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참가한 워크숍은 10월로 다가온 인정평가에 대비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함이었다. 내가 참가했던 어떤 워크숍도 이번만큼 힘들고 보람있진 못했다. 첫날 난 새벽 3시가 넘어 잠이 들었고, 어제도 12시가 넘어서야 일정이 끝났다. 순전히 벤지가 보고싶은 까닭에 난 그 야밤에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집에 왔고-오니까 새벽 2시가 넘었다-지금은 내 컴퓨터 앞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1. 취지
평가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다. 그당시의 회의록엔 이렇게 적혀 있다.
2002. 10. 30
A: 평가가 2년 남았다.
B: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열심히 하면 된다.
C: 열심히 하자.

2003. 3. 13
A: 평가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B: 열심히 하면 된다.
C: 그래, 열심히 하자.

2003. 10. 4
A: 평가가 정말 얼마 안남았다. 지금부턴 뭔가 해야 한다.
B: 열심히 하면 된다.
C: 이제부턴 정말 열심히 해야한다.

2004. 3. 31
A: 평가가 몇 달 안남았다. 지금까지 회의만 하고 아무것도 안했는데, 시간이 정말 없다.
B: 맘만 먹으면 금방 한다.
C: 열심히 하자.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런 식으로 회의만 하고 도무지 된 게 없었다. 지금이 7월이니 막다른 골목에 몰린 셈. 이번 워크숍은 교수들을 잡아다 끝장을 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행된 것이며, 소정의 성과를 거두었다.

2. 내 마음가짐
소설책만 달랑 두권을 가방에 챙기고, 노트북도 없이 콘도에 간 나.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내가 맡은 직책은 감사였다. 일은 파트별로 조를 짠 사람들이 하는 거고, 난 남들이 잘 하는지 감시만 하면 되는 것. 그러니 무슨 할 일이 있겠는가. 첫날 도착해서도 그렇게 평화로웠다. 남들이 내게 이런다. "좀 쉬세요" 오냐, 안그래도 쉬려고 했다! 열심히 일하는 다른 사람들 옆에서 난 신선처럼 누워 <살인자의 건강법>을 읽었다.

3. 장어
온지 30분도 안되어 저녁시간이 되었다. 우린 장어를 먹으러 갔다. 다들 알다시피 장어는 정력제, "쓸 데도 없는데..."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지만, 하여간 장어는 효과가 있었다. 장어를 몇 마리 집어먹던 모 선생이 서빙을 하는 아주머니를 보고 갑자기 눈을 빛낸다. 한참을 응시하던 그가 옆사람에게 한 말, "저 아주머니, 이쁘지 않아요?" 그는 아주머니에게 고향이 어디냐는 둥, 몇 살이냐는 둥의 수작을 걸었는데, 평소 그 사람의 성격으로 보아 이건 장어의 효과라고 주장하겠다. 나 역시 뻗치는 기운을 주체하지 못해, 밥을 먹고 난 뒤 식당 정원에 놓인 배구공을 발로 차며 스스로를 달랬다. 다른 사람들은 어땠을까?

4. 콘도
우리가 간 콘도는 매우 희한한 곳이였다. 방마다 전기를 꽂는 콘센트가 하나밖에 없어서 선풍기와 TV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이 더위에 에어콘이 안나왔다. 더위에 약한 내가 전화를 걸었다.
나; 에어콘 좀 틀어주시겠어요
직원: 우리는 밤 7시 이후에만 틉니다.
나: 네? 밤 7시? 하지만 낮이 더 덥잖아요?
직원; 그래도 손님들이 그런 걸 원하시더라구요.

어이가 없었지만 그냥 전화를 끊었다. 밥을 먹고 오니까 밤 8시, 그때도 에어콘은 안나온다.
니: 아깐 7시부터 틀어준다더니, 지금 8신데 안나와요.
직원: 아,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안틀었어요. 지금 준비하면 30분 후엔 나올 거예요.
30분은 무슨... 개뿔! 에어콘은 끝까지 안나왔다!!

5. 멀티탭
칫솔을 사러갔던 난 콘센트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슈퍼에 간 직원과 만났다. 음료수와 맥주, 과자 등을 잔뜩 사던 그는 내게 멀티탭을 주면서 방마다 돌려달라고 했고, 난 그러겠다며 멀티탭을 받았다. 그게 불행의 전조였음을 그땐 몰랐다.

탭을 가지고 어느 방에 들어갔다. 그 사람들 중 둘-한명은 전 학장-이 날 보고 반색을 한다. "서선생, 마침 잘왔어! 우리가 지금 발전계획을 쓰는데..."
우리 학교의 역량상 인정평가 보고서는 그리 충실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분량이라도 두꺼워야 하는데, 발전계획을 어떻게 써야할지 생각이 안난단다. 학장은 A4 두장을 주면서 '이걸 7장으로 늘려' 달란다. 이게 웬 짱돌? 나의 한가로움은 거기서 끝났고, 그때부터 난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해 연구 활성화 방안을 노트에 써내려갔다. 일필휘지로 쓰는 걸 보고 남들은 감탄하는 듯했고, 그래서인지 "이왕이면 xxx랑 xxx도 써주라"는 부탁까지 덤으로 받았다. 중간에 노트북을 빌려서 깨알같이 정리를 했더니 A4로 무려 10장이 나왔다. 그때 시각은 새벽 세시 20분. 그제서야 난 피곤한 몸을 누일 수 있었다.

시련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몇시간 못자고 일어난 어제도 난 '학생지도와 발전기금 조성'에 관한 네줄짜리 보고서를 다섯장으로 늘려야 했으니까. 머리를 하도 썼더니 나중엔 쥐가 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내 노력은 오후에 있던 발표회 때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 내가 쓴 말도 안되는 구라들에 사람들의 넋이 나간 것 같았으니까. 언제나 하는 일이 없이 월급만 축냈던 내가 드디어 학교에 기여를 한 셈이다. 역시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는 법, 어떤 주제로든 그럴 듯하게 구라를 칠 줄 아는 내 재주가 어제만큼 자랑스러운 적은 없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가 마음이 뿌듯했던 이유다.

 

 

무려 20일만에 뉴스레터가 나오는군요. 지난번만 해도 "왜 뉴스레터가 안나오냐"고 관심을 가진 분이 여럿 계셨는데, 이번에는 아무도 안그러셔서 오기로 만듭니다. 인기가 떨어졌을 때 그만두라는 쪽지를 보내주신 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몇몇 분은 뉴스레터를 환영해 주실 것으로 믿고 만들었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이벤트의 천국, 알라딘
알라딘은 갈수록 알 수 없는 곳입니다. 다른 책방은 이벤트의 주체가 대개 책방인데, 알라딘에서는 서재 주인장들이 수많은 이벤트를 벌이고 있으니까요. 책을 내건 분도 계시고, 감자 이벤트도 있는 등 선물들이 푸짐해 알라디너들의 잠을 설치게 하고 있는데요, 요즘은 이벤트 추세가 '5555(조선인)' '44444(진우맘)' 등 특정 숫자를 먼저 캡쳐하는 게 대세입니다. 이벤트를 하면 최소한 백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는 매력이 있어 주간서재의 달인에서 순위에 드는 데 유리하다는 게 이벤트의 황제로 불리는 '스타리'님의 증언인데요, 그런 장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알라디너들간의 친목이 돈독해진다는 게 더 좋은 점일 것입니다. 목걸이를 경품으로 내걸어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던, 그래서 댓글도 무려 166개가 달렸던 너굴님의 3333 캡쳐 이벤트를 중심으로 이벤트에서 입상하는 비결을 연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너굴님이 만드신 멋진 경품입니다.

물장구치는 금붕어: 24시간 대기하고 있을랍니다..!!! <--이벤트의 강자 금붕어님의 출사표
groove: 으악!!!!!!!!!!!!!!!!!!!!!!!!! 제가그냥 노리고싶지만........<--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죠?
panda78: 탐난다 탐난다 탐난다 노려보겠어요! >ㅂ<  <--이벤트의 단골손님인 판다님...
nrim: 오... 저두요 저두요~~ <--말없이 선물을 휩쓰는 느림님.
이 네분을 이벤트의 4대천황이라 부른다는 설도...

