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본문 내용과 전혀 무관함...

 

모교 기생충학교실이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나도 당연히 참석해서 50년을 축하했는데, 거기서 느낀 점을 써본다.


1. 전망

우리 교실이 이만큼 버텨왔다는 것도 실로 대단한 일이리라. 하지만 기생충이 거의 박멸 상태에 이르렀다는 세간의 인식을 고려할 때, 100주년 행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우리야 기생충이 모든 학문이 근원이며 가장 중요한 학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런 협박이 과연 얼마나 통할까? 내가 기생충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애들을 돌려보내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래도...설마 교실이 없어지기야 하겠는가? 오래 전에 멸종한 공룡도 연구자가 수천인데...


2. 양복

양복 입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난 유난히 양복을 싫어한다. 학생 때 실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양복 바지를 입어야 할 상황에서도 난 사복을 입고 가방에 싸온 양복을 학교에서 갈아입었다. 그래도 결혼식, 문상갈 때, 학회와 강의 때는 양복을 입었었는데, 어째 점점 안입는다. 5-9월 결혼식 땐 “더워서 양복 못입겠다”면서, 강의 때는 “양복을 입고 안입고보다 얼마나 강의를 잘하는가가 중요하다”면서 양복을 입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강의를 잘 하냐면 그런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어젠 입어야 할 것 같아서 집에 들러서 양복을 갈아입었다. 행사장에 가보니 60여명 중 양복을 안입은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 입고가길 정말 잘한 것 같다. 그냥 갔으면 50주년을 반대하는 걸로 오인받았을테고, 더 중요한 이유로 다들 양복인데 나만 안입었으면 없어 보였을 테니까.


3. 나이듦

공식 행사의 마지막에 나이드신 선생님 두분의 회고담을 들었다. 77세, 72세를 살아오신 분들이니 얼마나 하고픈 말씀이 많았을까. 먼저 72세된 분이 우린 별로 재미없는 얘기를 아주 즐겁게 말씀하셨다. 원래 주어진 시간은 10분이었지만 20분이 지난 뒤부터 난 시계 보기를 포기하고 그림을 그렸다. 말이 잠깐 끊겼을 때, 누군가가 갑자기 박수를 쳤다. 끝내라는 소리, 하지만 그 선생님은 다시금 말씀을 계속하신다. 그때 생각했다. “영원이란 건 과연 무엇일까”를.


그다음 77세. “시간이 없으니 난 간단히 하겠다” 이 말은 물론 믿으면 안되지만, 사람이란 건 번번이 속으면서도 일말의 기대를 하게 마련, 가슴을 조이며 연설을 경청했다. 15분쯤 지나자 그 선생님이 이러신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다시 십분이 지났을 때, 선생님은 공포스런 말씀을 하셨다. “끝으로...” 이 말을 들었을 때부터 십분이 지날 무렵, 박수 소리가 났다. 난 퍼뜩 눈을 떴다. 그리고 환호했다. 공식 일정이 드디어 끝난 것. 참고로 내가 그린 그림은 옆에서 물끄러미 내 그림을 감상하던 어떤 분이 “액자에 넣은 뒤 벽에 걸어놓겠다”고 해서 그분에게 드렸다. 음하하하.


4. 술

비싸 보이는 고량주가 테이블마다 하나씩 나왔는데, 마실 때마다 속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다. 그것도 그렇고, 2차를 대비도 해야해서 술을 자제했다. 그랬는데...2차를 안간단다. 세상에 이런 일이! 난 여유있게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왔다. 40주년 때의 나는 매우 취했던 것 같은데, 그보다 더 큰 50주년에 이렇게 멀쩡히 돌아오다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5. 수건

선물로 참석자 전원에게 타월이 지급된다. 40만원이나 냈는데, 하는 생각에 수건으로 본전을 뽑으려고 타월을 가방에 잔뜩 담았다. 나중에 타월이 모자란다고 해서 손에 든 몇 개는 빼앗겼는데, 묵직한 가방을 들고가는 마음은 뿌듯하기만 했다. 집에 가서 타월을 확인했다. 8개, 어머니는 매우 기뻐하셨지만 난 조금 시무룩해졌다. “열개는 되는줄 알았는데..”

그간 타월이 없어 샤워를 자주 못했는데, 앞으로는 깨끗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10년 후에는 더 많이 챙겨야지’ 하다가, 10년 후 내 나이를 계산해 봤다. 윽, 4x세다! 그 나이가 되어서 수건을 챙기고 있으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아깝다. 수건을 챙길 마지막 기회였는데, 좀더 챙길 걸....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_ 2004-09-1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언제봐도 마태우스님의 글은 재미납니다.

