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난 그걸 이용해서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해볼 생각을 했다. 가뜩이나 할 일 없는 공보의 시절이었으니... 맨 먼저 한 게 누구 전화가 잘터지나 게임. 한명의 전화번호를 누른 후, 신호에 맞춰 통화 버튼을 동시에 누른 다음, 전화가 연결되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 (진 사람은 "통화중이오니.."라는 멘트가 나온다). 500원씩 걸고 했었는데, 그걸로 돈을 따진 못했던 것 같다.

두 번째로 한 장난은 내게 내재된 악마성이 표출된 그런 장난이었다. 몰래 전화를 건 다음, 받으면 그대로 끊어 버리는 것. 전화가 걸려온 사람이 갑자기 밖으로 나가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는 걸 보고 즐거워했던 걸 보면, 확실히 내겐 악마성이 있다. 나중에 대중화된 이 놀이를 나 혼자만 생각해 냈다고 믿진 않지만, 적어도 내 주위에서 이 장난의 효시는 나였다. 회식 도중 우리 지도교수한테 그 장난을 한 적도 있다. 그러자 우리 지도교수는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어? 누구지?" 사모님한테 전화를 건다. "여보, 당신이 전화했어? 이상하다..." 큰딸에게 전화한다. "xx아, 니가 전화했었니?" 둘째딸, "너도 아니야? 그럼 누구지?"]
장난 한번에 무려 세통화, 네통화를 거시는 게 미안해서, 그 선생님께는 더 이상 장난을 하지 않았다.

세 번째 장난은-다른 데서 배운 건데-메시지를 이용해서 장난을 치는 거다. 다음과 같은 글귀를 문자로 친다.
[승인번호15842]
확인시 21000원이 결제됩니다. 확인을 눌러주십시오.

시간이 걸리지만, 좀더 그럴듯하게 하려면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
[759994] 승인번호
결제창에 입력시 정상결제 됩니다
[25400] 결제금액 teledit.com

오늘 아침, 기차에서 심심해서 이 메시지를 친구한테 보냈더니 이런 반응이 온다.
"나보고 돈보내라고? 실수지? 아니면 연락 줘"
후후, 귀여운 녀석. 혹시나 해서 심복한테 보내봤더니 역시나 무지하게 놀라면서 전화가 온다. "무슨 일이어요? 저더러 돈내래요!"

이런 것도 괜찮다.

음성메시지
5/19 13: 42

확인 *88

장난친 걸 알아내면 웃고 마는데, 좀 근엄한 사람한테 이런 장난을 치면 안된다. "그렇게 할 일이 없냐?"는 핀잔을 들을 테니까.

또다른 장난은 목소리를 이용한 거다. 전화가 걸려왔을 때, 매우 특이한 목소리를 내는 것. 난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 "여보세요?"라고 하는데, 그 경우 건 사람은 당황해서 "서민 씨 핸드폰 아니어요?"라고 한다. 그럼 "네, 선생님 바꿔드릴께요"라고 한 뒤 원래 목소리로 "어, 나야"라고 하는 것. 하두 그랬더니 요즘은 잘 안속는데, 예전엔 "그여자 누구야?"라며 추궁하기도 했다.

적다보니 난 정말 할 일이 없는 놈 같다. 하지만 장난이 없으면 이 세상이 너무 삭막하고, 이런 장난들은 상대에게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히지는 않으니 너그럽게 양해되지 않을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장난을 위해 난 오늘도 머리를 굴린다. 사각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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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5-1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 잡담으로 옮기세요^^ 그리고 장난기가 우글우글하군요..
우리재진이가 슬랩스틱 섞어가며 주변을 웃기려고 애쓰는데..크면 마태우스님처럼 장난칠듯 싶네요..

마태우스 2004-05-1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지적해 주셔서 감사. 재진이가 세상에 미소를 주는 사람으로 자라길 빌께요.

