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박 얘기는 몇 번 재탕했지만, 그래도 씁니다. 최대한 우려먹는 게 제 특기니까요. 음하하.


나보다 2년 선배는 한때 빠찡고에 심취했었다. 동대문에 있는 병원의 전공의-일명 레지던트-였던 그는 우연히 따라가서 처음 해본 빠찡고에서 100만원짜리를 터뜨리는 행운을 잡는다. 도박에 빠지는 사람은 다 그렇게 해서 중독이 되는 법, 그는 그 후 빠찡고집을 심심치 않게 드나들게 된다. 빠찡고도 실력이 중요한 건지, 아니면 되는 사람만 되는 건지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는 돈을 계속 땄다고 한다. ‘오늘은 안되겠구나’ 라고 생각할 때마다 막판에 잭팟인가가 터졌다나? 재미가 들린 그는 더 열심히 빠찡고집을 다녔고, 처음의 기세와 달리 잃고 갈 때가 많아졌다. 급기야 교수님이 맡긴 연구비로 빠찡고를 하게 되었다. 200만원인가 되는 돈-그때가 90년도니 꽤 큰 돈이었다-을 다 잃어가자 그는 자살을 생각했었단다. ‘다 잃으면 죽자!’ 천만 다행으로 돈 2만원을 남겼을 때 엄청난 게 터지는 바람에 본전을 다 만회할 수 있었다고 한다.    


빠찡고집 앞에는 그가 자주 옷을 맡기는 세탁소가 있었다. 주인은 그가 레지던트라는 것도 알고, 그한테서 의학적인 도움도 받고 했었는데, 그날 돌아가는 길에 그를 부르더니 이렇게 말하더란다.

“선생님은 빠찡고 하실 분이 아니신데, 요즘 너무 자주 가시는 것 같습니다....제 기대를 저버리지 마세요”

세탁소집 주인의 말은 그로 하여금 도박을 끊게 만들었고, 그 이후 단 한번도 도박을 한 적이 없단다. 자신의 의지가 강하기도 했겠지만, 세탁소집 주인은 망가질뻔한 그의 생을 다시 돌려줬는지도 모른다.


사람에겐 어느 정도 도박에 대한 열망이 있다. 그게 지나치게 강한 사람이 ‘도벽’으로, 돈이 없으면 돈을 빌려서, 집에 가둬놓으면 어떻게든 포위를 풀고, 손이 잘리면 다른 손으로 도박을 하고, 필연적으로 집안을 말아먹는다. 아무리 봐도 돈을 잃을 게 보이지만, 큰거 한판의 욕망에 눈이 먼 사람에겐 그런 당연한 이치가 파고들 틈이 없다. 정신과에서도 도벽은 고치기가 어려운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도박을 끊을 수 있었던 걸로 보아 아까 그 선배는 ‘도벽’은 아니었을게다.


다행히도 난 도박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젊은 시절 친구들과 밤을 새워가며 포커의 하이로를 친 적도 있고, 한게임이나 프리챌의 포커에 빠져들었던 적도 없진 않지만, 대부분의 경우 한달 이내에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난 담까지 작아, 누가 1만원을 베팅하기라도 하면 손이 덜덜 떨린다. 술을 먹으면 10만원, 20만원도 표정의 변화 없이 긋는 사람이 포커의 1만원은 왜 그리도 무서워하는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난 잃어봤자 2만원이고 그나마도 개평으로 다 떼워주는 내 친구들과만 포커를 친다. 인터넷 포커? 따봤자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는 것도 아닌데 뭐가 재미있담? 하지만 한게임 같은 걸 어쩌다 접속해보면 대낮에도 포커를 치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도벽이 고치기 어려운 이유는 그 사람의 유전자에 각인된 채 태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암을 예방하기 힘든 것처럼 도벽 역시 발병을 막을 수 없다. 의술이 발달해 웬만한 암은 다 고치지만 도벽은 여전히 고칠 수 없는 병이고, 거기에 더해 집안까지 말아먹으니 도벽이 암보다 훨씬 더 무서운 질환이 아니겠는가. 외모는 좀 떨어지지만 이것저것 따져보면 내가 꽤 잘 태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따라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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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rain 2004-09-02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도벽이 암보다 무섭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제가 열살때부터 볼거 못 볼거 다 본게 오빠의 도벽 때문이었지요...가족들도 황폐하게 만듭니다. 대체 그게 뭔지...궁금하기도 하더군요.

2004-09-02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magic 2004-09-02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저희 어머니 대학 시험 끝나자 마자 이부자리 반 접어 펴 놓으시고 일명 고스톱을 가르치셨습니다. 도박도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 ?? 아닙니다. 그냥 심심할 때 놀아 달라고 그러셨지요. 치매예방이시라나 ?? 전 도박이 적성에 안 맞아서 못합니다. 돈에 손이 벌벌 떨리냐구요 아니요 제 간 땡이로는 맘만 먹으면 지구도 팔아먹고 우주로 튈 간입니다. 도박과 적성이 안 맞는 건 정말 다행이지요..........................꽤 잘 태어났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요즘은 저희 엄마. 싸이하고 싶은데 싸이 들어와줄 친구가 없다고 우울해 하십니다. 참고로 저희 어머니 연세....쉰 입니다...........쿨럭

하얀마녀 2004-09-02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할 때마다 잃으니 재미가 없더군요. 흐흐.

ceylontea 2004-09-02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 장난삼아 하는 고스톱이니 포카에서도 돈을 따는 법이 없지요..사실 그 룰도 익히지 못하겠더라구요... 이런 저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2004-09-02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4-09-02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숨은아이님이 올리신거 퍼왔어요~ 저 이러면 맛있는 거 사주실 거예요? ^^;;(애들두~~)



비로그인 2004-09-0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박이나 도벽이나 다 머리좋은 사람들만 빠지는 것 같습니다.

잔머리하나를 굴릴 줄 모르는 저는 이날 이때껏 고스톱도 못칩니다.
어째 그리 어려운지요;;
영화에서도 보면은 무언가를 훔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머리가 좋지 않던가요.

sweetmagic 2004-09-02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애들 술 먹이시려구요 ????? *_* ~

아영엄마 2004-09-02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애들은 밥, 저는 술~ @@; 우리 애들이 저리 땡깡부리면 확!! 꿀밤 한대 쥐어 박고 싶어질 거예요. (^^;;;)

마냐 2004-09-02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 땡깡...만화는 귀엽군요..흠흠.
그나저나..마태님의 그 선배분은 정말 대단히 놀라운 의지의 소유자시네요.

soyo12 2004-09-02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끊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도박이라던데,
정말 독한 사람인가봅니다.
정말 나이가 들면 뭔가 한 사람 몫을 단단히 할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하는 분이네요.
존경하고 싶군요. ^.~

다연엉가 2004-09-02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아무래도 한 자 적고 물러나야겠습니다.
지금 재활 훈련중에 간신히 빠져 나와서 사방 팔방 눈치를 보면서 글을 적습니다. (사실은 저희집 떡판들의 열정적인 성원에 모두들 잘 봤다고 한 자 적어라고 해서^^^^)

술이 그리워 삼겹살 구워서 "건강을 위하여" 건배를 하고 있는데 이파리님이 전화가 왔더군요. 6번 틀어라고요....그래서 또 봤습니다.  아이들이 TV에 마태우스(^^^^)가 나온다고 더 아는 체를 하더군요.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솝님도 마태님이닷하고 메일이 날라오고.아무래도 마태우스님은 이곳에서도 인기가 식을줄을 모르는군요.^^^^^


 

 

 

 

 

 


앗!!!!재활훈련중에 이 무슨일이다냐!!!