저희 아버지는 5x 중반을 넘으셨는데도, 수건, 이쑤시개 등등을 챙겨오신답니다. 열심히 챙기십시요. 저도 아버지 열심히 거들어드린다는 ㅎㅎ;;

노부후사 2004-09-16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도 수확 많으시길 기원합니다.

하얀마녀 2004-09-16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이번에도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흐흐흐.
타월이 없어서 샤워를 못했다는 말은 재벌2세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

조선인 2004-09-16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상당수준이신가 보군요. 부럽습니다.

oldhand 2004-09-1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개가 안되서 시무룩해졌다는 부분, 압권입니다. 크하핫

진/우맘 2004-09-16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깝네요, 수건. 많이 남았으면 싸들고 와서 이벤트 선물로 풀....ㅡ.ㅡ;;;
재미없는 행사도 마태님 글로 읽으니 재미있게만 보입니다. 혹시, 말 그리신 거 아녜요?

▶◀소굼 2004-09-16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진우맘님과 같은 생각이 들었답니다...말 그리신게 아닌가 싶은;;;

갈대 2004-09-1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 후에도 수건 꿋꿋히 챙기실 수 있습니다!! 저도 행사 때마다 열심히 챙긴답니다^^

panda78 2004-09-1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그림일 거란 생각이.. ^^
음.. 하나에 5만원짜리 수건이라.... ;;;; (다음번에는 꼭 10개 이상 가져오시길- ^ㅡ^ 뭐 어때요,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서 잘 쓰면 되지!)

nugool 2004-09-1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도 음.. 한장에 5만원하는 수건이군... 했더니.. 판다님께서...^^;; 그럼 이제 테니스 치시고 샤워하시는거예요?

sweetrain 2004-09-1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말 그림 좀 저도 감상했으면 좋았으련만...아아. 다음에는 꼭 열개이상 챙기세요.^^

stella.K 2004-09-16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월 떨어지시면 저한테 연락하세요. 저흰 넘처난답니다. 아무리 타월이 없어 샤워를 못하실까? 하하하하!

sweetrain 2004-09-17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0431

1등입니다. 우하하하!


마냐 2004-09-17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기생충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같은 사람도 이제 압니다. 기생충 관련 서적이 불티나게 팔리는 그날이 오면...각 대학이 기생충학 교실을 앞다퉈 만들겠다 할테구...마태님, 몸값도 팍팍...흐흐..혼자 상상해도 즐겁네요. ^^

가을산 2004-09-17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 후에는 아무도 감히 마태님 손의 수건을 뺏어가지는 못할겁니다! ^^

아영엄마 2004-09-18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기념행사에 안 빠지셨군요.. 아직 부인이 없으셔서 그런가 봅니다.^^;; 전 요즘 <기생충 제국>을 붙잡고 있는데 그 책에 수면제가 들어 있나 봐요. 몇 페이지 읽다보면 졸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으니... ㅜㅜ

마태우스 2004-09-1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전 본전 뽑으러 갔죠^^
가을산님/후후, 그럴까요? 가방을 큰 거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마냐님/감사합니다. 근데 마냐님은 저보다 기생충의 중요성을 더 잘 아시는 듯...^^
단비님/1등, 저도 꼭 해보고 싶어요. 말그림 없으신가요? 담에 드릴게요
스텔라님/타월 모으시나보다....^^ 전 타월 없이 샤워 안하는 게 더 좋아요^^
너굴님/타월을 다른 곳에 다 분양하는 바람에 여전히 샤워 못하고 있어요
판다님/방명록에도 말그림 그리고 싶었는데 참았어요. 잘 참은 것 같습니다.
갈대님/님도 샤워를 못하셔서 수건 챙기시는 거죠??
소굼님/하하, 그럼요, 말그림이죠
진우맘님/수건이 꽤 부피가 크더라구요. 그래서 많이 못담았어요
올드핸드님/음, 정말로 실망이 컸답니다. 가방 보면서 뿌듯했었는데^^
조선인님/부끄럽사옵니다. 근데 받으셨나요??
하얀마녀님/아닙니다. 정말 수건이 없어서 못합니다. 재벌이라고 다 있는 건 아닙니다. 저희 집에 디브이디랑 시디플레이어가 없답니다. 디카도...
에피메테우스님/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수건 주는 행사를 가려면 십년을 기다려야 한다는....그동안은 어떻게 샤워를 하라고...
산그림자님/음, 가방은 언제 어느때나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 근데 제가 인사를 드렸던가요? 안녕하세요??
Bird나무님/님이 돌아오셔서 넘 즐겁습니다... 이쑤시개는 안챙깁니다. 전 이를 안쑤시거든요...
 

