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1 때, 학교를 가는데 중3 배지를 단 사람이 날 붙잡더니 으슥한 곳으로 끌고간다. 돈을 내놓으란다. "내가 땡땡이를 쳐야 되는데 돈이 좀 필요해서. 있는 거 다 내놓고, 더 있으면 10원에 한 대다!"
학생 때 난 용돈이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십원이라도 있을 리가 만무했다. 없다고 하니까 그는 내 몸 여기저기를 뒤지더니 "돈 좀 가지고 다니라"며 돌려보냈다. 하필 날 붙잡다니, 정말 재수도 없다.
중2 때도 그런 기억이 있다. 집에 거의 다 다다라서 난 일련의 깡패들에게 둘러싸였고, 다시금 으슥한 곳으로 끌려갔다. 그들은 내 주머니며 모든 걸 다 뒤졌지만, 단 십원도 발견하지 못했다. 다른 가져갈 게 있을까 필사적으로 가방을 뒤지는 그들이 불쌍해서 내가 이랬다.
"이 샤프라도 줄까요?"
그들은 고맙다며 내가 내민 샤프를 받았다. 운도 없지.
고등학생이 되고난 뒤 내 주머니엔 늘 돈이 들어 있게 되었다. 공부하기 힘들지, 라며 어머니가 가끔씩 돈을 주셨고, 학교가 좀 멀리 떨어져 있어 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난 사설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는데, 그러다보니 친구들과 어울려 전자오락실을 찾는 일이 잦았다. 그 주위엔 깡패들이 우리같이 어벙한 애들을 노리느라 진을 치고 있었기에 주머니의 돈을 털리곤 했었다. 그중 기억나는 장면 한가지. 친구 하나와 오락실을 가는데 깡패 셋이 다가온다. 난 주머니에 있던 천원을 빼앗겼고, 그 친구는 2천원쯤을 빼앗었다. 깡패들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내 친구의 신발을 보고 한 말, "어? 이자식, 퓨마 신네!"
그는 자기의 후진 신발을 벗어주고 친구의 퓨마를 뺐어갔다. 신발이 자율화된 시절이었지만 난 여전히 검은 학생화를 신고 다녔는데, 그래서 그들한테 이런 소리를 들어야 했다.
"신발 좀 좋은 거 신고 다녀!"
언젠가는 여동생이랑 독서실을 가는데, 중3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만났다. 별로 친한 애는 아니었는데 날 보더니 유난히 반가워했다. "누구야? 니 동생이니?" 난 그렇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또 보자며 손을 흔들었다. 며칠 뒤 혼자 독서실을 가는데, 그가 또 서있다. 다른 남자와 함께. 그는 내게 있는 돈을 다 내놓으란다. 이럴 수가. 중학교 동창의 돈을 뺐다니. 돈 얼마를 주자 그는 만족하지 못했고, 주머니를 더 뒤졌다. 그러고는 돈을 이거밖에 안가지고 다닌다고 화를 냈다. 그 다음부터 난 그가 무서워 다른 길로 독서실을 다녔다.
중, 고등학교 때는 깡패-사실은 노는 애들-들이 참 무서웠다. 하지만 졸업을 해보니 그들은 조직을 거느린 진짜 깡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중학교 때 싸움에서 밀리자 칼을 꺼내 상대를 찌른 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각목, 쇠사슬, 회칼 등의 첨단 무기를 가진 진짜 깡패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난 깡패가 돈을 내놓으라고 하면 가진 돈 모두를 줄 것이다. 괜히 몇푼 아끼려다가 다치고 싶지는 않으니까. 혹시 내가 술에 취한 게 아니라면, 도망을 갈 것이다. 단거리는 그리 잘 뛰지 못하는 나지만, 마라톤을 했던 경험 때문에 장거리는 날 따라가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돈도 안뺐기고, 건강도 챙기고, 얼마나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