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과 영화를 보러 갔다. xx 마감이 얼마 안남아 우리 둘다 그럴 처지는 아니었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서 보는 영화가 더 재밌는 법이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노트북>을 보고 나니까 세상의 모든 노트북들이 싫어졌고, 여친에게 “재밌다”는 거짓 정보를 흘린 사람에게 보복을 하고픈 심정이다. 복선 같은 건 애당초 없고, 결말이나 스토리가 뻔하디 뻔한 그런 영화, 나 혼자 봤으면 머리를 쥐어뜯었겠지만, 여친과 함께라 그리 지루하진 않았다.




돈많고 미녀인 A는 가난하고 비젼 없는 B와 사귀다 집안 반대로 헤어진다. 몇 년을 그러고 있는데 A 앞에 집안이 부자고 직업도 괜찮은데다 잘생기기까지 한 C가 나타난다. A는 놀랍게도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기로 한다. 그때 우연히 신문에 난 B의 사진을 본 A, 그녀는 B에게 달려가고, B는 다시 돌아온 A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A가 누구를 선택했을지는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난 여기서 B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다.




A를 잃고 약간 맛이 간 삶을 사는 B에게 A의 출현은 꿈같은 얘기였을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A를 붙잡으려 하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이었을까. 사랑을 신성시하는 사람은 그렇다고 얘기할 거다. 과연 그럴까. A 집안에서는 B를 사위감이 아니라고 결사반대하던데, 반대하는 결혼을 한 A는 마음고생이 많을거다. 게다가 인생은 사랑만으로 살 수는 없는 법, 돈많은 C가 A를 그렇게 사랑하고, 멋진 프로포즈까지 해줬는데, A를 다시 붙잡아야 할까? 그러니까 내 말은 자신보다 그녀를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와 결혼 날짜까지 잡혀 있는 상태라면 보내 주는 게 진정한 사랑이 아니냐는 거다.




이렇게 말하는 건 내가 너무 나이를 많이 먹어 현실적이 된 탓도 있지만, 집안 반대로 여자와 헤어져본 쓰라린 경험이 있어서일 것이다. 내가 버는 얼마 안되는 돈으로 도망가서 살 용기마저 없었던 나는 결국 그녀와 헤어지고 말았는데, 그때 난 집안의 반대가 얼마나 힘든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고, 내가 만일 자식을 낳는다면 누구와 사귀든 간섭을 안하리라 결심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이 집안간의 만남이란 성격이 더 강하지만, 성인이 된 남녀가 결혼을 하겠다는데 집안에서 반대한다는 건 참으로 부당하다. 말로는 “너를 위해서야”라고 하지만, 그 안에는 좀더 좋은 조건과 결혼을 함으로써 자신의 허영을 충족시키고자 함이 아닐까 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이긴 해도, <노트북>은 정말 ‘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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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2-06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얼마 안 살았지만 어른들이 반대하는 결혼은 별로라 여깁니다. 더 중요한 건 결혼자체가 별로 아닙니까?? ㅋㅋ=3=3=3

조선인 2004-12-06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저로선... 묵비권을 행사하지요. ㅠ.ㅠ

비로그인 2004-12-06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영화 무지 보고싶은데...



저도 반대하는 연애 해본경험 있기도 하구,

그냥 낭만적인 이야기에 푹 빠져보고 싶기도 해서요.

아마 여친분께서는 재밌게 보시지 않았을까요? ^^

비로그인 2004-12-06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영화는 보지 않고, 나중에 돈 모아서 노트북 하나 장만하렵니다. -_-;;

마태우스 2004-12-0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대생님/하하, 그게 훨씬 낫습니다.

고양이님/여친도 별 재미 없다고 하던걸요? 고양이님도 그런 경험이 있으시군요...

조선인님/님도 사연이 많으시겠어요??? 궁금하긴 하지만 다음 기회에...

쥴님/음, 님 말씀도 맞습니다만.... 저 같으면 그냥 빠져 줬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제가 스스로 자신이 없어서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요...

폭스님/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는 게 좋은가 아닌가는 정말 어려운 문제일 것 같습니다....
 

