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사흘간, 소방교육을 받는다. 갑자기 웬 소방교육이냐고 놀란다면, 그는 내가 재벌2세임을 모르는 사람이다. A4 다섯장 정도 분량을 짧게 줄여서 설명하자면, 건물마다 방화관리자가 하나씩 있어야 하는 의무규정이 있는데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사흘간 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다. 난 아담한 저택에 산다. 23층이니 '건물'이라고 하기에는 쑥스러운 수준이지만, 그 건물이야말로 날 재벌2세로 부르게 만드는 원천이 아닌가. 방화관리자가 되면 매년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귀찮은 일이 많은데, 지금까지는 나이드신 어머님이 그 일을 하셨다. 어머님께 여쭤본 적이 있다. 어떻게 시험을 통과하셨냐고. 엄마의 대답이다. "돈주고 했지, 내가 어떻게 그걸 따!" 뭐든 돈으로 해결하는 버릇을 난 엄마한테 배웠나보다. 하여간 어머니도 올해 교육을 다녀오시더니 아무래도 힘드셨는지, "이제 니가 따서 관리해라"고 하셨고, 난 5월에 신청을 해 오늘부터 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모인 사람이 무려 200명이다. 이번주에 교육받는 사람만 총 600명에 달한다니, 우리나라에 건물이 얼마나 많은지 알만하다. 학교 일이 너무 바빠서 빠지는 게 말이 안됐지만, 신청할 때 4만원 낸 것도 아깝고, 나중이라고 시간이 많을 것 같지 않아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하러 간다"고 사기를 쳤다. 좌우지간 9시부터 6시까지 꼬박 여덟시간을 앉아 있는 건 영 고역이다. '이 나이에 하루종일 강의를 듣다니' 하는 맘으로 교육장에 가보니, 웬걸, 내가 거의 최연소다. 다들 나처럼 소유주는 아니고, 건물 관리인이 대부분이다. 큰 빌딩이거나 강남에 위치했다면, 그것도 여러 채를 가졌다면 관리인을 둘 수밖에. 여자 옆이면 좋은데, 했지만 여자 자체가 몇 명 없기도 했지만, 아무튼 내 옆에는 머리가 흰 할아버지다. 그 연배에 강의를 듣는다고 앉아 계시려니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소방교육을 받는 사람들이라 마음가짐이 달랐다.
강사: 대표가 한명 있어야 하는데, 누가 할사람 없어요?
일동: ...........
강사: 고급 소화기를 하나 드립니다!
일동: 저요! 저요! 저요!

쉬는 시간에 대표에게 물어봤다. "혹시 마지막 날 시험 보나요?"
대표: 이건 안봐! 우린 2급이고, 1급만 보지. 자넨 젊으니까 1급을 따게. 1급만 따면 취직은 확실히 보장되지. 한번 해 보라고.
나: &^*())))&^
그렇군. 시험을 안보는군. 그렇다면 만판이다, 싶었다. 그래서 난 불이 나면 얼마나 손해가 많은가를 알려주는 유익한 동영상을 외면한 채, 책만 읽었다. 2교시 때도 그랬는데, 강사가 갑자기 이런다.
"이거 중요해요. 시험에 꼭 나와요"
일동: 경악----
대표: 시험도 봅니까?
강사: 마지막 날 평가시험 보죠. 60점 넘어야 자격증 줘요.
대표: 떨어지면 어떻게 합니까?
강사: 재시험 봐야죠. 붙을 때까지.

내 옆의 할아버지가 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시험 때 나좀 보여줘야 해. 내가 시험에 약해서 말야..."
"걱정 마십시오.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졸지에 다른 사람의 운명까지 좌우하게 된 나, 책임감 때문에 잠도 안자고 나머지 시간을 열심히 들었다. 그나저나 내일 술약속이 있는데 어찌해야 할까...

* 평소 전화가 잘 안오는데, 오늘 따라 전화가 겁나게 많이 왔다.
1) 기생충 환자가 나왔는데, 혈청검사를 좀 해달라는 전화
2) 친구들이 여름휴가 계획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는 전화
3) 어머니가 VIPS 할인카드가 안된다고, 좀 해결해 달라신다
4) 내일 예정이던 학장과의 상견례가 다음주로 미뤄졌다고..
5) 방송국에서 다음주 아이템을 같이 짜보자고...
6) 평소 친하던 여자애가 혹시 삐졌냐고 전화를 하고...
아, 난 왜 바쁠 때만 전화가 많이 오는 걸까. 이놈의 인기는 하여간...

* 저희 건물이 진짜 23층이라고 믿는 분은 안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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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7-06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요... 진짜 23층인 줄 안 사람..

로렌초의시종 2004-07-06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믿었는데요? 마태우스님? ㅡ ㅡ;;;;; 정말이지 제도의 의도는 좋은데 이번에도 어이없게 엇나가는 한 모습을 본 것 같네요. 그렇다고 그나마도 제도가 없으면 불안하구 말이죠. 사고도 아무래도 더 날테고 말이죠......

