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본문 내용과 약간 관계있음.

학회에 다녀왔다. 한창 연구의 재미에 빠져 있던 조교 시절엔 학회 가는 게 마냥 좋기만 했다. 무슨 소풍이라도 가는 기분이랄까. 사람들이 자신의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것도, 발표 후에 벌어지는 질문공세를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여러 사람 앞에서 내가 발표를 하는 것 역시 스릴 넘치는 일이었지만, 가장 좋았던 건 학회 전날 모여서-지방서 학회를 하면 전날 간다-술을 마시는 거였다. 십여년이 흐른 지금, 난 학회 가기가 무섭다. 왜? 다른 사람들의 발표가 워낙 훌륭해서. 그리고 난 변변히 발표할 게 없어서.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학회는 철저히 양극화되었다. 발표를 하는 사람만 발표를 하고, 질문하는 사람도 죄다 같은 사람들이다. 뭘 알아야 질문을 하지! 90년대만 해도 별 거 아닌 연구결과-저걸 왜 했지?-를 발표하는 사람도 제법 됐다. 어떤 분의 발표다.

93년; 이 물고기를 잡았더니 70%에서 기생충이 나왔다

94년: 저 물고기에서는 50%에서 기생충이 나왔다.

95년: 그 물고기에서는...

속으로 생각했다. “학자가 아니라 어부같아!”

그런 자료가 의미가 없는 건 아닐 테지만, ‘연구’라고 불리기엔 너무 머리를 안쓴 일이고, 새로울 것도 하나 없었다.


하지만 어제 발표된 것들은 대개 이런 식이다.

“이 기생충이 갖고 있는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그 유전자를 재조합해 다른 세포에 심어서 단백질을 만들게 한 뒤...”

“이 기생충이 숙주세포와 접촉한 후 막에 있는 단백분해효소의 인산기를 떨어뜨림으로써 그 효소를 활성화시키는데, 이러한 세포 내 신호전달체계에서...”

분자생물학의 발달은 예전에는 할 수 없던 연구들을 가능하게 했고, 그 결과 “우와--” 하고 감탄이 나올만한 발표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이드신 분들은 그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채 경탄에 찬 눈빛만 보낸다. 물론 젊은 애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강당에선 학회 발표가 한창이지만, 학회장 밖 다과 코너에선 몇몇 애들이 모인다.

A: 야, 정말 기죽어서 못살겠다.

나: 그러게 말야. 인간이 어떻게 저런 연구를 할 수 있는거지?

B: 말세야 말세...우리같은 사람은 어찌 살라고...


웬만한 게 아니면 발표를 할 수 없는 무서운 현실, 그 현실 앞에서 우린 좌절한다. 학회 초록집의 발표자 란에서 내 이름을 보는 건 점점 힘들어지고, “넌 왜 발표도 안해?”라는 말을 수시로 듣다보니 학회 가기도 싫다. 그래도 내가 학회에 가는 건 학회라도 가야 공부해야겠다는 자극을 받기 때문이지만, 그런 게 계속 반복되니 내 마음도 무뎌지는 듯, 자극은 안되고 낙담만 할 뿐이다.

2001년, 학회 연단에 선 난 이렇게 발표를 시작했다.

“몇년만에 다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가 재기의 발판으로 삼은 기생충은 동양안충인데요...”

그 뒤 벌써 3년이 지났다. 난 언제쯤 그 자리에 다시 설 수 있을까.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10-3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과장님 정말 과장 맞습니까?? (간만에 너무 쌨나?? ^^::)

sooninara 2004-10-3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1년이면 벌써 3년전인데..(뽁스 우리 왜 이러니?)

플라시보 2004-10-30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뭐 님이 버티고 싶으시다면 계속 그렇게 잘 버티실수 있겠지만.^^ 보아하니 속으로는 발표도 하고 싶고 연구도 하고 싶어하시는것 같은데 이참에 어금니 한번 깨무시죠. 흐흐 (지 일 아니라고 쉽게 말하기는..캬캬)

nugool 2004-10-3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알고 있어요. 지금 장기적으로 어마어마한 연구를 하고 계신 중 이라는거...^^

파란여우 2004-10-3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야! 너네 아빠 요새 무슨 논문 쓰는지 너는 다 알고 있지? 흐흐...

비로그인 2004-10-3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녀와 기생충의 상관관계에 관한 마태우스 철학파의 심리분석에 입각한 진지 고찰'
을 연구하시는게 아닐까요? (웃음)

LAYLA 2004-10-30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생충의 세계는 무궁무진 한것이군요 놀랍습니다.
그리고 기생충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학자들!!!!!!!! 새로운 세계로군요!