마태우스님 화이팅!!!!


2004-09-03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03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03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03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4-09-03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울타리님 짱!!입니다요.^^

마태우스 2004-09-03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울님/저 아직 못봤는데 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으음, 역시 표정이 자연스럽지 못하군요.
소요12님/마, 마지막 결론이 뜻밖이네요? 저 큰일 못할 사람이어요. 전 도벽이 없는 편이라 쉽게 끊었는데요???
마냐님/그치요? 저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연구도 아주 열심히 하시는 의사분이 되셨죠.
아영엄마님/저도 어제 한잔 했답니다. 술은 좋은 거죠^^
마크님/어, 그게 머리랑 상관있나요? 아닌 것 같은데...
실론티님/맞아요, 저도 고스톱을 굉장히 못치거든요. 그래서고스톱 중독은결코 안될 것 같아요. 누가 치자면 겁부터 나니...
하얀마녀님/그게 좋은 겁니다^^
스윗매직님/어머님 싸이 주소 좀 가르쳐 주세요
단비님/님은 짧은 인생에 많은 경험을 쌓으셨군요...

마냐 2004-09-03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머..책울타리님, 정말 멋져요...와와와...아 제가 저걸 놓치다니...저런저런.

비로그인 2004-09-0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사진으로 뵙기엔 표선생님보다 훨씬!!! 동안이시고 뱃살도 전혀 없으신데 -,.-
너무 겸손하신가 boa요
 

 

 

 

 

 

* 오늘 먹은 메뉴가 피자와 스파게티, 그리고 콜라였다.

실습준비를 하다보니 뭐가 하나 없어서 해부학교실에 가서 빌렸다. 소모품인데 가격이 좀 되는 거라 미안해서 “점심 사드릴께요”라고 했더니 그러잔다. 난 학교 앞 장터국수나 갈까 생각했지만, 그는 의외로 차를 타고 나가야 있는 <피자 헛>을 가잔다. 갔다. 사실 난 피자를 별로 안좋아한다. 앞에 있으면 먹고, 모교에 갈 때 가끔씩 피자를 사가긴 하지만,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아니다. 더구나 남자끼리 피자집에 가는 건 좀 이상하지 않는가?


예상대로 피자집은 물이 좋았다. 여자끼리 온 테이블이 주를 이루고, 아니면 남녀가 짝을 맞춰서 온 거다. 하다못해 우리 옆에 앉은 외국인도 커플이다. 피자의 어떤 성분이 여성에게 어필하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먹는 내내 좀 쑥스러웠다. 남들이 우리를 사귀는지 알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먹은 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가격이 무려 3만900원이다. 어제 모임에서 총무를 하면서 남긴 3만원이 다 날라가 버렸다. 역시 피자는 내 체질이 아닌 것 같다.


생각해보면 여자끼리는 할 수 있는데 남자끼리는 하지 못하는 게 굉장히 많다. 남자끼리 영화를 보는 것도 좀 이상한 일이란 생각이 들고, 언젠가 친구랑 비디오방에 갔더니 주인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여자끼리 팔짱을 끼는 건 아무렇지도 않지만, 남자랑 팔짱을 끼고 가는 건 따돌림을 당하는 지름길이 된다. 술집이야 괜찮지만, 커피집이나 요즘 잘나가는 <레드망고(아이스크림 빙수집인데 겁나게 맛있다)>-같은 곳을 남자끼리 간다면 영 어색해, 남자끼리 온 다른 팀은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이렇게 된 것이 레즈비언에 관대하고 게이에는 적대적인 우리 사회의 풍경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게이를 혐오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당할지도 모른다는 터무니없는 편견 때문일 테고, 레즈비언을 적대시하지 않는 건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덮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머리로는 게이를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기엔 내공이 아직 모자란 나는 남들이 혹시 나를 게이로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남자와 뭔가를 할 때마다 겁나게 신경을 쓴다. 가끔씩 생각한다. 내가 게이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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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9-02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아직까지 사회의 시각이 그렇게나 발달(발달 맞나?)한 것 같지는 않구요, 도리어 유교적인 보수성 같아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개념때문에, 남자들끼리 팔짱을 끼거나 커피숍을 가거나 하는 것을 '곰살맞은 짓'이라고 생각해서 찌푸리는 것 아닐까요?

2004-09-02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얀마녀 2004-09-02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끼리면 어색하죠 그것도 셋 이상이면 괜찮은데 단 둘이면 더 이상해지죠. 흐흐흐흐.

비로그인 2004-09-0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이가 아니라는 걸 입증하시려면 빨리 결혼을;;;

sweetmagic 2004-09-0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이로 좀 보면 어때요 , 별로 게이 처럼 안 생기셨는데

starrysky 2004-09-02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마지막 문장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저도 물론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은 전혀 없다고 자부하지만, 스스로 레즈비언이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은 드는군요. 이 사회의 무시무시한 편견과 억압 속에서 저의 성정체성을 지킬 자신이 없거든요. 남들의 시선 때문에 스스로를 부정해야 한다면, 얼마나 끔찍한 삶일까요. 누구도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을 텐데요..
부디 이곳의 우리부터라도 마음의 눈을 더 크게 뜨고 주변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섣달보름 2004-09-0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늘은 약간 위험스러운 글이 아닌가 싶은데요.
막상, 게이나, 동성애자들이 이 글을 본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은..
언젠가 커밍아웃을 했던 홍석천이 드라마에서 "우리에겐 동성애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는데... 그말이 짠하고, 처절하게 들리더라구요.
제가 너무 심각하게 얘기했나요.
마태우스님께서 동성애자나, 게이를 비난하려고 쓴 글이 아닌데..
제가 너무 심각했다면 죄송합니다!!

sweetrain 2004-09-0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정말 편견없는 사람이 존재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듭니다...

아영엄마 2004-09-02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피자헛이 굉장히 비싸다는 말씀만 드릴랍니다. 누가 산다고 하길래 주문했는데 헉~ 가끔 시켜 먹는 가게의 두 배던가? 하여튼 무지 비싸서 엄청 눈치보였더랬습니다. 이후로 피자헛은 머리 속에서 지웠습니다.

마태우스 2004-09-02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가격 대비 성능이 너무 떨어지더군요. 저 벌써 배고파요!
단비님/편견은 누구나 있지요. 그걸 줄이려고 노력하느냐 아니면 그냥 사느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섣달보름님/자꾸 섣달그뭄으로 쓰려고 한다는... 좀 위험한 글 맞습니다. 게이 분들이 보시면 불쾌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글과 말로는 게이를 옹호하는데요, 만나서 놀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게 있더라구요. 게이들도 아무 편견없이 어울려 놀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날이 언제 올까요.
따우님/음...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아직 덜 성숙해서 그렇습니다. 제가 게이였다면 이 험난한 세상을 지금처럼 즐겁게 살아갔을 자신이 없거든요...
스타리님/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려면 그들과 자주 만나서 놀아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 공산당을 뿔달린 애들로 알았던 어린 시절의 편견이 귀순자를 통해 깨어졌듯이요.
스윗매직님/게이로 보면 어떠냐고 하시는데요, 전 그렇게 저에게 자신감이 없거든요...
마크님/하핫,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군요. 록 허드슨도 그래서 결혼했다던데...
하얀마녀님/둘이 있는데 나란히 앉아 있다, 이러면 확실한 거죠....
진우맘님/그런 측면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너무 걱정 마세요. 다 잘 될 겁니다.

ceylontea 2004-09-02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피자를 싫어하신다. 입력해 놓아야지..

