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마리'가 중요합니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하려고 하자 벤지는 여느 때처럼 슬픈 눈으로 날 바라봤다. 녀석의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빨리 올께!”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게 거짓말임은 벤지나 나나 모두 잘 알고 있다. 툭하면 그러듯이 난 오늘 술에 떡이 되어 밤 11시가 넘어 들어갈 것이고, 그때까지 벤지는 소파에 누운 채 오지 않는 날 기다리겠지.


벤지의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올해 열일곱이니 개로서는 장수한 편이고, 내가 정성스럽게 주는 식사는 웬만한 개보다는 훨씬 나을 테지만, 개에게 중요한 건 그런 것만이 아니다. 개를 혼자 두지 않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주인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이런 게 바로 개들이 원하는 것이리라. 그런 면에서 난 그다지 좋은 주인은 아니었다. 학생 때는 공부한다고, 졸업한 후에는 술먹는다고 늘 늦게 들어왔다. 집에 사람이 많을 때는 좀 나았다. 여동생이나 남동생은 벤지를 높은 곳에 올려두는 등의 가혹행위를 했지만, 벤지는 아마도 그들이 모두 출가해 텅 비어버린 지금보다는 그때가 행복했을 것이다. 책도, TV도 볼 수 없는 와중에, 언제 올지 모르는 나를 기다리는 것은 정말 지루한 일이 아닐까.


엊그제 간 커피집에는 허쉬퍼피로 생각되는 개 두 마리가 있었다. 암컷과 수컷으로 구성된 그 개들은 서로 핥고 장난치고 싸우기도 하면서 너무도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순간 난 집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 벤지 생각이 나, 마음이 짠했다. 나는 도대체 벤지를 어떻게 키운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개를 키우려면 두 마리를 사는 게 옳은 것 같다. 집을 자주 비우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난 그걸 뒤늦게 알았다. 벤지가 열세살 때, 난 벤지의 외로움을 덜어줄 목적으로 미니핀-이름이 ‘루루’였다-을 한 마리 샀다. 하지만 그건 때늦은 일이었다. 이미 내게 길들여져버린 벤지는 루루를 질투했고, 그 개를 데래온 나를 원망했다. 내가 불러도 오지 않았고, 녀석에게 빼앗길까봐 신경질적으로 밥을 먹어댔다. 루루가 귀찮아서 그런지 소파 위로 피신해 있는 벤지의 모습을 본 나는 할수없이 루루를 다른 사람에게 줘야 했다. 그 집에 간 루루는 간지 6개월이 안되어 아이스크림 막대를 삼키는 바람에 죽고 말았다.


한번 더 그런 시도를 했었다. 다른 집에서 얻어온 개를 벤지와 놀게 한 것. 이번에도 벤지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때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바람에 이번에도 난 개를 다른 사람에게 줄 수밖에 없었고, 그 뒤에는 그런 시도를 일체 하지 않는다. 그냥 몇 달쯤 같이 길러보면 친해지지 않을까 하는 미련도 없었던 게 아니었지만, 한 주인에 대해 충성도가 유난히 높은 벤지의 성격으로 볼 때 기대하기 힘든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래, 더 이상 벤지에게 상처를 주지 말자. 녀석도 이제 나이가 들어, 고집이 보통이 아니니까. 고수부지에 나가면 비둘기를 쫓고, 나보다 훨씬 빨리 뛰어 날 헐떡거리게 했던 벤지, 그는 이제 더 이상 빨리 달리지 못한다. 고운 눈은 백내장이 와 뿌옇게 되었고, 인형이 아니냐는 말을 들었던 미모도 이미 퇴색했다. 그런 벤지에게 스트레스를 주다니 내가 나쁜 놈이지. 9월까지 술마시는 걸 다 정리하고, 벤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 주련다. 벤지로부터 너무도 많은 것을 받았으니, 이제 녀석에게 되돌려 줄 때도 되지 않았는가. 벤지 이후에는 개를 기르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나지만, 혹시 기르게 된다면 무조건 두 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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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9-2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햄스터는 한마리만 키우는 것이 옳지만 강아지는 사교성이 있는 동물이라 사람이 늘 애정을 표현하던가, 두 마리 이상 키우는 것이 옳을 것 같네요. 개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고양이랑도 한 공간에서 잘 지내더라구요. 이미 벤지는 마태우스님에게 온 마음은 다 바쳐서 다른 동물은 애정을 앗아가는 적으로 비추어지는군요... 그러니 마태우스님은 정말 술을 멀리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셔야 합니다!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안 돌봐주면 얼마나 슬프겠냐구요!! ^^;;

노부후사 2004-09-22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년이면 정말 오래 기르셧군요. 제가 보니까 개들은 나이가 10살이 넘어가면 거의 사람이 되더라구요. 그때 즈음 해선 주인이 말하기 전에 뭐라고 할지 대충 눈치를 챕니다. 정말 신기한 일이죠.

