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 전화번호부를 찾다가 ‘서민’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몇 명 없다는 걸 알았다.

실제로 내 이름은 좀 특이하다.

못사는 사람이란 뜻인데다 실제로 '민'이 '백성을 뜻하는 '이니까. 

외모가 워낙 출중하다보니 ‘와이셔츠 단추구멍’처럼 외모와 관련된 놀림을 주로 받았지만,

만약 외모가 보통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이름 가지고 놀림을 받았을 것 같다.

한자로도 ‘백성민(民)’이라 이름을 뭐 이렇게 지었냐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그래도 이름이 특이한 건 나름의 보람이 있어서,

내 이름을 넣고 네이버 검색을 했을 때 인물정보에 바로 내가 뜬다!

동명이인도 드물지만 그 중 유명한 이가 거의 없으니까.

게임회사 넥슨 대표인 서민 씨가 내 유일한 라이벌이었다.^^

베란다쇼에 같이 나온 박지훈 변호사는 기아타이거즈의 박지훈 선수에게 밀려

한동안 메인을 차지하지 못했으며,

지금도 네이버 메인을 노리는 많은 경쟁자들이 있다. 


그런데 그 인물정보가 문제였다.

내 생년월일이 그대로 나온 걸 아내가 못마땅하게 여긴 것.

워낙 동안이라 다른 데 나가서 나이를 아홉 살 속이고, 

서너살 아래인 여자들한테 “언니”라고 부르며 지내는 터라

내 프로필에 나이가 그렇게 나오는 게 싫을 수밖에.

아내는 석달 전부터 닦달했다. 

“그 정보 좀 지워달라고 해. 나이 많은 게 자랑은 아니잖아?”

“앞집 여자가 여보 나이 보고 놀라잖아. 남편이랑 나이 차이가 왜 그리 많이 나냐고.”

“다른 연예인들도 다 생년월일 지웠는데 여보는 왜 그래?”

석달을 그렇게 시달리다 용기를 내서 네이버에 메일을 보냈더니

웬걸, 아주 흔쾌히 지워준단다. 

아내의 성화 때문에 지우긴 했지만, 괜히 나까지 기분이 좋다.

이제부터 나도 내 나이를 모른다. 



4년 전 상황. 넥슨의 서민 씨가 네이버 메인이다.





2년 전, 넥슨 서민씨를 제치고 내가 메인이 됐다. 





사진도 산뜻하게 바뀌었고, 결정적으로 생년월일이 빠졌다.



박지훈 변호사는 기아의 박지훈과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지금 정도의 활약이면 곧 단독으로 뜰 것 같긴 한데...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수많은 박지훈도 견제해야 한다, 힘내라, 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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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7-29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네이버 인물검색 메인에 뜨는 기분은 어떤가요, 마태우스님? 전 상상조차 할 수 없네요.

마태우스 2014-07-29 20:03   좋아요 0 | URL
앗 다락님 일빠로 댓글을!! 그게요, 처음에는 무지 기분 좋죠. 음,나중에도 좋죠. 다 특이한 이름 덕분인데요 뭐....

카스피 2014-07-29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요즘 서민은 서민교수님이 대세인것 같아요.TV에서도 종종뵙고요^^

마태우스 2014-07-30 00:15   좋아요 0 | URL
호호 둘밖에 없다보니 뭐 대세랄 것도....^^ 그래도 1등이 어딥니까 호호호.

하늘바람 2014-07-30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1등 멋져요.

페크pek0501 2014-07-3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축하드려요. ^^

불사조천 2016-08-05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67년생이시라니.. 깜짝 놀랐습니다.
교수님께서 쓰신 책이 저희집에 2권 있습니다.
덕분에 초2 아들은 기생충 이름과 특성을 줄줄 외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16-08-10 02:31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벌써 50세 흑흑... 아드님이 나중에 훌륭한 과학자 내지는 과학정책을 입안하는 관료가되지 않을까 싶네요!
 
