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의료 현장이 나온다기에 <시사매거진 2580>을 봤다. 지방흡입 기계를 판 업자가 환자를 시술하고, 원장은 옆에서 배운다. 원장이 시험삼아 해보니 환자가 아프다고 난리를 쳐 업자가 다시 기계를 잡는다. 그 사람, 그런 식으로 천건이 넘는 환자를 치료했단다. 상식적인 얘기겠지만, 의사 이외의 사람이 시술하는 건 엄연한 불법이다. 게다가 의사는 자기가 배우느라 환자를 아프게 했고, 빨리 끝날 수술을 훨씬 더 지체되게 만들었다.


나중에 기자가 들이닥쳤을 때, 보호자 앞에서는 “제가 주로 하고 그사람이 약간 도왔다”고 하던 그 의사는 기자와 단둘이 남자 불법임을 시인하고 업자에게 무릎을 꿇으며 “저 좀 살려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 의사는 천안에 있는 산부인과 의사며, 지방흡입에 대해 별반 아는 게 없을 터였다. <2580>에 따르면 새 기계가 도입되어 이루어지는 수술을 다 불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행태는 잘못이다. 업자가 훨씬 더 능숙하게 지방흡입을 한다 해도, 약사의 진료권 침해를 소리높여 비난하던 의사들이 의사 아닌 사람에게 그런 시술을 맡길 수가 있담? 의학 관련 기계들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새 기계에 대해 배우고 실습할 수 있는 연수 프로그램이 별로 없다는 사실은 좀 충격적이다. 그렇긴 해도, 의사가 무릎을 꿇고 비는 장면을 굳이 내보낼 필요가 있었나 싶다. 그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기자 스스로도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고 말했으면서 그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줘야 하는 걸까. 기자들이 평소 갖고 있는 반의사 감정과, 의사에게 비판적인 국민정서에 영합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어느 의대생이 쓴 글이다.

[모든 의사들이 환자를 볼모로 마루타적인 실험을 할 거라는 편견과 동시에 아무도 의사를 신뢰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 그러는 건 아니다’는 변명은 솔직히 좀 지겹다. 이어지는 그의 말, “기자분...나중에 아프시면 의사에게 갈껍니다. 하지만 그런 취재 장면 내보내고도 의사한테 갈 마음 생깁니까?”

이 의대생, 내일 학교에 가서 이 보도에 대해 친구들과 열나게 욕을 해댈 것이다. 그렇게 욕하고나서 그가 다시는 뉴스나 신문을 보지 않을까? 무릎꿇고 비는 장면이 오버라 해도, 그간 자행된 불법에 대해서는 같이 분노해야 되지 않을까. 그도 물론 거기에 대한 언급은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줄에서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언급한 뒤 열심히 기자 욕만 하는데, 그가 진정으로 그 일을 부끄럽다고 느끼긴 하는 것일까?


또다른 글, “기자들은 자신들을 속이고 병원에 갔을 것이고... 결국에는 비굴한 의사에게 잘못을 시인하라고 엄하게 가르치며... 그 그림을 또 방송으로 내보냈다” 92년 대선 때, “우리가 남이가”라는 유명한 발언이 나왔던 기관장 회의, 녹취에 의해 그 전모가 드러나자 그들은 “우리도 나쁘지만 도청도 나쁘다”고 물고 늘어졌다. 김영삼은 “나도 피해자”라고 억울함을 호소,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었다. 그때 도청이 없었다면 그들은 아마 기관장들끼리 만났다는 사실조차 부인했을 것이다. 이번 사건 역시 기자 신분을 속이지 않았다면 수술실 촬영은 불가능했을테고, 의사는 자신의 불법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을 터. 난 공익에 부합한다면 그 정도의 술수는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580> 팀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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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5-01-10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꺾은 괄호 쓰면 안 된다니까요~ 즐찾 브리핑에 태그로 취급되어 안 보인단 말여요. 한글 'ㄴ'과 동시에 한자 전환 버튼을 누르면 취향에 따라 다양한 괄호를 골라 쓰실 수 있심다!

마태우스 2005-01-1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역시 컴의 대가다운 모습.... 부럽습니다. 전 언제쯤....흑흑. 잘 수 있을까요...

하이드 2005-01-10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를 전화나 티비처럼 쓸 수 있는 그런 날이 올겁니다.

아영엄마 2005-01-10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도 그런 거 모르거든요...ㅜㅜ 저는 또 언제쯤에나 잘 수 있을라나요.. 밤 꼴딱 세야 할지도...

가을산 2005-01-10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형외과 의사가 아닌 한은 제대로 지방 흡입술을 시술 할 수 있을까요?

요즘은 개원가가 어렵다 보니 너도나도 비만, 미용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술 더떠서 피부 관리실에서 레이저로 점을 빼지를 않나..... 집에서 불법 시술을 받고 오지를 않나...

염증 나서 온 환자들을 보면 뒷치닥거리를 하면서도 욕 나오더라구요.

자격도 없는 사람들에게 자기 몸을 맡기는 것도 이해할 수 없구요.

