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옛날말
한겨레에 있는 손석춘의 칼럼에는 내가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시나브로'야 나도 가끔 쓰는 말이지만, '곰비임비' '깜냥'같은 단어는 영 생소하다. 초등학교 때 한번 접하긴 했는지조차 의문스럽다. 신문을 읽다가 사전을 들추기도 뭐해-국어사전도 없지만-문맥상으로 뜻을 짐작할 뿐이다. 어느날인가는 답답한 나머지 인터넷으로 뜻을 찾아봤는데, 지금은 까먹었다. 그의 칼럼을 읽을 때 말고는, 그 단어를 쓸 일이 없어서일 것이다.

단어에다 '-tic'을 붙여서 형용사처럼 쓰는 등 우리말의 훼손이 마구잡이로 자행되는 요즘, 오래된 우리말을 살리는 건 의미있는 일인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비록 추종은 못할지라도. 과연 그럴까? 명 문장가이자 <감염된 언어>의 저자인 고종석의 말이다(고종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0.
[...기준은 소통가능성이다...15세기 한국어는 지금의 한국어보다 아마 더 순수할 것이...라 해도 우리가 그 순수한 언어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한국어사전의 한 구석에 박혀 있을 뿐 실생활에서는 오래 전에 죽어버린 말을 끄집어내 사용하는 경우...이런 말들은 그 소통효과에서 외국어나 다름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그런 실천을 해야 하는가(<인물과 사상 30권>, 195쪽)]

읽고보니 그렇다. 누군가가 아무리 옛말을 되살리려 해도, 대중들이 따라 쓰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방법하다'나 '아햏햏'같이 기상천외한 말들이 소통가능한 말로 쓰이는 현실을 본다면, 어떤 말이 바른 말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언중(言衆)이다.

2. 요즘말
인터넷에서 채팅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하루 서너시간씩 채팅을 한다는 소문이..-신문에 나는 채팅 관련 기사를 읽은 적은 많다(사실은 채팅을 해서 아는 거라는 소문이...). 기사에 따르면(즉, 경험한 바에 의하면) 요즘 신세대들은 "안녕하세요?"를 "안냐쇼"라는 식으로 쓰고, 그밖에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약자들을 쓰는 모양이다. 귀여니라는 사람은 이모티콘으로 점철된 소설책을 내놓아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많은 이들이 걱정을 한다. 국어의 파괴라면서. 나 역시 그런 현상에 대해 우려를 하는 사람이지만, 신세대와 놀기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를 배워야지 어쩔 수 있냐는 입장이다 (채팅을 안하면 어떻게 신세대랑 노는데?). 이런 현상이 과연 우려할 만한 국어의 파괴일까? 고종석의 말이다.

[채팅의 주체가...젊은 세대며....온라인에서의 대화가 글말과 입말의 경계에 있다...이 발랄한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어떤 해방감을 드러낼 뿐이다....채팅을 하는 젊은이가 입사원서에 첨부할 자기소개서에도 그 말투를 그대로 사용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같은 책, 198쪽)]

하지만 그 채팅언어들이 우리 표준어로 편입될 수는 없을까? 있다. 언제? "한국어 화자의 다수가 그것을 표준 한국어로 받아들일 때다". 그리고 그건...아무런 문제가 안된다. 왜? 아까도 말했지만 "어떤 말이 바른 말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언중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유주의자답게, 그의 생각은 늘 열려 있다. 

인터넷을 쓰면서 점점 표준말이 헷갈린다. 삶에서 인터넷을 사용한 비중이 우리보다 더 큰 세대에게 표준말은 좀더 어렵지 않을까? '그랬읍니다'가 '그랬습니다'로 바뀐 것처럼, 우리말도 더 쉽게 진화하고 있다. 한번 배운 걸 평생 우려먹기보다는, 평생교육을 받아야 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래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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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4-18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때는 귀여니의 소설을 보고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차로 들었갔다는 소릴 듣고 더욱더 그랬음) 변하는 세태는 어쩔수 없나 봅니다. 우리가 한때 할리퀸에 미처 날뛴적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도 지금 제 딸 보다도 국어가 뒤떨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엄첨 듭니다. 변하는 사회에서 융통성 있게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구요.

비로그인 2004-04-1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요..이오덕님의 책을 읽고 어려운말 혹은 한자등만 써 놓은 글에 대해 결코 우러러만 볼게 아니군 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다연엉가 2004-04-18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상황에 맞게 슬기롭게 대처하고 삽시다. 옛날 방가방가 유행할때도 그 말이 뭐냐고 하니까 날 이상한 눈으로 보더이다....두~~~~~루~~두~~~~루~~

