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이 소설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리고 호명한 분은 읽으실 때 마음을 단단히 먹어 주십시오. 조선남자, 플라시보, 스윗매직, 너굴, 그리고 마냐.

패왕별꼴

"우리, 그럼 이제 다시 못만나?"
조선남자가 울먹였다. 고개를 숙인 채, 난 푸념조로 내뱉었다. "그래, 이 땅에서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봐"
"마지막으로 한번 안아봐도 돼?"
난 쓸쓸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해봤자 미련만 더 남을 뿐이었다. 내 도리질에 담긴 뜻을 파악했는지 조선남자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곤 힘없이 한발, 한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내게 남성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가입하고 나서부터였다. 서재 이미지로 올려진 남자의 상반신 누드를 봤을 때, 숨이 턱 막혀 왔다. '조선남자라... 겁나게 섹시한 걸?'
인기서재의 주인공 진우맘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서재 번개모임에 조선남자가 나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숫제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검은옷을 입고 나타난 조선남자는 역시나 섹시했다. 사진에선 길던 머리가 짧아졌지만, 그건 그의 섹시함을 한층 더 도드라지게 했을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마태우습니다"
난 수줍게 내 소개를 했고, 조선남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따뜻하고 촉촉한 손이었다. 자기 소개를 하기 위해 일어난 아영엄마가 눈치를 주지 않았다면, 난 아마도 그 손을 놓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난 기회를 봐서 조선남자 옆에 자리를 잡았고, 남들이 질투를 느낄 정도로 둘이서만 얘기를 나눴다. 그가 휴대폰 번호를 알려줬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술에 적당히 취한 채 집에 오면서, 살아오면서 내가 남자를 좋아한 적이 있는지를 떠올렸다.
'아냐, 그럴 리 없어!' 대학에 간 후부터 여러 명의 여자를 사귀었고, 좀 늦은 편이긴 해도 30세 때 첫경험을 했다. 강남역 등지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자를 보면 남보다 더 즐거워하면 즐거워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았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이 느낌은 뭘까?' 군대나 감옥처럼 동성만으로 이루어진 집단에서는 흔히 남자끼리 좋아하는 일이 생긴다. 하지만 그들은 진정한 게이는 아니다. 사정이 어렵다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전문용어로 상황적 게이라고 한다-제대를 하고 나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런데 난?'
내가 최근 들어 남자들을 유독 자주 만나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며, 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잠에서 깨자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와 있다는 신호음이 울린다. 아마도 그 신호음이 날 깨운 것 같았다. "누구야? 아침부터" 전화기의 폴더를 연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 메시지는 매너리스트에게서 온 거였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마태우스님, 저 매넙니다. 상의드릴 게 있는데 오늘 시간 되세요?]
원래는 알라딘에 글을 왕창 올릴 생각이었지만, 매너가 상의할 내용이라는 게 궁금했던 터라 난 괜찮다는 답신을 보냈고, 몇차례의 서신교환 끝에 오후 다섯시에 홍대앞 <검은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조선남자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느닷없는 매너의 말에 난 마시던 물을 그대로 내뱉었다. 매너리스트가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얼굴을 닦았다.
"그,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어요? 어떻게 생각하다니?"
정곡을 찔려서인지 난 도에 지나치게 화를 냈다. 매너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머쓱해진 나머지, 난 말을 이었다.
"어떻게 생각하긴요? 그냥 글 잘쓰고 멋진 분..."
"그런 거 말고, 정식으로 사귈 생각이 있느냐는 겁니다"
입안에 든 물만두가 기도로 들어가 버렸다.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닌지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어제 술자리가 끝난 뒤 조선남자가 한잔 더 하자고 하더군요. 별 생각 없이 갔더니..."
매너의 말에 의하면 조선남자는 첫눈에 나에게 반했다고 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하는 감정이 몰려왔고, 내 옆에 앉아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한한 행복감을 느꼈단다.
"그래서 제게 마태우스님의 의향을 좀 물어봐 달랍니다. 자기는 죽어도 말을 못하겠다고..."
"...."
그날 난 매너에게 답을 주지 못했다. 물어볼 거면 내게 직접 물을 것이지, 왜 제3자를 통해서 하는 걸까? 박력있게 생긴 외모와 달리, 소심한 그의 태도가 얄미웠다. 직접 말한다 해도 내가 제대로 대답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후 난 보름이 넘도록 고민에 고민을 했다. 조선남자에게 전화할 용기는 없었다. 일주일마다 30명에게 주는 5천원의 상금을 타려고 열심히 글을 쓰긴 했지만, 재미가 주 컨셉인 평소 글과는 달리 그때의 내 글에는 우수가 짙게 깔려 있었다. 여러 사람이 내 글에 리플들을 달았지만, 평소와는 달리 조선남자의 글은 없었다. 불현듯 그가 잘 지내는지 걱정이 되었지만, 이내 난 고개를 흔들었다. 모임 참석자들이 쓴 번개 후기 중 나와 조선남자가 유달리 친한 것에 대해 언급한 글이 몇 개 있었다.
[작성자: 연보라빛우주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마태우스님과 조선남자님의 로맨스였지요^^]
[작성자: 수니나라
...마태님이랑 조선남자님이 아무래도 사귀는 것 같다^^..]
나답지 않게 난 그 글에다 '서재주인보기'로 신경질적인 리플들을 달았고, 예상치 않은 내 반응에 두분은 사과와 함께 그 대목을 삭제했다. 물론 그런다고 내 기분이 나아진 건 아니었지만. 정신과를 찾은 적도 있었다.
"저, 그 동성애라는 거 말입니다. 제 얘기가 아니라 친구 얘긴데요, 그게 사춘기 다 지나고 서른도 넘어서 발견될 수 있는 건가요?"
가을산 원장은 한참 내 설명을 듣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쎄요, 그런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실은 제가 전공이 가정의학과라서 동성애 쪽은 별로 아는 게 없어요. 하핫"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난 잠을 깼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중 겨우 잠이 든 터라 내 목소리엔 졸음과 함께 짜증이 가득 묻어 있었다. "여보세요" 하지만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내 몸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마태우스님... 저 조선남잔데요, 지금 동호대교 남단에 와 있어요"
매너를 통해 내가 자신을 거부한 걸 알고는 날 잊으려고 무진장 노력을 했다고 했다. 사창가에도 가보고, 과 선배에게 여자를 소개받기도 했단다. 하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고, 그래서 집 근처 다리에서 뛰어내려 죽으려다 전화나 한번 해보고 죽자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기,기다려요. 당장 갈께요! 제발, 십분만 기다려요!"
난 급히 길거리로 나가 택시를 집어탔다.
"동호대교요!"
택시 기사가 날 경계하는 눈으로 쳐다봤다. 그제서야 난 내가 팬티 바람으로 나온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런 걸 걱정하기에는 너무 상황이 급했다.
"빨리 좀 가주세요, 네?"
동호대교가 가까워질수록 난 마음이 조급해졌다.
'제발 살아만 있어라'
그가 살아 준다면, 남은 여생을 그와 함께 보내리라고 맘 속으로 생각했다.

