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나라에 두 호걸이 살고 있었다. 마태우스와 부리, 둘다 새우눈과에 속해서인지 그들은 쉽게 친해졌고, 자몽상자를 앞에두고 의형제를 맺었다.

“우리는 평생 화목하게 지낼 것이며, 이 맹세를 깨는 사람은 폭스바겐을 사내야 하오!”

둘은 술과 여자를 좋아했다.

부리: 강남에 <스타리의 별다방>이라는 곳이 있는데, 마담이 천하절색이요. 같이 한번 가봅시다.

마태우스: 오오, 나도 그 이름은 익히 들었소. 오늘 당장 가도록 합시다.


하지만 둘의 우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리는 원래 털짱이란 미녀를 사귀었는데, 털짱을 보고 한눈에 반한 마태우스가 ‘스텔라’라는 진귀한 보석을 보내는 등 잦은 선물공세로 털짱의 마음을 돌린 것. 부리는 크게 노했다.

“더벅머리 마태우스놈이 어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부리는 연보라빛우주와 복돌이를 앞세워 마태우스의 서재를 공격했고, 마태우스도 책자매-책울타리, 책나무를 일컫는다-와 더불어 부리의 공격에 맞섰다. 부리가 외쳤다.

“넌 즐겨찾기 숫자도 많고 코멘트도 많이 달리면서 어찌 남의 여자를 빼앗는가?”

마태우스가 화답했다.

“무슨 소리인가? 털짱은 원래 나를 좋아했다. 이 글을 보라”

털짱(mail) 2004-07-31 02:22

마태우스님/.. 달빛 아래에서 맹세한 우리의 사랑은 다 거짓이었단 말인가요? 영원히 저만 사랑한다 하시고선...

부리는 분기탱천했다. 82근 청룡도를 들고 마태우스를 향해 달려든다. 마태우스도 지지 않았다. 애마인 조선남자를 타고 방천화극을 휘두르며 대항한다. 창과 칼이 부딪히고, 곳곳에 함성이 진동하는 가운데, 둘은 100여합을 겨뤘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날이 저물자 둘은 휴식을 취했고, 날이 밝으면 다시금 싸움을 했다. 싸움은 100여일간 계속되었다. 마립간, 마냐, 오즈마, 아영엄마는 마태우스에게, 부라세보, 부족초5년박예진, 부킹웨이는 부리에게 합류하는 등 수니나라는 두패로 나뉘었다. 자연히 분위기가 뒤숭숭해졌고, 사람들은 예전처럼 글을 많이 생산하지 않았다. 삭막해진 모니터를 보고있던 수니나라의 왕 파란여우는 길게 탄식했다.

“부리와 마태가 싸움을 그치지 않으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진우맘이 답했다. “이번 싸움의 본질은 여자 때문이 아닙니다. 부리가 그간 마태우스로부터 받아온 차별대우에 앙심을 품고 싸움을 일으킨 겁니다. 주군께서 마태우스를 불러 부리에게 일정 지분을 나누어 주도록 명령한다면 싸움이 끝날 수 있을 것입니다”

파란여우는 무릎을 탁 쳤다. “공의 뜻이 내 뜻과 일치하오!”


파란여우는 부리에게 조서를 내려 궁궐로 들어오라고 했다. 부리는 모사 가을산에게 물었다.

“파란여우님이 날 부른다니, 이게 무슨 연고요?”

가을산이 대답했다. “이건 필경 부리님과 마태를 화해시키려는 계략입니다. 화해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마태우스 놈이 워낙 교활해 우리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두렵습니다”

부리가 껄껄 웃었다. “내 어릴 적 별명이 잔대가리요. 마태우스 더벅버리놈이 아무리 꾀를 낸다해도 내 손바닥 안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요”


부리가 궁궐에 가자 식탁에는 이미 마태우스가 앉아 있었다. 놀란 부리는 칼을 빼들었고, 마태우스도 방천화극을 집어들었다.

“내 앞에서 이게 무슨 짓둘이요!” 파란여우가 고함을 치자 둘은 할수없이 자리에 앉았다. 로렌초의 시종이 멍든사과와 물만두를 가져와 식탁에 놓았다. 나가려는 로렌초의 시종을 파란여우가 불러세웠다.

“소굼도 갖다줘야지! 물만두를 어떻게 그냥 먹나?”


소굼이 오자 파란여우가 입을 열었다.

파란여우: 경들이 싸움을 시작한지 어언 100일이 되었소. 민심은 날로 흉흉해지고, 서재 주인들은 글을 안쓰고 있소. 이제 그만 싸움을 끝내는 게 어떻소?

부리: 7월에 제게 배당된 글은 단 5일에 불과한 반면, 마태우스는 29일이나 됩니다. 저는 딱 한번 5000원 적립금을 탄 반면, 마태우스는 15주 연속 기록을 세우는 등 늘 주간서재의 달인에 포함됩니다. 게다가 제게 할당되는 글이란 게 “남창을 허용하라!”같은 남우세스러운 글들이라 가족들이 볼까 두려울 지경입니다. 이런 불공평과 어거지를 시정해 주지 않는 한 군사를 물릴 뜻이 없습니다.

파란여우: 그렇다면 자네의 요구는...?

부리: 리뷰건 페이퍼건 마태가 쓰는 글의 절반을 제게 배분해 주십시오.

마태우스가 말을 잘랐다.

마태우스: 그건 안됩니다. 저도 겨우겨우 주간 서재의 달인에 턱걸이하는 판국입니다. 지금 5천원에 대한 경쟁은 사상 유례없이 치열해, 스윗매직은 주말마다 30여편의 글을 올리고, EGOIST는 지난주말 70편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런 판국에 글을 나누면 5천원은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갈 것입니다. 될 사람을 밀어줘야 합니다.