 

가창력이 좋기로 유명한 박미경의 히트곡 <이브의 경고>는 바람을 핀 남자에게 한번은 봐줄테지만 자꾸 그러면 가만있지 않을거다, 난 뭐 능력이 없어 이러고 있는 줄 아느냐 하고 협박하는 내용이다. 가사 자체가 도발적이기도 하지만, 노래 자체가 워낙 좋고, 박미경이 노래도 잘 불러 히트를 했는데, 가사 내용과 무관하게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난 성남 문무대가 떠오른다.




난 3년 3개월간 군대를 갔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군복을 입고 계급장을 단 건 사실 대구 군의학교와 문무대에서 보낸 석달이 고작이다(나머지 기간에는 공중보건의 신분으로 국립보건원에 다녔다). 남들은 2년이 넘게 하는 군대생활을 고작 3개월간, 그것도 아주 설렁설렁 했으니 편했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었다. 난 나이 서른에 군대를 갔다. 나이가 많은만큼 인내심은 없었고, 체력 또한 20대의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운동장 한바퀴를 도는 것도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더 중요한 이유로 그 나이까지 세상의 각종 환락을 다 겪고 난 뒤 자유의 박탈을 경험했다는 게 더더욱 괴로웠다.




어떡하면 좀더 편하게 훈련을 마칠까 고민하는 우리와, 우리를 특전사에 준하는 존재로 키워 진급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령하고자 했던 교관들과는 결코 넘지 못할 벽이 놓여 있었다. 중대장으로 중간에 끼여있던 나로서는 하루하루가 그저 고역이었다.




어찌되었건 군대는 군대, 우린 6시에 기상을 해서 운동장을 돌았고, 다 돌고 나면 체조를 했다. 문무대에서 바라보면 아득한 곳에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우리가 체조를 할 때쯤엔 늘 그 학교에서 노래가 들려왔다. 그 노래가 바로 박미경의 <이브의 경고>, 무엇 때문에 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그 노래는 저 멀리 자유 세계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였다. 군대에 오기 전엔 그 노래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맨날 듣는 게 군대식 용어와 교관의 잔소리 뿐이니, 나도 모르게 그 노래를 흥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난 자유를 꿈꿨고, 지긋지긋한 군 생활을 하루하루 이겨냈다. 내가 외박을 나갔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은 물론 술을 마시는 거였지만, 두 번째로 한 것은 박미경의 그 노래가 포함된 불법복제 테이프를 산 거였다.




3년이 흘러 난 완전한 제대를 했고, 지금은 군대에서 사귄 친구들도 만나지 않게 되었지만, 내 여친이 최근에 녹음해 준 <이브의 경고>를 들을 때마다 그때 시절을 떠올린다.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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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2-06 0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브의 경고> 여친이 선물해 준 거라면 그 걸 추억하라도 준게 아니지 않습니까?? 조심하세요. ^^ 그 추억이 아닌 다른 추억으로 바뀔수가 있습니다. ^^

미완성 2004-12-06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막판에 또 26세 미녀 얘기를..ㅜ_ㅜ

서른에 군대를 가셨다니, 상상만 해도 제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에휴..미녀를 바라보며 고생했던 지난날을 위로받으셔요 흙.

하얀마녀 2004-12-06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고 지내던 노래였는데 듣고 싶어지는군요. ^^

마태우스 2004-12-0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헤헤, 제가 컴에 띄울 능력이 안되는 거 아시죠???

사과님/말이 그렇지, 제가 한 게 무슨 고생입니까. 진짜 고생은 사병으로 가신 분들이 하는 거죠. 전 요즘도 군복 입은 분들 보면 마음이 짠합니다...

바겐님/아, 그게 여친이 선물했다기보다, 제가 듣고픈 음악 리스트를 건네주고 여친이 구워 준 거거든요. 그런 경고의 의미는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어머니는 성당에 다니셨다. 비교적 독실한 신자인 어머님은 혼인 때 약속하신대로 우리 형제자매를 성당으로 이끌려고 하셨지만, 그 중 성당에 다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어머니는 토요일 저녁 때면 혼자 쓸쓸히, 서교동 성당에 나가신다.




