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친구가 밥을 하는데, 거기다 모르고 잉크를 쏟아 한시간이 넘도록 미안해 죽겠어하는 그런 꿈. 그 다음 꿈은 테니스를 쳐야 하는데 멤버 하나가 어디론가 가버려 사람을 한명 구하느라 여기 저기 전화질을 하는 내용이었다. 피로가 쌓여 전날 열시를 조금 넘겨서 잠이 들었건만, 그런 꿈을 꾸고나니 간만에 푹 자고나서도 여전히 피곤하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너무 좋아서 웃다가 잠이 깨는 꿈을 꾼 기억이 없다. 꿈을 꾸는 날도 그리 많지 않지만, 기껏 꾼다는 게 시험 때 하나도 모르겠는 그런 꿈이다. 왜 내 꿈에는 이쁜 여자가 등장하지 않는 것일까? 깨어 있을 때 늘 미인들만 만나서?

혈기왕성했던 고1 때, 난 안소영을 좋아했다. <애마부인>으로 한창 잘나갈 때인데, 그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만 봐도 난 충분히 넋이 나갔다. 고1의 추석에 전주로 성묘를 갔을 때다. 내가 자는 곳의 맞은편 방을 보니 커다란 달력이 하나 있는데, 그 모델이 안소영이다. 인어가 머리를 빗는 그런 포즈로 앉아 있는 게 어찌나 요염하던지, 난 나도 모르게 그 방에 들어가 9월 달력을 뜯었다. 조그맣게 접고난 뒤 품속에 넣어 하루를 버텼고, 나중에 내방 서랍에 넣어 두었다. 고교생 아들에게도 책상검사를 했던 아버님 덕분에 그 사진은 잔인하게 버려졌지만, 하두 많이 봐서 그런지 그 사진은 지금도 머리속에 남아 있다. 고1 시절 딱 한번 내 꿈에 안소영이 나왔다. 친구에게 꿈 얘기를 이렇게 했다.
"꿈에 안소영이 나온 거야. 옷장 안으로 밀어넣는 데까지 성공했는데 그때 꿈이 깬 거 있지!"
"저런!" 친구는 나보다 더 아쉬워했다. 안소영은 내 꿈에 나왔던 최고의 미녀였다.

프로이드가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꿈은 무의식의 세계를 드러내 준다고 한다. 평소에는 소심하던 사람도 꿈에서는 터프할 수 있고, 그게 자신의 본 모습일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런데 나란 놈은 꿈에서도 현실에서의 내 모습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현실의 내 모습은, 여자를 만났을 때 수줍어서 얼굴도 못보고, 어쩌다 손만 닿아도 깜짝 놀라는 타입이다. 물론 여자 측에서 적극적으로 유혹을 하면 못이기는 척하고 넘어가지만, 하여간 대부분의 경우 난 수줍은 소년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왜 꿈에서도 난 여전히 수줍은 소년인 걸까. 여자가 나오는 꿈을 가물에 콩나듯 꾸지만, 그때도 난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비비 꼬고 있다. 깨고나면 후회한다. 어차피 꿈인데, 확------------------------- 하지만 꿈 속의 나는 그게 꿈인 걸 도통 모르니, 안타까울 뿐이다. 프로이드의 말이 맞다면 내 무의식 어디에도 터프함이 담겨 있지 않은 거다. 다른 사람은 여자랑 한방에 있으면 가슴이 뛰어서 잠도 못잔다는데, 내가 여자랑 잠을 자고도 손끝 하나 안건드릴 수 있는 비결은 의식과 무의식이 혼연일체로 '수줍은 소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인가보다. 꿈에서나마 자유로우면 좋으련만.

* 그렇다고 제가 언제나 손끝 하나 안건드리는 건 아니랍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여자가 적극적으로 유혹한다면....아이 부끄러워.
** 수줍은 미소년이라고 쓰고 싶어 죽겠는데, 겨우 참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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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엄마 2004-07-13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면에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믿기 어렵지만 믿어드리겠습니다. 오빠 믿지? 그 대사가 왜 생각이 나는지 몰라요....

마태우스 2004-07-1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엄마님/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 제가 그동안 서재활동을 하면서 신뢰를 쌓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nugool 2004-07-1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맘이 쫒기는 일이 있으신가요? 제경우는 아무래도 그런 일이 있을 때 곤경을 겪는 꿈을 꾸게 되던데요.... 전 요새 제 아들놈을 퍽퍽 때리는 꿈을 자주 꾼답니다. 고녀석이 요새 말을 무지 안듣는데 그래도 성질나는 대로 퍽퍽 때릴 수는 없고 (좋은 엄마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많이 참고 꾹꾹 누르거든요.. 그렇다 보니 꿈에서나마 아들에게 매질을 하나봐요. 꿈을 깨고 나면... '음.. 내가 어지간히 녀석을 혼내는데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보군 ' 싶어서 씁쓸하고.. 꿈에서 나마 퍽퍽 맞은 아들애에게 괜히 미안해 지기도 하더군요. 참! 안소영의 가슴은 정말 근사했지요. ㅋㅋㅋ

stella.K 2004-07-1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80을 먹어도 내 속의 자아는 늙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전 어린 시절을 한참 벗어나 있는데도, 순간 순간 내 안의 어린 자아와 맞닦뜨리곤 하거든요. 그것이 어른이란 사회화된 위선의 가면만 썼다 뿐이지, 그걸 벗겨놓으면 너나 할 것 없이 어린이 아닌가요?
그러고 보면 마태님은 순수하셔서 그럴거예요.^^

