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나쁘면 사는 게 좀 불편하다. 렌즈나 라식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제 눈으로 보는것만큼 좋지는 않을게다. 귀가 안들리는 것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나이가 드신 우리 할머니가 귀가 잘 안들리니 주위 사람까지 답답할 지경이다. 촉각이 없다면? 못 같은 데 찔리거나 불에 데도 반응이 느릴 테니, 여기저기 다치기 십상이다. 인간의 감각은 그러니까 모두 다 사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들이다.

하지만 후각은 예외다. 냄새를 아주 잘 맡는다면 유리한 점도 있을 테지만, 그렇지 못한 게 더 많다. 횟집에 가면 생선 비린내가 나서 싫고, 삼겹살을 먹으면 냄새가 옷에 베어 싫다. 냄새가 없는 음식이 없으니 먹는 데 까다롭게 되고, 땀냄새처럼 사람의 체취도 유독 잘 맡으니 사람과 사귀는 데도 까탈스럽기 쉽다. 고교 때 알러지성 비염에 걸린 이래, 난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며칠 전처럼 아주 독한 방귀를 뀌면 모를까, 웬만한 냄새는 느껴지지도 않는다. 내가 테니스를 치고 샤워를 안한 채 잘 수 있는 것도 코가 무뎌서일 것이다. 그러니 닭, 돼지, 소, 해물탕 등 못먹는 게 없고, 그래서 그런지 날이 갈수록 살만 찐다. 하지만 불편한 것도 있다. 실험에 쓰는 각종 시약의 냄새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건 큰 약점이다. 포르말린 냄새를 못맡을 정도라, 식염수를 부어야 할 것을 포르말린을 붓는, 믿기 어려운 실수를 한 적도 있다.

우리 집에는 홍혜걸이 선전하는 헬리코박터 윌이 두 개씩 배달되는데, 비싸서 그런지 엄마는 그걸 끔찍이 아낀다. 예전에 우리 집에 삼촌이 왔기에 내가 윌을 하나 갔다 줬더니, 엄마가 황급히 달려나와 그걸 뺐는다. "이건 민이 거거든. 넌 우유 먹어!" 병 밑에 한방울만 남아도 핥아서 다 먹으라고 호통을 치는 정도니, 그럴 법도 하다.

오늘 아침, 간만에 밥을 먹었더니 엄마가 윌 하나를 내민다. 좀 먹다보니 덩어리가 져있다. "엄마, 왜 덩어리가 있지?"
엄마의 말씀, "원래 그래!"
그래서 한모금을 더 먹다가, 아무래도 이상해 엄마한테 가져갔다. 엄마는 냄새를 맡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날짜를 확인한다. "2003년 10월 24일???? 아이고, 내 아들 큰일났네!!!"
그러더니 내게 책임을 돌리려 하신다. "냄새가 이렇게 나는데 너 몰랐냐?"
냄새를 못맡는데 뭘 어떻게 하겠는가. 엄마는 그로부터 한 십분간 속이 상하셨고, 난 이렇게 엄마를 위로했다.
"설사 몇 번 하고 배좀 아프면 되죠. 너무 걱정 마세요. 죽기야 하겠어요?"
냄새에 둔감한 게 유리할 때가 많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처지는 후각을 치밀한 준비로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는 날짜를 반드시 확인할 생각이다. 배가 슬슬 아파온다. 윌 때문일까, 아니면 심리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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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2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건강하셔야 서재평정도 이루실 것 아닙니까.^^ 의기소침한 님에게 기쁜 소식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아까 방금 제 즐겨찾기 숫자가 하나 줄었습니다. -.-

진/우맘 2004-05-2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쓰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하는데도....쩝, 영 둔감해 지지가 않는.

작은위로 2004-05-25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윌때문이 아닐까요? 하지만.. 2003년꺼라니요!!
정말 냄새를 잘 맡지 못하면 힘든거군요. 힘내세요..
다음부터는 꼭! 날짜 확인하시구요!

마태우스 2004-05-2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위로님/큰 위로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진우맘님/님이 잘되는 게 전 좋습니다. 그런데 한명 줄어든 게 저라고 의심하시는 건 아니죠? 제가 말로만 그렇지, 님을 얼마나 좋아한다구요^^

메시지 2004-05-25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오늘 덩어리진 우유를 마셨는데... 비몽사몽간이라 냄새도 못맡고 벌컥 마셨답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병원으로 가라고 의료보험증을 찾으려는 아내에게 괜찮다며 출근했죠. 그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마태우스님 글을 보니까 다시 생각이 나고, 괜히 속이 미슥미슥... 책임지셔요.

파란여우 2004-05-25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비염처방전좀 내려 주세요. 닥터 마태님~

플라시보 2004-05-2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히려 냄새에 민감한 편이라서 괴롭습니다. 뭐든 냄새가 아주 약간만 나도 잘 못먹고 지내는 환경에서도 조금만 냄새가 나면 (심지어 제 방에 다른 사람이 왔다가 가면 그 체취 때문에 골이 빠개질 지경) 못견딥니다. 그래서 늘 방향제랑 함께 살죠. 그나마 그 냄새가 맡을 만 하니까요. 다른 냄새들은 정말 참을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어떨때는 님처럼 무딘 코가 부럽습니다.

머털이 2004-05-25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참, 이 아이디는 예전 독일 축구선수 아닌가요?) 그 정도로 냄새를 못 맡으면 맛도 잘 못 느낄 것 같은데요. 맛있다! 하고 느껴본 적 있으세요?