"조선남자님! 조선남자님!"
동호대교를 남단에서 북단으로 거슬러 가면서, 난 목이 터져라 조선남자를 불러댔다. 팬티 바람의 사내가 나타나자 달리던 차들이 날 보느라 급정거를 해댔고, 접촉사고를 일으킨 차도 있었다.
"조선남자님!" 다리를 절반쯤 건넜는데도 그가 보이지 않자 난 적잖이 초조했다.
그때 어둠 속에서 한줄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태우스님?"
조선남자는 난간에 기대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살아 있었구나!' 난 부리나케 그에게 달려갔다. 내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조선남자는 숫제 소리내 울었다. "엉엉엉" 우린 그렇게 오래도록 껴안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우리를 떼어놓을 때까지.

"아버님, 어머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내가 심각하게 나가자 파란여우는 긴장하는 듯했다. "그게 뭔데?"
"저... 남자를 사귀고 있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두분은 내가 말한 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신 듯했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요, 전 게이입니다. 호모라고도 하죠"
"뭐?" 메시지의 눈이 황소처럼 커졌다. "내가 낳은 게 호모 새끼라고??"
파란여우 역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마태우스, 너 그거 농담이지? 그렇지?"
난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순간, 뭔가가 날 향해 날라오는 게 느껴졌다. 난 잽싸게 몸을 날렸다. 시속 130킬로로 날라온 자몽상자는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당장 나가! 나가서 들어오지 마!"
메시지의 염소수염이 부르르 떨렸다.

커밍아웃을 선언한 조선남자 역시 비슷한 고초를 겪고 있었다.
"누나, 게이는 범죄자가 아니야. 누나만이라도 이해해 줘"
조선인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저리가! 징그러! 아니 역겨워! 내 집에서 당장 나가!"
수모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땅에서 우리를 받아줄 만한 곳은 없었다. 거듭된 시련에 지친 난 결국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만 더 안아보면 안돼?" 이 말에 고개를 젓는 것으로 난 조선남자를 떠나보냈다.
난 집에 들어갔고, 부모님 말을 듣겠다고 약속했다. "좋은 여자를 만나서 결혼하겠습니다. 제가 한때나마 잘못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부모님은 돌아온 날 받아 주셨다. 그날부터 난 파란여우가 주선하는 선 자리에 끌려다니느라 바빠졌다
"스타리 스카이라고 해요. 취미는 하늘의 별을 보는 거랍니다. 네? 아, 이거요. 하늘 보다 목이 삐끗해서 기브스를... "
"스윗매직이라고 합니다. 35-24-34에요. 부끄러워요"
"앤티크에요. 취미는 잠수죠, 하하"
조선남자의 빈자리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선 자리에 나온 여자들은 하나같이 미인이었지만, 난 그들 중 누구도 선택할 수 없었다.

조선남자로부터 온 이메일을 봤을 때, 난 그걸 삭제할까 말까를 한참 동안 고민해야 했다. 겨우 일상으로 돌아온 터라, 다시금 마음이 흔들리고 싶진 않았다. 결국 난 '완전삭제' 버튼을 눌렀다. 조선남자는 그 뒤에도 계속 메일을 보냈지만, 난 계속해서 삭제 버튼을 눌렀다.
"조선남자, 우리 다른 세상에서 못다핀 사랑을 이루자꾸나. 여긴... 아니야. 그리고 난 사랑보다는 일신의 안전을 도모하는 형편없는 EGOIST라고!"
문자 메시지도 부지런히 왔다. '이멜 안봤지? 급히 할말이 있으니 연락해' 난 답신하지 않았고, 그가 거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조선남자가 날 찾아온 건 그렇게 보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여느 때처럼 술에 취해 집으로 가는데, 전봇대 뒤에 숨어있던 남자가 내 어깨를 잡았다. 내겐 너무나도 익숙한 손길,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 몸은 그가 조선남자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할말 없어. 저리가!"
쌀쌀하게 쏘아붙이면서도 내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
"제발 내 말 좀 들어봐. 우리가 헤어지지 않고 살 수 있는 길이 있다구!"
"정말?" 그 말 한마디에 내 마음은 눈 녹듯 녹아버렸다. "우리를 받아주는 곳이 있단 말야?"
조선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본 조선남자의 얼굴은 무척이나 수척해 보였다.
'어린 것이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으면...'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찰나, 조선남자가 품 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게.... 뭐지?"
그건 비행기표였다. 행선지가 '서니사이드'로 되어 있었다.
"서니사이드?"
조선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꿈과 희망이 있는 곳이지"
조선남자는 서니사이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서니사이드가 동성애자의 천국이 된 것은 세계최초로 커밍아웃을 했던 플라시보라는 레즈비언이 파트너인 너굴과 함께 그곳으로 쫓겨간 데서 비롯되었다. 그 뒤 판다78-스텔라09 커플, 복돌이-폭스바겐, 책나무-책울타리 커플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성애 커플이 그곳으로 옮겨가면서 서니사이드는 동성애자의 메카가 되었다고 했다.
'그런 곳이 있었구나!' 내게서 새로운 희망이 샘솟는 게 느껴졌다. 난 조선남자의 손을 다시금 꽉 쥐었다. "당장 가자!!"