파란여우가 들어보니 그도 그럴듯했다.

파란여우: 내가 듣기에도 부리의 요구가 터무니없소.

부리: 그렇다면 인기프로인 3류소설과 알라딘 뉴스레터 중 하나를 제게 할애해 달라고 하십시오.

파란여우는 마태우스를 바라보았다.

파란여우: 들어줄 수 있겠소?

마태우스: 3류소설은 제가 아끼는 프로입니다. 둘 중 하나를 줘야 한다면 알라딘 뉴스레터를 드리지요.

뉴스레터를 준다는 말에 부리는 크게 기뻤다. “그렇게 나온다면 저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마태우스와 부리는 결국 평화조약에 서명을 했다. 서재로 돌아간 부리는 군사를 해산시키고 장수들과 더불어 만찬을 가지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술에 취해 열나게 자는데 가을산이 부리를 깨웠다.

“큰일났습니다”

잠에서 덜깬 부리의 눈에 가을산이 신문을 들이밀었다. 잠이 확 깼다.

[알라딘 뉴스레터 폐지! 새신문 창간!

...마태우스는 그간 식상하다는 평을 들어온 알라딘 뉴스레터를 폐지하고 주간 알라딘 뉴스를 창간하기로.... ]

부리는 허리에 찬 칼을 뽑았다. “마태우스 이 더벅머리놈을 당장...”

가을산이 그를 만류했다. “참으셔야 합니다. 싸움을 끝낸 지 얼마 안되어 다시 싸움을 일으키는 건 도리에 어긋나고, 가뭄이라 논이 메말라 가고 있는데 싸움을 일으키는 건 경우가 아닙니다. 군사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리가 망설이는데 밖에서 꾀꼬리같은 소리가 들렸다.

“그래요, 싸움 그만하고 나랑 놀러가요!”

모두들 놀라서 소리나는 곳을 쳐다봤다. 털짱이 눈부신 미소를 띄며 걸어오고 있었다. 부리는 부리나케 달려가 털짱을 맞았다.

“아니 털짱! 마태에게 간 줄 알았는데...”

“부리, 미안해요. 제가 잠시 흔들렸어요. 재물보다 귀한 게 사랑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이젠 다시 떠나지 않을께요”

부리가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짓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내렸다. 가뭄의 ‘단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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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8-1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녀 쟁탈전이라.. 내가 낄 자리가 아니구먼~ (아, 그보다 마태우스님은 알라딘 첫돌 기념으로다가 하는 자기 소개 페이퍼 안 만드시남유?)

sweetmagic 2004-08-1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하호걸 부리의 한자이름에 부자를 아내 부자를 쓰신 연유는 무엇이옵니까 ??

책읽는나무 2004-08-19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결국 털짱녀는 부리님에게로 넘어간거에요??
배신을 때렸구만!!
끝부분이 멋지네요..가뭄의 단비가 내리다니~~~^^
우리의 마태우스는 어찌 되는가요??

꼬마요정 2004-08-1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국지의 한 편을 보는 것 같네요..^^ 털짱님은 미녀 초선이가 되는건가??
털짱님의 마지막 말이 맞아요..재물보단 마음이 중요한 거죠~~^^ 게다가 가뭄 끝의 단비라니.. 멋진 마무리에요~~
게다가 마태님은 정치해도 되겠어요~ 알라딘 뉴스레터 폐지라니..ㅋㅋㅋ

sweetmagic 2004-08-1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기 추적였다는 하루를 보내신 털짱 님 요즘 따라 부쩍 더 짱아님의 외로움, 그 냉기어린 기운이 하늘에 뻗쳐 남단서 북상하는 뜨거운 기운과 마주치어 폭풍우를 수반한 맹렬한 비가 떨치니 이점 깊이 찰지하시어 두루살펴 주시옵소서. 어제는 외갓 남정네와 손목을 붙잡고 프다는 푸념을 저 서재에 하신 후 몰아치는 태풍에 밤잠을 설쳤나이다. 지혜와 용기가 뛰어나고 기개와 풍모가 있는 장안의 호걸, 천하의 호걸님이 어찌 제 품에 여린 여인네 마음 하나를 붙잡지 못 한단 말씀이시옵니 까 ~~!!! 유심하여 주옵소서....

 증거자료 이옵니다 ㅎㅎㅎ

털짱(mail) 2004-08-18 21:05
새삼 동률이의 가느다란 흰 손을 덥썩! 잡아보고싶은 밤이로군요... 사랑했다, 동률아-!ㅜ_ㅜ


▶◀소굼 2004-08-19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국지 읽으시더니 재미난 이야기를^^; 삼국지에 소재가 많아서 몇개 더 하셔도 되겠어요:)

stella.K 2004-08-19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졸지에 보석이 됐군요. 저 물건되기 싫은데...물론 그래도 털짱님에게 갔으니 나쁘다고는 볼 수 없지만...이런 말씀은 안 드릴려고 했는데요, 언젠가 저도 재대로된 역 좀 맡게해주세요. 한강둔치에서 각목 휘두르고, 남의 환심이나 사는 그런 물건 말구욧!!

하얀마녀 2004-08-1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도 멋진 삼류소설이군요. 놀랍습니다. ^^

조선인 2004-08-1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물보다 귀한 사랑이라니, 부리 만세!