AM 10: 37 금붕어님이 작전을 폅니다. "헹.. 좀 있다 나가야 하는데.. 이벤트 놓쳤다..엉엉.." 물론 금붕어님은 다시 돌아와 입상까지 했지요.
PM 03:02 명란님이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학원갔다 오면 결판날 것 같아요. (흑흑...그냥 피씨방에서 책 읽고 버틸까ㅜㅜ) " 명란님은 결국 PC방에서 버티셨습니다.
두명을 남긴 시점입니다. 캡쳐 연습을 하는 분도 눈에 띕니다. 이벤트의 훼방꾼 부리가 작전을 펴내요.
부리: 명란님, 그간 안녕하셨어요?
(착한 명란님은 대답을 해줍니다.)
명란: 네, 안녕했어요^^ㅎㅎ
(이때 이벤트의 강자 금붕어님이 요령을 알려줍니다.)
"앗싸도 쓰지 마시고 부리님 인사에도 대답하심 안됩니다..!!!"
(groove 님의 심리상태가 그다지 편안해 보이지 않습니다).
groove: 으아!!!!!!!!!!!!!!!! 손떨림다. 엄마가 밖에서 독서실가라고 아우성인데 이러고있다니
부리: 명란님, 혹시 동명의 젖깔을 좋아하시는지요? 그저 궁금해서요.
명란: 무지 좋아하죠~^^ 어린 시절 툭하면 명란젓, 동생은 (불쌍하게도 내 동생이란 이유만으로) 창란젓으로 불렸는데...
(부리가 판다78을 불러냅니다) 부리: 판다님, 님도 계신 거 알아요! 빨리 모습을 드러내세요! 사과님도요!
판다78: 저도 지금 열심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한명을 남기자 조용해집니다. 이때쯤엔 다른 창에 에디터로 쓰기를 열어놓고 F5를 눌러야 할 시점이죠. 하지만 용감한(무모한?) 분도 계십니다.
명란: 3332가 되니 조용해진 이 분위기^^;
(판다님이 또다시 연습을 합니다) 판다: Today 50 Total 3332
(부리가 금붕어에게 말을 시킵니다) 부리: 가슴이 겁나게 뛰네요. 이 긴박감을 세글자로 표현해 주세요, 금붕어님. --> 하지만 금붕어님은 여전히 침묵입니다. 괜히 강자인가요
(부리가 판다님을 공략합니다) 부리: 판다님, 연습은 평소에 해야죠^^
(판다님이 답변합니다)
판다: 아니, 혹시 어엿비 여겨 주시지 않으실까 하구.... ㅡ..ㅡ;;;;
이때,

nrim(mail) 2004-08-02 15:23

513333

(그 와중에 groove 님이 글을 씁니다) groove: 긴장돼죽겠습니다 이벤트는내것!
그사이 명란님, 금붕어님이 2, 3위를 차지, 이벤트가 종료됩니다. 부리는 4위, 판다와 groove는 5, 6위를 차지합니다. 입상자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groove 님이 절규합니다.
groove: 리플질땜시 대략망함-_-
판다: ㅠ_ㅠ 으와아아아아아. 부리님이 말 걸어서 놓쳤잖아요! 몰라몰라몰라!!!!

이런 분도 계십니다.
조선인: 헉... 난 위의 페이퍼에 붙였는데. 들어오니까 바로 3333이길래 신나서 붙였는데. 잉잉잉
뒷북을 치는 분들도 계십니다.
마냐: (일 끝나고 두시간 후) 아앗...알라딘 이벤트사상 가장 욕심나는 이벤트...바쁜척 하다 뒷북!!!
책나무: (사건종료 3시간여 후) 책읽고 온사이 벌써 상황종료네요!!
물만두: (사건종료 4시간여 후) 우띠 만돌이 땜에 지금 들어왔더니... 아, 나에겐 적이 넘 많아...
결국 너굴님은 3333을 캡쳐한 모든 분께 선물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이벤트를 개최한 분도선물을 탄 분도 모두 흐뭇한 하루였습니다. 못탄 분은.... 흐뭇할까? 저야 모르죠. 탔으니까!

                               Diane Ethier의 그림


 

 

 

 

 

 

 

 

 

사진설명: 스텔라님 서재에서 퍼온 목욕하세요, 사진입니다. 샤워를 안하고 지내는 알라디너가 15%라는데, 혹시 당신도?

-질러족, 찔러족
최근 스타리님이 책 40권을 산 뒤 빚더미에 오른 일이 있었구요, 이벤트를 주도하던 모 씨도 역시 빚더미에 올랐다고 합니다. 이 사건의 배후에 질러족과 찔러족이 있다는 것이 조선인님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조선인님의 페이퍼를 그대로 옮겨 왔습니다.

알라딘 나의 서재에는 아주 무서운 사람들이 있다.

질러족과 찔러족!!!

누군가 고민중이라는 페이퍼만 올리면 무섭게 달려드는데...

우선 질러족!

따우(mail) 2004-07-28 02:29

사고 싶은 건 주머니 사정과 별 상관 없이 결국 사게 되어 있지 않나요? 전 그렇던데... (그래서 제가 돈을 못 모으는 것일지도 !.!)

파란女宇(mail) 2004-07-28 07:59  

에이..그냥 확 사버려요....엄청 잼나거든요..인생은 어차피 한판의 놀이이니..^^(뭘 안다고..;;)

진/우맘(mail) 2004-07-28 10:21  

용가리...용가리...웃다가 죽는 줄 알았습니다. ㅋㅋㅋㅋ
저요, 디카 사서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한동안...무서워서(?) 만지지도 못하고 흘끔흘끔 쳐다보며 화들짝 놀라곤 했지요. "헉! 오십만원! 내가 무슨 짓을!!1"
그런데 지금은 좋아요~ 너무 좋아요~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데, 카드가 무슨 상관이람~~

이벤트를 부추기는 찔러족도 만만치 않다.

가을산(mail) 2004-07-24 17:23  
아직 늦지 않았어요! 5555 어때요?
지금 마냐님도 5555 기다리고 있는데....
아.... 방문을 해도 방문자수 숫자는 별로 눈을 안주어서 자꾸 놓치네요

물만두 2004-07-24 17:34  

그냥 하세요. 한다는데 의의를 두심이... 아님 그냥 만두를 준다를 이벤트로 하시던가요. ㅋㅋㅋ

아영엄마(mail) 2004-07-24 18:09  
지나고 해도 되요!! 저도 제 이벤트 할 때 문제 내고 채점한다고, 정작 숫자 카운트 켑쳐해서 남기는 걸 못했다지 뭐예요...ㅠㅠ

그들은 알라딘 마을 곳곳에 출몰하고 있다. 국내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고 노상 걱정하지만 말고, 경제부총리는 알라딘의 질러족과 찔러족을 다른 블로그에 긴급투입하면 될 듯 하다. ㅋㅋㅋ

 

하지만 진우맘의 추적에 의해 조선인님 역시 질러족인 게 들통이 났습니다.

진/우맘(mail) 2004-07-29 01:24

아니, 억울하옵니다! 찔러족이라면, 조선인님이 대표 선두 주자인것을!!

질러족과 찔러족이 출몰하는 한, 알라디너들의 파산은 또 일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복귀의 세 표정
한동안 서재를 떠났다가 복귀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앤티크, 냉열사, 파란여우 세분을 중심으로 복귀의 세가지 표정을 알아보겠습니다
1) 복귀란 이런 것, 파란여우
7월 23일 건강하게 돌아왔다는 글을 남기면서 화려한 복귀를 신고한 파란여우는 그 후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십일일 동안 마이리뷰 7편, 페이퍼 31편을 올리는 등 맹활약하고 있는데요, 그 결과 주간 서재의 달인 순위에서 당당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파란여우님 덕분에 더위에 허덕이던 서재가 풍성해졌다는 게 알라디너들의 일치된 의견입니다.


사진설명: 풍성한 소재의 비결이 혹시 이 안경에 있는 건 아닐까....

2) 복귀는 잠수다, 앤티크
한때 리플의 여왕으로 군림하다 서재를 떠났던 앤티크는 6월 15일 1차 복귀를 한 뒤 다음날 밀린 글을 읽겠다면서 서재를 떠납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어땠는지는 toofool 님의 다음 한마디가 잘 나타내 주고 있는 듯합니다.

버럭!!!!!!!!!!!!!!!!!!!!!!
-.,-

2004-07-09 15:28
toofool

 

 

결국 앤티크님은 7월 28일 2차 복귀를 하는데요, 복귀 후 알라딘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이젠 알라딘 시계가 제대로 가는군요!!"
하지만 그녀는 예전처럼 리플의 여왕이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진짜 복귀한 게 맞느냐며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의심하자면 끝이 없는거라니까요!! ^^ 이사람, 믿어주세요~ 충성!! ㅎㅎ"이라고 말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마음의 여유가 없는 듯했습니다. 앤티크님이 무엇을 하든지 잘 되기만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래 스물넷이나 교봉으로 가지만 않는다면 다 이해할 수 있다구요!! 행복하세요!

3) 양 극단은 싫다, 냉열사
5월 25일 이후 서재를 떠났던 냉열사는 7월 5일 살포시 서재에 복귀했습니다. 그후 냉열사님은 이따금씩 글을 쓰고 있는데요, 일주에 사흘씩 쉬는 패턴을 보이고 있지요. 5월에 19일, 3월에 21일간 흔적을 남긴 것에 비하면 활동량은 줄어든 듯하지만, 8월 2일에도 글을 쓰신 것으로 보아 '활동중'이 맞는 듯 싶습니다. 사실 냉열사님이 정상입니다. 매일같이 족적을 남기는 저는 '폐인'이구요. 어찌되었건 우리 모두 건강하게, 그리고 오래도록 서재질을 해 보도록 합시다!

사진설명: 책울타리님이 최근에 놀러가셨던 카올린이라는 곳입니다.