어머님은 무슨 말씀을 하실 때, 그 말의 진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하느님께 맹세한다”는 표현을 자주 쓰셨다. 그래서 우리는 어머님이 말씀을 하실 때마다 “하느님께 맹세해?”라는 걸로 그 말의 진위를 가렸다. 진실인 경우에는 “맹세해!”라고 하시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내가 왜 그래야 돼?”라거나 “이런 일로 하느님을 들먹거리기 싫어”라고 하셨으니, 거짓말을 구별하는 건 비교적 쉬웠다.




친구 하나는 “인격에 맹세해?”라고 물음으로써 진위 여부를 판단한다. 이런 말을 듣고도 거짓말을 한다면 자기 인격을 부정하는 것같지 않는가? 또다른 친구는 “이게 거짓말이면 내가 니 아비다”라고 한다. 글쎄다. 그게 거짓이든 아니든, 난 그 친구와 부자지간이 되고픈 마음은 하나도 없는데. 거짓말의 경연장인 국회 청문회에서도 거짓과 진실은 웬만큼 드러난다. “기억이 안납니다”라는 말이나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는 말은 그 질문에 담긴 내용이 진실임을 입증해 주니까. 맹세 중 가장 쓰잘데기 없는 말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거다. 그 말을 들은 횟수는 수백번이 넘지만, 실제로 장을 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까. 그보다는 “거짓말이면 돈으로 얼마 준다”는 게 좀더 확실한 담보가 아닐까 싶다.




웃기려는 시도를 많이 해서 그렇지, 난 거짓말을 그리 썩 잘하는 건 아니다. 맹세까지 할 게 없이 그냥 “진짜야?”라고 물으면, 솔직히 말해준다. 내 생각에 내가 웃기기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짓말을 한 기억이 그리 많지는 않다. 짐 캐리가 나오는 <라이어>는 거짓말이란 게 우리 삶에서 필요하다는 걸 역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 이익을 위해, 눈앞의 곤란함을 모면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은 인간을 싫어지게 만든다. 예컨대 바람을 피운 걸 알고 있는데도 발뺌을 계속하는 남자의 모습은 얼마나 비참한가. 12월은 바르게 사는 달, 우리 모두 12월의 정신에 맞게 바른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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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6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12-06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속삭이신 분/님이야말로 안주무시고 뭐하세요???

쥴님/음,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거짓말이면 만원 내놔"라고 할 것 같은데요??

날개 2004-12-06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12월이 바르게 사는 달인가요? 아~ 바르게 살아야겠다..ㅎㅎ

2004-12-06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얀마녀 2004-12-0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거짓말을 하면 워낙에 티가 나서 잘 못합니다. 거짓말이 안되니 대신 뻔뻔함만 늘더군요. 흐흐흐.
 

 

지난 11월은 집계가 시작된 1998년 이래 가장 책을 적게 읽은 달로 기록될 것 같다. 보통 열권, 못해도 여덟권 정도는 유지를 했었는데, 다섯권이라니. 연애를 한 것도 이유가 될테고, 술을 마신 것도 원인의 하나이리라. 하지만 언제나 악조건-독서에는-속에서 책을 읽어온 그간의 이력을 돌이켜보면, 연애와 술은 별로 설득력 있는 변명은 아닌 것 같다. 좀더 정확한 이유를 대면 이렇다. 난 대개 기차에서 책을 읽었지만, 지난달엔 이상하게 기차만 타면 잠을 자버렸다. 집에서 자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 게 아니라는 점에서, 내 체력이 많이 고갈된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초반에 벌어놓은 게 있어 100권은 넘겼지만, 이러다가 내년도엔 두자리 숫자에 그칠까 걱정이다.




97년, 몇십년만에 다시 독서를 시작하면서 난 ‘3천권의 책을 읽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어떤 책을 읽겠다는 게 아니라 권수를 지정한 것으로 보아 내가 추구하는 독서가 ‘물량주의’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어찌되었건 삼천권은 일년에 백권씩 삼십년간 읽으면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120권씩 읽는다면 더 빨리 목표를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올해 읽은 책을 보니 그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일이 바빠져, 따로 시간을 내는 게 만만치가 않다.