아영엄마 2004-07-1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달려와보니 저보다 방문자 숫자 많쿠만!! 엄살 떨지 마시어요~~
그러지 말고 얼릉 20,000을 어떻게 자랑할 것인가!를 발표하시란 말입니다.. 알라딘 동네방네 제가 소문내 드릴께요~ 이벤트의 제왕, 미소년 마태우스~~(절대 테리우스~~ 아님!!) 드디어 이만명(아니면 이만번째~)의 영접을 받다!! 카~ 제목 죽이지 않습니까?

2004-07-13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magic 2004-07-1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이동건하고 키스하는 꿈은 뭔가요? 읏따...키에르 케고르적으로 키스의 분류를 해야 하나요 아니면 저의 무의식 중에 이동건을 연모하고 있었다? 아님 키스에 굶주렸다고 바이런적 불행을 시로 승화시켜야 하나요 ?? 아님 러셀의 행복론적 입장에서 오이디푸스신드롬에 대해 고찰을 ?? ...아님 라로슈푸코적인 입장에서서의 인간성 풍자를 ??
에이....어쨌든.....이동건은 내 타입 아닌데....

아영엄마 2004-07-1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건이 누굴까? 장동건은 아는데.. 하고 한참 생각해 보니 혹시 파리의 연인에 나오는 것이 이동건인가?싶은데.. 스위트매직님은 키스도 참 학문적으로 분석하시는군요.. ^^;;

마태우스 2004-07-1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저까지 세명의 재벌이등장하는 꿈이었군요^^ 저를 위해 고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윗매직님/전 하나도 모르겠는 사람이 여럿 등장하네요. 키에르케고르가 키스도 분석했나요?? 하여간 님의 학문적 깊이를 여한없이 볼 수 있네요^^
아영엄마님/2만명 이벤트는 자몽상자님을 벤치마킹해서 하겠습니다.
스텔라님/제가 순수하다구요? 으음, 스텔라님은 언제나 저를 좋게만 봐주세요. 부끄럽게...
너굴님/글쎄요. 쫓긴다기보다, 학교에서 절 너무 괴롭히는데 그것 때문인가요?

진/우맘 2004-07-1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
'---------------' 부분만 열심히 읽고 갑니다. 읽는 데 10분이나 걸렸어요!
호오...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죠? 키득키득...

tarsta 2004-07-13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어쩜 그리 재빨리 제 속을 들어갔다 나오셨나요! @.@

플라시보 2004-07-1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___________________ 이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확 어째버리고 싶은 심정이 매우 깊으셨음을 잘 나타내어주는 명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2004-07-13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4-07-13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안소영..
님의 연세를 매번 착각하는데..제대로 나오는만요^^
(미소년인줄 착각했었지요..웩!!)

sweetmagic 2004-07-13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프로이드를 운운하신 마태님 글을 패러디 한건데요....


유머가 안돼 유머가....

갈대 2004-07-13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증세가 좀더 심각해서 남자가 어깨를 둘러도 움찔~ 합니다.
뭐 꿈에서는....

panda78 2004-07-13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 >ㅁ< 쿠쿠쿠
전 어제 집에 불이 나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오는 꿈을 꿨는데, 길몽일까요? 로또 사야되나?

하얀마녀 2004-07-13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들어 또다시 가위에 눌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영엄마 2004-07-13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위트매직님/ 매우 학문적인 유머였다구요~
쥴님/그 대사는 잘 못알아들었는데.. 좀 의미심장한 말이구만요..순수하게 받아들이자구요~
판다님/불난 꿈은 좋은 꿈인데..