진/우맘 2004-05-25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구선수이기도 하지만, <마침내 태어난 우리들의 수퍼스타>의 약자입니다.
그리고, 마태님 입에는 맛 없는 게 없습니다.
----공식 대변인 진/우맘.^^

sweetmagic 2004-05-25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전 무슨 냄새건 향나는 건 다 좋습니다. 후각에도 민감하구요...향수도 미니어처빼고 50개는 되구요. 오죽하면 아로마 오일까지 사다모으다 이젠 아로마테라피까지 배운다니깐요...(파란 여우님 비염에 좋은 오일 많은데 ㅋㅋㅋ) 아로마테라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께서 제 후각은 철학적이다라고까지 얘기하시던걸요....딱, 한가지 정신 똑 바로 차려야 할 건 제가 좋아라 하는 향수를 뿌린 남자, 게다가 그 체취가 그 향수와 딱 맞아 버리면,,, 그 거부할수 없는 매력에..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고 싶어집니다. 으흑.....
다행히 자기 체취에 잘 맞는 향수를 쓰는 남자도 별로 없고제가 좋아하는 향수에 어울리는 체취를 가진 사람도 별로 없더군요...아까워....

*^^*에너 2004-05-2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코는 민감하고 눈은 둔감합니다.
시력이 엄청 나빠서리 밤에 안경없이 다니다 구른 적도 있습니다.
코와 눈이 적당하게 이루어졌으면 조으련만....

갈대 2004-05-25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눈도 나쁘고 후각도 둔감합니다.
촉각은 예민한 듯...--;

마태우스 2004-05-25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촉각이 예민하면...좋은 점도 있답니다^^ <--너무 야한가?
*^^*에너님/코가 예민하면 날씬하기 마련입니다. 님도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sweetmagic님/님은 후각이 예민하실 것으로 원래부터 생각했습니다. 설마, 진짜로 주저앉은 적은 없지요?>
진우맘님/아닙니다! 저 과일 못먹습니다!
메시지님/저도 배가 좀 아픈데, 병원에서 뵈요!
플라시보님/역시 미인은 다 후각이 예민하다니까!
머털이님/좋은 질문입니다. 제가사실 맛도 잘 못느낍니다. 뭐든지 양으로 먹지요^^

마태우스 2004-05-25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님에게만 따로 공간을 마련한 것은 님에 대한 예우입니다.(사실은 까먹어서...)
비염 진단을 내리면 좋은 게 아닙니다. 어차피 치료가 안되기 때문에...요즘 비염 환자가 너무너무 많고, 이비인후과가 그래서 잘됩니다.

아영엄마 2004-05-25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아끼셨으면 일곱달을 묵히셨을까! 그런데 먹을거는 아끼면 똥된다는 믿을만한 명언이 있다죠 아마~ 탈은 안 나셔야 하는데...

sweetmagic 2004-05-25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마태우스 님 오늘 똥 드셨네요~~~ ㅋㅋㅋ

sooninara 2004-05-2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내 방귀냄새는 안나는데..남편 방귀 냄새는 귀신 같이 맡을까요????
울아들도 비염이 심한데..걱정입니다..

LAYLA 2004-05-25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스윗매직님 넘 멋지신걸요_ 철학적 후각의 소유자라니♡ ㅎㅎ 마태우스님이 갑자기 홍혜걸이라고 해서 무슨 뮤지컬 배우인줄 알앗다는...- _ -;;; 의학잡지 기자님 맞으시죠? 자막에서 읽은 기억이 ㅎㅎ

연우주 2004-05-26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비염이 있으셨군요. 몰랐네요.
 
아름다운 지옥 1
권지예 지음 / 문학사상사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나의 아름다운 지옥>은 가난한 집의 딸인 혜진이 성장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담은 소설이다. 저자 자신의 얘기가 아닐까 싶지만, 작가들은 언제나 자기 얘기인 것처럼 글을 쓰는 재주가 있으니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될 것이다. 작가의 말이다. "한 여자아이가 세상에 한 여성으로 태어나기까지 그녀에게는 얼마나 많은 타인들의 삶의 편린들이 아프게 들어와 박히는 걸까(5쪽)" 글쎄다. 여성이라는 굴레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보기에 주인공을 괴롭혔던 건 주로 '돈'이었던 것 같은데. 저자의 말에 딴지를 걸기엔 내 내공이 턱없이 부족하니, 이 책에 나오는 남자들 얘기나 해볼까 한다.

먼저 아버지. 주인공네 집이 원래 돈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군인인 아버지가 월남전에서 돈을 많이 벌어 서울에 집까지 샀으니까. 군에 그냥 있었으면 좋을 것을, 아버지는 가진 돈으로 양봉사업을 시작한다. 결과는 이렇다. [아버지는...완전 실패를 보고 서울로 올라와...한 친구의 의류 도매업에 기세좋게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 친구가 돈을 챙겨 줄행랑을 치는 통에...소판 돈과 급전으로 꾼 돈을 모두 날리게 되었다] 그 후 아버지는 "친구 사무실에 노상 출근하다시피 나가 바둑이나 고스톱으로 소일"하고, 어머니는 집에 세를 놓고 근근히 살림을 꾸린다.

