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5월 3일(월요일)
누구와?: 친구들과
마신 양: 최근 2년간 마신 것중 최고로 많이.

저번에 이런 글을 썼었다. '거머리'라는 친구가 있는데, 술마시자고 하기에 다른 약속 있다고 거절했다고. 그 친구가 어제 아침 또 전화를 했다. "오늘은 시간 되니?"
절묘한 놈...이번주 시간 있는 날이 어제밖에 없었는데... 내가 승낙하자 그는 다른 친구들을 소집했고, 넷이서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셨다. 최근 대작에서 패배한 이래 내가 그간 마신 게 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긴 하지만, 어제 내가 마신 양은 그야말로 대단한 것이었다. 새벽 3시 20분에도 멀쩡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으니, 난 아직 죽은 게 아니었다. 물론 십분쯤 뒤 정신을 잃었고, 택시기사 아저씨가 어머님한테 전화해-내 휴대폰에서 찾았다-집을 알아냈다지만 말이다.

요즘 계속 그랬지만, 어제 역시 난 무지하게 피곤했다. 기차에서 정신없이 잤고, 다리에 힘이 없어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려고 사우나까지 했지만, 피로는 가시지 않았다. h주를 한두잔 털어넣고 나서야 정신이 확 드는 걸 보니, 확실히 난 알콜 체질인가보다. 그 뒤부터 난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종횡무진했는데, 그 바람에 오늘 출근을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잠에서 깬 것이 오후 두시쯤이니, 그시간에 무슨 출근을 하겠는가.

평소 잘 안오던 전화도 유난히 많이 왔다. 출근 안한 날 전화를 받는 건 무서운 일이다. 특히나 학교 번호가 찍히면 더더욱 그렇다. "어디세요?" 그러는데 "집이요" 그러면 창피하잖아? 그래서 난 잽싸게 옥상에 올라가-주위가 시끄러우면 밖인 줄 알테니까-전화를 받았다. "아, 저 지금 모교에 있거든요" 이렇게 사기를 치는데, 비둘기를 발견한 벤지가 맹렬히 짖는다. 모교에 개가 있을 리가 없으니, 내 거짓말은 아마 탄로가 났을게다. 그가 전화한 까닭은 무슨무슨 기계가 들어왔으니 내가 봐야 한다는 건데, 그게 왜 하필 오늘 온 걸까. 어제도 있고, 모레도 있는데...

일회용 육개장으로 쓰린 속을 달래고 난 뒤, 계속 알라딘 서재에 틀어박혀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오늘 또 술약속이 있지만, 양심이 있지 도저히 갈 수가 없다. 오늘은...쉰다!

* 참고로 어제 제 친구 중 한명은 중간에 뻗어 잤고, 한명은 술집에서, 또한명은 집에 가는 택시에서 오버이트를 했답니다. 우주님한테 당한 패배를 친구들에게 갚은 셈이죠. 하하하.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05-04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패배설욕전을 가지신다더니, 드디어 해내신거로군요!! 그래도 출근을 못하셨다니...TㅁT 오늘은 푹 쉬시고, 앞으론 진정한 풍류객의 모습을 보여주세요~ ^^

연우주 2004-05-04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잘 하셨습니다! ^^

갈대 2004-05-04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푹 쉬세요. 그나저나 택시에서 오바이트한 분은 어찌 되셨을까..-_-;;

waho 2004-05-05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마셨나 보네요...과음하고 나면 다음날 너무 괴로운데...님 푹 쉬세요.
일회용 육개장도 팔아요? 몰랐네...

비로그인 2004-05-05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낼모레 forty면서 집도 못찾아씀시롱..큰소리는...으흠...위에분들은 너무 착하신것 같다. "푹쉬세요"라니 뭘 했다고???(우앙 폭스 신변에 위협이 느껴진다.)

마태우스 2004-05-0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님 말고 다른 분들/감사합니다. 님들 덕분에 푹 쉬었답니다^^
폭스님/역시 님과 저는 물과 기름입니다. 껌을 가지고 다니다, 폭스바겐이 보이면 몰래 붙이고 도망갈 생각입니다^^
 

 

 

 

 

 

* 동창 사이트에서 친구 하나가 추미애가 민주당에 남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국회의원 두번 되고 나면 눈에 보이는게 없어진다. 주변에서는 차세대 주자라고 다들 부추기고 자신이 정말로 뭔가 된듯한 망상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그에 대한 반론으로 쓴 건데, 너무 잘쓴 것 같아 여기다 옮깁니다(과대망상도...참...).