진/우맘 2004-07-0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그걸 누가 믿습니까!
제가 가봤는데요, 47층 이더군요.^^

starrysky 2004-07-06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신양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재벌 2세는 할 일이 많군요. -_-;

stella.K 2004-07-06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마태님 재벌2세 맞아요? 요즘 <파리의 연인>인기 많은 거 아시죠? 언제부턴가 재벌에 대해 알고 싶어졌어요. 드라마에서나 매스컴에서 재벌을 부정적인 시각에서 다루고 있는데 그게 맞는 건지? 좀 다르게 볼 수는 없는 건지? 박신양이 재벌2세로 나오는데, 과히 나쁘지는 않지만 당췌 혼란스러워서...
미안한 얘기지만, 마태님 자꾸 재벌 2세 강조하시니까 아닌 것도 같고, 지금까지 결혼 안 하시는 거 보면 재벌이 맞는 것도 같고...헷갈려요.

2004-07-06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4-07-06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그녀석 말은 80%가 뻥이라는 설이..
스타리님/아닙니다. 맨날 술만 마시는걸요
진우맘님/혹시 주소를 잘못 찾으신 건 아닌지요?
로렌초의시종님/아, 뭐 그러니까.... 사건들이 많이 터지면서 소방 안전이 훨씬 강화된 건 사실이지만, 외국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캐나다는 6개월간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준답니다.
판다님/판다님은 마태님만 이뻐해!!

하얀마녀 2004-07-06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믿어버렸는데요.

마태우스 2004-07-07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명을 좀 하겠습니다. 저희가 있던 땅에 건물을 지을 때, 제가 어머님께 이랬습니다. "엄마, 이동네에 23층이 어딨어! 우리가 이 드림빌딩을 짓고나면 이동네 어디서나 우리 건물이 보일 거라구! 남에게 위화감을 주는 것은 물론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엄마, 15층으로 해, 응? 홍대앞에 16층이 있으니 표적이 분산될 거라고!!!"
엄마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33층이 안된 것도 속상해 죽겠는데!!!"

작은위로 2004-07-0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믿었어요...-_-

아영엄마 2004-07-07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도 23층 믿었는데.. 마태님 이동네 순진한 사람 많다구요!! 어쨋든 엄니가 15층 건물의 소유주면 그 아드님은 재벌 2세는 맞나보네.. 그것도 뻥튀기한 건가? ^^;;

플라시보 2004-07-07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믿을래요. 아니 믿고 싶어요. 저도 23층짜리 건물을 가진 분과 웹상에서나마 알고 지내고 싶어요. 흐흐^^ (설마 몇 채 더 있으시진 않죠? 뭐 있어도 나쁘진 않지만 너무 부자면 거리감이 느껴지잖아요. 호호호호)

2004-07-07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의 제단> 이벤트를 실시합니다! 와! 와!

제가 얼마 전에 즐겨찾기 300명을 드디어 돌파했습니다. 님들께서 보내주신 성원에 어떻게 감사드릴까 설문조사를 한 결과 87%가 이벤트를 하자고 답했습니다 (참고로 은퇴하라 5%, 그냥 넘어가라 3%, 찜질방 가자 2%, 기타 3%) 상품은... 제가 재미있게 읽은 소설책인 <달의 제단>이고, 성적순으로 일곱분에게 드리겠습니다. 근데 이 책이 보통 책이 아니라, 저자의 오빠이자 제 친구이며 <하마가 소말리야로 간 까닭은>의 저자인 심정석 씨가 저자 심윤경 씨한테 싸인을 받아서 제게 보내 주겠답니다!! 친절하게도 '누구누구에게 드립니다'라는 말까지 써서요. 그러니 이미 이 책을 읽으신 분도 다른 책 고르지 마시고, 이 책을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성적순이고, 동점자인 경우에는 추첨을 하겠습니다. 그럼 문제 나가요. 힌트를 드리자면, 서재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써주신 리뷰를 가지고 낸 문제입니다. 어렵더라도 그냥 찍으십시오. 7등 안에 못들겠습니까!!

1. 책 <갈대상자>가 별 다섯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1) 문학적 가치가 뛰어나서         
2) 대단한 연구 성과가 담긴 거니까
3) 겁나게 야해서                         
4) 별 세 개만 주면 갈대님이 삐지니까
5) 별점을 안주면 리뷰를 못올리니까

2. 다음에 설명된 책의 제목은?
[두께에 일단 마음이 갔다....책값이 장난이 아니다......저자의 기행문이다..... 읽기에 어려운 것도 아니다.....그래도 빨리 읽고 싶지 않았다]
     
1) 대통령과 기생충
2) 미친남자 미친여행
3) 더불어 숲
4) 톰 소오여의 모험
5) Hello 동남아시아 10개국

3. <이 질그릇에도>는 저자가 남편 미우라와 결혼해서 겪는 일상의 모습과 그에 대한 단상들을 기록한 책이다. 자, 그러면 저자와 미우라의 나이 차이는?