2004-07-13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7-14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너무하세요. 흑흑. 나이많은 게 무슨 죄라고...
아영엄마님/아니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미인의 횡포라구요!!
하얀마녀님/미녀의 사진을 배고 자면 미인 꿈을 꾼다는 설이... 친구 말이니 너무 신뢰할 건 아닙니다만.
갈대님/매우 심오한 말씀을 하셨군요. 남자가 어깨만 둘러도 움찔한다...
진우맘님/확----- 그러니까 제가 좀 징그러워 보이지 않습니까?
타스타님/앞으로는 제 컨셉인 귀여움을 유지하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아니면 서점에 나가서 책을 둘러보다보면 마음에 드는 책이 반드시 생기게 마련이다. 꼭 읽어야 할 책이라면 한권도 주문을 하지만, 대개 두권, 세권, 네권이 모아지면 그때 주문을 한다. 책을 읽는 속도는 한계가 있지만, 사는 속도는 한계가 없다. 맘에 드는 책이라도 읽는 데 하루, 이틀은 소요되지만, 맘에 드는 책을 사는 건 하루에 열권이라도 가능하니까. 게다가 내가 마음이 관대하기까지 해, 웬만한 책은 다 맘에 든다. 그 결과 앞으로 삼십일간 책만 읽어야 방바닥에 쌓인 책들을 전부 책장에 꽂을 수 있을만큼-난 읽기 전에는 책꽂이에 들여놓지 않는다-읽을 책이 밀려버렸다. 버림받은 책들은 바닥에서 애처로운 눈으로 날 바라본다. 경쟁력이 있는 책들은 "올해의 첫책" 혹은 "이달의 첫 책"에 자신을 선택해주기를 기다리며 요염함을 뽐내고, 심지어 로비까지 하지만, 그렇지 못한 책들은 제발 관심만이라도 가져 달라고 몸부림을 친다. 그러다보니 일년이 넘게 바닥에 방치된 책들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나란 놈은 학생 때부터 산 책은 대충 다 읽었을만큼 본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라, 바닥에 있는 책들도 언젠가는 읽히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주변 동료들이 하나씩 불려가는 걸 보면서 바닥의 책들은 지금도 읽힐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알라딘 내에서 책 바꿔보기가 유행하고 있다. 서른이 될 때까지 책이라는 걸 거의 읽어본 적이 없는 나는 서재 주인들이 방출하는 책들을 내게 산재한 수많은 빈곳을 채울 기회로 생각한다. 이렇게 저렇게 책을 주문하고, 또 선물을 받고 나니 내 직장에도 책이 높이 쌓여버렸다. 갑자기 고민이 생겼다. 어느 책부터 읽어야 할까 하는 고민. 책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내쉬는 한숨은 무시할 수 있지만, 책을 내게 보내준 주인장들은 자신이 느꼈던 감동을 나 역시도 느끼기를 기대할 텐데. 예컨대 <악녀>를 읽고나서 "이 책은 xx 님께서 주신 책이다"라고 쓰면, <악마같은 남성>을 주신 주인장이 "내 책은 왜 안읽지?"라고 서운해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공평을 기하기 위해서 난 직장에 쌓인 책들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아직 읽지 않고 있다. 시간이 흘러 주인장들의 기억이 '내가 무슨 책을 방출했더라'라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읽을 생각이다.

모 인터넷 신문에 실린 내 인터뷰를 보고 어떤 분이 싸인이 담긴 내 책을 줄 수 있냐고 하셨다. 책과 직장을 초록색으로 뒤덮을만큼 내 책이 많은지라, 흔쾌히 한권을 보내줬다. 메일이 왔다. 답례로 자신이 쓴 책을 보내겠단다. 난 이렇게 답장을 썼다.
[어머나, 님도 저자시네요? 님 책을 제가 제일 먼저 읽고 알라딘에 리뷰도 쓸께요]
그리고 책이 왔다. 저자 사인과 함께. 하지만 이럴 수가. 책은 가야의 역사에 관한, 매우 어려운 거다. 마한, 진한, 변한 얘기가 나오고, 금관가야, 임나일본부가 나온다. 어제 몇장을 보다가 잠이 들어 버렸는데, 다 읽으려면 한 일주일은 걸릴 듯 싶다. 읽을 책은 갈수록 밀려 가는데 갑자기 웬 가야? 하지만 좋게 생각하련다. 책을 통해 내가 잊고 있던 가야사를 알게 되는 건 분명 좋은 것일 테니까. 방화관리자 교육을 받고난 뒤 불조심 얘기만 했듯이, 이 책을 읽고 나면 가야 얘기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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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7-13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투를 빕니다.^^

2004-07-13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7-13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화이또! 멋진 리뷰 기대할게요..
글고 저도 배꼽잡고 봤던 <기생충과 대통령> 작가님이 쓰신 <기생충의 변명> 책을 싸인본으로 구하고 싶어요... (장화신은 고양이의 애처로운 눈빛을 보낸다..) 오호호

아영엄마 2004-07-13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로 웃기는 재주가 남다르시군요..ㅋㅋㅋ 저자들끼리 사인본 주고 받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말이죠~~ 열심히 읽으세요! 조만간 마태우스님은 다방면에서 님의 박식함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의학이면 의학, 문학이면 문학, 역사면 역사...오~ 놀라워라!!
추가~ 방화관리 능력까지 갖춘 재력가.. 아, 빠질 뻔 했네요.. 미소년~

stella.K 2004-07-1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뷰 기대할께요.^^

진/우맘 2004-07-13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야....끙.

마태우스 2004-07-13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오오, 님도 가야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군요.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진우맘님/가야도 엄연히 우리의 역사입니다. 지겨워하지 마시고 읽어 주시길.
아영엄마님/저...제 전문분야 중에 방화관리도 넣어 주십시오.^^
처음 마음처럼님/<대통령...>이 재미있으셨단 말이죠. 큰일이네요. <변명>은 재미 없을 것 같은데...그게 재미 없다해도 처음 마음처럼 절 대해 주실 거죠?
플라시보님/늘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쥴님/쥴님이 웃으시니, 저도 기쁩니다.