그리고 두 마리를 기른다고 하셨는데... 그거 솔직히 어렵습니다. 저도 경험자입니다만 소형 애완견들은 생후 1년 정도 그러니까 암컷인 경우에는 첫번째 발정을 시작할 무렵까지는 서로 엄청나게 싸워댑니다. 소형견들이 지배욕이 더 많다고 아버지께서 그러시던데요. 저희 집에서도 시츄 한 마리와 푸들 한 마리를 길렀는데 그런 사정으로 인하여 집안 사람들이 잠을 제대로 못잤죠. 시도 때도 없이 싸워대니까요. 결국 한 마리는 집에서 나가 아버지 병원에서 기른답니다. ^^;;

그리고 밥에 대한 개들의 집착은 엄청납니다. 자기 새끼들이 자기 밥 먹는 것도 엄청나게 신경질 내죠. 일례로 병원에 나간 푸들은 자기가 낳은 새끼랑 같이 사는데 새끼가 자기 밥 먹었다고 목 언저리를 무는 바람에 일곱 바늘 가량 수술해야 했죠. ^^;;

추천컨대, 두 마리 따로 가져와서 기르시는 것보다 암컷 한 마리를 기르신 다음에 새끼를 낳아 그 새끼를 기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종들보다 덜 싸우거든요. ^^

비로그인 2004-09-22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제 생각도 같습니다. 그리고 개를 키우는 집은 나중에 꼭 2마리나 3마리가 되더라구요. 저도 이번 추석 끝나면 유기견을 하나 같다 키우려는 계획이 있었는데...시댁과 친정에서 너무 강력하게 나와서...주춤거리고 있답니다. ^^::

starrysky 2004-09-2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이모네서도 개를 한 마리 키우는데, 거의 한밤중까지 혼자 있거든요. 가끔 그 집에 가보면 얼마나 사람 손길을 그리워하는지 딱해 죽겠어요. 무서운 엄마 땜에 집에 데려올 수고 없고.. ㅠㅠ

플라시보 2004-09-2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뭘 길러도 짐승은 두마리씩 기르더라구요. 외롭다고. (물고기는 외로우면 죽어버리기도 한다는데 확인해보진 못했습니다. 외로워 죽었는지 어째 죽었는지 물어볼수도 없고^^) 개는 한마리도 잘 기르던데 대신 사람들이 잘 놀아줘야지요. 벤지가 나이도 많은것 같은데 이제 많이 남지 않은 날들일테니 잘해주시기 바랍니다. 재벌이시니 비싸고 좋은 밥은 이미 제공하실것 같구요. 많이 놀아주시길. 님께 그토록이나 충성을 다 하니까요.

werpoll 2004-09-2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햄스터를 2마리 길렀는데......
근데 수컷이 암컷을 잡아먹었다는... ㅜㅜ...
그 뒤로는 햄스터는 못기르겠어요..;
(앗; 주제는 강아지군요;)

sweetmagic 2004-09-2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좀 올려주세요 보구 싶어요~~ 벤지 ~!!
*지, 벤지 웬지 동생같다는 ... ㅎㅎ

_ 2004-09-22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마태님의 벤지사랑에 눈물겹습니다. ㅠ_ㅠ

비로그인 2004-09-22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야 오래살어!

하얀마녀 2004-09-2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 집에서 키우고 있는 진도개도 질투가 참 많더군요. 지금이야 거의 능구렁이 수준이라 별로 질투도 하지 않지만 확실히 뭐 먹을 때는 아직도 티가 많이 납니다.

nugool 2004-09-22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생각하는 거지만 17살은 정말 경이로운 나이... 아마 마태우스님 곁에서 굉장히 행복하게 살아서 장수하는 걸 거예요. 생각하시는 것 처럼 그렇게 불행하지는 않을 듯.. 벤지 한번 보고 싶어요.. ^^

비로그인 2004-09-22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에서도 강아지를 한마리 키우지요. 모든 식구들이 외출을 할 때면 두 눈에 눈물이 가득한 체, 쓸쓸한 표정을 하고는 식구들을 쳐다보더군요. 동생이 초등학교 6학년이던 때부터 우리와 함께 했으니, 벌써 9년이나 되었는데...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래도 이별(?!)은 늘 힘들더군요. 제법 똑똑해서 식구들이 올 시간이 되면 현관 앞에서 안절 부절, 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오면 운다지요... 어우~~~ (강아지가 늑대라도 되는 것 마냥..;;)

2004-09-22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4-09-23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정말 벤지는 마태님이 좋은가 봅니다. 그래요. 생각 잘 하셨어요. 벤지가 앞으로도 오래 오래 살았으면 좋겠지만, 언제까지 살런지 모르잖아요. 그때까지 마태님이 놀아주시면 벤지가 더 이상 마태님 곁에 있지 않게될 때 마태님이 덜 슬플거예요.
제가 그랬거든요. 제니 보낼 때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어요. 사람하고 똑 같더라구요.

stella.K 2004-09-23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마태님이 절 울리시네요. 제니가 왜 이렇게 보고 싶지? 몰라요. 마태님 책임지세요. 흥~

panda78 2004-09-23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마에 입을 맞추고 출근하시는 마태님의 모습이 떠올라 한번 씽긋 웃었습니다.
정말 건강도 챙기시고 벤지도 챙기실 겸 조금 일찍 들어오셔서 벤지를 무르팍 위에 올려놓고 서재질을 하시지요. ^ㅡㅡㅡ^ 히히.