1) 저자가 네 살 연하
2) 저자가 네 살 연상
3) 저자가 세 살 연하
4) 저자가 세 살 연상
5) 저자가 두 살 연상

4. <채링크로스 84번지>는 헌책방 직원과 고객이 주고받은 편지들을 묶은 책이다. 이 책이 읽는 동안 기쁨을 줌에도 불구하고 별 네 개밖에 획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1) 지나친 우연성에 의존했다
2) 결말이 상투적이다
3) 가격이 비싸다
4) 여백이 지나치게 좁은 답답한 편집
5) 잘못된 번역

5. 다음은 어느 책에 대한 설명인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가장 많이 번역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과연 명성이 무색하지 않은 듯했다. 도대체 어디서 다 본 것들인지...마치...백과사전을 통째로 집어넣어놓은 듯한 과학적 지식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혹자는 이런 소설을 일컬어 계몽 소설이라고 하는 데, 나 또한 읽고 나니까 이건 정말 아이들에게 유익한 책이겠다, 싶었다]

1) 로빈슨 크루소
2) 채털리 부인의 사랑
3) 코스모스
4) 해저 2만리
5) 찰스 다윈

6. 다음에 설명된 책을 쓴 작가는?
[....우리나라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흑인 여성이었던 '사라'라는 한 여인의 깊은 한이 세대를 이어오는 동안 사라지지 않고 복수를 행하는 것을 보라!  그녀가 여러 남자들에게 짓밟히는 것으로 끝났다면 어쩌면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백인우월주의와 한 남자의 광기가 가져 온 불행은 마이크와 그의 아내에게도 미쳤던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은 마이크에게 새롭게 찾아든 로맨스가 다시끔 불행으로 마감하게 된 것이다...]

1) 댄 브라운
2) 스티븐 킹
3) 프란츠 카프카
4) HP 러브크래프트
5) 마츠모토 세이죠

7. 어떤 책에 관한 설명인가?
[물컹하지 않고, 쌉싸름하며, 톡톡 쏘기도 한다....'x' 자음을 첫 음으로 써서 제목부터 강렬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이 소설책을 읽다가 문득 든 생각, 풋고추에 설탕을 찍어 먹는 게 가능할까. 그 말도 안 되는 풋고추와 설탕의 부조화처럼 인생은 부조화의 연속이고, 소설은 부조화의 조합이다. 헛웃음만 나오는 스토커의 정체, 설탕 속에 있는 독, 폭소 속에 있는 울음, 행복한 재앙이 될 수 없는 몸과 정신의 재앙, 제대로 익지 못하고 설익은 젊은 날의 추억이 뒤범벅되어 있다]

1) 낭만적 사랑과 사회
2) 피터팬 죽이기
3) 그 남자 그 여자
4) 해변의 카프카
5) 폭소

8. 조선인님이 "제발 이 따위 책들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도 팔리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한 책은?

1) 아들 딸 가려낳는 비결
2) 성에
3) 달님 안녕
4) 대통령과 기생충
5)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9. 설명은 어느 책에 관한 설명인가?
[이 책 속에 소개된 행동강령에 이런 말이 있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은 돈을 벌 때는 남다른 노력 쏟아 붓고  쓸 때는 가치 있게 한다는 뜻이지 돈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으란 얘기는 아니라네. 공자왈 나물 먹고 물 마시며 팔꿈치를 굽혀 베개로 삼아도 즐거움은 역시 그 가운데에 있다고 했지" 또한 이 말도 있다."내 뒤에 쓰러져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잡아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진정한 부자"라고 한다. 그 진정한 부자의 첫 걸음을 딛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이 책속으로 여행을 한 번 떠나 보자]

1) 일산가물치와 10억벌기
2) 150만원 월급으로 따라하는 10억  재테크
3) 나의 꿈 10억 만들기
4) 돈 되는 e짠순이 절약테크 따라잡기
5)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

10. 오즈마님이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에 대해 한 설명으로 틀린 것은?

1) 잔인해서 숨이 넘어갈 뻔했다
2) 자주 꺼내어 읽을 수 있도록 거꾸로 꽂아놓고 싶다.
3) 두 형제는 알파벳의 철자 하나만 다르다
4) 저자는 짧고도 간결한 문장을 사용한다
5) 아무리 잔인해도 소설이 현실보다 잔인할 수는 없다

11. 숀 탠이 쓴 <빨간나무>에서, 빨간나무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1) 사랑
2) 사회주의
3) 희망
4) 질투
5) 과일

12. 리뷰 한편당 6.5개의 추천을 받아 편당 추천수로는 거의 최고 수준인 서재 주인은? 참고로 <끝없는 이야기>를 비롯해 두편의 리뷰가 있다.