2004-07-13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arrysky 2004-07-13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위의 이미지로 올려놓으신 책 받으신 거예요? 재미있어 보이는데.. ^^ (앗, 물론 저는 저런 책 어려워서 못 읽습니다. 그렇게 재밌을 것 같으면 너도 읽고 독후감 쓰라 그러실까봐 벌벌 떠는...;;;)
저는 읽을 책이 쌓여 있어서 고민하는 사람들은 다아 행복한 사람들로 보여요. '음, 요새 읽을 책이 통 없네' '무슨 책이 재미있나' 하는 고민보다 훨씬 멋져 보이잖아요. ^^ 그런 의미에서 집에 안 읽은 책이 250권이나 쌓여 있는 저는 왕멋진 사람이여요. 호호.

panda78 2004-07-13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 맞아요, 요즘엔 참 읽을 책이 없어.. 그러는 것 보다 무슨 책부터 먼저 읽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 훨---씬 좋아요! ^-^ (글구 스타리님은 왕 멋진 사람 맞아요. ^^*)
마태님, 꽤 어려워 보이는 책입니다만, 유종의 미를 거두소서... ^^


하얀마녀 2004-07-1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저도 마태우스님께 책 달라고 할껄 그랬나봐요. 그럼 저자의 사인이 있는 책일텐데. 전 그 인터뷰보고 바람들어서 사버렸다죠.

미완성 2004-07-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즈이 동네 도서관에...마태우스님의 '소설 마태우스'가 있드군요...
이번 주에 '지구영웅전설'이랑 함께 빌려볼까 생각중이어요..^^*
기대만빵~ 유후~
 

<인어공주>를 봤다. 원래 볼 생각이 없었는데 맥스무비 사이트의 별점평균이 8.8인걸로 보아, 뭔가 있을 것 같아 봐버렸다. 과연 재미있었고, 잔잔한 감동과 더불어 유머까지 선사해주는 좋은 영화였다. 문제는 요즘 내가 너무 피곤하다는 것. 고3도 아닌데 하루 4시간도 못자는 게 말이 되는가? 일하면서 그렇다면야 보람이라도 있겠지만, 이건 순전 노느라, 그 와중에서 알라딘도 평정하느라 그러는 거니.... 밤 10시 거였는데 안자려고 버티다가 결국 자버렸다.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의자 손잡이를 다 올려놓고 누워서 봤던 게 문제였다. 막판 20분을 못보고 같이 본 미녀한테 설명을 들었지만, 그게 어찌 영화가 주는 감동을 대신할 수 있으랴. 역시 영화를 보기 전날엔 잘 자고 볼 일이다.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몇가지만 써본다.

1) 고두심
전도연의 엄마로 나오는 고두심은 영화 속의 남편과 그리 잘 지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 둘이 처음 만난 순간에는 그러지 않았다. 먼 발치에서 모습만 봐도 가슴이 콩당콩당 뛰고, 손만 닿아도 감전이 된 듯 찌릿찌릿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난 뒤 고두심에게 남편은 그저 짐스럽고 무능한 존재일 뿐이다. 그런 걸 보면 확실히 연애는 결혼보다 재미있다. 그럼에도 사람들 대부분이 결혼을 선택하는 걸 보면, 결혼에는 연애가 갖지 못한 무언가가 있나보다. 그게 무얼까. 데이트 후에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것? 편안함(이건 남자만이잖아!)? 성?(하지만 30대 이후엔 별로던데...)

2) 박해일
박해일은 무진장 멋지게 나온다. 그가 어찌나 멋지던지, 그가 연기한 우편배달부 직업도 멋지게 보일 정도. 박해일은 귀공자 타입이다. 피부가 희고, 눈썹이 굵으며 얼굴은 사각형이다. 하이라이트인 눈은 선해 보이고 투명하게 빛나는데, 그윽한 미소까지 담기면 안넘어갈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 그는 백마탄 왕자가 어울린다. 한가지 궁금한 점. 그렇게 멋지게 생긴 남자가 왜 화성에서 그런 일을 벌였을까? 그리고 왜 연상인 배종옥에게 그렇게 집착했던 걸까.

3) 전도연
전도연이 나오는 것도 그렇지만, 영화의 컨셉은 <내마음의 풍금>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보다 열배는 더 재미있다. 제주도, 해녀, 그리고 우리에게 정겨운 옛날 집들... 헐리우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우리에게만 향수를 제공하는 그런 영화. 그래서 난 스크린쿼터제를 적극 지지한다. 우리 영화의 중흥은 스크린쿼터제 때문에 왔고, 유지되고 있으니까. 그게 없다면 <인어공주>같은 영화는 만들어지지도 않았을테고, 만들었다 해도 우리에게 상영될 기회를 갖지 못했을 거다.