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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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을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가 좀 거시기하긴 해도 그가 책을 참 재미있게 쓴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내가 주인공의 일대기,

즉 언제 태어나서 몇 살 때 뭘 하고 결혼은 누구랑 하고, 돈을 얼마를 벌었고 하는 식의 책을 좋아한다는 걸 알려준 것도 다름아닌 <변경>이었다.

성석제의 신간 <투명인간>도 인간성이 바보처럼 좋은 김만수의 일대기를 그렸는데,

글솜씨도 워낙 뛰어난 작가의 작품인지라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여전히 성석제가 낯선 이유는, 원래 그한테 기대했던 건

문장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를 발견하는 재미였기 때문이었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비롯해 그의 책들은 읽는 내내 웃음을 줬기에,

<참말로 좋은 날>에서 유머를 뺀 그의 작품을 읽을 때 내심 당황했다.

이번 책은 제목이 <투명인간>이었고, 도입부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투명인간끼리 서로를 알아보는 내용이 나와서 다시 원래의 성석제로 돌아온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라서 아쉬웠다.


김만수라는 사람의 출생일이 50년대로 추정되고,

이 책이 그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니

기생충 이야기가 몇 번 나온다.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그 얘기만 좀 해본다.

“치료나 예방이 안되는 것도 있었다. 이나 벼룩 같은 기생충이었다”(63-64쪽)

이나 벼룩같은 것들은 사람 몸에 살진 않지만 체외기생충으로 분류하고 기생충학에서 가르친다.

그런데 다음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모기, 파리 같은 기생충도 훨씬 적었다. 구더기도 기생충인지...”(65쪽)

모기와 파리는 사람에게 기생하지 않으며, 따라서 기생충은 아니다. 그냥 곤충일뿐.

그럼 구더기는? 파리가 의식이 없는 사람의 코나 입에 알을 낳아 거기서 구더기가 나오는 일은 가끔 있다.

본의 아니게 사람 몸에 들어오긴 해도 이 구더기는 기생충으로 분류를 한다.

안그래도 몇 년 전 이 구더기 가지고 두 편의 논문을 우려먹은 적이 있다.

환자 코에서 나온 구더기. 



환자의 눈에서 나왔던 구더기.




66쪽에는 채변봉투 얘기가 나온다. 

한 반 학생들 전부에게 변을 담아오라고 한 뒤 기생충 여부를 검사했던 그 채변검사.

“우리반 오십명 중 여덟명 빼고는 다 회충이 있다..내일 약을 먹어야 하니까 아침은 굶고 와라.”

선생님은 회충에 양성이 있는 학생들에게 ‘싼토닌’을 준다.

자료에 의하면 이 약은 근육을 마비시켜 기생충을 배출하게 만드는 회충약이었단다.

주인공 만수는 이 약을 먹고 어지럽다고 하더니, 나중에 운동장에 쓰러져서 기생충을 토한다.

“아이는 잠결에 입에서 무언가 길쭉한 것을 뽑아내고 있었다. 길고 질긴 쫀드기 같은 것을

자꾸만 뽑아올리고 있었다. 먼 데서도 나는 그게 뭔지 알아볼 수 있었다...“(67쪽)

그 당시엔 회충이 입을 통해 밖으로 나오는 경우는 흔히 있었지만,

길고 질긴 쫀드기같은 기생충은 아무래도 길이가 몇미터인 촌충이 아닐까 싶다.

지금이야 디스토시드 (프라지콴텔이 성분명)라는 좋은 구충제가 있지만,

과거 이 약이 없을 때는 니클로사미드 (niclosamide)라는 약을 써서 구충을 했다.

그리 신통한 구충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촌충을 죽이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다.

몸이 기다란 촌충이 이 약을 만나서 죽으면 어떻게 될까?

장의 연동운동에 몸을 맡긴 채 항문 쪽으로 밀려가고, 결국 대변과 함께 배출된다.

