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술일기를 통 못썼다. 오늘사 그 생각이 나서 확인을 해봤더니 146번째를 마신 10월 23일 이후 통 기록이 없다. 인간의 머리라는 게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3주치를 어떻게 기억한담? 그래도 술일기를 쓰려고 책 뒤에 끄적거린 게 몇 개는 남아 있는지라, 대충 정리를 해본다.


1주차:

10월 29일(금): 그후 일주간 술을 한번도 안마셨을 리가 없지만, 이걸 147번째라고 하겠다. 번갈아 술을 사던 친구와 마셨는데, 소주를 둘이 합쳐서 다섯병이나 마셨다. 택시를 타는 순간 잠이 들었는지 집에 어떻게 왔는지 도통 기억이 없다.

10월 30일(토): 매달 한번은 보는 친구 둘과 술을 마셨다. 둘다 여자고, 한명은 30세, 또한명은 33세니 친구라고 부르긴 좀 뭣하지만, 그들은 성과 연령을 초월한 친구도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친구들이다. 그날 역시 편하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애인이 있어서 그 얘기를 주로 했는데, 스킨쉽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33세 여자애의 말이 압권이었다. “만난지 4개월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손을 잡아!”

내가 만난지 7일만에 26세 미녀의 손을 잡았다는 걸 알면 기절하겠지^^

그날 역시 난 가장 먼저 맛이 가서 일찍 집에 갔고, 그녀들은 3차를 갔단다. 대단한 여자들, 올해의 148번째 술이다.


2주차:

그 다음 일정은 ‘피곤하다’는 제목으로 내가 어딘가에 썼던 글을 그대로 옮긴다.

지난 수요일, 개교기념일이라 26세 미녀와 만나 멀리 놀러갔다 왔다. 집에 오니 10시 반, 비교적 양호했지만 운전을 간만에 오래 했더니 피곤했다.

지난 목요일, 지도학생들과 술을 마셨다. 그들과 만나면 난 언제나 술을 많이 마시고, 그날도 약간 맛이 가려고 해 열시도 못되서 도망갔다. 집에 가니 12시가 거의 다 되어 있었다. 149번째.

금요일, 같은 학회에 있는 친구 둘과 술을 마셨다. 한술 하는 친구들이라 고전이 예상되었는데, 친구 하나가 중간에 도망가는 바람에 나 혼자 주당과 맞서 늦게까지 술 대결을 벌이다 12시쯤 왔다. 150번째.

토요일,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테니스를 쳤다. 집에 오자마자 다시 나가서 26세 미녀를 만났고, 저녁엔 나를 좋아하는 듯한 31세 여자를 만나러 갔다. 26세 미녀에겐 이렇게 말했다.

“담판을 짓고 올게. 나 애인 있으니 괴롭히지 말라고”

하지만 그 여자도 미모가 좀 있는지라 그렇게 잔인한 말은 하지 못했다. 물론 앞으로는 안만날 생각이긴 하다. 여자를 만난 동네가 매제가 사는 곳이라, 9시쯤 만나서 술을 한잔 했다. 집에 가니 12시가 조금 못되어 있었다. 151번째.

일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났다. 글 세편을 쓴 뒤 수시모집에 응모한 학생들 논술채점을 위해 천안에 내려갔다. 채점을 우수한 성적으로 끝내고 26세 미녀를 만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다 집에 왔다. 11시 반 정도, 지난주 집에 온 것 중 가장 빠른 시각이다.


3주차: 

지난주는 기록적으로 술을 안마신 주로 기록될 것 같다. 술을 줄이기로 했던 내 다짐이 빛을 본 한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놀랍게도 술을 한번도 안먹었다!!!!!

금요일(11월 12일): 모교 애들과 MT를 갔다. 놀러갔는데 술을 한잔도 안먹을 수는 없는 일, 숯불에다 맛있는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소주를 마셨고, 방에 들어가선 맥주를 열나게 먹었다. 정신을 잃었지만 그래도 이는 닦고 잤다. 152번째.

토요일(11월 13일): 알라딘 번개를 했다. 호스트 노릇을 하느라 분주했지만 그 와중에도 열심히 마셨다. 상암동에 산다는 찌리릿님이 데려다 주셨는데, 택시 안에서 계속 잠만 자서 죄송하다. 153번째. 이정도로 그간 밀린 술일기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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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4 2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11-1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하하~ 새벽별님의 댓글이 압권이예요 ^.^ 제가 원하는 것도 바로 그거!

으응 그나저나 상암동 사시는 찌리릿님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여기서 무지 가까운데... ㅎㅎ

플라시보 2004-11-14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을 보고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 이제 술 일기는 치우시고 연애 일기를 써 주세요. 하하하

sweetmagic 2004-11-15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취중일기로 페이퍼 제목 바꾸시고 미녀에게 취해사는 걸로 페이퍼 내용을 바꿔주세요 !!

2004-11-15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eylontea 2004-11-16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밀린 술일기만큼.. 제가 알라딘에서 칩거 상태였던 것 같아요... 지금도 일이 많아서... ㅠ.ㅜ 빨리 일 끝내고 돌아와 꼼꼼하게 댓글 달아드릴께요..
 