 

 

 

 

 

 

환경론자와 개발론자 중 어느 쪽이냐고 내게 묻는다면 난 별로 고민하지 않고 환경론자라고 스스로를 자리매김할 것이다. 새만금에 반대하고, 우리동네의 휴식처인 성미산의 개발에 반대할 뿐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연을 뜯어고칠 게 아니라 자연에 맞춰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까. 그런데 그간 받아온 개발 우위의 교육이 너무 투철해서 그런지, 문득문득 개발론자로 회귀하려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 학교 앞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 커다랗다고 해봐야 둘레가 3킬로 남짓한, 그러니까 우리 마당 정도의 크기밖에 안되지만, 출근길에 버스 안에서 그 호수를 바라보다 보니 저렇게 좋은 곳을 왜 그대로 방치해 두는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물이란 사람을 평화롭게 만들어주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렇다고 호수만 덩그라니 놔두면 사람이 오지 않는다. 지금은 낚시꾼들만 진을 치고 앉아 있지만, 사람들이 좀더 많이 와서 유명해지고, 관광수입도 올리고 그러면 좋지 않겠는가. 대체 사람을 오게 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요 며칠간 내가 고민한 게 바로 그거다.


첫째, 배를 띄운다.

원래 사랑의 시작은 배를 저을 때 이루어진다. 애인이라고 하기엔 좀 서먹한 남녀가 배에 올라 힘차게 노를 저으면서, 혹은 물살에 배를 맡기면서 속삭이는 밀어, 캬, 생각만으로도 아름답지 않겠는가.

남자: 물이 좋네요

여자: 호수니까요...

남자: 저기 저 새들을 보세요. 암수 서로 정답잖아요.

여자: 새니까요...


물이 주는 분위기에 휘말려 둘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틈이 날 때마다 자신들의 사랑을 실현해 준 그 호수를 찾는다. “그때 내가 노를 젓다가 손바닥이 까졌지. 당신 솔직히 말해봐, 50킬로 넘지?” “아이, 몰라!”

혹은 사랑이 깨어지고 난 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린 남자는 다시 그 호수를 찾는다.

“호수는 그 호수로되, 그때 그 호수가 아니구나.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꼬”

그때 남자는 자기 눈을 의심한다. 호수의 반대편에 헤어진 여자가 우뚝 서 있는 것.

남자: 미자자자자자----

여자: 수혁씨씨씨---

남자는 여자 쪽으로 달리고, 여자도 그에 호응한다. 둘은 힘차게 껴안는다.

“우리 이제 헤어지지 말아야 해!!”

이런 아름다운 시나리오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배를 띄우자. 너무 많은 배가 있으면 낭만이 깨지니까 한 다섯 대 정도만 하고, 예약도 받는다. 원래 그런 건 고가전략으로 해야 인기가 높아지는 법. 그리고는 소문을 퍼뜨린다.

“천안호에서 배를 같이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

경품도 내건다. “천안호에서 사랑을 이룬 뒤 결혼까지 하면 물고기 50마리를 드립니다”


둘째, 괴물을 만든다

영국에 있는 네스호는 있지도 않은 괴물을 우려먹어 엄청난 관광객을 모았다. 우리라고 못할 게 없다. 개구리와 물개, 바다사자의 정자를 기린의 난자와 인공수정한 뒤 열심히 키운다. 뭐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희한한 동물이 나올 것이다. 그 녀석을 물 속에서 살게 하는 거다. 그리고는 언론플레이를 전개한다.

“천안호서 괴물 출현! 목이 겁나게 긴데 혀가 둘로 갈라짐!”

너무 자주 나타나면 안되니 열흘에 한번 정도만 그 괴물을 풀어놓는다. 소문나면 외국에서도 온다. 관광객이 몰리면 테두리를 친 뒤 입장료를 받고, 근처에 괴물의 캐릭터 가게가 들어선다. 솜사탕, 아이스크림도 날개돋힌 듯이 팔리고, 인근에 있는 우리 병원의 수입도 올라간다. 음하하.