노부후사 2004-09-0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끼리 할 수 없는 게 많다는 마태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레드망고 가면 - 이 집 진짜 겁나게 맛있어요 - 여자끼리는 있어도 남자끼리는 절대 없더라구요. 저도 여친이랑 주머니 넉넉하면 이따금씩 들리곤 하는데 말이에요. 요즘은 여친 없으면 아이스크림도 맘놓고 못먹을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으스스 저를 사로잡는답니다.

panda78 2004-09-02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드 망고- 갈 때마다 자리가 없어서 아직 한번도 못 먹어봤는데, 꼭 꼭 먹어봐야겠군요! ^^
개인적으로 저는 동성애자인 친구들이 무지 많은데 말이죠. 처음에는 세상의 편견과 억압을 딛고 사는 당신들, 멋져- 훌륭해- 그랬었는데(게이라서 훌륭하다니...나도 참. ;;) 계속 보다 보니 그저 한 사람으로 보게 되더군요. 별 훌륭할 것도 없고 별 다를 것도 없고 별 잘난 것도 없고 그리 못난 것도 없는.
마태님도 주위에 게이인 친구분이 있었다면, 호모포비아 없으셨을 것 같은데요. 제가 하나 소개해 드릴까요? ^m^;;

oldhand 2004-09-02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 셋이서 할일이 없어서 한동안 노닥거리다가 누군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공포영화나 보러 갈까?" (아마 여름 밤이었던것 같습니다.)
다른 친구가 대뜸 답하더군요.
"우리 셋이 영화를 보러가는게 더 공포스럽지 않냐? 그런 소리 그만 해라. 무섭다."
남자들끼리는 차마 못하는 일들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많아지는것 같아요.

털짱 2004-09-02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이 동성에게 사랑을 느끼신다면... 흑.... 전 역시 성전환수술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비로그인 2004-09-02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 분위기가 레즈비언에게 관대하고 게이에게 적대적이라기보다는,
게이에 비해 레즈비언을 '인정'하거나 '취급'하지조차 않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여성동성애를 남성동성애에 비해서 가벼운 것으로 보고
연인 관계가 아니라 친한 친구 사이라고 간주하거나 잠깐의 일탈 정도로 여기는 거죠-ㅂ=

soyo12 2004-09-02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드 망고는 한번도 안가봤습니다.
많이 맛있나보네요.
얼마전에 제가 살고 있는 이 촌 구석에도 하나 생겼던대, 한번 가봐야겠네요.
그런데 피자나 커피 전문점, 아이스크림 전문점들에 남자들이 그리 즐겨 찾지 않은 건
아무래도 술을 더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반면에 여자 둘은 술집 가서 술 마시기에 조금 그러기도 하잖아요. ^.~

stella.K 2004-09-03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피자 같은 거 안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한국 토종 음식 좋아 하시죠? 된장찌개, 동태찌개 그런 거...
레드 망고는 정말 맛있는 거 같아요. 살찔 염려도 없고(맞나? 좀 달긴 달던데 그래도 뭐, 요구르트니까).^^

마태우스 2004-09-0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아녀요. 저 TGI도 좋아해요... 회는 말만 들으면 몸이 꼬이구요. 동태찌개는 잘 안먹습니다. '태'가 들어가는 건 전부 안좋아하죠. 님도 레드망고 좋아하시는군요!
소요님/음, 젊을 때는 피자집에 가서 맥주 피쳐를 마시곤 했었는데... 술 때문일 수도 있겠군요. 레드망고 한번 가보세요. 맛있어요
티티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맞다, 그러고보니 동성애 사이에서도 남녀차별이 존재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네요.
털짱님/안받으셔도 됩니다! 노우프로블렘.
올드핸드님/하하, 정말 남자 셋이 영화보는 거 공포스러워요^^
판다님/오, 님은 그렇단 말이죠. 저 뿐 아니라 대부분이 동성애자와 접촉을 안하고 -혹은 해도 모르던지-살지요. 그들도 자신있게 자신의 성적 취향을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와야 할텐데요
에피메테우스님/그러게요. 여친 없으면 레드망고 못가죠. 남자 다섯에 여자 하나처럼 성비가 안맞아도 무조건 여자는 있어야 레드망고를 가죠...
실론티님/앗 입력해 두지 마세요. 가끔은 먹고플 때가 있어요. 근데 어제 간 집은 비싸고 맛도 별로라 투덜댄 거죠.

플라시보 2004-09-03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같은 생각인지 모르겠는데요. 남자들도 학교 다닐때 화장실을 친구와 같이 간다면 그 이외의 모든것을 함께하는 것에 익숙해질수 있지 않을까요? 흐흐.
 

 

 

 

 

 

사진: 위 사진은 본문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데요.

* 글을 하루에 하나는 써야 하는데, 오늘 하나도 안썼네요. 그래서 시덥잖은 글을 하나 써요. 전부터 쓰려고 했던 건데요, 뭐 그냥 넋두리죠.

전 알라딘 마을을 매우 평화로운 곳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푸른 잔디가 깔려있고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곳, 연못에는 금붕어가 뛰놀고 갈대밭에는 파란여우가 있지요. 이따금씩 판다가 눈비비고 나오는 알라딘 마을, 사람들은 늘 즐겁게 춤을 추고, 때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이곳이 전 참 좋습니다.


하지만 살 책을 고르기 위해 책 리뷰들을 보다가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싸이코가 뜬다>의 리뷰에서 어느 분이 ‘폭력’ 얘기를 하자, 다음과 같은 답글이 달렸습니다.

매캐한 당신(7/30):  그렇다면, '알라딘 마을' 모임의 폭력은 어떠한가.