1) 냉정과열정사이
2) 폭스바겐
3) 가을산
4) 책읽는나무
5) 연보라빛우주

13. 진우맘님의 진실에 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1) 진우맘님 집에는 그림책이 아주 많다.
2) 그림책보다는 전집류가 많다.
3) 진우맘님은 아이가 책 읽어달라면 온몸으로 읽어준다.
4) 누나와 엄마가 책 실갱이를 벌일 때, 연우는 소꿉놀이를 한다.
5)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를 얼마 전에 샀다.

14. '소오강호', '동방불패' 두 영화의 원작은?

1) 아!만리성
2) 진가소전
3) 마도예검
4) 사조영웅전
5) 설산비호

15. 바람구두님이 프랑스 배우 중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1) 뱅상 카셀 
2) 다니엘 오떼이유
3) 브누와 마지멜
4) 제라르 드빠르디유
5) 장 르노

* 마감은 수요일 오전 12시까지구, 정답은 서재주인에게만 보이기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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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7-06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벌써 만점자가 7명이 나온 게 아니냐는 질문을 해주셨지요? 아닙니다. 8분 나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친구한테 달의제단을 다섯권 우송했습니다. 그러니 정답자가 12명이 나와도 상관없습니다!! 참고로 밀키웨이님, 만점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말입니다. 제가 님같은 분을 위해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3권 신청했지요. 판다님이 한권을 차지할 전망이고, 또 한권은 님이니까.... 만점자 중에서 선착순으로 한분을 뽑아 사인이 들어있는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드리겠습니다.

로렌초의시종 2004-07-06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마태우스님의 이벤트 순식간에 규모가 몇배는 커져버렸군요. 새삼 알라디너로써의 넘치는 서비스 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마태우스님......

2004-07-06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7-06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밀키웨이 2004-07-07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하 신난당
고맙습니다.
이벤트하고 거리가 먼 사람인데 오늘 횡재한 기분 ^__________^

2004-07-07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4-07-0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큭, 밀키님 저도요 저도- ^_______^ 에궁- 좋아라!

ceylontea 2004-07-07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시간이 지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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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911'의 원작이라는 마이클 무어의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를 읽다가, 얼굴이 그만 화끈거렸다. 무어는 1차 걸프전과는 달리 이번의 2차 걸프전에는 동맹국들의 지지가 열성적이지 않다고 하면서 이렇게 기술한다.
[...별로 위협적이지 않은 49개국으로 이루어진 동맹을 구성하는 데 그쳤다. 이들 대부분은 UN 배구대회에서 항상 꼴찌를 하고, 프롬(고교, 대학의 댄스파티)에 결코 초대되지 않을 나라들이었다. 그들은 어떤 것이든 요청을 받으면 편집증적으로 감사해한다]
물론 그 49개국 중에는 우리가 있다. 하지만 각주를 가보니 인터넷 사이트 어느 곳을 가면 49개국의 명단이 있다고 씌어 있다. 안심이 되었다. 설마, 누가 거기까지 가서 어느나라가 있는지 알아보겠는가. 물론 그런 사람도 있을 테지만, 그 비율은 장담컨대 5% 미만이다.

마음을 놓고 계속 책을 읽는데, 이런 젠장, 드디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호가 책에 나온다.
[부시의 미친 짓에 동의한 별난 국가들의 잡다한 구성원들은 누구였는가? 그 명부를 한번 들여다보자.

아프카니스탄
그들이 기여할 바는 정확히 무엇일까? 초원에 뛰노는 말? 몽둥이 열 개와 짱돌 한 개?.....

알바니아
주요 산업은 생계형 농업이고 전화기는 30명에 1대밖에 없다는 그 알바니아?

에리트레아(이게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에디오피아(다 굶어죽어가고 있는 애들을 믿으라니?)...일본(안돼! 이럴 수가 없어! 70%가 전쟁에 반대한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이 명부에 오른 것을 알고 있긴 한가?), 대한민국, 라트비아(나치 협력국).....팔라우? 팔라우는 ...인구가 2만명이다...즙이 많은 코코넛은 있지만, 불행히도 군대는 없다....]

어찌된 것이 무어는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원작에는 있는데 번역 과정에서 잘린 건 아닐까? "대한민국(베트남에서도 그러더니, 주권국 맞아?)"라는 말이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을 몇 명이나 읽을지 모르겠지만, 외국인들은 제발 좀 안읽어줬으면 좋겠다. 한국이 팔라우, 라트비아, 에디오피아 같은 나라들과 나란히 미국의 꼬봉국가에 배치되어 있는 걸 보니 정말 쪽팔려 죽겠다.