진/우맘 2004-08-19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라~ 신흥미녀 털짱의 위력이 담뿍 배어 나오는 소설입니다!
그나저나 멍든사과님, 어디 계시나? 요즘 털짱님에게 너무 밀리는 거 아녜요?ㅋㅋㅋ

ceylontea 2004-08-19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국지를 읽으시더니.. 문체가 그쪽으로 기울었네요..
아주 즐거이 읽었습니다.

마냐 2004-08-19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님은 무협지도 안보시는데...삼국지로 단번에 저런 비장한 작품을 내놓으시다니...넘 기죽이시는 거 아닙니까...
앗참, 저도 부리의 '부'자가 궁금하나이다.^^;;;

sooninara 2004-08-19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국지체..ㅋㅋ..수니나라에 평화가 왔도다...

메시지 2004-08-1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라라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도록 제가 뛰겠습니다. 42.195Cm를....

nugool 2004-08-19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멋져요 ^^

털짱 2004-08-20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에 대한 일편단심 제 마음이 구름에 달 가듯이 전해졌다는 것만으로도 소녀는 기쁨에 이밤을 지새울 것이옵니다. 님에 대한 은혜로움은 누추한 제 화답가 속에 있사오니, 부디 살펴 읽어주시와요. -,,,-
님이 보름달이 뜰 때마다 부리님으로 변한다 한들 님에 대한 제 연모의 정은 조금도 줄지 않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며... =3=3=3

털짱 2004-08-20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신: 전 원래 제물에 관심이 없사옵니다. 차에도 관심이 없사옵니다. 오로지 손에만 관심이 있사오니 님의 따뜻한 손만 가져오시면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사옵니다...

마태우스 2004-08-20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털짱님/어쩌죠? 전 손이 못생겼는데... 화답가는 잘 읽었습니다. 역시 님의 내공은... 그런 분과 드렁칡처럼 얽혔다니 너무 기뻐요!
너굴님/피, 님이 더 멋지면서... 은혜갚을 기회를 달라!
메시지님/아, 42.195센티라니 얼마나 멋진 유머인가!!!!!! <--진짜로 그리 생각합니다.
수니나라님/한때 님이 3류소설의 샤론스톤이었지요^^ 샤론스톤은 은퇴했지만 님은 꿋꿋이..^^
마냐님/부끄럽습니다. 갑자기 저걸 써야겠다는 충동이 일어서요.
실론티님/피부가 좋으신 님을 출연시키지 않은 건 중국의 모래바람이 거세서 피부에 안좋기 때문이라는...
진우맘님/그러게 말입니다. 요즘 사과님이 절 너무 멀리하세요. 흑흑
조선인님/하하, 감사합니다. 사회참여적 지식인인 조선인님도 만세입니다.
하얀마녀님/부끄러워요...그리고 사과님 울리지 마세요. 흑흑.
스텔라님/죄, 죄송합니다. 담번엔 님의 우아함에 걸맞는 배역을...
소굼님/하핫, 제가 우려먹는 데 일가견이 있지 않습니까.
스윗매직님/그런 식으로 저와 털짱님을 갈라놓으려고 하다니... 님의 마음은 알겠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저도 맘이 아파요... 그리고 아내 부를 쓴 까닭은... 부리 골탕먹이기의 일환이죠^^
아영엄마님/음... 서재 일주년은 맞는데요, 전 가입한지 일년이 안되었던 것 같고, 그리고 제가 느끼는 서재 첫날은 페이퍼가 생긴 11월 말이랍니다.
꼬마요정님/헤헤, 제가 마무리는 늘 좋지 않습니까. 칭찬에 감사.
책나무님/저도 요즘 부리와 마태의 정체성이 헷갈리옵니다.
 

 

 

 

 

 

황석영의 삼국지를 읽기 시작했다. 박종화가 지은 삼국지를 세 번 읽었고, 이문열 걸 한번 읽었으니 총 4번이나 읽은 셈이다. 하지만 다섯 번째 읽어도 여전히 새롭고 재미있는 게 바로 삼국지, 아주 재미나게 1권을 읽어 버렸다. 다들 알겠지만 세 판본은 저마다의 특징을 지닌다.
-박종화본: 문장이 너무 상투적이라 지겨운 맛이 있다. 예컨대 “어마 뜨거라 하고 도망쳐...” “여포는 대노하여 방천화극을 들고...”
-이문열본; 자신이 해석을 달았다. 예컨대 화용도에서 관우가 조조를 놔줬다고 공명한테 혼나는데, 이게 둘간의 2인자 다툼이 마무리된 거라는 식으로. 개인적으로는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황석영본: 황석영은 주장한다. 작품에 자신의 해석을 붙이는 건 작품을 훼손시키는 거라고. 그러면서 그는 원전에 충실한 삼국지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하지만 박종화 것보다 문장이 현대적이라 읽기에 지루하지 않다. 특히 그림이 아주 멋지다.

1권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어서 여기 옮긴다. 황제 행세를 하던 동탁을 죽이려고 여포와 병사들이 궁궐에서 대기하고 있다. 황제가 동탁에게 왕위를 계승한다고 거짓 밀서를 보냈고 동탁은 궁궐로 간다. 하지만 그에게는 여러 가지 위험신호가 간다.
-동탁이 타고가던 수레바퀴가 부서짐. 말로 바꿔타고 가는데 고삐가 끊어짐. 동탁이 묻는다. “이게 무슨 조짐인가?”
동탁을 죽이려는 음모에 가담한 이숙이 둘러댄다. “한나라의 제위를 이어받으시는데 옛것을 버리고 새것으로 바꾸어 장차 보석으로 장식한 수레와 황금 안장을 얻으실 징조”
캬, 정말 그럴듯한 변명이 아닌가.