"여기가 어디지?"
정신을 차린 난 조선남자를 흔들어 깨웠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간단히 짐을 꾸려 집을 빠져나온 뒤 비행기를 탄 것까지는 좋았다. 공항에서 기다리던 조선남자와 합류한 데까지도 문제가 없었다. 우리나라 국경을 빠져나가 태평양 상공을 날던 것까지도 기억한다. 그 뒤 기류가 불안정하다는 기내 방송이 나오고, 스튜어디스들의 움직임이 바빠지더니, 기장인 로렌초의 시종의 다급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오면서 비행기 안은 아비규환에 빠졌다. 구명조끼를 서로 차지하느라 싸우던 게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으으--"
조선남자가 눈을 떴다. "어떻게 된 거야?"
"나도 잘 모르겠어. 사고가 난 것 같아"
주위를 둘러보니 파란 바다 뿐이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무인도에 표류한 것 같은데"
목숨을 건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암담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사랑이 중요하다지만, 뭘 먹고 살 것인가. 순간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머리를 산발한 여자가 섬 어귀에서부터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도, 도망갈까?" 난 조선남자의 손을 꽉 잡았다. "괜찮아. 우린 둘이고, 상대는 하난데"
눈 앞에 선 여자는 상당한 미녀였다. 한참을 안씻은 듯 머리는 떡이 되고 얼굴은 시커멓게 변해 버렸지만, 그 안에 내재된 미모는 숨길 수가 없었다. 여자가 입을 열었다.
"난 마냐라고 합니다. 비행기 사고로 이 섬에 오게 되었지요. 아무도 살지 않는 이곳에서 지낸 게 벌써 5년이나 되었군요. 다른 건 부족한 게 없지만 남자가 좀 그리웠는데, 남자가 두명씩이나 오다니 신이 축복을 내리셨나 봅니다. 음하하하하!"
조선남자와 난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 마주봤다. "저 그게요...저희가 사실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냐가 몸을 던졌다. "이리 와,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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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4-06-28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얏호! 1등이다!!!

다연엉가 2004-06-28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흐!!!!!! 말도 필요 없는 것 같고 그저 그림 한편이나 올립니다.ㅋㅋㅋㅋㅋ

 

 

 

 

축하합니다..조선남자님^^^^ 마냐님 너무 너무 안됐수(으하하하하하)



panda78 2004-06-2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크크크, 며칠만에 처음으로 보는 글이 삼류소설이라니.. >0<
기분 무지 좋네요! ^^
책울님, 할 테다, 오늘밤! 이라니... 그 책 참 땡기는군요. ^^;;;

다연엉가 2004-06-28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우리취향이 아니잖아요... 조선남자님이랑 마태우스님 취향이지.ㅋㅋㅋㅋㅋ(아침부터 이 아지매가 왜 이러지) 계속 낄낄거리고 있습니다...ㅋㅋㅋㅋ

플라시보 2004-06-28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마냐님에 비하면 저와 저의 동반자이신(?) 너굴님은 별로 마음의 단단히 먹지 않아도 될듯 합니다. 전 처음에 호명하시길래 잔뜩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하하. 그나저나 너굴님이 저와 엮인걸 기분상해 하시지나 않으실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가을산 2004-06-2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왜 팬티바람으로 동호대교엘 가셨데...? ^^ 감기 들지 않았어요?

연우주 2004-06-2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 코멘트가 가슴에 박히네요.

아영엄마 2004-06-28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조선남자님을!!... 아, 내가 그자리에서 좀 더 강력하게 눈치를 주었어야 했는데.. ^^;; (그들은 이렇게 절규했다...마냐님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ㅠㅠ)

쎈연필 2004-06-2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자몽상자가 산산조각이 났군요...;;;

진/우맘 2004-06-28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지막의 반전이 너무도 기가 막혀 끄악끄악 웃다가...쥴님 코멘트에서 잠시 머쓱했네요.^^ 에...우리가 또, 평소 마태님을 알잖습니까? 편견 없이 살려 애쓰시는 분이니....그냥 한 번 웃고 넘어가면 안 될까요? ^^;;;
추신...제 이름 끼워 넣느라 애쓰셨습니다. 흠...요즘 뉴스레터와 3류소설에서의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저와 마태님의 애정전선에 이상기류가 흐르는 것 같군요. 혹시...예전에 조선남자님이 <진/우맘님 사랑해요~내 이상형이예요~>라는 코멘트를 날린 후부터 그런겁니까?!!!

로렌초의시종 2004-06-28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이름도 넣어주시느라 애쓰셨습니다 마태우스님^^; 동성애라...... 그것때문에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에 대해서도 한때 서운했던 적이 있었죠. 동성애에 대한 의외의 배타적인 의식 때문에 말이죠^^(동성애가 정신병이라고 말한다면 그렇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죠?)
쥴님의 코맨트는 사실 여러모로 적절한 말씀이라고 생각되며 진/우맘님의 말씀 역시 저도 펑소의 마태우스님을 알고 있기에 동감합니다^^

조선인 2004-06-28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결국 조선인과 조선남자는 물만두님의 의혹에 따라 남매 설정이 되버렸네요.

tarsta 2004-06-2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울타리님 만화중에 '할테다 오늘밤'과 '돈이 없어'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정말 재밌군요 패왕별꼴...!! ^^

sooninara 2004-06-2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친구님..본심이 전혀 없는것은 아닌듯하여이다...조선남자님을 보는 마태우스님의 눈빛은 말로 표현할수 없는...^^
마냐님은 두남자분들이 잘 모시길 바랍니다...(뭔소리여..)

다연엉가 2004-06-28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 우리의 편견에 속상한건 아니죠....

sweetmagic 2004-06-28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제가 선이라고는 처음 봤는데 첫 눈에 반해 버렸걸랑요.
조선남자, 마태님 세트로 제게 넘겨 주옵소서....
멋진 아해들을 무리지어 몰고 갈테니 부디 그 섬 좌표를 좀 알려주옵소서...
아...빗하고 선크림.... 기타 화장 도구들은 선택 옵션으로 합시다~!!
아차차 폼 크린싱, 바스 때수건..등등의 목용 제품두요

비로그인 2004-06-28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에게 한표!!(위에서 세줄까지만)
나한테도 '우리폭스님'이라고 했다구요!!

starrysky 2004-06-28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께서 이렇게 당당히 커밍아웃 해버리시면 저도 따라서 해야 할 듯한 압박감이..;;
음, 그래도 세상의 눈을 속이기 위한 선쯤은 언제든지 봐드릴 수 있어요. 행복하셔야 해요, 세 분~ ^O^
그나저나 타리님 가게엔 정말 좋은! 책들이 많군요. 빨리 그 동네로 이사가야겠어요.

다연엉가 2004-06-28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 제 뒤로 빽빽히 있습니다..빨랑 오세요...초기작 절애.브론즈 독점욕도 있어요,^^ 전 얼음요괴 이야기에서 사랑을 느꼈고 윙크 시리즈에서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계속 읽고 있습니다.^^^책장을 비우는 뜻에서 방생을 하면 받아줄까요?????