없는 살림에 애들 등록금이 몇 달씩 밀리는 마당, 하지만 아버지는 "시골의 마지막 황소를 팔아 행정대학원에 등록을 했다" 아버지의 말이다. "사업상 중요한 투자이며 정치적인 경력으로서의 필수" 양복을 여러벌 맞추고, 자주 택시를 타고 출퇴근하는 데 이르면 이 사람이 제정신인가 싶다. 전세금까지 다 빼먹고, 빌린 돈은 자주 불어나며, 동네 아줌마들한테서 일수돈까지 얻어 쓰는 판국에. 아버지의 말이다. "이번엔 된다니까!" 번번히 사업자금을 요구하는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는 마지막 재산이었던 말죽거리 땅을 팔려고 한다. 어떻게 되었을까. "하도 쪼들려서 빚도 쪼매 정리하고 숨통 좀 틀라고 했는데 세상에...그게 말이다. 벌써 남의 손에 안 넘어갔나. 몇 년 전에 버얼써! 집 말고는 마지막 재산인데 요새 거기 땅값이 얼매나 무섭게 오르나 말이다" 그것도 사업하느라 그런 게 아니라, 친구 빚보증 서다 그랬다니 읽는 나도 기가 막힌다. 항의하는 어머니를 남편은 남자 기 죽인다고 두들겨 팼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

그래도 어쩌겠는가. 어머니는 용서를 하고, 남편은 다시 사업을 벌인다고 돈을 뜯어낸다. 사채까지 빌려서 양복점을 내게 해줬는데, 웬일인지 그게 제법 장사가 되었다. 그 돈을 집에다 갖다줬을까? 물론 아니다. 아버지는,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다. 어떤 여자와? 고모의 말이다. "시상에 만상에, 어째 그래 박속처럼 훤하고 곱드노. 하는 짓마다 간을 녹인다카이. 꼭 젊었을 때 최은희랑 똑 닮았디라" 고모는 덧붙인다. "열 계집 마다하는 사나가 어디있나. 사나라는 짐승이 마카 그란 걸 우짜노. 자네가 과분하게 잘난 사나캉 사느라 다 겪는 일이니 참아야제"

그런 아버지는 결국 결정타를 날린다. 의류업이 망하고 다시금 손댄 군납사업이 잘 안되어, 어머니는 "집을 담보로 은행 빚을 내야" 했다. 결말은 이렇다. "아버지는 부도를 내고 어디론가 몸을 피신했고, 엄마는 빚쟁이들에게 시달려 밤이면 부엌에서 혼자 소주병을 들이키며..."

두 번째로 콧수염. 세들어 술집을 낸 여자는 처녀시절 콧수염을 만나 애까지 낳는데, 어느날 그 남자는 도망갔다. 알고보니 콧수염은 유부남에 애가 둘이나 된다. 그쯤되면 정신을 차려야 하건만, 콧수염이 술집에 찾아오니 무지하게 흥분, 남편을 대하듯이 대한다. 대접을 잘 받던 콧수염은 결국 술집에서 일하는 18세 처녀를 유혹해 그녀와 잔다. 그 일로 여자는 처녀와 대판 싸우지만, 처녀는 이런다. "내가 먼저 꼬신 게 아녀. 아저씨가 먼저지!" 남자란 그런 동물이건만, 여자들은 왜 한번 속고도 또 속는 걸까. 주인공의 어머니도 아버지가 사업에는 문외한이란 걸 깨닫고 돈을 대주지 말았어야 했다. 어리석은 여자에 뻔뻔한 남자들, 소설 한편 읽고 왜 흥분하냐고 하겠지만, miclub이란 곳에 가보면 이런 류의 사연은 너무도 많다.  뻔뻔한 게 훨씬 더 나쁘긴 하지만, 어리석은 것도 죄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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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5-25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책 읽고 싶어서 그저께 학교에 신청했는데....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마태우스 2004-05-25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소문을 들어오다가 발간되었다는 소식에 지난주에 구입했습니다.
근데 세일즈포인트 장난 아니데요! 발간 1주 만에 4950!

마태우스 2004-05-25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가 있다니 갑자기 읽기 싫지만 그래도 읽어볼랍니다. 추천^^

chaire 2004-05-25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님, 혼자 왜 이러구 계시는 거예요?(누가 속삭였나?)

마태우스 2004-05-25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카이레님! 혼자 장난 좀 쳐봤습니다. 속삭인 사람 없어요. 죄송합니다. 흐흐흑. 모두들 제 리뷰를 외면하기에...

쎈연필 2004-05-2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 뒤집어지도록 웃었습니다......
마태우스님 코멘트 놀이 정말 재밌네요!! 추천!!! (리뷰 추천이 아니라 코멘트 놀이를 마음으로...)

사비나 2004-05-2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재밌게 읽었습니다. 동생이 죽고 나서 까맣게 변한 베개속 얘기가 나올땐 눈물이 나던걸요. 주인공의 연애는 시덥잖지만 나름대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성장소설이었습니다.

나무 2004-05-26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재밌는 분들이당 ㅋㅋㅋ
 

 

 

 

 

 

공무원들이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해마다 보도블록을 가는 공사가 벌어지는 걸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그런 이유로 공무원들을 비난하지만, 진짜 문제는 예산이 남으면 다음 해의 예산을 깎는 현 체제에 있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는다. 한가하게 남 탓을 할 때가 아니다. 나 역시 만만찮게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중이니까.