난 늘 30대를 찬양해왔다. 내게 부양가족이 없어서겠지만, 30대의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했으며, 10대, 20대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전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딱 하나, 책에 있어서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책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고 나니, 20대의 그 긴 시간들을 스포츠신문과 프로야구로 허송세월하면서, 거의 한권의 책도 읽지 않은 게 어찌나 후회가 되는지. 그래서 난 어려서부터 책 속에 묻혀 사는 지족초5년박예진님이나, 20대 초반에 고강한 내공을 쌓으신 에피메테우스님, 내가 아는 분 중 가장 책을 많이 읽는 평범한 여대생님이 부럽다. 성장의 과정에서 꼭 읽었어야 할 책들을 마흔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뒤적이고 있는 내 모습이 난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진다. 중학교 2학년 이후, 어느 누구도 내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화도 난다.




책이 평생을 두고 가까이할 친구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왕 사귈 친구라면 좀더 일찍 사귀었어야 했다. 서른이 넘어서 변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법, 진작에 책을 읽었다면 내가 좀더 올바른 사람이 되어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난 20대를 사는 인생후배들에게 이따금씩 책읽기를 권한다. 하지만 내가 지금사 느끼는 회한을 아직 젊은 그들은 느끼지 못하는 듯, 내 말을 듣고 독서에 취미를 붙이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책 말고도 인생을 배울 여러 길이 있는데, 책만이 정답은 아닐테지만, 그렇긴 해도, 그들 중엔 나처럼 “젊을 때부터 읽을 것을~!”이라며 뒤늦은 탄식을 할 사람이 있지 않을까?




인생은 나이대에 걸맞는 속도로 흘러간단다. 30대인 나의 인생은 현재 30킬로의 속도로 달리고 있고, 몇 년만 더 있으면 거기에 십킬로가 더 붙는다. 뒤늦게나마 책에 취미를 붙여서 다행이다. 좋은 친구인 책과 함께 늙어갈 수 있다는 게 나쁜 친구인 술.담배와 같이 늙어가는 것보다 훨씬 좋지 않는가? 늦게 만난 친구지만, 아니 늦게 만난 친구니까 더 친하게 지내야겠다. 책아, 늘 고맙다. 존재만으로 뿌듯함을 주는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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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12-04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이 글을 읽으니저, 책이 되고 싶어요 !!

비연 2004-12-04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저도 마태우스님의 글에 정말 동감합니다...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던 전 책이 절 구원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접어두었었습니다. 다시 책을 들었을 때 아...그게 아니었구나 깨달았고 그래서 더 열심히 읽게 되었었죠. 지금도 그 당시 못 읽었던 책 보충하고자 여기저기 널어놓고 읽는데 체력도 딸리고 게으름도 점점 늘어나고 해서....생각만큼 마구잡이로 읽혀지진 않네요..쩝. 저보다 어린 많은 사람들이 책이 얼마나 소중한 친구인 지를 빨리 알았으면 하는 마음. 저도 늘 있습니다^^

비로그인 2004-12-04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열심히 읽겠습니다. ^^

하이드 2004-12-04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렸을적 구석에서 책만보고 불러도 대답도 안 하는 아이였대요. 대학교때까지도 꽤나 많이 정신없이 읽었는데, 그때는 내 맘대로 책 사 볼수도 없고, 책 한 권 사면 가슴 두근거리며 빨리 읽고 싶어서 집까지 막 뛰어가고 그랬던 생각이 나요. 회사 들어오면서 점점 멀어졌지만, 내심 '나는 책 많이 읽는 아이'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게죠. 아마도 몇년만에 꽤 더웠던 올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 것 같아요. 회사 들어와서 5년 아쉽고, 무작정 읽었던 지난날도 아쉽습니다. 늦었다고 시작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지금이나마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읽고 싶은 책들의 끝도 없는 리스트에 예전의 두근거림은 없지만, 행복함,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읽을 책 많음에 뿌듯하고 다행함과 보람을 느낍니다.

