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0월 4일(월)

누구랑: 혼자, 아니 벤지랑

마신 양: 소주 한병 반


별일이 없으면 난 언제나 7시 49분차를 타고 출근을 한다. 하지만 오늘은 기차 시간을 조금 뒤로 미뤄야 했다. 내 얼굴이 영 엉망이었기에. 안그래도 외모가 처지는데, 눈까지 퉁퉁 붓고 나니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엊그제 밤부터 벤지가 아팠다.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고, 숨소리도 가빴다. 일찍 퇴근을 해서 벤지를 데리고 가축병원에 갔다. 톤이 높은 목소리의 의사가 말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네요”

하염없이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마음의 준비를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막상 그런 말을 들으니 걷잡을 수 없이 슬픔이 몰려왔다.


원래 술을 마실 생각은 없었지만, 창고에 가서 소주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슬픈 일이 있을 땐 술이 가장 좋은 친구니까. 여행을 떠나신 어머님이 미리 해놓은 육개장에다 소주를 마시면서 난 벤지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좋은 일보다는 내가 못해줬던 기억이 더 많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나와 더불어 산 지 16년, 벤지는 이제 내 곁을 떠나려 한다. 백내장으로 희미해진 눈으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날 바라보는 벤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날 기다려 줬기에, 벤지가 없는 내 삶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데.


그렇게 술을 마시고 친구와 전화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벤지는 전날보다 아주 조금 나아 보였다. 내가 차려준 밥을 다 먹고, 옥상에 올라가 자기 다리만한 대변을 보았다. 식욕이 돌아온 걸 보니 좀더 희망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출근할 때면 늘 그렇듯이, 오늘 아침에도 벤지는 출근을 하는 날 슬픈 눈으로 바라봤다. 텅 빈 집에서 기다릴 벤지 생각을 하니, 오늘 저녁의 술자리는 도저히 참석하지 못하겠다. 4시 반의 회의만 끝나면 잽싸게 집에 가야지. 벤지야, 조금만 기다려라. 아빠가 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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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5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0-05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eylontea 2004-10-05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오랜만에.. 1등이닷...

하얀마녀 2004-10-05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질뻔 했습니다. ㅜ_ㅜ

paviana 2004-10-05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가 좀 나아있기를 바래요.. 글구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말고
꼭 기필코 반드시 칼퇴근하세요...

갈대 2004-10-0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따라 벤지의 슬픈 눈이 더 슬펐을 것 같습니다. 일찍 퇴근해서 함께 해주세요

ceylontea 2004-10-05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벤지가 아프군요...건강하게 조금 더 살아줬으면 좋겠어요... 마태우스님을 위해서라도.
저는 어제 일때문에 밥을 샜더니.. 제정신이아닙니다...

비로그인 2004-10-05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마태님 당분간은 술자리 자제하시고 벤지랑 함께 해주세요.
제가 이렇게 부탁드려요 ㅜ.ㅜ
아무리 잘해주고 사랑해줘도 지나고 나면 더 잘해줄걸 하는 후회만 남습니다.
퍼내면 퍼낼수록 더 많이 나올수 있는게 사랑이에요.

정 술드시고 싶으면 나중에라도 제가 사드릴테니 당분간 벤지옆에 꼭 같이 있어주세요.

플라시보 2004-10-05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벤지가 떠나더라도 님 덕분에 오래오래 잘 살고 간다고 생각할껍니다. (모 프로그램에 정선희씨가 강아지를 10넘게 기르면 생각도 하고 사람 말도 알아듣는다고 하더라구요.) 남은 시간동안 옆에 함께 있어주시기 바랍니다. (벤지가 더 길게 살았으면 좋겠네요.)

2004-10-05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4-10-05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든 다 그렇지만, 특히 곁에 두고 키운 개는 나중에 죽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정 떼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개 다신 안 키운다고 했는데 우리는 또 개를 맡고 말았으니 이제 겨우 1년 됐지만...그래요. 될 수 있으면 많이 벤지 곁에 있어 주세요.^^

starrysky 2004-10-05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야, 힘내! 아빠가 슬퍼하시잖니.. ㅠㅠ
마태님 일찍 퇴근하셔서 벤지 꼬옥꼬옥 안아주세요..

2004-10-05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코죠 2004-10-05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벤지 괜찮아요...? 마태님도 괜찮으세요..? 모두 한마음으로 안타까워 하고 있으니 어서 괜찮다고 글 올려주셔요.

겨울 2004-10-05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가 아프다고 하니 꼬맹이 조카 아이들이 아팠던 기억이 나네요. 어쩔줄 모르고 바라만 봐야하는 심정... 불쌍해서 어쩌죠?

