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와 배두나,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두 배우는 하지만 놀라운 공통점이 있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흥행의 밑바닥을 기는 것. 난 그 이유를 시나리오의 부재로 돌리고 싶다. 즉, 자신에게 맞는 시나리오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그래서 난 두 배우에 대해 약간의 분석을 하면서, 그에 걸맞는 시나리오를 하나씩 써주고자 한다.

1. 배두나
밤늦게 케이블 TV를 켰더니 배두나가 나온 영화가 상영 중이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였는데, 그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았기에 잠깐 봤다. 여기서 배두나는 하나도 안이쁜 애로 나온다. 자기 주변을 맴도는 남자가 있지만, '나같은 것을 좋아하겠냐'고 생각하며, 자기보다 이쁜 현지란 친구를 좋하해서 그러는 걸로 착각한다. 두꺼운 안경을 뒤집어쓰고 화장기 없는 얼굴을 선보이지만, 그래도 내 눈엔 이쁘다. 판박이같은 연예인들이 홍수를 이루는 작금의 현실에서, 배두나처럼 개성적이고 이쁜 배우는 반갑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그가 맡는 역할은 언제나 안생긴 역이다. <고양이를 부탁해>에서도 그저 마음만 따뜻한 여자였고, <플란더즈의 개>에서도 별로 이쁘지 않은 여자 역을 연기했다. <굳세어라 금순아>에서는 남편을 찾아나선 억척스러운 전직 배구선수. 그렇게 이쁜 애가 안이쁜 역만 해대니, 보는 사람은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이건 아니다. 배두나는, 이쁘면서 겁나게 발랄한 그런 역이 잘 어울린다. 다음 시나리오를 보자.

[배두나는 벤처회사에 근무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인데, 방송국 PD인 봉태규와 연인 사이다. 책을 주문하러 알라딘에 들어간 배두나는 알라딘에 서재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인기서재의 주인공 차승원의 글을 읽고 반한다. 직장에서는 무능한 사람으로 찍힌지 오래지만 알라딘 서재평정이라는 원대한 꿈을 가진 차승원에게 배두나는 소재를 제공해 주거나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의 원조를 한다. 그러는 와중에 둘은 가까워지고, 배두나의 배신을 알게 된 봉태규는 보복을 위해 교봉에 블로그를 만든 뒤 교봉 최대의 인기 블로그로 성장시킨다. 둘간의 숨막히는 대결 속에 괴로워하는 배두나, 하지만 봉태규가 쓴 글들이 사실은 다른 사람의 글을 표절한 것임이 드러나며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썰렁해지는데...제목은 '알라딘이 물고온 사랑']

이게 영화화될지는 모르겠다. 벌써부터 영화사에서 입질이 들어오지만, "배두나가 아니면 안된다"는 내 완강한 고집에 선뜻 계약을 꺼리는 상태다. 그렇다. 배두나는 이미 연기력은 인정받지만, 하지만 흥행과는 관계없는 그런 배우로 낙인찍혀 버린 것이다. 일이 잘 되어 배두나가 내가 쓴 시나리오로 대박을 터뜨리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병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한편만 뜨면 그다음부터는 고속도로다. 배두나의 개성과 연기력을 포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많이 생기길 빈다.

2. 안젤리나 졸리
사람들은 <툼 레이더> 1편은 그런대로 봐줄만 하지만, 2편은 좀 너무했다고 한다. 하지만 난 1, 2편 모두 개떡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쁜 여자가 도대체 왜 싸워야 하나? <오리지널 씬>에서는 관능미를 보였지만, 좀 약했다. 최근에 개봉한 <데스 맨 워킹>인가 하는 영화는 좌충우돌하는 형사로 나오던데, 그 영화는 내가 보다말고 나간 몇 안되는 영화 중 한편으로 기록되었다. 한숨만 나온다. 저렇게 훌륭한 배우를 왜 엉뚱한 곳에 쓰는 걸까. 줄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그런 시나리오를, 출근하는 기차 안에서 썼다.
[미국 국가대표 배영 선수인 안젤리나 졸리,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잠을 잘 때도 늘 공을 손에 쥐고 자는 박찬호처럼, 졸리 역시 평상시에 수영복을 입고 산다. 그 수영복은 공기 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아디다스에서 개발한 헝겊 수영복, 말하자면 천 쪼가리다. 졸리는 그걸 입고 잠을 자고, 식사를 하며, 나머지 시간엔 하루종일 누워서 배영 연습만 한다.

한편 그녀와 올림픽 금메달을 다투는 라이벌 크리스틴 오토(기네스 펠트로 분)는 애인(트로이 찍고 할 일없는 브래드 피트 분)을 시켜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 졸리의 2층에 전세를 얻은 애인은 드릴로 구멍을 뚫고 그녀를 관찰하는데, 보다가 그만 좋아하게 된다. 모르고 흘린 침이 구멍을 통해 졸리의 이마에 맞는 바람에 그는 자신의 존재를 들키고, 둘은 그걸 계기로 사랑에 빠지고, 애인 덕분에 오토의 음모를 알게 된 졸리는 더욱 정진해 올림픽 3관왕이 된다. 제목을 굳이 붙이자면 '침흘리지 맙시다'?]

