또 국민통합21을 탈당했는지 민주당 공천을 받은 상태였다. 그가 할머니 손을 잡고 한표를 호소하자 우리 할머니는 이러셨단다. "그럼요. 안그래도 찍으려고 했소"
나중에 어머니가 "할머니 열린우리당 찍으라니깐요"라고 하시자 이렇게 대답하신다. "김민석이가 열린우리당 아니냐? 머리가 나빠서 큰일이네"
아무래도 선거날 아침에 전화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번입니다, 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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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04-04-1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열우와 민노에 한 표씩 줄 생각인데, 이러한 태도가 부디, 한나라 제1당체제로 가는 길을 막는 데 작으나마 보탬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지요. 그나저나 마태우스 님 할머니께 꼭 전화 드리셔야 겠어요...

진/우맘 2004-04-1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열우당 후보 + 비례대표 민노당으로 결정 봤습니다. 특별히 열우당이라기 보다는, 후보가 개중 제일 괜찮아 보이는 이력과 마스크를 가졌더군요.(잘 생겼다기 보다는, 뭔가 신뢰로운....이런 걸로 결정하면 안 되는건가?^^;;;;)
결정하는 내내 마립간님의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을 선택하고, 차악을 선택하여 최악을 배제하자> 뭐, 그랬던 말씀을 되뇌었습니다. 저 주문이 효력이 있어야 할텐데....

0혀니^^ 2004-04-1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이번 선거는 민주노동당이 파란을 일으킬 것 같네요. 그런데 우리나라 비밀 선거가 아니었나요? ㅋㅋㅋ

비로그인 2004-04-13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마태우스님의 단정이 틀리길 바랄뿐입니다. 허나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미칠노릇아닙니까? ^^
 

 

 

 

 

 

4월 12일 (일)
누구와?: 여친과
주량: 세병을 나눠먹었는데, 내가 두병은 마셨겠지?

한강 고수부지를 갔다. 맨날 음침하게 극장과 술집만 갔던 게 미안해서 야외로 나가자고 한 거였는데, 굉장히 좋아했다. 강을 보면서 '김가네'에서 사온 김밥과 김치볶음밥을 먹으니 제법 소풍온 기분이 났다.

인상적인 것은 개들이 굉장히 많다는 거였다. 형형색색의 개들이 귀여움을 마음껏 발산하며 뛰놀고 있다. 잘생긴 시베리안 허스키도 보이고, 쉬츠, 마르티스, 퍼그 등도 보인다. 개들이 많아진다는 게 우리 사회가 점점 비인간화된다는 증거인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건 개들을 보고 있으면 나까지 즐겁다.

난 개에게 목줄을 매지 않고 살았다. 개의 목에 걸린 줄은 개를 노예로 만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디론가 가려는 개를 목줄을 당겨서 막는 주인, 이런 걸 보는 건 마음 아프다. 목줄을 맨 개는 가려는 곳에 못가니 성질만 나빠지고, 자율성을 상실하게 되지 않겠는가? 우리 벤지가 성격이 좋고, 자율적인 개로 자라난 건 나의 훌륭한 교육방침 때문이었다는 게 내 주장이다. 난 벤지가 가고 싶은 곳에 가게 해 줬지만, 그 자율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벤지가 언젠가 비둘기를 잡는다고 차도로 뛰어들었을 때, 난 마구 야단을 쳤고, 벤지는 깊이 반성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 후 벤지는 차도에 비둘기 할아버지가 있다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이런 게 바로 교육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개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 때문에 목줄을 안맨 개는 공원에 출입할 수 없게 되어, 벤지는 잘가던 여의도 공원도 못가게 되버렸다. 개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조폭들도 공원 출입을 못해야 하지 않는가? 시베리아 허스키같이 위협적인 개라면 모르겠지만, 조그만 애완견들에게도 목줄을 매게 하는 건 좀 너무한 것 같다.