책읽는나무 2004-10-06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벤지가.......어쩐담?
마태님 곁에 오랫동안 있어주면 좋을텐데~~~ㅡ.ㅡ;;
벤지야..힘내라~~^^

sooninara 2004-10-06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야..아빠가 술만 마시고 집에 안들어 와서 맘이 아팠니?
이젠 일찍 들어오실거야..벤지..힘내거라..

마태우스 2004-10-06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친구님/오늘은 진주 출장이라 조금 늦게 가지만, 이번주는 술 안마실 겁니다. 꼮이요!
책나무님/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말씀 감사합니다...
우울과 몽상님/정말 그렇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구,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요.
오즈마님/걱정해 주신 덕분에 조금 나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속삭여주신 분/그, 그렇게 해볼까요? 솔직히 자포자기한 상태긴 하지만..... 마음이 결정되면 연락 드릴께요
스타리님/흐흑, 벤지 생각한다고 난방을 세게 틀고 갔는데요, 방안이 불덩이예요. 흑흑. 빨리 오길 다행이지...
스텔라님/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을 해야죠.
플라시보님/벤지가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체셔고양이님/걱정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술 당분간 안마실께요
실론티님/덕분에 벤지는 괜찮아졌습니다. 실론티님 오늘 푹 쉬셔야겠네요.
갈대님/그렇죠... 아플 때 혼자 있으면 얼마나 서러울까요....
파비아나님/어제 회의 끝나고 암표 사서 기차 탔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얀마녀님/저도 쓰면서 울었어요..........공감해 주셔서 감사해요
속삭이신 매직님/님의 말씀 잘 듣겠습니다. 늘 감사드려요

진/우맘 2004-10-0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야 봤네요...이런...벤지 없는 마태님은 상상할 수 없어요. 벤지 화이팅!
 

 

 

 

 

 

 

일시: 10월 2일(토)

누구랑: 후배, 그리고 미인 둘과

마신 양: 겁나게 많이


지난번에 후배와 술을 마신 곳은 미모의 마담이 운영하는 술집이었다. 지하에 위치한,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그 술집은 마담의 미모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별로 없었다. 내 후배는, 그집의 단골이었다. 난 이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마담이 나보다 한 살이 더 많다는 사실에 놀랐는데, 그 이후부터 피부 관리를 위해 밀크로션을 매일같이 바르고 있는 중이다.


여자 혼자 술집을 하는 건 여러 가지로 어렵다.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취객들의 난동도 그 중 하나인데, 혼자 와가지고 왜 마담이 자기 앞에 앉지 않느냐고 항의를 하는 사람부터, 어떻게 한번 해 보려고 수작을 거는 사람, 그리고 당장 한번 하자고 조르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남편도 없는지라 그녀가 믿을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정 견디기 힘들 땐 맞은편에 있는 노래방 아저씨의 도움을 청한다고 한다. 하지만 순수한 도움은 여간해서 드문 법, 그 아저씨 역시 어떻게 한번 해볼 생각을 할까봐 자주 그러지 못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난 “제가 이리로 이사 올까요?”라는 헛소리를 하기도 했다.


하여간 그날 셋이서 술을 마시다가 순전히 술김에,  추석 연휴가 끝나는 10월 2일날 같이 모여서 술을 마시기로 했었다. 오래 전에 한 약속이라 혹시 까먹지 않았을까 기대를 했지만 웬걸, 후배에게 전화를 해 봤더니 “당연히 마셔야죠!”라고 한다. 그래서... 갔다.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후배는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주말에 술을 마시는 게 미안했는지 날 보고 이런다. “형, 오늘 형이 중고차 사러 여기 온 걸로 해줘!” 무슨 말인가 했더니 그가 사는 발산역 근처에 중고차 시장이 있는데, 후배는 집에다 내가 중고차를 사러 왔다가 근처고 하니 술을 마시자고 했다고 말을 했단다. 결혼한 분들, 참 어렵게 산다. 평소 거짓말을 잘 못하던 친구인데, 그 말을 하면서 얼마나 뜨끔했을까?


마담은 친절하게도 미모의 친구를 데리고 나와 넷이서 사이좋게 술을 마셨다. 여자 분들이 마시건 말건 난 후배가 한잔 마실 때마다 같이 마셨는데, 그렇게 똑같이 마시니 주량이 소주 다섯병인 후배를 내가 당해낼 리가 있겠는가? 1차야 잘 넘겼지만 2차에서 난 탁자를 짚고 비틀거렸고, 마담의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술이 좀 약하신가봐요!” 난 결코 그런 게 아니며, 엊그제 시합 때 1등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을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도, 너무 센 상대를 만난 게 불운이었다. 그래도 뭐, 미녀와 함께 한 즐거운 술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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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10-05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보다 미모에 더 취하셨군요 ㅎㅎㅎ

아영엄마 2004-10-0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한 남자분들이 워낙 바깥일에 바쁘다보니 늘 늦게 퇴근, 주말에 겨우 쉴까말까인데 그나마도 가족과 보내지 않게 되면 솔직히 미안한 마음이 있을 겁니다. 그렇긴 해도 님도 술 한 잔 마시러 자주 만나는 것이 아닌지라 나가셨을거고...가정, 특히 아이가 생기면 여자나 남자나 가족에게 매이게 될 수 밖에 없지 않겠어요. 쩝~

ceylontea 2004-10-0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미녀도 마태우스님의 유머에 즐거운 술자리였을 거예요.