그냥 의견이 다른 사람의 말이려니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폭력’이란 그 말은 오늘 오전 내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우리는 폭력을 휘두른 적이 없습니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언제나 따뜻이 맞아 줬고, 기쁨과 슬픔을 같이 나눴습니다.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이벤트를 열고, 주머니를 털어 상품을 줬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들 어디에서 폭력의 낌새를 찾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건 서재질을 열심히 하는 극히 일부의 알라디너에게만 해당될 뿐, 거기 끼지 않는 수많은 분들에게는 우리끼리의 결속이 폭력으로 보일 수 있나 봅니다. 알라딘 마을은 사실 굉장히 넓습니다. 저야 제 서재를 찾는 200명 내외의 서재 주인들밖에 모르지만, 알라딘에서 활동을 하는 사람은 사실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언젠가 놀란 적이 있습니다. 평범한 여대생님이 페이퍼를 전혀 안쓰실 무렵, 그분의 즐찾 수가 450명을 넘고 있었다는 사실에요. 그전에 제가 인기 서재 주인장들과 이런 얘기를 했었거든요. “즐찾의 한계는 몇 명일까? 300명? 400명?” 저야 페이퍼를 열심히 쓰면 즐찾이 늘 것으로 생각하지만, 평범한 여대생님은 수준높은 리뷰로 많은 독자들을 형성하고 있었던 거죠. 즐찾 숫자에 비해 방문객이 훨씬 더 적은 것은 많은 분들이 리뷰만을 읽기 때문일 겁니다. 별로 잘쓴 것도 아닌 제 리뷰에 추천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코멘트가 주렁주렁 달리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을지 모릅니다. 같은 반 애들끼리 일부는 고기를 썰고 나머지는 라면을 먹는다면, 후자는 전자가 미울 수도 있겠지요. 우리끼리 이벤트를 돌리고, 서로의 서재를 오가면서 노는 것도 그러니까 폭력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나옵니다. 모든 사람이 다 친하게 놀 수는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우리가 새로운 사람을 배척한 적도 없거든요. 지금 해놓은 즐찾도 부담이 되는데, 새로운 사람을 찾아 서재를 헤매고 다니는 것도 힘들지 않을까요? 할수없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긴 해도 새로운 사람이 방문하면 따뜻이 맞아 줍시다. 사실 인기서재의 주인장에게 인사를 드리는 건 굉장히 떨리는 일이거든요. 제가 서재질 초창기엔 검은비님이나 진우맘님 서재에 댓글을 다는 게 얼마나 무서웠다구요. 그래도 그분들이 따뜻이 답을 주셨기에 오늘의 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친절과 따스함, 오늘 글의 주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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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9-01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어설픈 리뷰에 찬사를 보내주시니....;;;; 삐질삐질... 남들이 말로 표현하는 것까지 전 글로 해대다 보니 조금 더 부산스런 문체를 선보일 수 있게 되었을 뿐, 모든 세계는 접하면 접할수록 오묘하고도 깊이있기에 항상 제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걸요... (사실은 리뷰 쓰는 그 순간 소심증에 시달립니다. 이 책에 이런 평을 가하면 다른 사람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라면서--;)
폭력이라는 개념 역시 상대적인 것이겠지요. 이미 형성되어 있는 거대한 문화에 외부자로서 개입하려 들 때 느끼는 소외감 역시 의도하지 않은 것일지라도 충분히 폭력적일 수 있는 것일테구요. (폭력이라는 개념 역시 정의하기 나름이니까요. 아... 이 알 수 없는 상대주의적 논리...)
서재에서 노는게 이렇게까지 재미있는 줄 모르던 시절과 지금. 얼굴에 깔린 철판의 두께가 조금 더 두꺼워지긴 했지만, 제 아무리 두꺼운 두께의 얼굴을 가질지라도 결국에는 인터넷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할 듯 싶네요.. 후훗... 절 처음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하지요. '도무지 친해질 수 없을 거 같은 사람'이라고. 아주 사교적이고 성격 좋은 분들도 저의 낯가림이 심하다 못해 무뚝뚝한 태도 앞에서는 다들 무릎을 꿇더라는....;;; 어설픈 수험생 신분만 아니라면 고기파티(?!)에 가서 뻘쭘하게 나마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있겠지만, 공부는 안 하지만서도 마음만 급한 상황인지라... --;;
하암.. 아무래도 오늘은 잠병에 걸린듯 하여 이만... 휘리리릭...

2004-09-01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9-0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고기파뤼 3차 정도 진행중이실까요(웃음)

2004-09-01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arrysky 2004-09-01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소외시키지도 배척하지도 않았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네가 나쁜 것 아니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혼자 받는 상처도 상처니까요..
음.. 어떤 분(들)인지 모르겠지만 저도 그 상처에 한몫 한 듯해서 죄송스럽네요.. 아, 참 어려워요.

2004-09-01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nnerist 2004-09-01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모임에 가나 '나'를 드러내고 말을 하는 데는 크거나 혹은 작은 정도의 용기가 필요할 겝니다. 그렇게 용기를 보인 사람에게 기존 집단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이 일정 크기에 벽을 허물어 그 사람을 맞아줄 거구요. 그러다가 말이 오가고, 또 친해지고. 이 과정을 거칠게 말해 '진입장벽 허물기'라고 할 때, 알라딘 서재는 제 경험상 그 장벽의 크기가 꽤나 낮은 곳이더군요. 맥락없이 자기 하고싶은 말만 툭툭 던지고 사라지는 '도사'들이나, kin등등을 외치는 악플도 꽤나 드문 편이구요. 아무 제한과 맥락 없는 '폭력'(주요 개념이 저런 제한 없이 포함된 문제제기방식은 무시하는 편입니다) 이란 말에 너무 깊게 빠질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그런 생각을 해요. '주의환기'정도로. 가끔 낮익은 사람들이 한 마디 리플 남길 때, 반갑습니다. 한 마디 쓰고 거들어주는거, 어렵지 않은 일이니 잘 지키자. 라구요. 그 사람이 꽤나 큰 용기를 내어 몇 자를 썼을지도 모르니까요. 이 점은 저도 생각해봐야겠네요. 그 분이 쓴 '폭력'이라는 말이 알라딘 서재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이정도의 주의환기. 라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삐딱하게 보자면 한없이 삐딱하게 볼 수 있는게 사람 마음이니까요. 지금 이 글과 많은 수의 리플도 삐딱하게 보면 '저것들 이럴 때 한 번 생각해 주는 척 하고, 이런 글을 면죄부삼아 다시 폭력(그 분이 쓰신 대로라면)을 행사할게 뻔해.'라고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요. '주의환기' 딱 그정도. 라고 생각합니다.

낮선 분들이 글 남기실 때, 지금보다 더 반갑게 맞아야 하겠네요.

2004-09-02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02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02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groove 2004-09-02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정말로 착하신것같아요 남도 배려할줄아시고..감동!!

2004-09-02 0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9-02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roove님/글로만 착합니다.... 착하게 살아야 할텐데...
매너리스트님/코멘트로 남기기 아까운 좋은 댓글인 것 같습니다. 결론은 우리가 반갑게 맞아주자는 거지요?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먼저 말을 걸어주고 그러는 것도 필요할 듯 싶어요. 자신은 없지만...
스타리님/맞습니다. 님은 너무너무 인기가 많잖아요. 님의 높은 인기에 저도 상처받을 때가 있다면 믿으실까요?
마크님/고기파티는 토요일이구요, 어젠 그냥 학장님 모시고 다른 거 먹었어요.
평범한 여대생님/수험생일수록 잘 드셔야 하는 거 모르십니까? 즐찾 500명이신 분이 쑥스러워하시면 안되죠!!

ceylontea 2004-09-02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도.. 어제 마태우스님 출연하신 프로그램 못봤어요... 이 페이퍼 읽을 때까지만 해도 생각했었는데... 어제 회사에서 열받는 일 있어서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말았답니다... 죄송해요... 그래도... 전 번개에 갑니다...

soyo12 2004-09-0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모임에 들어가거나 그 곳의 친한 사람들 사이와 자신 사이에 약간의 장벽이 보이는 건 사실인 듯 합니다. 하지만 그곳에 얼굴에 철판을 깔고 꿋꿋히 들어갈 수 있는 넉살만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뭐 넉살을 깔았는데도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라면 나와 안맞은 것 그뿐이고, 세상 그 누가나 나를 좋아할 수도 없고, 세상 그 많은 사람을 제가 사랑할 수도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예수도 못한 걸 그저 인간의 딸인 제가 할 수는 없을 것 같거든요. ^.~

