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난 그걸 이용해서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해볼 생각을 했다. 가뜩이나 할 일 없는 공보의 시절이었으니... 맨 먼저 한 게 누구 전화가 잘터지나 게임. 한명의 전화번호를 누른 후, 신호에 맞춰 통화 버튼을 동시에 누른 다음, 전화가 연결되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 (진 사람은 "통화중이오니.."라는 멘트가 나온다). 500원씩 걸고 했었는데, 그걸로 돈을 따진 못했던 것 같다.
두 번째로 한 장난은 내게 내재된 악마성이 표출된 그런 장난이었다. 몰래 전화를 건 다음, 받으면 그대로 끊어 버리는 것. 전화가 걸려온 사람이 갑자기 밖으로 나가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는 걸 보고 즐거워했던 걸 보면, 확실히 내겐 악마성이 있다. 나중에 대중화된 이 놀이를 나 혼자만 생각해 냈다고 믿진 않지만, 적어도 내 주위에서 이 장난의 효시는 나였다. 회식 도중 우리 지도교수한테 그 장난을 한 적도 있다. 그러자 우리 지도교수는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어? 누구지?" 사모님한테 전화를 건다. "여보, 당신이 전화했어? 이상하다..." 큰딸에게 전화한다. "xx아, 니가 전화했었니?" 둘째딸, "너도 아니야? 그럼 누구지?"]
장난 한번에 무려 세통화, 네통화를 거시는 게 미안해서, 그 선생님께는 더 이상 장난을 하지 않았다.
세 번째 장난은-다른 데서 배운 건데-메시지를 이용해서 장난을 치는 거다. 다음과 같은 글귀를 문자로 친다.
[승인번호15842]
확인시 21000원이 결제됩니다. 확인을 눌러주십시오.
시간이 걸리지만, 좀더 그럴듯하게 하려면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
[759994] 승인번호
결제창에 입력시 정상결제 됩니다
[25400] 결제금액 teledit.com
오늘 아침, 기차에서 심심해서 이 메시지를 친구한테 보냈더니 이런 반응이 온다.
"나보고 돈보내라고? 실수지? 아니면 연락 줘"
후후, 귀여운 녀석. 혹시나 해서 심복한테 보내봤더니 역시나 무지하게 놀라면서 전화가 온다. "무슨 일이어요? 저더러 돈내래요!"
이런 것도 괜찮다.
음성메시지
5/19 13: 42
확인 *88
장난친 걸 알아내면 웃고 마는데, 좀 근엄한 사람한테 이런 장난을 치면 안된다. "그렇게 할 일이 없냐?"는 핀잔을 들을 테니까.
또다른 장난은 목소리를 이용한 거다. 전화가 걸려왔을 때, 매우 특이한 목소리를 내는 것. 난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 "여보세요?"라고 하는데, 그 경우 건 사람은 당황해서 "서민 씨 핸드폰 아니어요?"라고 한다. 그럼 "네, 선생님 바꿔드릴께요"라고 한 뒤 원래 목소리로 "어, 나야"라고 하는 것. 하두 그랬더니 요즘은 잘 안속는데, 예전엔 "그여자 누구야?"라며 추궁하기도 했다.
적다보니 난 정말 할 일이 없는 놈 같다. 하지만 장난이 없으면 이 세상이 너무 삭막하고, 이런 장난들은 상대에게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히지는 않으니 너그럽게 양해되지 않을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장난을 위해 난 오늘도 머리를 굴린다. 사각사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