2004-09-23 0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9-2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그럼 좋은데 벤지 녀석은 제 무릎을 싫어한답니다. 제 지근거리에서 저를 보좌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 생각하는지, 꼭 1미터 내외를 유지하더군요.
쥴/전 맘이 그리 모질지 못해서, 늘 마음아파한답니다....
스텔라님/흐흑, 제니는 스텔라님 기억 속에서 아름답게 살아 있을 거예요...
여대생님/그래도 그집은 식구들이 많잖아요. 저흰 딱 둘인데, 저랑 엄마랑 맨날 바쁘다고 집을 비우니...
너굴님/얼마전 진돗개를 잡아먹은 사람에게 8천만원 소송을 낸 사람이 있지요. 다른 사람들은 이해가 안갈지 몰라도, 더불어 살아온 세월은 참 소중한 것이지요....
하얀마녀님/개들이 바라는 것은 변함없는 주인의 사랑이 아니겠습니까. 주인도 지조를 지켜야죠^^
버드나무님/말로만 그러는 겁니다...어제도 전 12시가 다 되어 들어갔습니다. 그때 밥을 줬죠...
스윗매직님/저도 디카만 있으면...으흐흑!
체셔고양이님/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할텐데...
플라시보님/그래요, 밥보다 놀아주는 게 더 좋지요...
스타리님/그 개가 불쌍해요. 세상의 모든 개들이 해방되는 그날까지 아자아자!
폭스님/유기견이 뭐예요?????? 유기농이랑 비슷한 건가요?
에피메테우스님/안좋은 일들을 많이 겪으셨군요. 으음, 개들이 서로 싸운다구요. 그래도...외로운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아영엄마님/나이 들면 외로운 게 제일 서럽죠. 우리 할머니도 많이 심심해하시더군요. 제가 전화 한번 해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시구...

토깽이탐정님/귀염성은 햄스터가 더 뛰어나겠지만, 머리는 역시 개가 낫죠^^

즐거운김양~ 2004-09-2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집에 강쥐를 키우고 있는데 사람들이 저보고 그래요.. 집에 애키우는 사람 같다고.. 친구들 약속잡아 나가는 것도 왠지 우리 강쥐한테 미안하고 그래서 저희는 동생들과 교대로 약속을 잡아요 무조건 한명은 집에서 강쥐를 봐야 한다는 규칙이 있거든요.. ^^ 뭐 좋은거 보면 우리 똘이 (이름이 좀 촌스러워요 먹돌이라고.. 그래서 사람들 많은 밖에선 풀네임으로 잘 부리즈 않고 똘이라고만..^^) 생각나서 사다주고 싶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죠.. 스스로 생각해도 애키우는 엄마 같아요.. 저도 그래서 우리 똘이 혼자 두고 나가려면 항상 마음이 아파요.. 저도 언제나 나가기 전에 똘이한테 얘기해요 일찍올께라고..
 
장석조네 사람들 김소진 문학전집 1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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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읽고 김소진을 알았고, 크게 한번 카드를 그은 여파가 잠잠해질 무렵 문학동네에서 나온 전집의 나머지를 주문했다. <장석조네 사람들>은 그러니까 내가 읽은 두 번째 책인데, 이렇게 말하는 게 성급하긴 하겠지만 이 책이 그의 전집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 같다. 뭐랄까, 간만에 살아 숨쉬는, 유식한 말로 생동감이 느껴지는 소설을 읽은 듯하다. 전집 중 유일한 장편소설이지만, 말이 장편이지 장석조네 집에 세들어 사는 인간 군상들의 삶을 하나하나 묘사한, 단편에 가까운 소설이다.


똥을 아무데나 싸대는 오리는 그 집안의 애물단지, 다들 오리를 없애라고 아우성을 친다. 하지만 그 오리가 금반지를 삼키는 걸 누군가가 봤다는 소문이 나돌자 상황이 급변한다. “(오리는) 한갓 미욱한 짐승이 아니라 뭔가 알 수 없는 위엄까지 갖춘 생명체로 보였다”  모두들 오리의 소유권이 자신에게도 있음을 주장하기 시작한다.

“이 집 뜰이 누구네 집 안짝인 게야?”