내 연구실 옆에는 큼지막한 실험실이 있다. 열명 정도는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다. 내가 오기 전까지는 기생충을 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처음 발령받을 당시엔 그 넓은 곳이 텅텅 비어 있었다. 그래서 난 모교도 가고, 다른 교실도 가면서 실험을 하려고 했다. 내 핑계는 타당했다. "뭐가 있어야 실험을 하지!"
그래서 학교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은 대충 다 들어주려고 했고, 다른 교실에서도 내게 우선권을 주면서 날 사람으로 만들려고 애썼다. 기계가 몇대 들어오고 나자 교실은 이제 일할만한 곳으로 탈바꿈했다. 돈이 어디서 나는지 맨날 "기계 살 거 있으면 적어내라"는 공문이 왔다.

기계를 사려면 무슨 일을 할 것인지가 먼저 결정되어야 했지만, 그런 게 전혀 없던 나는 남들에게 뭐가 필요한지를 물어봐 가면서 기계를 샀다. 필요가 없더라도 다른 교실에 있으면 적었다. 그렇게 들어온 기계를 난 얼마나 썼을까? 놀라지 마시라. 난 단 한번도 기계를 쓴 적이 없다. 실험실 열쇠를 맞춘 게 작년의 일이니, 그럴 수밖에. 내 방에 있는 초대형 현미경은 아예 비닐조차 뜯지 않았다. 실험실에 가면 비닐만 겨우 뜯은 것들이 내 손길을 기다리며 서 있다. 그렇게 몇 년만 더 지나면 그 기계들은 낡은 것들이 되어 갈 것이다. 예산은, 그렇게 낭비되고 있다.

기계가 갖춰져도 난 여기 저기를 유랑하며 실험을 했다. 내 실험실에서 뭔가를 한다는 건 영 무서운 일이었다. 한번 안하니 계속 안하게 되고, 나중에는 할줄 몰라서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갔다. 난 실험을 손에서 놓은 듯했다.

그래도 뭔가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작년 말이었다. 일말의 양심 때문이라고나 할까, 난 실험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고, 혼자 하기가 무서우니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몸담았던 보건원 사람들을 떠올렸다. 날 가엾게 여긴 그쪽에서 같이 실험을 하자는 러브콜을 여러번 보내왔던 까닭이다. 난 그분에게 전화를 드렸고, 그분은 매우 기뻐하셨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뜻으로 난 보건원 식구들 20여명에게 술과 밥을 샀으며, 어떻게 집에 들어갔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날 정도로 마셔댔다. 그게 작년 말이다.

지금은 그 일조차 까맣게 잊혀져 버렸고, 난 여전히 놀고 있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고, 내가 할 수 있을만한 귀여운 일을 계획해 냈지만, 돈이 없었다. 연구비를 타내려고 생각도 했지만, 만사가 귀찮고, 막상 돈을 받았는데 일이 잘 안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필경 잘 안되겠지만-도 든다. 시간은 계속 가서, 벌써 6월. 아아, 세월은 빠르다.

오늘, 교학과 사람들이 내 실험실에 왔다. 그들은 매우 놀란 듯했다.
"아니 실험실 탁자에 먼지가 자욱하던데, 아줌마들이 청소 안해요?"란 말, "기계도 한번씩 써보고 그러세요"라는 말 등 그들이 하는 모든 말이 내 가슴에 박혀왔다. 그들이 가고 난 뒤 난 내 실험실에 오랜만에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안쓴 흔적이 역력한 기계들은 우리나라의 예산이 이렇게 낭비되고 있다는 걸 항변하듯 안타깝게 서 있다. 들어간 김에, 난 내가 쓰던 타월에 물을 적셔 실험실 탁자를 닦았다. 기계도 한번씩 쓰다듬어 보고...

올해 가을, 우리대학이 종합평가를 받는다. 오늘 들어온 사람들이 놀랐던 것처럼 평가 위원들은 깨끗한 기계에 원더풀을 연발하겠지. "아니 어떻게 저토록 깨끗하게 기계를 사용하십니까???" 이러면서. 갑자기 무섭다. 내일부터는, 공회전이라도 좋으니 한번씩 기계를 돌려야지. 잘리면 달리 할 일도 없는데, 비굴하게나마 버텨야지 않겠는가.

* 절 보면서  "할일은 다 하겠거니"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의 오해를 풀어드릴 목적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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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24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저는...꼭, 짤리지 않을 만큼만 하고 있습니다.-.-;;;; (덩달아 고백)

sweetmagic 2004-05-2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무서운 실험실 얘기 해드려요 ? 전 작년 천둥치고 비 오던 어느날 실험실에 갖혔습니다. 혼자서.. 그것도 안에서......히필 그 으스스 스산하던 날 문이 고장나 버렸고 전 밤까지 꼼짝없이 갖혀 있었더랬죠.....뒤늦게 오신 열쇠아저씨도 이유를 모르겟다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드셨고, 결국 창문 쇠창살 전기톱으로 썰어내고 건네 받은 열쇠아저씨용 드릴로 문을 거의 부수다 시피해서 탈출에 성공했죠. 지켜보던 수위아저씨 수위 경력 20년이 넘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시라며 혀를 내두르셨다는.... 해골에 전신 뼈다귀까지 있는 서른 평도 넘는 저희 실험실.....팔다리 각각실제 인체를 떠낸 석고 모형들은 불을 꺼도 퍼런 빛이 납니다. 흐흐흐 저희 실험실 기계들은 아무리 비싸고 좋은 거라도 오래되서 정이 안가는데 님은 그 좋은 환경에서 뭐 하세요 ? 저랑 바꿔요 !!! 이번 글은 좀 얄밉군요 님 !!!!!!! - 사실은 많이 얄미움 - 세상에 거기는 실험기기 일지도 안 쓴데요 ?????연구비 안따고 논문 안씀 교수평가점수는 뭘로 받나요 ? 대학종합평가....전 그것 때문에 등골이 휠지경인데...**학교 **교수님은 조오.........켔다~~~!!! ( 순간, 흥분했음 )

다시....