-------------------------

xx는 열린우리당을 '선'으로, 민주당을 '악'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기사, 나 역시 민주당의 박상천, 정균환, 한화갑 등등은 얼굴만 봐도 멀미가 난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예외가 있지만, 열린우리당의 인사들이 좀더 개혁적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정도가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분당은 '정의'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결코 옳은 일이 아니었다. 당내에서 개혁이 되겠느냐, 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았고, 나 또한 그런 시각에 일정부분 동의하지만, 자신의 지지층을 둘로 쪼갠 분당은 그 방법이 지극히 폭력적이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추미애나 정범구같이, 열린우리당에 간 누구보다도 더 괜찮은 사람들이 민주당에 남았다. 그 후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공조하고 탄핵을 발의하며 자멸의 길을 갔고, 열린우리당은 탄핵 역풍으로 1당이 되지만, 결과가 좋다고 과정의 폭력성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추미애가 민주당에 남자 이런 얘기가 나돌았다. 그녀의 선거구인 광진구에 호남 유권자의 비율이 높으니까 그런 거라고. 언제나 압도적 다수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던 추미애로서는 그런 말들이 기가 막혔으리라. 광주에서 행한 추미애의 3보1배가 지역주의를 부추기려는 몸부림이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침몰이 눈앞에 보이는데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그녀는 민주당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했다. 다만 결과가 안좋았을 뿐. 광주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절을 한다해도, 민주당의 몰락은 막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추미애가 민주당에 남은 건 대권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었다. 라이벌 정동영이 그런 것처럼, 열린 우리당으로 가서 당선이 되었다면 아마 대권에 한발 더 가까이 있지 않았겠는가.

두 아이의 엄마로 매일같이 도시락을 싸면서도 추미애는 누구보다 의정 활동에 열심이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친인척을 보좌관으로 기용하면서 국민 세금을 빼돌리는 와중에, 그녀의 보좌관들은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죽어났다' 하지만 보좌관들은 추미애를 존경하고, 자신의 일에 긍지를 느낀다고 했다. 추미애는 늘 열심히 공부한다. 시간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그녀로서는 기자들과 술이나 퍼먹고 하는 국회의원들을 이해할 수 없다. 늘 기자들에게 뻗대는 그녀를 기자 하나가  뒷조사했다. 한번 기사로 조지려고. 놀랍게도, 아무리 털어봤자 먼지가 나지 않았단다. "여성이라서 잘나가는 게 아니다"라며 자신의 여성성을 부인하는 것만 빼면, 정말이지 멋진 국회의원이다.

난 추미애가 좋다. 이번에 국회의원 배지를 단 그 누구보다 추미애는 훌륭한 국회의원이다. 난 그녀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 왔다. 이번의 낙선이 너무나 안타까운 것은 그래서였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민주당에 남아 탄핵에 반대하지 못한 것, 그리고 찬성 투표를 한 것은 분명 뼈아픈 실책이다.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괜찮은 정치인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우리나라로 봐서 커다란 손실이다. 가뜩이나 희망을 걸만한 정치인이 드문 우리나라 아닌가. 이번의 낙선이 그녀를 더더욱 성숙하게 만들기를, 그래서 다음, 혹은 다다음 대선 때 그녀의 이름이 투표지에 나오기를 빌어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머털이 2004-05-0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제 막 서재를 시작하려는 초보입니다. 마태우스님 서재를 보고 초반부터 주눅이 들어버렸지만요 ^^;
저도 추미애 의원을 좋아했습니다. 홈페이지도 가 보고 후원금을 낼까 하고 고민한 적도 있더랬죠. 그런데 추미애 의원이 보이는 DJ에 대한 무비판적인 지지와 탄핵을 앞두고 너무 쉽게 태도를 바꾸는 모습 (설훈 의원과 대비되었습니다) 때문에 실망이 컸습니다. 물론 앞으로의 재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큽니다. 분명 추미애는 김민석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니까요.

연우주 2004-05-04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사는 광진구에서 추미애가 나왔더군요. 뭐 저야 이곳에서 투표권이 없어서 선택을 할 기회도 없었지만..요. 민주노동당에선 추미애 잡았다고 좋아하던데. 그 생각이 나네요.
 

마냐는 길을 걷고 있었다. 점심을 먹은지 얼마 안됐는데도 배가 고파왔다. 마냐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1만원짜리를 만지작거리다, 머리를 흔들었다. "안돼, 이 돈만은..."
눈앞에 가게에 진열해 놓은 닭다리가 보였다. 유혹이 일었다. "아, 안돼!"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 마냐는 닭다리 한 개를 집어들고 달리고 있었다.
"서라!"
닭집 주인 가을산은 온 힘을 다해 마냐를 쫓았다. 하지만 한창 때도 100미터를 22초에 뛰었던 그녀인지라, 마냐를 따라잡기에는 힘에 부쳤다.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가..'
그때, 검은옷을 입은 여인이 마냐의 앞을 막아섰다. 무시하고 달리려 하는데, 여인이 손을 뒤로 모으더니 앞으로 쭉 뻗는다.
"으윽!"
마냐의 가슴에 격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너, 넌 누구냐?"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검은비다. 음하하하" 검은비는 마냐의 손에 든 닭을 빼앗아 베어물었다.

"장풍을 배우겠다는 애들이 없으니,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구나. 이젠 문을 닫아야겠어"
파란여우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아, 안됩니다"
파란여우를 만류하는 진우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아냐. 자네가 김밥을 판 돈으로 도장을 운영하는 것도 한두해지, 이젠 면목이 없네"
둘이 부둥켜안고 우는데, 노크 소리가 났다.
"누구요?"
"도, 도와주세요"
그 말과 동시에 여인은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런, 내상을 많이 입었군. 어서 앤티크(내상에 즉효를 나타내 마법의 약이라고 알려져 있다: 역자 주)를 가져오시오"
상처를 들여다보던 파란여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가만, 이 솜씨는...."
진우맘의 얼굴도 하얗게 변했다. "설마, 검은비? 가발임이 탄로난 뒤 세상을 등졌던..."
파란여우가 수심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다시 나타났다면 강호에 폭풍이 몰아치겠군. 내 추측이 틀려야 할텐데..."