마태우스 2005-01-10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그러게 말입니다. 이게 다 수가 체계가 잘못된 탓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가을산님 이미지 말이죠, 볼 때마다 심장 같아요^^ 하긴 하트가 심장이긴 하죠^^

아영엄마님/그래도 아영엄마님은 저보단 낫잖아요... 흐흑

미스하이드님/그런 날이 전 안왔으면 좋겠어요. 디지털 시대는 무섭거든요.


마립간 2005-01-1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른 시각의 관점으로 평을 합니다.

왜 산부인과 의사가 지방흡입술을 해야 하는가?

마태우스님의 페이퍼에도 있지만 의사는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의대를 졸업한 일반의사에서부터 전문과목(special) 예를 들면 내과, 산부인과, 성형외과 등이 있습니다. 요즘은 조금 더 세분화되어 산부인과도 산과학, 부인종양학, 불임 전문 등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지방흡입술은 성형외과 전문입니다. (성형외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아마 성형외과도 얼굴성형, 가슴성형 등으로 세분화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해당 분야 전문의가 그에 대한 시술을 행하면 수련과정에서 익혔거나 아니면 세미나 및 연수강좌를 통해 익힐 만큼의 밑바탕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서 산부인과 의사가 지방흡입술을 한 이유는 돈 때문이지요. 의사의 적정 수입에 관해서는 논란이 많고 제가 결론내릴 것이 아니지만 의사가 기대하는 수입과 정부나 시민, 환자가 기대한 수입과는 격차는 확실하게 있습니다. 가을산님이 언급하셨지만 '자격도 없는 사람에게 자기 몸을 맡기는 것도...'의 한 예가 될 수 있는 즉 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술 받지 않고 산부인과에서 지방흡입술을 받은 이유 또한 돈 때문이지요.

정당한 댓가를 치루지 않고 효과만을 기대하는 것이 의료계에서 만 볼 수 있는 예외적인 현상인가요. 아니죠. 불법 컴퓨터 프로그램 복제, 오디오, 비디오, 책 복사... 프랑스가 지적했던 3대 짝퉁의 나라의 오명이 벗어질 때쯤 되면 아마 이런 일들은 자연스럽게 없어지지라 생각합니다.

부리 2005-01-1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음, 저두 현재의 수가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공감합니다. 그러고보면 그렇게 불법이 판치는 분야가 한두군데가 아니군요.
 

 

 

 

 

일시: 1월 8일(토)

누구와: 알라딘 번개

마신 양: 소주 몇잔--> 맥주, 그리고...


올해 술 목표를 난 50번으로 잡았다. 주위에서는 그게 되겠냐, 는 반응을 보였지만 난 할 수 있다고, 반드시 해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월 8일까지 마신 횟수는 무려 4번, 이틀에 한번 꼴이다. 게다가 다음 주에도 세 번의 술약속이 있다.


일년에 50번의 쿼터가 주어졌다면, 한달에 네장씩 써야 한다. 그런데 난 1월분 쿼터 4장을 지난주에 다 써버리고, 다음주에는 2월달 쿼터를 당겨써야 할 형편이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는 3월달 것을?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3월도 되기 전에 50장의 쿼터를 다 쓰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지인들의 우려대로 50번은 좀 무리한 계획이 아니었는가 하는, 뒤늦은 후회감이 든다. 술이란 게 원래 관성이 있어, 갑자기 끊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조직을 정리한다 해도,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번씩은 술을 마셔줘야지 않겠는가?


술은 갑자기 끊어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 그리고 ‘50번으로 잡아야 60-70번 마시지, 100번으로 하면 120-130번 마시잖냐’는 게 목표를 다소 높게 잡은 이유였지만, 너무 목표가 높으면 포기하게 되고, 50번을 넘긴 후부터 막나갈 위험이 있다는 것도 생각했어야 했다. 어찌되었건 한번 세운 목표를 1월 9일에 바꾼다는 것은 너무도 한심한 일이니, 당분간은 술을 마시면서 내 문제점이 무엇인지, 무엇이 나로 하여금 술을 마시게 하는지 곰곰이 분석을 해봐야겠다. 치밀한 분석만이 목표 달성의 지름길이 아닐까.


참고로 어제는 알라딘 분들과 술을 마셨는데, 모인 여덟분 중 나만 빼고는 모두 여자분이었다. 모임 내내 난 ‘술로 한판 붙자’며 여기저기 집적거렸는데, 우주님은 내가 무서웠는지 갑자기 도망가고, 벨님도 ‘헌책방에 가야 한다’며 사라져 버려 할수없이 사자머리가 탐스러운 따우님, 그리고 숨은아이님과 대결을 하게 되었다. 따우님의 말씀, “나는 아직까지 한번도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은 적이 없어” 마음 속으로 난 이랬다. “저는 술 먹고 제정신으로 들어간 적이 몇 번 없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 12시가 막 넘었을 때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 가야 합니다. 그리고 갈 겁니다!”

따우님이 물었다. “왜, 어째서 가야 하는데?”