 

유명인들에게 메일을 받으면 일단 놀라게 된다. 유명인은 대개 바쁘고, 그래서 답을 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 살아가면서 유명인에게 메일을 보낸 적이 그리 많지 않지만, 운이 좋아서 그런지 대부분 답을 해줬다.


1. 김정란(시인.상지대 교수)

김정란님이 안티조선을 주제로 한 100분 토론에 나간 적이 있다. 그녀의 홈페이지가 어찌어찌 알려졌고, 사람들은 그리로 몰려와 욕을 해댔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시를 쓰냐”는 식으로. 얼마 되지 않는 재주지만 이럴 때 돕는 게 팬의 의무라고 생각한 난 거기 도배된 글들에 열심히 반박을 해댔다. 사태가 진정되고 난 뒤 김정란님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그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그렇게 편을 들어주니 고마웠다고. 물론 난 감격을 했고, 그 메일을 인쇄해서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김정란님의 아이디는 rourou(루루)인데, 내가 그 즈음에 산 미니핀에게 ‘루루’라는 이름을 붙인 건 다 그 때문이다. 루루는 벤지와 잘 못지내 다른 집에 보내졌고, 거기서 사탕 막대를 먹는 바람에 죽어버렸다. 불쌍한 루루...


2. 진중권(설명이 필요할까^^)

<시칠리아의 암소>를 읽다가 뜻을 모르는 단어가 몇 개 있어서 메일로 질문을 했다. 검색 같은 걸 찾아본다는 생각을 그땐 못했었는데, 물어본 단어란 게 ‘앙시앙 레짐’같이 쉬운 단어들이라 지금 생각하니 부끄럽다. 그래도 진중권님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줬고, 그의 친절에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메일도 인쇄해서 보관했고,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은 잃어버렸다. 진중권의 아이디는 ‘교코’인데, 그게 일본인 아내의 이름이 아닐까 싶다.


3. 지승호(전문 인터뷰어)

인터뷰의 대가인 지승호님은 내게 여러번 메일을 보내주셨다. 심지어 책 날개에 ‘마태우스’라는 내 아이디를 언급해 주시기까지 하셨으니 내가 어찌 감격하지 않겠는가. 다른 저자와는 달리 지승호님은 알라딘에 올라온 독자들의 리뷰에 일일이 답글을 달아주는 성실함을 보이는데, 그가 보이는 인터뷰의 성실함은 바로 삶의 성실함에서 비롯된 것 같다.


4. 노혜경(시인)

신경숙이 쓴 <기차는 일곱시에 떠나네>에 통렬한 비판적 리뷰를 쓴 초등학교 5학년생이 있었다.  원고를 넘겨받은 잡지사 측은 진짜로 그녀가 썼는지 검증을 하기까지 했는데, 알고보니 그녀의 어머님이 바로 노혜경님이었다. 난 노혜경에게 “정말 훌륭한 딸을 두셨네요. 엄마 닮아서 그랬나봐요”라는 메일을 보냈고, ‘그리 말해줘서 고맙다’는 답을 받았다. 하지만 내가 다른 일로-박남철 시인의 성희롱에 관련된 일-문의를 했을 때, 그녀는 회신을 안해줬다. 그땐 서운했다.


5. 김순덕(동아일보 기자)

김순덕이 쓴 <마녀가 더 섹시하다>를 읽고 별반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어 메일을 보냈는데, ‘제가 답장을 보냈던가요’라고 시작되는 메일을 보내줬다. 그녀는 내 말도 일리가 있다고 인정해 줬는데, 어찌되었건 저자가 독자의 메일에 반응을 보여줬다는 사실이 흐뭇했다.


6. 권성우(문학평론가. 덕성여대 교수)

요즘은 책을 잘 안써서 뜸해졌지만 한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평론가는 권성우였다. ‘문지’의 황태자가 될 수도 있던 권성우는 당시 화두였던 문학권력을 비판하고, 문지의 전설인 김현에게도 비평의 메스를 들이대는 불경죄를 저질러 왕따가 되고 말았다. 하여간, 그가 쓴 <비평의 희망>을 읽다가 그답지 않게 상찬으로 점철된 비평을 쓴 글이 있기에 메일을 보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의 책을 펴낸 출판사의 사이트에 내 메일 주소와 함께 글을 남겼다)

“평소엔 그러면 안된다고 하더니 여기선 왜 이러셨나요?”

그는 친절하게도 “그건 일반적인 비평문과 다르고, 원래 그렇게 하는거다”라는 답변을 해줬는데, 나중에 장정일이 <독서일기>에서 그가 쓴 주례사 비평을 비난한 걸 보니 ‘원래 그런’ 건 아닌가보다. 아무튼 난 그의 밑에서 배우는 덕성여대 학생들을 부러워했는데, 내가 로또가 된 후 문창과 청강생이 된다면 무조건 덕성여대로 갈 생각이다(여자가 많아서 그런 건 아니다!).