“오리똥 냄새 때문에 코 싸매쥐고 살아온 우리는 우떻고?”

‘오리통이 바로 내 방 앞에 놓여 있어가지고 우리가 얼메나 고생을 했다구요?“

순박한 듯 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에는 목소리를 높이는 그들, 난 이 대목을 읽다가 슬며시 웃었지만, 그들은 어쩌면 나 자신의 모습이리라. 갖가지 기구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소개하는 와중에도 김소진의 눈은 언제나 따뜻하다. 인간에 대한 사랑, 그의 글을 읽다보면 그런 게 느껴져 마음이 푸근해진다.


난 이 책의 감칠맛 나는 대사에 반했다. 몇 개만 예를 들어보자.

“너같은 녀석이 데모를 할 땐 그럴듯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새벽 좆처럼 벌떡벌떡 서는 거 있지?”

“진씨한테도 솔개 까치집 뺏듯 후리는 구석이 다 있었구만”

“짠 바닷바람 쐰 것 같다”(외국서 밀수해왔다는 뜻)

“젓가락 바뀐 줄은 알아도 마누라 바뀐 줄은 모르는 헛똑똑이가 다 있다더니”

“우째 사람 대하는 얼굴상이 저녁 굶긴 시어머니 상호모양 그리 떨떠름한겨”

비유들이 정말 기가 막히지 않는가? 옛 사람들은 필경 이런 멋진 비유들을 쓰고 자랐으리라.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맨날 “너무 좋아” “진짜 그래”같은 단어들만 쓰면서 하루하루를 살지 않는가. 하루에 50단어 이하를 쓰고 사는 사람이 50%를 넘는다는 통계는 자못 충격적이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 조상들이 쓰던 생생한 단어들은 어쩌면 역사의 유물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책의 사진을 보니 김소진은 진짜로 장석조네 집에 세들어 살았다고 한다. 책의 에피소드들이 다 진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릴 적 경험을 이렇게 아름다운 소설로 승화시킨 김소진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한가지 아쉬운 점, 책 표지에 "2004 한국 출판인회의 선정 청소년 교양도서“라는 스티커가 눈에 잘 띄게 붙어있다. 그걸 보니 청소년 교양도서를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읽고 있다는 게 부끄러웠다. 괜한 느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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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9-22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한 느낌이십니다. 추천!
그런데 저 그 스티커 너무 싫어요..;; 예전에 <예술가와 뮤즈>란 책 샀다가 그 스티커가 안 떨어져서 반품했다는..

미완성 2004-09-22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쉽긴 한데..그래도 간만에 마음에 드는 책선정이네요 히히.

stella.K 2004-09-2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소진. 저도 얼마 전 마태님 때문에 사 보게됐죠. <자전거 도둑>. 정말 아까운 생애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살았더라면 많은 일을 했을지도 모르는...그 인생 살려고 그처럼 치열하게 써 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마태우스 2004-09-22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그죠? <어린왕자>를 읽으니까 생떽쥐베르도 참 아까운 사람이더군요. 더 오래 살아서 동화를 더 많이 썼었다면 좋았을텐데요...
멍든사과님/맘에 든다니 감사합니다.
판다님/님도 그 스티커 싫으시군요. 저만 그런 줄 알았어요. 전 청소년기에 책을 하나도 안읽어서 그런 일이 많거든요...

노부후사 2004-09-22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마스 만이나 사무엘 베케트도 청소년 읽으라고 던져주는 출판인회의인데요 뭐. 부끄러 하지 마셔요~~

미완성 2004-09-23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인회의 책선정이 마음에 든다는 건데~~~ 혹시나 오해하셨으면..*.* 헤헤...
 

 

 

 

 

 

* 이 제목은 본문 내용과 아주 밀접한 관계임

지난주 회의 때 예과 교과목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학장은 이렇게 말했다.


-교과목 강좌의 강의는 가급적이면 본교 교수가 해야 한다

-외부 강사가 책임교수인 경우, 강의는 외부강사가 하더라도 책임교수는 본교교수 이름으로 해야 한다. 예) <심리학>과 <의사학>은 외부강사가 책임교수임,

-강의는 원칙적으로 교수가 해야 한다 예) 의학물리학, 기사가 강의하고 있음. 이 대목에서 학장은 “기사가 강의를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놀랐음.


학장님 말씀은 원칙적으로 맞다. 하지만 대학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것, 해당 분야를 잘 알고 열의도 있는 사람이 와서 강의를 하는 게 나쁠 이유는 없다. 신지식인으로 날릴 무렵의 심형래 씨도 강의를 했던 것처럼, 연예인들 중 강단에 선 사람은 꽤 많다. 이렇듯 개방이 시대적 대세인 이때, ‘교수자격’을 지나치게 따지는 건 너무 고리타분해 보인다. 명색이 교수라도 나처럼 실력없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적당히 버텨볼까 생각하다가 엊그제 학장님 차에 기스를 낸 기억이 떠올라 할수없이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먼저 심리학 외부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의예과장을 맡고 있는 마태...아니 서민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죄송합니다만 선생님 강좌의 담당교수를 저희 학교 교수님으로 하면 안될까요?”