니르바나 2004-10-30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학회네요.
학회 구성원이 내과같이 크지 않으니 가족같은 분위기이겠군요.
소박하게 다과 코너도 보이고요.

mannerist 2004-10-30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쩝... 죽어라 계속 공부만 할 줄 알았던 작년 이맘때 학회 다녀온 게 기억나는군요. 운때가 잘 맞아 학교 교수님 소개로 진짜 책에서만 보던 이름들 실제로 보면서 발표 듣고, 관심 분야의 대학원생들 발표에 괜히 딴지 걸고... '방향전환'을 한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기울인 노력만큼 공부하지도 않는군요. 공부해야겠습니다. -_- 서과장님도 화이팅!

조선인 2004-10-30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학회 때문에... 서재를 저버리진 않으실꺼죠?

sweetrain 2004-10-30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마태님, 감사합니다...ㅠ.ㅠ

oldhand 2004-11-0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문도 영어로 하면 페이퍼인데, 페이퍼 달인 마태우스님의 훌륭한 페이퍼들이 있잖아요!!

노부후사 2004-11-0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양안충이란 무엇인가요?

마태우스 2004-11-02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메테우스님/그건 말이죠, 눈에 사는 벌레죠. 초파리가 옮기는 기생충입니다. 그래도 꽤 발견되죠 아마.
올드핸드님/하하, 페이퍼라... 평소 직업을 네티즌이라고 생각해 오던 차에 님의 말씀을 들으니...하하.
단비님/뭘요 별거아닌데...^^
조선인님/서재 때문에 학회를 저버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따우님/아아 님의 추천에 힘이 무럭무럭 납니다
매너님/겨, 결론은 역시 공부...거기에 저까지 물고 늘어져서 공부를 시키려 하시다니... 으음.... 확 공부해 버릴까?
니르바나님/다과 코너야말로 제가 가장 애용하는 코너입니다^^ 울 학회, 훌륭한 학회 맞습니다. 가족적이고 발표 수준도 아주 높아요
라일라님/찾아보면 할 일이 많긴 해요. 하지만...찾지를 않으니 제가 이렇게 놀고 있는 겁니다. 오오 통재라...
체셔고양이님/미녀와 기생충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싶긴 해요. 그럼 미녀를 많이 만날 수 있잖아요^^
여우님/벤지도 알까요?? 영리한 녀석이니까 알지도^^
아이 너굴님, 맨날 그렇게 칭찬만 해주시니 제가 몸둘바를.... 사실 연구는 안하고 조그만 책을 쓰고 있다는...
플라시보님/하고픈 맘이야 굴뚝이죠. 다들 저를 이렇게 봐요. "쟨 뭐하나.."
수니친구님/친구의 우정어린 조언을 달게 받겠습니다
폭스님/으윽...또 찔렸다...

 

 

 

 

 

 

20대 여자가 가래에 피가 섞여나와 병원에 왔다. 나 같으면 대번에 폐디스토마라 우기겠지만, 세상의 모든 병이 기생충으로 인해 생기는 건 아니다. 그녀의 진단은 동정맥 기형이었고, 수술로 그 기형을 제거했다고 한다 (아님 말고).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임신중이었던 거다. 그것도 아주 초창기. 그녀는 물론 임신사실을 몰랐고, 수술 전 시행한 검사에서 임신 호르몬의 수치는 그리 높지 않았단다. 여기서 증언이 엇갈린다. 병원 측에서는 혹시 모르니 호르몬 검사를 한번 더하자고 했지만 보호자가 거부했다는 거고, 보호자 측에서는 그런 문의 자체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문제가 생겨버렸다. 사진도 찍고, 약도 쓰고 했으니 애를 지워야 했던 것. 졸지에 유산을 한 여자 측은 펄펄 뛰었고, 병원에 1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병원 측에선 당연히 못주겠다고 버텼다. 그러자.... 그 여자의 고향인 당진에서 ‘어깨’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드넓은 병원 로비에 자리를 잡고 농성을 시작했다. 시비가 붙었을 때는 드러눕는 게 최고, 병원 측은 할수없이 그들과 협상을 시작했고, 현재 5천만원 선까지 배상액을 다운시킨 상태다.


A 의사에게 물었다. “임신인 걸 미리 알았다면 어떻게 되었나요?”

A: 당연히 유산시키지!

하지만 B의사가 보호자에게 한 말은 이거였다.

“동정맥기형 자체는 그다지 응급상황이 아닙니다”

A 의사는 B 의사가 헛소리를 했다며 투덜댔다. “장단이 안맞잖아!”

임상에 관해서는 잘 모르지만, A가 그렇게 말하는 걸로 보아 출산 후에 치료를 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1억원의 배상은 적절한 걸까. 병원 측과 시비가 붙었을 때, 난 1억 이하를 요구하는 경우를 못봤다. 일단 시작은 무조건 억 단위다. A 선생은 말한다.