이 시나리오를 아직 졸리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졸리의 이메일 주소가 내가 모르는 사이 바뀌었는지, 자꾸만 되돌아온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본다면 매우 기뻐할 것임을 확신한다. 모름지기 배우는, 자신을 알아주는 시나리오 작가, 감독을 만나야 한다. 나같은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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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04-05-3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분 중에, 시나리오 작가가 한 분 계시고, 그 분의 남편은 입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거 프린트해서 그분들께 물밑작업을 해보겠습니다... 제발 그쪽에서 배두나를 받아들여야 할텐데요...^^

책읽는나무 2004-05-3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배두나를 좋아하시는군요!!
전 처음 배두나가 연예계에 입성했을때...속으로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지요!!
저렇게 안생긴 애도 뜨다니~~했거든요!!
헌데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영화계로 옮긴뒤부터였지 싶은데..) 그녀의 연기도 꽤 괜찮고...요즘은 물이 올랐나?? 얼굴도 상당히 이쁜얼굴이더군요!!..^^
로즈마리드라마에서도 배두나가 어느새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물씬 풍기더군요!!...^^
이쁘다~~~ 라고 생각했습니다....물론 그예전부터 그런생각을 했지만요!!..^^
그래서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배역이 실은 배두나에게 먼저 갔었다는 얘기를 들었을때...아~~ 그렇지!! 배두나가 있었지~~ 했었습니다....배두나는 "고양이를 부탁해"를 찍는다고 거절했다고 하던데......ㅡ.ㅡ;;....그래도 전 그녀가 "고양이를 부탁해"를 선택한게 더 잘했단 생각이 드네요!!....^^

플라시보 2004-05-3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재기발랄한 시나리오 잘 감상하고 갑니다.^^

연우주 2004-05-3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 배우는 배두나입니다...^^

sooninara 2004-05-3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졸리 아랫입술 너무 섹쉬하잖아요..주사로 주입하면 그렇게 된다해도..
원래 입술 두꺼운 여자 싫어하는데..졸리는 멋진듯...
배두나도 너무 작품성만 따지지 말고 흥행성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더 클수 있는 배우인데..흥행은 너무 참패하니까..복수는 나의것도 재미있었는데...

마태우스 2004-05-3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이레님/님만 믿고, 연락 기다릴께요.
우주님/아, 님도 배두나를! 반갑습니다! 님과 공통점이 하나둘씩 쌓여가는군요^^
수니나라님/사실 제가 이 글을 쓴 의도는, 배두나는 좋은 배우인데 안타깝다는 거구요, 졸리는 영 가망이 없으니 몸매를 보여주는 걸로 나가라, 이런 거였답니다.
책나무님/배두나가 키도 크고, 다리도 엄청 길더군요. 하여간 개성적인 배우에요.

로렌초의시종 2004-06-02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병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한편만 뜨면 그다음부터는 고속도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었어요. 너무 적나라한 표현이라서 그런가?
암튼 배두나는 저도 좋게 보는 배우에요. 어떤 배역을 맡아도 제 몫은 제대로 하는 배우인 것 같아요. 아마 마태우스님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으면 대박 나겠네요. 그런데 배두나에게 안이쁜 애의 배역은 안어울리지만 그래도 좀 맹하고 친절하면서도 왠지 터프한 역할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이런 묘사가 말이 되나?^^;) 전에 봤던 드라마 로즈마리에서 그런 편이었는데...... 암튼 저희 어머니는 제가 배두나가 좋은 배우같다니까 제 취향을 이해할수 없다고 하셨다는......

groove 2004-05-31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안젤리나졸리가 저의 우상입니다 오웁.

세시아 2004-05-3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두나 팬이라서 지나는 김에 한마디 거들고 갑니다. ^^; '고양이를 부탁해'는 저의 10대 한국영화 favorite 중의 하나거든요. 흥행은 쪼~끔 안되더라도 그녀가 앞으로도 그런 영화 많이 찍어 줬으면..

H 2004-06-01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두나를 위한 시나리오엔 알라딘이 제작시 한 몫 단단히 쏘셔야겠군요..^^

마태우스 2004-06-0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goist님/거듭 제 서재에 오시다니, 영광입니다. 저런 시나리오가 과연 만들어질지^^
세시아님/그래도 영화는 대중과의 소통이라, 좋은 작품인데 흥행이 안되면 안타까움이 더하더군요. 전 배두나 영화에 사람이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groove님/음...저와 같군요. 우상이 있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면, 비슷해진다는 설이 있답니다.
로렌초의 시종님/전 사실 팬은 아닙니다. 다만 좋은 배우라는 것, 좋은 시나리오를 못만나서 안타깝다는 거죠. 나이드신 분들에게 어필하는 얼굴은 아닐 겁니다. 배두나를 경계로 신세대와 구세대가 갈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그러면서 은근슬쩍 신세대로 편입되고자 하는 검은 욕망을...

노바리 2004-06-07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래드 피트의 마누라는 제니퍼 애니스톤이에용. 귀네스 "말라깽이" 펠트로가 아니라...
 