그녀의 대답, “안그래도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했는데 잘됐네요”


그랬다. 자신이 책임교수에서 빠진다는 건 이렇듯 민감한 것이었다. 그다음, <의학물리학>을 담당하는 기사에게 전화를 했다.

“저 정말 죄송한데요..... 담당교수만 다른 분으로 하면 안될까요?”

그의 대답, “그러면 제가 강의를 할 이유가 없지요”

이럼으로써 기사 분이 열의를 가지고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던 그 과목은 다른 선생님에게 넘어갔다. 이 두건의 사례를 보고 내 대선배인 의사학 담당 교수님께는 차마 전화를 드리지 못했다. 전화를 드렸다면 그분 역시 “나 안해!”를 외쳤으리라.


학교 내에 심리학과가 없어서, 심리학 강좌를 누구에게 맡길까 고민했다. 서울 캠퍼스서 내려와 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같은 학교라 강사료도 지급 안되는데 여기까지 올 교수님이 과연 있을까. 할수없이 인문대 교수님들을 수소문해 강의를 부탁했다. 다행히 ‘사망학’에 관심있는 교수님을 구해 내년부터 강의를 하기로 하셨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아쉽다. 오랜 기간 예과 애들에게 강의를 해주신 분들을 이렇게 서운한 맘으로 그만두게 하다니. 내가 그 악역을 맡아야 했던 것도 마음이 아프다. 그 기사 분은 원래 시간강사를 하다가 교수자리가 난망하자 병원에 기사로 들어온 거였는데, 그리고 그 강의를 함으로써 보람을 느꼈었는데, 내가 그분의 보람을 날려버린 셈이다.


교수, 과연 교수란 뭘까.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차만 안박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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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 2004-09-2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분들도 다 이해하실 겁니다. 마태우스님 잘못이 아니잖아요.

비로그인 2004-09-2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위치 맨의 슬픔...이군요.
아예 학장을 하시면 어떨까요(위로가 되나요;;)

로드무비 2004-09-2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댓글 달기 무지 어려운 유형의 페이퍼군요.
두 번 쓰고 두 번 다 지웁니다.
그래도 왔다간 흔적은 남기고 싶어서......

sweetmagic 2004-09-2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교수란 뭘까. ??

다른 건 모르겠구요 마태님이 한 자리 하고 계셔서 다행인 것 ~!!!

노부후사 2004-09-2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난감한 일이군요...
마태님이 학장 되시면 그땐 꼭 뜻대로 하시길 바랍니다.

_ 2004-09-21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응, 차만 안박았어도....

2004-09-21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21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yo12 2004-09-22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31113

숫자 이쁘죠. 마치 두 3자가 가운데에 있는 1자를 지켜주고 있는 것처럼.^.^

지나가기엔 숫자가 이뻐서 올려봅니다.

전 요즘 전화가 싫습니다.

전화해서 부탁해야하는 제 위치가 혹은 누군가가 제 전화를 피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싫습니다.

세상에 전화라는 것이 없었으면 하는 소망이랍니다.^.^

그냥 까짓거 제가 다 없애볼까요?

그럼 마태우스님도 전화로 싫은 말 안하셔도 좋을텐데, 저도 그렇고. ^.~


starrysky 2004-09-22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렵고 가슴 아픈 일을 하셨네요.
특히 그 기사님, 비록 교수의 자리에서는 아니었지만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많은 보람 느끼셨을 텐데 얼마나 아쉬우셨을까요. 마태님네 무서운 학장님이 막 미워질라 그래요.. ㅠㅠ 그분들께 앞으로 더 좋은 일이 많이 있었으면 합니다..
저도 soyo12님을 따라 숫자 캡처 한 방을 남기며.. 안녕히 주무세요.

3331131


마태우스 2004-09-22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호호, 님은 언제나 제 편!! 캡쳐하신 숫자가 삼삼하네요
소요님/저, 저는 전화가 좋습니다.... 전화가 거의 제 삶의 30%라는 생각도... 죄송합니다.
버드나무님/그랬다면 제가 좀 개길 수 있죠. "교수만 강의합니까!"라고 큰소리도 치구요^^ 물론 진짜로 그랬을 것 같진 않지만...
에피메테우수님/학장이라.. 과연 제가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저 그냥 평범하게 살면 안되나요???
스윗매직님/님도 되세요! 되니깐 좋은 점이 많더군요. 제겐 좀 과분하지만...
로드무비님/댓글에서 님의 고뇌가 읽힙니다^^
체셔고양이님/전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게 무서워요! 의예과장만 해도 죽겠는걸요^^
하얀마녀님/아네요, 제 잘못이어요!!!! 흑흑 차 박았잖아요!
 