세시아 2004-04-18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종석의 절대적 팬으로서, 뭔가 덧붙이고 싶어서 코멘트 답니다. 그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지만, 때로는 그의 스승인 복거일만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제 생각에는, 아마 얼마 안가서, 그들은 입사원서의 자기소개서에서도 그런 말을 사용할 거거든요. ^^; 이모티콘을 3D 버젼으로 흉내내는 10년 밑의 후배를 매일 회사에서 보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

mannerist 2004-04-19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내가 국어의 혼탁을 걱정하지 않는 더 중요한 이유는 내가 불순함의 옹호자이기 때문이다. 불순함을 옹호한다는 것은 전체주의나 집단주의의 단색 취향, 유니폼 취향을 혐오한다는 것이고, 자기와는 영 다르게 생겨먹은 타인에게 너그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른바 토박이말과 한자어(중국산이든 한국산이든 일본산이든)와 유럽계 어휘(영국제든 프랑스제든)가 마구 섞인 혼탁한 한국어 속에서 자유를 숨쉰다. 나는 한문투로 휘어지고 일본 문투로 굽어지고 서양 문투로 닳은 한국어 문장 속에서 풍요와 세련을 느낀다. 순수한 토박이말과 토박이 문체(그런 것이 만일 있을 수 있다면 하는 말이지만)로 이루어진 한국어 속에서라면 나는 질식할 것 같다. 언어순결주의, 즉 외국어의 그림자와 메아리에 대한 두려움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박해, 혼혈인 혐오, 북벌, 정왜의 망상, 장애인 멸시까지는 그리 먼 걸음이 아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순화'의 충동이란 흔히 '죽임'의 충동이란 사실이다.

...

우리가 지금의 한국어를 19세기 한국어와 일치시킬 수도 없고 일치시킬 필요도 없듯이, '이질화된'남과 북의 한국어를 일치시킬 수도 없고 굳이 일치시킬 필요도 없다. 남쪽의 한국인들은 남쪽의 한국어를 사용하고, 북쪽의 한국인들은 북쪽의 한국어를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일 남과 북의 한국어가 소통 가능성의 경계 바깥으로까지 이질화한다면, 그때에는 서로 상대방의 말을 배우면 되는 것이다.

고종석, 서툰 사랑의 고백 & 서문에 붙이는 군말에서 발췌, 감염된 언어, 개마고원 1998

---

고종석 선생의 이 책은, 선생의 생각의 생각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국어가 아닌)한국어에 조금이라도 민감해지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매너가 꼽는, 가장 아름다운 한국어 글 중 하나인,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가 들어있기도 하고요.


플라시보 2004-04-2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터넷 용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솔찍하게 말 하자면 알레르기 반응까지 보일 정도로 싫어합니다. 간혹 사용하는 이모티콘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 짐작조차 못할 언어들을 보면 그 단어를 쓰는 사람이 아무생각없는 인종 이라는 편견을 버릴수가 없습니다. 그저 유행하니까 여기저기 끌어다 쓰는..정말 자기 생각과 주장은 없는 인간으로 보입니다. 물론 신조어 중에서도 재밌고 쓸만한 것들도 많지만 (계중 저도 쓰는게 있긴 하지만) 말 전체가 신조어로 첨철된 문장은 정말이지 읽어주기가 거북합니다. (뭐 뭐 했어염. 이말이 제일 싫습니다.) 그리고 이력서문제. 이건 제가 일선에서 직접 이력서를 받아봐서 아는데 정말 채팅용어 쓰는 아해들 있습니다. 이번에도 사람을 새로 뽑기 때문에 이력서를 받았는데 이력서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소개서에 채팅용어쓰는 정신나간 청춘 여럿 봤습니다. 그들 모두가 이 지역에 한다하는 대학 출신이라는 것이 더 놀라웠습니다. (좋은 대학 다닌다고 채팅용어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내는 자기 소개서에다 그런 용어를 쓰는 정도의 상태로도 좋은 대학을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옛날말들 중에서는 가끔 그 독특한 어감이나 느낌전달을 위해 쓰는 정도는 좋지만 악을쓰며 모를만한 단어를 굳이 쓰는건 별로라고 봅니다.
어찌되었건 언어는 시대에따라 변하는 것이고 변화를 읽지 못하면 도퇴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기본은 지켰으면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핸드폰 문자에다가 이제 일어났어염 하는건 용서 가능하지만 이력서에다가 자기소개서 이쁘게 읽어주세염은 용서가 잘 안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귀엽다 생각하는 그 작가도 마찬가지로 용서가 안됩니다.)
 

 

 

 

 

 

선거날, 어머니가 여동생에게 전화를 하셨다.
엄마: 니가 한나라당을 찍다니, 그럴 수가 있냐. 넌 내 딸도 아니다. 우리집에 오지 마라
여동생: 엄마가 출마라도 했어? 왜 난리야!!!

선거결과 열린우리당이 압승을 하자 여동생이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여동생: 엄마, 사위 둘이 의사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아들한테 휘둘려서 그러지 말고 생각좀 해봐. 엄마 집 빼앗기면 어쩔건데?
엄마: 집을 빼앗긴다냐?
여동생: 그럼, 노무현이 빨갱이라구.
엄마: 그런다냐? 어쩔꼬.
여동생: 요새 이xx(남편)이 잠을 못자고 있어. 걱정되서. 형부랑 둘이 전화하면서 한숨만 쉬더라.