“이거 재판까지 가면 1천에서 1,500밖에 못받아”

글쎄다. 아이의 가치는 엄마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오랫동안 자식을 기다려 온 경우라면 그 가치가 어찌 1억에 그칠소냐. 진돗개 한 마리로 8천만원의 소송이 걸리기도 하는 걸 보면 1억원도 작다. 문제는 과연 그 여자가 그런 상황이냐는 것. 임신한 걸 자신이 모를 정도라면 애를 간절히 바랐던 건 아닌 것 같고, ‘어깨’들을 자유롭게 동원할 수 있는 걸 보면 이걸 빌미로 한몫을 잡자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


그렇다고 해서 병원이 잘한 건 아니다. 의사 A는 “재수없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아무리 잘봐줘도 이번 일은 검사를 제대로 못한 병원 측이 잘못했다. 치료 때문에 유산을 시켜야 한다고 해도, 그건 당연히 산모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기계 값 날렸다”고 투덜대지 말고 앞으로는 보다 철저히 검사를 해야 할 일이다. 이번 환자는 아닌 것 같지만, 이 환자 덕분에 정말 오랫동안 아이를 기다려 온 산모가 유산을 안할 수 있다면 기계 값 정도는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ceylontea 2004-10-2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합니다... 어쨌든 그런 연유로 새생명이 꺼졌다는 것은 참 유감스럽습니다..

maverick 2004-10-28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선 환자의 상태나 치료법을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는 습관이 부족한 것 같아요
환자도 잘 묻지 않고 의사도 잘 설명하지 않죠..
제 회화선생인 외국인은 놀라더군요 한국 환자들은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이 어떤건지 묻지도 않고 무슨 치료를 하는지도 알지 못하고 그냥 받는다고 또 한국 의사들은 자기가 그런거 물으면 뭘 그런걸 묻느냐는 식으로 반응이 온다고... 그 외국인 강사 말대로 그런 부분이 잘 지켜진다면 문제를 감소시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선인 2004-10-2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우리 회사 여직원 하나가 비강의 물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병원에서는 임신 여부나 배란주기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즉 물어보지도 않고) 수술일을 잡더군요. 오히려 우리가 요구해서 생리 직후로 수술일을 바꾸었는데, 병원측의 무신경함에 속이 좀 상했더랬습니다.

superfrog 2004-10-28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래에 침이 섞이면 병인가요?@@ 침이 아니라 핀가요?@@
<“유산인 걸 미리 알았다면 어떻게 되었나요?”
A: 당연히 유산시키지!> 앞에 유산은 임신인거죠?
가뜩이나 어려운 의학 얘긴데 왜 오타가 이렇게 많은 거에요!!-.-

마태우스 2004-10-2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금붕어님,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고쳤습니다...

2004-10-28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4-10-28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 의사 나빠요..!!!;;;

아영엄마 2004-10-30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결혼한 여성들은 병원가면 어쨋든 조심을 해야 하겠군요. 감기약도 위험하다는데.. 바쁘신가 보군요. 주말을 위해 글 올리는 것을 조금 쉬시고 계신건가? 그나저나 우리집 술꾼께서는 오늘도 음주를 즐기고 외박을 하였는데, 님과 경쟁 차원에서 술일기라도 써볼껄 그랬나요? ^^;;

LAYLA 2004-10-30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임산부도 한몫받겠단 속셈같은.........하하
물론 아이가 제일 중요하지만요.
이런일로 병원이 돈을 물어주게 되면 그 의사는 어떻게 되는가요? A의사는 눈칫밥먹는건가요?
 
검은 꽃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의 <검은꽃>을 읽은지 며칠이 지났다. 그간 시간이 없어 리뷰를 못썼는데, 갑자기 생긴 시간을 이용해서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의 얼개를 책 뒤에다 써놓는 습관 때문에 책을 집에다 두고 온 지금은 뭘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원래 리뷰란 것이 책을 다 읽고난 뒤의 느낌을 쓰는 것이라면, 읽다가 끄적거린 메모들에 의존하지 않는 것 더 좋을지도 모른다.


1) 동기

김영하의 <검은꽃>은 이번에 동인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상을 받고나면 판매고도 올라가고, 그에 따라 보는 사람도 많아지기 마련이지만, 난 이 책을 올해 초에 샀으며, 예정상으로도 이맘때쯤 읽으려 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결코 유행에 편승한 게 아니다. 유행 따라 책을 읽는 게 나쁜 건 아니겠지만, 내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굳이 우기는 까닭을 나 역시 모른다.