"이제 좀 정신이 드는가?"
마냐는 눈을 떴다. 세 여인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뉘신지요?"
"나는 장풍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파란여우일세. 이쪽은 조수인 진우맘, 그리고 이쪽은 내 딸 플라시보라고 하네"
장풍도장이라는 말에 마냐의 눈이 번쩍 뜨였다.
"장풍이라구요?"
자신이 당한 게 바로 그 장풍 때문이 아닌가.
"저, 저도 장풍을 배울 수 있나요?"
"흥. 장풍은 아무나 배우는 줄 알아?"
플라시보의 말에 마냐는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
"이게! 초면이라 봐주려고 했는데"
말이 끝남과 동시에 플라시보가 장풍을 날렸다.
"플라시보! 실내에서는 장풍을 쓰지 말라고 했잖아!"
파란여우의 고함 소리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의식을 잃으면서 마냐는 생각했다. '장풍 못쓰는 게 이리도 서럽다니...'

마냐가 정신이 든 건 한식경이었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알라딘서 가보로 내려오는 것 중에 인터넷 서점을 석권할 수 있는 비법을 담은 책이 있습니다. 그런데 교봉에서 그 책을 빼앗기 위해 무림의 고수들을 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냉열사, 오즈마는 물론 검은비까지..."
남자의 말에 파란여우가 한숨을 쉬었다.
"냉열사, 오즈마도 힘든 판에, 검은비까지 가세했다니, 큰일이군요"
"어떻게 좀 안되겠습니까?" 남자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도 사람을 좀 모아야지요. 신바드님, 일단 돌아가 계세요. 제가 좀 알아볼께요"

"그래요, 그 자세에서 기를 모으세요"
진우맘은 마냐에게 장풍을 가르치고 있었다. 큰 싸움이 벌어질지 모르니, 한명이라도 더 고수를 키워놓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되는가요? 휘이이익!"
"으아악!" 진우맘은 십미터를 날라 벽에 고꾸라졌다.
"미, 미안해요. 진짜로 바람이 나갈지 몰랐어요"
마냐가 달려가 진우맘을 일으켰다.
"으, 허리야.... "
진우맘은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본 바람 중 가장 큰 바람이었어. 혹시 마냐가...?'

지원군 모집은 그리 순조롭지 않았다. 찌리릿, sunnyside, 기스가 백방으로 고수들을 찾았지만, 하나같이 난색을 표했다. 앉은 자리에서 소 한 마리를 먹는 sweetmagic은 대학원 스케줄이 바빴고, 바람의 일인자로 불리던 갈대는 아파서 조퇴를 했다. 잘생긴 매너리스트는 해외로 떴고, 복돌이는 기르던 개가 아파서, 재야의 고수 연보라빛우주는 연애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이거 큰일이군요. 폭스바겐은 차가 고장나서 못오고, 수니나라도 컴퓨터가 터져서 정신이 없다는데..."
플라시보의 말에 파란여우는 꺼억 하고 트림을 했다. "걱정이다, 걱정! 다들 그럴듯한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검은비가 무서운 게지"
"저... 제가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요즘 마냐에게 장풍을 가르치고 있는데, 바람의 크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혹시 그녀가 우리가 애타게 찾던 카이레가 아닐까요?"
"알라딘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나타난다던 그 카이레? 그럴 리가..."
플라시보가 강하게 부정했다. '마냐가 카이레라면....?' 저번에 그녀에게 장풍을 쓴 게 후회가 되었다.
"카이레든 아니든, 그렇게 소질이 있다면 우리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야. 적이 언제 공격할지 모르니, 더 열심히 가르치게"

"어딜 가?"
밖으로 나가는 플라시보를 마냐가 불러세웠다.
"어, 그, 그냥... 산책 좀 하려고"
마냐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산책 가지 말고, 마당에 나가 나랑 한판 뜰까?"
플라시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시, 싫어. 요즘 컨디션이 안좋아서.."
마냐의 눈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흥, 내가 장풍을 배운 이유가 뭔지 알아? 너한테 당한 걸 복수하기 위함이야. 드디어 때가 온 것 같아"
마냐가 허리께로 손을 모았다.
다급해진 플라시보가 소리쳤다. "안돼! 장풍은 사적인 복수를 위해서 쓰여져서는 안되는 거야!!!"
순간, 마냐의 몸이 허공에 떴다가 고꾸라졌다.
"아이고, 허리야!"
"네 이놈, 마냐야!"
파란여우였다. "니가 장풍을 배운 게 겨우 그런 이유였다니, 너같은 제자는 필요없다. 당장 나가라!"
마냐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스승님, 제발 그것만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필요없다! 당장 나가!!"
그때 진우맘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진우맘아, 트라우마가 치유될 때까지는 뛰지 말라고 했거늘"
"큰일났습니다. 놈들이 알라딘을 공격하러 온답니다!"
"뭣이?"

