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진실이라고 할 만한 걸 찾아볼 수 없습니다. 소설로 봐 주세요!
드디어 방송에서 잘렸다. 1주에 한번씩이지만 내게 은근한 부담을 주던거라 홀가분한 심정이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얻은 것도 많다. 쏟아지는 비판을 미녀 PD가 온몸으로 커버해준 덕분이긴 해도, 6개월간이나 잘리지 않고 방송을 했다는 건 무진장 뿌듯한 일이다. 처음 시작할 때 “일단 2주만 하자”고 시작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그 긴 시간 동안 방송을 할 아이템들을 생각해냈다는 게 스스로 대견해 죽겠다. 방송준비를 하면서 소외된 질병들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고, 질병에 대한 올바른 공부법을 터득하게 된 것도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일까. 잘린 건 나지만, 내가 PD를 위로해야 하는, 얼토당토않은 자리가 어제 있었다. 별 생각 없이 갔는데, 특별 게스트로 오신 분이 날 놀라게 했다. 나보다 먼저 방송을 그만두신, 알라딘의 사장이신 신바드님! 꼭 뵙고 싶었던 분이라 무지 반가웠는데, 어제 나누지 않은 대화 전문을 여기 싣는다. 거듭 말하지만 여기에 진실은 없다.
마: 반갑습니다. 상석에 앉으시죠.
신바: 대주주께서 상석에 앉으셔야죠.
마: 대주주와 사장 중 누가 높느냐는 것에 대한 판례가 있는데요, 그때 사장이 상석에 앉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신바: 이왕 앉았으니 그대로 갑시다.
마: 궁금한 게 있는데요, 사장님은 책 보실 때 그냥 회사에서 갖다 보십니까.
신바: 저도 사서 봅니다. 집으로 배달시키죠. 혜택이 있다면 직원할인 10%를 받는 것 뿐입니다.
마: 감동적입니다. 올해 경영수지는 어떻습니까.
신바: 적자죠. 그래도 후반기만 따지면 흑자입니다.
마: 한권도 무료배송을 해주겠다고 한 게 원인인가요?
신바: 그것도 이유가 되죠.
마: 적자액이 얼마나 됩니까. 제가 메꿔 드리겠습니다.
신바: 기껏해야 몇억 정도니까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마: 계속 적자면 전문경영인을 영입하자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잘 타이르고 있지만, 주주들이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신: 마 사장님은 저희 회사 주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나요?
마: 49%죠.
신: 젊은 나이에 대단하십니다.
마: 뭘요. 돈이 많아서 샀죠. 주식이 없는 다른 알라디너 분들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서재질을 하는 중입니다.
신: 마태우스님께서 잘 이끌어주신 덕분입니다.
마: 별 말씀을. 뭐 다른 어려움은 없습니까?
갑자기 끼어든 미녀 피디: 제가 곧 잘릴 것 같은데, 알라딘에서 일하게 해주세요.
덩달아서 작가도: 저도요!
신: 파주 물류창고 족에 일자리가 있는데, 허드렛일도 괜찮습니까.
PD& 작가: 좋습니다.
마태: 알라딘이 나날이 성장하는군요. 허허.
신바드: 다 알라디너 분들이 노력해주신 덕분이죠. 우리 그런 의미에서 술이나 한잔 합시다.
둘은 그날 코가 비뚤어지게 마셨다. 올해의 168번째이자 기억에 남는 술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