노부후사 2004-10-05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을 생각하셔 과음은 삼가소서.
그리고 거듭 용서를 구하옵니다.

하이드 2004-10-05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제 시합에서 1등!^^
요즘 술 때문에 슬럼프인데, 저도 술일기 써봐야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뭔가,, 즐겁게 열심히 보내고 나면, 남는 것 없고, 때로는 후회만 남는 뭔가 부정적 오라가 그득한 술자리들이었는데,

오늘은 심지어, '당분간 금욕생활!' 을 외치며, ' 나한테 연락하지마' ( 사실 아무도 연락안하고, 내가 먼저하지만;;) ! 를 외쳤지 뭡니까.

nugool 2004-10-05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친한 선배들 따라서 그런 술집에 꽤 따라가봤어요. 미모의 마담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요.. 그래서 여자혼자 술집운영하는 데 따른 어려움.. 진작에 들었더랬죠... 그래서 매너 좋고 사람좋은 제 선배들이 가면 엄청 잘해주고 또 좋아하더라구요. 어떤 마담언니는 제 선배중 한 사람을 심하게 연모하는 일이 있기도 했고.. 하여튼 그런곳에 선배들 따라 다니는 게 전 어찌나 재미있었던지.. 지금 생각해보니 마담언니들 입장에선 싫었을까요? 어쨌거나..이글을 읽으니... 소싯적 생각이 많이 납니다. ^^;;;

마태우스 2004-10-06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굴님/매너라는 것에 약간의 회의를... 좋은 매너는 미래를 위한 치밀한 포석이 아닐까 싶다는.... 전 남자 자체에 회의를 갖고 있답니다
미스하이드님/저는 술일기를 술을 줄이려고 쓴답니다. 님도 그런 목적이라면 쓰라고 권하고 싶네요. 단점은...술일기를 쓰면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된다는....
에피메테우스님/건강할 때 과음해야지 언제 하겠습니까^^ 글구 죄송할 거 하나도 없습다.
실론티님/그, 그랬을까요? 제 유머가 통했어야 하는데..
아영엄마님/주말 뿐 아니라 주중에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게 정착되어야겠죠.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전......
스윗매직님/언제나 1등으로 코멘트 남겨주셔서 감사! 미모에 취한 거 맞구요, 그러니까 님과 마신다면 소주 두잔에 취하겠죠^^

maverick 2004-10-0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윗매직님에게 하신 답글.......너무 느끼합니다 ㅎㅎㅎ ^^

sweetmagic 2004-10-07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끼한가요 ?? 전 도전으로 받아드렸어요. 흥 !!
제 미모는 소주 두잔 부족하다는 거죠.... !!!!
앞으로 완벽한 미모를 위해 소주 두 잔을 허리에 차고 다녀야겠어요 =3=3=3~~
 

 

 

 

 

 

*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었다.

 

1. 한겨레

‘...돌출행동을 벌였으며...행진을 시도하면서 이를 막는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10월 4일 시청앞 광장에서 있었던 집회의 풍경을 한겨레는 이렇게 보도했다. 대체로 평화적으로 끝난 그 집회를 과격시위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역력한 대목. 인공기를 불태우는 등의 행위가 왜 ‘돌출행동’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 사회에서 그 정도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소화기로 불을 끈 경찰의 행동이 오히려 문제가 있었으며, 민간 사회에 적응이 덜된 재향군인 몇 명의 행동을 전체로 확대시키는 보도 역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을지로 일대에서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위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걱정하는 자세, 이게 바로 조선일보가 파업 때마다 써먹는 수법이다. 올 봄의 탄핵 반대 집회 때는 그럼 교통정체가 없었던가? 날이면 날마다 벌어지는 시위에 시민들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교보문고를 비롯한 인근 상점들이 매출이 떨어져 울상을 지었지만, 그럼에도 그때 한겨레는 감격에 겨운 듯 촛불시위 장면을 보도하지 않았던가.


시청 앞 광장은 어느 특정 정파의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그 거리에 서서 자신의 주장을 소리높여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집회의 주체에 따라 논조가 바뀌는 한겨레의 보도는 그래서 유감이다.


2. 자발성

이번 집회는 순복음과 금란교회 등 대형 교회들이 주축이 되었다고 한다. 보수단체가 10만명을 모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첫 번째는 작년 3월 1일-두번 다 대형 교회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순복음의 조용기 목사는 신도들에게 모임 참가를 독려했고, 대절 버스를 동원해 신도들을 실어날랐단다.