-제2의 박인수 발견!
박인수라 함은 자유당 시절 해군대위를 사칭하며 숱한 여자를 농락했던 자를 말합니다. 그와 비슷한 자가 발견되어 알라딘 측에서는 감시의 눈길을 뻗치고 있는데요, 그의 행적을 보겠습니다.

마모씨(mail) 2004-07-26 18:26
스윗매직님/아, 제가 미녀라서 봐줘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어설픈 유머, 그렇습니다. 유머의 초기 단계에서는 저렇게 오버를 하게 되지요. 하지만 거기에 대해 화를 내버리면 그 사람은 영영 유머와 멀어지게 되지요. 유머라서 관대해야 한다는 거죠.
털짱님/전 털짱님께 한표입니다.
스타리님/전 그래서 스타리님이 좋아요
조선인님/사실은 조선인님이 좋아요
판다님/알죠? 제가 누굴 좋아하는지?
라일라님/님의 코멘트에서는 라일락 향기가 나요
폭스바겐님/하하, 간만에 듣는 님의 촌철살인이네요. 폭스바겐님, 부활하신 겁니까?
마냐님/둘다 농담인데 우리가 화를 낸 게 보기 안좋았다는 거죠. 하여간 전 마냐님이 좋아요
멍든사과님/아아, 우리는 정말 운명이라니까요
스텔라님/그러게 말입니다. 이라크 파병 얘기는 좀 뜬금없지요? 제 봉창을 지적해주는 스텔라님이 전 좋아요
파란여우님/님이 돌아오신 게 최근의 일 중가장 기쁜 일이었다는...아시죠? 제 맘

이 코멘트를 본 알라디너들은 흥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부리: 저놈의 주둥아리를 화아아악!
따우: 저따우 인간이 있다니!
마냐: 마녀는 뭐하나, 잡아가지도 않고!
오즈마: 알라딘에 앞으로 오지마!
폭스바겐: 한마디로 여우같은 놈일세...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 조심합시다!

-멍든사과의 내공
빠른 시간 내에 알라딘을 평정한 무서운 신예 멍든사과가 소재가 떨어졌음에도 연속으로 글을 생산해내는 초절정묘기를 보여 감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의 실력을 보아 주세요.

7월 26일: 1981명이 왔는데, 그게 자신의 태어난 해와 똑같다고 캡쳐한 페이퍼를 쓰다
같은 날: 서재순위 30위 안에 들었다는 지기님의 편지 중 '요즘 정말로 덮죠?'라는 오자를
         빌미로 글을 씀
7월 27일: 크리스마스가 올까, 하는 제목으로 글을 씀
7월 28일: "아, 따가워. 얇은 눈꺼풀 속에 쌀알 하나가 돌아다니는 것같다"는 내용으로 글을 씀.


 

 

 

 



멍든사과님의 페이퍼에 뜬금없이 실린 오징어: 물론 페이퍼와 약간의 관계는 있다.

7월 28일: 도서관에서 우연히 남자를 만난 얘기를 씀
7월 29일: 지기님이 윙크를 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함.
"역시, 절 좋아하시는 거죠? 농염하고 야심한 시각이니 이제 본격적으로 한 번 '덮어보자'는 마음이신 거죠? 으흑".
7월 29일: '리뷰에 관한 리뷰'라는, 지극히 형이상학적인 페이퍼를 씀. 내용은 해독 불가.
7월 30일: 바퀴벌레 한 마리를 죽인 것을 대하소설로 만들다
7월 31일: 서재개편했다고 다시 대하소설. 아무래도 소재가 없어서 개편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8월 1일: '젠장 8월이라니'라는 제목의 글을 씀. 제목과 달리 이 글은 한 변태의 얘기를 다룬, 매우 충격적인 글이었음.
같은 날 : 급기야 화장품 리뷰까지...
8월 2일: 이주의 마이리뷰에 당선된 사람들을 축하하는 페이퍼를...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저는 그래도 말 한 마리는 잡아야 글한편을 쓰는데, 사과님은 눈앞에 떠다니는 티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대하소설을 쓰니깐요. 오늘로 정확히 한달을 맞는 사과님이 2730명의 인파를 끌어모은 비결은 사과님의 전매특허인 유머와 더불어 소재를 우려내는 초절정테크닉이 아닐까요. 사과님의 건투를 빌겠습니다!

--즐겨찾기의 압박
즐겨찾기를 해놓은 서재 숫자가 많아지면서 글을 대충 읽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본문 내용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리플이 달려 곤혹스러워지는 일이 발생하는데요, 글을 대충 읽기로 유명한 두분의 리플을 보겠습니다.

[난 배가 나왔다. 배를 보면 죽고 싶다]
수지나라: 배는 나주배가 좋지요.

[이번 여름엔 휴가를 못갈 것 같아요!]
아양엄마: 어머나! 휴가 좋지요! 어디로 가세요?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글 사이에 장난질을 침으로써 글을 제대로 읽는지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요, 장난의 선구자 연보라빛우주님의 글입니다.

[경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가을산멋져요다. 그래서 경쟁심이 없다고 스텔라얼짱생각을 했었다. 또, 스포츠에서 운동에서 이기고 지는 것에 연연하는 걸 좋아하지는 복돌이멍멍않는다. 특히 한국 축구의 검은비만세경우 이기고 지는 거에 목숨거는 거 딱 싫다.--;

누군가를 누르고 그 위에 서야 소굼님뭐해요한다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등을 의미있게 하기 위해서 아니 일등을 의미있게 느끼기 위해서 수많은 숫자들이 존재해야 하는 건 싫은 일이라고 이파리밥먹었니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불쑥불쑥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고 처음마음처럼님은 절 좋아하세요 그 의미에 따라 좌지우지 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스윗매직마술부려봐그건 오랜 학력 위주의 교육의 잔재일까, 아니면 본래 가지고 있던 경쟁심의 발로일까. 잘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숫자는 쉽사리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이 결과 놀랍게도 해당 알라디너들 중 자신이 이름이 들어간 사실을 아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고 하는데요, 즐겨찾기 숫자의 압박은 그만큼 지대한가 봅니다.

 

 

 

 

 

 

 

 

 

 

 

 

 

 

 

사진설명: 평범한여대생님 서재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더워서 그런지 공부하기 싫으시다네요^^

 

-서재탐방
뉴스레터의 발간이 늦어지자 아영엄마님이 알라디너들의 근황을 정리한 페이퍼를 써주셨는데요, 최근 들어 한 서재를 리뷰함으로써 따뜻함과 감동을 주는 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재 리뷰의 선구자 털짱님은 파란여우님의 서재리뷰 중 한 대목입니다.
[...83학번이라는 파란여우의 사진을 보고나서 무심코 들여다본 거울 속 내 모습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면서 두 명의 스토커가 악착같이 달려든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고, 동생의 스티커 사진을 지갑 속에 넣어 다니는 둘째 오빠를 보내놓고 혼자 목 놓아 울었을 땐 나도 울고 싶어졌다....]
한편 달필로 유명한 바람구두님은 열 개의 서재를 리뷰하기로 하고 첫 번째로 물만두님의 서재를 리뷰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진우맘(29세. 현재 소재빈곤에 시달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고 내가 먼저 시작할 걸! 서재 숫자를 세보니 그거 하면 당분간은 소재 걱정 안해도 되겠구만!! 디카 안사도 되는건데!!" 참고로 진우맘님은 심리검사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는데요, 그당시 진우맘님에게서 심리검사를 받지 않은 서재인은 거의 없었습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순위 싸움과 소재 경쟁, 알라딘의 새벽은 이렇게 밝아오고 있습니다. 전 다음 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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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7-03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는 법' 아주 맘에 드는 적절한 표현입니다.

미완성 2004-07-0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벌도 월급으로 먹고 사나요;;;;
궁금했어요. 재벌2세도 월급 축내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마태우스님이 답을 가르쳐주셨네요..아침부터 님의 글을 보아 오늘은 아주
운수가 좋을 것같아요. 호홋.