플라시보 2004-12-04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전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요. 무조건 모든 사람들이 다 꼭 봐야할 무언가 처럼 강박관념은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그런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책읽기를 힘들어하고 어려워 하는지도 모르잖아요. 그냥 즐기면서 읽으세요. 꼭 목표 달성 이런 느낌으로 읽다가 보면 책 읽는것도 하나의 일처럼 되어버리지 않을까요?^^

니르바나 2004-12-05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감동적인 고백에 추천 한방이요.

이러니저러니해도 책만큼 배신하지 않는게 드물지요.

사람한테 기울일 정성의 십일조만 바쳐도 아마 크게 대성할 것입니다.

어쩌나요.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라도 읽다보면 각성의 순간이 오겠지요.

독서에도 늦깍이는 존재합니다.
그나저나 3,000권이라!

하얀마녀 2004-12-04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충분히 올바르시다고 봅니다만... 역시 책이 좋긴 좋죠. ^^

노부후사 2004-12-04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구 깜짝이야. 제가 나오네요. 고강한 내공이라니 부끄러워요. 마태님. ^^;;

쩝... 책읽기에 관한 거라면 저는 플라시보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요. 책읽기의 의미는 무엇보다 즐거움에 있지요. 다만 그것이 읽으면서 얻는 즐거움이냐 아니면 읽고난 뒤의 즐거움이냐의 차이가 있는 거겠지만요.

마냐 2004-12-04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물량주의 독서...제가 올해 딱 그런거 같아요. 플라시보님 말처럼, 일종의 강박까지 생기구...좋은 친구와 오래도록, 편안하게 만나고파요. 이 친구와 당분간은 넘 치열하게 사랑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sooninara 2004-12-04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도둑질에 날새는줄 모른다잖아요^^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마태우스님 정도면 더 없이 훌륭하시니 자책 마세요..

미녀와 데이트하느라 책이란 친구와 멀어지시지만 않으면 돼요..ㅋㅋ

비로그인 2004-12-04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늘 부족하고 게으른 책읽기가 다시 한번 부끄럽습니다.

비누발바닥 2004-12-05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신이 번쩍드네요....열심히 읽어야 겠네요....나름대로 읽는다고 읽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인해 많이 읽지는 못하고 있거든요.....많이 읽고 느끼는 바도 많고 깨우치는 바도 많았으면 좋겠습니다....님도 열심히 많이 읽길 바랍니다....^^

이파리 2004-12-05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연애... 연애를 하시나요? 그동안 제가 마태우스님께 너무 무심하였나 봅니다.

한 달에 10권은 커녕 일주일에 한 권 읽는 것도 힘에 부치는 저로서는 마태우스님이 부럽기만 합니다. ^^

마태우스 2004-12-06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파리님/아네요 이파리님, 제가 님에게 무심했죠. 글구..님은 책 말고 또다른 좋은 친구가 있으시겠지요^^

비누발바닥님/아유, 아네요. 사실 내공만으로 따지면 제가 알라딘 내에서 하위 10%일 겁니다..

고양이님/님은 아직 젊으시잖아요. 제가 젊을 때 알라딘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는...

수니님/마침 제 연인도 문학을 하는 사람이니, 책과 멀어질 리는 없겠지요. 같이 영풍도 자주 가고 그런답니다. 책선물도 하고요^^

마냐님/전 나이들어 만나다보니 푹 빠져 버렸어요. 치열하게 만날래요

에피님/나중에 훌륭한 분이 되면 저를 잊지 말아 주세요^^

마녀님/왜 제 주변 사람들은 이런 좋은 친구를 소개해 주지 않은 걸까요... 정답은 그들도 몰랐다?

니르바나님/3천권의 목표가 너무 약소하긴 하죠?? 어쨌든 책만큼 배신하지 않는 게 없다는 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플라시보님/책 자체의 즐거움도 있지만, 책을 통해 뭔가를 이루려는 사심도 있나 봅니다. 그게 제 한계일지도.....