2) 재미

책을 끼고 다니다 이 책을 읽었다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처음만 재미있어”

어떤 이는 좀더 구체적으로 말했다. “처음 100페이지만 좋아”

시작부터 매료되어 책을 읽어나가던 나, 그런 말을 들으니 조금 불안해진다. 하지만 100페이지를 넘고 200페이지를 넘겼을 때도 그 책은 여전히 재미있었다. 270페이지까지 읽었을 땐 이런 말도 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재미없다는 거야?”

체 게바라의 투쟁을 연상케 하는 마지막 대목이 기대에 못미친 건 사실이지만, 이 책은 김영하가 탁월한 이야기꾼임을 말해준다.


3) 양반

난 양반에 부정적이다. 따지고보면 조선을 망친 것도 다 양반들이 아닌가. 능력도 없으면서 큰소리를 치다 임진왜란을 겪었고, 명나라에 대한 지나친 사대주의로 두 번의 호란을 맞아야 했다. 이 책에 나오는 왕족은 고종황제의 사촌으로, 그 당시 양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난 저들과 다르다’는 신조를 가지고 평민들을 무시했고, 처자식이 굶게 생겼음에도 일하려 들지 않는다. 심지어 열다섯 먹은 자기 아들이 뽕밭에 나가 뽕(정확히 말하면 애니깽)을 따는데도 말이다. 그뿐이 아니다. 아들이 번 돈으로 차린 밥에 언제나 가장 먼저 숟가락을 들이밀고, 밥도 많이 먹었다. 고종 황제에게 편지 한통 쓰는 게 그가 한일의 전부, 김영하는 이 책에서 양반의 모습을 지극히 한심스럽게 그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양반을 칭송한다. 주변에 보면 양반의 후예가 아닌 사람이 없고, 나 역시 “서씨는 양반”이란 신빙성 없는 말을 오랫동안 듣고 자랐다. 아버님은 가짜 마패 여섯 개를 서재에 걸어두고 “우리 조상들이 암행어사였다”고 말씀하셨는데, 순진했던 난 그걸 믿었지 뭔가. 지배층의 비율은 20%를 넘지 않는 법, 일 안하고 밥만 축내는 양반의 비율도 그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 중에는 양반 아닌 사람이 없고, 다들 양반이 못되서 안달인 걸까.


4) 여자

이 책 주인공 중 하나는 여자다. 그것도 엄청나게 이쁜 여자. 굳이 이쁜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까닭은 나같이 미인을 밝히는 독자를 위해서일 거다. 소설 속에서 그 여자가 이쁘지 않았다면 통역이 그녀에게 침을 흘릴 때 가슴이 철렁하지 않았을 테고, 막상 그녀가 통역과 살림을 차리는 것에 안타까워하지 않았을 거니까.


결론: 하여간 난 재미있게 읽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지라 이렇게 말하는 게 조심스럽긴 한데, 그건 내가 책들에 대해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정도 재미만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하니 내가 읽는 대부분의 책들에 만족할 수밖에. 하지만 눈이 낮은 사람이 미녀에게 둘러싸여 살 수 있는 것처럼, 책에 대해 기대 수준이 낮은 사람은 평생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ooninara 2004-10-28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준이 낮아요..그런데 미녀는 싫어요..ㅠ.ㅠ..

panda78 2004-10-28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투쟁에 참가하는 부분과 새 나라를 건설하는 부분만 빼고는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김영하 소설 중 제일 재밌었으니까요. ^^

하이드 2004-10-28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제 호출 샀는데, 오늘 검은꽃 사고 싶네요. -_-a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어떤가요??

stella.K 2004-10-2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번은 사서 읽을까 해요. 근데 과연 이 책이 마태님의 리뷰 보다 재미없으면 어쩌죠?^^

마냐 2004-10-29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두 스텔라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려다보니..
흐흐. 전 김영하 책은 늘 좋았어요. (몇개 안 읽었다는 건 숨기자)

미완성 2004-10-29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권으로 쓰기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었어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허례허식에 목을 매었나하는 생각도 했었구요. 하긴, 입으로는 목을 매네 피를 토하네 해도 정작 누런 위액 하나마저도 자발적으로는 토해내지 못할 인종들이 바로 그 양반이란 인종들 아니겄습니까. 근데 저도 오히려 소설보다 마태님 리뷰가 더 재밌는 걸요.