난 “벤지를 돌봐야 한다”고 대답했지만, 사실은 더 마시면 죽을까봐 그런 거였다. 그들이 보내준 덕분에 난 죽지 않았고, 오늘 아침 테니스를 멋들어지게 칠 수 있었다. 내가 오늘 얼마나 잘 쳤는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따우님, 제가 몸 만들고 나서 다시한번 붙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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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5-01-10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경쟁상대가 따우님으로 바뀌었군요.^^ 무척 늦게 헤어지셨네요. 일찍 가길 잘했지...^^ 전, 겁이 많아서 어디서 사건만 났다하면 몸 엄청 사려요. 요즘 워낙 흉흉해서.. 요즘엔 왠만하면 일찍 들어간답니다...^^;



쨌든 마태우스님 다음에 또 뵈어요~ 그땐 꼭 한판 붙지요~

진/우맘 2005-01-10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달거리대만들기 뒤풀이에 어인 일로 마태님이?!!!

마태우스 2005-01-10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제가 없으면 번개가 썰렁하잖아요^^ 글구 원래 제목은 '신년회'였다구요. 분명!!

우주님/하기사, 우주님같은 미녀는 몸 사리셔야죠. 이해합니다. 언제 님 집 근처에서 한판 붙어요!

stella.K 2005-01-1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모임은 마태님이 공식적으로 광고하셨어야지요. 전 뜻있는 몇몇만 모이는 줄 알았죠. 숨은 아이님이 나오셨다니 아깝네요. 뵙고 싶었는데...ㅜ.ㅜ

책읽는나무 2005-01-10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은 아직도 사자머리를???

sooninara 2005-01-10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자머리 아니에요..ㅠ.ㅠ 너무나 멋진 머리로 변신을 하셨더군요..

마태님이 패션에 조금 늦으셔서..호호..

그리고 전 마태님이 술대작으로 저지르신 양주 두병 먹고..헤롱헤롱했다는...

덕분에 남편이 신촌으로 저 데리러 왔다가 아리따운 여성분들과 노래방에서 즐기고 갔다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요^^ 부럽죠?

마태우스 2005-01-1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어머나 그런 일이.... 흥, 맨날 저만 빼놓고 놀아요! 글구 따우님 사자머리 맞아요. 제가 학부 때 사자 전공해서 잘 안단 말이어요

책나무님/네 사자머리 맞다니깐요!!

스텔라님/숨은아이님, 술이 어찌나 세던지 '술은 아이님'이라고 읽혀요.

새벽별님/그러게요 관성이란 게 무서워요. 절 가만 놔두질 않는군요....이놈의 인기란...하핫.


숨은아이 2005-01-10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술은 아이?! (스텔라님, 바느질을 워낙 못해 혼자서는 엄두 안 났던 달거리대 만들기에 도전해 봤답니다. 담에 기회 있으면 스텔라님도 꼭 오셔요. ^^) 에, 따우님 머리는 이라이자 머리라고 생각됩니다만... 토요일 마태우스님 하신 말씀 중에 가장 인상적인 건, "한 번도 필름 끊긴 적 없다"는 따우님 말씀에 "질긴 필름이로군" 하신 거였어요. 으하하!

딸기 2005-01-11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많이 드시나봐요 ^^
 
그것 - 상 스티븐 킹 걸작선 7
스티븐 킹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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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이 왜 각광을 받는지 모르고 살다가, <그것>을 통해 그의 진가를 확인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이 ‘그것’이라고 불리는 괴물과 싸우고, 27년이 지난 후 다시 모여 그때 못죽인 ‘그것’과 대결하는 내용인데, 작가는 괴물과의 싸움만이 아니라 가정폭력(비벌리), 엄마의 과잉보호(에디), 학교폭력(헨리), 왕따 등등 여러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있다. 상.중.하 세권, 총 180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라 지루할 수도 있지만, 중권의 고비만 넘긴다면 마지막 대결이 벌어지는 하권은 순식간에 읽어내려갈 수 있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몇가지로 정리한다.


1) 비벌리; 책에 등장하는 일곱 주인공 중 유일한 여자인데, 예쁘다. 소설 속에서 그녀가 나쁘기가 악마 수준인 헨리 패거리에게 쫓길 때 가슴이 조마조마했던 이유가 그녀가 예쁘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을까? 비벌리는 자신을 끊임없이 학대한-물론 성적으로도-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나중에 그녀가 택한 남편도 아버지와 판박이라 남편한테 수시로 허리띠로 맞아가며 산다. 성품이 어떻든간에 아버지같은 남자를 여자들은 정말로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스티븐 킹 혼자의 생각일까.


2) 벤: 초등학생 때 엄청난 뚱뚱이였던 벤은 27년이 지난 후 날씬한 미남자가 되어 고향에 돌아온다. 그와 대조적으로 초등학교 때, 심지어 대학 입학 때까지 별명이 ‘젓가락’이었던 나는 지금 튀어나온 배를 누가 볼까봐 가방으로 가리며 살아가는 중이다. 벤이 금의환향이라면 나는 누더기환향인 셈.