난 그 교회 신도들이 평소 얼마나 정치적인 소신이 뚜렷했는지 의문스럽다. 목사가 가라고 하지 않았다면, 버스를 대절하지 않았다면 자발적으로 시청 앞에 나갔을까? 별로 그랬을 것 같지 않다. 버스대절, 사실 이거 문제가 많은 거다. 탄핵반대 집회 때 열린우리당 당원이 버스 한 대를 대절한 걸 가지고 난리 굿을 했던 보수 진영이 한 대도 아니고 수십, 수백대를 동원해 군중들을 실어나를 수가 있는가. 탄핵반대 집회 때 모인 군중들이 다들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에 모인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그렇다. 우리나라 보수는 자발성이 모자라도 너무 모자란다. 교회 측의 동원력을 빌리지 않았다면, 올 봄의 탄핵 찬성 집회 때처럼 나이드신 분들 몇백명이 인도에 모여 태극기를 흔들었을 거다. 내 주위 사람 중엔 노무현을 김정일보다 더 싫어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들 중 한명이라도 시청 앞에 나갔다는 사실을 들어보지 못했다. 아니, 젊은 보수는 다 죽었는가? 마음 속으로 정치적 신념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한데 모여 세를 과시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들과, 아무 생각없는 교회 신도들에게 큰일을 맡길 셈인가. 자발성이 없다는 것, 내가 보수 단체들에게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3. 시각

어제는 다들 출근하는 날이었다. 추석 연휴 때문에 주말까지 쉰 사람들도 모두 다. 회사에 가서 적응도 하고, 밀린 일도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그런 날 오후 세시 반에 어떻게 집회를 할 수가 있담? 한가한 거야 알겠지만 그렇게 티내면 ‘보수 애들은 다 실업자’란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탄핵반대 집회 때도 그런 말이 나왔다. 오해를 살까봐 퇴근시간 이후, 그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모임을 가졌었는데도 모 의원님들께서 “탄핵반대 집회에 나가는 애들은 다 실업자”라고 폭로하지 않았던가. 그 바람에 뜨끔해진 실업자 분들은 모임에 누를 끼칠까봐 집회에 안나가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보수 쪽은 왜 하필 월요일 오후 세시 반인가? 교회 예배 때문에 일요일이 안된다면, 최소한 퇴근 후에 달려갈 수 있게 일곱시 정도에 모임을 시작해야 할 게 아닌가.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십만인파의 모습은 구국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더불어 우리나라 실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 줬다. 실업자라 하더라도 그렇게 티내지 말았으면 좋았을텐데, 이게 내가 그 모임에 가진 세 번째 유감이다.


4. 부시?

마이클 무어의 발랄한 말에 기대지 않더라도, 부시가 또라이라는 건 세계 모든 사람이 안다. 세계의 패권국을 누가 다스리는가는 우리같은 변방의 나라일수록 더 중요한 법, 부시 덕분에 우리는 이라크에 파병을 했고(노무현의 책임을 부정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지금 테러의 위협에 몸을 떨고 있지 않는가. 생각해 본다. 부시가 중동과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9.11 테러가 발생했을까? 그럼에도 아무 생각없이 사는 미국인 일부는 부시를 지지하며, 이번 대선에서 또 찍겠다고 한다.


미국 애들은 그렇다 쳐도, 부시 때문에 여러 가지로 시달림을 겪은 우리나라만은 부시를 지지하면 안되는 법, 하지만 어제 집회에서는 부시와 함께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를 구하자는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아니 왜 박근혜나 최병렬, 정형근이 아니라 부시인가? 무식하기 짝이 없고 할 줄 아는 거라곤 싸움과 영어밖에 없는 부시를 연호하는 건, 보수단체 스스로 자신들이 또라이임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안그래도 아는 게 없다고 비판받고 있는 우리나라 보수, 제발 좀 참아달라. 보수가 보수다워야 나라가 바로서지 않겠는가. 다음 집회 때는 꼭 당신들의 능력을 보여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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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4-10-05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파란여우 2004-10-05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보수의 양대진영 모두 다 불성실하고 비정직하고 무지하며 힘의 원리에 의한 미국에 의존도 높은 꼬리치는 누렁이, 또는 말 잘듣는 보이스카웃 단원이라고 몇년전엔가 미국무성 회의때 거론되었다고 하더군요...이 비참한 현실을 인정하는 우리는 정말 몽매한 종족일까요?그나저나 이거 마태우스님의 정치성향이 드러난 이 글이 다시 파란을 가져오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이 듭니다. 하도 말많은 세상, 탈많은 세상이라서요...

비로그인 2004-10-0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저에게 화내시는 것 같아 죄송스럽 마음 뿐입니다.
개인의 하나님과 집단의 하나님이 왜 이렇게 달라질까.
늘 고민하며 삽니다. 믿는 사람의 한 명으로서 죄송하네요...