-갑자기 광풍이 크게 일고 검은 안개가 하늘을 덮는다. 동탁, “무슨 조짐인고?”
이숙 said, "주공께서 용위에 오르려 하시니, 붉은 광명과 자줏빛 안개가 일어....“
용이 올라가는 것으로 둘러댄 이 변명도 기가 막혔다.

-애들이 노래를 부른다.
천리초가 제아무리 푸르고 푸르러도
열흘을 못넘겨서(十日卜) 죽고 말리라
‘천리초(千里草)’는 동탁의 성인 ‘동(董)을 가리키고, ’십일복((十日卜)‘은 ’탁(卓)‘을 일컫는 말, 즉 동탁이 죽는다는 소리다. “저 노랫소리는 무엇을 뜻하는가”
이숙이 또 둘러댄다. “유씨는 망하고 동씨가 일어난다는 뜻이옵니다”
“한나라가 망하고 새 왕조가 창건된다”는 이 어거지도 비교적 적절했던 것 같다. 문제는 다음.

-궁궐에 들어서는데 흰 두건을 쓴 도인의 모습이 눈에 띈다. 손에 긴 막대를 잡고 있었는데, 막대 위에는 베에다 입 ‘구(口)’자 두 개를 각각 써서 붙들어맸다. ‘구(口)’자가 두 개니 여(呂)고, 그것을 베에 썼으니 ‘포(布)’, 즉 여포를 경계하라는 뜻이다.
“저 사람은 왜 저러고 서 있는 겐가?”
더 이상 둘러댈 게 없었던 이숙, 이렇게 대답한다. “미친 놈 같습니다”
난 이 대목에서 마구 웃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동탁은 죽는다. 장사도 못지낸 채로. 동탁의 부하가 나중에 시체를 수습해 장례를 치르려 하자 “뇌성벽력과 함께 큰 비가 내리”고 관이 “벼락에 맞아 박살이 나서 시체가 관 밖으로 드러나버렸다” 두 번 더 시도했지만 다 실패했고, 동탁의 살점은 벼락을 맞아 흔적도 없이 타버렸다. “동탁에 대한 하늘의 노여움이 그만큼 컸던 탓이리라” 이게 말이 되는가. 그렇게 노여워한다면 왜 동탁이 죽기 전에 그토록 빈번하게 위험 신호를 보냈을까. 동탁이 알아차리고 숨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이제 9권 남았다. 8월이 가기 전에 다 읽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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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8-18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황석영 본이 더 좋아요.
이문열의 훈계가 싫었답니다.

ceylontea 2004-08-1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월이 다 가기전에 읽는다고 하시면.. 하루에 거의 1권씩 읽으신다는 거죠?

반딧불,, 2004-08-18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과 동감..

그러나 아직도 끝까지 못 읽었습니다ㅠㅠㅠ

꼬마요정 2004-08-1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박종화님의 책과 이문열의 책을 읽었어요..아직 황석영 님의 삼국지는 도전하지 못했답니다. 어린 시절에 접했던 책이 박종화님의 삼국지라 그런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거랍니다.^^
이문열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터라 그 감정이 책에까지 이입이 되는 바람에... ^^;;

2004-08-18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시지 2004-08-18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문열 삼국지를 탄복하며 읽었습니다. 새로웠거든요. 이번 여름에 황석영 삼국지를 할인판매한다는 이벤트에 망설이다가 미루고 말았습니다. 또 욕심이 생기네요.

아영엄마 2004-08-18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제가 현재 서재마실에 중대한 타격을 입은 상태라 글은 읽되, 댓글을 일일이 달아드리지 못함을 양해하여 주사이다. (한 손 타이핑중.. 오타 발생 빈도 40%)

▶◀소굼 2004-08-18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 졌나 봅니다-_-;; [그리스 로마 신화냐-_-;]

sooninara 2004-08-18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편 읽고 있어요^^ 그런데 황석영삼국지는 너무 그대로 번역해서..원본엔 충실하니 몰라도 처음엔 무척 낯설더군요..설명이 없으니 불친절 보이고...
그런데 언제 10권까지 다 읽나? 다시 열심히....

ceylontea 2004-08-18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마태우스님.. 두분 내기 하시라니깐요... 누가 먼저 읽으시나..(찔러족~~) ^^

2004-08-19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nnerist 2004-08-19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석영 삼국지는 특유의 구라꾼(?)기질이 다분히 보이지 않나요? 속도감있고 전투장면 묘사도 탁월하고. 무엇보다 한 장이 끝날때마다 "~어떻게 될 것인가?" 라니. ㅋㅋ...

삼국지 최고의 장면은 뭐니뭐니해도 자신을 죽이려는 조비 앞에서 조식이 지은 시가 아닐까요?

콩깍지를 태워 콩을 볶누나 煮豆燃豆其(자두연두기)
콩은 가마솥 속에서 우네 豆在釜中泣(두재부중업)
본시 한 뿌리에서 나왔거늘 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
어찌 이다지 급하게 볶아 대는가 相煎何太急(상전하태급)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공명의 후출사표 닫는 글이구요.

신은 다만 엎드려 몸을 돌보지 않고 죽을 때까지 애쓸 뿐, 그 이루고 못 이룸, 이롭고 해로움에 대해 미리 내다보는 데 밝지 못합니다.

책읽는나무 2004-08-19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숙 said.......ㅋㅋ
요즘 삼국지풍이 부는군요!!...ㅎㅎ
삼국지는 누가 출간했던지간에 꼭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입지요!!
아~~
전 1권만해도 지금 여러번 읽어 책이 너덜너덜한데...2권으로 넘어가질 않네요...ㅎㅎ

털짱 2004-08-20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석영삼국지는 아직 읽지 못했고, 이문열삼국지는 참으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덕분에 고등학교때 이문열씨 인터뷰를 간 적이 있사온데, 교지에 실렸습니다...(앗, 말투가 왜 이럴까?)
 