3) 헨리: 처음에는 어느 학교에나 있는 폭력적인 학생이라 생각을 했는데, 책을 읽어갈수록 말이 안되게 나쁜 아이임이 증명된다. 폭력의 정도가 장난이 아니고, 진작에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할 수준인데, 그는 결국 자기 동생에 이어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난 뒤에야 보호소에 수감된다. 사형을 폐지하는 게 옳다고 믿지만, 이런 애나 얼마전 사형 판결을 받은 유영철 같은 사람을 보면 그게 최선인가 싶다.


4) 사소한 딴지; 좋은 책을 읽어놓고서 이런 걸로 딴지를 거는 내가 나도 싫다.

-[콩코드는 초속 700미터를 넘어 현란한 속도에 육박한다...시계의 계산기 기능이 맞다면(틀리다고 할 만한 이유가 없다) 콩코드는 1분에 29킬로미터를 날고 있는 셈이다(상권 342쪽)]

일초에 700미터를 난다면, 1분에 나는 거리는 0.7 x 60 = 42, 즉 42킬로다. 그러니까 빌이 찬 시계의 계산기 기능은 틀렸다. 일부러 틀렸을 수도 있겠지만, ‘틀리다고 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써놓은 걸 보니 스티븐 킹이 계산을 잘못한 게 아닐까. 아니면 '마일'인데 번역가가 잘못한 거든지.

-[실버의 짐바구니에는 장난감 총 여섯자루가 가득 실려 있었는데, 그 중 두자루는 빌, 다섯자루는 리처드의 것이었다 (564쪽)]

스티븐 킹이 이런 쉬운 계산을 틀렸을 것 같진 않다. 원문을 못봐서 확인은 못하겠지만, 번역 과정에서 잘못한 게 아닐까? Six와 seven은 스펠링이 비슷하니까^^


5) 책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친구’의 정의가 에디의 생각을 통해 그려지고 있다. 가슴에 와닿는 말이라 옮겨본다.

[에디는 좋은 친구니 나쁜 친구니 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친구만 있을 뿐이다...함께 두려워하고 희망을 품고 이 세상을 어떻게든 살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친구일지 모른다...좋은 친구란 존재하지 않는다. 나쁜 친구도 없다. 그저 내가 원하고, 함께 있고자 하는 누군가가 있을 뿐이다. 그들은 내 가슴에 그들만의 집을 짓고 있다(하권 76-7쪽)]


다소의 인내심이 필요하긴 하지만, 스티븐 킹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추천해 주신 마냐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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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01-1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마을 문고에 하필이면 1권이 없어서 읽기를 포기한 작품인데.. 좀 아쉽네요. 뭐 그런 의미에서 다 읽으신 님의 리뷰라도 추천을~ 대단해요~ ^^*

마냐 2005-01-11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태님이 이 책 주문하셨다 그럴때, 정말 떨었어요. 이게 좀 두껍고, 좀 비싸야죠. 저야 신나게 봤지만, 혹시 그렇지 않으실 수도 있는데...뭐, 시간과 비용 투자가 아까우시다면 어쩌나...하고 말임다...헤헤. 정말 마태님이랑 취향이 맞다니..정말 좋슴다그려..심지어 사회고발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하시다니...전 그저 이야기꾼 킹은 정말 별놈의 사연을 다 만들어내는군 하면서 감탄했더랍니다.

야클 2005-01-1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읽어볼랍니다. ^^

부리 2005-01-1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추천 감사드립니다. 1권을 누가 가져갔나보죠??

마냐님/두껍고 비싼만큼 가치가 있더군요. 정말 감탄했다는...그분의 머리속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요. 저같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멋진 스토리는 못쓸텐데요. 하긴, 괜히 스타작가인가요

야클님/앗 갑자기 걱정이.... 마냐님이 했던 걱정과 비슷한......

부리 2005-01-11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어느 분의 말처럼 그 책은 하권이 하이라이트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사건이 진행되는데, 단어들이 절묘하게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장면은 스티븐 킹이 왜 위대한 작가인지를 보여 주지. 그래, 자넨 겨우 비벌리 이쁜 얘기랑 거리 계산이 틀렸다는 것밖에 할말이 없나?
 

 

 

 

 

“선생님 지도학생이었던 고xx라고 아시죠?”

별 생각없이 전화를 받았건만, 이 말을 듣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전할 게 있다면 고xx가 직접 하지, 다른 사람을 시키지는 않을 것이니까.

“그 친구가 어제 밤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선생님께 알려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그 말을 들었을 때, 난 그저 멍~했다.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고xx. 지금 우리 병원 인턴인 그는 곧 이비인후과 레지던트가 될 예정이었다. 그래서 코로 숨을 잘 못쉴 정도로 심각한 내 비염을 치료해줄 터였다.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 공부도 잘하는데다 생각이 깊어 내가 특히 예뻐했던 애였는데. 작년 초, 졸업을 앞두고 횟집에서 만났을 때,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제가 더 이상 학생으로서 선생님을 못뵙게 된다니 서운합니다”

난 무슨 소리냐며, 졸업 후에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바쁜 인턴 생활은 그에게 그럴 짬을 주지 않았고, 결국 그 만남이 그와 나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차끼리 부딪혔는데, 그의 차에서 불이 났다나. 그래서 상대방은 별로 다친 곳도 없는데, 그 친구만 죽었다나.