옛날에 외국의 광고모델이 한국에 대해 망언을 했을 때-아주 이--상한 나라에 갔다 왔는데 어쩌고 저쩌고-사람들이 불매운동을 하니 하면서 들고일어났던 걸 보면, 우리나라 애들도 분명 자존심은 있다. 작년에 노무현이 미국에 가서 부시의 비위만 맞추고 왔을 때 한나라당 모 의원은 "등신외교"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렇게 자존심을 따지는 사람들이 위의 두 사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굴욕을 자청하는 이유가 뭘까.

국익이란 것도 분명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일일게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희생보다 더 큰 국익의 손실이 어디 있으며, 국가 이미지의 손상만큼 국익을 해치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분명 주권국이고, 미국이 시키는 옳지 않은 일에 끼어들지 않을 자유가 있다. 하지만 한국인 한명이 죽었는데도, 우리가 국제적으로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앵무새처럼 파병방침 불변을 외치고, 파병 여론은 아직도 높다. 수십년간 지속되온 미국에의 의존성은 이제 우리 체질이 되어 버렸으며, 진실을 보는 눈을 가리고 있다. 우리가 이 무지몽매함에서 깨어나는 날은 과연 언제일까.

* 책을 인용해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제가 어느 분께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소재가 없으니까 별 짓을 다하시네요!!" 그분께 사과드립니다. 사실 저도 요즘 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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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7-05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췌문만 봐도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우리나라에 대한 코멘트를 왜 뺐을까요? 열혈 애국지사들이 이 책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일 정도의 어마어마한 내용이라서? 원서 뒤져봐야겠습니다. -_- 아, 쪽팔려..

이파리 2004-07-0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과거에는 중국의 종속국이었으며, 지금은 미국의 종속국인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되지요. 형태는 독립, 주권국가이나, 정신적으로 미국에게 세뇌된 우리 나라는 미국의 음식, 의복,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 언어! 미국꺼라믄, 환.장.하지 않습니까?!!!
아~ 우리 나라가 진정한 독립국가가 될 그날은 언제인가~* ㅠ.ㅜ

메시지 2004-07-06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슬픕니다. 이책 차력도장 선정도서라서 주문해놨는데, 아마 내일쯤 오겠죠. 이책 읽다가 당분간 기분 망치면 어떡하죠.

마냐 2004-07-06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구..이게 왠 망신살입니까....근데, 왜 여론조사는 파병 찬성이 반대를 앞지르는 겁니까...신해철의 새 앨범이 '개한민국'이던데...정말 환장할 노릇입니다.

진/우맘 2004-07-06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그러게....앞 일은 모르는 거라구요! 한 번만 용서해 드리지요.
뭐 사실은....주욱 그러셔도 용서해 드릴께요. 소재부족을 넘어서, 이젠 책에서 꺼리를 찾고자 소재 전환을 결심했거든요!!!!!

가을산 2004-07-06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험, 험, 에리트레아라는 나라는요,,, 에디오피아에서 오랜 내전 끝에 얼마 전에 분리독립을 한 나라라네요. 정말 가진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
 

옛날에 <더티댄싱>을 본 적이 있다. 그 전날이 무슨 시험이라, 한숨도 안자고 밤을 샌 나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옆에 여자에게 미안해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안자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지막에 패트릭 스웨이지가 여자를 비행기 태웠을 때, 다른 사람들은 다 감동받은 눈치였지만 난 저게 도대체 무슨 장면인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만 영화가 끝나서 무지하게 기뻤던 기억은 난다. 나중에 나 혼자 그 영화를 다시 봤는데, 영화의 내용도 다 이해가 갔지만 무엇보다도 비행기 장면이 너무 감동적이라 눈물이 날뻔했다.

<스파이더맨 2>를 본 것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십오년전에 뒤지지 않는 미녀와 영화를 봤음에도, 또 졸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워크숍 이틀간 총 7시간을 못잔 상태였고, 난 잠을 못자면 생활이 안되는 놈인지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잘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난 내 따귀를 때려가면서, 가슴을 꼬집어가면서 안자려고 노력했다. 그러니 문어발로 무장한 박사가 아무리 설쳐대도, 스파이더맨이 빌딩 사이를 날라가거나 존재론적 고민을 해도, 그게 마음에 와닿을 리가 있는가. 여기서 알 수 있는 교훈은,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전날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도 잠에의 욕구를 이길 수 없는 법, <해리포터>를 볼 때는 전날 10시간 이상 자야겠다.

그래도 영화 중간중간 노트에 끄적거린 게 있는데, 그걸 몇 개만 옮긴다. 스파이더맨은 계속 MJ라는 여자 주위를 맴도는데, 한겨레에 의하면 왜 그러는지 전혀 모르겠단다. 즉 안이쁘단 얘기다. 1탄에서도 그랬지만 나 역시 "쟤 뭐야?"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는데, 1탄보다도 더 매력이 없어진 듯하다. MJ 대신 흥행에 굶주린 안젤리나 졸리를 썼다면 훨씬 더 공감했을텐데.