전화를 끊은 어머니, 날 부르신다.
"민아, 큰일났다. 우리집 뺏긴단다. 어쩌냐. 노무현이 빨갱이란다"
난 이렇게 대답했다. "노사모가 있는 집은 예외랍니다"

내 주위의 환경은 이렇듯 척박하다. 그러니 매형, 매제와 만났을 때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면 내가 얼마나 노력을 해야겠는가. 정치적 지향이 다르더라도 얼마든지 화기애애할 수 있다. 하지만 한쪽이 정치에 대해 무지하기 이를 데 없다면, 그러면서도 계속 정치 얘기를 이슈로 삼는다면, 입을 닫는 게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기득권 세력이 우글우글한 초등학교 사이트에 발을 끊은 이유도 바로 그래서였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뒤 매형과 매제가 뭘 얼마나 빼앗겼는지 난 모른다. 나나 그들이나 피차 월급쟁이인데, 월급이 깎였다는 얘기를 아직까지 듣지 못했으니까. 오히려 지난 일요일 여동생네는 아파트를 넓혀서 이사를 갔고, 매형은 일년 전부터 좋은 동네의 큼지막한 아파트에서 안락하게 산다. 차라리 그들이 "난 의사고, 그러기 때문에 우리의 이익을 대변해 줄 정당을 지지하겠다"고 한다면 얼마든지 동의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왜 그들은 약발도 안먹히는 색깔론을 들고 나오는 걸까. 의사인 내 다른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내 주위에는 다들 탄핵 찬성인데, 여론조사는 80%가 반대라고 나온다. 이건 조작이다!"

그들-소위 보수세력-은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구태의연한 색깔론으로 무장한 채 선거를 치룬다면, 다음 대선에서 또한번 좌절을 맛봐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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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4-18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빨갱이....반공교육을 안 받은 지금 세대가 자라나면, 그 말 좀 안 들을 수 있을까요?

마립간 2004-04-18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작처럼 느끼는 이유는 대화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가 대학생된 후 부모님은 선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당신께서 투표하실 것을 저 들으라고 혼잣말을 하십니다. (아마도 반대편을 지지한다고 생각하셔서) 여기 직장에서 젊은 직원들은 저에게 '누구를 지지하나'고 물어 놓고 '물어 보나 마나 ...를 지지하겠지.'라고 이야기 합니다.
어제 TV를 시청했는데 우리나라 보수와 수구의 역사에 대해 방송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변하겠지요.

다연엉가 2004-04-1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이야기는 부모 자식간에도 안하는 법입니다... 얼마나 살벌한지 아시겠죠...

▶◀소굼 2004-04-18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래서 이제 하지 않습니다. 분위기 이상해진다 싶으면 듣기만 한다죠.

가을산 2004-04-18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직계, 남편 직계가족과 그 배우자 중에 한나라 지지자 아닌 사람은 저와 제 남동생 뿐입니다. 그런데도 주류가 바뀌어가는 걸 보면 참 신통합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의사들만의 cug에 들어가면 입도 뻥긋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사는지, 왜 그렇게 경직된 생각들을 하고 사는지...

메시지 2004-04-1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연한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들과 그것을 이용해서 겁 주고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 빨리 극복되길 바랍니다.

갈대 2004-04-18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을, 역사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자신들이 보고 싶어하는 환상을 보고 고집하고 싶어하기 때문이겠죠. 무언가를 잃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시끄럽기 마련입니다.

플라시보 2004-04-2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치적으로 워낙 무지해서 여동생 말을 듣고 있습니다. 그녀는 관심도 많고 나름대로 열심히 찾아 다니고 읽고 공부를 하더라구요. (참고로 님과 제 동생의 노선이 같습니다.)
 

 

 

 

 

 

일시: 4월 17일(토)
누구와: 알라딘 서재모임을 했다. 그것도 내 홈그라운드에서
마신 양: 1차에서 생맥주 약간, 2차에서 소주 조금, 그래도 기본은 한 것 같다.

부제: 엘리트 코스였어요...

1. 봉쥬르
장소가 홍대앞이라 내가 코스를 정해야 했다. 장소를 정하는 건 항상 부담스러운 일이다. 가장 어려운 것이, 두시간이 넘도록 사람들을 기다리며 수다를 떨만한 카페를 구하는 거였다. 보통 카페를 가보라. 한시간만 지나면 눈치를 주고, 심지어 "잔 치워드리겠습니다"라며 노골적으로 내쫓는 곳도 있다. 나름대로 여기저기 다녀 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민들레 영토> 생각이 났다. 4천원만 내면 음료는 얼마든지 리필이 되고, 3시간까지 있을 수 있는 곳. 하지만 난 음료수보다는, 마음놓고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을 원했다. 그때 내 눈에 띈 게 바로 <봉쥬르>, 선거날 카페 섭외를 다니다가 이곳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맥주를 마셨었는데, 값도 싸고, 뭣보다 조용하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화장실이 남녀 공용이긴 하지만, 남자 소변기가 따로 있는 것도 좋았다. 혹시나 싶어 예약까지 했지만, 그날 나갈 때까지 우리가 유일한 손님이었던 것 같다. 길만 건너면 먹자골목이 이어지니,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장소로서 이만한 곳이 없는 듯 (웬 자화자찬?)