그런데... 괴물이 태어나지 않거나, 물에서 못살면 어쩌냐고? 할수없이 사람이 괴물 가죽을 뒤집어쓰고 연기를 해야 한다. 어쩌면 그게 더 나을 수가 있다. 더 리얼하게, 사람들 겁도 줄 수 있지 않는가. 물론 걸리면 끝이지만, 호수의 밑을 파서 비상구를 만들어 놓으면 잡힐 염려가 없다. 괴물, 이거 좋은 아이디어 같다.


그밖에 수상호텔을 짓는 안, 분수를 만드는 안, 호수 안에 디딤돌을 박아서 물위를 걷는 느낌을 주게 하는 안 등을 생각했는데, 하나같이 호수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들 뿐이다. 호수를 그 자체로서 보지 않고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나, 전형적인 개발론자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얀마녀 2004-09-15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고 유쾌한 상상이네요. 상상만으로 끝나서 더 재밌고 유쾌한걸까요. ^^

마태우스 2004-09-1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무슨 말씀이세요. 저기 써놓은 거 중의 하나로 결정해서 추진할 겁니다!!!

갈대 2004-09-1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왕이면 배로 추진해 주세요. 이유는... 아시죠?^^

sooninara 2004-09-15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낚시가 수질을 망치는 주범입니다..천안호 낚시 금지 추진해보시죠?
그리고 배는 저어서가는 배랑 백조모양배도 같이 구비하셔요^^

마냐 2004-09-15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괴물이 좋아요. 히히. 특별취재반 짜서 가야쥐...호수 주변 석학 마모씨 인터뷰도 따구...크하하.

비로그인 2004-09-15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내가 노를 젓다가 손바닥이 까졌지. 당신 솔직히 말해봐, 50킬로 넘지?”

마태님 경험담 같이 느껴집니다.
리얼한 묘사... ㅎㅎㅎ

stella.K 2004-09-15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마냐님의 투철한 직업의식!
근데 여자들 그 상황에서 저렇게 밖에 얘기 못할까요? 아님, 마태님의 상상이 미흡한 건 아닌지? 마태님 프로포즈 받는 분은 누가될런지 심히 궁금해지는데요. 꼭 뜻을 이루시길 바래요.^^

노부후사 2004-09-1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안사람이 한마디 올리죠.
그 호수 정말 아름답죠. 그런데 그 호수의 본 목적은 저수지랍니다. 지금은 모조리 개발되어 버렸지만 예전엔 단국대에서 갤러리아 백화점 사이가 다 논이었거든요. 어렸을 때 거기서 물빼가던 농부 아저씨들 생각이 언뜻 나네요. 그러던 것이 논들이 모두 개발되어 버리니까 쓸모가 없어진 겁니다. 그래서 단대에서였나 천안시에서였나 매립시키고 개발하려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단대 학생들이 데모를 해서 막았다더라구요. 그리고 그 호수에 배를 띄우지 않는 이유는 단국대 측의 면학 분위기 조성 때문이라 들었는데 아니었나요?

2004-09-16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털짱 2004-09-15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천안호에서 배타고 싶다는 얘길 뭘 이리 길게 하세요...*^^*
=3=3=3=3

조선인 2004-09-15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옷, 마태우스님의 꽁트도 재미나지만, 천안 사람 한 마디가 역시 현실적이네요. ^^

어항에사는고래 2004-09-15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참 웃다 갑니다.

노부후사 2004-09-15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내려오면서 아버님께 여쭈어 보니, 단대 앞의 호수가 단대 소유가 아니라 수자원공사 소유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영리행위가 이루어 질 수 없는가 봐요. ^-^;;

클리오 2004-09-1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빠서 읽기만 하고 코멘트를 통 못남겼었지만, 페이퍼내용과 전혀 관계없이 뜬끔없는 한마디를 하면.. ^^) 에피메테우스님과 마태님이 천안 이야기를 하시니, 가까운 청주에 사는 사람으로서 무척 반갑습니다. 뵙고싶기도 하구요. 히이~ 상상의 나래만 펼칠렵니다..

