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쟝르: 3류 소설
단점: <토끼를 죽였나>에 비해 유머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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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알라딘에서 생긴 일
"알라딘의 성공은 서재의 활성화에 기인한 결과입니다. 서재를 통해 충성도가 높은 폐인들을 양산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몰려듬으로써 매출액이 상승한 거죠"
브리핑을 하던 양군은 이마의 땀을 닦았다.
"알라딘 서재에는 하루 평균 1,000개가 넘는 글이 올라옵니다. 반면 우리가 의욕적으로 만든 블로그는 하루 다섯 개 미만의 글이 올라오고, 그나마 조회수도 거의 없습니다"
새로 교봉의 사장이 된 토끼똥이 미간을 찌푸렸다. "블로그를 활성화시킬 무슨 대책이라도 있는건가?"
"있습니다!" 양군이 귀엽게 미소지었다.
그 다음날, '마이페이퍼 쓰는 애들은 몽땅 실업자'라고 해 물의를 빚었던 그래 스물넷 홍사석 사장이 경질되었고, '블로그를 통한 소통 극대화가 인터넷 서점의 살길'이라고 믿는 soul kitchen이 새 사장으로 취임했다.
내가 들어갔을 때, 회의실의 분위기는 침울하기만 했다.
"다들 어디 간거야?"
"낸들 아니?" 플라시보가 탁자에 두발을 올리며 시비조로 내뱉었다.
"무슨 일...있어?"
엎드려 있던 검은비가 대답했다. "냉열사가 교봉으로 갔어"
믿어지지 않았다. 알라딘에 충성을 맹세한다며 닉네임도 '냉알사'로 바꾸기까지 한 냉열사가 아닌가.
"조건은?"
마립간이 손가락 둘을 폈다.
"이, 이백만원?"
내가 놀라자 마립간이 고개를 저었다.
"그, 그럼 이, 이천?"
마립간이 얼굴을 찡그렸다. "얘는, 장난하니? 이억!"
인터넷 서점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교봉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뿐이 아냐. kimji, 카이레, 연보라빛우주 등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은 모조리 데려갔어"
"브라질과 평범한 여대생, 자몽상자는 그래 스물넷으로 갔다지 아마" 플라시보가 덧붙였다. "교봉이나 그래 스물넷에서 오라는 제의를 못받은 알라디너는 팔불출이라더군"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았다. '그렇구나...다들 가는구나'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 말아. 내가 있잖아!"
고개를 들어보니 마태우스가 서 있었다.
"그러고보니...마태우스 넌 오라는 제의 같은 거 안받았니?"
마태우스는 특유의 징그러운 미소를 띄어 보였다.
"왜 아니겠어? 자꾸 전화해서 만나자는 걸 거절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희망이 보였다. 모두가 돈과 명예를 쫓는 건 아니구나.
"고맙다, 마태우스. 우리라도 위기에 빠진 알라딘을 지켜내자"
우리는 그날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셨다. 정신을 차려보니 마태우스가 보이지 않았다. '집엔 잘 갔나 모르겠네 걔 취하면 정신 없는데..'
"이럴 수가 있습니까. 알라딘 최고 논객인 저에게 왜 연락을 하지 않는 겁니까?"
교봉 사장 토끼똥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퍼팅 연습에 몰두했다. "저런저런...또 실패네"
마태우스는 무릎을 꿇었다. 취기가 올라왔다. "사장님! 베스트서재의 주인공인 저를 이렇게 홀대하시다니요?"
사장은 마태우스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자네 서재가 방문자 숫자가 많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자넨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아냐"
마태우스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왜, 왜죠?"
"알고 싶나? 자넨...너무 유치해! 그리고, 그간 쓴 글에서 숱하게 우리를 비난해 오지 않았나? 교봉은 알라딘을 이길 수 없다는 글을 비롯해서..."
마태우스는 사장의 바지춤에 매달렸다. "사장님, 그, 그건 젊은날의 실숩니다.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냉열사의 십분의 1이라도..."
마태우스가 나간 뒤, 사장은 전화 한통을 걸었다.
"골치 아픈 녀석을 해결했어. 아주 싼 값에! 으하하하하!"
알라딘 서재는 갈수록 황폐해졌다. 팬들을 거느리던 스타들이 다 다른 곳으로 떠난 탓이었다. 남은 사람들은 물만두에 검은 빵을 먹으며 허기를 달랬고, 밤에는 그걸 배고 잠을 청했다. 공주처럼 자라온 내가 더 이상 버틴다는 게 무리였다. 한밤중에 일어난 난 보따리를 쌌다. '그간 즐거웠는데.... 이제 다른 곳으로 가야겠어'
방문을 나서며 난 다시금 정들었던 책울타리를 바라보았다. '실시간 리플의 여왕이란 칭호가 그리워질 거야...' 순간,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어머나!"