마태우스 2004-10-0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님/앗 전 대형교회에 의존하는 보수를 비난한 거지, 교회를 비판한 게 아니어요. 그리고 저 화 안났아요. 죄송해하지 마세요.
파란여우님/앗 이 글에 제 정치 성향이 드러났습니까? 꼭꼭 숨겨 뒀는데 어떻게 그걸... 하여간 전 보수가 좀더 제대로 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낸 겁니다.
꼬마요정님/감사합니다. 동감해 주셔서...

노부후사 2004-10-0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에서 신도수가 많은 교회 톱 10에 우리나라 교회가 6개가 들어가 있고 그중 1위가 여의도 순복음교회라더군요. 그런데 조용기 목사 접때 허위대학설립해서 잡혀들어갔었는데 어찌 된건지 통 소식이 없네요. 나쁜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oldhand 2004-10-0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수는 이념이 아니라 욕망이다.. 라는 김규항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들에게서는 자발성이라는 덕목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겠지요. (진보 좌파로 분류되는 김규항의 보수에 대한 일괄적인 규정에 100%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 한국사회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들은 기회주의자 집단 혹은 사익 추구 집단으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습니다. 이들이 없어져야 진정한 보수 세력이 보수를 자처할텐데 말이죠.

비로그인 2004-10-05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책에서 본 문구가 생각나는군요. 진보는 모두 죽임을 당했고 보수는 스스로 자폭했다던...

soyo12 2004-10-0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조용기 목사 강연하던걸요. ^.^;;
어제 잠시 텔레비젼 뉴스를 보면서 10만이 모였다는 말에 내 주변 사람들이 역시소수인가?
그런 생각을 잠시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나온 조용기 목사와 일분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10만이면 조금 모인거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우리 나라 교회 정말 굉장한 집단입니다.^.~

하얀마녀 2004-10-05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해드리겠습니다. -_-+

sweetrain 2004-10-0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크리스찬으로 살기가 왜 이렇게 부끄러운지 모르겠습니다...구국 기도회...참 할 말이 없네요. 어쩌다 교회가 저렇게 되었는지...무엇이 구국인지...정말 너무 부끄럽습니다. 믿는 사람이라서...지금 이 땅의 일부 목소리 큰 교회들을 보면서..세상 앞에 부끄럽고 하나님 앞에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욕할만큼 독실한 크리스찬이 못되는 제가 더 부끄럽습니다..어쩌면 하나님의 이름을 부끄럽게 하는것은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녀들이라는 생각이 자꾸자꾸 듭니다.

하이드 2004-10-05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퍼가기.
조목조목 어찌나 맞는 말씀이신지요. 사무실이 바로 시청 광장이 보이는 앞인데,
어제 휴가내고, 집에 박혀있기를 잘했네요. 못볼꼴 볼뻔 했어요. 저 빼고는 온통 저 윗글의 딱 반대 성향의 사람들이 모인 사무실에서, 맘 고생해가면서 말이지요.

마냐 2004-10-06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글이었군요. 당근 추천 들어감다.

마태우스 2004-10-0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추천 감사해요. 우린 서로 추천을 주고받는 각별한 사이^^
미스하이드니/님도 맘고생이 심하시군요. 저도 그런데..... 그나저나 시청 광장 앞에서 근무하신다니 걱정이 많겠어요
단비님/전 교회를 비난한 거 절대 아니어요. 교회를 이용하는 보수세력이 나쁘다는 거죠
하얀마녀님/늘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요님/거의 기업화되어 있죠.... 10만 동원은 진짜 일도 아닐거예요
여대생님/저도 님처럼 상황에 맞는 문구를 적절히 인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올드핸드님/욕망인데 왜 자발성을 기대할 수 없는지요??? 진정한 보수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엔 동감!
에피메테우스님/님도 우리나라 교회가 10대 중 6개라는 걸 아시는군요. 역쉬!

 

 

 

 

 

 

* 이 책의 저자는 본문 내용과 대략 관계없음.

1. 상황

13일은 한국 축구 운명의 날이란다. 왜? 레바논과 숙명의 일전을 벌이기 때문. 한국이 레바논에 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월드컵 1차 예선 탈락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게 되니까.