이리뛰고 저리뛰면서 재롱을 떠는 개들을 보니, 문득 벤지가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벤지의 나이 이제 16세, 사람으로 따지면 80살이니, 150살이니 하는 주장이 난무한다. 물론 난 생물학적 연령보다 어떻게 키우냐가 중요하다고 우기지만, 벤지는 예전의 젊고 이쁜 벤지는 아니다. 식탁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내 옆 의자에 껑충 올라가 내가 주는 반찬을 먹곤 했지만, 2년 전부터 점프력이 눈에 띄게 둔화, 지금은 의자 밑에서 뭘 먹는다 (무리하게 올라가려다 떨어진 적도 있다). 눈에는 백내장이 왔고, "벤츠"와 "벤지"를 구별했던 귀도 이제 잘 안들리는 듯, 아무리 불러도 알아듣지 못한다. 내가 와도 모르는 채 소파에서 잠을 자는 벤지, 개나 사람이나 늙는다는 건 슬픈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피부에 뭔가가 나기 시작했다. 지방종이라는데, 약을 발라도 낫지 않고 딱지가 크게 졌다. 털이 길 때는 잘 안보이지만, 털을 깎고 나니 훤하게 보인다. 가만 놔둘 일이지, 자꾸만 그 딱지를 떼어내다보니 상처가 점점 커진다. 언젠가 어린애가 벤지를 만지려는데, 그애 어머니가 말린다. "만지지 마. 피부병 있잖아" 그 말을 들을 때 가슴 미어졌다.

등산이라도 가자면 좋아서 껑충껑충 뛰었던 벤지, 하지만 지금은 어딜 가는 것조차 귀찮아 보인다. 날 보면 여전히 꼬리를 흔들고, 잠시라도 안보이면 날 찾아 이방 저방을 뒤지지만, 벤지는 늙었다. 이제 나도 벤지와의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 갑자기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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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4-1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슬프겠군요. 벤지가 오래 오래 살았음 좋겠네요.

비로그인 2004-04-1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두요... 제게 남아 있을지 모르는 시간... 벤지에게 선물할께요 ~ 얼마나 필요하세요 ? 음 그래도 10년 이상은 무립니다 ^^;;

가을산 2004-04-1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벤지와의 추억을 많이 만들어 놓으셔야 겠네요.
우리 쥴리가 늙으면 저도 슬퍼질거에요.... ㅜㅡ

비로그인 2004-04-1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슬퍼요...잠시 키우던 병아리가 죽었을때도 그렇게 슬펐는데, 수년간 정든 벤지랑 헤어지면 얼마나 슬플까요. ㅠㅜ

플라시보 2004-04-12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가 오래오래 님의 옆에서 님이 주는 밥을 먹으며 잘 지내길 바랍니다.

갈대 2004-04-1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체나이로는 마태우스님의 갑절을 산 셈이군요. 벤지가 오래산 개로 기네스북에 오를 그날까지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panda78 2004-04-1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가 오랫동안 건강하기를.. 벤지야, 힘내라..

마태우스 2004-04-1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벤지의 건강을 빌어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술 조금 줄이고, 벤지와 많은 추억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우맘 2004-04-1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는 사랑받는만큼 오래 살겁니다. 그리고, 아마 이별해서도 행복할 거예요.
조만간 서재에 오를 <강아지 하늘나라>라는 그림책을 기대하십시오....정말 결고운 상상력의 소산으로, 강아지들은 하늘나라에 갈 때 날개를 달지 않는답니다. 대신 그 앞에 드넓은 풀밭이 펼쳐진대요. 강아지들이 달리는 것을 너무나 좋아한다는걸, 하느님이 아시기 때문이죠. <진이의 사진독서록>예정작이었는데, 마태님과 벤지를 위해 서둘러야겠네요.

다연엉가 2004-04-12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글을 이렇게 가슴 아프게 읽다니....
걱정마세요.. 괜히 제가 누운물(?)이 나올려고 합니다...
벤지는 너무 너무 행복하네요

*^^*에너 2004-04-12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슬프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이별은 정말 슬프다. ㅡ.ㅜ

2004-04-12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4-13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기르는 토토땜에 눈물를 한두번 뺀게 아닌데...어떤이가 회사에 나오지 않는 이유가 강아지가 죽어 어머니가 쇼크로 쓰러져서 그랬다고 했을때 남들은 다 키득키득 웃더이다. 전 울 토토가 없는것은 상상도 할수 없는데 말이죠. 벤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네요

마태우스 2004-04-13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흑, 폭스님...엉엉. 토토도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네요.
책울타리님/감사합니다. *^^*에너님두요....
 

 

 

 

 

 

4월 11일 (토)
누구와?: 신촌파 친구들과
마신 양: 소주 한병 반
좋았던 점: 언제나 편한 친구들
나빴던 점: 늦게 와서 아구를 못먹었다.