마냐 2004-09-02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고민들....역시 오라버니와 저는 마씨의 핏줄로 엮인 모양임다...
비슷한 글...써놓고 숨겨놓았는데....하하하. (삐질삐질)

마태우스 2004-09-0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어머나 왜 숨겨두셨어요... 제게만 보여 주셔요!! 하여간 마씨는 속일 수 없나보죠? 근데 제가 오라버니라니요, 누님!
소요님/초등학교 때 전 애들과 친하고 싶어서 늘 그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었어요. 그때 누군가가 제게 손을 내밀어 줬다면 초등 시절이 좀더 아름다웠겠지요. 지금 제 기억에 초등 시절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어요
실론티님/저도 못봤는걸요. 죄송하긴요... 내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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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8월 29일(일)

누구와?: 초등 친구들과

마신 양: 소주 꽤 마셨지 아마...집에 가니 12시였다. 

참고: 일년간 마신 술의 빈도와 읽은 책의 권수가 요즘처럼 비슷한 적이 없던 것 같다. 125번 술마시고 96권의 책을 읽었도다.

1. 비틀즈

존 레논이 죽었을 때, 난 중학교 2학년이었다. 그가 죽었다는 걸 난 그해 겨울방학 때 알았다. 우연히 주운 주간지를 보니 존 레논이 죽었는데 전국의 소녀팬들이 우르르 자살을 했다나? 난 참 별일도 다 있구나 하고 혀를 찼다. 가수가 죽는데 왜 지들도 죽지? 하지만 1년 전 있었던 레이프 가렛의 내한공연에서 우리 팬들이 보였던 열광적인 반응을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건 그렇고, 내가 궁금한 건 도대체 존 레논이 누구인가 하는 거였다. 당시 팝송에 심취해 있던 누나에게 물었더니 ‘비틀즈’의 멤버란다. 비틀즈? 비틀즈는 또 뭐지? 기타를 치는 친구로부터 비틀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물론 그 설명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단지 멤버 네명의 이름만 열심히 외웠던 것 같다. 존 레논과 존 덴버를 헷갈려가면서. 그때의 난 부를 줄 아는 노래가 “저 멀리 하늘에 구름이 간다 외양간 송아지 음매음매 울 적에”라는 동요스러운 노래 뿐이었고, ‘팝송은 아편’이라는 이상한 도그마에 사로잡혀 ‘문화 사대주의’ 운운하며 라디오를 멀리하던 시절이었다.


친구로부터 비틀즈가 대단한 그룹이란 설명을 들었어도, 난 가수가 그렇게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는 생각은 도저히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난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007의 본드걸로 나왔던 바바라 바흐-내가 좋아하는 배우다-가 링고 스타랑 결혼한다는 기사를 봤을 때, “바바라 바흐가 아깝다”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비틀즈는 점점 내게 대단한 존재가 되었고, 지금은 아예 존 레논을 존경하기까지 한다. 그의 노래를 안듣고 살아가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고2 때 나랑 친한 친구 하나는 뻑하면 굵디굵은 목소리로 “예스터데이..오마이 트러블...어쩌고..”를 불렀고, 라디오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비틀즈의 노래가 나왔으니까. 어렴풋이 아는 <Let it be>같은 노래도 다 비틀즈 노래라는 걸 알고나서, 난 좀 안타까웠다. 내가 그런 대단한 가수와 14년을 살았는데, 어떻게 보면 그건 큰 행운인데, 그를 죽은 후에야 알았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돼?(같은 한탄을 커트 코베인을 알게 된 후에도 했다...쩝)


즐겨듣지는 않지만, 난 비틀즈 노래가 나오면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들을수록 괜찮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내가 이 나이에 비틀즈에 심취하고 그러지야 않지만 말이다.


2. 엊그제

내 친구 표진인이 존 레논의 카피밴드 소속인데, 그 밴드가 지난 일요일날 시청앞 공원에서 한시간 동안 공연을 했다. 친구들과 함께 가서 들었다. 진인이는 노래를 꽤 잘해서 우리끼리 있을 때는 거의 발군인데, 어려서부터 친 기타도 무지무지 잘친다. 하지만 그의 가창력은 공연장에서 보니 프로는 아니였다. 그가 맡은 건 폴 메카토니 역인데, 그가 노래를 부르는 걸 듣고 있자니 존 레논 역이 정말 노래를 잘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진인이는 오랜 기간의 방송출연 경험 덕인지 재치있는 입담과 무대매너로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공연이 끝나고 난 뒤에는 유일하게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 밴드의 명성은 진인이 덕분도 꽤 있다는 얘기, 존 레논이 “노래는 못해도 자르질 못한다”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고 일요일임에도 친구들과 모여 술을 마셨다. 좋은 공연에 좋은 술자리, 진인이는 이전에 홍대앞 클럽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정신과 개업의에다 방송출연을 하는 연예인, 그리고 밴드 멤버까지 하니 무척 바쁠 것 같다. 그가 결혼을 못하는 건 그 생활을 진정으로 즐기기 때문이 아닐까. 주로 웃기는 소리만 하지만, 내가 어려울 때는 힘이 되는 말을 해주는 진인이, 충분히 멋진 녀석이고, 내가 그의 친구라는 게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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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8-3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친구가 옆에 계셔서 마태님은 행복하시겠어요. 하지만 마태님도 멋있는 분이십니디. 정말요.^^

하얀마녀 2004-08-3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유상종이라던데요.
의대 예과 과장에 딴지일보 기자이기도 하고 유머와 위트가 가득한 글을 쓰는 능력, 테니스, 주량... 거기다 재벌2세. ^^

nugool 2004-08-3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 존 레논이 죽은 해.. 저는 중1이었는데.. 어쨌든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라면, 비틀즈 대부분 좋아했지요.

oldhand 2004-08-31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주변에는(마태님을 포함해서) 어찌 그 연배에 그리도 능력있는 총각들이 많단 말입니까. 13살 연하의 미녀와 사귀는 분도 계시고.. 대개 '능력(경제 능력, 여성 편력등등 어떤 능력이든 간에)이 없어서 장가도 못가는' 노총각들만 주위에 포진한 저로써는 신묘할 따름입니다. 이건 역시 노는 물이 다른겁니다.. 아아.. 저런 분들은 독신으로 살아도 주위에서 멋있다고 생각해주지만 후자의 노총각들은 주위에서 염려와 한탄의 한숨만 넘쳐날 뿐이지요.

ceylontea 2004-08-3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 친구들과라... 부럽습니다..
전 초등 친구들과는 만나는 경우가 없네요...그래도 연락이 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한테 서운해서 삐져버리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답니다... 제가 연락을 해야만 연락이 되던 친구였으니 잘 된 것일까요? 아쉽기는 하지만... 후회하진 않습니다...

panda78 2004-08-31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얀마녀님 글에 1000% 동의합니다!
두 분다 정말 삶을 즐기며 사시는 것 같아서 가끔 참 부러워요.