님 ^^ 그냥 그 페이스 유지하세요. 실험은 무슨 실험이예요~~ 대학종합평가 같은 건 잊어버리세요~ 평가가 뭐가 중요해요. 그냥 귀찮은데 기계도 그냥 두세요 힘드신데... 실험은 무슨 실험이세요 그냥 술이나 드시고 유흥이나 하세요 ~~ 인생은 즐기는 거잖아요 ~ 방긋방긋 - diabolic magic-

2004-05-24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렌초의시종 2004-05-24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자리가 사회인의 고해성사 자리가 될 듯한 묘한 예감이;;; 그런데요, 왠지 마태우스님을 보고 있자면, 할 일을 안하시는 그모습이 왠지 마태우스님의 진정한 할 일같다는 생각이......^^;

마냐 2004-05-24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스윗매직님이 흥분하실만 하다는 생각도 슬며시 고개를 드는군요....ㅋㅋㅋ

panda78 2004-05-24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후후....

마태우스 2004-05-25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들어본 적 없어요. 저희 학회 안나오시는 분 같은데요
panda78님/그 웃음의 의미는????????
마냐님/잘못했습니다. 앞으로 바르게 살께요. 제가 글 안올리면 "사람 됐구나!"라고 생각해 주시길....
sweetmagic님/하, 한번만 봐주심 안될까요? 컴퓨터도 비싼 건데 활용해야죠... 아, 앞으론 잘할께요....
로렌초의 시종님/너무 심오한 말씀이라 이해가 잘 안가지만, 어찌되었건 전 고해성서를 발판으로 바르게 사는 길을 택하겠습니다.
진우맘님/그래서 님이 부럽습다.

작은위로 2004-05-2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할 것 같아 부럽다는... 저희 사무실은 좁은데 목소리 큰사람이 많아서 일하고 싶어도 일하기 싫어지게 만드는 그런 분위기!!! ... ... 님.. 놀고싶어도 매일매일 목표관리일지를 써야하는 저로서는 안하고는... 짤릴것같아서... 하는 척이라도...ㅜㅠ 해야 한답니다. 부러워요~ 부러워요~ ...쿨럭..
 

 

 

 

 

 

75번째 술
일시: 5월 22일(토)
누구랑?: 중 1때 과외를 같이한 친구들과
마신 양: 진짜 많이 마셨다. 집에 가다가 친구랑 편의점에서 참치를 안주로 소주 한병씩을 또 마시고, 한시 반에야 집에 들어갔다.

76번째 술
일시: 5월 23일(일)
누구랑?: 몇몇 알라딘 분들과
마신 양: 그래도 꽤 마셨다. 1차에서 소주를 4분의 3병 정도 마셨고, 2차에서는 생맥주를 열심히...

1. 그런 곳
그런 곳에 또 갔다. 남자들만 여섯이 모인 자리의 2차는 예외가 없다. 저녁을 먹고난 뒤 우리가 한 일은, 그런 곳에 갈지 말지가 아니라, 그런 곳에 가려는데 어디가 좋을지에 관한 논의였다. 다들 각자 단골로 가는 곳에 전화를 넣는다.
"저 누군데요, 아, 안녕하세요? 저희 여섯명이 갈건데 얼마까지 해줄 수 있어요... 네? 얼마요? 알겠습니다"
나를 제외한 다섯명이 그런 전화를 걸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니 웃음이 났다. 각자 협상한 결과를 놓고 따진 끝에 P라는 친구가 아는 곳에 가게 되었다. 늘 하는 것처럼 놀다가 집에 갔다. 참고로 난 남자들이 평소에 그렇게 거짓말을 잘하는지 미처 몰랐다.

2. 길눈
난 소위 말하는 '길치'다. 몇번 간 곳도 내가 앞장서서 찾아가려면 늘 헷갈린다. 지난번엔 대학로에서 아는 술집을 찾는다고 호기롭게 걸어가다, 못찾겠어서 사람들을 세워놓고 나혼자 몇바퀴를 돌았고, 결국 못찾아서 다른 술집에 갔다. 어제도 그랬다. 맛있는 고기집을 가자고 해놓고 이리저리 헤맸다. 이번엔 다행히 조금밖에 안헤매고 갔다. 하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할수없이 그 옆집에서 먹었는데, 맛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3. 악몽
금요일날 새벽 4시까지 마셨고, 토요일날 한시반에 집에 들어갔으며(이하 새벽) 일요일날 다섯시 반에 일어나 테니스를 쳤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일요일날 술을 취하도록 먹고 집에 가서 쓰러져 잤다. 일찍부터 잤으니 아침이면 피로가 풀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그게 잘 안됐다. 하필이면 악몽을 꿔서 새벽 1시 반에 일어난 것. 꿈 내용을 잠시 소개한다.