전에 나랑 같이 2박3일의 여행을 갔던 신촌파 애들 중에는 유부녀가 하나 끼어 있어서 충격을 줬었다.
우리: 너...이렇게 여행 가도 돼? 남편은 어쩌고?
유부녀: 우리 남편, 내가 친정아버지, 동서랑 여행 보내버렸어. 안간다고 버티기에 억지로 밀었지^^

엊그제, 저녁을 같이 먹자는 그녀의 제안에 영안실에 갈 일이 있어 참석이 힘들겠다고 했더니, 무조건 와야 한다고 부득부득 우긴다. 그래서 영안실에선 그야말로 인사만 하고, 부리나케 약속장소로 갔다.
나: 토요일인데 이렇게 늦게까지 있어도 돼? (밤 11시 반인데 갈 생각도 안함)
유부녀: 뭐 어때!
그녀에게 말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유부녀가 있다. 하나는 보통 유부녀고, 또하나는 너지" 결혼이 여자를 속박하는 코르셋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나지만, 그녀처럼 멋지게 산다면 얘기가 다를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이런 불공평도 없다. 유부남들은 다른 것에 구애받지 않고 새벽까지 술을 마신다. 유부남이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한다면 "잡혀 사는구나"라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유부녀가 밤 9시까지 있다면 그건 '사건'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집안 일은 항상 여자가 해야 하고, 남편은 그저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이런 불공평을 야기한 게 아닐까? 내 다른 친구의 말이다.
"정말 애는 여자가 봐야 해. 난 애하고 30분쯤 있었는데, 계속 울더라고. 그런데 마누라가 딱 안으니까 거짓말처럼 웃음을 그치더라"
물론 그는 애를 달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저 "울지마"라고 하고, 안울 때까지 기다렸을 뿐이다. 엄마라고 무슨 특별한 수가 있는 게 아닐게다. 아이가 왜 우는지를 파악해서 그걸 풀어주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그러니 여자라고 애를 잘보는 게 아니건만, 남자들은 으레 자기는 못한다고 나자빠지기 일쑤다. "여자는 집안일에 능하다"는 건, 남자들이 자기 편하자고 만들어낸 구실에 불과하다.

아주 느리지만 우리 사회도 서서히 진보하고 있다. 유부남이 그러는 것처럼, 유부녀들이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게 하등 이상할 게 없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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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4-1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만약 유부녀가 된다면 님의 친구분을 모델로 삼고 싶습니다. 지금과 똑같지 않은 삶이라면 전 별로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흐흐 (그래서 아직 결혼을 못하고 있나?^^)

마태우스 2004-04-12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은 결혼 후에도 너무너무 즐겁게 사실 것 같은데요? 어쩔 수 없는 구조가 있긴 하지만, 안좋은 여건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 개인의 능력이겠지요. 플라시보님은 능력 있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우맘 2004-04-1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중 하나가 귀가시간인 것 같습니다. 아니, 아이를 낳고 나면 버려야 하는,...인가?
대신, 저는 이제 <짧고 굵게 놀기>의 경지에 어느정도 올랐습니다. 커피숍에 앉아 느슨하게 시간을 때우는 처녀들을 보면 살짝 분개할 만큼....그래서, 상당히 타이트한 마태님의 시간표가 매우매우 마음에 듭니다. 음하하하하~!!!

다연엉가 2004-04-12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해서는 내가 삶의 주체가 되어 가기는 힘들죠... 그러나 앞으로 나와 같이 갈 동무를 잘 잡으면 되겠죠(흐흐)...... 버리면서 얻어지는 것.... 가지면서 버려야 할 것들을 결혼을 하고 나서는 현명하게 선택을 해야겠죠....그리고 서서히 내가 이 생활속의 주인공이 되도록 구워 삶아야겠죠(ㅋㅋㅋㅋ).
"오늘 시간 어떠세요" 할 정도가 되면 절반은 성공했다도 하면 되겠죠(만구 내생각)

LAYLA 2004-04-13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너무 멋진 남자에용 ㅠ_ㅠ 한국 남편들을 모두 마태우스님화 시켜요 _ㅋㅋㅋ

마태우스 2004-04-13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저 말만 그래요...
책울타리님/오늘 시간 어떠세요? 그게 참 어렵군요...
진우맘님/저도 타이트한 제 시간표가 맘에 듭니다^^

비로그인 2004-04-1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 님 초면에 죄송한데요...그럼 우리나라 남자들은 모두 술독에 빠져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는데...그래도 좋으시겠습니까?? ^^:::

마태우스 2004-04-14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바겐님/아니 왜 질투를 하구 그러신담?
 