일행은 구름을 타고 알라딘으로 향했다.
"내가 구름을 다 타보다니!" 마냐가 좋아하자 플라시보가 빈정댔다.
"촌스럽긴!"
마냐가 발끈했다. "이게!"
"어허, 구름 위에서 무슨 짓들인가? 더구나 큰 싸움을 앞둔 터에...플라시보야, 어서 사과하지 못하겠느냐?"
플라시보는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고, 마냐는 내키지 않았지만 손을 잡았다.
"히히, 나 화장실 갔다와서 손 안씻었는데"
플라시보의 말에 마냐는 황급히 손을 뿌리쳤다. "이것이 정말!!!"
그러는 사이 구름은 알라딘 본부에 사뿐히 안착했다. 파란여우는 진우맘에게 통로 경비를, 플라시보와 마냐에겐 책이 있는 금고를 맡도록 했다.
"난 문앞을 지키겠네. 다들 잘 싸워 주게나"

십분 후, 검은비를 위시한 교봉 일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파란여우가 외쳤다.
"니들 말야, 열심히 해서 착하게 살아야지, 남의 비법이나 빼앗으려고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풍 수십개가 날라왔다. 싸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이트에 가면 아직도 부킹요청을 받는다고 큰소리 친 것처럼, 파란여우는 아직 늙지 않았다. 냉열사, 자몽상자, 바람구두가 파란여우의 장풍을 맞고 쓰러졌다. salt, 토끼똥, 오즈마도 내상을 입고 주화입마(모든 혈이 막힌 상태: 역자 주)에 빠졌다. 하지만 적은 너무 많았다.

2선을 지키던 진우맘도 열심히 싸웠다. 하지만 그녀도 검은비의 흑풍에 내상을 입고 쓰러졌다. "으윽! 분하다! 검은비, 서재에서 보자!"

검은비가 나타났을 때, 플라시보는 자고 있었다.
"이봐, 일어나! 검은비가 왔어!"
"으응..."
플라시보는 간신히 일어나 입가의 침을 닦았다.
"내가 이런 애송이들을 상대해야 한다니, 알라딘도 퍽이나 인재가 없구나!"
"무어야?"
마냐는 허리로 손을 모은 뒤 장풍을 내뿜었다. 동시에 검은비도 검은 바람을 뿜었다. "펑!" 두 개의 바람이 부딪히며 폭풍이 일었다.
'어린 것이 대단한걸?'
검은비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이런 바람은 처음이야. 혹시 저애가...'
아니라고 머리를 흔들며, 검은비는 더더욱 기를 모았다. 흑풍이 점점 마냐에게 가까이 왔다. 섬뜩한 공포가 밀려왔다.
'아, 안돼!!!"
순간 뒤에서 엄청난 기운이 자신에게 전해져 왔다.
"마냐, 지면 안돼. 힘내!"
플라시보였다. 그녀가 뒤에서 기를 합쳐 주자, 전세는 금방 역전됐다. 검은비는 더더욱 기를 뿜었지만, 전세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쾅!"
번쩍 하고 빛이 비추는 듯하더니, 검은비가 수십미터를 날라가 고꾸라졌다.
"으---으---"
다시 일어나려 애쓰던 검은비의 머리가 다시금 떨구어졌다.

"플라시보, 고마워. 니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기지 못했을거야"
"고맙긴. 너도 내가 위험에 빠졌다면 그랬을건데"
둘은 힘차게 껴안았다.
"어? 마냐. 등에 뭐가 났는데?"
마냐가 겸연쩍게 웃었다. "응, 그거 사마귀야. 태어날 때부터 북두칠성 모양의 사마귀가 나 있었다더라구"
플라시보: 그래? 약 발라서 떼지 그러니
마냐: 안그래도 수술할까 생각 중이야. 근데 우리, 그 책 말야, 한번 보지 않을래?
플라시보: 안돼. 스승님이 절대로 보지 말라고 했어.
마냐: 그럼 넌 보지 마. 나만 볼래.

마냐는 장풍으로 금고를 부수고 책을 꺼냈다. "이게 뭐야?"
"왜? 뭔데?" 플라시보가 다가왔다. "변비에 걸렸을 때는 일단 많이 먹어야 한다. 적정 중량이 되지 못하면 대변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옷은 되도록 밤색 계통의, 대변과 비슷한 색깔을 입는 게 좋다.... 꽉 쬐는 옷도 도움이 된다... 이거 변비에 관한 책이잖아?"
"그러게 말이야. 인터넷 서점 석권의 비결은 어디에 있는 걸까?"
"그건 어디에도 없소"
신바드였다. "서점 석권의 비결 같은 게 어디 있겠소? 굳이 비결을 말하자면 고객을 위하는 마음, 그거면 되는 것 아니겠소?"
마냐와 플라시보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그러면...왜 그런 게 있는 척 했지요?"
신바드가 껄껄 웃었다. "우리가 단시간에 인터넷 서점을 석권하자 '교봉'이나 '그래 스물넷'의 질시가 심해져 왔소. 정치권에 줄이 닿아 있다는 헛소문을 내기도 하고... 그래서 저희 창업주께서는 이런저런 음해를 차단하고자 무슨 특별한 비결을 담은 책이 있는 것처럼 속여 왔던 거요. 참고로 창업주께서는 변비로 고생하셨지요. 지금까지 한 말은 비밀로 해주시겠소?"
마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마냐야, 니가 해냈구나" 파란여우와 진우맘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왔다.
"스승님!"
마냐는 힘차게 그들과 포옹했다. 마냐의 등께를 만지던 파란여우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스승님, 어디 안좋으세요?"
"아니, 아니다. 속이 좀 쓰리구나..."