이상이 내가 받은 유명인의 메일이었다. 유명인의 메일은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어 주는 법, 혹시 내가 유명인이 된다면 내게 오는 메일에 성실히 답해줄 생각이다. 그럴 확률은 물론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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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1-14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마냥 부러웠는데, 마태님의 부지런하고 꼼꼼한 성격이 돋보이네요. 사실 누가 글을 쓰면 쓰는가 보다 하지 저자와 이메일로 대화할 생각이나 해 보겠습니까? 그렇게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 저자나 독자나 다 이로운 것일텐데 말이죠.

저는 유명인이되면 꼭 답장 보내줄거예요.

그리고 마태님 이미 유명하신 분 아닌가요? 전 유명인가 항상 대화할 수 있어 자랑스러워 하는데 말이죠.^^

연우주 2004-11-14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군요. ^^

노부후사 2004-11-14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성우 씨는 원래 동덕여대 재직했었고 지금은 숙명여대로 옮겼답니다. 덕성여대에 재직한 적은 없던데요. 덕성여대에는 창비진영의 윤지관 교수가 있지요. 최근 민음사판 <오만과 편견>을 공동번역한 그 분말이에요. ㅋㄷ
전 예전에 정현종 시인께 팬레터 비스무리한 걸 보냈지만 씹힌 후론 다신 보내지 않는 답니다.

로드무비 2004-11-1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통령 노무현으로부터 받아봤는데요?^^

노혜경 씨 따님의 비판적 리뷰는 어디 가면 읽을 수 있을까요?

뭐라고 썼는지 궁금하네요. 어린 것이......

비로그인 2004-11-14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이미 유명인 아니신가요? ^^

부리 2004-11-14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봐 마태, 내가 전에 메일 보낸 적이 있을텐데 그 얘기는 왜 빼먹었지?

LAYLA 2004-11-14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저도 노무현 대통령 캬캬캬 전국민에게 날리는 연하장 비스무리한 걸로 케케

sweetmagic 2004-11-15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제 메일은 왜 없어요 ?? 흥 나빠요 !!

비로그인 2004-11-15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도 유명인이시잖아요" 이말을 듣고 싶은 거군요...진즉에 그 말씀을 하셔야죠~~ ^^ ^^ 님을 알고 있다는게 행복이라 여깁니다. ㅋㅋ 됐습니까?? (진심이예요. ^^)

ceylontea 2004-11-16 0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마태우스님은 벌써 유명인... 제 회사 사무실에 책상 위에 <☆☆☆과 기생충> 책이 놓여있는데, 간만에 저를 찾아온 회사 사람이 알아보는 것이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마태우스님을 알고 있다는 것이 제 기분을 얼마나 좋게했는지요... 히히..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이명원 지음 / 새움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명원은 내가 좋아하는 비평가다. ‘주례사 비평’이란 말을 듣고있는 작금의 문학판에서 온몸을 던져가며 비평을 하는 이명원,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문학에 대한 자의식과 더불어 치열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이 책은 평론집이라기보단 독서일기에 가까운데, 이 책 역시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생각이 들긴 하다. 표절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그가 얼마나 오래도록 홀로 버틸 수 있을까가 솔직히 걱정된다. 이명원 자신은 ‘꿇고 사느니 서서 죽겠다’고 말한 바가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조건’을 외면하고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그의 말이다.

[비평가가 최소한의 글쓰기 조건을 확보하면서 자신의 발언을 계속할 수 있다면, 오늘날 비평을 둘러싼 집단적인 무기력과 타매의 분위기도 얼마간 지양될 수 있을 것이다(281쪽)]

“이명원의 글이 실리면 편집위원직을 그만두겠다”고 협박해 결국 그의 글을 못실리게 만든 문인도 있는 판에, 저자가 ‘최소한의 글쓰기 조건’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그의 책을 열심히 사주는 것도 한 방법일 터, 우리 문학이 살기 위해서 이명원같은 멋진 비평가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 <파문>을 비롯한 그의 책들을 한번씩 읽어보자.


이명원은 작가를 이렇게 정의한다.

[문학의 출발점을 이루는 상상력이란 고무풍선과도 같은 것.... 하지만...너무 높이 나는 고무풍선은 결국 터져버린다. 문학이란 끈 달린 고무풍선과도 같다. 비유컨대 작가란 땅 위에 서서 자꾸자꾸 날아가려 하는 고무풍선의 끈을 잡고 있는 자인 셈이다(120쪽)]

기가 막히게 멋진 비유 아닌가. 그는 또 이런 말도 한다.

[씨름은 싸움의 일종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것은 대지에 두 다리를 버티고 중심을 잡는 행위...그의 소설쓰기는 두 다리로 땅에 중심을 잡듯 인간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와 사랑을 표현해 왔다]

갑자기 씨름이 멋진 운동으로 보인다. 문학인의 아우라를 강조하는 김정란은 문학이 중심보다는 주변을 지향해야 한다는 뜻으로 ‘문학은 구심력이 아닌 원심력이어야 한다’고 했고, 서울시립대 학생들은 모 성명에서 ‘문학은 위반정신이어야 한다’고 했다. 다들 문학에 대해 이렇게 멋진 말들을 하니, 요즘 들어 책을 많이 읽는 나도 뭔가 말하고 싶어진다.

‘작가는 때밀이다. 세상의 때를 하나씩 벗겨 내니까’

별로 멋진 말같지 않아서 이명원의 말을 흉내내서 다시 해본다.