2. 기찻길옆 왕갈비
이집은 정말 기찻길 옆에 있다. 그 기찻길에는 아직도 기차가 다닌다는 설이 있는데, 난 어릴 때 이후 본적이 없다 (하루에 두 번 다닌단다). 그 근처에는 원조를 내세우는 고기집이 많은데, 다 맛있지만 이집이 가장 유명하다. 드넓은 실내에는 옛날 스타일의 둥그런 식탁이 있고, 거기다 숯불을 올려놓고 고기를 구워 먹는다. 얼마나 잘되는지 나갈 때 보면 줄을 지어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 갈비살이 7천원으로, 맛에 비해서는 그리 비싼 게 아니고, 찌개를 얼마든지 서비스로 주는데, 찌개맛이 정말 기가 막힌다. 참고로 물은 셀프니, 앉아서 "왜 물도 한잔 안주냐"고 해봤자 아무도 신경 안쓴다.

이집의 또다른 좋은 점은 화장실이 비교적 좋다는 것과, 환기가 잘되어 화장실 앞에 앉아도 냄새가 안난다는 것. 그러니 문을 안닫고 나오는 사람이 있어도 고기맛이 떨어진다든지 하는 일은 없다. 고기를 먹다가 밥을 시키면 뚝배기에 담아 주는데, 하나 시키면 서너명이 먹을 수 있다. 발견한 지는 얼마 안되지만, 보석같은 집이다.

참고로 <벽돌집>은 고기 1인분이 1만원 정도 하고, 양은 더 적다. 그대신 고깃국물이 아주 맛있으며, 무엇보다도 비빔밥의 맛이 대단하다. 인테리어가 깔끔해서 물이 좋다는 점도 장점에 속한다.

3. 노래방
노래방들이 다들 한물 갔다. 불황을 만회해 보고자 돈을 내면 여자를 불러주는 변태스러운 곳도 있지만, 노래방 그 자체에 충실하면서 성공을 거둔 곳도 있다. 홍대앞이 자랑하는 '수' 노래방이 바로 그곳이다. 세련된 내장과 우아한 분위기를 살린 본점은 '화이트 수(秀)'로 불리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무슨 파티장에 가는 기분이 들게 한다. 사람이 워낙 미어터지고, 30분 이상 기다리는 게 지겨워 딱 한번 가봤을 뿐이지만, 일반 노래방과 차원이 틀리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방에 설치된 카메라가 우리를 비춰주는데, 원하면 다른 방의 모습도 실시간으로 비춰준다.

여기서 탈피한 곳이 '럭서리 수'로, 어제 우리가 간 곳이다. 이곳은 본점보다 훨씬 더 우아하게 지었고, 사람도 더 많다. 노래방의 혁명이라고나 할까, 한시간에 18,000원(6시 이전은 만원)으로 조금 비싸긴 하지만, 호텔 서비스를 받는 듯한 느낌을 주며, 노래방 안이 호화롭게 꾸며져 일단 들어오면 나가기가 싫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아이스크림-딸기, 바닐라, 쵸콜렛이 겸비된-까지 제공을 하니, 사람이 많을 수밖에. 본점의 성공에 힘입어 '럭서리' '노블레스'가 만들어졌고, 강남점, 압구정점까지 생겼으니, '노래방 재벌'이라 할 만하다.

4. 떡볶이집
'수 노래방'과 더불어 홍대앞의 자랑이다. '럭서리 수'에서 도로 쪽으로 가면 3면이 매장인 포장마차가 하나 나오는데, 그곳이 그 유명한 떡볶이집이다. 이곳은 술을 마시고 집에 가기 전에 들르는 곳으로, 밤이 깊을수록 사람이 더 많아 새벽 두세시에도 발 디딜 틈이 없다. 원래 배가 부를 때 먹어야 진짜 맛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법이니까. 종업원도 두명이나 둘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데, 혹시 그 포장마차가 코스닥에 등록이라도 되면 무조건 주식을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 친구들이 굳이 홍대앞으로 약속을 정하는 이유는 사실 그 떡볶이집 때문이다. 내가 살이 안빠지는 이유도 집에 갈 때 꼭 거기를 들려서 가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음. 그러니까 내가 어제 선택한 코스는, 홍대앞의 자랑이라고 할만한 곳들만 선택된 엘리트 코스인 셈이다.(자화자찬 끝)

5. 기타
-매너리스트님이 알려주신 <숨어있는 책방>은 헌책방의 고정관념을 깨는 멋진 곳이었다. 앞으로도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이...
-서재 모임에 갈 때 가슴이 뛴 이유는, 참석자가 다들 여자분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오후 4시가 되도록 남자 셋에 여자 한분, 기대가 빗나갔나 했는데 조선남자님을 만나서 참 좋았다. 음하하하하. 숨어있던 본성을 일깨워준 조선남자님께 감사!
-맥주와 소주를 먹고 헬렐레할 때, 우주님이 한판 붙자면 어쩌나 걱정했다. 하지만 떡볶이집을 나온 우주님 왈, "다음에 하죠!" 휴, 다행이다...
-대전에서 와주신 가을산님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저번에 검은비님의 면티를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옷만 보세요! 옷만!"이라고 하셨을 때, 이런 말씀 드리면 실례인 줄은 알지만..."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직접 뵈도 귀여우셨다.