"앤티크, 그 정도밖에 안돼?" 마냐였다. "알라딘은 아직 죽지 않았어. 남은 사람들이 있잖아? 힘들다고 다 떠나 버리면, 알라딘은 정말 죽어"
말할 때 무수히 침이 튀어, 난 손바닥으로 뺨을 닦아야 했다.
"들어봐. 내게 계획이 있어"
"잠깐!" 난 손을 들어 마냐를 제지했다. "저쪽 보고 말해 주면 안될까요?"
마냐의 말을 듣고난 뒤, 난 다시금 방에 들어가 가방을 풀었다. 새로운 희망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마이페이퍼 특화작전, 마냐님의 계획은 그렇게 불려졌다. 플라시보는 'so beautiful'란을 만들어 팬시하고 아름다운 사물들을 전시했고, 검은비와 sweetmagic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으며, 가을산과 마립간은 의료상담을 시작했다.
"진우맘님은 심리검사를 맡아 주세요. 아, 책갈피 사업도 님이 좀 해주시구요. 수니나라님은 양다리 걸치던 얘기를 시리즈로 써주시구요, 앤티크님은 남아있는 알라디너들에게 서재 지붕을 만들어 주세요. 폭스바겐님은 촌철살인의 답글을 달아주시구요, 갈대님은 껫잎을 재배해 주세요. 그리고....참, 찌리릿님과 sunnyside 님은 마이리뷰 다섯편당 5천원씩 상품권을 주도록 알아봐 주세요"
마냐의 지휘아래, 알라딘 부활사업은 틀이 잡혀갔다.
"저는 뭘 하나요?"
마냐는 파란여우를 바라보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파란여우님은... 여우 울음소리 낼 줄 알죠? 저 앞에서 오오-하고 울어 주세요.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도록 말이죠"
"저는요?"
"님은 오는 사람들에게 실론티를 대접하세요. 소금 많이 타는 거 잊지 마세요! 참, 복돌님, 마이리뷰는 님이 좀 맡아 주세요"
마냐는 한구석에서 자고 있던 panda78을 깨워, 곰인형 서른세개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그건 왜 만드나요?"
마냐는 상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 쓸 곳이 있지요!"
우리 스스로는 몰랐지만, 남은 사람들의 힘은 컸다. 교봉과 그래 스물넷으로 몰렸던 사람들은 차츰 우리 쪽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자 전세는 역전되었고, 알라딘은 인터넷서점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모두 나와 보세요! 배가 옵니다!"
매너리스트의 고함 소리에 우리는 모두 문 밖으로 나갔다. 커다란 나무배 한척이 천천히 우리 쪽으로 오고 있었다.
"아니, 저, 저들은!"
배 앞머리에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사람은 자몽상자였다. 그는 성큼 배에서 내리더니, 마냐의 손을 잡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제라도 받아 주시겠습니까?"
자몽상자의 뒤로 알라딘을 떠난 사람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거기서는 하루에 열 개 이상씩 글을 쓰라고 했어요" 연보라빛우주가 울먹였다. "글은... 쓰고 싶을 때 써야 하는건데, 그들은 그걸 몰라요. 돈보다 더 소중한 게 알라딘이라는 걸 이제야 알겠어요"
*^^*에너, 강릉댁도 눈물을 흘리며 합창했다. "그래요, 저희가 잘못했어요!"
마냐가 무서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때를 대비해 내가 준비해 둔 게 있지" 마냐는 손바닥을 두 번 쳤다. "회초리 가져오는 거 아냐?"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그때 panda78이 곰인형을 가져왔다.
"이건...여러분을 환영하기 위해 만든 선물입니다. 하나씩 받으세요! 한번 알라딘은 영원한 알라딘이잖아요!"
모두 기뻐하며 곰인형을 받았다. 곰인형은 하나가 남았다.
"어? 누가 한명 없네?"
nrim은 마냐의 지시를 받고 배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있습니다!" nrim은 창고 뒤에 숨어있던 마태우스를 끌고왔다.
"저, 저는...제 본의가 아니었구요... "
마태우스의 입장이 난처한 것은 당연했다. 교봉에 가고나서부터 매일같이 '마냐는 방귀쟁이'라는 등 남은 알라딘 사람들을 비방했으니까.
"괜찮아요, 마태우스. 사실 전 방귀쟁이 맞거든요" 마냐는 흔쾌히 웃으며 마태우스에게 인형을 내밀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지금 당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거죠!"
그날 저녁, 알라딘 마을에는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탈당파가 돌아온 뒤 알라딘의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