‘넥타이는 의복의 일종처럼 보이지만, 그건 사람의 목에서 출발해 몸을 둘로 나누는 도구다. 중심을 잡지 못하거나 길이를 맞추지 못하면 볼품이 없어진다’

도대체 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복거일의 <죽은 자를 위한 변호>에 대해 “독자들께서 이 두껍고 가격도 비싼 책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다”라며 명쾌하게 말하는 이명원, 갑자기 이게 궁금하다. 늘 타인의 소설에 대해 비평을 하는 사람이 소설가를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그것도 자신이 마구 욕해 놓았던 소설가를. 문학판 사람들은 그래도 이런저런 일로 자주 모이지 않겠는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호쾌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할까, 아니면 요리저리 피해다닐까. 내가 비평가라면 당연히 후자를 택하겠지만, 아주 다행스럽게 난 비평가가 아니다.

 

*   제게 이 책을 선물해 주신, 지금은 열심히 시험 감독을 하고 계신 연보라빛우주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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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11-1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믿으셔도 됩니다. 이 책에 대한 님의 멋진 리뷰를 기대하겠습니다^^

노부후사 2004-11-1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원이 비판하는 대상은 복거일이 쓴 <죽은 자를 위한 변호>라는 텍스트이지 복거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텍스트에 대한 비판이 그것을 쓴 사람의 인성이라든지 하는 기타 사항으로 옮아간다면 문제겠지만, 비판의 대상이 텍스트에 한정되어 있는 한 그건 결코 문제될 일이 아니겠지요. 매너님 서재뚜껑에도 적혀 있듯이 적어도 '좋고 싫은 것'과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노부후사 2004-11-14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글구 마태님 우주님께 치과 소개시켜주셔야죠? ^^

마태우스 2004-11-14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님/그야 그렇지만 그게 명확히 구별이 되나요????? 전 잘 안되더라구요.....

stella.K 2004-11-14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정말 읽고 싶어지네요. 작가 지망생인 저한테하는 말 같습니다. 추천하고 가요.^^

연우주 2004-11-14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 마태우스님, 치과를 소개하라, 하라, 하라...^^

2004-11-15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4-11-15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원님의 <해독>이란책도 읽고난 후에 참 좋은 느낌이었던 책으로 기억이납니다. 이 책도 한번 읽어봐야 겠군요. 어휴... 읽고싶은 책이 너무 많아~~~
 

알라디너 중 soul kitchen이라는, 주로 쏠키로 불리는 분이 계십니다. 깊은 내공으로 인해 매니아 층을 확보하고 계신 분이지요(주소는.... http://my.aladin.co.kr/strangedays) 


그런데, 쏠키님의 큰언니가 지금 병원에 계십니다. 백혈병이래요.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다 해도 암은 여전히 우리에게 공포스러운 질병이고, 암과 싸우는 것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지인들의 고통과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그 싸움에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병이 병이니만큼 수혈을 여러번 받아야 하는데, 헌혈증이 있으면 도움이 되나 봅니다. 그래서... 비발샘님께서 헌혈증 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있거든요. 혹시 가지고 계신 헌혈증이 있으시면 비발쌤님 댁으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게도 몇장 있을텐데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이번 기회에 헌혈 한번 더 하구요.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편번호 120 - 847,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 3동 277-43 풍림 아트빌 501호 최아람

참고로 최아람은 비발쌤님의 아드님이시랍니다.


혈액증서를 최다로 모은 분에게는 비발쌤께서 풀빛 그림동화책 [핀두스 시리즈]를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복돌이님께서 브라질의 라틴 재즈 그룹 '템포 레이'의 [Instinto Tropical]앨범 두 장을 드린답니다. 저도 뭐 내놓을 게 없나 싶어서 보니까 적립금과 마일리지를 합쳐서 2만6천원 정도가 있네요. 이 금액만큼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1등이 이 모든 걸 다 가지면 좀 그러니, 1등부터 원하는 걸 하나만 선택하시는 게 좋겠지요? 이런 게 없더라도 여러 분들이 잘 도와주시리라 믿습니다만, 그래도 감사의 뜻으로 드리는 거니 받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쏠키님에게 큰언니가 어떤 존재였는지, 쏠키님 서재에서 퍼온 글을 소개합니다. 암 진단을 받기 전에 쓰신 건데, 읽다가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여러분, 우리 많이많이 도와 줍시다. 알라딘은 유난히 정과 사랑이 넘치는 공간이잖아요?


[제목: 큰언니 기다리기

작성자: 쏠키님


큰언니가 고1이었을 때,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나는 큰언니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올 시간이 되면 항상 아빠의 자전거를 몰고 나가 큰언니의 무거운 책가방을 받아 싣고 오곤 했다. 큰언니가 고3이었을 때,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그때도 나는,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11시에 학교에서 나오는 언니가 기다리지 않게 항상 먼저 가 교문 앞에 서 있다가 가방을 자전거에 싣고 같이 왔었다. 큰언니가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도 어쩌다 밤늦게 도착하는 날이면 꼭 내가 역까지 마중을 나갔었다. 친구들과 노느라 기차를 놓쳤다고 하면 또 올 때까지, 또 다음 기차를 놓치면 또 올 때까지 그렇게 미련하게 새벽 서너 시가 될 때까지 언니를 기다렸다.