아영엄마 2004-05-19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전화 장난 Oh No~
저 같은 사람은 그런 메시지 날아오면 진짜인줄 알고 한참 고민합니다. ㅜㅜ;
제가 고지식-또는 융통성 0점-한 탓인지 장난이나 농담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sweetmagic 2004-05-19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도 장난 무지하게 좋아하는데...전 당하면 복수장난으로 꼭 응징합니다 ~

2004-05-19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5-19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4-05-19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회식때 앞자리 사람에게 전화해서 술잔 비었다고 따라달라고 하거나,
진료실에서 바로 문밖 접수실의 간호사를 몇 번 불러도 대답을 안하면 전화해서 용건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

책읽는나무 2004-05-1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것이 마태님것보다 한수위인것 같네요..ㅎㅎㅎ

그리고...여자목소리 흉내....속을것도 같아요...
마태님의 목소리가 변성기가 덜지난 목소리 같아서 여자목소리 흉내내면......음....
안봐도 비디오입니다...ㅎㅎㅎ
하여튼...재밌었습니다...^^
나도 한때는 문자메세지 장난 좀 쳤더랬는데...요즘은 그냥 조신한(?) 아줌마로 살고 있습죠!!
대신 한달전 만우절날엔....
울신랑에게 문자를 날렸습니다.."사랑해~~~"라구요!!..ㅎㅎㅎ

starrysky 2004-05-19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장난은 아니고, 제 심각한 게으름 때문에 전화를 이용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동생이 지 방에서 오디오를 너무 크게 틀어놨거나 문을 열어놓은 채 친구랑 신나게 수다를 떠는 경우, 굳이 일어나 걔 방까지 가기가 귀찮으니까 전화를 걸어 "야! 조용히 해!"라고 소리친 후 뚝! 아래층에 계신 엄마한테 전화 걸어 "엄마, 가스렌지에 뭐 올려놓은 거 아냐? 타는 냄새 나.. -_-"
흑, 저 너무 게으르죠.. ㅠㅠ

메시지 2004-05-19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술집에서 주문할 때 가끔 가게로 전화해서 "5번 테이블에 주문받으세요."라고 하죠. 물론 옆이나 앞사람의 전화를 급하게 쓸데가있다며 정중하게 빌려서....

비로그인 2004-05-19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님과 가을산님 세상에...그런면이 있으시다니...으흠...달리들 보이십니다. ^^ 그리고 마태우스님 그여자 누구야 추궁하는 친구! 님을 우롱하는게 아닐까..없는줄 알며서 일부러 그런다는 생각이 강해지는군요. 우헤헤헤~

마태우스 2004-05-1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바겐님/아닙니다. 제 목소리가 워낙 감쪽같습니다!
메시지님/님도 참... 대단하시군요.
starry sky님/후후, 다들 한가지 씩 추억이 있으시네요?
가을산님/님한테...졌습니다...
sweetmagic님/그 말을 들으니 님에게 꼭 장난을 쳐야겠다는 생각이..
아영엄마님/역시 미인은 순진하다니까^^

아영엄마 2004-05-19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어째 글이 안올라오고 조용한 것이, 또 무슨 엄청난 글을 써서 올리시려고 잠잠하시나요? 그나저나 갑자기 마을에 분 누드 열풍 때문에 진/우맘님 서재는 불이 나던데... 위협을 느끼시고 대응책을 강구하고 계신가요? 왜 남자애들은 어릴 때 확~ 벗겨 놓고 찍는지, 왜 그걸 내놓고 자랑하는지에 대해서 논문 하나 써서 발표하시죠? ^^;;

마태우스 2004-05-20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예리하시군요... 안그래도 준비 중입니다.

ceylontea 2004-05-20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도 대단하신데.. 메시지님이 더 대단하신 것 같아요...옆 또는 앞 사람 전화를 빌려서 전화하신다니... 우와...
 