그러니, 회충약인 싼토닌을 먹고 촌충이 죽는 건 아니고,

죽었다고 해도 촌충이 입으로 올라와 구토와 더불어 밖으로 배출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촌충은 이렇게 생겼다


마지막으로 148쪽. 

“암만 손님이라고는 해도 저런 인간은 사내도 아니다. 식구들 피 빨아먹는 거머리다. 기생충이지.”

여기서는 성석제 작가가 기생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잘 드러난다. 

기생충을 좋게 봐달라고 역설하는 내가 보기엔 좀 서운하다고나 할까.

소설은 소설일뿐, 분석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기생충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쓴 건, 이런 식으로라도 자신의 지식을 뽐내고픈 치기일 것이다.

나이가 오십을 향해 달려가는데도 아직 이런 마음이 남아 있다니,

철이 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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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초충 마치 제가 즐겨먹는 칼국수 라면처럼 생겼습니다...ㅎ ㅎㅎㅎㅎㅎㅎㅎㅎ

마태우스 2014-07-27 23:32   좋아요 1 | URL
그죠? 편견을 버리니 기생충이 친근해지는 겁니다^^

재는재로 2014-07-27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촌충모르고보멵 면으로착각하겠네요 근데엄청기네요 저게몸에잇다생각하면 아욱

마태우스 2014-07-27 23:32   좋아요 0 | URL
면이 우리몸에 흡수되듯이, 저게 있어도 별일 없습니다.^^

비연 2014-07-27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촌충을 보니... 갑자기 국수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네요...;;;;

마태우스 2014-07-27 23:32   좋아요 0 | URL
호호 다들 기생충이 친근해지셨나봐요!

가넷 2014-07-27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락국수보다는 칼국수가 연상이 되네요. ㅋㅋ

마태우스 2014-07-27 23:33   좋아요 0 | URL
그죠 예리하십니다. 칼국수는 면이 납작하지만 가락국수는 둥글죠.!!

꼬마요정 2014-07-27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서도 기생충이 나오는군요.. 엄청 아팠겠는걸요. 문득 책장에 꽂혀 있는 '대통령과 기생충',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을 꺼내들고 싶은데요 ㅋㅋ 마태우스님의 유머에 퐁당 빠져볼까나요~ ^^

근데 투명인간에서 기생충 이야기로 전환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점점 사라져가는(인식하지 못하는) 기생충에 대한 애도(?)인건가요?

마태우스 2014-07-27 23:34   좋아요 0 | URL
우왓 요정님이닷! 머 애도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근데 저 책들은 제가 기억하기 싫은, 악몽의 책들인데, 안보시면 안될까요 흑흑

노이에자이트 2014-07-28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서 구더기 나오는 동영상을 본 적은 있습니다만 코에서 구더기 나오는 것은 무슨 병입니까?

마태우스 2014-07-29 19:47   좋아요 0 | URL
파리가 코에다 알을 낳는 거죠. 입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구요....

카스피 2014-07-28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넘 무시무시하네요^^''

마태우스 2014-07-29 19:47   좋아요 0 | URL
그죠? 좀 아름다운 영상을 올려야 하는데 늘 이런 것만...ㅠㅠ
 
불량 제약회사 - 제약회사는 어떻게 의사를 속이고 환자에게 해를 입히는가
벤 골드에이커 지음, 안형식.권민 옮김 / 공존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화이자라는 제약회사는 새로운 뇌수막염 치료제인 트로반을 개발했다.

약을 개발하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 건 필수적인 일,

그런데 그들은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 나이지리아로 날아간다.

나이지리아의 뇌수막염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화이자는 

한 그룹에는 기존 치료제 (ceftriaxone)를 줬고,

또 다른 그룹에는 새로 개발한 트로반을 준다.

정말 부도덕하게도 화이자는 트로반의 효과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기존 치료제의 용량을 반으로 줄여 환자들에게 투여한다.