 

 

 

 

 

중1 때, 과외를 하는 도중 방귀를 뀌었다. "뽀오오오옹!" 듣는 사람에 따라서 5초였느니, 10초였느니 하는 설들이 난무했던 그 방귀를 친구들은 "사이렌"으로 표현했다. 남을 웃기기 위해서라면 영혼도 팔 수 있었던 그당시, 난 방귀에 새롭게 눈을 떴고, 그때부터 방귀를 뀜으로써 웃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내 친구가 내게 충고했다.
"지금 니가 하는 건 방귀가 아냐. 나도 너처럼 배에 힘을 주면 방귀를 뀔 수 있어. 볼래?"
그러면서 친구는 정말로 방귀를 뀐다. 부끄러운 나머지 난 그 후부터 그런 방귀는 뀌지 않았고, 다른 방식의 유머를 찾기 시작했다. 어찌되었건 '사이렌'으로 칭송되었던 그 방귀는 내가 뀌너나 들은 방귀 중 최고의 방귀였다.

영화 <미지왕>을 보면 방귀 얘기가 나온다. 사위가 술을 원샷하다가 무심코 방귀를 뀌는데, 그러자 갑자기 방안 분위기가 썰렁해진다. 장인의 말, "아니 방귀 소리가 그게 뭔가? 자네가 겨우 그런 사람이었나?"
그러면서 장인은 방귀를 뽕뽕 뀌어댄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장모님의 말씀, "아유, 당신. 옛날에는 더 컸었는데"
"그런가?" 장인은 다시 방귀를 뽕 하고 뀌다가, 가정부를 부른다. "얘야, 새빤스 가져와라"
이 대목에서 난 웃느라 기절할 뻔했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극장 안에 있던 몇 안되는 사람들은 아무도 웃지 않았고, 영화는 1주일도 안되서 간판을 내렸다.

나이든 사람들은 더 이상 방귀에 웃지 않는다. 대학 때, 강의실에서 나는 방귀 소리에 난 누가 그랬나 뒤를 돌아보고, 키득거리고 그랬는데, 다른 애들은 말없이 수업을 듣는다. 내 옆 친구에게 물었다.
나: 넌 안웃겨?
친구: 공부나 하자.
그렇구나. 방귀는 안웃긴 거구나. 어릴 적엔 누가 방귀만 뀌었다면 자지러지게 웃었는데. 특히 수업시간이면 더더욱 그랬지 않는가? 나이가 듦에 따라 순수성을 잃어버린 것도 이유가 되지만, 어릴 적의 웃음은 수업이 재미없다보니 방귀를 빌미로 잠시나마 휴식을 가져보자는 의도도 있었을게다. 어찌되었건 난 지금도 방귀가 웃긴다.

어제 고속터미널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방귀를 뀌었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던 남자애가 날 째려본다. 원래 그럴 때는 남에게 덮어씌우는 게 상책, 난 "도대체 누구야?"하는 표정으로 옆을 봤다. 이럴 수가! 옆엔 아무도 없었다! 세면대의 남자애가 날 얼마나 가증스럽게 봤을까? 덮어씌우려면 최소한 2인 이상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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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4-1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옆에 아무도 없다뉘!! 뻘쭘하셨겠네요..풋..

비로그인 2004-04-12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말 황당한 경험이셨을꺼 같아요~ 저두 중고등학교땐 수업시간에 누가 방귀끼면 웃고 그랬는데, 지금은 누가 방귀끼면 웃기지 않고 화가 날런지도 모르겠네요. ^^

연우주 2004-04-1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하. 저도 상대방 무안할까봐 안 웃었는데.^^

가을산 2004-04-1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가족이 미국에 있었을 때 장거리 여행을 열심히 다녔었는데요, 보통 편도에 이틀정도를 차를 타고 달려야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목적지에서의 여행은 그래도 내려서 구경이라도 많이 하는데, 왕복하는 4일동안은 좁은 찻속에 온가족이 꼼짝없이 갇혀 있었답니다. 그러니 그 뱃속의 가스가 어찌 되었을지... --;;
나중에는 소리와 냄새만으로도 누가 범인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답니다.