4) 김부선
야한 것에 굶주렸던 대학교 2학년 때, 난 학교 근처의 동시상영 극장에서 <애마부인3탄>을 보았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3탄의 주인공으로 씨름선수와 한창 연애를 하던 멋진 여인이 바로 김부선일거다. 당시에는 염해리라는 가명을 썼고. 영화 등장인물에 김부선이 나왔길래 어디 있나 찾았다. 세상에나, 김부선은 전도연의 동료로, 별반 매력없고 뚱뚱한 여자로 출연했다. 세월의 힘이 무서운 것이라기보다, 사람들의 무관심이 그녀를 그렇게 만든 건 아닌지. 김부선을 보면서 뜬금없게도 인생무상을 느끼게 된다.

5) 결론
나더러 평점을 매기라면, 9.0을 줬을 거다. 최첨단이 동원되지 않아도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준 좋은 영화였다. 너절하게 설명을 하지 않았던 것도 영화의 매력이라 할만하고, 우연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고두심과 전도연의 빛나는 연기도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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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7-1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정말 재미있었어요~~ 특히 박해일의 꽃미소는 정말.. (꿀떡.. 침 넘기는 소리)
올해 봤던 영화 중에 제일 재미있고 제일 감동적인 영화였던 것 같아요. ^^

ceylontea 2004-07-1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어쩐지 촌스러워 보여... 안보려고 했는데... 여우되면 봐야겠어요..
그리고.. 육체적 편안함을 말한다면 요즘 남자들은 결혼해도 편안하지는 않을껄요??

sooninara 2004-07-1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체적 편안함^^ 실론티님 그렇게 사십니까?..우리집도 그렇소만...
꼭 봐야되겠어요...인어공주..

가을산 2004-07-12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 안읽었슴다. 영화 본 담에 보려구. ^^

비로그인 2004-07-1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길때 봐야겠어요.

연우주 2004-07-12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19666

재밌는 영화인데, 잘 보셨다니 다행.


연우주 2004-07-1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졸아서 안타깝지만. 사실 박해일이 잘 생기진 않았죠. 매력있을 뿐이죠. 전 좀 촌스럽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플라시보 2004-07-12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이 영화를 보셨군요. 그런데 님은 술을 마셔도, 여행을 가도, 영화를 봐도. 늘 미녀랑만 함께 하시는군요. 이러다가 대한민국 미녀는 다 님의 차지가 되는거 아닙니까? (남자도 아닌 내가 왜 이런 불만을 토로하지?^^)

작은위로 2004-07-12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두분 같이 보신겁니까?!
ㅋㅋㅋ 아이참, 영화를 보면서 조시다니요... ^^ 박해일, 좋죠. 제가 좋아하는 배우에요.
연보라빛우주님 말씀처럼 잘생긴건 아니라는데 동의! ^^

부리 2004-07-12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위로님/예리하시군요.....^^
플라시보님/그 미녀가 저 미녀고, 저 미녀가 이 미녑니다. 몇명 가지고 교대로 만나는 거니, 너무 두려워 마십시오.
연보라빛우주님/흐음, 미녀들은 박해일을 싫어하는군요. 그래서 님이 절 좋아하나봅니다^^
복돌님/빨리 땡기세요^^
가을산님/님처럼 감수성이 예민하신 분은...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싶네요.
수니나라님, 실론티님/님들은 미모니까 남편분이 육체적으로 고생을 하는군요. 그렇군...
처음마음처럼님/박해일을 보면서 침을 흘리셨군요. 어서 빨리 초심으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가을산 2004-07-12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119677         그냥.


아영엄마 2004-07-12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해일이 그런건 작가와 감독이 시켜서 입니다..^^;; 썰렁한 농담이죠?
조만간 20,000에 도달할 것 같은 숫자가 님을 압박하지 않습니까? ^m^

starrysky 2004-07-1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님의 2만 히트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한 내일모레쯤?? 와와~~ 미리 축하드려요. ^-^
(영화를 안 봤기에 완전 딴소리;)

이파리 2004-07-12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해일은 선해서 악한...(어느 정도 광기를 가진)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중적인 그것...
그래서 감독들이 좋아할까요?

2004-07-12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완성 2004-07-12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산 정약용 선생이 부럽지 않은 다작 마태우(스)님, 대체 님의 다작의 비결은 뭡니까...!
그리고 더한 의혹은.....
글마다 추천 1을 생산해낼 수 있는 마력은 어디서..생긴 겁니까...!!!
추천 2도 아니요, 3도 아니요, 꼭 글마다 추천 1만 받을 수 있는 매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그 중 몇 개는 제가 했군요;;)

2004-07-12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7-13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7-13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술을 마신 다음날엔 꼭 설사를 한다. 설사에는 몸에 해로운 성분을 배출시키는 긍정적 기능이 있다고 믿는 나는 술마시고 하는 설사를 제니칼을 먹으면 대변으로 지방이 빠져나가는 것과 비슷하게 간주한다. 그렇긴 해도, 설사의 충동이 일어날 때면 괴롭기 그지없다. 호랑녀한테 이기는 사람은 있어도 설사를 이기는 사람은 없지 않는가.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술을 마시는지라 테니스를 마치고 집에 갈 때면 설사의 충동을 느끼곤 한다. 그럴 때 내가 하는 말이다.
-야! 더 달려! 으---나올 것 같아!
-주유소 있으면 무조건 들어가! 더 이상 못참겠어!
-신호등 무시하면 안돼? 왜 신호마다 걸리는 거야!