영화에서 MJ는 피터(스파이더맨의 이름)에게 키스를 해주려다 갑자기 중단한 뒤, "나 요즘 만나는 남자 있어"라고 선언한다. 그건 질투심을 유발시킴으로써 자신에게 관심을 더 쏟아주기를 바랄 때 쓰는 수법인데, 목적이야 좋지만 수단으로 이용되는 남자가 영 불쌍했다. 잘생기고 특별히 나쁜 점도 없는 그 남자는 결국 MJ 때문에 큰 상처를 받게 되는데, 인간이 그러면 안된다. 피터가 고백을 안한다면 자기가 먼저 사랑한다고 하면 되지, 왜 남을 이용한담? 그 남자 역시 나름대로 귀한 자식인데.

MJ를 거부하면서 피터가 하는 말, "나 때문에 네가 다치기라도 하면 난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거야" 이 대사를 보니 사회 정의를 위해 애쓰는 영웅은 애인을 만들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면 내가 손에서 거미줄이 나오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모든 여성이 다 내 잠재적 연인이니 말이다. 음하하하. 가만, 아니다. 손에서 거미줄이 나오면 여자를 꼬시기가 더 좋잖아! 영화 속에서 스파이더맨이 할머니를 구한 뒤 땅에 내려놓자 뭇 여자들이 달려든다. "나도 데려가줘요!"라고 외치면서. 하지만 말없이 하늘로 올라가는 스파이더맨, 그런 유혹을 이기는 자만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난 등에 업었던 할머니를 땅에 내려놓아도 "나도 업어줘요!"라고 달려들 여인들이 없다. 영화에선 스파이더맨이 쓸쓸한 것처럼 나오지만, 실제 세계에선 평범한 인간이야말로 고독한 법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선 3탄을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이는데, 글쎄다. 이제 그만 좀 하지, 더 우려먹을 게 남아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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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7-05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비 맥과이어가 얼마나 멋있는데요!!!! ^^

연우주 2004-07-05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일등이라고 좋아해야 하는 건가요? ^^;;;;;

연우주 2004-07-0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커스틴 던스트는 별로 안 예쁘지요. 그녀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예쁘장한 꼬마로 나왔다는 게 믿겨지지 않지요. 쥴님! 토비 맥과이어 멋져요..ㅠ.ㅠ

그리고 그 미녀 꼬시면 큰 일 나는데요? ^^ 크크크.

미완성 2004-07-05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몸이 허약하셔서.....중요한 순간(?)이 닥치면 어쩌실려구....;;
마태님의 원만한 취침생활과 앞으로 미녀와의 만남에 더욱 발랄함이 더해지길 빕니다.
'아멘'

진/우맘 2004-07-05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찜질방.... ^____________^;;;

sooninara 2004-07-05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미녀가 누군가란것이 문제겠죠^^
찜질방은 좋은곳이랍니다..몸의 피로도 풀고 피부도 좋아지고..수다도 떨고 먹을것도 골라 먹고..딱붙어있는 바퀴벌레 연인 한쌍만 없으면..이런곳에서 애정을 과시하면 짜증나죠..
다음번에 저하고 영화보실땐 푹 자고 오세요..

연우주 2004-07-0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

panda78 2004-07-0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저는 커스틴 던스트 좋아하는데.. ^^;;

LAYLA 2004-07-05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선 정말 저렇게 인형같은 사람이 있구나 우와~~ 하구 생각했었지요.
역시 다 커봐야 안다니까요요요요요~~ ㅎㅎㅎ 그래도 자연미인이라는 생각은 들던데 ㅎ

마태우스 2004-07-05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라님/아역 때는 이뻤다면서요? 여자는 아역 때 이쁘면 커서는 별로인 사람이 많더라구요. 초원의 집에 나오는 여자도 그랬고, 미셀 파이퍼도 이티 때가 더 귀엽잖아요.
판다님/판다님이 좋아하신다니 저도 좋아할래요^^
우주님/웃지 마시어요!! ^^ 일등 축하드립니다.
수니나라님/님은 뭔가를 아시는 듯...
쥴님/전 한번 딱 가봤는데요, 고스톱을 못치게 해서 아쉬웠어요. 편하게 잘 수 있는 곳은 아닌 듯 싶었습니다. 하여간 그 미녀랑 찜질방 갔으면 절대 안되었답니다^^
진우맘님/글쎄 사태가 이렇게 된 건 제 책임은 아닙니다. 억울함니다.
멍든사과님/님과 만날 날을 위해서 지금부터 몸을 만들겠습니다

비로그인 2004-07-05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말이 딱 맞았어요. 앞으로는 아프거나 잠올 때는 절대 영화를 보러 가지 말아야 겠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답니다. ㅠㅠ

아영엄마 2004-07-05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미셀 파이퍼가 이티에 나왔나요? 엄마역이었나?... 아님 아역으로 나온, 드루베리모어를 말씀하는 것이 아닐까?