 

 

 

 

 

어릴 적, 여자애들의 치마를 들추는 애들이 있었다. 이미지 관리에 열심이었던 난 한번도 그런 일을 하지 못했지만, 치마 속에 도대체 뭐가 있는지 궁금하긴 했다. 내가 그런 장난을 좋아했던 친구를 추종했던 건, 욕은 친구가 먹고 기쁨은 같이 누리고픈 음험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도 난 선생님의 치마 밑을 보고픈 욕망에 시달렸지만, 특유의 소심증 때문에 다른 애들의 경험담을 듣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나이가 들어도 그건 마찬가지인가보다.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신의 능력을 갖게 된 짐 캐리는 지나가던 여자의 치마를 들추며,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류승범도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 여자에게 장풍을 쏜다. 하지만 어릴 적과는 달리 지금은 여자의 팬티를 맘만 먹으면 볼 수 있다. 축 내려간 골반바지는 여자의 팬티를 드러내 주며, 거기에 더해 허리까지 구부리면 팬티의 4분의 3 정도는 볼 수 있다. 치마는 또 얼마나 짧은지, 마음만 독하게 먹는다면 지하철에 앉은 여자의 팬티를 보는 건 일도 아니다. 아쉽게도 난 더 이상 팬티에 열광하지 않게 되버렸지만.

우리나라에서 미니스커트를 가장 먼저 입은 사람은 윤복희라고 한다. 그 당시 정서로 보아 미니스커트는 혁명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박정희는 미니스커트를 단속했고, 길거리에서는 자를 가지고 무릎 위부터 치마 밑단까지 길이를 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게다. 미니스커트가 없는 거리, 그런 거리를 지나간다면 걷는 재미가 하나도 없었을게다. 그래서 난 감사한다. 늘씬한 다리를 뽐내며 걷는 여인들에게, 그리고 내가 그 시대에 살지 않게 해준 신에게.

90년대 초반, 이윤석과 서경석이 "그렇게 깊은 뜻이"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데뷔했다. 그때 한 프로 중 하나가 배꼽티와 똥꼬치마였는데, 그들은 그 둘을 무지하게 비난했다. 그게 마돈나가 입은 건데, 따라할 걸 따라해야지 왜 그딴 걸 모방하냐, 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얼마 안되어 배꼽티는 대세가 되었고, 난 치마 위로 드러난 여인의 배를 보면서 더더욱 감사드리고 있다. 조금 있으니 '나시'라고도 하는 민소매 옷이 등장해 여인들의 어깨를 마음껏 볼 수 있게 되었고, 짧은 바지에 가슴이 보일랑말랑 하는 과감한 옷까지 나와 눈이 핑핑 돌 지경이 되었다.

세월이 좀 흐르니, 당시로선 혁명적이던 야한 옷들이 이젠 당연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예전만큼 기쁨을 주지는 않는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여인들의 옷은 언제까지 줄어들 것인가. 아니, 여인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보여줄 것인가? 아무리 보여준다 해도 가슴과 아래는 가려야 할 테니, 아무리 나가도 비키니 이상은 불가능할 것 같다. 추세로 보아 비키니 차림의 여인들이 거리를 걷는 그날이 오긴 올 것 같다. 하지만 해수욕장에서 비키니를 보는 게 하나도 야하지 않듯이, 그 효과도 그리 오래 가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비키니 다음이 있을까?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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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19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만 구하면 모든게 충족되지 않나요?? 으흠... ^^:::

다연엉가 2004-05-19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이제는 님도 나이가 들었는가 봅니다. 한때는 짧은 치마만 봐도 가슴이 울렁거리고 살짝 튀어나온 팬티만 봐도 얼굴 붉어지는 그 시절이 있었지요.^^^^^^^^

sweetmagic 2004-05-19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혹자는 바디페인팅의 시대를 얘기 하기도 하죠,,,,,,
바디 페인팅 해주는 건 재미있을 것 같은데...하기는 싫다는...