트로반이 그다지 좋은 약이 아니어서 트로반 투여군 아이들 100명 중 다섯명이 죽은 건 예상치 못한 일이라 할 수 있지만,

기존 치료제의 용량을 반만 투여함으로써 원래 살 수 있었던 아이들 중 여섯명이 죽은 건

살인행위라 불러도 괜찮을 듯 싶다.

이들이 나이지리아로 간 것도 임상시험 참가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

그럼에도 화이자는 처음에는 자신들의 행위에 잘못이 없다고 했다가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뒤 합의금을 주고 사태를 종식시킨다.

1996년 벌어진 이 사건에 기초해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콘스탄트 가드너>,

여기서 제약회사는 검증안된 에이즈 치료제를 아프리카 애들을 상대로 실험하고,

그 사실을 알아챈 이들을 죽이는 테러집단으로 나온다.

처음에 이 영화를 볼 때는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통해 트로반 사건을 뒤늦게 알고 나니 그 영화가 과장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벤 골드에이커는 <배드 사이언스>에서 부도덕한 제약회사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한 적이 있다.

그 비판이 한 챕터에 불과했던 게 마음에 걸렸는지,

그는 아예 책 한권으로 제약회사를 까기로 한다.

그래서 나온 게 <불량 제약회사>, 

책이 464쪽으로 두껍고, 온통 약 얘기로 도배돼 있어 책을 선뜻 들기가 부담스러울 것 같긴 하다. 

현재까지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가 635로, 

거의 안팔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렇긴 해도 이 책이 그냥 이렇게 묻히는 건 좀 안타까운 일이다.

제약회사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부도덕한 존재라는 걸 이 책만큼 잘 말해주는 책은 없으니까.

조폭이 가끔 영화의 소재가 되는 건 조폭의 무식함이 관객들에게 조롱의 대상이 되기 때문인데,

제약회사가 무서운 이유는 부도덕함과 더불어 좋은 머리까지 가졌다는 점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제약회사들의 전략을 읽다보면 “이렇게 치밀할 수가!”라는 감탄이 적어도 20번은 나온다. 

마르시아 앤젤이라는 의사가 쓴 <제약회사는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와 비교할 때

사례는 훨씬 더 풍부하고 구체적이며 그래서 그런지 훨씬 더 생동감이 넘치고 재미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읽자,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이게 우리나라 현실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 책이여서다.

새로운 약을 개발하고 그걸 팔아먹으려고 애쓰는 외국 제약회사들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신약개발보다는 리베이트로 먹고사는 제약회사들이 주를 이뤄서다.

신약개발을 별로 안하니 임상시험을 할 필요가 없고,

그러다보니 외국처럼 비열하지만 치밀한 전략을 짤 이유도 없다.

그러고보면 부도덕함이란 것도 어느 정도 능력이 돼야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일반인들은 빵을 훔쳐서 감옥에 가는 반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천문학적인 액수를 횡령하고도 감옥에 안가지 않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기를 쓰고 높이 되려고 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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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4-07-27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만 보아서는 어린이 대상용 책인 듯한 느낌도 풍기네요. 여튼 꼭 읽어볼 생각입니다. 아, 그건 그렇고 메디컬X에서도 출연하시더군요.ㅋ 잘 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거의 준반송인이 신듯?ㅎㅎㅎ

마태우스 2014-07-27 12:24   좋아요 0 | URL
어마 시청율 0.5%인 방송을 보시다니! 부끄럽습니다. 근데 제가 방송을 너무 못해서 오래지 않아 잘릴 거라고 제가 전에 페이퍼에 쓴 적 있는데요. 생각보다 훨씬 빨리 잘렸답니다.ㅠㅠ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고 있어요^^