 전출처 : tarsta > 서재칠우쟁론기(書齋七友爭論記)

이른바 서재칠우(書齋七友)는 인터내(人攄乃) 방 가온데 일곱 벗이니 게임(偈任)하는 선배(士)는 구봉(球棒;조이스틱)과 화음(畵音;모니터와 스피커)으로 서재 삼우(畵面三友)를 삼았나니 규중 녀잰들 홀로 어찌 벗이 없으리오.

  이러므로 서재(書齋) 돕는 유(衆)를 각각 명호를 정하여 벗을 삼을새, 자판으로 달각할미라 하고, 마우스를 미(尾) 마마라 하고, 모니터로 화면여인이라 하여 도구삼품이라 삼았고, 리부는 정경부인이라 하고 패이버로 다정첩실이라 하고, 댓글을 천진소녀라 하여 마음을 드러내는 글발삼위로 삼았으며, 종(終)으로 적립금오천랑을 매혹랑자에 봉해 칠우를 삼아 규중 부인내 아츰 소세를 마치매 칠위 일제히 모혀 종시하기를 한가지로 의논하여 각각 소임을 일워 내는지라.

  일년이 지난 일일(一日)은 칠위 모혀 글발의 공을 의논하더니 자판 달각할미 긴 허리를 자히며 이르되,

  "제우(諸友)는 들으라, 나는 리부와 패이버, 댓글과 방명기록에 이르기까지 픽선 논픽선 시서화악를 다 내여 펼처놓고 글발을 세울 새, 파안대소이며 감탄기원을 나 곧 아니면 어찌 일으리오. 이러므로 서지공(書之功)이 내 으뜸되리라."

미 마마 길다란 꼬리를 흔들며 내다라 이르되,

  "달각할미야, 그대 아모리 글발을 세운 들 알아딘의 상품을 집어내지 아니하면 리부 제되 되겠느냐. 내 공과 내 덕이니 네 공만 자랑마라."

화면여인 방대평면을 구붓기며 날랜 부리 두루혀 이르되,

  "양우(兩友)의 말이 불가하다. 진주(眞珠) 열 그릇이나 껜 후에 구슬이라 할 것이니, 글발에 능소 능대(能小能大)하다 하나 나 곧 아니면 확인수정을 어찌 하리오. 문단정렬 띠어숙이 오타교정 특수문자 임오티곤을 이루미 나의 날내고 빠른 화면이 아니면 리부헤 글발세워 무엇하고 상품 집혀 무엇하랴.   달각부인의 고단이 하늘을 찌르고 미 마마의 꼬리에 때국이 전다 하나 내 아니면 공이 없으려든 두 벗이 무삼 공이라 자랑하나뇨. 도구삼품의 일등공신은 내 으뜸이라."

정경부인 리부의 얼골이 붉으락 프르락 하야 노왈,

  "도구삼품 들어라. 네 공이 내 공이라. 자랑마라. 네 아모리 착한 체하나 내와 내 언니 목록부인 없이 이주의 리부 수상금 오만랑을 구경이나 할수 있을소냐. 알아딘의 정수는 바로 우리 자매게 있음이라."

다정첩실 패이버가 웃고 이르되,

  "정경부인 마님, 위연만 자랑 마소. 이 첩실이 위상 적기로 서방님의 마음씀을 읽어내고 풀어냄이 나만한 이가 없으니, 나는 닭의 입이 될지언정 소 뒤는 되지 말라 하였음이라. 화면여인은 달각할미의 뒤를 따라 다니며 무삼 말 하시나뇨. 실로 십칠인치 거대얼골이 아까왜라. 마태서방 품속이 그립거든 사이주부터 줄여야 할줄 아노니, 내 화면여인의 상황을 배려하여 비법전수 내릴테니 고마운줄 알라."

천진소녀 댓글 이르되,

"리부나 패이퍼는 허울뿐이라. 나는 천만 가지 목록에 아니 참예하는 곳이 없고, 하로 분량도 무명씨 여인들은 열흘이나 되어야 살이 주역주역 오르는 것을 내의 천진으로 한번 쓰치면 거미줄 낱낱이 날리고 광택이 고하지고 더욱 하절을 만나면 소님이 다사하야 일일도 한가하지 못한지라. 글발이 나 곧 아니면 어찌 고오며, 홍보 수줍어 서재만 녈어 두고 고요히 마실만 다닐 제 나의 천진 아니면 어찌 괴이며, 세상 서재 어찌 활활한 기운이 넘쳐나리요. 이러므로 글발삼위 중 내 제일이 되나니라."

매혹랑자 적립금오천랑이 크나큰 입을 버리고 너털웃음으로 이르되,

"그대네는 다토지 말라. 이벤투가 활성하여 즐겨차기 백배신공을 이루며, 정경부인과 그의 언니 목록부인이 오만랑의 쌍을 이루며, 서재지수 탑 오십으로 상승할 재 내의 손바닥에 밀려나면 그 아픔 감당키 어려워함을 알고 있느니라. 미모로운 멍든삭와도 미모로 감당키 어려웠나니. 수고로운 칠일의 흔적이 감초여지기를 정녕 원하는가. 내의 손바닥 아닌 시야에서 벗어나 백위를 넘어서면 존재조차 의심받노라. "


규중 부인이 이르되,

  "칠우의 공으로 서재를 다스리나 그 공이 주인의 쓰기에 있나니 어찌 칠우의 공이라 하리오."