플라시보 2004-08-3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틀즈. 제 여동생이 무척 좋아하는 밴드입니다. 비틀즈의 정신을 계승한 밴드가 오아시스고 그 밴드 역시 좋습니다. (님도 아시겠지만^^) 너바나의 코트 커베인은 저도 무척 좋아하는 아티스트인데 당시 한참 펄잼이며 너바나같은 쟁쟁한 그룹들이 수준높은 연주를 들려주어 꽤나 행복했던 시기였습니다.

chaire 2004-08-3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신촌에서 표진인 아저씨의 병원 간판이 현대백화점 옆에 붙어 있는 걸 보고는, 저는 아, 마태우스 님 친구분이다! 하고 외쳤다지요... 그러니까, 마태 님이 제겐 더 유명한 분이라는...^^

털짱 2004-08-31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신생활을 즐길 줄 아는 친구라... 음... 제거해야겠군...-.,-++

비로그인 2004-08-3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선생님은 방송으로만 뵈었지만

이렇게 측근(?)의 말씀을 들어보니 더욱 괜찮으신 신사분 같이 느껴집니다.

파란여우 2004-08-31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비틀즈를 몰라요.83년생이라서요..호호호호

아영엄마 2004-08-31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표진인님도 독신이시군요. 멋진 친구는 자랑해야 합니다. 더불어 가치가 높아지지 않겠어요~ 흠~ 그나저나 파란여우님은 갑자기 어려지셨네요. 저는 20대 되기 전까지는 팦송을 가요보다 더 많이 들었는데..쩝~ 지금은 아무 것도 안 듣고 삽니다..정서가 메말랐어...ㅜㅜ

2004-08-31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01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4-09-0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어제 식사하면서 표진인씨의 카피 밴드 얘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표진인씨의 절친한 친구와 절친한 친구 사이다."고 자랑을 해댔죠.ㅋㅋㅋ
주로 웃기는 소리만 하지만, 내가 어려울 때는 힘이 되는 말을 해주는 마태님, 충분히 멋진 마태님, 내가 님의 친구라는 게 뿌듯합니다.^^

마태우스 2004-09-0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어머나 고마워요! 저도 사실 진우맘님 아니었으면 어떻게 서재생활을 했을까 심란했을 거예요
아영엄마님/옛날엔 팝송이 주였지요... 지금 아무것도 안들으시는 건 음악 말고도 영혼을 달래줄 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겠죠 님같은 경우엔 게임과 책, 그리고 아이들.
여우님/으음, 여우님이 그러시니 귀엽습다. 늘 젊게 사시니 83년생이라 해도 믿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전 85년생!
마크님/다른 분이 님을 마크님이라 부르더군요. 저도 그러기로 했습니다. 아니 뭐 신사까지는 아니구, 매우 솔직하게 말을 합니다. 특히 여자의 미모에 대해서요^^
털짱님/안됩니다. 그 친구 덕을 제가 은근히 보는데 제거라뇨
카이레님/하핫, 그렇다면 열심히 해서 표보다 더 유명한 사람이 되어야겠네요^^
플라시보님/동생분은 비틀즈와 동시대를 살지도 않았는데 그리도 좋아하시네요. 전 그게 참 신기해요. 하기사, 옛날에 죽은 사람의 책도 읽는데 음반도 그리 못할 건 없지만...
판다님/전 판다님 말씀에 50%만 동의합니다. 전 표처럼 인생을 즐기며 살지 못합니다. 그저 마실 뿐....
실론티님/저도 헤어졌다가 인터넷 동창회 때문에 다시 친구를 얻은 경우죠. 거기서 떨어져나온 사조직이 진인이를 비롯한 몇몇 애들이죠. 내일도 만나기로 했답니다.
올드핸드님/그, 그게 아니라... 저기요, 제가 나중에 조용히 말씀드릴께요
너굴님/으음, 님의 연배도 좀 되시는군요. 저보다 겨우---한살 어리시네요.
하얀마녀님/의예과장은 학장보다 낮고, 테니스는 샘프라스보다 못치고, 주량은 털짱님에 비하면 어린애 수준이고, 유머나 위트는 사과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스텔라님/그래요, 정말 전 행운아인 것 같습니다. 좋은 친구가 곁에 많아서요.

2004-09-01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4-09-0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여동생은 비틀즈와는 무관한 세대죠. 굳이 따지자면 HOT세대죠^^ (전 뉴키즈 온더 블럭 세대구요.) 그런데도 비틀즈를 좋아하게 된건. 그 녀석이 중학교 다닐때 오아시스를 알게 되었고 그 그룹의 멤버들이 맨날 '우린 비틀즈를 너무 좋아하고 그들을 계승할라요' 하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었거든요. 그래서 비틀즈를 좋아하게 되었죠. 제 친구가 뮤지컬 맘마미아를 보고 아바를 좋아하게 된 것 처럼 말입니다.^^
 
삼국지 세트 - 전10권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드디어 <삼국지>를 다 읽었다. 열권짜리 책을 읽고나면 좀 쉬고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삼국지>는 여러번 읽어서 그런지, 아니면 내용이 워낙 재미있어서 그런지 다 읽으니 아쉽다는 생각까지 든다. 읽고 난 느낌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원본에 충실한 삼국지라는데, 다른 판본보다 특별히 재미있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다만 지도가 잘나와 있어 도움이 되었고, 그림이 아주 멋있었다.

-어려서부터 들은 말이다. “<삼국지> 열 번 읽은 사람에겐 감히 대적하려 하지 말라!” 내 친구 중에 열 번 읽었다는 애가 있긴 하다. 그런데 어찌나 쫀쫀한지, 밥 한번 얻어먹기 힘들다. 그게 삼국지 탓일까?

-처음 읽을 때는 유비.관우.장비에만 초점을 맞췄고, 그들이 죽고나면 읽기가 싫어졌었다. 하지만 다섯 번째로 읽으니 그들의 사후에 벌어진 사건 전개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등애와 종회의 치열한 경쟁과 그들을 이용한 강유의 반간계가...

 

-옛날 싸움은 참으로 낭만적이었나보다. 군사들이 대치한 와중에 대장이 “너는 한낱 오랑캐거늘 왜 침략하고 난리지?”라고 한마디 하면 저쪽 대장이 크게 노해서 창을 들고 달려나온다. 한 장수가 이기면 나머지 군사는 우르르 돌격하고, 상대방은 크게 패해 달아나기 일쑤, 그러니까 그땐 장수의 무예도 꽤 중요한 요소였다.

-대부분의 전투에서 작전은 참 단순했다. 거짓으로 패해 달아난 뒤 매복한 군사가 들고 일어나면 대부분 승리할 수 있었는데, 그런 단순한 작전에 군사들은 번번히 속았다.

-삼국지의 배경이 워낙 난세다보니, 음모와 배신이 징그럽게 많이 나온다. 우리가 덕이 많다고 생각되는 유비만 해도 여포, 원소, 조조 밑에 있다가 배신하고 나와 뜻을 이뤘다. 그런데 이런 삼국지를 왜 읽으라는 것일까. 더구나 90년대 초반 대입 수석한 애가 “삼국지를 읽고 논술을 잘봤다”고 하는 바람에 가히 삼국지 열풍이 불어버렸다. 이해할 수 없었다. 삼국지와 논술이 도대체 무슨 상관일까. 하지만 관계가 없는 건 아니었다. 마냐님의 다음 멘트를 보라. “삼국지 덕분인지 마태우스님의 3류소설 내공이 예전보다 훨 출중해지셨슴다” 이유는 모르지만 삼국지를 읽으면 글을 더 잘쓰게 된다.