그에게는 7년간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다음주 토요일이 결혼 예정일이었다. 그날 역시 여자친구를 데려다 주고 집에 가다가 사고를 당한 거란다. 아들을 훌륭하게 키운 부모도 기가 막힐테지만, 신부가 될 그 여자분은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술약속 선약이 있어 소주 한병 반을 마시고 용인에 갔다. 머리고기와 전, 김치가 테이블에 올려진다. 뭐라 할 말이 없어 그저 묵묵히 소주만 마셨다. 모든 죽음이 사연이 있고 억울하겠지만, 나보다 훨씬 어린 스물일곱살의 죽음은 해도 너무한 게 아닐까. 나쁜 녀석이다, 그는. 감히 나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가다니. 나로 하여금 검은 양복을 입고 자기 영정에다 절을 하게 한 놈이 어찌 좋은 놈일 수 있을까. 나중에 저 세상에서 만나면 혼내 줄 생각이다. 저 세상에서는 그가 내 선배일 테지만, 한번 지도교수는 영원한 지도교수니까. 일단 지금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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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1-0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어떻게......

paviana 2005-01-0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하기 1주일전에....참....뭐라 할말이 없네여...

하루(春) 2005-01-08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납골당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휴~ 알았던 사람이, 더군다나 꽤 잘 알던 사람을 하루 아침에... 다시 가봐야 할텐데... 안 됐네요.

라쇼몽 2005-01-08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정한 신을 믿지는 않지만,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어떤 두려움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항상 내 옆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스물일곱 나이에 누가 짐작이라도 했을까요. 정말 두려운 일입니다.

조선인 2005-01-08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플라시보 2005-01-08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세상에 아깝지 않은 죽음이 어딨겠습니까만은. 그분의 죽음은 참으로 안타깝네요. 이뻐하던 학생이라니 님의 충격이 크실듯 합니다. 부디 좋은곳으로 가셨길...

비로그인 2005-01-0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하고 착한 사람일수록,

일찍 데려가시는 모양입니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거라고 믿습니다. 너무 상심마셔요.

2005-01-08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연우주 2005-01-08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심란한 일이군요...

비연 2005-01-1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어떻게 이런 일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maverick 2005-01-1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사연을 볼때마다 무신론자로서의 확신이 더해지는군요.. 도대체 저들은 무슨 죄가 있어 저런 시련을 받아야 합니까.. 남은 가족분들과 약혼녀분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덜 다치기를 기원합니다..

마태우스 2005-01-10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버릭님/그러게요. 전 이런 생각을 했어요. 오래살려고 고기 안먹고 이래가면서 바둥바둥 살면 뭐하나.....

비연님/정말 어떻게 그런 일이 있는지....말씀 감사드려요

우주님/그러게요. 마음이 영 좋지 않네요

속삭이신 분/중2면 더더욱 심난하겠네요. 무슨 죄가 있다고....놀러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양이님/부디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플라시보님/말씀 감사합니다.... 인생무상이란 말이 떠올라요.

조선인님/감사합니다.....

황게으름동이님/앗 처음 뵙는 것 같은데.... 저도 그런 생각을 해요. 그때 그가 병원에서 일이 있어 여친을 만나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까, 아니면 데스티네이션처럼 다른 일로 죽을까.... 그건 알 수 없겠지요? 하지만 운명이란 게 있다면....

하루님/모든 죽음은 허망하고 덧없지요. 특히 젊은 사람은...

파비아나님/히유,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결혼 후에 그런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래요...

로렌초님/히유, 심란하죠....



 

 

 

 

 

 


지난주 화요일, 학장이 날 불렀다. 학장이 부르는 건 언제나 무서운 일, 난 죄지은 사람의 표정으로 학장실에 들어갔다.

“앉지”

학장은 평소와는 달리 무서운 표정이었다. 난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차곡차곡 접었다.

“자네 근무 시간에 도대체 뭐하나?”

“네?” 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학장은 수북히 쌓인 인쇄용지를 내게 던졌다.

“근무 시간에 이런 것만 하고 있나? 자네, 직업이 네티즌인가 교순가?”

난 내 앞에 던져진 종이를 바라봤다. 내가 알라딘에 썼던 페이퍼가 인쇄되어 있었다.

“저, 그, 그건 점심시간에...”

“시간들을 봐! 글이 올라간 시각이 점심시간인지 아닌지!”

결국 난 엄중 경고를 받고 학장실에서 나왔다. 눈앞이 캄캄했다.

‘이제 알라딘을 떠날 때가 된 건가...’


26세 미녀를 만나서 이 사실을 전했다. 작은 위로라도 해줄 알았던 그녀는 하지만 이렇게 날 책망했다.

“하긴, 자기가 좀 심하긴 했어. 그렇게 서재질만 하니까 논문이 없지!”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을 했다. 학장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학교는 연구하는 곳이지 글쓰는 곳은 아니었으니까.

‘그래, 알라딘을 끊자. 더 이상 안하는 거야!’