영화는 남들 볼 때 봐야한다. 특히 수백만을 동원한 영화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중에 비디오로 보고나서 그 영화 얘기를 해봤자, 다들 시큰둥해 할거니까. 그래서 철지난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쓰는 데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뭔가 그럴듯한 얘기를 잡아 썰을 푸는 것. 난 한가인(은주)과 권상우(현수), 그리고 우식(이정진)의 삼각관계에 주목하고자 했다. 영화에서 은주를 본 현수는 첫눈에 그녀에게 반하지만, 현수는 싸움짱인 우식과 맺어진다. 하지만 가인은 날라리인 우식과 사사건건 다투고, 우식은 "쫑내!"를 선언한다. 그 틈을 비집고 현수가 대쉬하지만, 잘 될 듯 했던 둘의 관계는 은주가 우식과 잠적하면서 끝이 난다. 은주는 왜 현수를 거듭 버림으로써 그를 슬픔에 젖게 하는 걸까? 현수와 우식의 전력을 비교해 본다.

1. 공부
전학온 현수는 공부를 곧잘 했다. 하지만 사귀는 친구들의 영향 때문인지 성적이 떨어진다. 담임의 말이다. "20등이나 떨어져? 기록이다, 기록! 곧잘 하더니 왜그래?"
그래도 우식보다는 공부를 잘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영화에서 난 우식이 공부하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다.

2. 싸움
학생들에게 있어 싸움을 잘하는 건 대단한 권력이다. 우리반에도 깡패 같은 애들이 많아 이따금씩 공포 분위기를 연출하곤 했는데, 영화에 나오는 학교는 정말 좀 심하다. 특히 악의 상징으로 나오는 선도부장은 진짜 나쁜 놈이라, 선량한 애들을 괴롭히며 군림한다. 하지만 그도 우식에게 꼼짝을 못하는데, 3학년들도 손을 들 정도로 우식은 그 학교의 싸움짱이다.

태권도장 관장인 아버지를 둬서인지 현수도 싸움은 꽤 하는 편이다. 심지어 우식과의 맞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았다는 게 내 관전평이다. 선도부장과의 한판대결을 위해 몸을 만든 후에는 웬만큼 실력이 안되면 하기 힘든 다대 일의 싸움도 성공적으로 해냈다. 선도부장을 쌍절권으로, 그것도 뒤에서 가격한 것이 옥이 티긴 하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우식의 우세.

3. 매너
매너가 없는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만난지 얼마 안되어 한학년 위인 은주에게 반말을 하는 우식은 은주로부터 "좀 무례하네요"라는 핀잔을 듣는다. 하지만 우식은 결국 은주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집앞에서 밤새 기다리는 고전적 수법을 쓴 결과다. 벽을 주먹으로 치면서 이렇게 말했단다. "널 위해선 죽을 수도 있어!" 블루스를 출 때는 터프하게 키스도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고고장에 가는 걸 은주가 문제삼자 "니가 뭔데 간섭이야!"라고 하는 뻔뻔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주 컨셉이 터프다.

은주가 다니는 학원에 찾아간 현수,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걸 보면서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한다. 친해지기 전까지 존대말을 썼고, 키스도 분위기가 무르익고 난 뒤에야 한다. 매너면에서 상대가 안됨에도 가인은 터프한 우식에게 가며, 좌절한 권상우는 떡볶이집 아줌마와 떡을 치며 우울함을 달랜다.

4. 용기 & 의리
버스에서 은주를 괴롭히는 3학년 선배에게 "그만하라"고 한 건 현수였다.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리라. 그는 선도부에게도 기죽지 않았고-눈 깔아, 그랬을 때 오래 버텼다-우식이 가인을 모독하자 그와도 맞장을 뜬다. 그의 짝인 햄버거가 야한 책을 권상우에게 떠넘겨 같이 벌을 받았을 때, 그는 짝을 원망하지 않는다. 우식을 비겁하게 물리친 선도부에게 복수를 하는 등, 의리와 용기 면에서 권상우는 높이 쳐줄 만한다.

우식의 의리는 단 한번 발휘된다. 버스에서 권상우를 도와 3학년들을 물리칠 때. 그것 말고는 별로 의리랄 게 없다. 나이트클럽에서 자기만 잽싸게 도망쳤고, 햄버거에게 야한 책을 빌려보다 걸리자 출처가 햄버거라고 고자질하기도 한다. 싸움 잘하는 것만 믿고 급우들을 괴롭혔고, 그건 결국 햄버거의 배신으로 이어진다. 주먹은 쓸 때 써야지, 맨날 그것만 믿고 설치면 밥맛이다.

5. 외모
몸매 하나로 2, 3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권상우의 몸매는 그야말로 짱이다. 막판에 몸을 만들며 벗은 몸을 노출하는데, 그것만 봐도 돈이 안아까울 듯 싶다. <천국의 계단>에서도 익히 보여줬던 우는 모습은 남자인 나도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애처롭다. 우식도 그런대로 생기긴 했고, 키도 더 크지만, 현수의 압승이다.