* 다음 번개는 대전 쯤에서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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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4-1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하. 역시 재밌었군요. 더구나 '숨어있던 본성'이라니..ㅋㅋㅋ 다음 번개 대전에서 하시면..또 못 갈텐데...쩝. 암튼, 먼길 달려오신 가을산님도 대단하시구...마태우스님의 본성을 깨워주신 조선남자님도 궁금하구....조갑경 닮았다는 진/우맘님도 보고프고....숨어있는 책방, 떡볶이집 등 갈 곳은 늘고....아, 30대 중반에 다시 인생이 바빠질 것만 같은 예감이..^^

다연엉가 2004-04-18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었네요... 마태우스님의 잔잔한 정도 느낄수 있네요....

비로그인 2004-04-1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대전이라고 해도 멀군요. 역시 전국 순회 서재 번개를 해야...^^ 조선남자님과 마태우스님이 그날 커플로 맺어졌다던데, 자세한 사연을 모르겠으니 이거원 궁금해서...ㅎㅎ 그래도 대작대회 승부가 안났다니, 너무 실망인데요!! 꼼꼼한 후기 재밌게 잘 봤어요~~^^

마태우스 2004-04-18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그러고보니 마냐님을 꼭 뵙고 싶군요^^ 떡볶이집은 번개와 무관하게 꼭 한번 가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책울타리/저, 제 잔잔한 정을 어느 대목에서 느끼셨나요? 다시 읽어봐도 전 모르겠던데요?
앤티크님/커플 말입니다. 그게 그 첫눈에 필이 오는 그런 거였구요.. 대작승부는 뭐 담에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음하하하.

다이죠-브 2004-04-18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다음번엔 술모임 같은거 보다 산행 한번 했으면 좋겠는데요! 저도 어제 참석했더라면 좋았을 걸 너무 아쉽네요!

진/우맘 2004-04-18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우주님 및 몇몇 분과 짜고, 대작 승부를 빠져나간 마태님을 <징계>하는 중인데....정작 본인은 그걸 모르고 있는 것 같군. -.-;

마태우스 2004-04-18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끼똥님/산행 좋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뒤에는 진탕 마시는 조건으로요 안그럼 나 안해!
진우맘님/빠져나가다니, 무슨 말씀을! 전 그때 맥주 3천도 마실 수 있었다구요!

이럴서가 2004-04-1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왜 날 낳으셨나요...

연우주 2004-04-1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마태우스님. 거짓말은 그만 하세요! 취해서 장난 아니었으면서!!!
마태우스를 더 징계하라~ 하라~^^

sooninara 2004-04-19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리우스님..장소 섭외 별다섯을 드리겠어요..너무나 탁월한 선택^^ 봉쥬르에서는 조명발때문에 서로 외모를 칭찬하느라 바빴고..기찻길고깃집은 고기도 맛있고..술도 맛있고..
럭셔리 수 노래방은 님덕분 아니면 평생 모르고 살뻔했구요..마지막 이모네 떡볶이는 초등학교앞 달착지근한 떡볶이와는 차별화되는 얼큰한 맛으로 감동을 주었습니다..
회비를 약소하게 모아 드렸음에도 훌륭하게 계산을 마무리하신 뛰어난 회계담당 '테리우스'님에게 박수를!!!!!!!!!!!!!!!!!!!!!!!!!!!
그런데...기대한 술대작은 시작도 못한것 같네요..다음 기회에 몸 만들어서 만나죠?????????

sooninara 2004-04-19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와 함께한 검은비님의 티를 입은 마태우스님...(뱃살을 가리기 위해 숨을 너무 오래 참아서 인공 호흡을 할뻔했다죠?)

제가 포토샵을 못해서 사진 그대로 올립니다..뽀샤시 수정은 다른님이 해주시죠?


마태우스 2004-04-19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남자님/님도 은근히 즐기시는 것 같던데요???
연보라빛우주님/제가 취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억울하옵니다. 우주님과 한판 붙기 위해 술을 조금만 마시고 버텼는데...
수니나라님/부끄럽습니다....그리고 실제 연령보다 열살 가까이 적어 보이는 님이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전 위의 자세로 십분도 버틸 수 있사옵니다. 사진 보니까 날씬해 보이는군요^^

연우주 2004-04-19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앵, 끝까지 우기시게요!!!!!! ^^
더 철저한 응징이 필요하군요! ^^

비로그인 2004-04-20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잽싸게 사진 올리고,
시험감독 가려는데 교수님께서 그만 사진을 보셨습니다.

" 아니 그게 누구냐 ..?? "
" 저......저........저희 아빠요 ...........ㅠ.ㅠ;; "
" 어~~~ 그래..... "

마태우스님....어쩝니까. 아빠라는데 그냥 바로 믿으시는데요....
님......
2004년 4월 19일 12시 25분 ...저희 아빠 되셨습니다.