2004-09-15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4-09-15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엔 마태님이 괴물가죽을 뒤집어 쓰고 연기를 하실 것 같은데....히히힛^^

ceylontea 2004-09-1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마태우스님은 사업을 하셔야 할 듯..

sweetmagic 2004-09-16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파괴론자인가 봐요 ~~ 천안호에 물을 다 뽑아내고 술로 채웁시다~~ 그리고 술고래를 키울래요 할랬는데 ㅎㅎㅎ

2004-09-16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16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9-18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윗매직님/오오, 멋진 발상입니다. 역시 님은...
실론티님/아닙니다. 사업하면 바로 망합니다. 전 저를 알아요...
깍두기님/아무래도 제가 해야겠지요^^ 누가 하겠습니까
클리오님/오오 청주...제가 충북대 갈일이 있어서 가끔 간답니다. 아름다운 도시지요. 특히 톨게이트까지의 길이...
에피메테우스님/그렇군요. 제가 빨리 돈벌어서 사버려야겠네요. 아니, 수자원공사 소유라도 영리행위 허가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어항에사는 고래님/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님이 천안호에 살아 주시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군요^^
조선인님/이상과 현실, 언제나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가 인간이죠. 근데 이게 적절한 말인가 싶네요...
털짱님/눈치도 빠르셔라...
스텔라님/여자들과 밀어를 속삭여본 적이 별로 없어서요....그리고 원래 사랑하면 유치해지지 않습니까?
체셔고양이님/예리하시군요. 경험담 맞습니다.
마냐님/감사합니다. 원래 홍보에는 언론의 힘이 거의 절대적이죠^^
수니나라님/백조는 안됩니다. 백로가 놀래요!
갈대님/그럼요 알죠. 근데 이유가 뭐예요?? 노를 잘 저으시나?
 

 

 

 

 

 

* 이 책의 제목은 내용과 너무 관계가 없구나...

 

오늘 아침, 벤지 밥을 주려고 넓디넓은 마루를 가로질러 부엌에 가다가 오른쪽 고관절에 엄청난 통증을 느껴 버렸다. 한걸음도 못걸을 것 같아 그대로 마루에 누웠다. 고관절이 너무 아팠다. 내 머릿속에는 딱 한가지 생각밖에 안났다. 대퇴골두의 무혈성괴사(이하 AVN).


김재현이 바로 그 병이었다. 대퇴골에 혈액공급이 잘 안되서 썩는 것. 치료는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것이지만, 정상적인 생활은 가능해도 격렬한 운동은 할 수 없다. 김재현이 1루에 나가면 곧잘 대주자로 교체되는 이유가 바로 그건데,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김재현은 2루 주자로 있을 때 안타가 나와도 홈에 뛰어들지 못했다. 원래 발이 빠른 김재현이었기에 안타까움은 더 컸었는데, 내가 그 병이라면 테니스도 이제 끝이고, 러닝머신도 더 이상 못하게 되는 거다. 테니스를 칠 때 내 빠른 발이 얼마나 빛을 발하는데...


AVN의 원인은 현재 알려진 게 두가지다. 스테로이드와 알콜. 술 때문에 그런 병에 걸렸다는 사례는 뉴스에 몇 번 난 적 있고, 혈소판이 자꾸 깨져 스테로이드를 먹던 선배는 양쪽 다 AVN이 와서 수술을 하기도 했다. 그 선배가 성격도 좋고 미모도 뛰어나 문병을 간 자리에서 뭐라 할말이 없어 안타까워하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조금 누워 있으니 괜찮은 것 같아 절뚝거리며 부엌에 갔고, 따뜻한 물로 샤워까지 했다. 그래도 아픈 것 같아 정형외과를 하는 매제에게 전화를 했다.

-AVN 증상이 어떤 거야?

=아프고, 움직임이 제한되죠.

-나 아픈데?

=그거 요즘은 잘 없어요. 술을 이틀에 한번 먹는 사람이면 모를까.

-나 이틀에 한번 먹는데?

=이런, 안심시키려고 하는 말이 점점 더 그쪽으로 몰고가네요. 아픈 쪽 다리를 굽혀서 4자 모양으로 만든 다음에 바깥쪽으로 다리를 움직여 보세요. 그때 어디어디가 아프면 검사해 봐야 하는데...


기차에서 내려 조금 달려 봤다. 괜찮은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설마 그거겠어? 검사는 무슨 검사야,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생각해보니 내가 좀 오버한 것 같기도 하다. 대퇴골두는 좀더 깊숙이 있고, 내가 아픈 부위는 그보다 바깥쪽. 잠을 잘못자서 그리 된 거겠지. 만일 내 친구가 이런 일로 상담을 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김재현이 걸린 거 있잖아. 너 그걸지도 몰라. 당장 검사해 봐야 돼!”라고 협박을 하면서 결국 그 친구를 병원에 가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안가냐고? 무서우니까. 그래, 난 병원에 가서 나쁜 진단이 나오는 게 정말 무섭다.