다음날, 마냐는 성형외과에 가서 사마귀 제거수술을 받았다. 병원문을 나서는데, 기자들이 몰려왔다.
"마냐님이 카이레라는 설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난데없는 질문에 마냐가 어리둥절해하자, 기자가 부연설명을 했다.
"카이레는 등에 북두칠성 모양의 사마귀가 있다는데, 등을 좀 보여주실까요?"
성급한 기자는 마냐의 등에 손을 대기까지 했다. 수술 자리가 아파서 비명을 지르자 기자가 외쳤다. "사마귀 없는데? 역시 아닌가봐. 가자!"
기자들이 썰물처럼 빠지고, 마냐는 허탈하게 서 있었다. "그, 그게 그거였단 말야? 젠장, 괜히 수술했다!"
마냐는 다시 성형외과로 돌아갔다.
"방금 사마귀 뗀 사람인데요, 그거 다시 붙여주면 안될까요?"
마립간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떼어낸 사마귀, 휴지통에 버렸는데..."
"안돼요!" 놀란 마냐는 휴지통으로 가서 사마귀를 찾기 시작했다. 세시간 후, 마냐가 탄식했다.
"여섯개는 찾았는데 왜 한 개가 없지? 아이 속상해!!!!"

계룡산 정상. 라면을 먹던 검은비는 갑자기 화가 나서 젓가락을 집어던졌다.
"두고보자, 마냐! 꼭 복수해 주겠다!"


*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보고나서 생각한 소설입니다. 여러분들의 기대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소설의 수준은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우맘 2004-05-04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수준이 떨어지는게 아니라, 기대 수위가 높이지는 것이겠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마작가가 은퇴선언을 하는 일이 없도록, 수위 조절 잘 하며 기다리겠습니다.
그나저나, 마냐님도 뭔가 상납하신 것 아닙니까? 매번 주연이시라니요!!!

플라시보 2004-05-04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크. 이번에는 제가 꽤 골때리는 캐릭터로 나오는군요. 그래도 뭐 마냐님과 합세해서 알라딘을 구했으니^^. 아 그리고 마냐님 사마귀 떼어내라고 꼬드겨서 죄송. 하핫 (근데 나머지 한개는 어디갔을까요? 마립간님이 우물우물 하던게 혹시...으윽)

비로그인 2004-05-04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님! 이번 바다 여행 가서 님이 왔다가신 흔적을 발견했기에 이리 증거 제시합니다!!

마태우스 님! 전 지난날 님이 하신 일을 알고 있습니다.

냉열사가 아닌 진정한 냉알사로 탄생케 도와 주시죠. ^^* 


2004-05-04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4-05-04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재미있는 글로 알라딘의 지인들을 유명인사로 만드시고 계시군요~ ^^
근데, 조심스레 유추한 바로는 마태우스님은 제 서재에 거의 안 들리시죠?(서재 즐겨찾기가 안 되어 있다는 뜻??) 님의 왕성한 활동범위를 볼 때 제 서재에 그 족적의 흔적이 안 보이기에 이런 유추를 해 보았답니다. ㅜㅜ;

sooninara 2004-05-04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도 살아 남았다...음하하하...엑스트라계의 샤론스톤이라고나 할까? 다음번에도 안짤리게...(출연 섭외입니다^^)

물만두 2004-05-04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았다!!! 영화 내용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게 더 재미있다!!! 마태님땜에 영화 망하면 어쩌나... 영화사에서 고소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가 몸으로 막아야 하나... 아님 경찰서 앞에서 농성을??? ㅋㅋㅋ

비로그인 2004-05-04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설마 이거보면 영화가 재미없어지는건 아니겠죠?? ^^ 수니나라님, 저도 이번엔 아주 짧게 출연했군요!! 이번엔 마냐님이 연속 주연에, 이번엔 플라시보님과 파란여우님, 진우맘님의 비중이 크군요. 혹시 진우맘 기자가 쓴 로비설이 사실인건가....ㅎㅎ

다연엉가 2004-05-04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편의 무협지를 보는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저는 이 글을 보고 한 가지 느끼는 바가 있더군요. 전 이제부터 책울타리가 아니라 마타하리로 하고 싶군요.아마 이 이름이 잘못된 관계로 매번 엑스트라에서도 짤리는 듯 합니다.^^^^

연우주 2004-05-04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기자님. 글 너무 많이 쓰셔서 마기자란 없앨까 싶습니다...다들 여기 와서 볼 텐데요! 뭘!!!