몇번 이랬더니 친구는-부인 차를 몰고오니까 실수하면 죽음이다-출발하기 전에 나한테 미리 화장실에 다녀올 것을 권하곤 한다. 하지만 그게 맘대로 되는가. 설사는 싸려고 해서 싸지는 게 아니며, 난 늘 테니스를 치고 집에 갈 때 신호가 온다.

그런데 어젠 그 신호가 좀 일찍 왔다. 두 번째 게임이 한창 진행되는 시점에서. 4-2로 우리가 앞서고 있었으니 두점만 더 내면 끝이었다. 파트너에게 사정을 말했다.
"나 설사 나올 것 같거든. 그러니까 빨리 끝내자"
참고로 화장실은 아주 멀리 있고, 시합 중간에 다녀오면 김이 빠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후부터 친구의 스트로크는 계속 네트에 걸렸고, 상대방은 갑자기 잘했다. 스코어는 4-4가 되고, 내 얼굴은 백짓장이 되었다. 내가 했던 말이다.
-(친구가 실수를 한 뒤) 야!! 나올 것 같단말야!
-(또 실수를 하자) 코트 니가 닦을래?

5-5가 되어 타이브레이크를 할 때, 난 더 이상 괄약근에 힘을 줄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난 열심히 플레이를 했고,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화장실로 가는 와중에 난 달릴 수가 없었다. 최대한 괄약근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조심조심 걸었다. 몸에서는 으슬으슬 한기가 났고, 화장실은 멀게만 보였다. "경기가 좀더 길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현기증이 났다. 다행히 실수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설사를 하면서 난 환희에 몸을 떨었다. 설사의 양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나를 괴롭힌 게 겨우 이건가 생각하니, 갑자기 화가 나기까지 했다.

철이 든 이후 내가 실수를 한 적은 딱 한번이 있다. 실수는 순간이지만, 그 대가는 엄청난 것이었다. 난 내 옷에 묻은 흔적을 벤지에게 전가했었다. 그때 생각을 하면 정말 부끄럽다. 충주에서 올라올 때의 기억도 난다. 거의 한시간을 한손은 앞 의자의 목받이를 붙잡고, 한손은 가슴과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버텼던 기억. 화장실에서 일을 본 후 난 거의 혼절하다시피 했고, 집에 가서 하루종일 누워만 있었다. 휴게소에 세워 달란 말을 못한 이유는 내가 숫기가 없기도 했지만, 그때 일어나면 실수를 할 것 같아서였다.

이동시간이 길면 인내력도 조금은 길러지겠지만, 결국엔 그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집과 직장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언제까지 홍대앞에 살 것인가를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참고로 오늘 아침 역시 난 아슬아슬하게 실수를 모면했다. 설사는 계속되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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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07-12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건물 전체가 화장실 공사 중입니다. 그것도 9월 1일 까지요.
공사 소리에 정신도 하나 없지만, 아침에 일찍 나오느라 모닝*을 빠뜨린 것이 영 ...불안불안 합니다. 참고로 여기는 5층.... 난간타고 내려가는 저만의 묘를 발휘해야 할듯....
커피향이 진동을 하는데 아....갈등 중입니다.

stella.K 2004-07-12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괄약근도 항상 탄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을텐데요, 나이 먹으면 탄력성도 잃게되지 않을까요? 장이 안 좋으신가 본데, 돌아 오는 목요일은 또 어쩌실려고...
개를 키우면 여러 뭐로 쓸일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개야 말을 못하는데 결백성을 어떻게 주장하겠습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불쌍한 벤지...
건강 생각하셔서 술은 가급적이면 안 드시는 것이...^^

마냐 2004-07-12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거걱...stella09님이 저를 두번 죽이심다....저두...술 마신 다음날은 안 좋거든요..흑흑.
안그래도..요즘은 에이그..어쩔뻔 했어..싶은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예전보다 늘어나는게 아닌가 했는데...그게 그노무 노화에 따른 탄력저하 때문인가요? 어머머머. 이를 어쩜 좋습니까.

stella.K 2004-07-1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괄약근 탄력 저하면 항문운동을 해 보심이 되움이 되지 않을까요? 순전히 저의 생각입니다.^^

ceylontea 2004-07-12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이거이.. 자랑이 아니죠..
술을 자제하셔야할 것 같은데요... 건강하셔야..알라딘 평정도 가능할 듯..

아영엄마 2004-07-1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서도 그거이 과민성대장증상 아닌감요? 우리 남편도 술만 마시면 아침이 불안한 사람입니다..ㅠㅠ 출근한다고 나갔다가 갑자기 들이닥치더니 도저히 안되겠더라며 화장실로 직행... 우리집은 개도 안 키우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던 우리 남편..ㅠㅠ
거기다 자다가 일어나 옷장 문을 열고 허리춤으로 손이 가는 것을 목격하고 기겁을 하고 말린 적도 가끔 있는지라 그런 것들로 제가 남편의 폐부를 찌르는 농담을 하곤 하죠! ^^;;(이런 적나라함을 발설하다니 남편에게 들키면 죽음이다.. )
설사, 이거 분명히 술병이라구요! 마태우스님도 한해한해 지날 때마다 건강상태를 절감하실지도 모르니 이제는 적당히 드시옵서서...