내가 고3때, 언니는 모스크바에 있었다. 내가 시험을 치르는 날짜에 맞춰 오지 못하겠다고 했다. 나는 직감으로 알았다. 아씨발, 나는 대학시험을 망치겠구나. 그리고 떨어졌다. 성적도 한참 남은 학교와 과였음에도 불구하고. 후기대를 칠 때는 마침 언니가 와 있었고, 붙었다. 등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언니가 등록하랬다. 그래도 다녀 보라고.


아, 길게 쓸 기력이 없다. 나는 언제나 언니를 따라 다녔고, 언니의 세계를 동경했고, 언니를 좋아했고, 언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고, 언니와 함께 하고 싶었다. 우석이와 수희도, 그 자체로도 예쁘지만 큰언니의 아이들이기에 아마도 더 좋아하고 이뻐하는지도 모르겠다. 큰언니는 내게 엄마 같고, 선생 같고, 친구 같고, 연인 같고, 언니이면서 또 어느 땐 어린 동생인 것만 같고..그래, 그렇고....그렇고..


그런 큰언니가 지금, 종합병원 무균병동에, 보호자도 없이 혼자 누워 있다. 간밤에, 생일이라고 친구들과 술 한잔 하고 있던 나는, 집에서 급히 부르는 전화를 받고, 그 길로 바로 형부, 언니와 함께 콜택시를 불러 타고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왔고, 밤을 새웠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우석이 운동회에서 저렇게 환하게 웃던 언니는 핏기 하나 없는 노랗게 뜬 얼굴로 응급실에서 수혈을 받다가, 우리가 병원에 도착한 지 12시간이 지난 오후 1시에 무균병동으로 옮겨 갔다. 교대로 대기실 의자에서 행려처럼 새우잠을 자던 형부와 나는, 언니가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챙겨들고, 두 개의 문이 가로막은 무균병동 너머로 언니의 얼굴을 보고 다시 5만 원을 부르는 콜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수희가 총총 뛰어나와 엄마는? 하고 물었다. 미역국을 먹고 세 시간 잠을 자고 일어나 앉아 울었다. 형부가 아직 확실한 거 아니니까, 골수검사를 끝낸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진 아무 말도 마라고 해서 혼자 숨죽여 울었다.


"너랑 나랑은 전생에 부부였었나 보다. 전생에 내가 너한테 정말정말 잘 해서, 네가 그 은혜를 갚을려고 내 동생으로 태어난 거 아니겠나." 얼마 전부터 시난고난 앓던 언니를, 나 자신 환자이긴 하지만 뭐 좀 나일롱이고 어차피 백수도 된 터라 곁에서 좀 살펴줬더니 새삼스럽게 언니가 한 말이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548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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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4-11-14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지 얼마 안‰榮쨉? 성분헌혈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번에 제 친구 아버님 아프실때 다 줘버려서 모아 둔 것은 없네요. 일단 Ÿ檳?전에 퍼가겠습니다. 수고하십니다. 마태님.

sweetrain 2004-11-1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쏠키님이 원하신다면 암시민연대측에 연결해드릴 수도 있는데...(아마 물질적인 도움은 크게 안 되겠지만 전문가의 상담이라거나 하는 것이 필요하시면 제가 연결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헌혈증서도 암시민연대측에 혹시 남아 있는 것이 있는지 연락해보고 다시 알려드릴께요.

비발~* 2004-11-14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복돌님이 제안하신 건데... 다만 집에 주로 있는 사람이라 제 주소로 한 거구요. 비룡소 프란츠 시리즈(12권)도 추가하겠습니다. 마태님 고맙습니다.

비로그인 2004-11-14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헌혈증이라고는 딱 한 장 있는데 이것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첫헌혈한지 두달이 지나서 두번째 헌혈도 할 수 있는데 요즘 아무리 돌아다녀도 헌혈차가 안보여요. 혹시 홍대나 종로 광화문쪽으로 헌혈의 집이나 헌혈차가 자주 있는 곳을 아시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sweetrain 2004-11-1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님-바로 광화문 교보문고 종로 출입구 쪽으로 나오시면 그 맞은 편 2층(버거킹 옆 건물) 에 헌혈의 집이 있답니다. 도움이 되셨기를.

파란여우 2004-11-1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헤모글로빈의 부족으로 살았던 저에게는 제 이름의 헌혈증이 없음이 안타깝습니다.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이 없을까요? 헌혈을 할 수 없는 저에게도 어떤 일로나마 아프신 분에게 해 드릴 일이 있으면 좋겠는데...비발쌤~ 알려 주세요, 얼렁~

플라시보 2004-11-14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파란여우님과 마찬가지로 헌혈증이 없습니다. (고등학교때 수업하기 싫어서 헌혈차가 왔길래 헌혈했다가 기절하는 바람에 그 헌혈증으로 다시 수혈받은 이후 못했습니다.) 다른 도울 방법이 없을까요? 경북대학교 병원이라면 우리 집 바로 코앞인데...