" 축하합니다....예쁜 공주님입니다 ^^;;" 


다이죠-브 2004-04-1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근데 사진이 너무 적나라하지 않습니까 ㅡ,ㅡ)

groove 2004-04-19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재미나셨겠네요 그떡볶이집은 저도 자주가죠 새벽에가야 제맛인듯^^ 홍대에 맛잇고 분위기좋은곳이많아서 좋은것같아요

비로그인 2004-04-22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님...정말 위의 님의 사진을 보고, 말씀 드릴까말까, 고민했었더랬는데...
그새 참 많이 변하셨어요.^^ 실은 긴가민가했었는데, 역시 마태우스 님이 맞아요. 예전에 TV에 출연하신 적 있으시죠? ^^
그때 마태우스 님의 전공이 전공인지라~그리고 그 엣되 뵈는 얼굴에 미성으로, 여하튼 친구들과 님에 대해서 얘기했던 기억이 나요...^^
아~이리 반가울 수가...(근데, 아님 어쩐다지?...-.-;)

마태우스 2004-04-22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열사님/맞긴 맞지만, 저 사진은 제가 봐도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저걸 보고 저를 판단하지 말아 주시면 안될까요? 실물이 조금 더 낫거든요??? 참고로 저희 전공 중 TV에 나온 사람은 저밖에 없다는..

비로그인 2004-04-22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이 맞군요...알겠습니다.
저 사진은 제가 봐도 정말 -.-;(근데 포~즈까지...^^)그때의 뽀얗고 동안이시던 모습과는 너무 차이가 나서....여하튼 그때 님의 출연이 화제긴 했었습니다. ^^
그리고 연어로 맞으셨다는 그 슬픈 추억 한 자락...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일시: 4월 16일(금)
누구와?: 기독교방송국 PD, 작가, 딴지총수
마신 양: 1차 소주 한병, 2차에서는...맥주 1,500cc 정도?
나빴던 점: 1, 2차 다 사고, 성과도 없었다.

부제: 난 역시 안돼!

약속장소로 갈 때만 해도 내 의지는 굳건했다. "밥 사고 (라디오출연)안한다고 우기자!"
하지만 도발적인 외모를 가진 그 PD는 "밥도 사고 방송은 해라!"고 말했다.

1차 때 상황
나: 저기, 우리가 좋은 관계로 남으려면 제가 방송을 안해야 해요. 그대신 제가 님이 부르면 언제 어디서든 달려와서 밥을 살께요. 회, 고기...뭐든지요!
피디: 우린 방송 후에도 잘 지낼 수 있어요.
나: 다들 그렇게 말하지만, 그때 절 자른 피디들 중 그 후로 연락 한 사람이 한명도 없거든요. 님이 지금은 그러셔도...
피디: 프로그램 컨셉이 뭐냐하면, 환자가 굳이 병원에 갈 필요가 없는데 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나: 저 환자 안본지 십여년이 더 지나서 하나도 모르는데요? 그리고 전 원래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자는 주의에요.
피디: 그럼... 스포츠와 의학의 접목에 대해 하실래요?
나: 차라리 제 친구 소개해 드리면 안될까요? 심xx이라고, 98킬로인데 다이어트에 관한 책을 낸 적이 있거든요.
피디: 안돼요! 서민씨가 해야돼요!

2차 상황
피디: 그러니까 건강(나)하고 영화(다른 딴지 사람) 쪽은 확정됐고.... 서민씨, 가까운 시일 내에 어떻게 할건지 아이템 만들어 보세요.
나: 네...
피디: 음악 프로는 어떻게 할까요? 가수를 불러서 음악 얘기하면 어떨까?
김어준: 난 요즘 노래 하나도 모르는데...<창밖의 여자>에서 내 가요 지식은 멈춰 있어.
나: 음악 퀴즈를 내면 어떨까요?
피디: 좀 약하죠? 그나저나 서민씨 주변에 음악 많이아는 사람 없어요?

방송을 거절하러 거길 갔지만, 다른 분들의 예측대로 방송을 하기로 하고 다른 프로 섭외, 아이템 작성까지 떠맡고 앉았으니, 이처럼 한심할 데가. 물론 이건 내가 거절을 못하는 성격을 가져서 그런거지, 피디가 도발적으로 생겨서 그런 건 아니다. 역시나 난 매니저가 있어야 한다. 성질 드러운 매니저가.
피디: 서민씨가 저희 방송에 출연해 줬으면 좋겠는데...
드러운 매니저: 뭐야??? 가뜩이나 화나 죽겠는데!
피디: 아니 뭐, 나왔으면 좋겠다는 거지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아, 안녕히 계세요.

얼마나 아름다운 시나리오인가? 난 원래 음침한 곳에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며 행복을 느끼는 놈, 제발 좀 괴롭히지 말면 좋겠다. 가뜩이나 술마실 일도 많은데...

* 피디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 저 지금까지 열 번쯤 잘렸는데요, 제가 늘 이렇게 말했거든요. 저 자를 때, '그만두셔야겠다'고 꼭 얘기를 해달라고. 그런데 한명도 그런 사람이 없고, 꼭 연락을 끊더라구요. 휴대폰 번호를 바꾸거나.....
피디: 아니 그런 매너없는 사람들이 있나? 저는 꼭 서민씨에게 통보할께요.