혹시나 싶어 매제 말대로 다리를 4자로 하고 바깥으로 움직여 본다. 별로 안아프다. 역시 아는 게 병이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09-15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털짱 2004-09-1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조심하세요.. 제가 많이 걱정하는 것 아시지요..?

2004-09-15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9-1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역시 전문가는 다르시긴 하군요 ^^;

아픈상황에서 대퇴골두의 무혈성괴사~~! 라며 주저앉았을 마태님 모습이 왠지 -_-;

그치만 이틀에 한번꼴로 술은 좀 자제하셔야겠죠 ^^;

sweetrain 2004-09-1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심하세요...(으윽, 혈소판 깨져 스테로이드 드시는 그분...-_+ 남의 이야기가 아니군요...ㅠ.ㅠ)

아영엄마 2004-09-15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물만두님도 비슷한 증상을 언급하시던데... 전 물만두님께 '모르는게 약'이라는 처방을 해드렸답니다~ ^^;;

soyo12 2004-09-15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는 것이 많으면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되는구나.
그냥 전 무릎에 아프면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지, 살을 빼야지, 무릎에 무슨 통뼈야? 이 살을 짊어지고 다니게?
살빼면 된다, 그치? ^.~

하얀마녀 2004-09-1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다행이군요. ^^

nugool 2004-09-15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데 어디가 고관절이예요? 아는 게 너무 없어서...^^;;; 그래도 통증이 왔다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니심까? ^^;;;;

ceylontea 2004-09-1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관절이 어디일까? 저도 궁금해요...
아는 게 병이다 싶긴해도.. 몰라서 병이 깊어지는 것보다는 미리미리 검사해 보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sweetmagic 2004-09-16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도 2004-09-17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아픈 쪽 다리를 4자 모양으로 하고... 바깥 쪽으로 움직이라는 게 어느 다리를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어디어디, 가 아프면 AVN을 의심해보아야 하는 건지, 그 어디어디 부위를 가르쳐주시면 안돼요?
(정말 아는 게 병이라더니;; 며칠 전부터 다리가 이상하게 아파서요. -_-)
 

 

 

 

 

 

[...군사적인 용도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직경 3㎞가 넘는 버섯구름이 관측된 사실이 전해지면서 “핵 실험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다. 북한 내 반(反)체제 세력의 활동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일본 언론은 “핵 관련 가능성이 짙다”고 보도하고 있다...(9/13 조선일보 사설)]


북한에서 핵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외신만 나오면 자칭 우리나라의 파수꾼 조선일보는 언제나 그 사실을 대문짝만하게 써제끼곤 했다. 영변에서 빈 동굴이 발견되었을 때도, 금창리에서 핵 의혹이 터졌을 때도. 아니라고 하는데도 계속 기정사실로 보도를 하는 걸 보면서 조선일보는 혹시 북한이 핵을 갖기를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폭파를 한 것으로 발표된 엊그제의 폭발 역시 조선일보는 ‘핵 관련 가능성’을 짙게 던졌지만, 엉뚱하게도 세계의 관심은 한국의 농축 우라늄에 쏠려 있는 판국이다.


사실 핵은 가지고 있는 자체로 위험천만한 것이다. 자기네들은 핵을 가지면서 다른 나라는 못만들게 하고, 그러면서도 “핵공격을 할 수 있다”며 협박을 서슴지 않는 핵 보유국들의 처사는 도무지 말이 안되는 것이다. 자기들의 핵부터 폐기를 한 후에 다른 나라의 핵을 금지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겠는가? 하지만 버섯구름이 피어나는 것을 보며 환호했던 파키스탄 국민들처럼, 핵이 ‘자주국방의 해결사’로 인식되고 있는 한 핵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은 김일성.김정일을 아주 정신나간 사람으로 생각한다. 전쟁으로 치달을 뻔했던 94년의 북핵위기나, 대선을 소용돌이로 몰고간 2002년의 핵의혹을 떠올리면 이런 탄식이 나올 법하다. ‘그들은 대체 왜 핵으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것일까’ 하지만 사람들이 박정희를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의 핵개발 시도였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때 김 부자에 대한 우리의 증오엔 어딘가 잘못된 점이 있는 것 같다. 장교들의 90% 이상이 핵 보유에 찬성하고, 국민의 절대 다수가 핵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 나라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것을 비난만 할 수 있을까. 남북이 핵을 개발해 일본을 공격한다는 책이 수백만부나 팔린 곳이 우리나라가 아닌가.