마태우스 2004-04-1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하핫, 그렇죠 뭐.
앤티크님/사실 제가 차에서 방귀를 잘 뀌어요. 거의 죽음이죠 뭐. 애들이 창문열고 어쩌고 난리가 아니죠. 몇번 그랬더니 제가 아닌 방귀도 저로 오인받곤 합니다. 바르게 살아야 할텐데...
연보라빛우주님/속으로 웃는 게 더 나쁜 겁니다!!

마태우스 2004-04-1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가을산님, 같은 시각에 코멘트를... 가을산님도 방귀 뀌셨다니 이상해요^^

마냐 2004-04-1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아빠가 뿡했대요, 아이, 냄새, 아이, 냄새...아빠는 방귀쟁이래요./ 예끼, 놀리면 못써요...방귀쟁이 우리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애들이 젤 좋아하는 방귀노래...음...실제로는 저희 집에서는 방귀쟁이 엄마이기 때문에..(앗, 대외비인걸..입도 싸지..) 암튼, 이 노래로 밀어붙이고 있슴다.

마태우스 2004-04-12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리뷰를 보면서 '와-' 하고 감탄만 나오게 만드는 님도 방귀를 뀐단 말입니까? 환상이 깨지옵니다. 그만 뀌심이 어떠신지요^^
검은비님/저도 억울하게 오해받은 적이 몇번... 뀐 사람이 자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너 2004-04-12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캬캬~ 방귀대장 뿡뿡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뿌~웅~하고 소리나면 소리나는 쪽으로 눈이 집중!!
대처 능력이 빠른사람 아닌척 모르는척. 그러나 순진한 사람 얼굴 빨게 진다.

LAYLA 2004-04-13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희는 자습시간에 (고딩_)봄기운 나른히 모두들 조는 가운데 들리는 그 소리
-뿌우우우우웅 (정말 피리 소리 였음)ㅎㅎ 다들 웃고 난리 났죠.ㅎㅎ 범인 추측하고
더군다나 우리학교는 남녀공학 !!! > ▽ <)ㅇ
 

 

 

 

 

 

* '심복'을 넣고 클릭했더니 아무것도 없더군요. 그래서 신윤복으로...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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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4월 9일(금)
누구와?: 내 심복과 또다른 미녀 한명
마신 양: 소주 1병 반을 1차에서, 2차는 맥주 다섯병 가량, 보기 드물게 술을 잘받는 날이었다. 이런 날만 있다면...

내가 단대에 간지도 벌써 6년째가 되었다. 5년이 넘도록 혼자 있다보면 건전한 정신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마련이다. 나 혼자 주임교수라고 설쳐봤자 알아주는 이도 없고, '과 회의'같은 것도 없이 나 혼자 모든 걸 결정하는 삶. 일견 편할 수도 있지만, 갈수록 나태해지기만 하는 느낌이다. 더구나 연구 능력이 없어서 기계들을 썩히고 있는 나로서는 심복이 와서 같이 일할 날을 꿈꿀 수밖에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논문 쓰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지라-표 하나만 있으면 스무장도 쓴다-심복이 실험을 하고 내가 논문을 쓴다면 환상적인 업무 분담이 아니겠는가?