꼬마요정 2014-07-27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약이 빼곡하게 적힌 책은.. 너무나 어렵겠는걸요.. 종자회사 못지 않게 제약회사도 참으로 악랄합니다. 미국에 가만히 앉아서 지시만 하는 사람들은 사람이 죽는 게 아무렇지도 않나 봅니다. 직접 칼로 찔러 죽이는 거나, 약으로 죽이는거나 죽이는 건 매한가지인데 말입니다. 하긴, 가자 지구에서 폭탄이 터질 때마다 그 장면을 보며 맥주 마시면서 박수치는 사람들도 있으니 참.. 우울하네요ㅠㅠ

마태우스 2014-07-27 23:35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자기가 먹을 거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좀 부도덕하더라고요 문제는 그네들이 돈을 가지고 있단 거죠....그래서 의사들이 잘 넘어가요.

Ralph 2014-07-30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우리모두가 열심히 그약을 먹고 처방하고, 돈을 퍼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내게 마조히즘 성향이 있다는 건 결혼 전에도 어렴풋이 알았지만,

확실히 알게 된 건 아내를 만나고 난 뒤다.

그래서 난 가끔씩 아내한테 좀 때려달라고 얘기한다. 

일전에 낸 인터뷰집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매 맞는 남편인가요?(웃음)

=아니, 자주 맞지는 않는데요. 맞는 것 자체도 즐겁다는 거죠.

-때리면 맞을 각오가 되어 있다?(웃음)

=실제로 때리죠. 엉덩이를 발로 찬다든지. 정말 귀여운 것이 뭐냐 하면

제가 벽에 기대서 엉덩이를 차달라고 하면 하면 진짜로 열심히 차요. 어찌

나 귀여운지.(웃음)


내가 몰랐던 것은 맞는 사람은 내성이 잘 안생기는데,

때리는 사람은 날이 갈수록 기술이 진화한다는 사실이었다.

엉덩이를 차는 아내의 발끝이 점점 매워지기 시작했다. 

더 안타까운 건 아내가 발로 차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게 됐다는 점.

이젠 내가 부탁하지 않아도 "우리 민이, 오늘 좀 맞자"라고 하더니

벽에 기대 서게 한다. 

아직은 참을만 하고, 차는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요즘 아내가 무서운 말을 한다.

"아무래도 무술을 배워야겠어. 집 근처에 하나 생겼더라고."

아니 갑자기 왜? 아내가 답한다.

"내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실제로 아내는 경보기도 사고, 최루가스가 나오는 휴대용 호신기도 장만했으니,

무술을 배운다는 것도 그 일환이겠지만,

그 부작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나로서는 

아내가 무술을 배우는 게 달갑진 않았다.

이렇게 뜯어말렸다.

"한방에 괴한을 고꾸라뜨리지 못하면 더 큰 보복을 당하잖아?

어설프게 배우느니 안배우는 게 나아."

아내가 발끈한다.

"제대로 배울 거야."

집 근처 합기도 도장이 빨리 문을 닫기를 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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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7-2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무플방지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마태우스 2014-07-27 11:41   좋아요 0 | URL
오오 감사합니다! 앞으로 충성하겠습니다
 












아침에 일이 있어서 6시 25분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왔다.

이것저것 일을 보고 난 뒤 2시부터 '고병리학회'에 참석.

간만에 열심히 들어보려 했지만,

나이도 있는데다 너무 무리한 탓인지 십분도 안돼 졸음이 밀려왔다.

이럴 때 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면 안잘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여기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1) 안자려고 한 이유가 세미나를 듣기 위한 것인데,

그림을 그리면 어차피 세미나를 듣지 못한다.

2) 그림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한시간이 넘게 잤다.

오죽하면 발표자가 쉬는 시간에 내게 "많이 피곤하신가봐요"라고 하겠는가.

잠을 안자면서 세미나를 들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 봐야겠다.


참고로 맨 마지막 그림은, 세미나 때가 아닌, 라디오 방송국에서 그린 거다.

어제 내가 나오는 라디오 프로가 백일째를 맞아서 '백일특집'을 마련했는데,

청취자 투표로 고정 코너를 맡은 게스트 네명을 뽑아 백일특집에 불렀다.