하고 언필에 칠우를 밀치고 베개를 돋오고 잠을 깊이 드니 달각할미 탄식고 이르되,

  "매야할사 사람이오 공 모르는 것은 녀재로다. 오매불망 원할 제는 몬저 찾고 일워내면 자기 공이라 하고, 뼈마디 달각소리도 알아듣지 못하니 어찌 야속하고 노흡지 아니리오."

미 마마 이어 가로대,

  "그대 말이 가하다. 새벽녘 점검시간 먹통되면 분통나니 하고 내어 던지며 꼬리로 날 잡아 흔들제는 토심적고 노흡기 어찌 측량하리오. 불아우저 설정 다시하라 경고하면 매양 내 탓만 너겨 날와 달각할미 두드리니 마치 내가 감촌 듯이 문고리에 거꾸로 달아놓고 좌우로 고면하며 전후로 수험하야 기절하기 몇 번인 동 알리오. 그 공을 모르니 어찌 애원하지 아니리오."

화면 여인 한숨 지고 이르되,

  "너는커니와 내 일즉 무삼 일 사람의 손에 보채이며 요악지성(妖惡之聲)을 듣는고. 각골 통한(刻骨痛恨)하며, 더욱 나의 방대 얼굴 휘드르며 날랜 부리 두루혀 힘껏 글발을 세우는 줄은 모르고 마음 맞지 아니면 나의 십칠자 얼골 방대한 곳곳을 찔러대니 어찌 통원하지 아니리요. 사람과는 극한 원수라. 갚을 길 없어 이따감 손톱 밑을 질러 피를 내어 설한(雪恨)하면 조곰 시원하나, 오타대왕 직이 믿고 설쳐대니 더욱 애닯고 못 견디리로다."

정경부인 눈물지어 이르되,

  "그대는 데아라 아야라 하는도다. 나는 무삼 죄로 현학지형(衒學之刑)를 입어 찾는 이도 없는 독수공박을 하느뇨. 댓글또한 나를 무시하니 혼자있는 설움 복받겨 올하 내 섧흠 괴롭기 칙량하지 못할레라."

다정 첩실 또한 분개하여 왈,

  "그대와 소임(所任)이 같고 욕되기 한가지라. 리뷰에 비해 패이버라는 일흠에 서재지수 차별받아 멱이 잡혀 들까지며, 퍼다 실려 매번 이사가 끊이지 아니하니 황천(皇天)이 덮치는 듯 심신이 아득하야 내의 몸이 따로 날 적이 몇 번이나 한 동 알리오."

적립금오천랑 분기탱천하여 이르되,

"달인순위를 점검하여 삼십줄이 넘으면 나를 못 가짐이 당연하거늘, 밀려나면 제 능력을 한탄하지 아니하며 날래 속물취급이 다반사, 허나 나를 취할제 제 흥에 겨워 비릿하게 껴안으니, 그 행태가 참으로 방정치 못하리라. 상종못할 알아딘어로세!"

칠우 이렇듯 담논하며 회포를 이르더니 자던 여재 믄득 깨쳐 칠우다려 왈,

  "칠우는 내 허믈을 그대도록 하느냐."

오타대왕 직이 고두사왈(叩頭謝曰),

  "젊은 것들이 망녕도이 헴이 없는지라 족가지 못하리로다. 저희들이 재죄있이나 공이 많음을 자랑하야 원언(怨言)을 지으니 마땅 결곤(決棍)하암즉 하되, 알아딘 서재 창립 일년이 되는 금일의 깊은 정과 저희 조고만 공을 생각하야 용서하심이 옳을가 하나이다."

여재 답왈,

  "오호라 서재일년.! 오타대왕 직이의 말을 좇아 물시(勿施)하리니, 내 손부리 날라다님이 대왕 공이라. 마음에 차고 다니며 은혜를 잊지 아니하리니 비단금침으로 삼복 덮위에 이불을 더퍼 오타가 해롭지 않게 하리라."

하니 대왕은 고두배사(叩頭拜謝)하고 제붕(諸朋)은 참안(慙顔)하야 물러나리라.


요점 정리

연대 : 미상
작자 : 어느 규중 부인
형식 : 고대 수필, 한글 수필
성격 : 교훈적, 논쟁적, 풍자적, 우화적
표현 : 의인법, 풍유법
문체 : 내간체
주제 : 서재를 운영함에 있어 알라디너의 자세를 망각하고 교만하거나 불평·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내용 : 자판.마우스.모니터.리뷰.페이퍼.댓글.적립금오천원 등을 의인화하여 세정(세정)을 풍자함
의의 : '조침문(조침문)'과 함께 의인화로 된 내간체 고대 수필의 쌍벽을 이룬다.
출전 : 알아딘서재
도움 : 내이버검색과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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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8-18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타스타님의 엄청난 내공이 발휘된 작품입니다. 아이디어 좋고 정성도 갸륵한 글,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페이퍼에서는 흔치 않은 16개의 추천을 받았습니다. 유머도 이쯤 되면 예술이죠... 타스타님, 존경하옵니다.

tarsta 2004-08-18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감사해요. (쑥쓰..)