우리과에 올 다른 한명의 교수가 내 심복이어야 하는 이유는, 교실서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그녀야말로 나와 별 갈등 없이 지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단 나와 코드가 맞고, 정의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나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예컨대 생판 모르는 사람이 와봐라. 나한테 "내가 이거 할테니 넌 이것만 해라"고 하다가, 내가 '이것'을 할 능력도 없다는 걸 알게되면 어떻게 나오겠는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그래서 난 심복이 오기를 오매불망했지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우리 과에 교수가 두명이 있을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학교측은 회의적이었다. 그나마 있는 놈마저 별 실적이 없는 판국인데. 작년에 낸 교수충원 계획은 그렇게 무산되었고, 올해 또 내겠지만 전망은 희박하다. 책이라도 많이 팔렸다면 "난 대중적 글쓰기를 해서 학교에 기여하겠다. 그러기 위해선 연구만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내 책은 현재 요시모토 바나나의 <몸은 답을 알고있다>에 비해 10분의 1도 팔리지 않았다 (너무 센 책과 비교한 느낌이...하핫). 오죽했으면 내가 로또라도 되가지고 학교에 기부금을 낸 다음 교수 뽑아달라고 조를 생각까지 했겠는가.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I 대학에 있는 내 친구가 역시 자기 후배를 데려오려다, 일이 잘 안되어 버린 것. 우리와 달리 그 대학은 교수 자리가 둘 있었는데, 작년에 한분이 퇴임을 했으니 결원이 생긴 거다. 그 친구 역시 "내가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터라-나도 그렇지만 이건 사실 좋은 건 아니다-교실 후배를 뽑고자 했는데, 교실 후배가 박사논문을 올해까지 쓰지 못하게 되버렸다. 올해 안뽑으면 교수자리가 날라갈 판, 생각 끝에 친구는 내 심복을 대신 뽑을 생각을 했고, 내 지도교수와 합의를 마친 상태였다. 남의 사람을 빼온다는 생각에서인지 그 친구는 날 피했고, 내 심복 또한 자기 때문에 둘 사이가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단다. 글쎄다. 그게 그럴 일일까?

내 심복은 내 사람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고, 언제 자리가 날지 모르는 단대만 바라보다 늙을 수는 없는 일이다. 6년이 다 되도록 그녀에게 약속한 자리를 만들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죽겠는데, 친구가 그걸 해결해 주니 나로선 오히려 고맙다. 물론 약간 서운하긴 하다. 난 다시는 심복처럼 잘맞는 사람을 만날 수는 없을 것이고, 심복 또한 그 친구와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나만큼 편하지는 못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 친구 역시 '괴물'은 아니며, 서로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니, 뭘 보든지 가는 게 낫다. 물론 교수 채용은 공채고, 다른 사람들도 지원서를 내겠지만, 심복의 논문점수가 워낙 뛰어나니 무난히 되지 않을까 싶다. 서른을 훌쩍 넘기고도 모교에서 눈칫밥을 먹는 그녀가 안되어 보였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녀가 잘 되기를, 그래서 교수 대 교수로서 나와 만날 수 있기를 무지하게 바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없다면, 앞으로 우리 과에 사람을 신청할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요즘 밥도 혼자 먹고 그러는데, 이러다 내가 더 이상해지면 어쩌지? 설마, 더 이상해지기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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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1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더 이상해지기야 하겠는가??

가을산 2004-04-11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심복이셨던 분 참 대단하시네요. 그럼 fellow만 6년을 했다는 건가요? 0.0
그리고 알라딘이 마태우스님을 꽉 잡고 있으니 마태우스님이 이상해지지야 않겠지요.

비로그인 2004-04-1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년이 넘도록 혼자 있다보면 건전한 정신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마련이다.
동감.....동감.....그리고 반성 또 반성.
심복 4년차에 답답증으로 미칠것 같았는데, 님, 말씀 한마디에 속이 다 뚫리네요.
그리고, 그 심복이셨던 분 참 대단하시네요.......반성 또 반성.....
저도 미뤄뒀던 논문도 얼른 쓰고, 교수님 책 두권 빨리 작업해서 내드려야 겠습니다.
" 난 , 학계에 남을 생각도 없는데... 왜 내가 그 많은 일을 혼자 다 해야할까 "
하며 마음만 괴롭혔는데, 그냥 이유없이 열심히, 잘 하렵니다.
특별한 이유없는 것 만큼 멋진 이유....없는것 같습니다.
"난 대중적 글쓰기를 해서 학교에 기여하겠다 ???? " 님은 이렇게...판매부수 보다 더 많은 글로 대화 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계시잖아요. 이 서재를 드나드는 모든 분들이 잠재 독자라고 가정할 때..님은 장기적인 독자층 확보는 확실히 하고 계시는걸로 보이시는데요.... 호홋~~ 축하드립니다. 이러다 단대..세계적인 학교로 거듭하면..오~~ 저희학교도 분발해야 겠네요~^^

마태우스 2004-04-1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그래요. 알라디너 여러분들만 믿겠습니다^^
sweetmagic님/하하, 제가 영향력이 있나요? 전 건 다른 분들이 제 서재에 오는 게 편안함과 휴식을 위해서면 좋겠어요.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요? 영향...보다는 영양을 추구하는 마태우스 드림

호랑녀 2004-04-12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복 대신 신윤복을 넣으신 게 압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