어디서 난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에는 사자가 있었다. 갈기가 치렁치렁한 늠름한 사자. 동물원에 있을 때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집안에 있으니 큰 우환이었다. 난 사자가 벤지를 잡아먹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벤지는 사자한테 달려들고 귀찮게 굴기를 반복했다. 배가 부르면 사자는 사냥을 하지 않는 법, 난 엄마한테 사자에게 줄 고기를 달라고 했다. 알았다고 하고 사자를 감시하는데, 엄마가 안온다. 가봤더니 세상에 목욕을 하고 계신다. 난 엄마한테 마구 화를 내다가 다시금 사자에게 돌아갔다. 이럴 수가! 사자가 벤지 뒷다리를 물고 있다! 벤지에게 내가 세상의 전부이듯, 나도 벤지가 가장 소중하다. 난 사자에게 달려들었다. 머리를 쥐어박고, 갈기를 뽑았다. 결국 벤지는 사자로부터 풀려났는데, 다리를 절었다. 불쌍한 녀석...

내가 깨어난 건 아마도 그때였을거다. 이어서 잤으면 피로가 풀렸겠지만, 한번 깨니 영 개운치가 않다. 조교 선생한테 꿈 얘기를 했더니 대단히 좋은 꿈이란다. 그래? 내게 좋은 일이 생길 게 뭐가 있담? 로또나 사볼까? 혹시 태몽? 으윽... 다행히 오늘은 술약속이 없고, 여자 만날 일도 없다. 퇴근길에 아는 여자가 그윽한 눈길을 보내더라도 꿈쩍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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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5-2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엥겔지수는 도대체 얼마쯤이나 될까요? ^^
진짜 재벌이시라면, 평균치정도 될 것 같구,
기생충학 교수라면 한 80%정도 되지 않을까요? (책값과 출퇴근 교통비를 뺀 금액)

sunnyside 2004-05-2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남자들이 평소에 그렇게 거짓말을 잘하는지' 몰랐는데... 정말 그렇게 잘하나요?

마태우스 2004-05-2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니사이드님/그럼요. 쓰러질 뻔 했습니다...
-가을산님에게만 보이기-
가을산님/글쎄요. 그 정도는 될 것 같다는 생각이...비밀입니다^^

sooninara 2004-05-24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어제 미크로 소프트 주식 판돈 다쓰셨죠? 다음번엔 사성전자 주식 팔고 연락 주세요...
님덕에 고기 맛을 본다니깐요...저희가정 경제가 힘들어서 닭고기 이상은 못 먹어요...
조선남자님과 저는 고기 먹여주시면 님의 충실한 종이 (딸랑딸랑) 될겁니다...^^
그리고 마태우스님하고 친구 먹기로한거..아무리 생각해도 물러 주세요..
님이 삼수가 아니라..사수를 해야지만 같이 학교 다닐뻔 했다니깐요..삼수면 친구할라고 했는데..사수까지는 커버가 힘드네요..
다음번엔 청바지 컨셉으로 복귀해서 '딸같은 사인데'로 바꿔보겠습니다..

비로그인 2004-05-24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꿈은요, 자꾸 술 드시고 늦게 귀가하시니깐요, 집에서 쓸쓸히 마태우스님을 기다리던 벤지의 마음이 마치 사자에게 뒷다리를 물린 것처럼 아프고 고통스러웠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지금 벤지는 마음을 절고 있어요. 빨리 안아주세요! (코멘트 달긴 처음이에요; 떨려요-ㅅ-)

마태우스 2004-05-25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광별예술가님/님은 뵐 때마다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벤지를 꼭 안아주겠습니다
수니나라님/친구 해요, 해요! 2살과 5살도 아니고, 나이 들만큼 들어서 왜 그러십니까~!

sooninara 2004-05-25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들만큼 들어서...헉...저 별로 안들었어요..
 

 

 

 

 

 

* 페이퍼를 검색해보니 '플라시보'가 들어간 글이 33편이나 된다. 나도 놀랐다. 어느 분의 지적처럼 그건 스타를 이용해서 인기를 끌어보자는 잔머리에서 비롯된 거였다. 이왕 들킨 거, 계속 그 컨셉으로 나가기로 했다. 플라시보님을 아예 제목으로 등장시킨 건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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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최고의 스타인 플라시보님이 잠적했다. 그의 서재에 비치된 알라딘 달력에는 21일부터 밑줄이 없다. 그의 잠적을 둘러싸고 많은 루머가 떠돌고 있는데, 그걸 한데 모아 정리해 봤다.

1) 와병설; 이미 한차례 입원한 적이 있던 터라, 일견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입원 기간에도 꾸준히 글을 올렸던 걸 상기한다면, 아파서 글을 못썼을 것 같지는 않다.

2) 소재 고갈설: "그는 일상에서 소재를 뽑아내는 마술사다. 아무리 비루한 일상도 그의 손에 들어가면 빛나는 보석이 된다" 플라시보의 팬인 흑표범이 했던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을 보여줄 게 없어서 은퇴한다고 했던 서태지처럼, 알라딘의 지존 플라시보도 재충전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그러나 난 그들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봐온 플라시보님이라면, 머리를 감다가 목이 삐끗한 얘기도 아주 아름답게 써내려갈 테니까.

