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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대학 때, 내 별명은 ‘살리에르’였다. 유머에 재능은 없지만 노력은 누구보다 열심히 했으니까. 나랑 같이 놀던 친구 중엔 ‘모짜르트’가 있었다. 별로 대단한 말도 아닌 것 같은데 그의 입을 거치면 대단한 유머가 되고, ‘어록’으로 회자되었다. 소리의 단위인 dB(데시벨)을 빗대어, ‘서민이 평소 웃기는 걸 1 데시서라고 하면, 고xx(모짜르트의 이름)가 웃기는 건 1 데시고다. 그런데 1 데시고 = 1000 데시서야“라는 말까지 나돌았으니, 내가 그의 천재성을 얼마나 부러워했겠는가.
어쨌든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웬만한 여자는 다 뒤로 넘어갔다. 그런데 한 여자는 거의 한시간을 시도해도 미소 한번 짓지 않았다. 우린 화장실에 가서 대책을 상의한 뒤, 돌아와서 고릴라 흉내를 냈다. 그 여자는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러니까 몸으로 웃기는 걸 좋아한 거였다. 우린 그 뒤 코끼리, 뱀, 악어 흉내 등을 냈고, 여자는 거의 한시간 이상을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를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은 나, 하지만 그 책을 추천 혹은 선물한 결과는 별로 신통치 않았다. 사람마다 웃는 포인트가 다르니만큼 그건 당연한 일이고, 웃기는 책을 추천하는 건 그래서 조심스럽다. 지금 리뷰를 쓰는 <개를 위한 스테이크> 역시 난 정말 폭소를 터뜨리며 읽었지만, 추천할 자신은 없다. 이 책에 나오는 유머의 예를 들어본다.
아이가 유치원에 안가려고 해서 고민이 된 남자가 옆집을 방문했다. 옆집 남자의 말이다.
“당신의 의지를 강요해서는 안돼요...인내심을 가져야만 해요. 우리는 때때로 가비에게 슬쩍 묻기만 해요. ‘가비, 내일은 유치원에 가는 게 어떻겠니?’ 그게 다에요”
그때 가비가 들어왔다. 키가 180센티쯤은 되어 보이는 아이가.
부인이 묻는다. “내일은 유치원에 안가고 싶니?”
“예, 가기 싫어요”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거라”
가비가 나간 뒤 부인이 말한다. “저애가 유치원에 안가려고 하는 것에 대해 저는 전혀 개의치 않아요. 어차피 유치원에 가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걸요. 저애는 내년에 군대에 간답니다”
이게 맘에 든다면 이 책 전체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책의 저자인 키숀은 사실 나와 인연이 깊다. 내가 처음 인연을 맺은 출판사에서 키숀의 책들을 냈던 것. 쥴님이 이 책을 방출했을 때 내가 냉큼 고른 것은 그때의 추억 때문이었다. 그땐 책들이 하나도 안팔려 출판사의 경제를 주름살지게 했고, 내 책과 더불어서 출판사가 망하는 원인을 제공했지만,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은 6쇄까지 찍었으니 꽤 성공한 셈이다. 시대적 배경이 썰렁한 유머에 익숙해진 탓도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로 이 책이 그때 책들보다 훨씬 재미있는 것 같다.
한가지만 더 말하자. 어제 인터넷에 글을 쓰고 있는데, 식탁에 놔둔 이 책의 제목을 본 어머니가 한탄을 하신다.
“아이고, 우리 아들이 이런 책이나 보고 있고. 벤지한테 스테이크 만들어 주려고 그러냐?”
가정을 못갖고 개나 보듬고 있는 걸 슬퍼하시던 어머님은 그 책이 개를 위한 요리책인 줄 아셨던 거다. 아이참, 제목을 왜 그렇게 지어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