가을산 2004-07-0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럼 마태님 자리, 내년에도 단단한거죠? ^^

아영엄마 2004-07-0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소속된 학부에 글 잘 쓰는 사람이 영입되기 전까지는 님의 입지가 탄탄대로일 것 같은데요.. ^^;; 2장을 7장으로 늘이는 글실력은 아무나 가지고 있는 거 아니죠~~ 거기다 학생들도 마태우스님 강의 재미있게 듣는다 잖아요. 팔방미인이신가봐요~~

하얀마녀 2004-07-03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뿌듯한 마음으로 주말을 즐겁게 보내실 수 있겠네요. 역시 마태우스님의 글재주는 보통이 아닌가봅니다. 얼마전에 제안서의 한 부분을 작성할 일이 있었는데 1장짜리가 반쪽이 돼버리더라구요. 쩝... -_-a

stella.K 2004-07-0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었어요. 잘 갔다 오셨군요. 벤지가 보고 싶으셔서 이기도 하겠지만, 서재질 하고 싶으셔서 빨리 오신 건 아닌가요? 어쨌든 다시 읽는 기쁨을 주신 마태님의 컴백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진/우맘 2004-07-0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평소에 서재 활동으로 쌓인 글발이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겁니다!! 서재에 글 쓰면서 절대로 죄책감 갖지 마세요.^^

플라시보 2004-07-03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그런데 구라 치는거 정말 어렵지 않던가요? 흐흐. 만약 어렵지 않았다면 님은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십니다.^^

2004-07-03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4-07-03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배구공을 발로 차면서 달래셨군요. ㅋㅋㅋㅋ (혼자만 딴 소리.. ;;)
근데 정말 늘리시는 솜씨가 신기에 가깝군요! 멋진 우리 마태님- @0@

마태우스 2004-07-03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78님/배구공이 아니었다면....아찔하죠^^ 그대신 제가 요약을 못한답니다.
플라시보님/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진우맘님/맞아요! 서재에 글 쓰면서 죄책감 가지면 안되겠네요!!! 하하.
스텔라09님/저희 콘도에 피씨방이 없는 게 얼마나 안타까웠는지요. 사실 그래서 빨리 온 것두 있어요.
하얀마녀님/부끄러워요. 별로 대단한 재주도 아닌데....
아영엄마님/님께서 말한 이유를 가지고 안잘리고 버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산님/근데 그 평가라는 걸 매년 하는 게 아니거든요. 5년에 한번씩 한다는..
멍든사과님/재벌2세니까 더 죄책감을 갖지요. 재벌2세도 양심은 있답니다.
폭스바겐님/호호, 그 표현이 마음에 든다니 저두 기쁩니다. 님한테 잘보이기로 했거든요.

sooninara 2004-07-0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잘 다녀오셨군요..전에 복학생들이 EDPS하면서 보신탕 먹고 방바닥에 배깔고 자지 말아라..아침에 눈떠보면 몸이 붕~떠있다라고 했었다는 믿거나 말거나가 생각이 납니다요...
마친구님이 재주가 얼마나 많으신데요..굼벵이처럼 굴르기말고 숨긴 재주를 보여주시와요..^^

2004-07-03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7-03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답 코멘트가 너무 접대성 아닙니까??

starrysky 2004-07-0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셨군요. 보고 싶었어요~ ^^
근데 한 줄이면 끝날 얘기에 소설적 공상력을 더해 한도끝도 없이 늘려 쓰는 거, 그게 바로 제 특기라는 거 아닙니까. 남들은 2페이지만 읽어도 졸다 자빠질 내용으로 1000페아지 가까운 제안서를 작성하는.. -_-v 그런 일은 죄 밑의 따까리들이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교수님들도 직접 한다는 걸 알고 나니 매우 기쁩니다. 호호.

2004-07-03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7-17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6년, 내가 군에 입대해 훈련을 받을 때의 일이다. 당시 우리의 숫자는 일천명이 넘었건만 우리에게 할당된 공중전화의 숫자는 달랑 두대였다. 게다가 젊은이들은 뒤에 누가 기다리건간에 쓸데없는 대화-오늘 무슨 훈련을 했고, 반찬은 뭘 먹었다는 식의-로 장시간 통화를 하는 존재, 그래서 우린 전화를 하려면 크게 맘을 먹어야 했다.

어느 일요일, 집에 별일이 없는가 걱정이 되었던 나는 아주 큰 맘을 먹고 길고긴 줄의 끄트머리에 섰다. 정확히 한시간 40분을 기다렸을 무렵, 내 차례가 왔다. 내 뒤에 선 애들의 부러움섞인 눈초리를 뒤로 한 채 난 수화기를 들었다. 그런데...이럴 수가. 전화는 통화중이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금 번호를 눌렀지만 역시 통화중. 급한김에 할머니댁에 전화를 걸었더니 거기는 아예 안받는다. 이런 젠장! 난 한시간 40분의 기다림을 허공에 날려버린 채, 쓸쓸히 공중전화 부스를 빠져나왔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진 않았지만, 우리집 전화를 통화중으로 만든 사람은 아마도 어머님이었을 것이다.

대형 화재나 항공기 추락 사고가 있을 때마다, 그들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화제가 되곤 한다. "여보 사랑해요" "어머님 사랑합니다" 그들이 남긴 마지막 육성은 대충 이런 것이었다. 갑자기 생각을 했다. 내 삶에서 단 일분간의 시간만이 주어진다면, 난 누구에게 전화를 걸 것인가. 당연히 어머님이 일순위로 생각이 난다. 하지만 우리 어머님은, 전에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전화를 너무 오래 하신다는 것. 집에 계시면 필경 통화중일테고, 밖에 계실 땐 너무 바빠서 전화를 안받으신다. 문자 메시지는 확인을 못하시고, 음성 메시지
 

 

 

 

 

 

오늘부터 사흘간 워크숍을 합니다. 우리 대학이 올해 평가를 받는데, 거기에 대비해서지요. 안그래도 요즘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다들 바쁘답니다. 저는 감사를 맡아서 남이 잘하는지 감시를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아주 놀 수는 없어서 소설 쓰는 걸 맡았습니다. 무슨 소설이냐구요? 이름하여 가라 회의록 작성. 우리 대학에는 11개의 위원회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위원회가 그렇듯이 우리 대학의 위원회도 있기만 있지, 실제 활동하는 위원회는 거의 없지요. 하지만 평가를 위해서 지난 2년간의 회의록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 일을 떠맡았습니다. 사실은 자청했지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제가 좋아하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날짜와 참석자를 임의로 써놓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학생지도 위원회 회의
날짜: 2003년 6월 18일(수)<--이게 공휴일과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알파; 학생지도를 잘 해서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야지요.
베타: 학생들은 지도교수랑 만나면 잘먹는 날인 줄 알아요. 제가 학교식당에서 애들을 사줬더니, 모 교수는 학교식당을 데려갔다는 소문이 쫙 났어요. 아니, 학교식당에서 나오는 밥은 모래라도 섞였답니까?
감마: 그게 다 재벌2세 서모교수 때문이에요. 제가 언젠가 겁나게 비싼 참치횟집에 갔는데, 서모교수가 지도학생들을 데리고 거기 있더라구요. 거기가 일인당 얼만줄 알아요? x 만원이어요!
알파, 베타: 어머나 세상에! 나도 못먹는 걸...
감마: 지난번엔 1차로 고기집을 가고, 2차는 중국집을 가서 요리를 먹었데요.
알파, 베타: 세상에!
감마: 이번 신입생들이 서교수 지도가 되기 위해 로비를 벌였답니다. 하여간 재벌2세가 애들 다 버려놓는다니까요. 서교수에게 그러지 말라고 강력히 항의합시다.
알파: 이런 걸로 항의하는 게 좀스럽지 않나요? 차라리 서교수한테 우리도 사달라고 하는 게 어떻습니까.
베타: 이왕 가는 거, 우리 지도학생들도 데리고 가면 어떨까요. 우리 애들도 한번 잘먹여보고 싶은데]

너무 머리를 쓰다보니 가끔은 쥐가 날 때가 있지요. 그럴 때마다 알라딘에 들어가 글을 씁니다. 그러다보니 오전 내내 회의록은 얼마 못쓰고, 글만 세편 썼네요. 아무래도 알라딘이 업무에 큰 방해가 되긴 하나봐요. 삼성의 모 계열사에서 사이월드를 차단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알라딘을 못쓴다면 제가 출근하고 싶지 않을테고, 그러면 그나마의 일도 안할 거란 말이죠^^

아무튼 전 2박3일간 워크숍에 갑니다. 이따가 4시 반에 출발한다고 했으니, 그때까지 열심히 만들어야겠지요. 참, 저를 이뻐해 주시던 학장님이 바뀌셨습니다. 저를 정년까지 보장해 주겠다고 큰소리를 치셨던 맘좋은 학장님이었는데요. 너무 갑작스럽게 바뀌어서 충격이 크답니다. 새 학장님은 제가 좀 무서워하는 분인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다행스러운 건 그분도 눈이 작아서 저랑 통하는 데가 있다는 거죠. 하여간, 그만 쓰고 일하렵니다. 내일 제 글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놀라지 마시길. 2박3일간 글 많이 써가지고 나오겠습니다. 여러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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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7-01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히- 3일 뒤에 멋진 글 기다리고 있을게요- (^-^)/

마태우스 2004-07-01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혹시 쿤데라가, 아니 쿤데라 팬이 님의 코멘트를 본다면...저에게 테러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군요^^
판다님/요즘 부쩍 일등을 많이 하시는 듯. 너무 기대하진 마세요. 멋진 글이 안나올 수도 있거든요!!!

starrysky 2004-07-01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크숍이라니, 말만 들어도 음.. 또 탈나지 않게 드시는 거 주의하시고, 몸 건강히 다녀오세요. 2박 3일 동안 알라딘이 텅~ 빈 것 같겠네요. 훌쩍..

진/우맘 2004-07-0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헹.....잘 다녀오시길!!

마태우스 2004-07-01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아네요. 오늘은 이미 글을 네편이나 썼고, 토요일날 또 쓸거니까 알라딘이 비는 건 내일 뿐이지요. 탈나지 않게 하고 오겠습니다.
진우맘님/편지할께요!!!