진/우맘 2004-10-30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읽어보리라 벼르고 있었더니만. 그런데 이거 어쩌나...이제껏 소설부문에서는, 마태님과 나의 취향 차이가 꽤 드러났었는데.^^;;

드팀전 2004-11-02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뒤에 실린 남진우의 평론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로베르트 무질의 <통가>에 나오는 인용도 확 와닿았구요.1년전에 본것 같은데...제 기억에 가장 인상남았던 장면은 한인들이 무속을 행하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영화를 본 듯 ....멕시코의 밤장면에 무속의 머릿속에서 상상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네요.

marine 2004-11-09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아주 재밌게 읽었어요 동인문학상 후보로 "검은 꽃" 과 "달의 제단" 이 올랐길래 두 권 모두 읽었는데 다 재밌어서 과연 누가 받게 될까 흥미진진했었죠^^ scale면에서는 그래도 "검은 꽃" 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이게 되더라구요 조정래가 쓴 "아리랑"을 보면 아주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인물들이 등장해요 줄거리나 캐릭터를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죠 그런데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입체적이라 다음 행동 예측이 어려워요 확실히 신세대 소설가답더라구요 사실 김영하의 단편집 "오빠가 돌아왔다"를 읽고 실망을 많이 했는데 "검은 꽃"은 좋더라구요 역시 단편이 장편보다 더 쓰기 힘든 것 같아요
 

 

 

 

 

 

 


오늘은 체육대회가 있는 날. 어젯밤 26세 미녀와 밤드리 노니다가 새벽 1시가 넘어서 잠이 든 내게 9시 반까지 학교 운동장에 집합하는 일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기차를 타면 천안역에 내릴 수가 없을 것 같아, 무리해서 택시를 탄 뒤 고속터미널로 갔다. 택시 안에서 계속 자고, 그리고 천안까지 가는 버스에서 또 잤지만, 여전히 졸렸다. 그래도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운동장에 갔다.


‘의과대학’의 푯말 앞에 가보니 세상에나, 우리 학생들은 겨우 7명이 와있다. 다른 단과대학은 적게는 100여명, 많게는 200여명이 바글거리고 있던데, 7명이라니. 한 학생의 말대로 “주최측에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기권하려면 진작에 관둘 것이지, 행사에 재를 뿌리려는 게 아니라면 이게 무슨 짓일까. 뱀처럼 긴 다른 대학의 줄에 비해, 달랑 일곱명뿐인 우리 쪽은 공허해 보였다.


결국 우리는 40명이 나가는 줄다리기에서 실격을 당했다.

“의과대학과 공과대학의 경기는 의과대학의 선수가 부족한 관계로 공과대학이 부전승으로 올라갔습니다”라는 멘트에 공대생들은 환호했지만, 의대 애들은 아무런 느낌이 없는 듯했다. 내 전략 과목인 계주는 오후였기에, 나는 조교 선생에게 “이따가 연락하겠다”고 말한 뒤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러니까 우리 학생들은 체육대회에 대해 나만큼의 관심도 갖지 않았던 거다. 천안 캠퍼스에서는 총장격인 부총장이 축사를 하고, 교수들도 꽤 많이 나오는 등 학교의 단합을 위한 좋은 자리건만, 우리는 겨우 그런 모습밖에 보일 수 없었나보다. 그나마 온 학생도 “나 12시엔 가야 한다”고 태연히 말을 한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들 바쁜지 모르겠다. 이번 체육대회에 나와야 할 애들은 예과 1, 2학년 뿐이고, 다들 알다시피 예과 성적은 인생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한학기 동안 술먹은 것밖에 기억이 안난다”는 한 학생의 말처럼, 예과는 그저 편하고 자유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데, 뭣들을 하기에 이리도 무관심한 걸까. 그래도, 명색이 교수인 내가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 미안하지도 않는가보다.


심하게 말하면, 의대 애들은 자신들만의 선민의식에 빠져있는지 모르겠다. ‘난 이 학교를 다니지만, 너네들과는 다르다’는 생각 말이다. 교양과목이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수준이 영 낮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없지는 않을거다. 그러니 다시 만날일이 없는 단과대학과의 행사에 가는 게 시간이 아까운 거겠지. 하지만 입학 성적상 커트라인이 더 높은 치과대학도 200, 300명이 넘게 온 판국에, 뭐가 그리 잘난 걸까.


점심 시간이 끝나고 조교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선생님, 저희 인원수가 안되서요, 7인8각이랑 계주도 다 취소됐어요. 오실 필요가 없을 것같아요”

예과과장이 되고나서 학생들에게 가졌던 애정이 실망으로 바뀐다. 아직 본과에 오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벌써 ‘의사’의 길을 걷고 있는 걸까. 어쩌면 잘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참에 그간 밀린 글이나 왕창 쓰련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얀마녀 2004-10-28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마태우스님의 승전보를 기다렸건만... 아쉽습니다.

sweetmagic 2004-10-2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대 다니는 친구들 중 한 녀석이 치과의사들은 단지 기술인 일 뿐이라고 하며 의사 가운 입을 자격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속으로 " 너 이, 와 장창 썩어 버려라 !! " .... 그나저나 고생이 많으십니다.