이럴서가 2004-06-28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은 장난꾸러기, 쿨럭..-.-

마냐 2004-06-28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저, 너무 불쌍한거 아니여유? 5년만에 하늘에서 썩은 동아줄을 내려보내다니...-.-
스윗매직님...세트로 넘겨드리는 건 괜찮지만...'그 세트 사용법'부터 미리 귀뜸을 해주시는 편이...ㅋㅋ

starrysky 2004-06-28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울타리님, 설마 귀중한 책들을 저한테 방생을 해주시겠다는??? 오오, 만약 그런 의미시라면 산 넘고 물 건너 타리님네 가게로 지금 당장 날아갑지요. ^^ 아니면 새로이 사랑을 꽃피우는 저 두분께.. 흐흐.
조선남자님의 코멘트에 다시 한번 꽈당~ ^_____^

panda78 2004-06-28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남자님, 정말.. 크크크-
오호- 절애부터 쫘악? 흐흐흐흐, 스타리님 우리 같이 가요---!

메시지 2004-06-2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과 제가 싸우면 칼로 물베기가 되는 건가요? 그나저나 가장 노릇이 쉽지는 않겠군요. 개구장이 아들(?)이 있어서....ㅋㅋㅋ 아참, 자몽상자님 죄송해요. 하필 그때 손에 잡히는 것이..... 그리고 저 면도했습니다. 염소 수염 별로 안 좋아해서...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sweetmagic 2004-06-29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 님 마냐님만 보세요 ...'그 세트 사용법'요,,,,,제 논문 몇편 뽑으려구요,
극한 상황에서의 사랑, 그 대처법에 대한 연구 - 마태우스와 조선남자를 대상으로 -
으흐흐흐,....세상에 있을 법한 온 갖가지의 상황을 대입해 보는 거죠....ㅎㅎㅎ

마태우스 2004-06-29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님/양해해 주셔서 죄송합니다. 자몽상자님과는 잘 해결하시길 바래요.
마냐님/언제나 악역을 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께는 제가 스테이크라도 사야 할 듯...님의 인기와 높은 지명도 때문에 자꾸 제가 등장시키는 거거든요.
조선남자님/하하, 제가 장난꾸러기인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죠
책울타리님/방생이라... 저도 기대됩니다. 곧 찾아뵐께요.
스타리님/님도 빨리 동참하십시오! 섬은 넓습니다.
폭스바겐님/전 님께 두표.
진우맘님/언제나 절 위해 마음을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님의 역할이 미미한 것은 그간 비중이 낮았던 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어요. 애정은 그전보다 훨씬 커졌답니다.
스윗매직님/저...조선남자님만 보내고 전 안가면 안될까요. 사정이 좀 있어서요...
수니나라님/아네요. 저 진짜 흑심 없어요. 친구가 안믿어주면 어쩐답니까.
파란여우님/죄송합니다. 님께서 많이 놀라셨을 것 같아요. 양해해 주셔서 감사.
tarsta님/플라시보님 서재에서 뵜었어요. 재밌다고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조선인님/닉네임상 남매 같지 않나요? 이번엔 역할이 너무 미미해서 죄송해요.
로렌초의시종님/의외로 많은 분들이 동성애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지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자몽상자님/흐흑. 죄송합니다. 님이 박살나다니...
아영엄마님/그러게요. 눈치없이 왜 그러셨어요^^
연보라빛우주님/우주님 사업은 잘 되어 가나요?? 사업이란, 공부+알파
쥴님/음.. 님의 말씀이 맞아요. 제가 동성애자였다면 절대로 저렇게 못썼죠. 하지만 그들을 웃음의 소재로 생각한 건 아니랍니다. 그들의 고통을 심각하지 않게 드러내고자 하는 게 제 맘이었어요.
플라시보님/너굴님도 님을 좋아하실 겁니다. 제가 특별히 모셨지요.
가을산님/워낙 급하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님이 그리 좋아하실 지는 몰랐어요^^
판다님/님이 좋다니, 저도 좋습니다.
부리/니가 1등이라니, 난 싫다!




연우주 2004-06-2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나서 말씀드릴께요...^^

ceylontea 2004-06-2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조선남자님께.. 실론티라도 한 잔 드리고 싶네요.
음.. 이번 것은 3류소설이 아니라3류 연애소설이라구 카테고리를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업무시간에 읽다가.. 터져나오는 웃음 억지로 참고.. 표정관리 하느라 고생했습니다요... 풋풋.

마태우스 2004-06-30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보라빛우주님/호오, 하실 말씀이 많으신가봐요??
실론티님/제가 님을 빠뜨렸는데도 웃음으로 용서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ceylontea 2004-06-30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서라니요.... 제가 너무 마태우스님 서재에 코멘트를 안날린 것 같아.. 반성을 했답니다..
근데... 정말 일이 너무 바빴답니다...
여름맞이 번개나 한 번 하시죠.. ^________^
보고싶네요... 여러분들이... 그리고 즐거웠던 그때가 그리워요~~!!
 

 

 

 

 

 

일시: 6월 26일(토)
누구랑?: 매형, 매제, 누나, 여동생이랑
마신 양: 간만에 많이

엄마를 본 게 너무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로 살면 그럴 수도 있지만, 한집에서 단둘이 살면서도 뵐 기회가 드물다는 게 문제다.

지난 목요일부터 따져보자. 그날 아침에 출근을 한 뒤 천안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결국 거기서 자버렸고, 금요일날 오후에야 집으로 왔다. 내가 왔을 때 어머니는 안계셨는데, 난 배가 아프기도 하고 피로도 쌓여 그대로 잠이 들었다. 저녁 8시쯤 일어나 보니 엄마는 전화를 하고 계셨고, '밥 차려놨으니 먹어라'라는 쪽지를 내민다. 죽을 먹고나서 알라딘에 글을 썼다. 글을 쓰는데 어머니가 전화를 끊고 오셔서 반갑게 해후를 했다. 하지만 곧바로 걸려온 전화 때문에, 몇마디 나누지도 못했다. 하여간 난 새벽까지 글을 쓰다 두시쯤 잤다.

토요일. 7시에 일어나 보니 어머니는 이미 안계신다. 그러고보니 어디 놀러가신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배가 쓰려서 짬짬이 글을 쓰면서 계속 누워 있다가, 술 약속 때문에 오후 다섯시에 나갔다. 맥주를 마시는데 배가 덜아픈 것 같아 부어라 마셔라 하는데 전화가 왔다.
엄마: 어디니?
나: 술 마셔요.
엄마: 오늘 밤 11시 쯤이나 갈 것 같다.
나: 네, 잘 다녀오세요.