2004-07-01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얀마녀 2004-07-0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적성에 딱 맞는 일을 잡으신 듯합니다. 그 회의록도 재밌을 것 같은데요? 그것도 올려주실 껀가요? 0_0

미완성 2004-07-01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히 글만 보고 지나가던 행인이었습니다만,
마태우스님 글없이 내일 하루를 어찌 견딜지 벌써부터 쓸쓸해집니다..;;

호홋...얼마전에 우연찮게 xx일보에서 님의 인터뷰를 보았습니다만..
아주 흥미로왔어요....헤헤..

stella.K 2004-07-01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쯤 버스를 타셨겠군요. 잘 다녀오십시오. 보고 싶을 거예요. 흐흑~

stella.K 2004-07-01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알라딘 시간이 늦는군요. 지금 실제 시각은 4시 반인데...

파란여우 2004-07-01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마태님 서재를 폭파할 기회가 왔군요...와 신난다...ㅎㅎㅎ

플라시보 2004-07-01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잘 다녀 오세요. (아 파란 여우님 제가 화약 사올까요? 하하^^)

로렌초의시종 2004-07-01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좀 늦었군요......

메시지 2004-07-02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잘 다녀오세요. 그런데 부리님은 남아계시나요? - 지도받고 싶은 학생 올림 -

panda78 2004-07-02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도 혼자 놀기에 일가견이 있으시군요..쿡쿡쿡. ^^
 

 

 

 

 

 

친구가 입원을 했다. 지난 몇 년간 여러번 입원을 했었지만, 이번 입원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그의 병실을 찾았던 다른 친구들처럼, 나 역시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서울대병원에 갔다. 몸에 끼워진 수많은 호스들, 평소와는 다르게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의 모습은 나로 하여금 할말을 잃게 했다. 그의 손을 붙잡는 것 이외에는 달리 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자신의 병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아는데, 그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십분쯤 그러고 있다가 이런 말을 했다. "미안해"라고. 난 뭐가 미안했을까. 그가 병마와 싸우는 도중 나 혼자 잘먹고 잘놀았던 것?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미안한 건, 내가 너무 건강해서, 였다. 나중에는 마음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난 내게 남은 수명을 5년쯤 떼어 그에게 주고 싶었다. 물론 이건 내 수명이 수십년 이상 남았을 경우에나 가능한 거겠지만. 

예과 때 그를 처음 보았다. 시원시원한 말투처럼 시원하게 생긴 얼굴, 부리부리한 눈. 그는 잘생긴 애였고, 대부분의 의대생들과는 달리 낭만이 뭔지 아는 친구였다. 그와 특별히 친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말이 통하는 친구였긴 했다. 그는 의리가 있었고, 매사에 화끈했다. 졸업 후 비뇨기과 의사가 된 그의 폐에서 암이 발견된 것은 2000년이었다. 수술을 시도했던 의사는 전신에 퍼진 암덩어리를 보고 절개부위를 닫고 말았다. 많은 친구들이 그를 찾았던 게 그 무렵인 것 같다. 난 그때 그에게 병문안을 가지 못했다. 달리 뭐라고 할말이 있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갔다온 친구들이 "의외로 담담하다"고 말하긴 했어도, 난 끝내 그에게 찾아가지 못했다.

의사는 그에게 6개월의 잔여수명을 예고했지만, 그는 의학을 비웃기라도 하듯 5년째 버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힘든 일이 많았었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의 아내와 두 아들도 고생이 많았겠지만, 가장 고통받는 건 내 친구일 것이다. 그의 고통을 주변 사람들이 대신할 수 있는 길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는 종교에 귀의했다. 학생 때 터프하던 그의 모습으로 보건대 종교와 그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느님을 믿었고, 그 믿음은 아마도 그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병마와 싸우는 동안 그는 인터넷을 통해 활성화가 되어버린 우리 동문회의 상징이 되었고, 몇차례의 모임에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나를 만날 때면 그는 언제나 "술좀 그만 먹어라"라고 충고를 했는데, 그에게 미안하게 난 그 충고를 전혀 따르지 않았다.

화학요법도, 방사선 치료도 그의 암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는지라, 이제 그는 마지막 삶의 불꽃을 태우고 있다. "너무 오래 있으면 힘들어한다"는 친구의 사전 경고가 있었음에도 난 십분이 넘게 그 방에서 머물렀고, "힘드니까 그만 가라"는 말을 듣고서야 병실을 나갔다. 2002년 월드컵 경기가 방영될 때마다 눈물을 흘리곤 하는 나지만, 울려고 노력을 해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모르겠다.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지만, 그의 모습을 보고나니 다시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의사에 따르면 그가 우리들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기간도 1-2주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고, 그나마 일주일은 지나가 버렸다.

지금 그 친구의 상태라면, 그냥 막연하게 수명만 연장하는 건 의미가 없을 듯하다. 어떤 구차한 삶도 죽는 것보다 낫다고 하지만,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한 채 첨단기계들에 삶을 의존해야 한다면 그게 과연 사는 것인지 난 의문스럽다. 그래서 난 그의 회복을 빌지 못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가 고통없는 곳에서 편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살아생전 내 친구가 죽은 적은 딱 한번 있다. 내가 스무살 때, 대만에서 오토바이를 타다가 떨어져 죽었다. 그러니 병마로 인해 친구가 죽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부모님이 상을 당했을 때 만났지만, 이제부터는 서서히 친구의 주검 앞에서 술잔을 기울여야 할 나이가 되었나보다. 아무리 그래도 38세의 죽음은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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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7-01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너무 아깝습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sweetmagic 2004-07-0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하세요. 님...
님 친구분의 소원이고 동시에 모든 알라디너의 소원일 겁니다.

마립간 2004-07-01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일로 저와 직장에 함께 있는 선생님과 의사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수명대로 살다가 불려 올라가는 것을 의사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사람의 발뒤꿈치를 잡고 늘어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그 선생님은 '그래도 사람에게 여러가지로 도움을 주는 직업이니 자부심을 가지라.'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러나 한숨만...

플라시보 2004-07-01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모로 마태우스님 마음이 좋지 않겠습니다. 심심한 위로를 드리는 바입니다.

클리오 2004-07-01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없이, 생각없이 흘러가는 세월들 속에서. 잠시,조용히,묵묵히 멈춰계시겠군요...

마태우스 2004-07-0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죄송합니다. 제가 암보험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든요. 암보험 든 다른 분이 대답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clio님/네.......
플라시보님/감사합니다. 님의 격려는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마립간님/의학이란 것도 한계가 있으니.... 언제나 고민되는 부분이죠.
스윗매직님/그래서 제가 어제 10킬로를 뛰지 않았겠어요. 전 꼭 건강하겠습니다.
판다님/말씀 감사드려요....

하얀마녀 2004-07-0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직접 찾아뵈셨으니 분명히 마태우스님 친구도 기뻐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 달전 선배가 사고로 모친상을 당했는데 그때 저도 빈소에 가서 절하고 난 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어 선배 손만 잡고 얼굴만 보고 있어야 했었습니다. 마태우스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잘 전달됩니다.

stella.K 2004-07-0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아직도 청춘인데, 그죠?
마태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자기 느낌에 건강하다는 거 믿을만한 거 못됩니다. 다른 뜻은 없구, 그냥 마태님을 아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로렌초의시종 2004-07-01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09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마태우스님~! 건강을 당연하다고 믿고 살던 분들의 예기치 않은 모습을 너무 많이 보고 살아서요...

작은위로 2004-07-0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시고요. 마태우스님, 건강도 많이 챙기세요.
건강하다고 생각지만 마시고요. 저보다 많이 아시겠지만, 그래도 많이 챙기세요.
 

[재능 있는 여배우 혼자서만 분투하는 영화들을 계속 보기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이나영을 정말 뭔가 아는 여자로 재현해내는 영화가 보고 싶다]
한겨레에 난 영화평이다. 글쎄다. <영어완전정복>이 이나영 덕분에 살아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화까지 그런 건 아닌데. 내가 장진 감독의 팬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난 이 영화를 너무나도 재미있게 봤다. 장진은 자기 특유의 유머가 있다. 모든 사람을 폭소에 빠지게 하는 건 아니지만, 매니아들은 그의 유머에 낄낄거리며 웃는다. 엉뚱함과 기발함, 그리고 반복. 이 영화에서도 그의 유머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나영이 정재영을 업고 병원에 갔다.
의사: 그렇게 되신지 얼마나 됐습니까?
이나영: 저희 둘 말인가요?

또다른 유머.
의사: (코피가 자주 나는 건) 두가지가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코 속 혈관이 약하거나 신체기관을 이용해서 너무 지나치게 코를 파내서.
이나영: 아마 첫 번째일 거예요!
의사: 누구나 그렇게 믿고 싶어하죠.
그런데 이나영이 약을 달여서 정재영에게 가니까 정재영이 코를 파고 있다. 약사발을 떨어뜨리는 이나영, 이렇게 외친다. "안돼요! 더 이상 코 파지 마세요!"