마태우스 2004-07-05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헉! 드, 드류 배리모어 얘깁니다! 이렇게 부끄러울 데가...
처음마음처럼/님도 조셨군요??^^

2004-07-06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4-07-0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영화 봤는데요. 3편부터는 '고마해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2004-07-06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할머니가 휴대폰을 갖고 싶어하셨다. 사드리겠다고 말씀드리자 "내가 무슨 필요가 있냐"고 펄쩍 뛰시지만, 내 휴대폰을 물끄러미 보고 계신 걸 보면 틀림없이 그랬다. 할머니를 설득했다. "휴대폰은 우리가 편하려고 사는 거지, 할머니를 위한 게 아니어요. 할머니 밖에 계실 때 우리가 할머니랑 연락을 어떻게 해요?"
그 설득이 먹혀서 할머니는 내 제안을 수락하셨고, 난 KTF에서 나온, 기본료가 아주 싼 '효도 휴대폰'을 사드렸다. 엘모 회사에서 나온, 그리 좋지 않은 전화기건만, 할머니는 그 전화기를 아주 이뻐하셨고, 주머니를 만들어 싸가지고 다니실 정도였다.

하지만 거진 2년이 지난 지금도 할머니는 전화기 사용법을 모르신다. 내 전화를 1번, 엄마 전화를 2번에 저장해 드렸건만, 내게 휴대폰으로 전화건 적이 아직 한번도 없다. 오늘도 그러신다. "민아, 통화 누르고 번호 누르는 거지? 엥? 어째 안걸린다?"
할머니는 이 질문을 100번도 더 하셨다. 그때마다 난 "그게 아니구, 번호를 먼저 누르고 통화를 누르셔야 되요!"라고 대답을 했다. '번호-->통화'가 맞는데, 그 100번의 질문이 왜 모두 '통화 누르고 번호 누르는 거냐?'일까 신기하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전화를 잘 받으시는 것도 아니다. 같이 있을 때 테스트 차원에서 거는 건 받으시지만, 실전에서 할머니는 단 한번도 내 전화를 받은 적이 없으시다. 귀가 어두운 탓이기도 하고-할머니는 보청기를 끼신다-그 전화기의 벨소리가 음량을 최대한 높여도 그리 크지 않은 탓도 있다. 게다가 엘모 회사의 전화기라 그런지 폴더를 열면 바로 수신이 되는 게 아니라, 귀찮게시리 통화 버튼을 눌러야 수신이 된다. 그래서 할머니는 늘 물으신다. "받는 건 그냥 받으면 되냐?"
난 늘 같은 대답을 한다. "아니죠, 통화 버튼을 눌러야죠"
살아생전 뭔가를 배우는 걸 좋아하셨던 할머니인데, 그래서 내가 손도 못대는 기계들을 하등 도움이 안되는 설명서를 보시면서 조립하셨던 할머니인데, 이젠 너무 나이가 드셔 버렸나보다. 십년만 젊으셨다면 문자 메시지도 보기좋게 날리셨을 텐데 말이다.

결국 할머니가 하시는 건 충전밖에 없다. 전화를 거의 안쓰시면서도 맨날 충전은 full로 해 놓으시는 우리 할머니. 내게 날라오는 전화요금은 언제나 기본료에서 몇십원-몇백원이 아니라-이 더 나올 뿐이다. 내가 요금을 내니까 일부러 안쓰시기도 하겠지만, 사용법을 모르는 탓도 있을 거다. 기본료가 자동이체되는 것이 나로선 아까울 수밖에. 그래서 "그냥 해지하는 게 어떠냐"고 말씀드리고픈 마음이 생길 때도 있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할머니는 그 휴대폰을 너무나 사랑하니까. 난 할머니께 전화기를 사드린 게 아니라, 장식품을 하나 사드린 거라고 생각하자. 평생 할머니한테 받은 걸 생각하면 일년에 십여만원 내는 게 뭐가 아깝겠는가.

오늘 보니 할머니가 머리 파마를 하셨다. 젊어 보인다고 했더니 밝게 웃으신다. 하지만 할머니의 피부는 너무도 쪼글쪼글하고, 나랑 다니면 "어머님이냐"는 소리를 들었던 예전 모습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별을 하고, 이별 후에는 잘해드릴 방법이 없으니 살아생전 후회없이 잘해드려야 한다. 하지만 난 오늘도 할머니한테 별것도 아닌 이유로-전에 선본 여자랑 왜 결혼을 안하냐고 하기에..-큰소리-'얼굴이 TV만한데 어떻게 결혼을 해!'라며-를 냈다. 지금은 후회를 하지만, 또 그런 상황이 닥치면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맘은 잘해드리고 싶지만, 실제로는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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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4-07-05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지금 말씀하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말씀이 통하는 멋진 할머니와 선한 마태우스님~~^^