난 학교와 집 컴퓨터 메인 화면을 다른 것,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외국논문 검색 사이트,로 바꿨다. 즐겨찾기에서도 알라딘을 지운 건 물론이다. 그리고 난 며칠간 알라딘에 접속하지 않았다.


어느날, 길을 가는데 사람들이 떼로 몰려온다. 어떤 이들은 손에 몽둥이를 들고 있다. “잡아라!” 뭘 잡으라는 걸까. 난 신경을 끄고 갈길을 갔다. 모퉁이를 돌자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거기 있는 것은 분명 여우, 그것도 털이 파란 여우였다. 여우는 쫓기는 듯했고, 애처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온몸을 떨면서. 난 여우를 등에 업고 위에 코트를 덮었다. 그때, 몽둥이를 든 사람들이 몰려왔다.

“혹시 여우 본 적 있어?”

“여우..라뇨?”

“분명 이쪽으로 왔는데...털이 파랗고...”

“파란 여우도 있나요?”

사람들이 몰려가고 나서 난 산 쪽으로 향했다. 가을산의 기슭에 여우를 내려놓고 말했다.

“여우야, 이제는 잡히지 말고 잘 살아. 알았지?”

여우는 슬픈 눈동자로 날 바라봤다. 배가 고플 것 같아 주머니에서 쵸코파이를 꺼내줬더니 냉큼 먹는다. 그러더니 내게로 와 내 손등을 핥았다. 안좋은 침냄새가 확 풍겨와 난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나 간다!”

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여우는 재주를 몇바퀴 넘더니 산으로 올라간다. 근처에 있던 너구리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달아났고, 반딧불들도 일제히 날아 올랐다.

'파란 여우라니...묘한 일이야‘


쵸코파이를 먹으려고 주머니를 뒤지다가, 아까 그 여우에게 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근 중국집에 들어가 짜장면을 시켰다. 단무지와 더불어 깍두기가 나온다. ‘헉! 깍두기...’ 종업원이 짜장면 대신 물만두를 가져온다.

“전 짜장 시켰는데요?”

종업원이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써비습니다!”

짜장을 시키는데 물만두가 써비스라니,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그때 안쪽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아영아! 이리 좀 나와 봐”

그러자 뒤꼍에서 놀고 있던 여자애가 쪼르르 달려온다. 그렇다면 저 사람은 아영엄마? 순간 공포감이 엄습했다. 급히 짜장을 먹고 나가는데, 계산대에 앉아있는 남자가 책을 읽고 있다. ‘지킬 박사와 미스 하이드?’ 이, 이럴 수가. 난 밖으로 나가 중국집 이름을 봤다. 서-림-각.

‘이, 이건 우연일 거야!’ 난 머리를 쥐어뜯었다.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 몇 개가 빠졌다.

‘그래, 우연이라니까. 이제 그런 거 의식하지 말자’


“길 좀 물을께요”

한 남자가 내게 다가왔다. “전 하얀마녀라고 합니다. 갈대밭을 가려는데 어디로 가면 되지요?”

연보라빛 바지를 입은 것도 놀라웠지만, 하얀마녀의 가슴에 그려진 것은 분명 판다였다. 난 대답 대신 이렇게 말했다.

“왜, 왜 이 티셔츠를 입으셨어요?”

내 질문이 뜬금없었는지 하얀마녀는 다른 쪽으로 가버린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가 신고 있던 것은 요즘 유행하는 바람구두였다. 역시 우연이라고 치부하면서 난 갈길을 갔다.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뛰어야 했다. 하지만 그 뜀박질은 오래 가지 못했다. 한 여인이 개를 끌고 걷고 있었는데, 그 개는 사진에서 봐오던 모모였다. 그렇다면 저 여인은 금붕어? 난 그 여인에게 다가갔는데, 그걸 눈치챈 여인은 부리나케 달아났다.

“금붕어님, 가지 마세요! 저 마태라구요!”

하지만 여인은 주차해둔 스텔라 승용차에 올라탔고, 내가 부르는 걸 외면한 채 차를 출발시켰다. ‘왜 가는 걸까. 무정한 사람...’  그러는 사이 내가 예약해둔 기차는 이미 떠나버렸고, 망연자실해진 난 다방에 앉아 커피를 시켰다. 순간 예감이 이상해 밖에 나가 다방 간판을 봤다. ‘스타리의 별다방’

난 종업원을 불렀다.

“여기 사장님이 스타리님인가요?”

종업원은 고개를 저었다. “원래 사장은 스타리였는데요, 책사느라 빚을 많이 져서 다방을 팔았어요. 지금 주인은 호랑녀님이죠. 저기, 카운터에 앉아 계신 분이요”

그렇구나! 난 호랑녀를 바라봤다. 아닌게아니라 호랑이처럼 얼굴에 쥴이 가 있고, 입 모양을 보니 금방이라도 “어흥!” 하고 울부짖을 것 같았다. 난 그 다방의 명품이라는 카이레를 시켰고, 약간 싱겁다는 생각이 들어 소굼을 쳐 먹었다. 그리고 나서는 다방에서 키우는 개를 쓰다듬으며 시간을 보냈다.

“넌 이름이 뭐니?”