이게 약하다고 생각하면 또다른 유머. 범인으로 오해받은 정재영이 취조를 받는다.
형사: 정말 안 불 거에요?
정재영: 아는 건 다 얘기했는데요
형사(아마 장진 감독 자신이 아닐까 싶다): 이 방에서는 모르는 것도 좀 얘기해줘야 하는 겁니다....여기선 무식한 애도 유식해지고, 장님도 본대로 얘기하고, 귀머거리도 들은대로 얘기하고 그러는 거예요.
정재영: 그럼...벙어린 어떻게 하나요?
장진: (목을 만지며) 야, 나 풍 걸린 거 같아!

어찌보면 썰렁하기 짝이 없지만, 난 너무너무 웃긴다. 그러니까 장진 매니아 아닌가. <킬러들의 수다>는 실망스러웠지만, <묻지마 패밀리>의 단편인 '사방의 적' 하나만으로도 장진은 내게 영웅으로 자리잡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했던 유머가 안웃겼다면 한가지만 더. 심장암이라고 생각한 주인공은 얼마 안남은 삶을 앞당기기로 한다. 마라톤을 하면서 그는 생각한다.
"자살로 마라톤을 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거다. 하지만 이건 현명한 선택이다. 내 심장은 이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파열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마라톤 5등 상품, 김치냉장고!"

이정도로 스포일러를 뿌렸으니, 이제 그만하자. 이 유머가 재미있는 사람이 본다면 더 큰 유머를 얻을 것이고, 이게 재미없는 사람에게 이 영화는 저주 그 자체일 것이다. 참고로 영화 시작전에 예고편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해리포터>다. 독수리를 타고 날라가는 해리포터, 어릴 적엔 개를 타고 다니는 상상을 했었는데, 개보다는 독수리가 훨씬 더 폼이 나 보인다. 1편을 비디오로 보고 후회를 한 뒤 2편은 영화로 봤는데, 3편도 찜이다. 그 다음 예고편은 날 슬프게 한다. <투가이즈>, 박중훈과 차태현이 주인공이다. 박중훈의 유머엔 이제 식상했고, <해피에로크리스마스> <첫사랑 사수..> 등 굵직한 히트작을 낸 차태현이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지 짐작하는 건 별로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 영화가 만들어지는 비결이 궁금해 죽겠다. 또다른 영화로 <달마야, 서울가자>란 제목이 눈에 띤다. <달마야 놀자>가 좋았다면 그걸로 끝낼 일이다. 그 영화는 아무래도 전작의 명성마저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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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7-0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장진 영화, 유머 다 썰렁하던데...좀 작위적이란 느낌이 들어 영...마태님 유머가 훨씬 나요. 아부 절대로 아닙니당!

부리 2004-07-0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또 영화를 봤나? 또 혼자 봤겠지?

플라시보 2004-07-01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친구랑 보려다가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그냥 포기를 했더랬는데 아쉽군요. 그 친구랑 봤다면 좋았을껄 그랬습니다.

panda78 2004-07-0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킬러들의 수다도 무지 재미있게 봤는데. 아는 여자는 더욱 즐겁게 볼 수 있겠군요! ^^

갈대 2004-07-0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소리내어 웃을 수 있었습니다. 마태우스님도 즐거우셨다니 기쁘네요^^

마태우스 2004-07-0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후후, 제가 이 영화를 보겠다고 결심한 게 다 갈대님의 좋은 평 때문이랍니다. 제가 감사.
판다님/흐음, 그렇군요. 킬러들의 수다가 재미있었다구요. 혹시....원빈 때문이 아니십니까?
플라시보님/그러게 말입니다. 나중에라도 보세요.
부리/자네 여기 또 웬일인가? 훠어이===
스텔라님/저를 알아주는 분은 스텔라님밖에 없습니다. 꺼이꺼이... 세상 사람들이 다 스텔라님 같다면....

마냐 2004-07-01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이 영화, 본지 벌써 일주일 지났는데...아직도 정리를 못했어요....여기저기 알라딘 곳곳에서 근사한 리뷰가 나오니..더더욱 힘들어지는군요....그나저나, 마태우스님...엄청난 스포일러..는 그렇다치구...어케 저 대사를 다 줄줄 외십니까.

메시지 2004-07-0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진 팬입니다. 모 TV드라마에 깜짝 출연해서 '일발장진'입니다라고 썰렁하게 소개하는 것도 저만 좋아하면 웃었었죠. 흉내냈다가 무척 썰렁한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버릇이 있어서. 조금 작위적인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막힌'일들이 재미있고 살짝 찌르는 구석도 있어서 좋습니다. 특히 '택시드리벌'이나 ''서툰사람들' 같은 연극 작품에서도 그의 유머감각은 탁월하게 드러납니다.

마태우스 2004-07-0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님/앗, 장진감독이 연극도 했나요? 그렇군요!! 하여간 님과 제가 유머 취향이 비슷하다니 즐겁네요.
마냐님/사실은 ...노트에다 적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마태우스 2004-07-15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경하옵는 전태일 선배님.
여기 선배님의 외침에 잠이 깨어난 후배 만 오천여 여성근로자를 대표하여 선배님 영전에 삼가 머리 숙였나이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늦가을로 가득 채워져 있고 들에 외롭게 피어난 들국화의 진한 꽃내음도 멀리 사라져 가는 듯 합니다.
메마른 황무지에 피어나기에도 역겨운 뭇 들국화에게 생명의 단비와 거름이 되어주신 영혼이여!
당신의 거룩한 밑거름 위에 이처럼 곱고 아름답게 피어있는 것은 오직 당신의 희생어린 개화라 여겨집니다.
오늘도 저는 생각해 봅니다.
당신의 검게 타다버린 영육 위에 곱게 피어난 우리들의 꽃봉오리가 영원토록 참된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오늘의 명랑한 직장과 안락한 생활의 터전이 당신의 희생으로써 얻어진 황금의 결실이라는 것을.
우리들의 어린 심령들에게 풍운과 억센 파도에 휩싸여 갈길을 잃고 방황하는 돛단배의 등대가 되어주신 영혼이여!
저는 오늘도 선배님의 거룩한 넋을 칭송합니다.

들국화의 꽃송이가 오늘날에 피어나기 전 당신의 활기 띤 용맹스런 얼굴을 보았습니다. 당신의 육신이 검게 타오르는 불길을 보았습니다. 당신의 애처롭게 울부짖는 목소리를 저는 들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라는 절규를 선배님의 거룩한 뜻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참된 죽음이야말로 우리 작은 영혼의 부활이라는 것을.

이제 저희들의 마음속에 선배님의 참된 넋의 씨앗을 뿌리려 합니다. 근면한 꽃씨로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근로자의 참된 꽃씨도 또한 조국 근대화 대열에 앞장서서 생산에 전력하는 새 역사를 창조하는 새로운 꽃씨도. 이 모든 꽃씨가 당신의 쓸쓸한 영전에 봄이 오면 붉게 노랗게 또는 하얗게 피어 주려합니다.

멀리 떠나신 님이여! 먼 훗날에나 우리의 회포를 나누게될 넋이여! 오늘도 외롭게 피었다 시들은 쓸쓸한 들국화의 벗이 된 당신의 영혼에 어린 소녀가 옷깃을 여미옵고 영생의 명복을 빌면서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길을 옮기려 합니다.

또 다시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당신이 가신 지 다섯해. 올 봄은 유난히 감회가 새롭습니다. 여러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아십니까.1 5년전 당신의 마지막 그 처절한 절규는 안일과 나태에 약삭빠르고 젖어있던 저희들에게 세계가 뒤흔들리는 충격을 경험케 해 주셨습니다.

당신이 가셨던 그해 75년은 해마다 봄이 되면 대학가에 찾아오던 접동새의 울음소리가 되거품을 품은 채 무척이나 처량하게 들리더군요. 72년 가을 이 나라 민주주의가 조종이 울린 이후 저들 유신독재체제는 74년 봄의 민청학력 사건을 반국가단체로 몰아 부쳐 군사 법정에서 사형, 무기징역등의 서슬푸른 행각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민중의 줄기찬 도전에 급기야 그것이 조작임이 드러남으로써 1년만에 민주서민의 품으로 돌려주어야 했습니다. 언론사에 길이 남을 일선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운동까지 힘입어 75년 봄은 파쇼 정권과 맨몸의 다수 민중 사이에 일대 결전을 예감하며 신학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분단 30년 동안 가장 통일을 장애해 왔던 자들의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해 왔던 냉전논리에 편승하여 저들은 인지사태의 본질을 왜곡하여 예의 위기의식을 조장할 터무니없는 명분으로 양심세력에 철퇴를 가했던 것입니다.

이에 우리의 많은 동료들이 강의실에서 쫓겨나고, 동아·조선 기자들이 거리로 내쫓기고 청계천에서, 중량천에서, 답십리에서 가난한 민중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야 했습니다.