6. 결론
그런데 왜 은주는 우식을 택했을까? 그건 아마도 고교생이라는 통제된 시절엔 터프함이 훨씬 더 어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절에 이성을 사귄다는 건, 노는 애들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도 그래서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착각은 금물이다. 시대는 이미 바뀌었고, 이젠 고교생에게도 터프함보다는 유머와 매너가 훨씬 더 인기있는 덕목이 되버렸다. 이 영화를 보고 한 터프 하려는 사람들, 차라리 유머를 갈고 닦고, 여자에 대한 배려를 잘할 방법을 생각하는 게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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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5-30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물장구치는 금붕어님에게 사진 사이즈를 줄이는 걸 배운 적이 있어요. 사진이 너무 커서 맘에 안들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줄여 봤습니다. 금붕어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려요.

진/우맘 2004-05-30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얼마 전에야 비디오로 봤습니다. 울 서방님은 마태님보다 세 살 적고, 저는 울 서방님보다 여섯 살 적습니다.
남편에게는 영화 속의 모습이 기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듯, 매 순간 키득거리며 "그 땐 저랬지..." 되뇌이더군요. 저는, 세대차이를 절감하며 "정말? 정말 저랬어?"하고 뻐끔거렸구요.
새삼, 마태님과 친구로 지내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할까....제가 삼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띠)동갑내기 친구로 지낼 수 있었건만! ^^;

진/우맘 2004-05-30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오해하실까봐 하는 얘긴데...결코 마태님의 나이를 음해하려는 공작은 아닙니다. (변명하고 나면 꼭 더 옹색해 지더라.-.-;)
그리고, 사이즈 잘 줄이셨습니다. 비율 조절에 실패해서 옛날 영화같이 얼굴들이 길쭉해 졌습니다만, 의도한 효과 같군요.(필경...의도했다 우기시겠지.^^)

마태우스 2004-05-30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도한 건 아니구요...사실은 조절이 마음대로 잘 안되긴 하더군요. 화살표라는 게 나타났다 없어졌다 하니까 맞추기가 영 어려워서 말이죠. 저도 님처럼 20대인 여성분과 친구로 지내는 게 기쁩니다^^ 님이 제 아성만 위협하지 않는다면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 텐데요! 하여간 오늘 저 맘 잡고 글 썼습니다. 하루가 알라딘에서 시작되어 알라딘으로 졌습니다. 참, 제 나이를 언급함으로써 절 음해하려 하신 거, 다 압니다!

작은위로 2004-05-30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는.. 보면서 왜... 은주가 현수를 버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는... 왜! 키스까지 해놓고는...ㅜㅠ
한가인저거뭐야! 했다는...쿨럭..쿨럭...
이 영화전에는 권상우라는 배우 그다지 관심없었는데 말이죠.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또 별루에요. 아아, 변덕이!

H 2004-05-3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며칠 전에 이 영화를 봤어요.
한가인 캐릭터가 이해가 안되긴 했답니다..-_-

그리고 남동생한테, 남자애들 저렇게 유치하게 노니? 라고 했더니
거의. 라고 말하더군요.
이 영화에서 기억나는 거라곤 권상우의 건강한 몸이랑
이 씹새가 눈 깔어.
이런 말 밖에 없네요..-_-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머털이 2004-05-3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 아직 영화 안 봤는데 제목 만으로 스포일이 돼버렸어요 T.T

sunnyside 2004-05-3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영화에서만 보면 왜 권상우보다 우식을 선택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면 종종은.. 착하기만 한 남자보다는 약간 모난 성격의 소유자가 여성들에게 훨씬 어필하는 경우가 많이 있더군요. 저의 아주 가까운 주변에도 '착한 남자, 매력 없다'를 주장하는 젊은 여성이 여럿 있답니다. ^^;

sweetmagic 2004-05-30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가인..와 이뿌다 ~~
그냥 사귈 때야 우식이 재미있지 않나요 ? 다들..착한 남자 매력없다 매력없다 그래도
끝끝내는 또 착한남자 찾더라구요. 맘 편한게 와따야 라고 하면서,,

sooninara 2004-05-3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첫사랑은 아쉬운데로 지나쳐버리는게 좋을듯 싶네요..드라마나 소설에선 첫사랑의 여자때문에 목숨을 걸지만..그런건 현실에선 거의 없잖아요..
저도 이영화를 얼마전에 비디오로 봤어요..천국의 계단에서 권상우에 실망해서..안볼려다가..남편 보여줄려고(과거를 회상하라구^^) 빌려왔는데..남편은 바둑만 두고 그옆에서 저 혼자 다 봤지요..
그런데..권상우에게 뿅갔습니다..역시 다른분들의 칭찬이 이해가 되더군요..연기도 잘하고..역할도 딱이고..(뭐 벗어 제낀 상체에 넘어 간건 아닙니다..)
연애할때..개폼잡는 우식이..결혼할땐 현수처럼 삼돌이 스타일이...

ceylontea 2004-05-31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이 영화는 제목이 무엇인지요? 보고 싶어도 제목도 몰라서야...
<왜 한가인은 권상우를 버렸나>가 제목은 분명히 아닌 것 같은데..
마태우스님.. 철 지난 영화도 아직 비디오로도 못 본 사람도 있어요..

