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론'이란 제목을 가진 책이 없더이다. 그래서 이걸로...
일시: 9월 27일(월), 추석 전야
마신 양: 나, 동생, 사촌형 둘, 이렇게 네명이서 소주 열병
좋았던 점: 우리 가문은 다 술을 잘마신다는 걸 알았다
나빴던 점: 아침에도 술이 안깬다.
더 나쁜 점: 같은 멤버에 매제까지 포함시켜 오늘 저녁 한판 더 붙기로 했다.
‘추석 잘 보내세요’라는 말을 여러번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보내야 잘 보내는 걸까? 정답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난 이번 연휴의 목표를 이렇게 잡았다. ‘알콜 프리(free) 추석’ 즉, 추석 때 술만 많이 안마신다면 그런대로 추석을 잘 보낸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던 것. 하지만 지난 토요일 약속이 연휴 마지막날인 수요일로 바뀌면서 ‘알콜 프리’는 물건너갔고, 어제 또 코가 비뚤어지게 마심으로써 ‘평소와 다름없는 추석’이 되어 버렸다. 술자리 이야기가 다 그렇듯, 우리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면을 다루면서 열을 냈다. 남자들은 여인들의 ‘수다’를 “쓸데없고 한심하며 아무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로 치부하지만, 한심하고 쓸데없기는 남자들의 수다도 마찬가지다. 어제 한 얘기 중 가장 말이 안되는 이야기 한토막을 소개한다. 내가 누군지는 알아서 헤아리시길.
A: 성매매 단속하는 건 잘하는 거야.
B: 이 나라가 사회주의야 뭐야. 왜 모든 걸 강압적으로 해?
C: 너 사회주의 국가가 뭔지 아니? 일단 교육과 의료가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해.
D: 성매매 단속 때문에 경제가 망하는데 이게 무슨 짓이지?
C: 성매매 산업 덕분에 유지되는 경제라면, 망해도 싸다.
B: 너무 급작스럽게 하는 것 같아. 최소한 3년의 유예기간을 둬야지.
A: 너, 니가 그런 데 못가서 안타까우니까 그러는 거지?
B: 아니 나는 내 이익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 성매매 덕분에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던 사람들이 걱정되서 그러는 거야.
C: 말도 안돼! 너 니네 형이 혼자 이러고 있을 때, 여자 한번 소개해 준 적 있냐? 그러면서 ‘성적으로 소외된 사람’을 걱정한다고?
B: 형 소개해 줄 여자가 어딨냐? 있으면 내가 하지.
D: 하여간 미아리와 청량리는 건드리면 안돼.
A: 그런 데 말고, 유성에 아주 좋은 데가 있거든? 거기 한번 가는 게 어때?
B, C, D: 저, 정말?
A: 값도 그렇게 안비싸. 내가 한번 추진할테니 10월달에 가자.
D: 금요일날 하자.
B: 난 토요일이 좋은데...
C: 난 다 좋아!
D: 매제까지 포함해서 다섯명이 가기로 한거다!
말도 안되는 결론, 이 와중에 이성을 찾은 사람은 역시 C였다.
C: 저...10월 23일까지 한달간 집중단속 기간인데, 이 기간은 피해야지 않을까?
A, B, D: 참, 그렇지! 그럼 11월에 가자!!
술에 취해 집에 오면서, 나라는 인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성매매 단속을 잘한다고 했던 나의 말들은 그냥 해보는 거였을까. 이론과 실천의 괴리, 누구나 이런 부분은 있기 마련이지만, 내 경우는 좀 심한 것 같다.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