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5월 14일(금)
누구랑: 신촌파 친구들과
마신 양: 소주 한병에서 조금 더...
부제: 술자리에서
1. 로즈데이
어젠 로즈데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밤늦게까지 길거리가 사람들로 넘쳐났고, 걔중에는 화려한 꽃을 든 여자들도 많았다. 2월, 3월에 이어 솔로들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날이 하루 더 생겨버린 느낌. 뒤늦게 알긴 했지만, 난 잽싸게 장미꽃 두 개를 사서 여자친구 둘에게 선물했다....
2. 정치
친구들은 나까지 모두 6명인데, 나만 빼곤 모두 탄핵에 열광했던 애들이다.
A: 민아, 넌 좋겠다? 노무현 돌아와서.
B: 그러게. 좀 up 되어 보이잖아? 난 A 말만 듣고 한가닥 희망을 가졌는데.
C: 그정도 문제를 일으켰다면 스스로 물러나야지!
D: 야, 이러다 민이 삐지겠다.
나: 괜찮아. 복귀했으니까 이제 관심 끄고 술만 마실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조금은 갑갑했다. 정치성향이 달라도 친구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좀 힘든 일이다.
3. 식사량
신촌 고기집에서 먹은 삼겹살은 정말 환상이었다. 맛있으면 물불을 안가리는 나, 고기 중 절반 가까이를 먹은 것도 부족해, 볶아주는 밥의 대부분을 먹어치웠다. 근데 한명이 냉면을 먹는 모습이 부러워 한젓가락만 달라고 했더니 대뜸 하나를 시킨다. 겨우 다 먹긴 했지만, 이것들은 내가 씨름선수만큼 먹는 줄 안다니까.
물론 계기는 있다. 같이 강원도에 놀러 갔을 때다. 점심으로 수육을 먹고 막국수를 기다리는데, 그거만 먹자니 배가 허할 것 같았다. 그래서 부득부득 우겨서 백숙을 시켰다. 30분쯤 걸린단다. 그사이 막국수가 나오고, 애들은 그걸 먹고 다 배부르단다. 사실 나도 그랬다. 슬그머니 걱정이 되어 B에게 물었다."너 닭좀 같이 먹어주라"
B: 시러. 난 배불러.
C: 국물만 먹을게.
D: 알았어. 먹어줄게.
막상 나온 닭을 보고 난 기절할 뻔했다. 닭이 아니라 거의 칠면조 수준, B가 신났다.
"민아, 너 이제 어떡하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리 하나를 뜯었다. 거의 사람 다리만하다. 억지로 두 개를 먹고 나자빠져 버렸다. A의 말, "다리 두 개 먹었으니 뭐 반은 먹은거네"
돈을 낸 C는 "너 땜에 예산이 초과됐잖아!"라고 투덜댔고, 같이 먹어주기로 한 D는 단 한점의 살도 안먹은 채 "닭 진짜 크다"만 연발했다. 그날 이후 애들은 모이기만 하면 닭 얘기를 하고, 나에게 "한그릇 더!"먹으라고 선동을 해댄다. 무슨 차력사가 된 기분이다.
어제도 그 선동에 밀려 너무 많이 먹었더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오죽하면 2차 가서 맥주를 100cc도 못마셨고, 소주 한잔 더하자는 것도 거절했다....
3. 이쁜 여자
난 이쁜 여자를 보면 '미녀다!'라고 한다. A는 깜찍이라고 하며, B는 훌륭한걸(girl), C는 이쁜이라고 한다 (D, E는 여자다). 뭐라고 부르던 나랑 A, B, C가 이쁜 여자를 동경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맥주집을 나와서 A가 가자는 '레드망고'를 갔다. 팥빙수집인데, 거길 간 이유는 하나였다. '물이 좋거든!'
딱 들어가니 정말 젊은 여자 천지다. 자리가 날 때까지 30분은 기다렸을거다. 그동안 거길 둘러본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한다. "완전히 어항이네!!!"
위치를 알았으니 담부터 3차는 무조건 <레드망고>다.
4. 유부녀 D
D는 대책없는 시어머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시어머니가 오셔서 옷장을 뒤지면서 "비싼 옷이 많다"고 야단을 친다든지 하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두 시달려서 그런지 D는 우울증으로 정신과 신세를 지기도 했는데, 한번 싸우고 난 뒤부턴 그래도 사람 사는 것처럼 산다고 한다. 그 얘기를 하면서 복받쳤는지, 소주를 벌컥벌컥 마신다.
"나 오늘 소주 처음 마셔! 근데 너무 달고 맛있다!"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우리 남편이 나한테 잘해야 돼! 맨날 시어머니 편만 들어 날 힘들게 했잖아!"
결국 맛이 간 D는 꼬장을 부리기 시작한다. <레드망고>에서 있다가 갑자기 산책을 하고 싶단다. 걱정이 되어 뒤따라갔더니, 날보고 놀란다. "어머, 민아! 다른 애들은 다 어디 갔어? 다 갔나봐? 의리없게.."
슈퍼 앞 난간에 주저앉기도 하고, 내가 사준 장미꽃이 부러지자 붙이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등 귀여운 꼬장을 부렸다. 그래도, 우리를 알게 되어 너무 좋다는 그 말은 진심이겠지? 나도 물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