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인가 하는 나라에는 <푸른 수염의 아내>라는 민담이 전해진다. 푸른수염과 결혼하는 여자는 모조리 실종이 되는데, 한 여자가 그와 결혼을 한다. 푸른수염은 말한다.
“저 다락방은 절대로 열어보지 마”
하지만 하지 말라는 건 꼭 하는 게 인간의 심리, 여자는 결국 그 문을 여는데, 거기엔 그간 실종된 여자들의 시체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놀라서 뒤를 보니 푸른수염이 무서운 얼굴로 서있고.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맨 첫 번째 아내는 왜 죽었을까? 그녀가 결혼했을 때는 다락방에 아무 것도 없었을 거 아닌가? 이 의문점을 소설가 하성란은 멋지게 푼다. 그녀가 쓴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를 읽으면 해답이 나오는데, 푸른수염은 알고보니 게이였던 것. 맨날 놀러오는 친구와 뒹굴고 있는 걸 아내가 그만 보고 말았다. 게이인데 결혼은 왜 한담? 결혼을 해야 유산을 물려주니까.
몸이 영 안좋았다. 계절이 바뀌어서 알레르기 비염이 도진 것일 수도 있고, 잠도 안자고 놀기만 해서 몸살이 난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난 아프다. 아픈 와중에도 할 일을 다 했는데, 학교에서는 회의에 참석을 했고, 회의가 끝난 후 ‘교육목표’를 짧게 요약하는 어려운 일을 해냈다. 그리고는 서울로 와서 모 방송사의 프로에 출연했는데, 난데없이 전화 연결까지 하는 바람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일정을 마치자 몸이 너무나 안좋아, 집에 오자마자 그대로 쓰러져 자 버렸다.
내가 잠을 깬 것은 우리집에 수없이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가 마루에서 통화하는 소리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뵈서 그런지 목소리가 더 크셔서 난 이불을 푹 뒤집어 쓰는 등 갖은 짓을 다 해가며 잠을 청해야 했다. 그러다 결국 ‘치사해서 안잔다!’는 심정으로 일어나고 말았는데,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오랜만에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 내가 없는 동안 많은 일이 생겼더구나. 내가 다니는 헬스장이 없어지는 거 아니?
나: 알죠. 엄마가 전화하는 소리 들었어요.
엄마: 다른 헬스장을 알아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어?
나: 그럼요! 어찌나 찌렁찌렁한지 안들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면서 난 엄마한테 요즘 전화기는 감도가 좋아서 속삭이듯 말해도 잘 들리는데 왜 그렇게 크게 말씀을 하시냐고 물었다. 엄마의 대답이다.
“다른 엄마들에 비하면 난 작은 편이야.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귀가 아파!”
귀가 아프다는 것으로 보아 어머님도 큰 목소리를 싫어하실 거다. 목소리가 크신 엄마의 친구분도 처음부터 목소리가 크지 않았을테고. 그분도 아마 목소리가 큰 다른 친구 때문에 목소리가 커졌겠지. 그렇다면, 맨 처음 목소리를 크게 냄으로써 이 사태를 초래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그 사람은 처음에 왜 목소리를 크게 낸 걸까? 소설가 하성란이 이 문제도 명확히 해결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