뭐 게스트가 몇 명 되지도 않는지라 4등 안에 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혹시 못들면 어쩌나 싶어 아내에게 투표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아내는 내가 나오는 프로가 뭔지를 몰랐고 -채널은 물론이고 프로그램 이름도-

결국 투표를 하지 않아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4등 안에 들어서 백일특집에 초청이 됐는데,

1등과 단 3표 차이라는 말에 무지하게 놀랐다. 

'아내가 해줬으면.... 우리 조교선생한테 부탁했다면...동료선생한테도 부탁했다면..?'

이런 생각을 잠시 해봤지만,

솔직히 지난 석달간 내 방송은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라디오를 '방송아카데미', 즉 방송감각을 기르기 위해 연습하는 과정이라고,

그래서 가볍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 게 주된 이유였다. 

오죽하면 작가한테 "방송 하기 싫어요?"라는 힐난을 받았겠는가?


그 힐난 이후 난 좀 달라졌고,

정성을 다해 대본을 작성하기 시작한다 (우리 프로는 스스로 대본을 쓴다)

그렇게 3주 가량이 지났을 때 작가가 날 불렀다.

"처음에는 롤러코스트였어요. 무지하게 긴장한 상태로 방송을 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좀 안정된 거 같아요. 반응도 좋아졌고요."

초창기 내가 긴장했던 건 내 대본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

충분한 준비를 한 지금은 긴장할 이유가 없다.

그 몇 주간의 소중한 경험이 날 2등으로 이끈 것 같다.

내 코너에 투표한 청취자의 소감을 보자.


-사람 냄새 나는 코너이기도 하며..준비성 있는 것 같고 듣기 편함.

-진솔한 마음이 저에게 전달되어서요...왠지 정이 갑니다.

-우리 옆집 아저씨 같기도 하고.. 오래도록 함께 해주세요.

-푸근하고 서민적인 인상이 좋고 (라디오인데???) 많은 정보도 귀에 쏙쏙 들어와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털털하게 서민적인 인상을 풍겨서 정감이 갑니다.

-부담스럽지 않아서 편하고 좋아요.

-이웃집 아저씨같은 서민적인...


난 프로 방송인은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말투가 어눌하고, 말실수도 많이 하는 지금의 상태에서 더 나아질 게 없단 얘기다.

하지만 사람들 중엔 이런 내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분들은 날더러 '오래도록 함께 해' 달란다. 

이 소감을 들으면서 그간의 날 반성했다.

차비 빼면 남는 게 많지 않은 출연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라디오의 시대는 이미 갔고, 듣는 이도 별로 없을 거라는 이유로

너무 성의없게 방송을 하지 않았던가?

누군가는 내가 하는 말로 삶에서 위안을 얻는데,

난 '잠깐 하다 말지'라는 한심한 생각으로 방송국에 갔다. 

정말 부끄럽지 않은가?

그간의 난 그 프로에서 일개 게스트에 불과했다.

펑크가 나면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게스트.

하지만 그 소감을 듣고나니 비로소 난 그 프로의 손님이 아닌, 가족이 된 느낌이다. 

어차피 얼굴도 안되는데, 라디오에 뼈를 묻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같이 서울에 올라와 피곤했지만,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마음이 푸근했던 건 그런 이유였다.

라디오스타 마태우스를 기대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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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4-07-1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요일 아침방송에서 마태우스님 모습이 무언가 이제 방송에 적응이 되어 안정감이 느껴졌다고 생각했어요. 그 느낌이 맞았군요!

마태우스 2014-07-13 01:07   좋아요 0 | URL
앗 그랬나요? 그날 너무 말을 안해서 방송 후 머리를 쥐어뜯었는데...ㅠㅠ 암튼 안정감이 느껴진다는 거죠...? 희망을 갖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weetmagic 2014-07-1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눼~~
기대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