난 결국 새벽 두시까지 술을 마셨고, 내가 집에 갔을 때 어머니는 당근 주무셨다. 오늘 아침 5시 반, 테니스를 치기 위해 알람을 여섯 개나 틀어놓은 덕에 난 겨우 잠에서 깼고, 다시 아파진 배를 움켜쥐고 테니스를 쳤다. 내가 집에 온 건 아침 10시, 어머니는 이미 나가셨다. 아마 운동을 가셨나보다. 보통 12시가 넘어 집에 오시는데, 난 오늘 약속이 있어서 12시에 나간다. 어머니는 해, 나는 달, 우리 둘은 여간해서 만나기 힘들고, 한집에 살면서도 휴대폰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하지만 휴대폰도 그다지 여의치 않다. 어머니는 낮에는 너무 바쁘셔서, 밤에는 친구분들과 전화통화를 하느라 휴대폰을 잘 받지 않으니까. 언젠가 휴대폰으로 했는데 어머니가 받으시기에 놀래서 "웬일이세요?"라고 했던 적도 있을 정도.

하여간 오늘 점심 때, 집에 오신 어머님은 내가 없는 걸 확인하고 전화를 거실 거다. "민아, 어디니?" 난 오늘 또 밤 12시를 넘겨 집에 올 것 같은데, 그때 어머님은 또 주무시고 계시겠지? 엄마가 보고싶다. 아주 많이.

* 가까이 하기엔 너무 바쁜 엄마와 나, 그래도 둘다 바쁜 게 한명만 바쁜 것보단 더 좋은 것 같다. 엄마가 한가하시다면, 그래서 나 오기만을 기다린다면 내가 밖에서 놀면서 마음이 편할 수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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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4-06-2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테고리 선택이 잘못되셨사옵니다 마태우스님. 그리고 모처럼 가족분들과 술을 드셨네요?^^

파란여우 2004-06-27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초의 시종님 말씀대로...영화 보신 건 아니죠? ㅎㅎㅎ

sweetmagic 2004-06-2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마태우스님 아직도 엄마 엄마 그러세요 ?? 킥킥킥

마태우스 2004-06-2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가기 전에 잠깐!
로렌초의 시종님/예리하신 지적 감사합니다.
파란여우님/그러게요. 영화 본 건 아닌데^^
스윗매직님/당연하죠...엄마는 엄마니까!

마냐 2004-06-2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근데, 왜 술 얘기가 없어요. 모처럼 '재밌는 야그'가 벌어질만한 멤버인듯 한데... ^^;;;

작은위로 2004-06-2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엄마는 영원히 엄마죠. 아버지야, 호칭이 바뀔수도 있지만요.
저야.. 이런데선 아버지하지만 집에가면 아빠, 아빠 하는...^^;;;;
딸이잖아요! ㅋㅋㅋㅋ
근데,, 술자리 이야기인데 왜 술이 빠졌쪄??? ㅋㅋㅋㅋ

stella.K 2004-06-2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한쪽이 바쁜 것보단 둘이 바쁜 게 나아요. 어머니는 해, 마태님은 달. 그 표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부리 2004-06-28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저는 구름이어요^^
작은위로님/엄마라고 하는 게 더 친근감이 들지 않는가요? 그리고 술일기는 술을 통해 사회를 읽는 거기 때문에...
마냐님/사실 재미있는 얘기가 주렁주렁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저 혼자만 재밌고 말래요^^

stella.K 2004-06-2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구름. 부리 구름! ^^
 

 

 

 

 

 

"자랑은 아니지만"이라고 말을 시작하는 사람은 대개 엄청난 자랑을 해댄다.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생색내는 건 아니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그 말은 그러니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결코 자랑은 아니지만, 난 배려심이 있는 편이다. 공자에 의하면 그런 마음이 있는 것과 직접 행하는 것은 다른 거라는데, 난 실천도 잘한다^^ 하지만 그게 어려울 때가 있다.

카트에 짐을 싣고가면 평지에서는 편하지만, 계단에서는 쥐약이다. 그때 누군가 한명이 밑을 잡아주면 굉장히 편해지는데, 그래서 난 누가 카트로 짐을 옮기거나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들고 갈 때면 도와드리는 편이다. 어느날인가 젊은 여자가 겁나게 큰 바퀴가방을 들고 힘겹게 기차역 계단을 오른다. 망설이다가 다가가서 말했다. "제가 들어드릴까요?" 여자는 잠시 날 바라보다가 됐다고 했고, 난 굉장히 무안했다. 마치 내가 작업이라도 건 것처럼 되버렸지 않는가. 그 뒤부터 난 젊은 여자가 아무리 큰 짐을 들고 가도 신경도 안쓴다.

운전을 하던 중 옆에 있는 차가 깜빡이를 켜면, 대개는 악셀레이터를 밟으며 못끼어들게 막는다. 차가 잘 빠질 때야 그럴 수 있지만, 엄청나게 밀려서 한 대가 끼어드는 게 별 영향이 없을 때 그러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아니, 그럴 땐 정도가 더 심해진다. 늘 안타까웠다. 왜 그렇게 마음의 여유가 없을까. 한번은 택시 앞으로 끼어들었더니 그 인간이 2킬로를 따라오면서 내게 욕을 한다. 급히 끼어든 것도 아닌데, 전조등을 켜고 난리를 치는 걸 보면서 딱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나만이라도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자. 난 누군가 깜빡이만 켜면 무조건 내 앞으로 끼워 줬다. 뒷차가 왜그러냐고 내게 빵빵거릴 지라도, 이 세상에는 자기 앞으로 끼여드는 걸 즐기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어느날, 어떤 아주머니가 깜빡이를 켜고 계속 못들어오기에 내 앞으로 끼워 줬다. 그런데 일이 잘못되어 내가 우회전을 할 일이 생겼는데, 마침 그 아주머니가 내 옆에 있다. 난 깜빡이를 켜고 그 차 앞으로 끼어들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 아주머니는 맹렬한 액셀 소리를 내면서 내 차를 가로막는다. 되로 받고 말로 주다니, 이런 걸 보면 '잘 끼워주기 운동'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