모두가 심한 좌절감과 패배의식으로 가슴이 위축되어 있을 때, 수원으로부터 날아온 당신의 할복소식은 우리르 경악시켰습니다. 열사의 말씀이 옳았습니다. 더 이상 우리는 어떻게 참을 수 있으며 무엇을 망설일 수 있었겠습니까. 더 이상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겠습니까. 당신은 너무나 한심하도록 착하신 분이었습니다. 죽음을 앞에 둔 한 인간의 비장한 심장에 어울리지 않게 당신은 너무도 차분하셨으며 당신을 죽으로까지 몰고가게 한 저들에게 한 치의 미움도 남기시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남기신 「양심선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장」 「총장·학장에게 보내는 공개장」에는 오로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염려하는 당신의 사심없는 바램만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저들의 생리는 당신의 간절한 당부를 무참히도 짓밟아 버리고, 양심세력을 탄압하는데만 급급하여 당신의 죽음이 가져 올 엄청난 파문을 막기 위하여 드디어는 긴급조치 9호까지 발동하는 반동을 보이고야 말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용기는 우리들의 잠자는 영혼을 흔들었습니다. 긴그조치하의 4년반 동안에도 당신의 유지를 잇는 민주시민의 뜨거운 외침은 계속되었고 드디어 저들은 아래로부터의 도전과 자체 모순에 못 이겨 이제 스스로 자기네들이 절대적으로 믿기를 강요해 왔던 논리를 하루 아침에 뒤짚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相眞열사,

저들은 민중의 줄리찬 저항에 할 수 없이 자구책으로 저 악명높은 유신체제를 스스로 해체하고 말았지만 새 시대를 맞이하면서도 자기네의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여전히 우리 위에 군림하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의 앞날에 반동의 철퇴를 내릴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역사의 거역할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을 믿습니다. 당신이 말씀하셨듯 저들이 아직도 회개치 못하고 이 민족을 끝까지 못살게 군다면 자유와 평등과 진리와 정의를 외치는 모든 민주시민의 뜨거운 죄의 심판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을 우리는 믿습니다.

相眞열사

동학혁명의 좌절이후 처참한 반동의 근대사였습니다. 지난 백년동안 경직된 이념의 횡포로 역사발전의 주체가 되어야 할 우리 선각자들이 얼마나 많이 고초를 겪었습니다. 이제 어느 누가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고 싶겠습니까.1 우리는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겨울이 너무 길었습니다. 너무 지루했던 겨울이기에 봄이 왔어도 아직 봄같지가 않습니다. 가볍게 봄바람을 즐기기에는 아직 주변이 너무 스산합니다. 부디 금년 봄부터는 접동새의 울음에 더 이사 피맺힌 한이 맺혀서는 아니 되겠습니다. 당신의 효백이 편안하시도록 진효굿이나 해 드리겠습니다. 이 땅에 진정한 봄이 찾아올 그날까지 조금만 더 참으시고 저 지하에서 만족스런 웃음속에 우리의 통일을 향한 민주화의 행진을 지켜보아 주십시오.

열사의 영전에 저희들 모두 한가슴으로 민주주의를 바칩니다. 자유를 바칩니다. 통일을 바칩니다. 고이 잠드소서!


故 金相眞 烈士의 5주기를 맞아


규련이! 우리가 34년 전 화랑대에서 처음 만난 이후 우리는 항상 이렇게 서로 이름을 부르며 지내 왔는데 이제는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오.

정 교수! 아니, 그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스스로도 건강에 자신만만하던 자네가 이렇게 일찍 소천하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하였겠소? 도대체 믿어지지 않소.

정 박사! 어찌 그리 야속하게 간단 말이오? 가족들에게 병간호할 기회도 주지 않고 급히 가다니… 우리 벗들에게 병문안 할 기회를 주기가 그렇게도 싫었단 말이오? 너무 야속하오.

규련이! 자네는 충청도 홍성에서 수재로 자라면서 홍성중학교와 홍성고등학교 시절 학생회 운영위원장을 맡아 동급생으로부터 일찍이 미래의 지도자 감으로 인정 받았었고 드디어는 조국방위의 큰 뜻을 품고 군 지도자가 되기 위해 육사에 입교한 후 자네는 항상 주변의 동기생과 선후배로부터 칭찬을 받으며 살아오지 않았소? 4학년 때에는 7중대장 생도로서 지도력을 발휘하였고, 졸업 후 보병 소대장으로서도 부하로부터 존경과 상사로부터 신임을 받아 장차 틀림없이 훌륭한 장군이 되리라고 모두가 믿고 있었지.

그러나 1964년 모교 육사의 부름을 받고는 자신이 직접 군 지도자가 되겠다는 뜻을 접고, 후배 군 지도자를 양성하는 육사교수로서 20년을 모교에서 근무하면서, 학문에만 정진하지 않았던가?

정 박사! 그때 우리는 육사아파트에 함께 살면서, 가족간의 친밀감도 갖게 되었지. 자네는 바둑, 포커, 마작 게임 뿐 아니라, 유도, 테니스, 골프 등 스포츠에도 다재 다능하였었지. 우리가 게임과 스포츠를 함께 하고, 전후방 동기생들도 함께 방문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소? 일요일에 갑자기 가족들과 함께 고수동굴에 갔던 생각도 나는구려. 그리고 주일에 육사교회에서 예배도 함께 보지 않았소? 말로서가 아니고 행동으로서 전도하던 자네였지 않았나? 예편 후에는 소망교회의 집사로서도 진실한 믿는 자의 본을 보여 주었었지..

정 교수! 우리 함께 밤늦도록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또 후배교육에 관해 열띤 토론도 하지 않았소?
5공 시절 고향의 친구들로부터 정치에 입문하라는 유혹도 뿌리치고 오직 학문에만 열중하여 큰 업적을 남기지 않았소?

1982년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모교를 떠나 숭실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20년간 많은 민간 산업 지도자들을 양성하지 않았소. 숭실대학교에 근무하면서 동료 교직원들로부터 존경과 신임을 받아, 어려운 기획처장과 교무처장의 임무도 잘 수행하지 않았소. 총장, 부총장과 같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보직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그 동안 쭉 숭실대학교의 예비군연대장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마지막 출장을 다녀온 지 사흘 만에 이렇게 운명을 달리 하다니, 아마도 너무나 과로했던 탓인가 보오. 더욱이 이번에는 서울 경기지역 대학교 예비군 연대장 회의 회장을 맡아서 더욱 부담을 가졌던 모양이오. 항상 책임감이 강했던 자네이니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구려.

규련이! 얼마 전 우리 나라 남성의 건강수명은 약 63세이며, 그 후 약 10년을 더 사는 것이 평균이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소. 어떻게 자네는 건강수명만을 살다 간단 말이오? 병원의 진료기록이 없어 사망진단서를 발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을 자네는 알 수 없겠지...

정규련 집사! 하긴 인생 100년을 넘어 산다고 하더라도 자네가 믿는 하늘나라의 영생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 윤 여사와 딸 유선이, 그리고 두 아들 원석이, 의석이 그리고 사위와 두 며느리, 그리고 두명의 외손녀의 슬픔은 생각해 보지 않았소? 아들 딸 다 성혼시켰겠다 이제는 인자스러운 할아버지로서 인생을 좀더 즐기다가 가도 되지 않겠소.

최근 아산회 등산에는 참여하지 않고 매주 목우회의 골프모임에 가서 골프를 즐기던 것은 스스로 건강을 위했던 것은 아니오? 남들이 평생에 한번도 하기 어렵다는 홀인원을 두 번씩이나 했었다는 소문도 들었는데.. 어제 친구들과 했던 골프약속은 왜 지키지 않았소? 남과 한 약속을 어긴 적이 한번도 없었던 정교수가 말이오.

즐거웠던 추억보다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난 자네에게 야속하단 말만 하게 되는구려.

자신은 마음도 편하고 몸의 건강도 좋아서 오래 살게 될 텐데 당신이 걱정이라고 부인에게 건강을 당부했던 것은 어떻게 된 일이오? 젊었을 때 나에게 한의사가 맥박이 이렇게 건강한 사람을 처음 보았다는 말을 했다고 자랑하지 않았었던가?

여기 함께한 우리 모두가 자네의 죽음을 믿을 수 없소.

이제 육신은 한줌의 재로 변하여 여기 국립 현충원에 안장되지만, 영혼은 자네와 자네 가족이 평생 믿던 하나님 나라에서 영생을 누리리라고 믿으며, 위안을 받네.

우리 모두 멀지 않아 이 세상의 삶을 마감하고 하늘나라에서 자네와 다시 만나게 될 것을 믿네. 이제 편히 쉬시오. 정 박사! 우리는 앞으로도 자네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될 거야. 자네도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기억해 주게나.

부디 평안히 영생을 즐기소서!

2001년 7월 18일



고 이영균 교수님께
올해도 어김없이 7월은 찾아왔습니다. 선생님이 가신 지 벌써 10년, 올 여름은 유난히도 감회가 깊네요.



자네는 충청도 홍성에서 수재로 자라면서 홍성중학교와 홍성고등학교 시절 학생회 운영위원장을 맡아 동급생으로부터 일찍이 미래의 지도자 감으로 인정 받았었고 드디어는 조국방위의 큰 뜻을 품고 군 지도자가 되기 위해 육사에 입교한 후 자네는 항상 주변의 동기생과 선후배로부터 칭찬을 받으며 살아오지 않았소? 4학년 때에는 7중대장 생도로서 지도력을 발휘하였고, 졸업 후 보병 소대장으로서도 부하로부터 존경과 상사로부터 신임을 받아 장차 틀림없이 훌륭한 장군이 되리라고 모두가 믿고 있었지.