아영엄마 2004-11-14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저는 헌혈하려고 해도 함량 미달로 하질 못해서 헌혈증이 없어요. 죄송..(__) 그렇게 우애좋은 언니가 크게 아프시니 쏠키님 마음이 얼마나 무너지실까... 생각하니 저도 슬퍼집니다..

stella.K 2004-11-14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쏠키님께 그런 일이 있으시군요. 저 역시 헌혈증이 없어 힘이 되어드릴 수 없음이 부끄럽네요. 마음으로나마 쏠키님께 격려를 보네구요, 쏠키님 언니도 이 병을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엔리꼬 2004-11-14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이 몇개 됩니다.. 우선 그거라도 보내야겠군요... 쾌유를 빕니다. 경북대병원 계속 계시는가요? 백혈병은 거의 서울로 올라오시던데...서울이라면 성분헌혈단 모집 같은 것도 가능은 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요즘 우표값이 얼마죠? 보낸 지가 하도 오래되서...

sooninara 2004-11-14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헌혈증이 없는데...ㅠ.ㅠ..어떻게 구해보지요

조선인 2004-11-14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저도 퍼갑니다.

nugool 2004-11-14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런.. 유진이 낳을 때 수혈받을 것 같아서 몇장 갖고 있던거 얼마전에 악성빈혈이신 분이 있어서 다 드렸지요... 제가 갖고 있는 없는데 안타까워서 어쩐다지요..

비로그인 2004-11-14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태우스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알라디너 여러분들! 감사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쏠키님의 언니께서 건강하게 완쾌하시리라 믿습니다.

sweetmagic 2004-11-15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한번도 헌혈 못해봤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해서 보내드려야 겠네요.

마태님 감사합니다.

진/우맘 2004-11-1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3개월 넘어간 것 같아서 헌혈 하려고 했는데...... 제가요, 이번엔 꼭 성분헌혈 해서, 자주자주 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sweetrain 2004-11-15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제가 쏠키님과 개인적 친분이 없어서...여기다가 부탁합니다..
암싸사 사이트에 제가 이 글을 퍼 갔더니, 그 곳에서 활동하시는 대구 회원분들이
혹시라도 환자분 병실과 이름을 알 수 있겠느냐고..그러면 병원에 헌혈증을 직접 전해주면 되니까 그게 빠를 것 같다고 하시는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저도 신원이 확실하고 거기도 믿을 만한 곳이니까...^^

심상이최고야 2004-11-1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키님의 언니께서 빨리 완쾌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약한 빈혈이라 헌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헌혈 한 번 해보구요, 헌혈증도 모아볼께요.

작은위로 2004-11-1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헌혈증을 보내 드리고 싶은데, 어찌된게 저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헌혈차에 가면 오지말라는 소리를 듣는...-_-;;;; 어쨌든, 다른 방법으로 도울 수 없는걸까요?

쏠키님의 언니분이 빨리 완쾌 되셨으면 좋겠어요...
주변 사람들께 여쭈어라도 봐야겠어요...

soul kitchen 2004-11-1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제가 며칠 알라딘에 못 들어온 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군요. 마태우스님과 비발샘, 복돌성님, 그리고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헌혈증은, 그런데, 괜찮습니다. 저희 언니는 지금 1차 항암치료를 받고 2차 치료를 기다리는 중인데, 헌혈증은 저희 가족과 사촌들의 것만으로도 150장 정도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100여 장은 더 구할 수 있구요. 아이구..그리고 다른 도움이라뇨..걱정의 말씀 한 마디, 격려의 말씀 한 마디도 저희는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가을산 2004-11-15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 제가 모았던 건 다른 곳에 다 주어버려서 미안했었는데

헌혈증이 아직 여유 있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음.... 어떻게 해야 하나? '백혈병 환우회'를 소개시켜드릴까요?

필요하시면 제가 연락처를 알려드릴게요.

soul kitchen 2004-11-15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고맙습니다. '백혈병 환우회'와는 다른 문제로 몇 번 통화를 했었습니다.

혈액암협회에 상담내용도 몇 번이나 올렸구요^^;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ceylontea 2004-11-16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있던 헌혈증을 다른 암으로 고생하시던 분게 다 드렸어요...

솔키님 언니의 회복을 기원합니다..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도려낸 어머니가 있다. 어느날, 우연히 가슴을 만지던 딸은 한쪽 가슴에 몽우리가 잡히는 걸 발견했다. 딸은 당연히 공포심에 사로잡혔다. 당신이 그 딸이라면, 그리고 미성년이 아닌, 40세가 넘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쪼르르 엄마한테 달려가 “나 유방암일지도 몰라!”라고 할까?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정확한 진단이 나올 때까지 엄마에게 말하는 것을 보류할 것이다. 그게 유방암일 확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설사 유방암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해도, 엄마한테 선뜻 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유방암에 걸려봤던, 그래서 유방암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가를 알고 있는 엄마에게 걱정을 끼쳐 드리는 게 마음이 아파서다. 이건 엄마에 대한 자식의 배려일게다.