히딩크 시절의 영광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지금 한국 축구의 위상은 너무도 형편없다. 옛날엔 1차 예선을 가지고 머리를 싸맨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동안엔 1차 예선서 만난 팀들에겐 언제나 열골차 이상의 대승을 거두었고, 그게 워낙 당연한 일이라 아무도 칭찬하지 않았다. 문제는 늘 2차 예선이지만, 거기서도 대충 다 통과를 했던 게 지난날의 축구역사다. 그런데 지금은 레바논전에 한국축구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옛날 우리의 숙적은 말레이시아였다. 결정적일 때마다 우리의 덜미를 잡던 말레이시아, 수중전에 강한 그들이 우리랑 붙기 전에 운동장에 물을 퍼다 나르고 했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86년 이래, 말레이시아는 더 이상 우리의 적수가 아니게 됐다. 월드컵에 단골로 출전하며 실력을 키운 우리나라는 2002년-홈 어드밴티지 덕을 보긴 했지만-포루투칼, 이탈리아 등 유럽의 강호들을 연파하고 독일과도 대등하게 싸우며 4강 신화를 일궜다. 레바논. 난 이 나라가 축구를 하는지 몰랐었다. 베트남. 국가대표팀이 있겠지, 하고 추측만 했었다. 오만. 아시안지 아프리칸지 헷갈렸다. 그런데 이 나라들이 이제 우리나라와 대등한 위치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젠 베트남전에서 2-1로 이기면 잘 싸웠다고 칭찬한다. 싱겁기 그지없던 예전에 비해 이젠 1차 예선도 한경기 한경기가 다 박진감이 넘친다. 우리가 바랐던 것이 1차 예선의 활성화라면 코엘류의 영입은 성공적이다.


2. 코엘류는 무엇을 남겼나?

코엘류도 사실 나쁜 사람은 아니다. 결과가 안좋아서 그렇지, 그 역시 한국 축구를 더 발전시키고자 애를 쓴 사람이다. 


전문가의 글에 의하면 코엘류가 원했던 것은 루이 코스타였단다. 포루투칼의 천재적인 게임 메이커였던 그 루이 코스타. 코엘류의 생각은 이랬다고 한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윙 플레이가 강한 팀이다. 발빠른 윙이 파고들어가 센터링을 올려주면 어찌어찌하다가 골을 넣는 그런 플레이. 그런 플레이는 아시아 최강은 할 수 있어도 세계 정상은 못한다. 세계 정상이 되려면 역시 중앙돌파를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루이 코스타같은 게임 메이커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코엘류는 수없이 평가전을 하면서 루이 코스타를 찾았던 것. 하지만 우리나라에 그런 선수가 있을 턱이 있겠는가. 별의별 선수를 다 해봐도 눈에 차는 게임메이커는 나타나지 않았고, 계속 중앙돌파에 의존하다보니 한국의 강점이던 윙 플레이마저 실종되었다. 국대팀의 평가전 다음날, 찌푸린 얼굴로 있는 애한테 다가가 “왜 그러냐”고 한마디만 하면 축구 얘기를 이삼십분 쏟아내곤 했던 게 바로 코엘류 시절이다.


결국 코엘류는 물러갔지만, 그 여파는 아직도 남아있다. 베트남, 레바논, 태국, 말레이시아, 이름만 들어도 긴장되는 팀들이 아닌가. 월드컵 4강의 함성이 불과 2년 전인 게 믿겨지지 않는다.


물론 난 코엘류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4강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코엘류의 방식대로 갔어야 하니까. 윙 플레이는 사실 아시아에서나 통하지, 키들이 겁나게 큰 유럽과 상대할 때는 별 위력이 없다. 지금은 몹시 삐져 있겠지만, 코엘류를 불러서 청소년 유망주들을 장기간 맡도록 하면, 그래서 그가 원하는 팀 컬러를 만들어 보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당장이야 힘들겠지만, 십년 후에 뭔가를 이루려면 그렇게 해야지 않을까? 2년 전에야 감독을 영입해서 성적을 내라면 벼락치기밖에 더하겠는가? 그래서 난 주장한다. 코엘류는 무죄라고. 결과는 나빴을지언정, 그가 가려는 방향은 옳았다고.


피에스: 형들을 따라서 그러는지, 평소 형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던 청소년팀도 이라크에 3-0으로 지더니 엊그제 태국과 1-1로 겨우 비기고 8강에 올라갔단다. 형만한 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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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후사 2004-10-0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도 만세!!

노부후사 2004-10-0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구 보니 일등이닷!!

sweetmagic 2004-10-04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엘류는 무죄라고. 결과는 나빴을지언정, 그가 가려는 방향은 옳았다고. ~~저두요~~!!!