박정희가 핵개발에 목을 맸던 70년대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위기였다. 북한의 경제력, 군사력이 우리보다 훨씬 앞선데다 미군은 걸핏하면 철수한다고 협박을 해댔다 (실제로 닉슨 행정부 때 미군의 일부가 제 나라로 갔다). 그런 상황에서 박정희가 핵에 기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처사였다. 삼십년 후,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의 경제력은 북한의 수십배를 넘어서, 북한이 GDP의 전부를 국방비로 쓴다 할지라도 경쟁이 안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내가 어릴 적 배운 것처럼 북한 애들은 굶어서 피골이 상접해 있고, 탈북자는 인근 국가들의 골칫거리가 된지 오래다. 거기에 더해 주한미군이 주둔 중이고, 미국과 우리는 핵전쟁 연습인 팀 스피리트 훈련을 한다. 세계의 패자인 미국에 의해 자신들이 ‘악의 축’으로 분류되고, 그 중 하나인 이라크가 실제로 폭격을 당하는 걸 보면서 김정일은 무엇을 느낄까. 이런 현실에서 김 부자가 핵개발의 유혹을 느끼는 건 그들이 악마여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생존을 위함이다. 하지만 위성으로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측당하는 판국에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기나 하겠는가. 그들이 마치 핵이 있는 듯 행동하는 건, 그걸 빌미로 허세를 부리는 것이리라. 2년 전의 ‘핵개발 시인’도 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되면 핵무기는 우리 거다”라는 주장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김정일이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자기 나라 사람들을 굶겨죽이는 정권이 어찌 훌륭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좀더 따뜻한 시선을 보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자기네 체제를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 때, 그들의 위험한 장난도 중단되지 않겠는가. 누가 뭐래도 우리는 형이고 북한은 아우, 지금은 형으로서의 아량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겠는가.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uperfrog 2004-09-1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추천하고 갑니다..^^

가을산 2004-09-14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핵핵거리면서 저는 매일 아침 언덕을 올라 출근하고 있답니다. ^^
핵문제가 그래서 불거졌나?~~~~ --a

마태우스 2004-09-1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정말 대단한 유머예요!!

마태우스 2004-09-14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감사!!!!

panda78 2004-09-14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번이면 네 번 다... 제목을 "책 생각"으로 읽습니다..;;;;

하얀마녀 2004-09-1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보고 추천 남발한다 뭐라 그러지 마세요. 추천할만한 글이라서 추천했을 뿐. ^^

노부후사 2004-09-14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시의적절한 얘기라고 생각되는군요. ^^

oldhand 2004-09-14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한이 취하는 행동의 원인을 조금만 생각해봐도 될텐데, 왜 조선일보는 그렇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고 하는지. 그리고 왜 많은 사람들이 그 사설(邪說)에 속아 넘어 가는지... 북한을 이해하고 냉정하게 파악하는 행위 조차도 친북반미로 몰아넣으려고 하니 말입니다.

nugool 2004-09-1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도 잘 쓰신다니까요 ^^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게 한편으론 깨소금처럼 고소해요

2004-09-14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9-15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굴님/그런다고 저는 멈추지 않습니다. 음하하하. 맘 단단히 먹으세요.
올드핸드님/친북반미, 마법과도 같은 단어죠. 그게 아직도 힘을 쓴다니 서글픕니다.
에피메테우스님/님이 쓰시면 더 잘쓰실 거면서...님이 안쓰시기에 잽싸게 썼어요. 휴...
하얀마녀님/감사합니다. 흑흑.
판다님/역시 판다님은 귀여우세요^^

털짱 2004-09-15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대상에 두 가지 가치가 중첩되면 언제나 논의는 모호해지고 시각은 교차합니다.
주변상황에 대해 순정한 한 가지의 자리매김만 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라는 게 많이 안타깝습니다.

바람구두 2004-09-15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형이래요? 라고 말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잡혀갈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흐흐.
 

 

 

 

 

 

일시: 9월 13일(월)

장소: 어느 분의 집에서

마신 술: 스카치블루, 그리고 맥주 약간


1. 서론

사람들은 내가 ‘주간 서재의 달인’에 집착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냥 평소에 열심히 살다보니 금요일쯤 되면 순위가 20위권대에 올라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고, “조금만 더 하면 5천원을 타겠구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건 내가 집착이 강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어려운 말로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평소에 성실하게 사는 것, 난 그걸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참고로 지난주에 9위를 해서 3주 연속 탔다. 한자리 등수는 정말 오랜만이다. 음하하)


2. 사건

어제 아침, 한 남자가 불쑥 들어와 상자를 전해준다. 요즘 내게 책을 보내주는 분이 하도 많아 책이려니 했다. 하지만 내용물이 물컹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뭘까?” 하고 뜯어보니 세상에 술이다. 그것도 내가 양주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스카치블루. 게다가 고급 육포까지 들어 있다. 난 떨리는 손으로 동봉된 편지를 읽었다.