플라시보 2004-05-3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말죽거리 잔혹사 입니다. (근데 제가 대신 대답을 해도 되나요? 흐흐)

ceylontea 2004-05-3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가 <말죽거리 잔혹사>였군요.. 영화 이름만 알고 있었죠..
음.. 언제 기회가 되면 함 봐야겠군요.

superfrog 2004-05-3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진짜 옛날 영화 분위기로 길쭉하게 잘 줄이셨네요.. ^^

마태우스 2004-05-3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다 님 덕입니다!!!
실론티님/실론티님같이 곱게 자라신 분이 보시면 놀랄지도 모르겠어요.
플라시보님/님께서 대신대답을 해주셔서 고맙습다. 제가 제목조차 안적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수니나라님/상체에 뿅간 건 정말 아닙니까????
sweetmagic님/그니까 매너있게 기다리고 있으면 결국은 여자가 찾아온다는 얘기겠죠?
서니사이드님/그런데 서니사이드님의 말씀을 들으니 터프함도 필요한 듯...
머털이님/어...죄송합니다. 제가 원래 스포일러 같은 건 안키우는데... 워낙 오래전 영화고 해서요... 그거 말고도 볼거리가 많으니, 봐 주세요, 네???
작은위로님/저도 잘 이해가 안가는데요, 제가 남자라서 그런 줄 알았어요.
에고이스트님/영화가 미화해서 그렇지, 남자들은 실제로 더욱더 유치하게 놉니다^^

ceylontea 2004-06-0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는 곱게 자라지 않았어요.. 나름대로 험하게 자랐다는... 아마도 마태우스님보다도 자라면서 세상 험한 꼴은 더 많이 봤을 것 같은데요...
저는 마태우스님 이야기를 보면.. 마태우스님이 정말 곱게 자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

노바리 2004-06-0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해가 가는데. 사실 우식이가 와서 아무리 벽을 뻥 치면서 '널 위해 죽을 수 있어!' 이러면.. 겉으로 감동받는 척해도 속으론 사실 키들거리죠. 근데 또 그러면서 붕 뜨기도 하고.
거짓말에 뻥이라도 사랑을, 담고 있는 사람보단 표현해주는 사람이, 그리고 내가 없어도 잘 살 것 같은 애보단 나 없으면 안될 것 같은 애가, 더 눈을 끄는 건 사실이죠. 게다가... 대한민국엔 착한여자 컴플렉스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뭐 제가 그렇단 건 아니지만. 호호. (나라면 당근 착하고 매너좋은 사람~ 겉멋 다 필요없어용.)
 
여성주의적 유토피아, 그 대안적 미래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0
김미경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성주의적 유토피아, 그 대안적 미래>라는 책은 어느분이 책을 방출하실 때 받았다. 누군가로부터 선물받은 책을 비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책에 대해 비판한다는 게 책을 선물한 사람에게 누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선물한 책을 누군가가 신랄하게 욕해 놓으면, 나 역시 기분이 좋을 것 같진 않으니까. 책을 주신 분이 이 리뷰를 읽을 가능성이 높으니 더더욱 조심스럽다. 하지만 결례를 무릅쓰고 비판을 하련다. 덕담 차원의 리뷰를 썼다가, 그걸 보고 이 책을 읽을지도 모를 또다른 분에게 더 큰 잘못을 범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며, 여기저기서 들었던 공자님 말씀을 반복할 뿐이다. 저자는 가부장제에 대한 여성들의 기여를 비판하며 여성들이 그에 맞서 저항할 것을 주문하고, 환경파괴를 유발하는 자본주의를 비판하기도 한다. 남성학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남성적 신화를 벗어나지 못하는 남성 당사자가 앞장서서 연구"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미 기득권을 가진 남성들이 왜 남성학 같은 것에 관심을 기울이겠는가?

이 책에서 좀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대목도 있다. 우리가 일견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결혼 유형에 관한 대목으로, 일부를 인용한다. [평균적으로 봤을 때 남성들은 자신보다 집안이 더 좋고 더 많이 배운 여성들을 배우자로 삼기를 일단 꺼린다....여성들은 자신보다 더 나은 위치의 남자를 만나야 하는 것이 거의 불문율이 되어 있다]
이렇게 된 데는 남성들의 지배전략이 작동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남성들이 집안 좋고 공부 잘하는 여성들을 데려와 집에서 애 키우고 살림만 하라고 얘기하기에는 너무 명분이 없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지는 저자의 주장이다.
[집안의 배경과 학벌이 아직까지 중요하게 작용하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자신보다 좀 못한 배경에서 배우자를전에는 여성들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여성들이 진정 남편과 시댁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스러운 결혼을 원한다면, 남성들이 여성을 지배하기 위해 취해왔던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 곧 자기보다 좀 못한 남자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뒤에다 '진정한 인간해방의 길은 아니다'라는 말을 덧붙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자에게 자기보다 못한 남자를 고르라는 저자의 주장은 좀 뜬금없다. 못하다는 것의 기준이 도대체 뭘까? 덩치가 작은 남자? 외모가 처지는? 앞의 문장으로 보아 집안이 안좋고, 학벌도 더 나쁜 남자를 고르라는 말일게다. 그게 과연 여성해방에 도움이 될까? 내가 아는 사례는 딱 하나밖에 없다. 가방끈이 훨씬 짧은 남자와 결혼한 최보은은 열등의식에 빠진 남편으로부터 신나게 구타만 당하다 결국 이혼했다. 그걸 가지고 저자의 주장을 반박하긴 무리지만, 남자란 동물은 참 마음이 좁아서, 잘난 부인을 둔 경우 부인이 웃기만 해도 자기를 무시하는 걸로 착각을 해버린다. 더욱이 부인이 잘났다고 해서 온갖 허드렛일을 감수하며 부림을 당할 남편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기저귀,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의 대부분을 하는 내 친구는 부인보다 훨씬 학벌이 좋고, 돈도 더 잘번다. 중요한 건 학벌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가 아닐까?