3) 출장설: 외국에 출장을 갔다. 인터넷이 안되는 그런 곳으로. 팬들이 안타까워하는만큼, 그 역시 자신의 소식을 알리지 못해 답답해할 것이다. 하지만 왜 미리 알리지 않았을까? 새우잡이를 나선다고 한달간 잠수를 선언한 앤티크처럼-이 대목은 이해가 잘 안간다. 새우잡이를 왜 잠수해서 잡는 걸까?-그런 큰일이 있다면 미리 공표를 했을 거다. 그를 아끼는 수많은 팬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은 그답지 않다.

4) 납치설: 개인적으로는 가장 믿을만한 루머다. 플라시보님은 납치된 게 틀림없다. 누가? 왜? 무슨 이유로? 알라딘 서재를 평정하려는데, 플라시보님 때문에 지존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그 누군가가 앙심을 품고서. 허걱. 갑자기 내가 용의자가 된다. 하지만 난 아니다. 난 플라시보님이 글을 안썼던 사흘간, 줄곧 술만 마셨다. 심부름 센터에 시키지 않았을까? 아니다. 요즘 난 파산해서, 심부름 센터를 동원할 능력이 안된다. 그럼 누구? 갑자기 진우맘님이 수상해 보인다. 어제 만났을 때도 "서재 평정"이란 말을 열세차례나 입에 담았다. 얼마전 즐겨찾기 200 기념 이벤트를 화려하게 했던 검은비님도 눈여겨 봐야한다.

5) 기타: 마지막으로 쓴 글이 '20대의 마지막 생일'인 것과 관련해 억측을 하는 사람도 있다. '생일 주간에는 원래 글을 쓰면 안되는 법이다'라느니, '이제 29세가 되었는데 글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냐'느니 하면서. 나의 추격에 심적 부담을 느꼈다는 설도 일부에서 나온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그가 없으니 알라딘 마을이 너무 조용한 것 같다 (알라딘의 주말은 원래 조용한 법이지만). 플라시보의 팬들은 "무사하기만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사흘이나 글을 안쓰는 것은 인기인의 처사가 아니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일부 극성팬들은 서울 중구에 있는 알라딘 본사를 항의방문, 플라시보님이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주장했다. 잠적 4일째인 오늘, 11시를 넘긴 이시각에도 여전히 플라시보님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의 팬으로서, 난 이렇게 외쳐본다. "플라시보님! 돌아와 주세요!! 안괴롭힐께요!"

알라딘 뉴스레터 6호가 나왔습니다. 원래 예정된 기일을 지키지 못해 폐간설이 나도는 흉흉한 분위기여서 더더욱 반가울 것 같은데요, 앞으로는 착실히 뉴스레터를 제작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인기가 떨어져 회의를 느꼈다, 부도가 났다, 열애 중이다 이런 소문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도 이 자리에서 밝힙니다.

-털
톱뉴스는 단연 '털'입니다. 평소 부군의 가슴에 털이 난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던 수니나라는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언제 공개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고, 부군이 잠든 사이 기습적으로 털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녀의 말입니다.
"남편은 머리숱도 많고, 수염, 가슴털, 다리털까지 무차별적으로 많다. 신혼여행 다녀온 사진을 보던 작은 엄마가 '송서방은 가슴에 상처가 있네?'했다는 전설이 있다. 물론 가슴의 상처는 가슴털이었다.. 마침 술마시고 와서 옷벗고 잠든 남편을 찍어 버렸다.... 털있는 남자를 싫어하시는 여자분들..남편털이 얼마나 섹쉬한데요..심심하면 한번씩 손으로 빗어주면 잼나요..^^ 부럽죠????" http://www.aladin.co.kr/foryou/mypaper/472199

이 사진이 나간 뒤 알라디너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물만두: 이 몸은 정말 눈을 못 들겠나이다...
물장구치는금붕어: 꼭 자석에 이끌리는 철가루 같아요..-으..! 죄송..
연보라빛우주: 헉. 소녀 눈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웃음의 의미는 뭘까? 그도 이 사진을 즐기고 있다는 뜻?)
digitalwave: 헉. 너무해요. 진짜 너무 야하자나요! >.<
마모씨: 제가 추천했어요!!
진우맘: 꺄아아아악~~~
폭스바겐: 왠일이니!!!!!!!!!!!! 세상에~~~~~~
밀키웨이: 허걱@@@@ 켁켁켁... 지금 냉면 먹으면서 자판 두들기다가 숨막혀 돌아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흐미..... 저거이 아래로 계속 죽~~ 이어집니까요?
nugool: 저 부숭부숭한 털들에 눈을 들 수 없다는... 게다가 팔 안쪽까지 저렇게 털이 많으시다니.....@@ 키위같당..
책울타리: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역시 꼬끼오야!!! 너무 놀라 악악악^^^영화가 따로 없구먼^^^ 아직까지 웃고 있음.(으흐흐흐흐흐)
서니사이드: 혹시나 클릭해봤는데, 좡난 아니십니다. 심장 약하신 분들~ 사진 클릭하지 마세요
물장구치는금붕어: sunnyside님, 넘해요!! 하지 말라고 하니 해보고 싶어지잖아요..클릭하고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헉!!! 입니다.. 이미지 엄청나게 크군요.. 털 하나가 거의 잔디 크기입니다..;;;
오즈마: 우어어 우어어 우어어어어 아니 꽃처녀 오즈마 가슴에 이렇게 불을 지르셔도 되는 겁니까!
조선남자: 세 번째 사진을 클릭해서 보니, 털 속에 숨어있는 앙징맞은 점도 하나 있네요.. ㅎㅎ(<--아무래도...수상하다는 생각이)

한편 사진이 나간 뒤 수니나라 서재의 즐겨찾기 숫자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참, 심장이 약한 분은 클릭하지 맙시다!