 

 

 

 

 

* 음...이건 내용과 무관한 듯 싶네요.

133번째

일시: 9월 18일(토)

마신 양: 겁나게 많이

잘한 거: 그 와중에도 나보다 더 취한 친구를 집에 바려다 줬다


134번째

일시: 9월 20일(월)

마신 양: 테러블!!!

잘한 거: 없음

못한 거: 3차 가서 자버림...

 이런 말이 있었다. 정액이란 건 유한한 거라 5천번 쓸 것밖에 없으니 너무 낭비하면 안된다고. 이 말을 할 때면 누군가가 꼭 반박을 하곤 했다. “난 자위 5천번도 더했는데, 이젠 끝이겠네?”


토요일날 술을 마시면서 그와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술 너무 마시지 말자. 인생에서 마실 수 있는 술의 양은 제한되어 있거든. 60세쯤 되어 산에서 내려오다 막걸리 한잔 마실 여지는 남겨 둬야지”


정액이란 건 물과 단백질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어지니 ‘유한하다’는 말은 틀린 거지만, 일생 동안 마시는 술의 양이 제한되어 있다는 말은 내 가슴에 와닿는다. 우리 몸이 기계가 아닌 이상, 쉴 틈도 안주고 계속 부어댄다면 결국은 망가져 버리지 않겠는가. 이제 술을 못마신다면서 몸을 사리는 친구들과는 달리 난 술자리마다 최선을 다하고, 횟수도 탁월하게 많다. 지난주만 해도 거의 퍼펙트로 술을 마셔댔다. 가끔은 무섭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런지가.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많이 다른 법, “술의 양이 제한...” 어쩌고란 말을 했던 그 친구는 그날 하루종일 술자리를 선도하면서 폭탄주를 돌려댔다. 두명 정도가 뻗어버린 그날, 술자리가 파하면서 그 친구는 내게 존경의 말을 했다.

“민아, 너 정말 대단하다!! 끄덕도 없구나!”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제법 우쭐했지만, 지금사 생각하니 그럴 일은 아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이런 게 아닐까. “민아 너 오늘 웬일이야? 술도 안마시고”


덧붙이는 말

-이번주 역시 만만치 않다. 어제 마셨고 내일 또 큰 술자리가 있다. 금요일에도 술을 마셔야 하고, 토요일 역시 술로 한판 붙어야 한다. 9월까지 정리하고 10월부터 바른 생활을 하려는데, 과연 그게 잘 될까?

-어제 같이 마신 친구는 말할 때 엄청나게 파편을 튀겼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삼겹살을 먹었지만, 사실 굉장히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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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9-2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붙이는 말- (10월)안된다는데 한표!!
앞으로 그 친구(침 튀긴 친구)와 술은 자제하세요. ^^

물만두 2004-09-2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장하시라고 드립니다...



진/우맘 2004-09-21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애시당초 술 일기는, 술자리를 자제하자고 시작한 게 아니었나요?
이젠 기억 속에 어렴풋할 뿐인....ㅋㅋㅋ

플라시보 2004-09-2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에게 술이 없는 삶이란. 제게 있어 게으름을 포기하란 소리랑 똑같지 않을까요? 이왕 즐기실꺼 너무 머리싸매지 말고 즐기세요.^^

하얀마녀 2004-09-2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폭탄주 너무 싫습니다...

sweetmagic 2004-09-2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잃기 전에...건강하세요.
가꾸지 않아도 영원히 절로 유지되는 것 어디 있나요...

시비돌이 2004-09-21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무지하게 좋아하시나 봐요. 저도 술 마시는거 좋아하는데, 언제
같이 맥주나 한잔 했으면 좋겠네요.

maverick 2004-09-2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파묻힌 술꾼은 왜 이유없이 멋있어 보일까요 ^^ 마태우스 님만큼 많이 먹진 못하지만 저도 술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마태우스 님 서재가 한없이 친근하고 즐거운 곳이네요. 덕분에 좋은 책도 많이 알게 되구요. 술꾼들의 건강관리법은 '금주'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정신적으로 괴로워서 못견딜걸요 ㅎㅎ 술꾼으로저 저는 오로지 '운동' 이거 하나에만 매달려서 건강을 챙깁니다. 운동 좋아하시는 편인것 같은데 걱정없이 술드셔도 될거에요 보장은 못합니다. ㅎㅎ

마태우스 2004-09-22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버릭님/근데 술을 운동보다 더 자주 하니깐, 오늘 아침 이런 소릴 들었어요. 몸이 왜 점점 커지냐구요 ...흑흑
시비돌이님/저야 영광이죠. 천하의 시비돌이님이 술을 좋아하신다니 의욉니다. 질문거리 잔뜩 뽑아서 나가겠습니다. 불러만 주세요!
스윗매직님/님도 미모를 잘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60때까지도 이쁘셔야 해요^^
마녀님/앗 마녀님은 폭탄주를 싫어하시는군요! 전 주면 먹죠. 제가 돌리진 않지만....
플라시보님/아닙니다. 10월부턴 좀 줄여볼까 합니다.
진우맘님/맞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효과는 별로 못본 것 같습니다. 책은 이제사 100권을 돌파했는데...
만두님/너무 맛있어 보이는군요. 감사합니다! 해장엔 육개장이 최고!
폭스님/안그래도 추석 때 또 보자고 해서 거절했습니다. 다 침 때문이죠. 하핫.