비로그인 2004-05-04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야 우주~ 난 자네가 카테고리를 만들어놔서 내가 안만들어놔도 되잖아.ㅋㅋ
그리고 마태우스님 이주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올려주세요. 한주는 <알라딘뉴스레터> 한주는<3류소설>한달에 2번 그래야 마태우스님이 사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태우스님은 이제 스타이십니다. 어느정도의 거만을 떨어도 절대로 사람들이 싫어라 안한답니다. ^^

다연엉가 2004-05-04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 어디갔다 왔니!!! 안 보이던데(느끼하게)

코코죠 2004-05-05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시렁궁시렁) 사람이...욕심이라는 게 말이죠...처음엔 한번 따악 등장만 했으면 좋겠다 싶더니...한번 등장하니깐...주인공도 먹고 싶공..그것 참 사람 욕심이란 게 말이죠...(궁시렁궁시렁)

마냐 2004-05-05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흑. 마선생님....아름다운 밤입니다. 오늘의 영광을 선생님과 참이슬 각 1병으로 나눠야 하는데... 방귀쟁이, 침쟁이의 역경을 참고 버틴 결과라 겸손한척 떠들어야겠죠? 제가 필살의 XXOO 로비까지 펼쳤다는 소문이 자꾸 고개를 들고 있는데, 아무리 수습 갓뗀 진/X맘 기자가 파헤친들, 진실은 언제나 은폐되기 마련! (그나저나 계좌번호는 '서재주인에게만 보이기'로 다시..꾸우벅~) 앗참, 스타는 고독한 법이라지만..저 알라딘에서 테러당하면 어쩌죠? 아이구, 새가슴이 주연을 맡으니 콩닥콩닥..

가을산 2004-05-05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크... 닭집 주인 가을산이라! ^^
 
 전출처 : 진/우맘 > 알라딘 뉴스레터 특별호 <마기자 비리, 이대로 좋은가>

 최근 알라딘이 비리의혹으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그 소문의 축에는 최근 알라딘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는 마기자(본명 : 마태우)가 있습니다. 마씨는 이전에도 "알라딘의 주식을 30% 가지고 있다"며 대주주 행세를 하고(참고로 알라딘은 아직 비상장이라고 합니다), 고객지원팀을 사칭하며 고객의 불만을 처리해 주겠다 장담한 후 감감 무소식인 등의 사기행각을 벌이고 다녔는데요, 최근 발행하는 알라딘 뉴스레터가 인기를 얻으면서 마씨가 언론의 힘을 이용해 개인 축재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부 소식통에 의하면, 마기자의 뉴스레터에 1면을 차지 하기 위한 몸싸움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서재인들은 마기자의 서재에 매일 출석 및 코멘트/방명록 도장 찍기로 자신의 얼굴을 최대한 알리고 있었는데, 최근 이 경쟁이 과열되면서 <유령 아이디 만들어 카운트 두 배로 올려 주기> <퍼가지 않아도 되는 페이퍼 무작위로 퍼가기> 등의 위법성이 농후한 행각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특히, 코멘트로 편지쓰기가 특기인 책먹는 나무(가명)와 책느타리(가명)는 최근 페이퍼에 누가 더 긴 코멘트를 쓰는가로 과열경쟁을 벌이다가 알라딘의 자객 폭스바간(가명)에게 "여긴 코멘트라고라고라~이렇게 마태우스님 글과 버금가게 써버림 페이퍼 주인은 섭하지요 ^^왜 그란당가요??" 라는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성상납 요구 제보>까지 들어와서 서재인들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거부했으나, 어렵게 만나 지면에 인용을 허락받은 조선여자(가명)님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안 된다고 했는데...흑흑흑. 한 번만 만나주면 뱀 꿈 이야기를 1면 top기사로 실어 주겠다고 하는 바람에....흑흑흑...." 조선여자님은 지금 심리적 충격으로 인해 요양 중이라고 합니다. 한 분의 말을 더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에, 제 남자친구가 마음에 든다고, 하루만 공유하자고 하더라구요! 제가 싫다고 했더니, 보복 조치로 마땅히 1면에 실려야 할 대작 기사가 마지막 페이지에 손바닥만하게 실렸습니다. 뉴스레터, 이래선 안 됩니다!"

서재의 얼굴인 뉴스레터의 집필인이 도덕성에 결함을 가지고 있어도 되는가에 대해, 지금 알라딘 측에서는 긴급 밤샘회의에 들어갔습니다만, 마기자가 일부 열혈 매니아를 거느린 거물인데다 자신의 책 <대통령과 기생충>을 꾸준히 구입하고 있는 플래티넘 고객인지라 대책 마련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뉴스레터 수습기자 진/우맘은 회의장 밖에서 <뉴스레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단신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상, 알라딘 뉴스레터 수습기자, 진/우맘이었습니다.  ----5월 4일 08:50

----------------------------------------------------------------------------------------------------------------------------------------

정정기사 :  방금 전, 08:50분에 배포되었던 <마기자 비리사건> 기사는, 도제형 교육 방식에 불만을 품은 수습기자 진/우맘이 마기자 제거를 위해 유포한 허위 기사임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진/우맘은 일주일간 뉴스레터 제작에 관여하지 못하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이 점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우맘 2004-05-04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기자님이 친히 퍼오시다니, 영광이옵니다! 영원히 님 밑에 수습으로 충성하겠습니다.^^
우주님, 우주님의 마기자 카테고리에도 퍼가요!!!

panda78 2004-05-04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하하하

연우주 2004-05-0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겠습니다! 충성!