소풍을 가면 갈 때는 좋지만 올 때는 힘들다. 내가 간 곳은 주로 서오능이였는데, 거기서 올 때면 꽤 오랫동안 찻길을 걸어야 했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는 "태워줘요!"라고 손을 들었지만, 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쌩쌩 달렸다. 커서 운전을 하게 되면 이런 경우 꼭 태워줘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내가 차를 갖게 된 이후 그 생각을 실천하려고 노력을 했고, 그런 적이 몇 번 있다. 술에 취한 여학생과 그 수행원들을 집까지 실어다 줬고-중간에 여학생과 수행하던 남자애가 오버이트를 동시에 하는 바람에, 두명의 등을 두드려 주기도...-택시가 파업하던 날 어떤 할아버지를 집까지 태워다 줬다. 날 자가용 영업하는 사람으로 알았는지, 할어버지 옆에 서 있던 아저씨가 내게 "잘 모셔!"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조폭처럼 생긴 남자 네명을 화양리까지 태워준 적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 워낙 무서운 곳이라 여자를 태운다는 건 역시 어렵다. 아이를 안고 우산도 없이 택시를 기다리던 아주머니를 태우려 했지만 고개를 저었는데, 젊은 여자였다면 아마 쳐다도 안봤을 것이다. 지금은 택시도 워낙 많아졌고, 택시마다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니,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우리에겐 남을 배려할 여유가 없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아버님을 휠체어에 싣고 병원에 갈 때면, 우리가 들어갈 수 있게 병원의 유리문을 붙잡아 주는 사람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럴 때면 우리 사회의 각박함에 치를 떨고, 원래 있던 배려심마저 잃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래선 안된다. 뭔가 아쉬운 게 있었다면 자신이라도 남에게 베푸는 게 우리 사회를 밝게 만드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나처럼 말이다^^
(닭살 많이 돋았겠어요. 죄송...맨날 자학만 하다보니, 저 자신을 사랑하기로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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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06-26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던 어제 어떤 아저씨의 배려로 집까지 비 한방울 안 맞고 왔습니다. 버스 안에서 아가씨 아가씨....비도 많이 오는데....하실땐 영락없는 ** 같더니 -.-;; 우산 잘 얻어쓰고 오니까 수호천사 같더군요 ^^ 친절한 사람들에 대한 쓸데없는 경계심을 버려야 겠다는 생각했습니다. 그 분 덕분에 " 아...학교에 우산 4개나 있는데 멍청이 ! 깜박이 !! 녹색치매 !!"하는 자학 멘트를 생략할 수 있었거든요 ^^

stella.K 2004-06-26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일 안되는게 버스에서 가방 받아주는 거예요. 예전엔 그런 일도 곧잘 했는데, 사람들이 안 하니까 저도 자연 안 하게되더라구요.

superfrog 2004-06-26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엄청 착하시네요.. 저도 신호등 없는 건널목에서 길건너는 사람, 차선 바꾸는 사람 다 양보합니다.. 대신 먼저가려고 얌체같은 짓하는 사람은 상향등 켜고 빵빵거리며 야단쳐 줍니다..예전에 한번 그러다 앞유리가 스윽 내려지더니 살찐 조폭팔이 툭, 밖으로 나와서 간담이 서늘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도 열심히 야단쳐 주면서 다니고 있어요..^^

바람꽃 2004-06-2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전배운지 얼마 안된 저는 옥해대는 사람무서워 오늘도 버스타고 다닌답니다. 살도 빼고 기름값도 아낀다고 자위하면서. 님 같은 분들 많으면 저도 차 갖고 다닐 용기가 날텐데. 그래서 저도 남편과 나갈때는 웬만하면 양보해 주라고 가르칩니다. 마누라 생각하라고.

로렌초의시종 2004-06-26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닭살이 돋은 게 아니라 그동안 막연히 구현해왔던 마태우스님의 이미지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역시 친절하세요~^^

머털이 2004-06-2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려는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제 주변에서 봤을 때 겸손한 사람이 남을 배려할 줄도 알더군요. 겸손과 배려, 타인에 대한 관심... 살면서 계속 잃지 말아야 할 것들입니다.

starrysky 2004-06-26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짝짝짝!! 멋져요~ 특별히 '착한 알라디너 상'을 드리겠어요~ ^-^
마음은 있어도 왠지 실천하기 어려운 게 보통인데 대단하십니다. 존경!

플라시보 2004-06-2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으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님의 친절을 젊은 여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비가 오는날 누가 우산을 씌워준다고 해도, 무거운 짐을 들어준다고 해도, 차를 세워서 어디까지 가냐며 태워주겠다고 해도 남자들이 배푸는 친절에는 고맙지만 사양한다고 말을 합니다. 행여나 이 사람이 나에게 도와주는척 하면서 해코지를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도저히 떨칠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남자보다 힘으로 치면 약한 여자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죠. (거기다 젊다는 것 역시 더욱 나쁜 해코지를 가능케 하는 악조건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도움을 주겠다는 것을 거절하는 것은 상당히 미안한 일이지만 나쁜일이 생기는 것 보다는 차라리 미안하고 만다는 생각을 하죠. 친절을 친절로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 슬플 따름입니다.

groove 2004-06-26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 플라시보님말이 정답인것같아요 저도 배려해주겠다는사람도없지만 만약생긴다해도 한번쯤 의심할거같으니까요 흑 슬픈현실!

호랑녀 2004-06-26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호의를 베풀다 사고가 나면 호의를 베푼 사람이 다 물어주어야 한다는 얘길 듣고는, 그 다음부터 호의를 베풀지 않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호의를 베풀 때도 오히려 불편하더군요.
참... 저라는 인간이... 불쌍하게 되어버렸습니다. ㅠㅠ

마냐 2004-06-27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배려와 호의를 의심과 불신의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 제가, 그리고 플라시보님이, 정말 모든게 슬픈 시대입니다.

부리 2004-06-2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님의 배려에 늘 감사드립니다.
호랑녀님/사회가 점점 각박해지는 거죠 뭐.
플라시보님/감사합니다. 님의 격려는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루브님/몇몇 미꾸라지들 때문에 여성에게 배려를 보일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워요.
스타리님/감사합니다. 상품은 mp3 선택할래요.
머털이님/사실 제가 좋은 이미지를 보이려고 노력해서 그렇지, 글에 쓴거만큼 좋은 놈은 아니어요. 제 안에는 몇개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로렌초의시종님/닭살을 안느끼셨다니 감사드려요. 님은 언제나 절 좋게만 보시는 것 같네요.
바람꽃님/운전할 때 여성에게 더 폭력적인 남자들을 보면 이해가 잘 안가요. 여자가 끼어들었다고 흥분해가지고 그러는 걸 보면 정말 딱해 보이더군요.
금붕어님/와, 님과 저는 알라딘의 착한 어린이들이네요^^ 조폭팔보다 더 무서운 건 조폭발... 썰렁했지요?^^
스윗매직님/안돼요! 님같은 미녀는 늘 조심해야 한답니다. 그땐 운이 좋았던 거에요.
스텔라09님/가방 받아주고 하는 거, 정말 오래된 일이네요. 그때의 추억이 아스란히....