깍두기 2004-10-28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아쉽네요. 굉장히 개인적인가 보군요. 의대 분위기가. 그래도 그렇지 일곱명이 뭐랍니까....

sooninara 2004-10-28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인8각 달리기와 계주 기대했는데..

oldhand 2004-10-2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주.. 기대했었는데 저까지 아쉽구만요.

sweetrain 2004-10-28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그래서 의대 애들이 재수가 없다...라고 하면 한대 맞을라나...근데 실제로, 슬픈 이야기지만, 교회에서 연합 모임을 하면...가장 비협조적이고 냉소적인 사람들이 의대생들이더란...ㅠ.ㅠ 제가 어제 한판 하고 왔거든요.

sweetmagic 2004-10-28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비님도 참... 그래 봤자 지들이 자구땅 위에서 먹고 싸는 사람들일 뿐인데 그죠 ?? 그런 사람들이 착한 의사까지 이미지 버린다구요,,, 가장 비협조적이고 냉소적인 사람들..아마 어울리는 법을 몰라서 그럴 꺼예요 ... 좀 봐줘요 ~~~

니르바나 2004-10-28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죠.
덕분에 마태우스님의 밀린 글 보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잖아요.
학생들이 마 과장님 말씀을 잘 들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계주복수혈전'도 관전할 수 있구요.

조선인 2004-10-28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마태님이 계주에서 일등할 기회를 놓치다니 아쉽네요.

maverick 2004-10-28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의대생들 약간의 선민의식이 있는 걸 가끔 느낍니다...
뭐 그게 전체에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겠지만요...
뭐.. 모두에게 사명감에 똘똘 뭉친 의사상을 요구할 순 없잖습니까? ^^;

ceylontea 2004-10-28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대로 불참 이유가 있었겠지만.. 좀 심하긴 하네요..
그래도 마태우스님 실망 하지 마시고... 내년 체육대회엔 참가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독려를 해 보심이 어떨까요?

panda78 2004-10-28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7인 8각 달리기 기대했건만 아쉽군요. 흠..
'밤드리 노니다가'가 멋져서 추천 하나 .

플라시보 2004-10-28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너무 저조하게 나왔네요. 하긴 예전에 우리과 애들도 체육대회 하면 5명 나갔습니다. 지도교수님. 조교. 과대표. 부대표. 총무. 그 다음날 우리과 애들 전부 지도교수님께 죽도록 야단을 맞았죠. 전부 나하나 안나간다고 표나겠어 하는 마음에 안나갔더니 그리 된거지요. 그때는 뭐 아무 생각 없었는데 이렇게 다른 사람의 입장. 즉 나간 자의 입장에서 쓴 글을 보니 잘못했구나 하는 뒤늦은 반성이...^^

가을산 2004-10-28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승전보를 기대하고 들어왔는데, 의외의 내용이네요.
혹시 학생들이 '시험'을 앞두고 있었거나, 홍보가 덜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학교는 다르지만 제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이 글 같은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마태님이 다음에는 학생 대표들을 불러 한번 이야기 하심이..... 쪽팔리잖아~! 이러면서.

비로그인 2004-10-28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26세의 꽃미남과 밤드리 노닐고 싶어요 ㅠ.ㅠ

BRINY 2004-10-28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육대회 시작한 지 2시간만에 입 삐죽이 내밀고는 [재미없어요, 집에 먼저 가도 되요?]라고 말하던 우리반 애도 나중에 의대 갈라나요?

마냐 2004-10-29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어쨌든 오랜만에 마태님 글을 실컷 즐길 수 있다는데서 저는 간사하게 위안을 찾았슴다. 마태님도 '좋은 일' 하셨으니 기운내세요.
 

 

 

 

 

 

[세상의 ‘범생이’들에게는 ‘범생이 콤플렉스’가 있다. 나도 남들처럼 ‘멋진 유소년기의 신화’ 또는 ‘나는 이렇게 삐딱한 사고뭉치였어. 그래서 세상을 뒤흔들게 될거야’라는 이야기거리가 있으면 좋겠는데 왜 그렇지 못할까. 내가 살아온 이야기는 왜 이렇게 평범하다 못해 지루하기만 할까?]


박창식 기자가 쓴 <쿨하게 출세하기>의 한 대목이다. ‘범생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낸, 그리고 ‘범생이’들이 모인 소굴에서 대학을 다닌 나는 기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난 고교 때까지 특별히 ‘개겼다’고 할만한 사건이 거의 없다. 기껏해야 성적이 떨어진 걸 비관해서 샴페인 한두잔을 마신 게 내 음주의 전부였고, 보지 말아야 할 영화를 본 적도, 패싸움 같은 데 관여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했을 내 동료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과거를 치장하기 바빴다.