-알라딘 서재가 활성화되면서 이벤트 및 선물증정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틈을 타 각종 이벤트에 참가함으로써 생계를 잇는 소위 '이벤트족'이 등장해 화젭니다. 중견 알라디너 진우맘의 고백입니다. "정말 너무들 하십니다. 새로운 손님들이 저를 어찌 보겠어요(5/14)"
"낯짝도 없다. 오늘은...두 건이다. 드린 것도 없이 자꾸 받기만 하는게 이젠 가슴이 아프기까지 하네요. 선물 받은 걸 조용히 삼키자니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자꾸 올리자니...거시기하고.-.-;;; 아예,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까요? <나는 이런 것들을 받아왔다....> -.-;; 이벤트 참여를 좀 자제해야 하는데...이 놈의 아낙스피릿.^^;;;(5/24)"

-진우맘이 nrim님에게서 받은 선물-

플라시보도 선물이 생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내가 알라딘을 시작하고 부터 많은 님들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그 중에서는 그분들께서 흔쾌히 주신것도 있고 내가 가지고 싶다는 심중을 은근슬쩍 비춰서 받은것들도 있다...내가 알라딘에서 이렇게 많은 선물을 받는것을 쭉 지켜본 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 거기서 구걸하냐?'
내가 구걸이라니 하며 불같이 화를 내자 그는 그 이유를 다소 시니컬한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봐. 안그러고서는 왜 다들 너한테 저렇게 뭔가를 보내냐고. 니가 그 사람들한테 뭘 주는것도 아니고 인물이 아름다워 작업이 들어오는것도 아닐테고 뭔가 납득 할 만한 이유가 없잖아'
하긴.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말도 영 틀린건 아니다. 내가 엄청나게 아름다워 작업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여자분들이 더 많이 보내셨다.) 그 분들한테 뭔가 득이 될 만한걸 한적도 없으며 주면 낼름낼름 받기만 했지 보답도 못한 주제가 아니던가. 그러니 그 친구가 구걸 운운 하는것도 아주 이상한 소리는 아니다http://www.aladin.co.kr/foryou/mypaper/457606]

이벤트나 선물에 의존해 생계를 잇는 알라디너의 숫자는 줄잡아 20여명, 그들은 오늘도 서재 어디선가 벌어질 이벤트를 찾아 밤거리를 헤멥니다. 휘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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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05-2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애교만땅 테러설 : 재기발랄한 글 폭탄으로 마태우스 님을 비롯한 플라시보 님 팬들을 위한 테러를 가장한 글 , 그림 선물을 준비중이다.
7)은둔수양설 : 마태우스님의 괴롭힘에 알라딘을 잠시 외면, 내공을 가다듬으며 내적 수양을 하고 있다.
7번 일 경우~!! 마태우스 님 조심하세요.^^;;

작은위로 2004-05-2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뵙죠? 안녕하시어요.^^**********
그런데요. 왜, 마태우스님이 유력해 보일까요? ㅎㅎㅎㅎ
^^;;;;;;;;;;;;;;

진/우맘 2004-05-2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제가 서재평정이란 말을 열 세 번 입에 담은 것은, 서재평정을 주제로 세 시간동안 열변을 토한 마태님과 대화를 하기 위함이 아니더이까!!!
"역시, 진/우맘, 제거 대상이야."라는 말을 서른 일곱 번 들은 저로서는....<플라시보 납치 용의자>로 누명을 씌워 저를 제거하려는 님의 음모로 밖에는 해석이 안 됩니다.(마태님 머리 속의 단순 시나리오 : 플라시보를 납치해서 제거한 후, 진/우맘에게 누명을 씌운다, 결국 서재평정은 내가 이룩하고~ 앗싸아~) -.-;;

마태우스 2004-05-2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eetmagic님/아니기만 빌 뿐입니다. 각오하라니 무서워요!
작은위로님/저도 반갑습니다. 사실 다른 서재에서 님의 흔적을 보긴 했었죠. 긴 머리가 인상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다른 분들의 루머에 현혹되지 마옵소서. 전 파리 한마리도 못죽이는 인간입니다.
진우맘님/으음, 끝까지 발뺌을 하시는군요. 좋소. 제가 증거를 잡아서 족치겠소!
검은비님/하핫. 그, 그게...잘 안됐습니다. 성원이 안되는 바람에....

sooninara 2004-05-24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과의 동침(?) 이 아니라..적과의 서재질이라니깐요...
진우맘과 마태우스없는 서재는 고무줄없는 빤스예요....우리에게 멀쩡한 빤스를 입게 해 달라...!!!!!!!!!!!!!!!!!!!!!!!!!

panda78 2004-05-24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애타게 부르셔서인지 오늘 플라시보님 돌아오셨네요. ^^
플라시보님의 팬으로서, 마태우스님, 잘 하셨어요! (^^)(_ _)

마태우스 2004-05-25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팬티의 고무줄은 튼튼해야죠^^ 근데 사람의 배도 참 신축성이 좋더군요.
panda78님/간만에 올바른 일을 한 것 같습니다. 근데 플라시보님이 정말 저땜에 돌아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