-유비의 아들 유선은 참으로 멍청하기 짝이 없는데다 주색을 좋아하는 걸로 나온다. 하는 짓거리를 보면 정말 답답하고, 결국 망한다. 그러니까 조자룡이 장판교 싸움에서 100만대군 사이를 종횡무진하면서 유선(그땐 아두)을 구하지 않았다면 촉나라가 그리 쉽게 망했을까. 이런 생각도 든다. 아두를 받아든 유비는 아두를 땅바닥에 던지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 녀석 때문에 하마터면 용맹한 장수를 잃을 뻔했다” 그때의 충격으로 유선이 바보가 된 게 아닐까? 그렇다면 유비가 아무리 지 아들이라도 왕위를 잇게 해서는 안되는 거였는데.

-중국 애들은 키가 크고 팔이 긴 것으로 뛰어난 인물임을 증명하곤 한다. 관우가 9척, 장비가 8척, 유비가 7척, 무슨 농구선수도 아니고 말야. 사마염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뛰어난 인물로 일어서면 머리카락이 땅에까지 드리웠고, 두 손은 무릎 아래까지 내려왔다(10권 207쪽)] 무릎 아래까지 손이 내려오는 게 인간이냐? 장수의 용맹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이런 말도 나온다. [옛적에 염파라는 명장은 나이 여든에도 한말 밥을 먹고 열근 고기를 뜯으니 제후가 그 용맹을 두려워하여....(6권 235쪽)] 밥을 많이 먹는 건 비만의 한 징표지, 결코 용맹이 아니다. 그런 식이라면 삼겹살 38점을 먹은 적이 있는 난 그럼 용맹한가?


-공명은 위연의 머리가 튀어나온 게 ‘반골’임을 나타내는 거라면서 겁나게 구박한다. “배반할 걸 알고 있지만 당장 그 용맹을 필요로 하니 죽이지 않는 것”이라나? 배신이 밥먹듯 이루어지는 그 시대에 그런 구박을 받고 배반하지 않을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그당시에는 잔치에 초청해서 도부수(칼든 사람)들을 매복시켰다가 죽여버리는 게 유행했다. 그런데 마초라는 사람이 그런 짓을 하려다 들켰다. 면박을 당하자 마초는 어떻게 했을까.

“마초가 크게 부끄러워하며 도부수들을 꾸짖어 물리쳤다(6권 114쪽)]

아니 지가 불러놓고선 왜 “꾸짖어 물리”치는 거지? 뻔뻔하지 않는가?

 

-‘칠종칠금’의 주인공 맹획의 동네에서는 “딸이 다 자라면 계곡에 나가 남녀가 뒤섞여 목욕을 하다가 배필을 고르게 했다”고 한다. 남자애들이 흥분하면 창피할 텐데...

-‘서서’라는 인물이 있다. 읽을 때마다 든 생각인데, 이 사람은 도대체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유비를 존경하나 조조한테 가더니 “계책을 한가지도 내주지 않겠다”고 하고 그대로 생을 마감한다. 그가 유비에게 있었다면 오나라와의 이릉대전에서 그토록 무참히 패하지는 않았을텐데.

-위나라의 실권을 장악한 조상이 한 일, “각처에서 진상하는 진기한 물건들은 그가 먼저 골라 차지하고...그의 부원을 미녀들로 채웠다” 이러니까 아무리 작은 나라라 할지라도 왕을 서로 하려고 목숨을 거는 거다. 박정희도 모델들과 숱하게 놀았건만, 불쌍하다 노무현이여.


윽, 간단하게 정리하려고 보니 너무 길어졌다. 삼국지를 읽느라 리뷰를 통 못썼지만, 이걸 빌미로 삼류소설을 몇편이나 우려먹었고 8월달을 18권을 읽으며 마감할 수 있었으니 득이 많았던 것 같다. 글은 물론이고 말투까지 삼국지체로 바뀐 게 단점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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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08-3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서야 뭐 어머니때문에 그런거니까...

마태우스 2004-08-30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굼님/그렇긴 한데요, 어머니가 자살하신 뒤에도 계속 그렇게 인생을 살잖습니까. 그게 좀 아쉽더라구요.

starrysky 2004-08-30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 최근 읽은 가장제일최고 재미난 리뷰였어요. 아웅, 스트레스가 확 풀리네요. ^-^b

비로그인 2004-08-30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추천~
전 여러권짜리 책은 무서워서 잘 못읽어요 엄두가 안나서 ㅜ.ㅜ

하얀마녀 2004-08-30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내용이 많다 보니 사람마다 얘기할 거리가 많은 책이군요. ^^

노부후사 2004-08-30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의 전투에서 작전은 참 단순했다. 거짓으로 패해 달아난 뒤 매복한 군사가 들고 일어나면 대부분 승리할 수 있었는데, 그런 단순한 작전에 군사들은 번번히 속았다."

단순한 작전이기는 한데, 그건 독자입장에서 보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책이란 것이 워낙 전후 설명과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잘 말해주다 보니까, 뻔한 덫에 걸리는 그들의 모습이 우스워지는 것일 수도 있겠죠. 상대의 무예실력이 정확히 어느정도인지 당사자는 전혀 모릅니다. 솔직히 <삼국지> 전체에서 두 번 이상 맞붙는 장수가 손을 꼽을 정도잖아요. 대개가 서로 초면인 셈인데, 지금 저 놈이 사기를 치는 건지 아닌 건지 전혀 예측이 안 가는거죠. 사기 당하고 난 다음의 자기모습을 보면 우스워지는 것과 비슷한 사례가 아닐까요?

이릉 전투에서 서서가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유비가 바득바득 우기면서 오나라 정벌갈 때, 제갈량이 아쉬워 했던 사람은 법정이라고 합니다. 정군산에서 황충이랑 머리 굴려서 하후연을 죽인 그 사람 말예요. 참 이상하죠. 제갈량도 못 말린 유비를 법정이 말릴 수 있을 거라니 말예요. 정사에 보면 법정이란 양반의 성깔이 보통이 아니라고 합니다.왜, 법정이 장송이랑 짜고 익주를 유비에게 헌상하잖아요. 익주 정벌 후, 유비가 인사차 법정의 집을 방문했는데, 법정이 유비 앞에서 등을 돌리고 앉아 아는 체도 안하고 있더랍니다. 같이 갔던 법정의 친구인 맹달이 머쓱해서 법정을 나무라니까, 법정 왈 "나로 인해 촉의 땅에 발을 디딘 이에게, 왜 그를 끌어들인 내가 일어나야 하는가?” 결국 유비가 무릎을 꿇고 감사를 표한 후에야 법정이 유비를 아는 체 했다고 합니다.

이 양반이 또 바른 말을 워낙 잘 해서 유비 앞에서도 호통을 치고 그랬다고 해요. 넉살 좋은 유비도 짜증이 났는지, 누가 저 놈의 입 좀 막으라고 하니까 법정이 하는 말이 “내 입을 막는다고 하여 안 될 일이 되지는 않소이다!”라고 했다니 그 배짱이 두둑하죠.