2004-10-04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verick 2004-10-04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엔 현재의 이 혼란은 두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히딩크성님의 효과좋은 스팀팩으로 한국축구팬들의 기대치가 과잉상승
둘째, 우리가 유럽 강호들 이길때는 세계축구의 평준화라고 외치던 축구팬들이 동남아나 중동세의 성장에 대해선 단지 우리팀의 부진으로만 모든걸 돌리는 이중성을 보여주는 점

각자의 리그에서 정규시즌을 소화하는 선수들이 몇시간씩 비행기타고 와서 월드컵때같은 컨디션 보여주는건 미치지 않고서야 불가능일테고 코엘류의 문제라면 히딩크성님처럼 영악하지 못해서 축협에 좀 휘둘린거랑 이용수 교수님이 없었다는거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

2004-10-04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10-0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올드핸드님/그, 그렇습니까? 제가 스코어를 잘못 썼군요. 고치겠습니다.
매버릭님/두번째 대목이 크게 공감이 가네요. 동남아의 성장에 대해선 우리팀의 부진으로 돌리는 것... 님께서 이 주제로 쓰셨다면 훨씬 더 잘 쓰셨을 것 같습니다. 제가 괜히 주름 잡았네요^^
매직님/다방면에 관심이 많으신 매직님, 축구도 역시 예외가 아니군요. 13일날 매직님의 마술을 좀 보여 주시어요!
에피메테우스님/하하, 만세를 받으니 기분이 좋군요^^
 

 벤 스틸러가 주연한 <미트 페어런츠>는 아버지가 전직 CIA 요원인 여인을 좋아하는 남자의 해프닝을 그린 영화다. 그 영화가 개봉할 즈음, 평소 안보던 영화정보 프로그램을 봤는데,  그 영화에 대한 소개가 나왔다. 재밌겠다 싶어 영화를 보러갔다. 이럴 수가. 좀 웃기는 장면은 죄다 TV에서 본 것, 영화를 보는 내내 난 한번도 웃지 않았다. 그때 생각했다. 영화정보 프로그램은 영화의 재미를 현저히 떨어뜨린다고.


그래서 난 내가 봐야겠다는 영화는 신문의 리뷰도, TV에 나오는 영화 소개도, 심지어 다른 사람이 쓴 영화평도 웬만해선 보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봤을 때 더 재미있는 법이니까.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그 영화가 절대 보지 말아야 할, 예컨대 <낭만자객>같은 3류 영화라면? 이럴 경우에 대비해서 영화 사이트마다 별점을 매기는 게 아닌가. 알바들이 기승을 부리긴 하지만, 모집단이 수천명쯤 된다면 조작하는 건 불가능한 법, 지금까지 결과로 볼 때 맥스무비의 별점 순위는 꽤 신뢰할 만한 자료다.

 

<노브레인 레이스>를 보러 갔다. 미스터 빈을 비롯해서 좀 웃긴다는 사람이 다 나오고, 더구나 <총알탄 사나이>의 감독이 만든 영화니 더더욱 열광할 법했다. 하지만 네군데를 돌아다녀봐도 그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은 없었다. 지난주에 봤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꾸물거렸다. 그냥 돌아가기 뭐해서 본 게 바로 <빌리지>였다. 공포영화라는 것만 알고 영화를 봤는데, 음산한 음악과는 달리 하나도 안무서웠다. 수많은 괴물들에 단련된 내가 괴물 이야기에 왜 무서워하겠는가? 어찌나 안무서운지 졸리기까지 했는데, 나중에야, 아주 나중에야 그 영화가 꽤 재미있는 영화라는 걸 알았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 난 제법 포만감까지 느껴가면서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까 마냐님이 쓰신 영화평을 읽은 기억이 났다. 이 영화의 감독이 식스센스를 만든 사람이고, 그 영화 이후 사람들로 하여금 반전이 없으면 영화가 아닌 것처럼 인식하게 만든 나쁜 감독이라는 걸. 그리고 여기저기서 리뷰를 읽다보니까 마지막 결말이 뭔지 미리 다 알아버렸다는 것도.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비결은 역시 나처럼 아무것도 모른 체 영화를 보는 거다. 한가지 더. 영화평을 읽었던 걸로 보아 난 <빌리지>를 볼 마음이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우연히 보는 영화가 재미있기는 힘든 법이지만, <빌리지>는 예외였다. 그, 그런데 이 영화의 맥스무비 별점이 6.5로 하위권이다.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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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0-0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좋다는 건지? 좋지 안다는 건지 영 헷갈리네요. 근데 주인공이 리버 피닉스의 동생이라면서요? 연기는 잘 하던가요?

stella.K 2004-10-04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1등 했군요. 다들 점심드시러 나간 모양입니다.^^

마태우스 2004-10-0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반전만 기가 막히다는 거죠^^ 그리고 동생이 여자예요, 남자예요?

stella.K 2004-10-04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잔줄 알고 있는데요. 호아킨 피닉스라고. 이 영화에 나왔대요. 저 사진의 쟨가? 연기력이 형만큼 있나 해서요.^^

노부후사 2004-10-0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아킨 피닉스는 리버 피닉스의 동생이죠. 예전에 <글래디에이터>에서 그 또라이 황제로 등장했던 아그에요. <빌리지>를 만든 나이트 샤말란의 영화는 <식스센스> 빼고는 한국에서 평가가 신통찮더라구요,.

sweetmagic 2004-10-04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라이 황제로 등장했던 아그..으 나쁜놈.... 다시 생각해도 열받는 나쁜 놈 !! 걔가 리버 피닉스 동생이었군요,,,, 하여간 나쁜놈 !! 비겁해 비겁해

ㅠ.ㅠ;;

엔리꼬 2004-10-0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입니다. 글래디에이터에서 코모도스로 나왔던 .....