종업원이 대신 대답했다. “복돌이래요. 잘 어울리죠? 저희 고양이도 키워요. 체셔고양이 종인데, 한번 보실래요?”


다음 기차 시간이 되어 난 밖으로 나왔다. 휴대폰에 메시지가 한통 와있다. “1월 8일날 신촌에서 번개 있음. 참석 요망. 진우맘도 옴” 수니나라가 보낸 메시지였다. 알라딘을 끊었는데 오프모임에 가야 하는가 고민을 한 끝에, 생각해 보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기차를 탔다. 창 밖으로 호밀밭이 보인다. 꽃 중의 꽃이라는 라일라가 잔뜩 심어져 있다. ‘그렇게 많이 다녔으면서 왜 저기 호밀밭이 있다는 걸 몰랐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매점 아저씨가 지나갔다. 실론티 하나를 사서 한모금 마시는데, 옆에 앉은 할머니가 늙은 손으로 내게 사과를 건내줬다. ‘이럴 수가!’

사과 한쪽에 멍이 들어있다.

“한번 떨어뜨리셨나봐요?”

“먹기 싫음 먹지 마요!”

내 말에 할머니는 기분이 상했는지 사과를 빼앗아 갔다. 냉냉한 분위기를 극복하려 책을 폈더니 할머니도 책을 편다. 불경 같았다. 할머니는 그걸 큰소리로 읽는다.

“시아일합운빈현, 프라시보 몽상자, 따우찌리릿 서니사이드...”

참다못한 나는 할머니를 불렀다.

“저, 책 읽는데 방해되니 속으로 읽으시면 안되요?”

“이따우 인간이 있나! 자네가 나랑 무슨 clio가 있다고 불경도 못읽게 하는 건가?”

난 클리오가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그냥 넘어갔다.

“여기는 공공장소잖아요!”

“모과 문제야 도대체! 너는 매너리스트도 모르냐?”

분명 할머니가 나쁘건만, 주위에서는 우리를 싸잡아 욕했다.

“둘다 조용히 좀 하세요! 새벽별 뜬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그래요?”

사람들의 언어 중 맥락에 어긋나는 말이 지나치게 많은 느낌,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난 책을 덮고 새마을호 기차에서 틀어주는 로드무비를 봤다. 기차에서 내리니 단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이상한 일들만 일어나는 하루, 그제서야 깨달았다. 난 알라딘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세계적 석학 에피메테우스가 말했던가. 마음과 반대로 가려는 사람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온다고. 내게는 알라딘이 그런 존재가 아닐까. 그래, 떠나지 않으리라. 눈치 보면서 열심히 서재질을 하자. 근무 시간에만 글을 안쓰면 될 게 아니겠는가? 난 영원한 알라디너로 남을 것이다. 마냐님과 책나무님, 스윗매직님이 있는 알라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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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5-01-0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첫번째 문단 읽다가 갑자기 카테고리 확인했다는거 아닙니까...

학장님들같이 높으신 분들이 절대 저런 증거자료를 수집할 수 없을테니까요...

가슴이철렁했다가 다시 붙었다는거 아닙니까? ㅋㅋ


stella.K 2005-01-07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그래요. 마냐님과 책나무님, 스윗매직님과 알라딘 동산에서 즐겁게 노셔요. 스탤라 자동차는 렌트하신 거니까 파킹하러 알라딘을 떠납니다. -_-;;

조선인 2005-01-07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삐지게 하다니 마태우스님이 잘못했어요! 흥, 3명만 편애하시다니.

sooninara 2005-01-0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부분 읽다가 이상해서 올라가 보니..삼류소설이었구만요^^

푸하하하...마태님은 넘 귀여워..

노부후사 2005-01-07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세계적 석학 에피메테우스'라니... 부끄러요. 마태님. 수정해주세요. ><;;

책읽는나무 2005-01-0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하게 지내잔 말에 마태님의 서재도 넘 뜸하게 찾은것 같아 오랫만에 와봤더니...낯뜨겁게시리~~~ㅡ.ㅡ;;

이리 공개적으로 구애를 하시면 어찌되시옵니까?..^^

제가 바로 마태님때문에 알라딘을 떠날수가 없군요..ㅋㅋ

(빨리 바른대로 말씀하세요!..제닉넴으론 끼워맞추기 어려워서 마지막문구에다 그냥 집어넣으신거죠?...여튼 내닉넴은 넘 럭셔리해서 문제가 많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만...)

호랑녀 2005-01-07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흐흐흐...