남자들이 이쁜 여자를 밝히듯, 여자들 역시 멋지고 돈잘버는 남자를 선망할 권리가 있다. 거기다 대고 여성해방을 위해 못난 남자를 고르라고 하는 게 여성주의라면, 그 미래는 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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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30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표지는 멀쩡하니 이쁘구만....검은비님도 혹시, 표지에 혹해서 사신 거 아녜요?

마태우스 2004-05-30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휴, 다행이다. 전 님이 삐지심 어쩌나 걱정했어요^^
진우맘님/아직도 안주무시고 배회하시다니, 평정의 꿈을 여태 안버리신 모양이구료. 적당한 잠은 건강에 좋습니다. 어여 주무시지요.

호랑녀 2004-05-30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이... 저 사람은 사랑을 안 해봤나?
같이 살 사람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정신 차리고 보니까 같이 살고 있던데...
내 계산대로 딱딱 맞아드는 세상은... 재미있을까 재미 없을까?

sweetmagic 2004-05-3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저 책 보고..이거이거 뭐야 ? 무슨 이런....궁시렁 궁시렁 했었습니다.
여담이지만....남자들은 대체 왜 그런데요 ? 막 좋다며 난리치다가도 저 박사과정 중 인데요 라는 말만하면 움찔, 주춤 하더군요.요즘엔 박사들이 널렸다니깐요하며 핏대 세우던 사람들도 말이죠. 어느 분은 그러시던데요. 맘에 드는 사람있으면 학벌을 속여~!! 라구...
기저귀,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의 대부분을 하는 부인보다 훨씬 학벌이 좋고, 돈도 더 잘 버시는 친구 분.... 어디 또 없나요 ???? 제 이상형인데~~

게으름뱅이_톰 2005-10-03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매' 비스무리하게 산 책이었는데, 정말 재미없었어요. 제목부터 고루하더니 끝까지 배신감을 안겨주던 책이었지요.
 

 

 

 

 

 

77번째 술
일시: 5월 27일(목)
왜?: 학회 전날은 늘 술을 마신다.
마신 양: 소주--> 맥주--> 양주 약간

우리 학회에서는 평의원회라는 게 있다. 대학에 자리잡은 사람들의 모임으로, 중요한 안건이 핵심인사들 몇몇이 른 위원회에서 결정되는 반면, 평의원회에서는 하나도 안중요한 안건들이 다루어진다. 그래서인지 우리 학회의 평의원회는 매우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어 왔던 게 그간의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좀 달랐다. 지난번 회장선거를 놓고 그랬던 것처럼, 설대 계열과 연대 계열이 첨예한 문제를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일 예정이었던 것. 각 계파마다 자파 평의원들의 총동원령이 내려지고, 자신의 입장을 지지할 것을 호소하는 메일이 보내졌다. 그게 내가 오랜만에 평의원회에 참석한 까닭이었다.

언제쯤 그 안건이 나오나 마음을 졸였지만, 그 문제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은 채, 언제나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평의원회는 막을 내렸다. 어찌된 일인지 자세한 내막은 높은 분들만 알 것이고,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어차피 이 세상은 내가 보지 못하는 힘에 의해 굴러가는 거니까. 그와 전혀 관계없이 그날저녁 난 열심히 술을 마셨고, 노래방에 갔을 때는 그만 자버리는 실수를 범했다. 아, 창피한 일이다. 정신을 잃은 횟수도 따로 집계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78번째 술
일시: 5월 28일(금)
왜?: 친구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해서
마신 양: 소주 왕창...

술을 마시는 와중에 친구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문상을 같이 가자는 메시지를 받았다. 솔직히 좀 망설여졌다. 밤새 술마시고, 부산서 서울로 올라가자마자 또다시 영안실에 가야 하는 게 피곤하게 생각됐고, 부모님도 아니고 할머닌데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3년 전 아버님 상을 당했을 때 지인들에게 느낀 고마움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가야했다. 더구나 친구가 날 필요로 하는데...

또 나가냐고 슬픈 눈길을 던지는 벤지를 뒤로한 채, 늘 모이는 친구끼리 모여 술을 마셨다. 당사자인 친구는 "민아, 오늘 한번 죽어보자"며 연방 술을 권했다. 그가 없는 자리에서 한 친구가 말했다. "야, 알고보니 외할머니더라? 친할머니도 아닌데 뭐 친구들을 부르고 그러냐?"