클리오 2004-06-30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이제 마태우스님의 서재에서 부리 님이 답글을 달아주시나요? ^^

마태우스 2004-06-30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자아가 분열되어 있어서 좋은 점은, 다른 분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글에 저희들끼리 말싸움을 할 수 있다는 거지요^^
 

 

 

 

 

 

지난번에 선을 본 사람은 수의사였다. 내 주변에는 수의과를 나와서 생물학이나 기생충학 분야에서 연구를 하는 사람도 있고, 줄기세포 연구로 히트를 친 황우석 박사도 수의과 교수다. 하지만 그녀는 진짜로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로부터 평소 잘 몰랐던 동물병원의 실상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나: 학생 때 주로 개에 대해서 배우나요?
그녀: 지금은 다들 개만 하죠. 하지만 우리 때는-그녀는 88학번이다-개 시장이 그다지 활성화가 안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개보다는 돼지나 소를 주로 다뤘죠. 병원 나가면서 개에 대해 다시 공부하고 있어요.
흐음, 그렇군.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돼지를 다룬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

길거리에 시베리아 허스키를 끌고 나가면 사람들이 몰린다. 주로 여자애들이. 이국적으로 보이는 회색빛 털에 풍채도 좋고, 다른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듯 고고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어필하는 까닭이다. 짖는 건 두려움의 징표, 몸집이 큰 개들은 그래서 잘 짖지 않는다. 그런 걸 알기에 사람들은 처음 보는 개라도 부담없이 만질 수 있는 거다. 언젠가 우리 벤지가 나 하나 믿고 겁도없이 허스키에게 덤벼들 포즈를 취하는데, 그 허스키는 가소롭다는 듯이 외면해 버린다. 난 그랬다. '역시 인물이야!'
하지만 그놈이 겉만 그렇지 속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어린애를 물어죽인 유치원 원장집 허스키 기사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개는 개고, 안무는 개는 없었다.

나: 큰 개들이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나요?
그녀: 일전에 미용사(?)가 털을 깎는데, 마취가 일찍 깨는 바람에 허스키가 그 여자의 볼을 물어뜯은 적이 있어요. 거의 다 끝나서 꼬리를 말리고 있었는데...
나: 저런, 그래서요?
그녀: 의사가 떨어진 살점 가져오면 붙여준다고 해서 살점 찾고...난리가 아니었죠. 제가 아는 다른 병원에서도 미용사가 허스키한테 코를 물린 적이 있다고 해요.
보시라. 그러니 허스키한테 너무 방심할 일은 아니다. 짖기만 하고 물 줄은 모르는 작은 개들과 달리, 얘네들은 수틀리면 물어 버린다.

나: 개 말고 또 다른 동물이 오나요?
그녀: 고양이가 많죠. 그거 말고는 새가 비교적 흔한 편이고, 거북이도... 최근에 본 가장 신기한 동물은 이구아나였어요.
나: 호오, 그렇군요.
이쯤 되니까 사람이 더 쉽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도 다 저마다의 특성이 있지만, 새와 개의 차이만큼 심하지는 않잖는가? 게다가 사람은 어디가 아픈지 스스로 말을 할 수 있으니 진료하기 편하지만, 동물들은 도통 말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내가 다루는 기생충 역시 말을 못한다. 그들이 과연 아픈 걸 느끼기나 할지 모르겠지만, 주사기 바늘로 기생충이다 찌르기라도 하면 미안하다. 한번은 시약을 타는데 염산을 열배나 더 많이 넣어 기생충들이 다 죽어 버렸다. 쫙 뻗어있는 녀석들을 보니 가슴이 쓰렸다. 그러고보니 기생충을 본지도 꽤 오래 된 것 같다. 도대체 실험을 해야지 기생충을 보지!! 논문보다는 "책으로 업적을 쌓겠다!"며 글만 쓰고 있는 나, 과연 내년 8월 이후에도 내 방에서 계속 글을 쓸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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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6-26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쫙 뻗어있는 녀석들을 보니 가슴이 쓰렸다....에서 왜 웃음이 나는거냐, 뚝!
왜 그러세요, 의예과장님!!! 당근 그러셔야지요!!!!

마태우스 2004-06-26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지적 감사합니다. 지금사 바꿨어요.
진우맘님/아니 기생충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그러세요!!!

groove 2004-06-2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마태우스님이랑 기생충이랑은 왠지 절묘하게 잘어울립니다. 그나저나 볼이뜯어져서 다시 붙인다니 캬캬캬 수의사님들 고생이 너무많으시네요.

가을산 2004-06-2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 개들은 물기 방지 마스크를 씌우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마태님, 그 수의사님은 벤지에게 관심 안보이던가요?

sweetmagic 2004-06-26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의사... 개를 무서워 하는 저로서는 수의사분 들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하느님 만큼이나 대단해 보이더군요. 웬지 님이랑도 잘 어울리시는 듯 ^^ 어떻게 적극적인 액션을 취해보심이...
뭐 어떻게 필요하신거 있으심 말씀만하세요.... 바라만 봐도 사랑에 빠진다는 도룡뇽 콧털, 바르기만 하면 누구나 멋있게 보이는 천년묵은 카멜레온 이똥, 지상최대의 매혹의 향 오백년 뒷간 물에 숙성시킨 이구아나 응가 ...마태우스 님께는 공짜로 드립니다.

로렌초의시종 2004-06-26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반드시 허스키를 키우리라 마음 먹고 있던 저로써는 생각을 다시하게 만든 페이퍼셨습니다 마태우스님 ㅡ ㅡ;;;;;;; 그러고보니 저희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있으셨죠 짖는 개는 검먹은 개니까 발로 차버리라고 ㅡ ㅡ;;;; 그래도 차는 시늉은 해봤어도 정작 차보지는 못했지요. 그런데요...... 실례지만 마지막 실험날짜가 언제신지요? 부디 의예과장님의 장기집권을 기원합니다^^

starrysky 2004-06-26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TV에서 '모기의 역습'이라는 다큐를 하면서 1시간 내내 기생충 얘기만 하더군요. 저로서는 너무나 으악스러웠지만(죄송. 제가 아직 기생충적인 심미안에 눈뜨지 못했습니다) 혹시나 마태님 안 나오시려나 억지로 눈 똑바로 뜨고 봤는데 안 나오시더군요(혹시 제가 잠깐씩 눈 가리고 있는 동안 나오셨나요?). 부디 연구활동 열심히 하셔서 TV에서도 종종 뵙게 해주세요. ^-^

LAYLA 2004-06-2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이야기 말고 맞선결과는?