마태우스 2004-05-0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재미있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가르칠 게 없으니 이만 하산하시죠! 라면도 다 떨어졌고 하니...
 

 

 

 

 

 

* 논쟁의 여지가 있는 글입니다. 반론 환영합니다!

-----------------------------------------------------------------

[나 역시 벌건 대낮에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마주쳐 지나오는 남자가 내 엉덩이를 만졌던 드런 경험을 해야 했다. (오래 버스를 타고 통학해야 했던 어린 시절엔 그보다 더한 경험도 했으나 말하고 싶지 않아 생략하겠다. 그리고 그땐 어려서 그게 뭔지도 몰랐었다.) 출신 여학교 앞에서 '노출증' 환자를 맞닥뜨렸던 경험도 비일비재하다]
[저희 학교도 골목길에 노출증 환자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왜 돌려차기나 우산으로 내려치기 뭐 이런걸 생각 못했나 아쉽습니다(이상 모 서재에서 퍼옴)]

이런 경험은 그리 드문 게 아닌지라, 내가 만난 여성들의 대부분이 변태를 만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내가 특별한 여자들을 만난 게 아니니-물론 내 주위엔 유난히 미인이 많긴 했다-이건 여성 대부분이 갖고 있는 경험으로 일반화시켜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소설가 하성란도 여고 때 통학 버스에서 비슷한 일을 수도 없이 당했다고 한다. 정말 궁금하다. 여자에게 자기 성기를 노출시키는 게 왜 기분이 좋은 걸까? 버스에서 욕먹어 가면서 남의 엉덩이를 만지면 과연 행복할까? 일곱 살밖에 안되는,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애를 희롱하고픈 마음이 드는 사람들은 어떤 인간일까.

언젠가 뉴스에 이런 기사가 나왔다. [30대 남자가 조깅을 하던 중 등교길의 여고생을 야산으로 끌고가 성폭행한 혐의로 붙잡혔다. 그 남자는 "한참 뛰는데 갑자기 음심이 발동해 그만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울먹였습니다] 세상에, 조깅 중에 그런 생각이 난단 말야?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에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호랑이를 우리에 가두어 놓는 것은 그가 자신의 공격성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 그렇다면 이 땅의 수많은 변태들이 자유롭게 길거리에서 활보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호랑이와 비교할 때 지나친 특혜를 주는 게 아닐까.

딴지일보의 모 여기자(여기자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가 길 한복판에서 자위를 하는 남자를 디카로 찍었다. 그걸 보면서 "너무 불쾌했다"는 그녀는 동영상과 함께 딴지에 기사를 올렸다. 난리가 났다. "인권침해"라는 지적부터 시작해 "그사람 가족이 그걸 보면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겠느냐"는 말, 그리고 그 여기자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수많은 답글들이 게시판에 깔렸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자"는 선동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자이크 처리를 하긴 했지만, 동의를 받은 건 아니니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녀가 그 동영상을 올린 건 뭇 여성들을 괴롭히는 변태의 실상을 알리고 대책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는가. 길거리에서 성기를 쥐고 흔드는 사람이 좀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행위가 보여진들 기분나빠할 것 같진 않지만, 거기 올라온 수많은 답글들 중 남자의 행위가 잘못되었음을 나무라는 글은 보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내 마누라 앞에서 그랬으면 반쯤 죽여 놓겠다"는 말만 있을 뿐, 남성들 대부분은 그 기자를 욕하기 바빴다.

"억울하면 너도 남자 앞에서 벗어라"고 하는 놈들까지 있는 걸 보면, 남자들 대부분은 변태로 인해 여성이 받는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전혀 모르나보다. 더 나쁜 것은 알려는 노력조차 없다는 것. 변태와 맞닥뜨린 경험은 어쩌면 그 여성에게 일생동안 지속될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런 행위에 대한 비판을 할라치면 남자들끼리 똘똘 뭉쳐 해당 여성을 공격하기 마련이다. 평소 인권에 대한 감각이 없던 사람들이 미성년자 성폭행자의 신상공개를 '인권침해'라고 비난하는 것도 그 여성이 겪은 상처를 너무 과소평가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어느 분의 말씀, "진화가 덜된 종족과 같이 사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물론 난 이분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 역시 진화가 덜된 종족이긴 하지만 말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nemuko 2004-05-03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다닐때 던킨에서 커피를 마시는중 한놈이 제가 앉은 유리창앞에 붙어서서 겉옷을 열고는 자위를 하더군요. 저랑 눈을 마주치면서요. 예전에 길에서 그런 놈을 못봤던건 아니지만 그렇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경우에는 불쾌감을 넘어서서 공포감까지 생깁니다.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는데 쫒아올까 무서워서 그러지도 못했구요. 그저 친구쪽으로 얼굴을 돌려서 못보는척 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러고도 한동안은 괜히 무서워져 그 근처에는 얼씬도 못했습니다. 이건 엄연히 폭력이고 범죄겠지요.