비로그인 2004-05-1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노출이라~ 넘 나라 이야기군요...전 되도록이면 꽁꽁 싸매고 두르고 다니는 편이라...-.-;

마태우스 2004-05-1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바겐님/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좀...
책울타리님/무슨 말씀이십니까. 하두 마니 봐서 가슴이 안뛴다는 얘깁니다^^ <--믿진 마세요
sweetmagic님/어머나 님이 제 서재에 와주시다니, 너무 기뻐요!! 전 제 손등에 낙서를 많이 하지만, 페인트는 싫다는...
냉열사님/흐음...그러시군요. 운동신경도 있으신 분이 어이하여 그러십니까

진/우맘 2004-05-1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브라...시스루(천을 통해 살결이 비춰보이는)...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생각만해도 코피가...(어? 코피? 그건 보통 남자들이 흘리는건데.^^;;;;)

2004-05-19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 타란티노의 <킬빌>을 보지 않았다. 1편을 보고나면 2편이 기다려질까봐서다. 얼마 전, <킬빌 2>가 개봉되었다. 그래서 난 지난 일요일 비디오로 킬빌 1을 보고, 영화로 2편을 보자는 깜찍한 아이디어를 세웠다. 하지만 시간이 안맞는 바람에 영화 보는 건 다음으로 미루고 1편만 비디오로 봤는데, 어찌나 재미있던지 안봤으면 후회할 뻔했다. 타란티노.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그의 영화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우마 서먼, 남들은 그녀가 몸매가 죽이니, 미모가 뛰어나니 하는 말들을 하던데, 난 잘 모르겠다. 눈이 풀려 보이는 여자는 안젤리나 졸리로 족하다. 그녀 대신 난 미녀삼총사에 나왔던 루시 류를 더 좋아하는데, 악당 두목으로 변신한 그녀는 여전히 이뻤다.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남들이 한번씩 다 썼을테니 딱 한 대목에 대해서만 쓰겠다. 보스의 윤리에 관한 거. 복수를 위해 루시 류의 회식자리에 온 우마 서먼, 그녀의 목적은 단지 루시 류를 죽이는 거였다. 류는 처음에 보디가드들을 잔뜩 내보내지만, 우마서먼의 현란한 칼솜씨에 모두 쓰러진다. 실력이 보통이 아닌 걸 알았다면 자신이 나서야 할테지만, 류는 자신의 에이스 보디가드인 고고를 내보낸다. 표정부터가 심상치 않은 고고는-<배틀로얄>에서도 나왔다고 하는데, 분위기가 있어 보인다-쇠공을 휘두르며 우마서먼을 위기로 몰아넣지만, 마무리가 부족해 역습을 당하며 죽고 만다. 이 대목이 아쉬운 부분이다. 루시 류가 그토록 아꼈다면 혹시라도 자신이 질 가능성에 대비, 살려뒀어야 하는 게 아닌가. 류가 죽고 나서도 조직은 굴러가야 하니까. 좋다. 이것도 그냥 이해하자. 루시 류한테 우마서먼이 한판 뜨자고 할 때, 차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나더니 류의 부하들 수십명-한 88명은 되어 보였다-이 떼로 몰려온다. 초고수에게는 인해전술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상식적인 얘기, 진정한 보스라면 '너희들 상대가 아니야. 물러서!'라고 했어야 한다. 하지만 류는 싸늘하게 웃으면서 부하들의 족수를 믿어 버리는데, 결과는 물론 전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의 죽음은 개죽음일 뿐이다. 류만 죽인다면, 어쩔 수 없을 때만 살생을 하는 것으로 전형화된 주인공인 우마 서먼은 그들을 내버려두고 자신의 갈길을 떠날 것이었다. 바퀴벌레가 쎄다지만 아무리 떼로 몰려와도 나한테 당해낼 수는 없다.....아니다. 바퀴벌레는 좀 그러니 개미로 바꾸자. 개미 300마리가 몰려온다 해도 내가 눈하나 까딱할까? 한번에 수십마리씩 열 번 밟으면 끝난다. 이런 허무한 죽음, 루시 류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조직을 절딴내 버린 것이다. 보스는 이래서는 안된다. 힘을 빼게 해서 싸울 때 좀 유리해 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겠지만, 그 조그마한 실리에 비해 희생이 너무 크지 않았는가? 자신의 안위보다 조직의 안전을 더 생각하는 보스, 그런 보스야말로 제대로 된 보스인 것이다.