starrysky 2004-07-05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할아버지도 선물해 드린 휴대폰을 절대 안 들고 다니셔서 그야말로 무용지물입니다. 그런 쪼그만 기계 나부랭이 들고 다니는 게 영 귀찮으신가 봐요. 엄마랑 저랑 아무리 "제발 좀 들고 다니세요. 걱정되잖아요. 앵앵앵앵" 해도 소용없습니다. -_-
그리고 할머님한테 왜 큰소리는 내고 그러세요!!! 전 즈이 할머니의 어마어마한 잔소리에도 늘 생글생글 웃으며 느무느무 잘합니다. (순전히 제 생각일 뿐이고 또 실제로는 동생들이 저보다 훨씬 더 잘하기 때문에 별로 빛은 못 보지만..) 어쨌든, 절 좀 본받으세욧!

하얀마녀 2004-07-05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훌쩍 ㅠ.,ㅠ

tarsta 2004-07-05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저는 조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거든요. 할머님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에.. 그나저나 이시간에도 사람이 많이 계시군요.:)

마냐 2004-07-05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벤지만 사랑하는게 아니라, 어머니도 할머니도 무진장 챙기십니다. 아닌척 하시면서도 말임다....그분들에게야 효도의 최고봉이 따로 있겠지만...^^;;; 그래도, 대단하십니다.

panda78 2004-07-05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마태님은 어찌나 마음이 따뜻하신지..
그런데요, ㅋㅋ 정말 얼굴이 TV만 했어요? ^^;;

호랑녀 2004-07-05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효도의 최고봉이 따로 있겠지만...
이 말이 딱입니다요, 마냐님 ㅋㅋ
우리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이렇게 따뜻하게 느꼈음 좋겠네요. 저는 그러지 못했지만요.

미완성 2004-07-0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답습니다............

바람꽃 2004-07-0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
정말 그리운 호칭입니다.
나이가 많이 들면 모습이 비슷비슷해지나 봅니다.
키 작고 동그란 얼굴에 쪼쪼글한 모습들이.
문득문득 할머니가 정말 보고 싶습니다.

*^^*에너 2004-07-0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시님의 글에서 따뜻함이 느껴져요. *^^*
병원에 계신 외할머니가 보고 싶어지네요. ㅡㅡ

stella.K 2004-07-05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마태님이 사주셨다는 휴대폰 애지중지 하셔서 주머니 만들어 차고 다니시는 할머니가 사랑스럽게 느껴지네요. 저의 돌아가신 친할머니는 한번 일러드리는 건 좀체로 잊지 않으시는 깐깐한 분이셨죠. 그에 비해 외할머니는 마태님 할머님 같으셨어요. 잘 잊으셨죠. 그 할머니 지금은 미국에서 몸이 많이 안 좋으세요. 아마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정말 예전같이 건강하셔서 100번이라도 같은 걸 물어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할머님한테 잘 해드리세요. 지금도 물론 잘 하시겠지만요.^^

ceylontea 2004-07-0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할머니 계셔서 너무 좋으시겠어요...
저는 친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는 기억에도 없고.. 외할머니는 저 초등학교 다닐 때 돌아가셨답니다.. 너무 부러워요.. 지금도 잘해드리고 계씨지만.. 앞으로도 쭉..잘해드리세요. ^^

2004-07-05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YLA 2004-07-05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마음이 따뜻해서 감동먹었어요..ㅠ_ㅡ 죽음이 슬픈건 더 이상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줄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던데..알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기가 힘든거 같아요.짜증내고 신경질 내는 나의 모습에. 한번씩 놀라기도..;;

부리 2004-07-05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없어서... 답글은 나중에 달겠습니다. 근데 마태를 너무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 한마디 안할 수 없네요. 그인간 어제 테니스 치고 땀 왕창 흘려놓고선 목욕도 안하고 잔 놈입니다. 이거 진짭니다! 밤에 샤워 안한 걸 알아차리고 이러더군요. "어쩐지 머리가 가렵더라"

stella.K 2004-07-05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봤더니 마태님 지저분한 분이셨군요. 부리님 말씀대로 너무 좋아하면 안 되겠군요.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흐흐.

플라시보 2004-07-0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할머님 사랑에 잔잔한 감동을 받다가 부리님의 테니스와 샤워 운운하는 얘길 들으니 하핫. 한 사람을 가지고 두가지 버전의 상상을 하게 되는군요^^ (여기서부터 부리님에게는 안보임 : 님. 부리의 모가지를 트심이 님의 인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2004-07-06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월의꿈 2004-07-07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입니다. 저도 할머니가 정정하시죠.
항상 잘해드리고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게 사람이기도 하지만, 같은집에 살아서 소중함을 몰라서일까.. 아니면 한창 머리가 크는 나이이니 만큼 더욱 할머니의 생각을 제가 받아들이기에 거부감이 일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다시한번 할머니께 잘해드리자고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