구스 반 산트의 To die for에서 니콜 키드만의 유혹을 받는 고등학생 역으로 처음 알려졌지요..

www.imdb.com 에서 찾아보니. 식스 센스 8.2, 언브레이커블 7.1 싸인 7.1에서 빌리지 6.5로 추락했네요.

(아직 안봤지만) 이 영화는 나이트 샤말란이 만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저평가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Fithele 2004-10-04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과 제 마음이 오랜만에 같군요. ^^
아이비 역을 맡은 아가씨가 론 하워드의 딸이라고 해서 또 놀랐죠.

샤말란 감독님은 찾아내셨나요? ^^ 샤말란의 영화에는 언제나 감독님이 등장하시죠. -마치 히치콕을 찾아라 처럼 -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오셨더군요.

maverick 2004-10-04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스센스는 결과를 알고 봐서 재미 하나도 없었고 언브레이커블은 너무 어이없는 반전에 짜증났었고 그나마 싸인은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봤습니다. 빌리지 극장에서 보진 못하겠지만 비디오로는 한번 봐야겠네요..

비연 2004-10-04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리지..직장 동료가 별로라 해서 그냥 접어두었었는데..마태님의 평을 보니
(좀 아리까리하긴 하지만..^^;) 보도록 해야겠네요..ㅋㅋ

마냐 2004-10-04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역시 사람들의 영화 본 후일담은 흥미롭습니다..어쨌든 저도 괜찮게 봤고, 마태님도 그러신 모양이라...다행이다 싶은데, 제 옆자리 K라는 친구는 오늘 빌리지의 반전이 너무 뻔했다...고 투덜거리더군요. 뭐, 제 뒷자리 친구는 "반전이 굉장했다"고 했구요...흐흐.

연우주 2004-10-05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보이던데요. 반전이 어떻게 될 지 예상 가능해서 재미없던데... 게다가 화면 구성은 얼마나 촌스러운지...--; 놀랐다니까요. 저런 60년대 화면이 아직도 나오는구나 하고...
마태우스님과 영화에 대한 의견이 이렇게 엇갈리다니 유감이지만 말이죠..^^;

플라시보 2004-10-05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저도 봤어요. 그런데 리뷰를 쓰지를 못했어요. 왜냐. 초반 10분 정도 보다가 너무나 졸린 나머지 (영화가 졸렸다기보다는 몸 상태가 좋지를 않았습니다.) 자버렸거든요. 그래서 자막이 올라갈때 깼습니다. 나중에 같이 본 친구의 말로는 별로였다고 하던데... 아무튼 영화건 책이건간에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는걸 또 한번 느낍니다. 저야 안봤으니 이 영화에 대한 의견이 있을 리 없지만 말입니다.^^

마태우스 2004-10-0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영화를 보면 안되죠. 자고 나면 얼마나 속상한데요. 다시 보긴 돈이 아깝구요. 그래서 전 이 영화 볼 때 허벅지를 꼬집어 가면서 잠을 참았답니다.
우주님/음, 저도 반전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님과 저의 차이는, 전 반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님은 예상했다는 것. 그것 말고는 차이가 없죠. 머리나쁜 게 이럴 땐 유리하군요. 영화 한편을 건졌으니 말이죠. 호호홋.
마냐님/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법에 머리를 너무 쓰지 말라는 것도 포함시켜야겠군요. 호호. 참고로 전 머리를 전혀 안씁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요.
비연님/저... 보지 마시어요. 보시고 저를 미워하실까 두렵사옵니다.
매버릭님/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전 식스센스 결과를 알아도 귀신이 너무 무서워서 떨면서 봤습니다. 언브레이커블은 못봤구요... 이거 비디오로 보면 재미가 더 없을 것 같은데요.
피델한님/앗 의견이 같다니 반갑습니다. 그리고 저 감독 못찾았습니다. 전 아직 영화에 문외한이라서요, 감독을 구별할 정도의 내공이 못된답니다.
서림님/아, 그사람이 그사람이군요^^ 글라디에이터의 기억은 하나도 없지만, 뭐 그런대로 연기가 괜찮았단 생각이..
매직님/흥분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습니까.
에피메테우스님/그러고보니 님과 저는 '우스' 패밀리군요^^ 몇줄 안되는 코멘트에서도 내공이 드러나 보입니다.
스텔라님/으음, 님도 영화에 대해 많이 아시네요. 전... 이제 공부하는 단계입니다. 지금까지 배우나 감독 중심으로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요.....많이 봤지만 아는 게 없네요.

Fithele 2004-10-05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독은요... 신문 보고 계시던 분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