내가 망설였던 것은 '할머니'여서였지 '외할머니'여서는 아니었다. 내게 있어서 할머니는 언제나 외할머니였다.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데다, 달랑 딸만  하나 있었던 외할머니는 우리 형제들을 너무도 이뻐하셨다. 내가 어릴 적 남보다 풍족한 장난감과 학용품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덕이다. 내가 어릴 적 "외할머니"라는 말을 썼을 때, 할머니는 너무도 서운해서 밤새 잠을 못이루시기도 했다. 특히 나만을 이뻐하셨던 할머니는 지금도 내 손주를 보시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혼자 사는 날 괴롭히신다. 그게 애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물론 잘 알고 있지만.

이건 나만의 상황일 뿐, 경우에 따라서는 친할머니가 훨씬 더 친한 사람도 있을게다. 그런 사람에게 친할머니의 부음은 많은 슬픔을 가져다 줄 것이다. 내 친구 역시 나처럼 '할머니=외할머니'라는 등식으로 자란 모양이다. 나이가 들어 돌아가신, 소위 말하는 호상이지만, 친구는 충분히 슬퍼 보였다. 그 자리에 내가 안갔으면 친구가 얼마나 서운했을까.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를 굳이 갈라서, 친할머니를 더 높이 쳐주는 건 도리가 아닐 듯하다.

방금 할머니를 댁에 모셔다 드렸다. 우리 집에서 이것저것 집안일을 도와주고 가시는 거지만, 모셔다 드릴 때마다 할머니는 날 귀찮게 한다면서 미안해하신다. 내게 부모님 다음으로 애정을 주셨던 할머니도 벌써 88세, 만일 돌아가신다면 나 역시 굉장히 슬플 것 같다. 그래도 난 할머니의 상 때 친구들에게 연락을 할 것같지는 않다. 그건 내가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못하는 성격 탓이지, 내가 옳은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외할머니 상 때 친구들을 부른 내 친구가 잘못된 것도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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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5-29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께서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아니 울엄마가 시집가기 훨씬전에 돌아가셔서....친할머니의 정을 잘 모릅니다....대신 외할아버지가 그나마 좀 오래사셨고 외할머니도 좀 일찍 돌아가셨더랬어요!!...전 울외갓집 뒷집에 있는 할머니가 울외할머니인줄 알고 착각하며 살아왔었던 슬픈 경험이 있더랬죠!!....ㅠ.ㅠ...남남인 남의집 할머니를 우리외할머니인줄 알고 살면서 각별한 정을 느끼며 산 저로서는....친할머니면 어떻고...외할머니면 어떻냐!!...할머니는 다같은 할머니지!! 란 등식을 성립시키곤 하죠!!..^^...
암튼...피곤한 몸일텐데도...친구분의 외할머님상에 다녀오신 님이 정말 존경스럽단 생각마저 듭니다....^^....님의 마음이....(이말하면 좀 실례가 될테지만.....)님의 마음이 참 이쁘단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데...외갓집 식구들은 앞에 '외'자를 붙히면 그렇게 서운하신가보죠??
나도 어릴때 울외할아버지께...항상 "외할아버지!!"하고 불렀더랬는데......외삼촌과 외숙모도 그렇고.........ㅡ.ㅡ;;
아~~ 갑자기...님의 글을 읽고 있노라니....돌아가신 외할아버지와....뒷집 할머니생각이 나는군요.........ㅠ.ㅠ

마태우스 2004-05-30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라는 말에 다들 그렇게 서운해하시는군요. 저희 어머니는 '장모님'이라는 말도 참 싫어하세요.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둘째 사위를 그래서 더 이뻐하시죠^^

starrysky 2004-05-30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는 얼굴도 못 뵌 반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는 매우 진한 정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지금도 바로 가까이에 사셔서 자주 뵙는답니다. 그래서 마태우스님 친구분처럼 친가 쪽에 더 무게를 두는 사람들은 이해가 안 가요. 제 주변도 보면 다들 외가쪽에 진하고 끈끈한 정들을 느끼던데, 왜 공식(?) 석상에서는 친가쪽에 중점이 두어지는 거죠? 어차피 피는 반반씩 섞인 것 아닌가? 우웅.. 이해불가. 할튼 그런 사람들 때문에 호주제 완전 폐지가 안 된다니까요. (얘기가 너무 멀리 튀었나?)

마태우스 2004-05-30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리 튄 게 아니라, 님의 말씀이 전적으로 옳습니다!! 코멘트는 추천할 수가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비로그인 2004-05-3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홍~~ 마태우스님의 위트는(위의 답변) 알아줘야 합니다.^^

panda78 2004-05-3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나가냐고 슬픈 눈길을 던지는 벤지를 뒤로한 채 <---- 마태우스님, 밤외출은 좀 자제하셔야겠습니다... 벤지야... T^T
외할머니, 친할머니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네요.. 한숨만 나올뿐.아직도 멀었구나.. 에효..

nugool 2004-05-3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시어머니 말씀이 외손주는 방아개비래요. 어릴 적 아무리 정을 쏟아도 크고 나면 도망간다나요?

sweetmagic 2004-05-30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외할머니 하면 멀리 떨어져 살기도 했지만, 또 워낙 어릴 때 돌아가셔서 별 기억이 없네요. 외할머니 돌아가신 날, 같은 아파트 사시던 엄마 친구분 댁에 절 맡기고 부모님하고 동생만 외할머니댁에 가셔서 별 당일 기억도 없구요. 그날 ...먹은게 배탈나서 엄마 친구분 안방 카펫에 응가를 해버린 일만은 또렷하게 기억나네요. 황당해 하시던 얼굴들두요 -.- ;; (아파트 구조가 저희 집과 틀려서리..라고 핑계는 댑니다)...할머니는 달라요 고등학교 때 돌아가셔서 그리고 유독절 많이 아껴주셔서 아직도 할머니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그때가 여든 다섯이셨죠.