비로그인 2004-05-03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3년 12월 7일 토요일 가장 최근, 가장 심하게 당했던 일이 생각나네요.
지하철역이었고 앞에서 그 짓거리를 하며, 음란한 멘트를 날리면서 알짱거리면서 왔다갔다 했었죠 제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아예 한 걸음 씩 반경을 점점 좁혀 오더군요 .허 그래 너,,,, 사정권 안으로만 들어만와라..하고, 두꺼운 책 한 권 단단히 쥐고, 너 나한테 걸리면 니 그거 제 구실 못 하게 하고 말꺼라고 확 일어서는 순간 지하철이 오면서 그 놈 싹 돌아서서 사라지더군요.애이띠 1초만 빨리 일어날걸 하는 땅을 치는 안타까움과 모욕, 살의 수준의 분노를 거의 동시에 느꼈습니다. 오죽 했으면 날짜까지 분명히 기억하겠습니까 ?. 열이 너무 받아서 지하철 타서 신고 전화를 하니 전화 받은 여직원이 그러데요 저 혼자만 당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흥분하지 말라구요. 그 여직원 태도가 더 기막히고 웃기더군요. 마침 한참 열 받아 있는데 전화 온 어떤 남자아이에게 막 흥분하며 이야기했더니 그러더군요. "그러게 경찰에다 신고하지...." 쳇 자기 여자친구였으면, 뭐 그런 놈이 다 있냐 하며 길길이 뛰었겠죠 ? 그 놈에 비하면 학교 앞에서 일명 성환이, 바바리맨들은 고마운 편이죠. 겁주거나 놀래키면 지들이 더 놀래 도망가니까요. 어떤 넘은 예쁘게 보이고 싶은지 거기에다 파우더까지 바르고 있더군요. 존** 베이비 압축 파우더.... 그거 본 이후로 그 회사제품 찝찝해서 안씁니다. 치욕의 그 날 전, 제가 너무 짧은 스커트를 입었음이야라며 자책해야 했습니다. 무릎선 기껏해야 5-6센티 겨우 넘긴 치마 입고 그런 자책을 해야 했다니깐요. 말이 됩니까 ? 그리고 가방에 재단용 가위라도 하나 가지고 다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내 앞에서 그 짓거리 또 해봐라 난 특대 싸이즈 재단가위로 협박할테다 하구요. 어쩔 땐 걔네들도...참... 왜 그러고 사는지 불쌍합니다.
아.....흥분했더니 코멘트가 깁니다. 그리고 궁금합니다.
그런 상황을(모르는 여자=자신과 상관없는 여자가 모욕당하고 있는 상황) 남자가 목격한다면 저지해줄 용기가 있는지요.

겨울 2004-05-03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권침해라는 단어가 저 경우에도 쓰일 수가 있는건가 의아스럽습니다. 그 상황에 디카를 들이댄 여성의 용기와 대담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데요. 다수의 남자들이 이상성욕자에게 관대한 이유는 다수의 남자들의 내면에 행위가 되지 못한 무수한 변태적 상상들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갈대 2004-05-03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반박을 하지 않기에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변태들이 진화가 덜 되서 변태짓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진화가 덜 됐다는 생각은 자칫 우생학이라는 비극으로 빠질 수 있음을 우선 지적하고 싶습니다. 사실 가장 발전한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과 아직도 석기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유전적인 차이는 전혀!!!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오히려 오지에 사는 사람들이 생존을 위협하는 수많은 원인들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5-6시간씩 tv앞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문명인들보다 지능이 더 높으면 높았지 낮지는 않습니다.

갈대 2004-05-03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변태는 사회적 병폐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예로 성관계가 자유로운 부족 사람들은 성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변태도 없습니다. 변태는 오히려 성을 억압하고 죄악시하는 사회에서 나타납니다. 프로이드의 설명을 빌리자면 억압된 자아가 병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변태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p.s 제가 변태를 옹호하자는 것은 절대 아님을 알아주시리라 믿습니다^^;

마립간 2004-05-03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교해부학을 배울 때 여성이 남성보다 더 진화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 받았습니다.

로렌초의시종 2004-05-04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삼 확률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네요 전 아직 그런 경우를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어서......

가을산 2004-05-04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저도 다른 페이퍼 코멘트에 제가 상투적으로 써오던 '진화가 덜 된 자들과 사는게 피곤하다'는 말을 쓴 적이 있어서 괜히 발이 저려 그러는데요... 제가 말한 진화가 덜 되었다는 것은 물론 석기시대를 지칭한 것이 아니었구요... 대부분의 경우 욕망의 절제와 합리적인 판단에 따른 행동이 결여된 인간군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욕망의 절제와 합리적인 판단에 따른 행동'이라는 것이 버겁지 않을 사람 하나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혹시라도 몇천, 몇만년 후가 되면 지금의 미혹한 인류를 불쌍게 생각하는 후손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갈대 2004-05-0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체적인 진화는 진행중이라지만 정신적인 진화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마립간 2004-05-04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 볼만한 책 : FBI 심리분석관 (로버트 K 레스러 & 톰 샤흐트만 저/황보석 역/미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