누나의 혈당치가 115g/dl가 나왔단다. 조금 높긴 하지만 혈당의 정상치는 70-120, 내 생각에 크게 걱정할 일은 분명 아니다. 당뇨 환자를 만들기 위해 정상 혈당치를 내리는 게 요즘의 추세긴 하지만, 몇 번 더 체크해서 계속 높다면 문제삼을 일이지, 한번 잰 걸 근거로 난리법석을 떨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우리 누나는 여동생에게 쪼르르 얘기를 했고, 입이 싼 여동생은 그 즉시 엄마한테 그 속보를 전했다. 엄마는 그날 밤새 우셨다.


우리 엄마에게 당뇨병은 지긋지긋한 천형이었다. 아버님이 당뇨병 진단을 받은 건 30대 후반, 그 이후 돌아가실 때까지 20년이 훨씬 넘도록 어머님은 하루 두 번씩 아버님의 혈당을 체크했고, 인슐린을 놔드렸다. 아무리 인슐린을 맞아도 합병증은 오는 법, 아버님에겐 하나씩 합병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눈에, 그 다음엔 신경, 그리고 마지막에는 신장에. ‘발기불능’이라고 쓰인 아버님의 챠트를 봤을 때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고,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가 5가 넘어 투석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92년부터, 일년 중 몇 달은 병원에 입원하기 시작한 아버님은 99년 초부터 2001년 말까지 꼬박 3년간을 병원에서 보내셨다. 아버님의 입원 기간 동안 병수발을 하신 건 전적으로 어머님이었고, 나는 물론이고 두 딸도 간병에 일말의 힘이라도 보탠 적이 없다. 즐겁게 살아도 짧을 십년을 간병으로 보낸 어머님에게 당뇨는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당뇨 환자를 볼 때마다 어머님은 매주 월, 수, 토에 하루 8시간의 혈액투석을 받으시며 고통스러워 했던 아버님의 모습을 떠올렸으리라.


그런 어머님께, 40이 넘은 딸이 ‘당뇨’라고 얘기한다. 그것도 정상 범위 안에 포함되는 혈당치를 가지고. 누나에게 따졌다.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왜 난리를 치냐고. 누나의 말이다.

“엄마한테 얘기 내가 안했어. 영자(여동생. 가명)한테 ‘엄마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말해줬단 말야!”

영자. 많이 모자란 내 여동생. 있는 말은 확대.재생산하고, 없는 말도 만드는 그녀. 이간질의 대명사. 그녀에 관한 일화를 하나 드는 게 그녀에 대한 올바른 설명이 될 듯하다.


누나네가 미국에 연수를 갔을 당시, 누나의 시아버지가 다리가 부러진 일이 있었다. 누나는 정형외과를 하는 내 매제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번 봐드리고, 안심시켜 달라고. 여동생은 그 얘기를 듣자 대번에 미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안그래도 힘든 우리 남편을 왜 괴롭히냐고(평소 남편에게 잘해주면 또 모르겠다). 여기까지 했으면 됐을 터이지만, 동생은 한마디를 더했다. “걔(남편)가 뭐라는 줄 알아? 쉬는 날인데 쉬지도 못하겠네라며 투덜거렸어!” 착한 매제가 그랬을 것 같지도 않지만, 설령 그랬다손 쳐도 자기 남편의 허물을 감싸주는 게 아내의 도리가 아닐까. 누나는 내게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했다.

“민수(매제 이름. 가명)가 착한 줄 알았는데 그럴 줄 몰랐다”


여동생은 그런 사람이다. 엄마가 여동생과 얘기를 나누던 중 누나 얘기를 언급했을 때, 여동생이 그걸 최대한 왜곡시켜 누나에게 얘기함으로써 분란을 야기했던 경험은 수십번이 넘는다. 그런 과거로 보건대 여동생에게 얘기한 것이 엄마에게 빛의 속도로 전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물론 여동생은 “언니가 죽어버리고 싶다고 했다”는, 하지도 않은 말까지 덧붙여-이럴 때면 인간의 상상력이 원망스럽다-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어제 엄마가 누나집에 갔을 때, 누나는 혈당기를 사야 하네 마네 하면서 엄마의 속을 후벼팠고, 집에 온 엄마는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늘 속만 썩이는 딸이지만, 자식이 당할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셨던 거다. 난 정말 짜증이 났고, 내가 누나에게 전화를 했던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한번도 엄마를 기쁘게 해드린 적이 없는 딸이, 왜 없는 걱정까지 만들어 엄마를 괴롭히냐고.


내 말이 누나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 내가 전화를 끊자마자 누나는 엄마에게 곧바로 전화를 해서 성화를 부렸단다. “걔는 내 걱정은 안해주고 엄마한테 왜 말했냐고 화만 내더라”고. 궁금해진다. 누나는 왜 나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의산데, 그리고 아버님 때문에 당뇨병에 대해서는 좀더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내게 전화했다면 “그거 별거 아니니까 한번 더 재봐”라고 안심시켰을 텐데, 왜 쥐뿔도 아는 게 없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하소연을 했을까. 모자란 사람들 틈에 있으면 사는 게 힘들듯, 못난 자식을 넷이나 낳아 놓은 우리 엄마 이마엔 주름살이 늘어난다. 이런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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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4-11-13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저희는 딸 셋 중에 누가 하나 엄마에게 잘못하면 나머지 둘한테 테러당하는 분위긴데요..;;;

물만두 2004-11-13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걱정이 크시겠어요...