킬빌 2를 본 사람 중 호평을 쓴 사람이 별로 없다. 어떤 분의 말에 의하면 킬빌 2에서, 주인공이 복수를 결행한 동기나 그밖의 일들이 너무 보잘 것 없어 웃음만 나왔다고 한다. 속편이 1편보다 재미없는 일은 너무 흔한 얘기지만, 이 영화만큼 그런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매트릭스 2>가 재미 없다고 안볼 수는 없는 노릇, 보잘 것 없는 동기라 할지라도 난 보고야 말 생각이다. 학문적 호기심을 이렇게 가졌다면 운명이 달라졌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만 집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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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side 2004-05-19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마태우스님 말씀 들으니 일리가 있군요. 조직에 위해한 말 한마디를 했다는 이유로, 부하의 목을 베어버리는 보스였건만. 훨씬 큰 위협 앞에선 부하들을 모조리 희생시켰네요.
허나 영화 만드는 타란티노로선 어쩔 수 없었을 거에요. 그의 영화는 마치 전자 오락 같거든요. 끝도 없이 몰려오는 잔챙이 적들을 죽여야 겨우 보스가 나오는 겜을 한 판 할 수 있습니다. 중간 보스가 나오는 겜을 몇 판 더 끝내야 겨우 '빌'을 만날 수 있겠죠. ^^

sweetmagic 2004-05-19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킬빌을 못 봤습니다. 무삭제판 구하면 그때 보려구요 ^^ 가위질 된 거 싫어요.
특히 킬빌 한국판은 가위질이 많이 되었다던데.... 일본판이라도 구해 보려구요...자막도 같이..언어가 자유롭지 못 한게 참 한스러워요....학문적 호기심을 이렇게 가졌다면 운명이 달라졌겠지만에 처절한 동감 ㅠ.ㅠ;;;;;;;;;;;;;;;;;;;;

마태우스 2004-05-1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nnyside님/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영화라서 그런 것 같군요. 하여간 어찌나 피가 튀고 그러는지, 속이 좀 울렁거리기까지 했어요.
sweetmagic님/어머나, 제 서재에 와주시다니. 반갑습니다. 전 무삭제판은 못볼 것 같습니다....

H 2004-05-30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리야마 치야키... 그녀

배틀로얄에서
내 존재를 걸고 널 부정하겠어 라고 말한 육상부 애 아니였나요???
 
국민으로부터의 탈퇴 - 국민국가 진보 개인, 반양장
권혁범 지음 / 삼인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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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범은 참 괜찮은 사람이다. 난 내 스승인 강준만을 통해 권혁범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 강준만은 권혁범의 민족주의 비판을 이렇게 비판했었다.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탈민족국가를 주장하는 것은 제3세계 지식인의 슬픈 운명이다"
스승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그 당시, 강준만의 한마디는 내게 빛이고 진리였다. 그래서 난 권혁범이 나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저작들을 읽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내가 그에게 특히나 열광한 것은, 월간 <말>에 연재된 '남성깨기'였다. 그 연재물에서 권혁범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여성 죽이기'를 비판했는데, 그걸 읽으면서 속이 다 시원했다. 이 책에서도 그는 진보남성들의 마초적 사고를 비난한다.
[그들은 과연 여성주의에게 말 걸고 있는가? 오늘날의 한국 남성이 만들어내는 현실 및 지식인 담론이 보여주는 것은 여성주의에 대한 아주 저급한 수준의, 또는 적대적인 이해다...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대화하고 건전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자기 착각 혹은 나르시시즘적 최면 속에 빠진 강자들의 오만함과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왜 진보 남성들은 유독 여성 문제에 대해서는 그토록 무지하고 몰상식한 것일까?(243쪽)]