플라시보 2004-07-12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사의 양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나를 괴롭힌 게 겨우 이건가 생각하니, 갑자기 화가 나기까지 했다.' 참으로 와 닿는 구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리 2004-07-1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하하, 님도 경험이...
아영엄마님/아침에 한번 설사를 하구, 그담부턴 안그러거든요. 그냥 제 스탈이라고 생각하렵니다.
실론티님/그렇죠. 건강해야 알라딘 평정도 하는 거죠^^ 그래서 제가 운동을 열심히 하는거 아닙니까. 호호.
스텔라님/항문운동도.......있나요? 글구 벤지에게 늘 미안해요. 흐흐흑.
마냐님/술먹고 다음날 묽은 변이 나오는 건 탄력저하랑 관계없지 않을까요? 너무 걱정 마시길. 전 20대 때도 그랬으니깐요.
스윗매직님/뒷얘기 해주세요! 모닝x 빠뜨리고 난 뒤...
 

 

 

 

 

 

일시: 7월 11일(일)
누구와?: 미녀와
태도: 최선을 다해서 마셨다.

97년 대선 때, 조선일보의 편파보도에 항의하는 뜻에서 국민신당 사람들이 조선일보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때 술에 잔뜩 취해 지나가던 김대중 주필이 이런 말을 했다.
"이거 뭐야? 니네들, 내일 모레면 다 죽어. 국민회의, 국민신당, 내일 모레면 없어질 정당이..."
평소 쓰는 칼럼에서 내비춰지는 정치적 편향성과 맞물려, 그의 발언은 '취중진담'이라 불렸다. 그렇긴 해도 난 기본적으로 취중진담을 믿지 않는다. 술에 취하면 기분이 고양되고 쓸데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다시말해 술에 취한 사람은 취하기 전 사람과 다른 사람이 되며,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이상한 행동들을 하게 되는 거다. 술에 취해 하는 행동들이 그의 본성은 아니듯, 그가 하는 말들 역시 진심은 아니다. 더구나 말한 사람이 기억도 못한다면, 과연 그게 진심인지를 의심해 봐야지 않을까. 플라시보님의 글이다.

[맨정신에는 하나도 하지 못할 말들을 쏟아내는걸 보면서 나는 참 안타까웠다. 술만 마시면 생기는 용기는 용기가 아니며 술마시고 생기는 감정은 감정이 아님을 왜 모를까? 그런것들이 진심이 되려면 잠시도 깨지 말고 계속 술에 취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술이 깨어버리면 그 모든게 날아간다. 다만 그걸 맨정신으로 지켜본 나에게만 남을 뿐이다
(취중진담,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foryou/mypaper/490817)]

엊그제 술을 같이 마신 친구는 주량이 약했다. 소주 세잔을 마시고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을 정도인데, 그날 역시 산사춘 세잔을 마시고 맛이 갔다. 먼 곳까지 데리러 온 남편을 따라 집에 간 뒤, 그녀와 난 이런 문자들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녀: 일찍가서 미안. 담에 놀자. 난 니가 너무너무 좋아.
나: 나도.
그녀: 내가 더 좋아할걸?
나: 아냐, 내가 더 좋아해.
그녀: 그럼 담에 줄자 가지고 만나자.
나: 그러자.
그녀: 사랑해
나: 히히 나두.
그녀: 나두 부끄...부끄...
나: 피곤할텐데 자렴.
그녀: 응 자기야

그녀가 자신이 문자를 보낸 걸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보낸 문자들이 남아 있으니 전혀 기억을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그 사실을 부끄러워할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내게 전화를 못거는 건 그 때문이겠지.

그녀와 난, 물론 그녀가 유부녀이기도 하지만, 전혀 그런 사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그런 문자를 보낸 건 한껏 좋아진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함이다. 진짜로 사랑한다면 비록 문자를 보낸다 하더라도 가슴에 거센 파도가 일어나는 법이지만, "나도 니가 좋아"라는 문자를 그녀에게 보낼 때 내 가슴은 대체로 평온했던 것 같다. 그녀 역시 그랬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아주 잘생기고 키도 클 뿐 아니라 돈도 잘버는 남편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녀의 문자들은 '취중실언'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술을 먹고 필름이 잘 끊기는데다 술마시는 횟수도 많은 탓에, 주로 난 취중실언의 가해자였다. 아는 여자애한테 뜬금없이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 적도 있고-있다고 하고-좋아하지 않는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부끄러워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곤 했다.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의 기분이 어떠했을지 난 짐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날 좋아한다고 했을 때, 난 사실 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이건 내가 그녀에게 어느 정도 호감-친구로서의 호감이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테고,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 그랬다면 짜증이 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취중실언도 상대를 잘 가려서 해야 한다.