비로그인 2004-11-1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엊그제 쓰러지셔서 움직이시지 못하는 남편을 3년이나 혼자 보살펴 오신 친구어머니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게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상하신 속내를 이렇게 드러내시는 걸 보면 어머님을 얼마나 극진히 생각하시는지 알겠어요.



그 고운 마음씨 오래 간직하시고 어머님도 더불어 오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6살 미녀님이 마태님과 결혼해서 정말 사랑받는 좋은 딸 노릇 흡족하게 해드리면 되잖아요! 기운내셔요!!! 화이또!!!!! ^-^)/

니르바나 2004-11-1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 이치는 하나 그른 게 없는 모양입니다.

어머니의 넘치는 사랑과 부족한 따님의 생각,

착한 매제와 선하지 못한 여동생,

혜량이 넓은 마태우스님과 생각이 짧은 동생.

이렇듯 세상은 물처럼 그릇에 차면 넘쳐서, 모자란 곳을 찾아 흘러가는 모양입니다.


플라시보 2004-11-13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그 못난 자식들(?)의 범주에 속하지 않은듯 싶네요. 적어도 어머님을 괴롭히지는 않으실것 같으니까요. 저도 결코 효녀는 아닙니다만 적어도 엄마 아빠에게 걱정을 끼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예전에 입원했을때도 그래서 알리지 않은거구요. 물론 나중에 알게 되면 서운해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부모님들은 일단 자식이 아프다면 당신이 곧 죽을병에 걸린것 보다 더 걱정들을 하시잖아요. 그런 걱정 만큼은 안하게 해 주는게 자식으로서 최소한 할 도리가 아닌가 싶네요.

비로그인 2004-11-13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이란 한없이 부모에게만 기대는 인간인가 봅니다. 속상하셔도 벌써 아셨으니 어째요~ 어머님 잘 위로해 드리세요. ^^::: 님은 어쩌다가 한번씩 효자이십니다. (술만 줄이면 딱인디..)

sunnyside 2004-11-1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어머니도 당뇨이신데.. T.T 아직 합병증이 오시진 않았지만요. (갑자기 우리 집안 걱정으로 넘어와버린.. -.- )

2004-11-14 0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11-14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갑자기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라는 책이 생각나죠?

^^*

마태우스님 힘내세요~ 아자아자아자!!!
참... 제가 요즘에 친정엄마라는 책을 서점에서 서서 봤더랩니다.
여자는 아기를 낳을 때 엄마를 이해한다고 아시죠?
이 말은 아시겠고...
거기서 제일 좋은 말이 뭔 줄 알아요?
딸은 주고픈 도둑이라고 합니다.
어머님과 누나들의 관계는 ^^* 어쩌면 마태우스님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을 지도 몰라요. 좋은 생각합시다~ 날도 추운데...

2004-11-14 0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rain 2004-11-14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저도 효녀는 아닙니다만...저 최근에 아플 때도 아버지께 안 알렸습니다. 엄마를 암으로 잃은 이후 부쩍 약해지신 아버지가 제 걱정을 하실까 싶어서. 그게 자식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효도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적어도 부모님을 슬프게 해드려서는 안 될텐데.

부리 2004-11-14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비님/그래요, 그게 자식의 도리죠........

벨님/아네요. 엄마와 우리 딸들의 관계는 제 생각보다 더 심각합니다. 오늘두 엄마가 근처에 갔다가 딸들을 불러냈는데요, 팥빙수 값이 1만원이 나왔답니다. 근데......서로 안내려고 해서 엄마가 냈다지요. 맨날 그런 식이어요. 돈이 없어 죽겠다면서 엄마가 밥이나 사줄 때만 좋아해요........

서니사이드님/음, 그게 두종류가 있어요. 합병증이 오는 것과 안오는 것. 님의 어머님은 아마도 후자가 아닐까요? 참고로 인슐린을 매일 맞아야 한다면 전자입니다.

폭스바겐님/벌써 안다해도 계속 마주쳐야 하니 더 속상하죠. 어떻게 단 한번도 기쁨을 주지 못할까 싶습니다. 저처럼 재롱을 잘떠는 것두 아니고, 넋두리 아니면 맨날 시비거는 투로 엄마에게 말을 걸지요.

플라시보님/님이 제 누나였으면 좋겠어요. 누나----------------!

새벽별님/그러게요....................... 잘못키운 자식농사, 평생 고생이죠.

니르바나님/님.... 해탈한 도인 같으십니다^^

고양이님/저도 말로만 그럴 뿐, 어머니께 효도 별로 못해요. 으음, 약점을 찌르시는군요^^

만두님/걱정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구, 그저 심난합니다. 님은 그래도 형제자매분과 우애가 좋으시잖아요. 그게 부러워요. 만순아---------

금붕어님/그 자신도 엄마가 되고나면 엄마 마음을 헤아릴 거다, 이게 우리 생각이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sweetmagic 2004-11-17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니르바나님 말 진짜 멋져요 !! 도인 같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