[..서재를 통해서 좋은 분들 너무나 많이 만났는데요, 마태우스님도 그런 분들 중 한분이십니다....술 많이 드시고 꼭 우리 경제 살려 주세요! -천사드림-]


생각을 했다. 이 아름다운 술을 누구와 마실까? 내게 늘 은혜를 베풀어주던 한분이 떠올랐고, 그분에게 전화를 했다. 그분의 대답이다.

“좋지!”


3. 그래서...

집에서 소주를 마실 땐 참치캔을 먹는다. 맥주 안주는 김, 양주도 김이다. 그 집에 갈 때 난 육포와 더불어 겁나게 맛있는 우리집 김을 싸가지고 갔다. 조그만 상을 펴놓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가 한잔을 먹으면 난 두잔을, 두잔을 마시면 여섯잔을 마셨다. 난 알았다. 내가 그동안 김을 좋은 안주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주위에 육포가 없어서라는 걸. 천사가 보내준 육포는 너무도 맛있어, 난 가져간 김을 바라보기만 했다. 한시간여만에 스카치블루는 바닥을 드러냈고, 난 긴 혀를 이용해 병에 붙어있는 술방울들을 핥았다. 열시도 안되어 난 집에 갔고, 열시 반도 안되어 잠이 들었다. 요즘 너무 피곤해 기차만 타면 자곤 했는데, 술먹고 하루를 푹 잤더니 오늘 아침은 무진장 개운했다. 이게 다 천사 덕분이고, 천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 천사분께 어떻게 답례를 해야 할지 생각 중이다.


* 참고로 천사의 편지에 삽입된 “경제를 살려 주세요”는 ...제가 지어낸 말이어요. 흑.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unnyside 2004-09-1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 명 남았다!

sunnyside 2004-09-14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주 한 병을 다 드시고 담날 아침 개운하시다니... 무진장 부럽습니다. 역시 천사의 술인가봐요. ^^

stella.K 2004-09-1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카치블루가 마태님에겐 꿀이었나 봅니다. 긴 혀를...개운하셨다니 정말 기분이 좋으셨겠는데요. 만약에 정말 만약에 제가 마태님께 선물을 한다면 책은 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ceylontea 2004-09-14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과.. 안주라... 정말 꼼꼼히 챙긴 선물을 받으셨군요.

2004-09-14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4-09-1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양주에 육포- 종합선물셋트군요! 어느 분이신지 몰라도 정말 마태님을 아끼시나 봅니다.
마태님, 행복하시겠어요- ^^*

starrysky 2004-09-14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정말 멋진 선물. 맘속 피로까지 말끔히 날려주는, 천사님이 직접 빚은 천상의 술인가 보아요. ^^
선물 드린 님도, 또 그걸 좋은 님과 나눠 드시는 마태님도 모두모두 멋지십니다!!

하얀마녀 2004-09-1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까지 육포를 모르셨다니. ^^

2004-09-14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nugool 2004-09-14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어머님께서 항상 김을 재워 두시나 봅니다. 그거 엄청 손가는 일인데... @@;;;

마태우스 2004-09-15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굴님/사실...김 사가지고 가위로 자르기만 하면 됩니다. 세일할 때 왕창 사오셨어요...
하얀마녀님/육포는 알았는데 그리 맛있는 건 몰랐어요. 천사님이 보낸 육포가 너무 맛있었답니다. 이런, 남은 거 그집에 두고왔다..
스타리님/그걸 멋지게 봐주시는 스타리님도 멋지세요
판다님/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죠. 하하. 어제 아침, 그리고 저녁 참 행복했답니다.
실론티님/그러게요. 안주까지 보낸 걸 보면 천사가 맞다니깐요
스텔라님/아네요. 책도 주세요!!! 그리고 저 혀 안길어요!!
서니사이드님/원래 양주가 뒤끝이 좋기도 하구요, 제가 전날 술은 전날로 끝이라는 주의라 다음날은 늘 멀쩡해요^^

연우주 2004-09-15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선물을 좋아하셨군요.^^ 기억해두겠습니다. 그런데 전 마태우스님 건강이 걱정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