미완성 2004-08-18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슴다!!!!!!!!!!
이 대단한 내공을 어찌 숨겨오셨는지!
고수들은 태양혈을 교묘하게 숨기는 법을 안다더니, 파스타님이 바로 그 고수의 전형적인 모범사례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아아- 이 글을 추천하면 마태님 서재지수가 올라가기때문에,
험험, 아무튼 추천을 2번했었으니ㅡ 여기서는 안하겠습니다! 케케케케케-----
 

 

 

 

 

 

난 외국을 두 번 가봤다. 어릴 적에 할머니가 사시는 일본에 놀러갔었고, 그 다음엔 조교 시절 태국에 갔었다. 당시 태국에서는 기생충을 주제로 한 학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명성이 있는 학자들이 대거 참석한 큰 대회였다. 일주일을 태국서 보내면서 태국 여자들이 참 미인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그래서 남자들이 동남아로 가는구나...” 라오스 계, 원주민 등은 별로지만, 중국계 여자들은 어찌나 이쁜지 어떻게 말이라도 한번 걸어 보려고 태국말 사전을 뒤적이기도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태국말, “쿤 쑤어이!” 이건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라는 소리. “헹남 유 티나이” 화장실이 어딥니까.


어느날 밤, 우리는 나이트 클럽을 찾아 헤매다, 제법 그럴듯한 나이트를 찾아냈다. 꽤 인기가 있는 곳인 듯 넓디 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스테이지에 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얘네들이 왜 춤을 아무도 안추지?” 우린 한국인의 기상을 보이기 위해 스테이지로 뛰어올라갔다. 난 팔과 다리만 조금씩 흔드는 특유의 춤을 췄고, 다른 사람들도 각자 나름대로 몸을 흔들었다. 그래도 태국 애들은 나오지 않았다. 매우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우리를 쳐다볼 뿐. 얼굴을 보니 다들 10대, 20대의 젊은 애들이건만 그토록 낭만이 없는가. 우린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춤을 췄다.


춤을 춘 지 30분이 될 무렵, 드디어 반응이 왔다. 얘네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박수를 열렬히 치는 것. 난 우리 중 하나가 브레이크댄스라도 추는가 했지만, 그것도 아니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관중의 환호에 답하는 의미로 손을 흔들어 보였고, 오페라 배우들이 하는 것처럼 손을 맞잡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커튼콜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드럼 소리가 났다. 놀라서 뒤를 보니 무대의 벽이 열리면서 HOT같은 애들이 첨단 장비로 무장하고 서있다. 그랬다. 거기 있던 관중들은 우리의 춤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꽤 인기있던 그 그룹의 공연을 보러 온 거였다. 손을 맞잡고 답례를 하던 우리를 보면서 그들은 얼마나 웃었을까. 내가 했던 착각 중 가장 한심한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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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4-08-1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그들이 아트를 몰랐던 것이어요. 흑흑.
마태님, 마음 추스리시구;;;; 얼른 맛있는 쌀밥이 있는 점심을 드셔요 ㅜ_ㅜ
그래야 또 털이 자라죠....

sweetmagic 2004-08-18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로는 착각처럼 달콤한게 없지요.
오 착각 !! 그대는 오해 많은 내 삶의 최강력 울트라 파워 급 배신자 !!!

tarsta 2004-08-18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원..
글도 코멘트도 내공없이는 끼지 못할 분위기입니다. 그래도 할말은..!! (머였더라 -0-)

하얀마녀 2004-08-1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한 때 재밌었고, 그 때를 생각하며 웃을 수 있고 지금 또 이렇게 페이퍼로 써주셔서 많은 사람들이 웃으니 얼마나 좋아요. ^^

tarsta 2004-08-1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거였어요!

메시지 2004-08-18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착각을 바라보던 태국여자들이 부럽습니다. 상상만해도 재미있거든요. 그런데 직접 보았다니까.... 그런데 그 태국여자들 혹시 본공연을 위한 예비공연이라고 착각 했을지도...

털짱 2004-08-20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님의 출중한 외모를 나라밖에서까지 드러내시는 행동은 자제해주시와요. 국내에서도 이리 소란스러운데 해외에서까지 그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태국미녀들의 미모는 저도 인정하오나, 부디 평화로운 외교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일시: 8월 17일(화)

누구와?: 미녀 둘과

마신 양: 소주 두병

좋았던 점: 미녀 친구를 둬서..

나빴던 점: 술을 적게 마시니 잠이 안왔다.


합쳐서 63세인 미녀 둘을 만났다. 편의상 미녀 1과 미녀 2라고 부르기로 한다. 미녀 2는 요즘 고민이다. 5년째 친하게 지내는 동갑내기 친구(이하 친구)가 있지만, 이 인간이 도무지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것. 그때 또다른 남자(이하 그남자)가 접근해 왔다. 그는 미녀2에게 당장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가자고 보챈다. “십년도 기다리겠다”는 말까지 했다니 단단히 빠졌나보다. 미녀 2는 그래서 미러가 아프다. 우정을 버리자니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될 것 같고, 친구만 믿고 기다리다간 죽도 밥도 안될 것 같으니까.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 우린 열심히 그녀를 설득했다.


“프로포즈 안하면서 만나기만 하는 건 범죄라고!”

“광고도 못봤어? 코마네치 나오는 거 말야. 거기서 그러잖아. 의리,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Euri is nothing!)"

"그 사람이 언제까지나 기다려줄 지 알아? 획 가버리면 그땐 어쩌려구?“


미녀 2의 친구들 역시 우리랑 같은 의견이란다. 하지만 그럼 뭐하나. 주변 인물들 다 합쳐봤자 한표에 불과하고, 미녀 2는 40표 정도의 표를 행사하는데. 게다가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정보가 있을 수도 있다. 그 남자가 대머리라든지, 말할 때 침이 많이 튄다든지, 코를 잘 후빈다든지. 한가지 마음에 안드는 건 있다. 어제 보니까 그 남자는 거의 시간마다 전화를 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깼다. 난 내 애인이 모임에 있다는 걸 알면 전화를 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어찌되었건 결정은 미녀2의 몫, 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어제 우리가 했던 말이다.