부리 2004-06-28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아래 멘트로 보건대 꽝이 아닐까요?
라일라님/조만간 또 선을 보기로 했답니다.
스타리님/전 티브이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지라 실험을 한다해도 출연은 안할 생각이랍니다.
로렌초의시종님/마지막 실험날짜... 작년이었던 것 같은데...그것도 중반쯤. 일년 놀았네요.
스윗매직님/도롱뇽 코털을 주세요.
가을산님/귀여운 마르치스를 키운다고 했는데도 그러냐고 하곤 말더군요. 벤지의 가치를 몰라봐서 그러는 거겠죠^^
 

 

 

 

 

 

승부차기는 정말 피를 말리는, 잔인한 방식이다. 대부분이 실패하고 성공하는 사람만 영웅이 되는 방식이 아니라, 다 성공하니까 못찬 놈만 죽일놈이 되는 거라서 그렇다. 그래서 난 피파에 11미터가 아니라 22미터에서 킥을 하자고 주장을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왜일까? 그렇게 좋은 방법을 동양의 미소년이 생각해 낸 게 배가 아파서? ) 그래서 승부차기는 골키퍼만 영웅으로 만든다. 전부 골을 허용해도 욕을 안먹지만, 하나라도 막으면 스타가 된다.

배탈로 우울한 터라, 집에 와서 평소 안보던 축구, 영국과 포루투칼의 경기를 건성으로 봤다. 그러다 2-2로 비기고 난 뒤 승부차기를 할 때는 TV에 다가가서 봤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승부차기를 할 때 가운데로 차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거다. 영국의 마이클 오웬이 찬 것도 가만 있으면 골키퍼에게 맞는 볼이었고, 램파드가 찬 것 역시 가운데로 들어갔다. 포루투칼의 여섯 번째 키커는 심지어 아주 가볍게 가운데로 차서 넣던데, 그건 완전히 속였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하기 힘든 행위란다. 어쨌든 가만 있으면 세 개는 막았을 테지만 왜 골키퍼는 한쪽으로 미리 단정해 놓고 몸을 날려 스스로를 머쓱하게 만드는 걸까. 사실 구석으로 세게 차면 어차피 몸을 날려도 막을 수가 없지 않는가?

내 말을 들었는지 포루투칼 골키퍼가 가만 서있다가 구석으로 찬 볼을 바라만 본다. 그래서일까. 7번째 영국 선수가 찰 때는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골을 막아낸다. 포루투칼의 승리. 그러고 나니까 머리가 복잡해진다. 골키퍼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에라, 모르겠다. 그걸 왜 내가 고민한담? 몸을 날리던 말던, 난 골키퍼도 아닌데.

94년 이탈리아가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를 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때 실축을 함으로써 브라질에 승리를 안긴 이탈리아 선수는 최고의 슈퍼스타였던 로베르트 바조. 이번 대회에서도 세계적인 키커인 영국의 베컴이 하늘로 어이없는 볼을 날려보낸다. 이런 걸 보면 명성이 있는 선수들이 실수를 하는 일이 더 잦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첫째, 일단 차는 횟수가 남들보다 많다. 우리 같으면... 홍명보나 황선홍, 안정환 대신 이민성 같은 애한테 차게 하겠는가. 둘째, 워낙 많이 차다보니 방향이 읽혔다! 베컴의 페널티킥을 막은 프랑스의 바르테즈 골키퍼가 경기 후 "연구 많이 했다"고 말했듯이. 셋째, 언론의 역할. 이름 없는 선수가 실축을 하면 보도가 잘 안되지만, 슈퍼스타의 실축은 언제나 화제가 된다. 오늘 오다보니 가판대의 스포츠신문에 베컴이 실축을 했다고 대문짝만하게 써 놓았다. 사실 베컴의 실축 이후 포루투칼 루이 코스타도 실축을 했으니 베컴의 잘못은 묻힐 수 있었고-4-4로 비겨 연장에 들어갔으니-정작 잘못한 건 영국의 일곱 번째 키커였다. 하지만 언론은 역시 베컴을 욕한다. 왜? 그래야 더 선정적이니까.

하여간 승부차기는 잔인한 게임이다. 그걸 보면서 즐기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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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4-06-26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아의 물개는 조오련 아시아의 미소년은 마태우스 올인!!乃

하얀마녀 2004-06-26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2년 월드컵 대 스페인전 승부차기가 생각납니다. 그땐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동호회 동생들하고 같이 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다 일어나는 바람에 뒤쪽에 있던 저는 키가 작아서 화면이 보이지 않았죠. 사람들의 함성이나 탄식 등의 반응을 본 후에야 결과를 알고 한박자 늦게 반응해야 했었던 행복했지만 행복할 수만은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너무너무 조마조마했었죠.

호밀밭 2004-06-26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보니 프랑스도 그리스에게 져서 4강에 못갔더군요. 어찌 되었든 베컴은 이번 유로 2004가 악몽같겠죠. 특별히 못하지는 않았는데 골키퍼와의 1대 1 싸움에서 패자가 되었으니까요. 로베로토 바조는 그 월드컵 때의 승부차기 이후 많이 쇠약해졌지요. 베컴은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도 그 장면을 아마 수백 번은 더 보아야 할 거예요. 언론이 좋아하는 장면을 제공한 셈이니까요. 98년 월드컵 때 아르헨티나 선수를 발로 차서 퇴장당하는 장면과 이번 실축 장면들은 베컴을 계속 괴롭히겠네요.

부리 2004-06-26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라님/아직 마태우스의 사진을 못보신 게로군요^^

부리 2004-06-2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밀밭님/그래도 아직까지 승부차기 실패했다고 자살한 사람은 없으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혹시 바조가 쇠약해진 것은 나이가 많아져서 그런 게 아닐까요? 아무튼 전 베컴이 앞으로도 잘한다는 데 걸겠습니다. 글타고 님에게 반대하는 건 아니구요...
하얀마녀님/사람들이랑 봤으면 안보여도 재미있었겠어요. 그때 얼마나 난리였는지, 지금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었죠.

클리오 2004-06-2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양의 미소년... ^^*

sunnyside 2004-06-2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컴의 실축은 심리적인 요인도 많았던 것 같아요. (오늘 보니까 잔디탓을 하기도 하더구만요.) 지난 번 프랑스 전에서 패널티킥을 실축한 이후에 떨어진 자신감이 은연 중에 슛에 드러난게 아닌가 하는... 님 말씀대로 승부차기는 너무나 잔인한 것 같아요. 대학교 때 한 선배는 과대항전에 나가 실축하고 4년 내내 입방아에 올라야 했답니다.

sweetmagic 2004-06-2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게임 보다가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슴니당 .....

갈대 2004-06-26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부차기는 잔인한 방법이라는 데 동감합니다. 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 바꾸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가위바위보라든지...-_-;;

호밀밭 2004-06-26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베컴이 앞으로 못한다고 한 적이 없는데요. 언론이 좋아할만한 장면을 제공했으니 언론의 괴롭힘을 당할 거라는 거지요. 그 정도에 쓰러질 베컴은 아니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