마태우스 2004-09-2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그림자님/저돈데!! 오늘 한번 마셔 봅시다!! 아자아자.
님은 그러니까 3분의 2를 마시는 거라 이거죠? 그렇다면 240일? 우와, 대단하세요. 제가 한창 때인 97, 98년엔 300번 넘겼는데, 정말 죽을 것 같던데...

werpoll 2004-09-22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일기' 라는 코너가 있을 정도면 마태우스 님은 술을 무척 좋아하시나 봐요
 

 

 

 

 

 

다른 사람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는데 안받는 경우가 꽤 많다. 그럴 때면 궁금해진다. 언제나 곁에 휴대하고 있는 전화를 왜 안받을까? 물론 회의를 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이외의 이유가 훨씬 더 많은 듯하다. 내가 경험한 일들을 적어본다.


1. 오늘 아침에

난 비발디의 ‘사계’를 가장 싫어한다. 왜? 같이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 중 꼭 늦게 오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의 컬러링이 ‘사계’라서. 그가 늦는 이유는 아침잠이 많아서다. 내가 미리 전화를 해서 깨우면 되지만, 통화가 된 적은 별로 없다. 오늘이 그 하이라이트. 다섯시 십분부터 30분간 약 50여통을 걸었지만 비발디 음악만 열나게 듣다 말았다. 친구와 상의한 끝에 114로 전화를 해 “일산 사는 xxx"를 문의했다. 특이한 이름 덕분에 일산에 그런 이름이 딱 하나만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연락이 되었고, 그는 그때서야 일어났다. ”깜빡 잠들었다“고 말하는 그에게 전화를 왜 안받았냐고 물었다. ”벨소리가 작아서요...“

평소에도 전화를 잘 안받는 걸로 보아 벨소리가 정말 작나보다. 이제 집전화를 알았으니까 비발디의 ‘사계’를 오늘처럼 많이 듣는 일은 없겠지.


2. 내 친구

뭘 좀 물어 보려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받는다. 오기가 생겨서 몇통 더 했지만, 그래도 안받는다. 원래 잘 전화가 안되는 친구라 그러려니 했는데, 알고보니 일부러 안받은 거였다. 해주기로 한 일이 펑크가 나는 바람에 전화상으로 잠적을 한 것. 다른 사람의 전화로 통화를 했더니 역시나 받는다. 난 마음 쓰지 말라고, 그리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40분간 설교를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전날 술을 먹고나서 했던 행동들이 기억나지 않을 때, 관련자들에게서 전화가 오면 무섭지 않겠는가. 전화를 안받아 버리긴 하지만, 그래도 난 메시지로 “무슨 일이예요?”라고 물으니 위의 친구처럼 사악하진 않다. ‘사악’이 아니라 ‘소심’이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3. 술

다른 대학 회의에 참석한 뒤 낮술을 마셨다. 낮술은 원래 금방 취하는데다 독한 술을 엄청 퍼마셨으니 집에 가자마자 쓰러져 잔 건 당연했다. 저녁에 또 술약속이 있었기에 알람을 크게 틀어놨지만, 고량주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잠에서 깬 시각은 밤 10시쯤, 난 내 전화기를 보고 기절할 뻔했다. ‘부재중 전화 33통’

신뢰회복을 위해 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밥을 샀고, 그 덕분에 사고를 친지 일년이 지난 지금은 무디스 등급 AAA를 회복했지만, 그때의 일은 아직도 내 가슴에 생채기로 남아있다. 하여간 술에 취해 잘 때면 난 어떤 소리에도 잠을 깨지 않는다.


4. 엄마

그래도 아는 사람 중 가장 전화를 안받는 분은 어머니다. 오늘도 드릴 말씀이 있어 십여차례 전화를 했지만, 절대로 받지 않는다. 언젠가는 당연히 안받을 줄 알았는데 어머님이 “여보세요!”라고 하는 바람에, 놀라서 끊은 적도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엄마 친구들은 어머님께 “전화가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대체 어머님은 왜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일까. 바로 큰 목소리 때문. 어머님은 소리의 강도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편이라 가까운 거리에서 얘기를 하실 때도 큰 목소리를 내신다. 언젠가는 50미터 밖에 있는 택시를 불러세운 적도 있는데, 급정거를 하고나서 영문을 몰라 두리번거리던 택시기사의 모습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어머님 말씀에 의하면 친구분들 중 어머님이 가장 목소리가 작으시단다. 그러니 제 아무리 벨소리가 크다한들 엄마가 전화온 걸 알아채실 리가 있겠는가. 아침잠과 술, 사고와 더불어 큰 목소리도 전화를 안받는 큰 이유다.