다연엉가 2004-05-30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마태우스님. (새삼스레)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죽음이란 앞에서 모두들 슬퍼지요. 울 집 양반은 남의 집 대소사는 잘 챙기지만 우리집에 대소사는 알리지 않는편입니다. 가령 제가 1달정도 병원에 있어도 알리지 않을 정도.^^^ 그런 사람과 살다보니 제 생각도 할머니의 부음은 안 알리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이 드는군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 비틀어 보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별님께 허접한 책 한권을 드리고 받은 책이 바로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란 책이다. 책은 다 나름의 가치가 있겠지만, 허접한 책과 에코의 내공이 담긴 양서가 맞바뀐 것은 좀 미안한 일이다.

매스컴에도 꽤 소개가 된 이 책을 내가 사지 않은 이유는 <장미의 이름>을 읽으면서 에코가 어떤 사람인지 잘 파악한 탓이었다. 그나마 대중적으로 썼다는 <바우돌리노>도 중세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다보니 너무도 힘이 들었다. 그러니 "에코가 웃겨봤자 얼마나 웃겨?"라는 생각이 들 법도 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자 생각이 좀 달라졌다. 에코도 맘 먹으면 웃겼다.

[...당신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에 <개체 삽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자. 개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적절한 곳에 삽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서...도움말을 작동시키면 다음과 같은 대답이 나타난다. <문서에 개체를 삽입하는 기능입니다>]
컴맹이라 이런 경험을 부지기수로 한 나로서는 에코의 풍자에 공감할 수밖에. 표지판에 대한 그의 해학이다.
[아둔한 사람이라면 표지판을 이런 곳에 세우려 할지도 모른다. 어디로 가야할지 판단을 내리기 힘든, 여러갈래로 길이 갈라지는 분기점 같은 곳...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표지판은 가야할 길이 눈에 빤히 보이는 곳..에 세워야 한다. 운전자를 반대 방향으로 보낼 수 있도록 말이다]
표지판에 대한 불만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가보다. 여기까지 읽으면 쉽고 재미있는 책을 써준 에코가 한없이 고맙다. 하지만 뒤쪽으로 갈수록 방대한 지식이 없으면 웃기가 힘든 내용이 많이 나온다. 예컨대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여러 사람의 답을 보자.
이카루스: 한바탕 곤두박질을 치고 난 기분입니다.
테세우스: 실날 같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살만한 거지요.
여기까지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보에티우스가 누군지, 아베로에스는 또 누군지, 벨리니, 다게르가 뭘 했던 사람인지 모르니 이어지는 유머에 웃어줄 수가 없다. 역자가 친절하게 각주를 넣어준 게 고마운 대목이다. 역자의 말이다. [에코는 자기 글이 어렵다고 말하는 독자들을...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에 길들여 있는 사람들로 여깁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가 주석을 많이 붙인 것은 에코의 뜻에 반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석을 붙이는 것이 개역 증보판의 의미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휴, 다행이다. 주석이 없었던들 이 책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을 거다. 저자의 뜻에 반하건 말건 이해를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에코가 쓴 유명소설의 속편들도 원편을 안읽었으니 모르겠고, "같은 강물에 두 번 몸을 담그지 못한다"를 증명한 것도, '무입력 기계와 무출력 기계'에 대한 설명도 에코의 방대한 지식을 확인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나로서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뿐이다. 내가 무식해서 책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건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다. 사서삼경에 두루 통달하고 난 훗날에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처음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코는, 역시 에코다.

* 모르고 페이퍼에 올렸다가 지우려고 하니까 벌써 코멘트가 달렸더군요. 그래서...눈 딱 감고 리뷰에도 올립니다. 점수 때문에 이러는 건 절대 아니어요! 믿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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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29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마태우스님은 저보다 쬐금 더 똑똑하시네요 뭘. 전 이카루스까지는 웃겠는데, 테세우스는...아리까리....^^;;;

책읽는나무 2004-05-29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깜찍이 마태님!!
뭘 또 사족으로 믿어 주세요~~~~ 그러세요...ㅎㅎㅎ
<장미의 이름>책을 사다놓았는데....이사람책이 무지 어렵단 말이죠??
아~~ 어쩔까나???

마태우스 2004-05-30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아...테세우스가 아리까리하시구나! 킥킥. 이겼다!
책나무님/헤헤, 님은 절 너무 이뻐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와 힘을 합쳐서 진우맘님을 물리칩시다!! <장미의 이름>, 한 한달은 걸리지 않을까요?

Fithele 2004-06-07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세우스는... 미노스 왕의 미궁에서 빠져나왔죠 ^^;; 장미의 이름은 후회 안하실 거에요. 어렵긴 한데 매년 한번씩 읽어도 새롭더라고요 (어려워서 그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