-수업시간에 담을 넘었다; 어쩌다 한번 넘었겠지.

-음주를 상습적으로 했다; 두세번 먹은 걸 그리 표현한 게 아닐까.

-수업 시간에 딴짓만 했다; 음, 이건 머리가 좋다는 얘기로 들린다.


아무리 치장해도 그들의 무용담은 좀 약한 감이 있다. <조용한 가족>의 감독인 김지운의 무용담이다.

“친구들과 여관에 들어앉아 고스톱을 쳤어요. 그러다 밤을 샜고, 아침 8시부턴 교복 입고 계속 쳤어요”

이 정도는 되어야 ‘무용담’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범생이’들과 학교를 같이 다니는 건 그리 맘 편한 일은 아니다. 몇 명은 노는 애들이 있어야 상대적으로 안심을 할텐데, 얘네들은 맨날 도서관에 쳐박혀 공부만 하고, 그러면서 내숭만 떤다. 수업을 들을 때는 “하나도 못알아듣겠다”고 하고, 시험 전에는 “공부 하나도 안했다”고 너스레를 떤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망쳤다”고 죽상이다. “잘릴 것 같다”느니 “난 이제 끝이다”며 난리가 아니다. 오죽했으면 한 20개쯤 틀린 내가 위로를 했겠는가. 하지만 막상 성적이 나오면 그들의 태도는 돌변한다. “이상하다... 내가 왜 2개나 틀렸지?”

성적순으로 배열된 점수표의 밑바닥에서 내 이름을 찾곤 하던 내게 그들은 충고한다.

“야, 너도 공부 좀 해!”

하나도 못알아듣겠다는 애부터 망쳤다, 잘릴 것 같다고 했던 이와 내게 공부하라고 충고하는 얘가 모두 같은 애라니 놀랍지 않는가? 내 아래학년 얘기지만, 학사경고를 받을 거라고 늘어지게 걱정을 하던 한 친구는 나중에 알고보니 전과목이 A+였단다.


속이고 또 속이는 생활, 이게 바로 범생이들과의 학창 생활이다. 그래도 그 와중에 낭만이 있고, 친구들과의 우정이 싹튼다. 그들은 지금, 내 좋은 친구들이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소굼 2004-10-28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도 안했다면서..질문하면 다 알려주는 녀석들;
"그건 말이지~어쩌고 저쩌고..."
"야 너 뭐냐;"


sweetmagic 2004-10-28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삐딱한 사고뭉치가 ‘멋진 유소년기의 신화’ 라니.... 거참.....
전 범생이가 삐딱선 보다 좋습니다. 놀아라 놀아보지 놀아보는게 어때 하고 골려주면 제대로 객기부려 제대로 망가지거든요. ㅎㅎㅎ ...물귀신 매직.

진/우맘 2004-10-2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지대로 찍었습니다.
세태가 반영된 거 아니겠습니까? 옛날엔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당연히 달리기는 못했는데, 요즘은 공부 잘하는 애가 얼굴도 이쁘고 달리기도 일등인데다가 노래까지 잘 하니....
뭔가 좀 '놀아 본' 아우라 없이는 멋진 사람 대접을 못 받습니다 그려...^^

비로그인 2004-10-28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못 노는 제가 사람 대접 못 받는 게 당연하군요...큭... 전 MT 같은걸 젤 싫어했고(집단으로 노는 거에 좀처럼 익숙해질 수가 없어서-_-), 술도 대학 와서 학생회 선배들에게 배웠고(술 엄청 쎈 사회대 선배들에게 배웠는지라, 1학년 때 한동안 종이컵에 소주를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살았지만;;;), 고등학교 때까진 노래방도 혐오했고(컴컴하고 콱 막힌 공간, 음침하고 퇴폐적이지 않나요? -_-) 노래방과 같은 이유로 극장도 못 들어갔고;;;

암튼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전 잘 노는 사람들이 무지 부럽답니다. ;;;

하얀마녀 2004-10-2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대배치 받고 나면 고참들이 입대하기 전에 뭐했냐고 이것 저것 물어봅니다. 대부분 고참들이 '넌 도대체 뭐했냐? 공부한 것도 아니고 논 것도 아니고.'라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쩝...

sooninara 2004-10-28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도 못하고..범생이도 못되고..놀기에도 딸리고..난 왜 살까요???

sweetmagic 2004-10-28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라님 저랑 같이 범생이 찌르미나 해요....ㅎㅎㅎ

sooninara 2004-10-2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르미라..어딜 찌르나요? 혹시 떵침?