5. 기타

전화가 잘 안되는 또다른 친구, 그는 집에 있을 때면 늘 진동 모드로 해놓는 탓에 전화온 걸 모른단다. 그의 말이다. “전화도 잘 안오는데 뭘”

하지만 전화가 잘 안되는데 누가 전화를 하겠는가. 전화가 안올수록 전화기를 가까이 하자.  전화 횟수는 결코 인기의 척도가 아니며, 전화가 안온다고 낙담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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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9-20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발디의 '사계'를 싫어하신다고 해서 좀 놀랐습니다. 근데 역시 마태님다운 면모십니다.^^ 전화횟수가 인기의 척도가 아니라는 거에 기본적으로 동의는 하지만, 벌써 4년을 헤아리는 내 핸드폰은 배터리가 다 해서 이참에 갈아볼까 생각중이죠. 별로 걸지도, 받지도 않았는데. 마태님 글 언제 읽어도 재밌어요.^^

2004-09-19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9-1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동모드는 그래도 양반이지요. 전 아예 램프로 해놓고 있다지요. 전화 받는걸 극도로 싫어해서요. 거는건 더 싫어하고...(알 수 없는 대인기피증 -_-)

비로그인 2004-09-19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진동인데다가 전화올데도 없고 요즘은 아예 전화기도 잘 안들고 다니니 --;

soyo12 2004-09-1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원에서 근무하시는 기사분 중의

곤란하시면 전화를 안받으시는 분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잠적을 하시는 분이죠.

그래서 전 그분의 벨소리를 정말 싫어합니다.

오히려 음악 벨소리가 더 짜증이 나는 듯해요.

그냥 따르릉 수준이 더 좋아요.

계속 같은 음악 돌려 듣고 있으면 점점 혈압은 오르고,

왜 자신이 그렇게 피해야할 일을 만드는 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소굼 2004-09-19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대생님은 어렸을 적 저와 비슷하군요. 집에서 전화가 울려도 죽어도 안받았습니다.
전화기를 싫어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중학생때까지 아마 수십번에 불과하지 않을까란 생각.

비로그인 2004-09-1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컬러링이 없는 벨이 좋더라...

starrysky 2004-09-20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벨~님 댓글 멋져요. 컬러링 없는 '벨'. ^^
컬러링 정말 싫죠? 어떤 건 소리도 어찌나 큰지 밖으로까지 새나와서, 주변 사람들한테 미안하게 만들고..
사실 저도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버릇이 안 배어 있어서 못 받는 전화가 꽤 많습니다. 친구들이 다들 이를 갈죠. 그래서 가끔 만나서 실컷 아양도 떨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선물도 안겨주면서 화를 풀어줘야 해요. 왜 이러고 사는지..

LAYLA 2004-09-20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이야기가 꼭 나올줄 알았죠 ㅎㅎ

호랑녀 2004-09-20 0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핸펀을 안 받는데 마침 제 배터리가 다 되어서 다른 사람 핸펀으로 전화했더니 받더라는... 슬픈 기억이 저두 있습니다.
설교는커녕, 모르는 척했고... 그 담부터는 그 사람에게 절대 전화 안 합니다. ㅠㅠ

sweetmagic 2004-09-20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찔려......요 .............


ㅠ.ㅠ;;

괜한 테클하나 !!
언제나 곁에 휴대하고 있는 전화를 왜 안받을까? ->
1) 언제나 휴대하지 못 한다.
예 - 까먹고 안 들고 다닌다.
2) 휴대를 하긴 하는데 휴대으 ㅣ의미가 없다.
예 - 가방속에 찡 박혀 있거나, 책 더미에 눌려 있다 !!

흐흐흐
이제 집전화를 알았으니까 비발디의 ‘사계’를 오늘처럼 많이 듣는 일은 없겠지.
--> 저희 집 전화는 일주일에 한번씩 바뀌는 멜로디 이지요~

groove 2004-09-2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컬러링기능정말좋은것같은데..(왠딴소리?)
그래도 사계는 너무하다!!!!!

플라시보 2004-09-21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컬러링을 들으면요. 전화를 제깍 받을때는 안그렇지만 전화를 안받으면서 컬러링이 나오면 이게 누굴 놀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겁나게 발랄한 댄스 음악일수록 더더욱 그래요. 그래서 컬러링을 무지 싫어하는 편입니다.

2004-09-21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