집에 오면서 생각을 해보니, 딱 한명이 직접 얘기를 했다. "저, 상부에서 결정을 내린 건데요, 서민씨와 더 이상 일하기가 힘들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기분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왜 연락이 안올까를 기다리는 것보다...피디에게 다시 말하자. 연락을 끊는 게 더 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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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4-17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쪼록......이번엔 장수프로가 되어......유명인사가 되시길!!
헉...유명인사가 되면.....서재에서 못보게 되는 불상사가 생기진 않겠죠??.....^^

플라시보 2004-04-1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할까요? 그 성질 더러븐 매니저. 흐흐. 저 정도 성깔이면 가능할것 같은데 (참고로 목소리도 우렁찹니다.)

비로그인 2004-04-17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결국은 모두의 예측대로, pd한테 넘어가고 마셨군요!! 음...이번에는 좀 장수프로로 오래오래 갔음 좋겠는데~ 아이템 연구 잘하시구요, 화이팅!! ^^ 참, 플라시보님이 손드셨으니, 다음엔 매니저로 플라시보님을 하심은?? ^^

*^^*에너 2004-04-1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팅~파팅~ 장수프로 만세~~

갈대 2004-04-1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만빵~+_+

연우주 2004-04-1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CBS 피디 한 분 아는 사람 있는뎅... 어쨌든... 저도 기대, 기대~~~^^

진/우맘 2004-04-17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기독교 방송국....CBS. 저 3월 초 쯤에 출연한 거랑, 그 이후 전화 출연한 출연료, 한 달쯤 후에 입금해준다더니 아직도 감감 무소식입니다. 마태우스님, 출연료 잘 챙기세요! 그리고 나중에 가면 진/우맘 출연료도 한 번 물어보시구요.^^;;

panda78 2004-04-17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정말 기대했던 그대로군요.. ^^;; 방송 확정되시면 꼭 방영시간 알려주시길.. 정말 기다려집니다 ^^

LAYLA 2004-04-17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너무 좋아용_ 예상대로 되었군요 !! 그래요 빨리 제목 바꾸세요 ㅎㅎ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기독교 방송국 PD란다. 문화와 건강이 어우러진 프로그램을 하기로 했는데, 고정으로 나와 달라나?
나: 저를 택하신 이유가 뭔가요? 누가 추천이라도...
피디: 그냥 제가 오래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어요.
날 지켜봤다면 내가 방송 부적합 인간이라는 것도 알텐데. 난 혀도 짧고, 목소리도 좋지 않을뿐더러, 버벅거리는 게 특기다. 중요한 대목에선 말도 더듬을 뿐더러, 결정적으로 유머가 안된다. 남의 눈을 보는 것도 내겐 버거운 일이라, 수업 때도 교탁만 보면서 수업을 하는 실정. TV에 나가서도 그건 마찬가지다. 그러니 방송에 출연했던 얼마 안되는 기간 동안, 피디들은 나 때문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아침을 달린다>라는 프로에서 리포터를 한 적이 있다. 그동안 상부에서는 "저렇게 사람이 없느냐?"면서 담당피디를 질책했다는데, 높은 분들 중 한명만 날 좋게 봤단다. 그분도 나처럼 눈이 작은 건 아니었을까 싶다. 두달만에 잘렸다.
-MC가 이문세에서 이적으로 바뀌면서, '별이 빛나는 밤에'에 나간 적이 있다. 내가 맡은 코너는 '왼손잡이 클럽'이라고, 이 사회에 존재하는 특이한 사람들을 탐방하는 거였는데, 첫회는 그런대로 잘 했지만, 프로의 취지를 나는 물론 작가도, 청취자도 잘 모르는 바람에 우왕좌왕하기만 하다가 결국 잘렸다.
-"당신도 MC가 될 수 있다!"는 글을 어딘가에 쓴 적이 있다. 그걸 보고 감동한 케이블TV의 피디가 내게 방송대학 MC를 맡겼다. 그 피디는 나 때문에 무지하게 야단을 맞았고, 결국 난 딱 한번 방송을 찍고 잘렸다.
-현대방송에서 김현철과 같이 뭔가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딱 한번을 제외하고는 내가 왜 거기 앉아 있는지 모르면서 출연료만 챙기다, 결국 잘렸다.