선생님이 가신 지 벌써 십년, 올해도 어김없이 7월은 찾아왔습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 감회가 새롭습니다. 당신이 가셨던 94년은 사상 유례없는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었지요. 이렇게 더울 수도 있느냐고 다들 아우성칠 때, 선생님께선 그만 눈을 감으셨었지요. 십년만의 더위가 몰아닥친다는 올해, 불현듯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시던 순간이 떠오르는군요. 수많은 생명을 구하셨던 선생님도 당신 스스로의 목숨은 구하지 못하신 채 저희들과 이승에서의 작별을 고했었지요. 우리 나라 남성의 건강수명은 약 63세이며, 그 후 약 10년을 더 사는 것이 평균이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이하여 평균수명에도 미치지못하는

물론 인생 100년을 넘어 산다고 하더라도 하늘나라의 영생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겠지요.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 윤 여사와 딸 유선이, 그리고 두 아들 원석이, 의석이 그리고 사위와 두 며느리, 그리고 두명의 외손녀의 슬픔은 생각해 보지 않았소? 아들 딸 다 성혼시켰겠다 이제는 인자스러운 할아버지로서 인생을 좀더 즐기다가 가도 되지 않겠소.

제가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학생 때 강의를 들으면서였습니다. 도수높은 안경 너머로 학생들을 보시는 광경이 어찌나 명료했는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순간이 인상에 남아 있습니다. 그때는 제가 이렇게 선생님의 10주기에서 추도사를 읽게 될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습니다. 처음 뵌 인상과 마찬가지로, 선생님은 늘 인자하셨고, 후학을 기르는 데 열심히셨습니다.


규련이! 얼마 전 병원의 진료기록이 없어 사망진단서를 발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을 자네는 알 수 없겠지...

정규련 집사!


선생님께서는 제게 에게 자연과 인간과이 관계 즉 과학의 길을 통해서 삶의 가치를 가ㄱ르쳐 주는 분으ㅇ로, 그때는 이 작은 선생님과 지금과 같은 사제지간의 연이 맺어지리라고는 꿈에도 TODR가지 못했다. 이구동성으로 찬바람이 인다고 말한 ㅣ 선생님과 오랜 친분을 가지신 분들은 차가운 첫 인상이 선생님의 이지적인 두외네서 오는 냉철한 판단력 때문이라는 것. 그분의 피부 아래에는 누구보다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마칭 의사가 아닌 사람이 온통 백색의 둘러싸인 수술실에서 외과의를 볼 때와 같은 느낌이랄까. 한마디로 선생니믄 차가운 마음의 소유자인다. 의대에서 선생님의 강의를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과학의 진면모를 단 한마디의 잡담도 섞지 않고 명쾌하고도 흥미롭게


어언2년이 되었습니다.

 
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서재망명을 한 적이 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면서 무척이나 비장하게 시작한 서재망명은 며칠만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머쓱하기만 한 그 망명 기간이 전혀 의미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심술궂고 장난을 잘치는 '부리'라는 인물이 탄생해 자아분열 놀이를 하게 된 것이 조그만 성과라면, 내가 알라딘 분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은 큰 성과일 것이다. 망명을 했다 돌아온 나를 환영한다며 선물을 한 분이 계시다. 그분이 주신 책이 바로 <다빈치 코드>, 책을 살까 말까 망설이다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고 결정해야지, 하고 있는데 받은 책이라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이 자리를 빌어 그분께 감사드린다. 하여간 앞으로도 망명을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럴만한 건수가 없다는 거다. '아무도 추천을 안해준다'는 것도 좀 허접한 이유고, '날씨가 더워서'라고 하면 카뮈를 따라하는 것 같고. 뭔가 좋은 건수가 없을까?

<미켈란젤로의 복수>라는 책이 있다. <파라오의 음모>라는 말도 안되는 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반덴베르크의 작품인데 (독일 사람들은 마음도 좋지!), 그래도 이 책 하나는 그런대로 재미있다.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를 그리던 미켈란젤로는 자신에게 가해진 부당한 대우에 복수하는 뜻에서 벽화 밑에 '아블라피아'라는 단어를 써 넣는데,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는 과정에서 여럿이 죽는다. <다빈치 코드>를 읽으면서 그 책을 여러번 떠올렸다. 두 책 모두 추리소설이고, 예수의 삶에 얽힌 비밀을 둘러싼 음모를 다루고 있다.  두 책 중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난 <미켈란젤로의 복수>를 택할 것 같다. 왜? 리뷰의 대가 마냐님의 말이다. "추리소설에 우연이 남발되면 긴장이 떨어진다" <다빈치 코드>는 우연에의 의존도가 크다. 박물관 관장이 알고보니 할아버지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부인이었으며, 청년은 친오빠였다! 게다가 흥미를 유발하려는 노력이 지나쳤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뒤를 돌아본 주인공은 매우 놀랐다"고 끝을 맺는데, 다음 단락에 가면 그 놀란 이유가 별 게 아니다. "알고보니 자기 그림자에 놀란 거였다"

하지만 이 책이 꽤 재미있긴 했다. 읽는 내내 다음 장면이 궁금했으며-비록 자기 그림자에 놀란 거라고 할지라도-저자가 들려주는 풍부한 지식은 내 무식을 일깨워 미술공부에 매진해야겠다는, 그리고 루브르를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한가지만 더. 책에 나온대로라면 여주인공은 지적일 뿐 아니라 굉장한 미녀이기도 하다. 그녀는 랭던을 도와 길고긴 모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는데, 그 과정에서 한번도 미인계를 쓰지 않는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예컨대 살인자가 총부리를 들이댈 때 가슴을 살포시 보여준다든지, 바지를 살짝만 걷어도 효과가 있을텐데 말이다. 게다가 책에 나오는 남자들은 참으로 이상해, 그녀의 미모에 별 관심이 없다. 그녀의 상관인 반장은 그녀를 별 이유도 없이-직원들의 업무능력을 떨어뜨린다나?-싫어하고, 남자주인공인 랭던도 그녀를 어떻게 해볼 생각은 없는 듯했다. 하여간 이 책에 나오는 남자들 중 그녀에게 집적거린 사람은 하나도 없다.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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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07-0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미인은 미인계를 쓰지 않는 법입니다.

부리 2004-07-0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윗매직님/그래서 님이 미인계를 안쓰시는군요!!

sweetmagic 2004-07-01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사람의 환상을 탐하지 말라...이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한다는...

진/우맘 2004-07-0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별히 미인계를 안 써도 모두 잘 해줄텐데요, 뭘. 투덜투덜....

panda78 2004-07-01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자기 전에 펴들고 이내 후회했습니다. 끝을 보고 자겠구나 싶어서..
재미는 확실히 있던데요. 그런데 뒷부분이 좀 실망스럽더군요. ^^

Fithele 2004-07-01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맹점을 지적해 주셨네요 ^^ 코멘트의 내용을 보니 월(越)의 서시 얘기가 생각납니다. 항상 폐가 나빠서 얼굴을 찌푸리고 다녔는데도 모든 사람이 예뻐해 줬대죠.

마태우스 2004-07-01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델한님/님이 보시니 부끄러워요. 님 리뷰가 훨씬 더 잘쓰셨던데요.
판다님/뒷부분이 실망스럽다는 데 동의. 호호, 님과 같은 책을 비슷한 시기에 읽었다니 기쁘군요.
진우맘님/미녀 얘기만 나오면 투덜대는 까닭은 무엇인지요?^^
스윗매직님/님의 좋으신 말씀,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환상에서 깨어나야 할텐데...
부리/스윗매직에게서 손을 떼라! 훠어이---

sunnyside 2004-07-01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켈란젤로의 복수>가 더 잼나나요? 것두 함 읽어봐야 할 듯..

마태우스 2004-07-03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니사이드님/아니 둘 중에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거구요, 읽구 재미없음 안되는데....

epiphany 2004-07-07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소피의 할아버지, 할머니, 남동생의 관계는 이야기의 전제같은 거라 남발된 우연이라고 할 수 없을 거 같은데요.. 우연히 만난 것도 아니고 만나도록 되어있었던 거잖아요... 시작부터 가족의 비밀이라 운운되어.. 그리고 용모가 괜찮다는 건 소피에게 캐릭터에 부여되는 하나의 설명에 불과한 거지 그걸로 미인계까지.. 작업남들이 없었다고 다고 이상하다고 하는 건 웃자고 한 얘기겠죠?

마태우스 2004-07-09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파니님/소피 할아버지 얘기는 사실은 웃자고 한 겁니다. 그건 우연이 아니구 이야기의 전제라는 님의 말씀이 맞지만, 책의 도처에 남발된 우연성을 상징하는 뜻으로... 할아버지 부인이 할머니라는 건 좀 웃기잖나요^^ 글구 작업남이 없었다는 건 웃자고 한 게 아니에요. 끝부분까지 전혀 로맨틱한 행동이 없다는 게 저로서는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