물론 이 책은 여성주의에 대한 책은 아니다. <국민으로부터의 탈퇴>라는 제목처럼, 저자는 우리에게 뿌리깊게 각인된 국가주의의 위험에 대해 저자는 끊임없는 각성을 촉구한다. 왜? "일단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국민의식이 자리잡을 때 거기서 개성적이고 독자적인 개인의 삶과 자유가 피어나기 어려워"지니까. 우리가 한바탕 축제를 벌였던 2002년 월드컵의 붉은 물결도 그 증거란다. 재미로 노는데 뭐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하겠지만, 언론 보도와 달리 그걸 지켜보는 상당수 외국인들은 "붉은 악마 현상을 이해하지 못했고, 전율하거나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이효순의 말이다. "만약 일본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일장기를 몸에 휘감고 대일본국을 외쳤다면 우리 사회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도 생각해 볼 만하다"

그당시 우리는 하나가 되는 것에 감격했지만, 그건 바꿔 말하면 하나가 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배제를 뜻했다. 어느 혼혈 가수는 한미전에서 누굴 응원할 거냐는 질문공세에 휘말렸고, 나 역시 스페인전의 승리가 편파판정 덕이라는 친구에게 "너 일본 사람 아니냐"는 폭언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외친 '대한민국' 속에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이주노동자들이 설 땅은 없었을게다. "혼연일체를 요구하는 논리에 의해 이익과 도덕적 정당성을 얻는 것은 항상 지배층"이며, 그들은 "이런 이벤트를 통해 사회의 모든 갈등을 은폐하며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자 한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당시 우리 사회의 캐치프레이즈였던, "이 국민적 에너지를 창조적 에너지로 바꾸어 국민통합과 국가 경쟁력 제고의 큰 계기로 삼자"는 어처구니없는 말이 왜 그때는 당연하게 들렸을까.

"우리가 서구적 근대국가의 모습이나 근대적인 정체성을 최종적이고 이상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면 오히려 그것은 폭력, 차별, 억압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될 수 있다(58쪽)"라고 하는 권혁범이 있기에, 우리 사회의 앞날은 그리 어둡지많은 않을 것 같다. 비록 우리가 국가주의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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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5-1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 일주일만에 리뷰를 썼다. 이번달은 아무래도 가장 책을 적게 읽은 달로 기록될 것 같다. 으흐흑.

마태우스 2004-05-18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자기 글을 자신이 추천할 수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추천 버튼이 없어져 버렸다. 아쉽긴 하지만, 내가 내 글을 추천했다는 오해는 받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다. 안그랬으면 <성에>에 어느분이 해주신 추천이 내 소행으로 오인될 뻔...호홋.

진/우맘 2004-05-18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의 막가파 리뷰가 인기를 얻고 있던걸요? <환상의 책>도 그 옛날 오명을 씻고 네 분인가...추천하셨더라구요.^^

책읽는나무 2004-05-23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자신이 자신글을 추천할수 있었어요??
몰랐어요..........ㅎㅎㅎ
 

 

 

 

 

 

학생들과 술을 마시는데, 예과 1학년 애가 이런다.
"혹시 내일 의학개론 강의 있지 않으세요? 오늘 오신 선생님이 내일은 기생충이니, 재밌겠다고 하시던데"
갑자기 술이 확 깼다. 내가 내일 강의던가? 담당조교 선생의 연락처를 수소문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오늘은 서울서 중요한 약속이 있어 출근을 안하고 개겨보려 했는데, 일단 학교를 와야겠구나... 난 손등에다 큼지막하게 '강의'라는 두글자를 써 넣었다.