얼굴에 '쥴'이 가 있고, 입 모양을 보니 금방이라도 “어흥!” 하고 울부짖을 것 같은 호랑녀입니다. 쥴님, 어디 계세요? 제 얼굴로 어여 오세요. 카이레에 소굼 넣어 드릴께요 ^^

▶◀소굼 2005-01-07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닉네임을 바꿀까봐요- _-;

물만두 2005-01-07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고도 안 쫓겨 나시는 게 경이롭기만 하다는 생각을 하며 전직을 살며시 권합니다. 음... 책 내시면 한 500권은 팔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플라시보 2005-01-07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놀랬어요. 처음에 진짠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다시 제목을 보니 카테고리가 3류 소설이라서 안심했어요. 흐흐. 깜짝이야. (간만에 올리시는 3류 소설은 여전히 재밌습니다.^^)

클리오 2005-01-07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 읽다가 설마, 하고 카테고리를 다시 확인했답니다. 역시 삼류소설이군요. 그리고 뜻하지 않게 clio가 등장해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마태님의 삼류소설에 등장한다는 건, 그만큼 알라딘의 중심에 근접했다는 뜻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의외였어요. 하여간 너무너무 깜짝 놀랍고 반가웠어요. 제가 흔적은 잘 안남겨도 계속 오는줄 알고 계셨나 보죠? ^^

참, 쑥쓰럽지만 clio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역사를 관장하는 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뮤즈 등과도 거의 같은 급이었는데 잘 알려져있지 않더라구요. 민망해라. --;;

비로그인 2005-01-07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너무 즐거웠습니다 ^^



암요~ 떠나시면 안되죠~ :)

LAYLA 2005-01-07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저 정말 놀랐잖아요. 학장님 이야기 진짠줄 알고!!!!! 저도 클리오 님처럼 카테고리를 다시 확인했답니다...;;;;;;;;;;;;

그리고 '중독' 이미지 보고 많이 웃었어요 호호호

H 2005-01-0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후훗 재미있어요


하루(春) 2005-01-0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저 같은 심정이셨군요. 하지만 '긴 다리를 차곡차곡 접고'에서 웃지 않을 수 없었죠. 마태님.. 이글을 올리신 시간도 분명 점심시간은 아니네요. 학장님이 또 호출하시지 않겠어요? ^^

마태우스 2005-01-0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감사감사^^

하루님/이왕 걸린 거, 막가기로 했습니다. 글구 님도 출연하신 거 아시죠?

에고이스트님/님의 칭찬은 두배로 기뻐요^^

라일라님/그걸 노렸죠 하핫.

고양이님/제가 떠나긴 왜 떠납니까. 고양이님이 계신데..

클리오님/호호, 님의 이름을 넣느라 머리 좀 썼습니다. 머리카락 세개쯤은 빠졌을 듯...^^ 역사의 신이었군요 클리오님이.

플라시보님/네에.......감사합니다. 재밌다는 칭찬에 용기백배...

물만두님/전직 안할래요. 저 그냥 거기서 버티면 안될까요??

소굼님/그게 좋겠지요? 예컨대 황야를 누비는 소굼, 이러면 좀 이상하잖아요^^

호랑녀님/어흥 해보세요^^

책나무님/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님 닉넴 때문에 고민한 적이 아주 여러번이지요. 그래도... 제 맘은 아시죠?

에피님/좀더 좋은 걸로 해드려야 하는데... 님이 석학인 거 알라딘 분들은 다 압니다!

수니친구/아이고, 이 나이에 귀여워 봤자죠^^

조선인님/사실은 다방 종업원을 조선족이라고 하려 했는데, 까먹었다는.... 이런 거였어요. "조선족이어요?"라고 물으면 "조선인이라고 불러 주세요!"가 되는 거였는데...

스텔라님/아이 삐지지 마세요. 앞으로 잘할께요. 흑흑

파비아나님/헤헤, 성공했다^^

새벽별님/제가 다리 길다는 건 3류소설 아닙니다. 진짜라구요!

아영엄마 2005-01-08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앞 부분 읽으면서 진짜로 들키신 줄 알았어요.. 그러다 아랫쪽에 서재인들 이름이 막 나오길래 부랴부랴 위로 올라가서 카테고리 확인했다는...@@;;

클리오 2005-01-08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태님. 설마 제가 역사의 신이겠습니까. 남들이 비웃습니다. 흐흐. 그냥 제가 숭배하는 신의 이름 쯤으로 해주심이.. --;; (그리구요. 뜻과 관계없어도 뭐, 멋지기만 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마태님 빠진 머리카락이 돋드실라나? ^^)

마냐 2005-01-1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헬헬....다들 비슷하네요, 첫 문단 읽다가 카테고리부터 확인! 마지막에라도 빼놓지 않고 챙겨주시는 자상한 마태님, 만쉐이~

하얀마녀 2005-01-11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보라빛 바지와 판다 그림이 있는 옷을 입은 제 모습, 거울보고 상상좀 해봐야겠습니다. 흐흐흐.

진/우맘 2005-01-14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오른지 정확히 일주일만에 댓글을 다는 저를 용서하시와요....ㅠㅠ 추천도 눌렀으니, 제발!

starrysky 2005-01-17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오른지 정확히 열흘만에 댓글을 다는 저도 용서하시와요....ㅠㅠ 저도 추천도 눌렀사와요. (헤헤, 진우맘님 따라했다~)
저도 다른 분들처럼 첫 문장 읽고 카테고리 확인 절차를.. 요새는 학장님이 좀 덜 괴롭히시나요? 악명 높은 '군만두'도 덜 드시고요? ^^ 그리고 별다방은 다시 제가 매입하려고 추진중입니다. 빨리 빚을 갚아야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