기분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이제 어떻게 그녀를 대해야 할지가 내게 숙제로 남겨졌다. 아무일 없는 것처럼 모른척 할 수도 있고, 그때 상황을 말해 주면서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먼저 전화할 용기는 나지 않는다. 혹시나 내 메시지를 보면서 그녀가 오해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그녀의 남편이 내 문자들을 보고 "이제 그놈 만나지 마!"라고 할까봐 더 걱정이 된다. 그녀가 없다면 인생의 재미 중 20%는 없어져 버릴텐데.

*이번주 목요일쯤 올해 100번째 술을 마신다. 이걸 축하해야 하나,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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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7-1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솔직히...그런 문자 보고 괜찮을 남편이라면...'도인'이거나..문제있거나 아닐까요...괜히 저까지 덩달어 걱정해봅니다만.
그런 '실언'이 아니라면..두분은 아주 예쁜 우정을 보여주시는군요. ㅋㅋ
글구....알라딘의 등불이신 마태우스님. 건강검진은 받아보고 계신가요? 등잔밑이 어둡다고 의사들이 더 자기 건강 안 챙기고..술을 많이 마시는 경향이...

부리 2004-07-1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 자네 이제 큰일났네. 남편이 애들을 풀었다는 소문이 있더군. (노크소리) 넌 누구냐? 아니 이럴 수가! 으윽, 어깨, 어깨를 맞았다... 왜 나냐!! 난 아무짓도 안했다....

호랑녀 2004-07-12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마태님이 어느 부부의 애정전선 사이에 낀 적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땐 어쩌다 그리 되셨을까... X 한번 밟은 셈 치셔야겠다... 생각했었는데요, 음... 지금 보니 좀 걱정되는 걸요? 마태님이야 친구로서의 호감이지만, 그 남편이 받아들일 때는...

2004-07-12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eylontea 2004-07-12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지요...
마태우스님은... 결혼 하고 싶지않으시다고 하지만... 정말 꼭 결혼하셔서 때론 챙김도 받고,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한다는 의무감도 가지셨으면 합니다.

이럴서가 2004-07-1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 사이 그런 정도 애교 없이 퍽퍽한 일상 어떻게 견디나요. 좋은 걸요 무어. 건강하시고 즐거우세요, 마태우스 님..

아영엄마 2004-07-12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얼마간의 장난끼와 인간 대 인간의 호감(우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나..)으로 그런 문자를 주고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저도 남편이 옆에 있을 때 남편친구 전화받으면서 자기야~ 뭐. 이런 표현 쓴 적, 가끔 있으니까요..(아, 저도 친구처럼 지내는 머스마였음다!)
다른 분들이 걱정하시는 부분은 저도 쬐금 걱정스럽긴 한데, 여자분의 남편과도 친한 사이였으면 좋겠네요.. '아주 잘생기고 키도 클 뿐 아니라 돈도 잘버는 남편'이라는 부분이 있어서 그리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만...^^;;

마녀물고기 2004-07-12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길까지, 남자친구와 술 마시는 아내를 데리러 올 정도면 친구간의 그 정도 애정 표현은 예사로 넘길 수 있는 남편같은 걸요. 결혼하고서도 알콩달콩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사뭇 부럽습니다. 의식이건 몸이건 통풍이 잘 되는 사람과 만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요.

부리 2004-07-1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물고기님/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제가 좀 조심해야겠죠.
아영엄마님/술 마실 때 몇번이나 데리러 왔었구, 저희랑 인사도 나누었죠. 그 남편분 덕분에 제 친구는 결혼 한듯 안한듯 재미있게 산답니다.
조선남자님/흐흐흑, 님은 언제나 절 울리십니다.
실론티님/아, 네...그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솔로가 너무 재미있다보니 영 결혼 생각이...
쥴님/남자분은 기분이 나쁘겠죠. 저도 뭐 잘했다는 건 아니구요...그리고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 중요한 것은 신뢰인 것 같습니다. 제 아내를 믿는다면, 친구간에 그런 문자가 오간다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술취하면 노상방뇨도 하는데요 뭐.
호랑녀님/애정전선에 문제가 있다고 했던가요, 제가? 기, 기억이 잘... 제가 가정 파괴한 적은 아직까지 없는데...하여간 친구 부부는 아주 금술이 좋답니다.
마냐님/몸을 좀 만든 뒤 검진을 받을 생각입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전 작년부터 이 소리를 했습니다. "몸 만들고 받을거야!"


starrysky 2004-07-12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멋진 우정의 메시지들 같은데.. 결혼한 분들이 보시기엔 좀 위험하려나요?
우웅, 저도 저런 짓 무지 잘하고 노는데.. 앞으로 조심할게요. ㅠ_ㅠ

진/우맘 2004-07-1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야 뭐....사랑한다는 말의 진의를 가려서 들어줄 줄 아는 친구가 진짜 친구지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마태님을 사랑해요~~~^^

panda78 2004-07-12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

마태우스 2004-07-1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판다님/하하, 이런... 줄 서세요, 줄!!(쥴님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스타리님/스타리님도 그런 장난 하신다니 더 멋져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