LAYLA 2004-10-28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마태우스님 친구들은 정말 표준 범생이네요. 범생이라는게 벗어버리고 싶어도 벗을수 없는,,,,,ㅠ (저도 범생이입니다..공부는 아니고 하하하 정말 찐하게 놀아본 무용담이 없거든요.:-) )

sweetmagic 2004-10-2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올자~~~ 노올자~~~~ 공부 밖에 할줄 모르는 친구 꼬드겨 놀기 ! 일밖에 모르는 친구 꼬드겨 놀기 ~!!! 그래도 안 놀아 줌 똥침하고 도망가요~~ ㅎㅎㅎ

미완성 2004-10-28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억, 마태님은 덩말 마음도 좋으시죠.
그러고도 절친한 친구 사이를 유지할 수 있다니..! 속좁은 저는 몇번쯤 삐쳤을텐데 말입니다.
에휴..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소심한 인생인지라 저 역시도 제대로 놀아본 기억이 없어서 슬프네요. 아아, 범생이도 아니고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했고 그저 이쁘기만한 저는 어떡하죠? *.*

조선인 2004-10-2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왜 2개나 틀렸지... 정말 얄미운 대사네요. ㅎㅎㅎ

panda78 2004-10-28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놀아 본 사람이 잘 노는 것 같아 요즘엔 잘 노는 사람이 쫌 부럽습니다. ;;;

연우주 2004-10-28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창시절 조용히 보낸 게 아쉬워서 대학 때 좀 많이 놀았는데요. -건전하게..--; 놀다보니 노는 것도 지겨워서 이제 다시 방콕 모드랍니다.

플라시보 2004-10-28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고뭉치도 범생이도 아닌 심심하고 지루하기만 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수업을 꼬박꼬박 들었지만 공부는 하지 않았기에 성적은 개판. 공부를 안했으면 어디가서 신나게 퍼 놀기라도 해야하는데 집구석에서 자빠져 자기만 했으므로 쟤는 왜 놀지도 않는데 공부도 못하나. 혹은 쟤는 왜 공부도 안하면서 집과 학교만 오가는 착실한 생활을 할까? 하는 의문의 중심점에 있었더랬습니다. 화끈하게 놀거나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둘 중 하나는 했어야 했는데...(저는 님보다 더 심해서 등수 내려갔다고 샴페인을 마셔보는 정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꼴찌를 해도. 어..그렇구나 하고 그저 밥을 먹고 잠을 잤지요. 그야말로 술은 대학생이 되고 처음 먹어 봤습니다. 흐흐)

비로그인 2004-10-28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범생이들이 망가지는 건 한순간이지요 ^^

저처럼 말예요.
고등학교까지만 해도 무척 범생이였던걸로 기억되는데 -_-; 지금은 어째...

노부후사 2004-10-28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입 시험 전날 열나게 고스톱쳤는뎅... ㅋㄱ

니르바나 2004-10-2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알라딘은 범생이판 같네요.
이 나라가 잘 굴러가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groove 2004-10-29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찐한 무용담이 많습니다. 나중에 차차 들려드릴께요 ㅋ

마태우스 2004-10-30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루브님/싫어요. 당장 들려주세요!
니르바나님/알라딘에 범생이가 많지만, 모두 서재질만 하기 때문에 이 나라가 잘 굴러가는데는 도움이 안된다는 게 제 생각입다
에피메테우스님/그날 따셨나요.....^^
고양이님/님의 미모가 님을 범생이로 가만 놔두지 않았을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플라시보님/하지만 님은 지금 어떤 범생이보다 더 멋지십니다.
우주님/우주님이 방콕하신다니 너무 슬퍼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판다님/전 미술 잘 아는 사람이 부럽던데......
조선인님/한대 쥐어박고 싶은 대사죠^^
사과님/님의 무용담을 읽다보니 "사과님도 한때 놀았구나" 싶었는데, 아닌가요?? 하여간...미모란 건 사람을 가만 놔두지 않는 법이니까 너무 속단하지 마시길^^
매직님/아, 님의 발랄함은 댓글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는군요. 매직님이 안계셨다면 제가 이렇게 서재질을 할 수 있었을까 싶군요
라일라님/인생은 길고, 놀 시간은 많습니다. 저 보세요. 대학 때부터 계속 놀고 있잖아요^^
수니친구/저랑 놀아요!!!
마녀님/군대에서는 뭔가 짜릿하고 자극적인 무용담이 필요한 법이지요. 워낙 심심한 곳이니깐요...
여대생님/그 대신 님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양의 책을 읽었지 않습니까. 그게 가장 남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도 대학에 다시 간다면 책만 읽을텐데..
진우맘님/소주 다섯병의 신화를 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소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