미스 하이드님/저도 5년만 더 빨리 책을 좋아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만, 후회하지 않으려고, 지금이라도 만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폭스바겐님/어머 무슨 말씀을...제가 열심히 읽어야죠^^

비연님/그러게요. 젊은 친구들이 책의 소중함을 어려서부터 알면 좋겠지요. 님에게 책은 구원이었군요....제겐 인생을 바꿔준 고마운 친구^^

매직님/이런 말 모르세요? 매직님은 책보다 아름답다^^

진/우맘 2004-12-0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대학 다니면서 그 널럴했던 시간에, 점 50원짜리 고스톱을 치는 대신 책을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매일같이 한답니다.

하지만 막상, 한참 자유로운 나이의 그들을 보면, 책보다도 많이 '싸돌아 댕기라'는 조언을 해요. 가정을 갖고 아이를 낳으면....책을 읽는 것은 가능한데, '싸돌아 댕기는 것'은 매우 요원한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나의 후회는, 싸돌아 댕기지도 않을거면서 책 안 읽고 뭐했나....뭐, 그런거로군. 앗, 내가 왜 여기서 뒤늦게 궁시렁거리고 있는거지? ^^;;
 



일시: 12월 3일(금)



누구랑?: 친구들과



마신 양: 겁나게 많이






일년에 한번, 난 내 은사님을 모시고 천안에 강의를 간다. 우리 세계에서는 그걸 ‘모신다’고 부른다. 아침 일찍 선생님 댁으로 가서 선생님을 태운 뒤 천안에 가서 점심을 대접하고, 선생님 강의가 끝나면 다시 댁으로 모셔 드리며, 강사료까지 지급하니 ‘모신다’는 말이 맞긴하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내 강의에 길들여진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하고, 그 강의를 들으면서 나도 많은 것을 배운다는 점에서 그렇게 할만한 가치는 분명 있다.






어제, 선생님을 댁에 내려드리자 피로가 몰려왔다. 다섯시간이 넘게 운전을 해서가 아니라, 그 동안 나이드신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는 게 나로서는 버거운 일이다. 그때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집 근처에 모여 있으니 술한잔 하자고. 사실 난 어제 술을 마시면 안됐다. 오늘 아침, 천안에서 특강이 있는데 그 준비를 해야 했으니까.






이번주 초, 입학관리처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천안고에 입시설명회를 가는데, 한시간 정도 특강을 해달라고. 주제는 뭐라도 좋으니 재미있게만 해달란다. 내 강의가 재미있다고 누가 추천을 했단다. 사실 내 강의평가가 좋게 나오는 것은 내가 제시간보다 빨리 끝내는 몇 안되는 의대사람이기 때문이지만, 그걸 모르는 누군가가 날 추천했나보다. 그 순간부터 나의 가슴뜀은 시작되었다. 뭘 강의할까. 기생충? 그걸 누가 재미있어할까? 수능이 끝나고 나서 지겹게 시간만 떼워야 하는 학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뭔가 색다른 주제여야 되지 않을까?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난 강의주제를 정했다. ‘유머의 길’,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터득한 유머의 원칙을 담담히 기술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난 어젯밤, 그 강의준비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루 동안 쌓여버린 피로가 나로 하여금 술을 땡기게 했고-하기사, 내가 술이 안땡길 때가 어디 있담?-난 친구들과 겁나게 많이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실수록 다음날 강의가 두려워졌고, 그래서 술을 더 급히 들이켰다. 술에 취해 집에 왔을 때 난 무서워서 잠이 안올 지경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안 사실이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아는 분 중 가장 유머가 뛰어난 분에게 문자 메시지를 날린 것도 두려움을 이겨보자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오늘 아침, 기차에서 강의를 할 내용을 열심히 적었고, 천안고에 도착한 뒤 인적이 드문 매점에서 연습을 했다. 수능-그땐 학력고사-을 보던 날 아침, 난 너무 무서워서 펑펑 울었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오늘 아침에도 난 무서웠다. 뭐가 무서울까? 내가 하는 강의가 안웃길까봐.