아침에 일어나 알라딘에 코멘트를 열심히 달다가, 손등에 있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 강의!'
예전에 보낸 메일을 뒤져보니 강의 시간표가 첨부되어 있다. 클릭했더니 한글 2002라 파일이 깨진다. 담당조교의 전화번호가 있기에 전화를 걸었다. 연락이 안된다. 에잇, 할 수 없다! 연락을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뒤, 짐을 챙겨들고 기차역으로 가 입석을 끊었다. 문가에 서서 잽싸게 강의준비를 했다. 기차가 수원에 도착할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의예과 조교란다.
나: 제가 오늘 강의던가요?
조교: 아닌데요.
나: 그럼...제 강의는 언제죠?
조교: 학기초에 강의 하셨잖아요.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난 이미 강의를 했었다. 심지어 시험문제까지 전해주지 않았던가. 그걸 어떻게 까먹을 수가 있지? 나같은 사람을 위해 담당조교가 수업 며칠 전에 미리 연락을 취해 주는 게 아니겠는가.

잽싸게 수원에 내렸다. 서울행 기차를 기다리며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빵을 한입 물고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갑자기 삶의 회의가 밀려온다. 다들 바쁘게 사는데, 난 뭐란 말인가.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잘릴 날을 하루하루 기다리며 살아가는 내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맨날 술이나 먹고, 바지는 88도 안맞고... 목이 메어 빵이 잘 안넘어가는 와중에 전화가 왔다. 모교에 있는 심복이다.
"오늘 X선생님이 술 한잔 같이 하잡니다. 꼭 연락하라고 해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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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1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에게는 서재가 있잖아요.
그리고 열혈 팬클럽이 있잖아요!!!!

연우주 2004-05-1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열혈 팬클럽!!!! ^^

호랑녀 2004-05-18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닭이 뭐 어쨌다고 왜 닭만 갖구 그래요?
나 => 닭띠 ^0^

sweetmagic 2004-05-18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조교로 쓰시죠 ㅋㅋㅋ.
저는 교수님 하루 스케쥴 관리는 물론이고 체형을 비롯한 외모 관리, 인적 관리까지 해 드리고 있는데~~ ㅎㅎㅎ

진/우맘 2004-05-1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스윗매직님, 정녕 외모 관리까지 된단 말입니까?!
마태님, 스윗매직님을 조교로 쓰시면 허리 사이즈 30으로 줄일 수 있다는뎁쇼?

플라시보 2004-05-18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를 어째요 님. 술을 많이 드셨나봐요. 쯔쯔. 수원까지 다녀오시다니 고생이 많으셨어요. 그래도 강의에 대한 열정이 있으니 그런거겠죠. 님의 학생들은 행복하겠어요.^^

다연엉가 2004-05-18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바빠서 읽지 않았습니다만...저두 닭띠...나중에 읽어야지..

다연엉가 2004-05-1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나중에 읽을려고 하다가 짧아서 읽었습니다..
하하하하>>> 눈물로 씹는 빵맛(말이 왜이렇노)
그래도 우리가 있지 않습니까요!!!!!

아영엄마 2004-05-18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마태우스님.. 벌써 건망증끼가...
생각할거리가 많아서 머리 속이 복잡하다 보면 그런 일이야 살면서 점점 많아질것이니
너무 절망(?)말고 기운내세요..그리고 머리 나쁘면 '닭대가리'라는 표현을 쓴다고 이 책을 고르신 모양인데... 닭보다는 물고기가 더 머니 나쁘지 않나요? ^^;; 고등학교때 선생님이 "붕어 아이큐"라는 말을 잘 쓰셨는데...

비로그인 2004-05-18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 땐 위로를 해야하난요? 놀려야 하나요? 88도 안맞으면서!!

책읽는나무 2004-05-18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이를 어째??
우째쓰까??
그래서 마태님이 아침에 그유명한 눈물젖은 빵을 드셨단 말입니까??
손등에 쓴 '강의'는 다 지워졌나요??
그래도 매사에 열정적인 마태님은 분명 짤리진 않을꺼란 확신이 드네요!!
알라딘에 계속 일해도 괜찮겠어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