“우리가 누굴 사귀던, 결혼을 하던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했잖냐? 그래도 이상한 사람이랑은 절대 하지 말기! 최소한 우리 모임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랑 하기!”

그런 남자 혹은 여자가 얼마나 되려나.


PS. 3차에서 미녀 1이 말을 한다. 이럴 수가. 그녀 역시 두 명의 남자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얘는 이런 점이 좋고, 쟤는 저런 점이 좋고” 인간은 로봇이 아니라 합체가 불가능한 법,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안타까운 것 같다. 애인 셋을 거느린 또다른 미녀까지 감안한다면 내 주변 여자들은 다들 멀티플레이어다. 미녀는 다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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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8-1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태님 주변에 특이한 미녀분들이 많으시네요

아마 그래서 결혼을 안하시나보다...

저같은 추녀야 뭐 저울질 할 것도 없지만서두요 - 실연자클럽대표 백 -

미완성 2004-08-18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은 한 사람만 바라보기엔 너무나 텁텁하고 밍밍하고 게다가 심심하기까지 하죠.
청춘은 재빨리 식어만 가지만,
사랑은 가까이만 다가가도 금새 불타오르느니ㅡ
끝까지 들키지 않는 저울질은 어느 추리소설보다도 더 짜릿하지 않을랑가요?
미녀나ㅡ 마녀나ㅡ 미남이나ㅡ 추남이나ㅡ
태양이 떴다 지고나면 달도 떠야죠 뭐- 계수나무 토끼도 두 마리가 떡을 두드려야 맛이 나는 법인디, 세 마리가 두드리면 얼마나 더 맛있겄슴까?

아아, 뭐냐;;

진/우맘 2004-08-1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류승법과 신하균과 비를 놔두고 저울질하느라 바빠요.
아아~~ 도대체 내 사랑을 어느 그릇에 담아야 하는지~~~
=3=3=3

ceylontea 2004-08-1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에 든다면.. 더 이상 저울질을 하지 않게 되죠.. 무엇인가 몇퍼센트 부족해서 저러는 것 아닐까요? 사랑의 콩각지가 씌워야.. ^^

마태우스 2004-08-18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개인적으로는 신하균을 추천합니다. 님의 커다란 사랑을 담을 수 있는 큰그릇은 신하균 뿐입니다.
사과님/그래서...님은 저를 두고 하얀마녀님을 바라봤던 것인가요.,,,
on your mark님/하하, 아네요. 제가 특이하게 써서 그렇지 실제로는 특이하지 않습다. 근데 실연자클럽에도 미녀가 많습니까???

미완성 2004-08-1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 시기를 겪고계신 털땅님을 뒤에서 이렇게 또 씹으면 아니되지만...
마녀님을 먼저 꼬셨던 건 털땅님이셨다고요..!!!!!!!
어린 제가 뭘 알겄어요~ 전 그저 윗물을 따라간 아랫물일 뿐..!
그러나, 이미 마녀님은 제게......느무나 아름다운 추천을 팍팍 날려주신.........ㅜ_ㅜ
역시, 우린 친구가 더 잘 어울리나Boa요-
털땅님으 님만 바라보는 아름다운 마음에 변心하시면....
저으 그것으 샘플을 보내드리겄어요-_-;;)

호랑녀 2004-08-1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제가 개인적으로 강하게 드는 생각은,
혹시 그 미녀들이 양손에 움켜쥔 사과 중 하나는 마태님 아닙니까? 그래서 떠보려고 이리저리 하는데, 영 안 통한... 혹은 못 알아듣는 척!하는...

marine 2004-08-1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미남, 미녀들은 다 멀티 플레이어랍니다
안 돼 봐서 모르겠지만, 주변을 보면 거의 100% 그렇더라구요
선택할 폭이 넓은데 어떻게 고르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하얀마녀 2004-08-18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호랑녀님의 의견에 수긍이 갑니다.
그리고 털짱님은 이미 마태우스님에게로... ^^

마태우스 2004-08-18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흠, 그렇군요! 다 멀티 플레이어라..미녀를 사귀는 사람은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겠군요^^
호랑녀님/아, 아닙니다. 저얼대로 아니어요! 절 만나서 술 몇번 먹어보면 다들 알더군요. 제가 듬직한 남자가 아니라는 걸...
사과님/흥, 겨우 추천 때문에 운명을 버리다니, 사과님 나빴어요.

마태우스 2004-08-1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호랑녀님 의견에는 제가 장문의 반박을 해놓았습니다. 그리고 털짱님이 제게로...호홋, 부끄럽습니다. 그간 님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지요.

마냐 2004-08-18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삶은 한 사람만 바라보기엔 너무나 텁텁하고 밍밍하고 게다가 심심하기까지 하죠"라는 사과님 말씀에 감상에 빠져버립니다...-.-

미완성 2004-08-1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나님..!
그러게,,,, 馬쇠보단 솨쇠에게 쌀밥을 주시는 게 더 나았잖아요...ㅜ_ㅜ

아아, 이건 또 뭐냐;;

sweetmagic 2004-08-18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21세기 형 네트웍 멀티플 플레이어 아니십니꺄 ~!!

털짱 2004-08-20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솨과가 저에 대한 뒷담화를 해놓았는데 믿지 마시와요. 제게는 이미 님밖에 없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만수산 드렁칡이 얽히고 설켜 백골이 진토될 때까지 님을 향한 제 마음은 변치 않습니다. 전 지조있는 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