그래도 유비를 위한 일은 끔찍입니다. 일례로 한중공방전에서 유비군이 조조군에 의해 수세에 몰리자, 유비의 주위 신하들은 모두 혼비백산 흩어졌는데, 오직 법정만이 남아서 유비 대신 화살을 막았다 합니다. 이에 유비가 법정에게 어서 피하라고 말하니까 법정이 버럭 화를 내면서 “주군이 물러가지 않는데 신이 어찌 물러납니까?”라고 했다 하네요.

그런데 법정이고 서서이건 간에, 이릉에서 유비가 그토록 무참하게 깨지는 게 저는 좀 이해하기 힘들더라구요. 그 유식하고 지혜롭기로 소문난 백미 마량이 유비 옆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혹 마량이 과대평가된 것일 수도 있겠군요.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었습니다. ^^

부리 2004-08-3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메테우스님/오오, 님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십니다. 님을 위해 삼국지 퀴즈라도 내야겠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드는군요.
하얀마녀님/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한 열장 정도 쓸 것을 한장 반으로 줄였어요.
On your mark님/막상 여러권을 시작하려면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답니다. 저도 그랬어요. 이거 산지 일년 넘었을껄요
스타리님/아이 부끄럽게...스타리님은 마태만 좋아해!

瑚璉 2004-08-31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님께 책을 하나 추천 드립니다. '후흑열전'이라고 하는데 한 번 읽어보실만 할 겁니다.

sweetmagic 2004-08-31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메테우스님
..오................오........................!!
저님 보면 떠오르는 책이 있어요. 아티스트 웨이라고 .....ㅎㅎㅎ

sooninara 2004-08-31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삼국지가 재미없더라구요..ㅠ.ㅠ..
괜히 10권 덜컹 사버렸나봐요..그넘이 그넘이고..매번 속여 먹을 생각만 하고..등장인물은 엄청 많고, 엄청 죽어나가고..이거 인해 전술이 따로 없습니다..

꼬마요정 2004-08-31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중문과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삼국지에 나오는 군인 수는 그 시대 살았던 모든 중국인들이 세 번은 죽었다 살아나야 성립되는 수다...
뭐 하면 백만 대군, 여차 하면 팔십만 대군..기본이 십만 대군... 중국에 아무리 사람이 많다해도 좀 심하긴 하죠...^^;;

털짱 2004-08-31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중국뻥이 심하다란 말씀이 논어에 나온다고 매직녀가 말씀하셨습니다.=.,=;

stella.K 2004-08-31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셔요, 마태님! 저는 부끄럽게도 한번도 재대로 읽지도 못한 삼국지를 버전을 바꿔가며 읽으시더니 결국 황석영판도...존경하옵니다. 근데 어떤 게 제일 좋던가요?
그래도 전 3류 소설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아영엄마 2004-08-31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만 안 읽은 거 아닌가 싶어서 조용히 있었는데.. 다행이다..^^;; 언젠가는 꼭 읽게 되겠지요.

마태우스 2004-08-31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사실 삼국지를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저야 워낙 음모와 배신을 좋아하지만, 님처럼 아름답게 살아오신 분이 굳이 그런 걸 읽을 필요는 없죠.
스텔라님/남들은 아니라는데 전 그래도 이문열 판이 제일 좋아요. 근데 이문열판은 자의적 해석이 많은지라 처음 판을 이문열 걸로 읽으면 안되구요, 황석영을 읽고 이문열을 읽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아하 그렇구나"라고 할 수도 있고, "이건 아닌데"라고 할 때도 있답니다. 3류소설 칭찬해 주셔서 감사!
털짱님/흐흑, 털짱님 노여사 때문에 변한 것 같아요. 옛날에는 "민--"으로 시작하는 코멘트를 날렸는데, 지금은 매우 딱딱한 코멘트를... 저 정말 잘할께요!!
꼬마요정님/그러게 말입니다. 어찌나 뻥이 심한지, 100만 대군을 어떻게 혼자서 종횡무진합니까.
수니나라님/제가 그래서 '자라나는 애들이 이거 읽으면 좋은가?'라는 걱정을 했었드랬죠. 흐음, 하여간 제가 님보다 먼저 읽었네요. 이겼다!!
스윗매직님/아티스트 웨이라... 찾아보니까 창조성을 기르는 12주 프로그램이군요. 저도 창조성 갖고 싶긴 한데...
호련님/후흑열전..찾아보니까 공자를 빌미로 민중을 탄압한 역사에 대한 책이로군요. 좋은 책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왕창 지를 일이 있는데, 그때 살께요.

mannerist 2004-08-3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국지 완독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프레시안(www.pressian.com)에서 연재되는 삼국지 이야기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뙤놈들의 머릿속 순두부 굴리는 법에 대한 균형감각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soyo12 2004-08-31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석영씨의 삼국지를 망설이고만 있습니다.
음, 저걸 홈쇼핑에서 왕창 할인하면 그 때 사야하나 생각하면서. ^.^
그런데 생각보다 특별한 메리트가 없다는 이야기도 간혹 들리더군요.
전 솔직히 삼국지 중에 일본 만화로 읽은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는.........
왜냐면, 음........유비나 관우나 특히 공명이 정말 잘 생겼습니다. ^.~

마냐 2004-08-3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뿌듯뿌듯. 시원섭섭..그 기분 짐작됩니다. 축하드려요. 저런 책은 어떻게 리뷰하나 했더니..모범을 보여주시는군요. 크크크.
저두...님을 본받아 내공 좀 키워보려구 '열국지' 들어갔슴다. 12권! 이제 1권 읽었답니다. ^^

노부후사 2004-08-3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말씀이 맞겠네요. 헌제 재위 당시 후한의 수도인 허창의 인구가 30만을 밑돌았다고 하니까요. 세 네 번은 죽었다 살아야지 될 듯 하네요. ^^

전 황석영 씨가 쓴 <삼국지>는 너무 팔려고 티내서 별로더라구요. 창비 편집위원들은 죄다 튀어나와서 이문열 삼국지 후지다 나쁘다 하는데 영 눈에 거슬려서요. 솔직히 글빨은 이문열 것이 더 살던데요. '출사표'만 둘이 대놓고 비교해보면 알 수 있죠. ^^

oldhand 2004-08-3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부터 삼국지는 꼭 여름에 읽게 되더군요. 최근 10여년 동안 읽었던 삼국지들은 항상 여름에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봤자 만화본 포함해서 3-4번 이지만요.. 어느새 '삼국지는 여름에 읽어야 제맛' 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듯 해요. 마태님도 삼국지로 인해 다소나마라도 올 여름이 풍성해 지셨으리라 믿습니다. 일단 일독하고 나면 뿌듯하잖아요.

ceylontea 2004-08-31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버얼써.. 다 읽으셨군요...

2004-08-31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시지 2004-09-01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의 리뷰는 자연스러움과 솔직함에서 품어나오는 따뜻한 인간미와 재치발랄한 표헌이 불러일으키는 즐거운 웃음을 주무기로한 엄청난 내공을 품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마태우스 2004-09-0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님/어머나 제가 방심한 사이 이렇게 주옥같은 댓글을 달아 주셨네요. 히히, 아무리 그래도 전 리뷰 못써요. 제가 알아요!!! 모레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