이렇게 저렇게 잘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내 가슴은 상처투성이가 되었는데, 그때의 일을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면 입을 다물 것을 조건으로 돈을 줘 보내고 있다. 안되는 줄 알면서 계속 수락을 했던 이유는 매니저가 없기 때문이었다.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 온갖 잡지, 이프는 다 사가지고 집에 가곤 했던 나로서는 방송요청들을 거절할 힘이 없었다. "안하면 안되요?"라는 자세로 나오니 만만하게 보고 "해야 됩니다!"라는 답이 돌아올 수밖에. 내가 그 시절을 악몽으로 기억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럼 왜 그들은 나같은 인간을 나오라고 했을까? 가물에 콩나듯 성공한 프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의 스튜디오>; 초창기인 12회에 출연했는데,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글우글합니다"라는 대답을 해(애드립이었다) 떴다. 혹시 날 알아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 프로 때문에 날 기억한다.
-<이소라의 프로포즈>: 가수도 아닌데 왜 거길 나갔을까, 나도 모르고, 사람들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나온 프로 중 드물게 웃기는 데 성공했다.
-그외 이문세가 진행하던 별밤에서 그런대로 무난했다는 평을 들었고, 김현철 프로에서도 한번...그것 말고는 다들 날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송에 적합한 인간이 되려면 최소한 절반은 성공해야 하건만, 난 결코 아니다. 그래서 오늘은 완강히 거부했지만, 피디는 -젠장-더 완강했다. 진행자가 내 책의 추천사를 써준 딴지일보 김어준이라나? 그래서 타협을 봤다. 일단 만나서 술을 같이 먹기로. 그게 오늘이다.. 잘 버텨야 할텐데. "안돼!"라고 말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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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finder 2004-04-1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죄송합니다. 본인에겐 속 쓰린 일일 텐데,,,
'그때의 일을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면 입을 다물 것을 조건으로 돈을 줘 보내고 있다.
안되는 줄 알면서 계속 수락을 했던 이유는 매니저가 없기 때문이었다.' 에서 뒤집어졌습니다.

ceylontea 2004-04-1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죄송합니다만.. 읽다가 툭 웃고 말았답니다...
이렇게 글은 재미나게 쓰시는데..유머가 안되시다니요... 전 정말 유머 안되는데...
그래도 칠전팔기라고 계속 방송하시면 결국은 잘 하시지 않을까여?

sooninara 2004-04-16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험이 가장 좋은 선생님이죠..대중이 항상 재미만을 찾는것은 아니잖아요? 한번 해보세요..
열심히 봐서 시청률 올려드릴께요..알라딘 식구만 풀어도 시청률 1%는 올라갈걸요^^
저도 앞에 나가서 말하면 덜덜떨면서 말더듬는 사람인데..
이번에 차고지문제에 참여하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대중앞에서 연설이란것도 해보고..물론 목소리가 떨리긴했죠^^ 우리동 통장님이 제가 연설한다니까..저목소리로 어떻게 소리지를지 걱정을 했는데 그런데로 무난했다고 감상평을 해주시더군요..
그래도 아직도 대중앞에서는 말을 못하겠어요..ㅠ.ㅠ..
참 저도 차고지문제로 경인방송에서 인터뷰할뻔했는데..목소리가 떨릴까봐서 다른언니를 추천해버렸습니다..목소리 떨리던 말건 인터뷰 해볼걸 그랬나???

다이죠-브 2004-04-16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많이 출연하셨네요. 전 우굴우굴->이 대목을 신문에서 본 것 같아요^^ 근데 이소라 거긴 어떤 연유로 출연하신건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잘..,음.. 그리고, 제 생각도 더 부딪혀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쪽으로 의견이 가는데요. 마태우스님의 지식을 살려서 건강과 문화가 어우러진 프로그램을 해보시는 것도..괜찮을 것 같은데요? 굳이 웃기지 않아도 말예요.

2004-04-16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4-1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사랑의 스튜디오랑 이소라 프로포즈 과거는 이전에도 많이 밝히셨지만, 더욱더 화려한 경력들이 숨어있었군요~ 사랑의 스튜디오는 자주 봤는데도 왜 기억이 안나는지...^^;; 오늘 타협을 잘 보시길 바랄께요!! ^^

파란여우 2004-04-16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술일기 제목=>"결국...하기로 했다".

panda78 2004-04-16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 TV에서 뵌 기억이 없네요, 꼭 보고 싶어요. "결국.. 하기로 했다" 기다리고 있을께요! ^^ 으흐흐흐

*^^*에너 2004-04-1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에 대해서 알지는 못하지만 글쓰시는 거보면 정말 유머이있고 말도 잘하고 그러실꺼 같은데...

비로그인 2004-04-16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티비 잘 안보는 데요...님이 TV에 출연하신담 TV랑 친해지고 싶어 질 것 같은데요...
그 PD님....마태우스라는 보물로 많은 사람들을 TV에 정신팔리게 하고 싶으신가 봅니다~
대단히...... 탁월하신것 같다는.....^^
님은 님 특유의 눈웃음과 예쁜 입꼬리가 잘 어울려 따땃한 봄날 벚꽃잎 날리 듯
흐드러지는..마태우스 표 살인 미소가 정말 압권이라니깐요.
온 세계에 님의 미소를 유행 시켜주세요~~~모두모두 행복할 것 같아요~~~~!!!

2004-04-16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YLA 2004-04-16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말에 넘어가고 말았음!! ㅎㅎ 결국....하기로 했다. ....하하하하하 기대 합니다 ㅎㅎ
정말 글은 이렇게 재미나게 쓰시는데 말재주가 없다니 믿기지 않아요!^^

▶◀소굼 2004-04-16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다양한 경력을 갖고 계시는군요. 금새금새 잘리셔도 계속 섭외가 들어오는 걸 보면 다들 '언젠가 터뜨릴테지'란 마음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연우주 2004-04-1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거절 못해서 인생 무척 피곤하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몸도 사릴 줄 아는데, 마태우스님은 더 심하시네요. 걱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