10시를 조금 넘어 연단에 올랐다. 그전까지 졸거나 심드렁해있던 아이들은 내가 올라간 뒤에도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내가 기대한 반응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이쯤해선 웃겠지 싶을 때도 작은 웃음만이 강당에 울려퍼졌다. 애들이 제대로 웃은 건 세 번 정도? 땀이 났다. 그래도 6년간 강의를 해본 데서 기인한 뻔뻔함으로 강의를 겨우 마쳤다. 밖에 나가니 하늘은 잿빛이었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웃기진 않았지만 내 강의가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진 않았을까, 라는 허황된 생각을 해본다. 어찌되었건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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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12-04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웃기시려고 할 때 보다, 그 반대 일 때가 더 웃겨요 ! 크ㅡ?

마태우스 2004-12-0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 매직님/흑 그건 너무 잔인한 말이어요!!!! 피, 더 노력해서 아주 웃기는 사람이 될테야!

sweetmagic 2004-12-0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노력 안 하셔도 충분히 재미있으시다는 말인데 ~ ! 흥 ! 웃겨 !! ㅋㅋㅋ

chika 2004-12-0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힛~!

조금 꿀꿀한 기분으로 글을 읽었는데, 막판에 웃겨버립니다. ^^d

미완성 2004-12-0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그 학생들 앞에서 빨간 딱지가 붙은 화질 좋은 테잎을 상영해주거나, 그 상영수준에 달하는 음담패설이 오가지 않는 한 님에게 보인 반응 이상을 얻기는 어려웠을 거라 생각됩니다.

안 좋은 일은 얼른 잊는 것이 상책이예요. 철없는 아이들 생각은 고만 하시고, 비도 오는데 막걸리에 김치전, 어떻습니까 *.*

니르바나 2004-12-04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니까 개그맨들도 자기의 개그가 통하지 않으니까 웃음을 강요하더군요.

이게 직업인 사람들도 힘든게 이 일인데 뭐 그 정도가지고 심란해 하시나요.

그래도 세번이나 웃끼셨는데...

잘 하셨습니다.

다음번에는 5번 웃낄것을 목표로 준비하세요. 마태우스님

하얀마녀 2004-12-04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학생들, 유명인사를 몰라봤다고 나중에 후회하겠죠.

stella.K 2004-12-04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웃기는 건 어디서 나올까요? 전 별로 웃기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웃기다고 하는 사람도 있구요. 난 정말 웃길거야 하면 사람들 안 웃을 때가 있어요. 그래도 천안고 아이들 중 몇몇은 마태님을 정말 웃기다고 할 사람이 있을 거예요. 너무 상심 마시길...

근데 은사 모시기 전통 그거 꽤 괜찮에요.^^

노부후사 2004-12-04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안고면 제가 나온 학교군요.

후배들 불러다가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ㅋㄷㅋㄷ

어항에사는고래 2004-12-04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났을 터인데 괜한 겸손? 하얀마녀님말처럼, 분명 고 녀석들 나중에 후회할겁니다. 글을 읽고도 이렇게 재미있는걸요.

마냐 2004-12-04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이리 재미난데..겨우 3번 웃었다니...ㅋㅋㅋ 마태님, 님의 내공 탓이 아니라, 걔들이 좀 별난거 아닐까요?

니나 2004-12-05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생들을 세번이나 웃기다니! 그 이상은 욕심이십니다 ㅋㅋ

마태우스 2004-12-06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멕베스님/그, 그런가요??? 괴로워할 필요 없는거죠??

마냐님/하필 제가 별난 애들을 상대로 특강을 했단 말이죠.. 그렇게 생각해도 되겠지요??

고래님/반응이 없어서 죽고싶었구요 겸손 아네요.....전 말보다 글인가봐요 흑흑

에피님/아이고 적나라한 반응을 들을 수 있겠군요^^

스텔라님/저처럼 유머에 재능이 없는 사람은 열심히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마녀님/아이 저 유명인사 아네요 앞으로두 그렇구요^^

니르바나님/3번으로 만족하라구요???? 흑, 30분 넘게 강의하는 중에 겨우 세번이면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은데..

사과님/음담패설도 하나 했어요. 흑흑...

치카님/치카님같은 분이 그 강당에 20명만 계셨어도...흑

매직님/어머 제가 오해를... 호호호, 역시 매직님밖에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