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전당포 살인사건
한차현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영광 하면 영광굴비가 생각난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진짜 영광에 가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거다. 이것도 자랑인지 모르겠지만, 난 영광에 가봤다. 조교 때 전라북도 지방에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영광도 들렸다. 영광에 가니 굴비집이 정말 많았다. 그 굴비들 중 상당수가 중국에서 들여온 거라는 말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굴비는 좀 싼 편이었고, 난 굴비 한상자를 사들고 집에 왔다. 굴비를 본 어머님은 크게 기뻐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 상자 더 사오지 그랬냐”


‘영광’과는 전혀 무관한 ‘영광전당포 살인사건’을 읽었다. 읽고 난 느낌. 일단 당황했다. 제목을 보고는 추리소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고, 따라서 머리를 쓸 필요가 하나도 없었다. 두 번째 느낌. 황당했다. 고문기술자 정형근을 연상케 하는 인물이 뜬금없이 등장하고, 티벳이 나오고, 복제인간에 사이보그까지. 세 번째, ‘쿨하다’는 느낌. 등장인물은 여간해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주인공만 해도 여자와 헤어질 때 별 미련이 없어 보인다. 자자면 자고, 만나자면 만난다. 네 번째, 허탈했다. 여기 나오는 일련의 이야기들이 무얼 말하고자 함인지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나랑은 그다지 코드가 맞지 않았다.


또하나. 무슨 술먹는 장면이 그리 많이 나오는지. 이건 어쩌면 핑계일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는 이틀 내내 난 술을 마셨다. 놀러온 사람에게 대낮부터 “술이나 한잔 하러 갑시다”라고 할 정도로 술 생각이 난 게 이 책 때문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영화에서 콜라 마시는 장면이 나오면 사람들이 콜라를 사먹는 비율이 높다고 하지 않던가. 한번 보자. 아무 페이지나 펴본다. 159쪽. 여긴 없다. 218쪽. 여기도 없다. 285쪽. 여기도.....한참만에 술자리가 묘사된 페이지를 폈다.

“..매실이 들어 있는 초록 술을 거침없이 들이킨다(123쪽)”

이런 구절을 읽으면 괜히 참이슬 생각이 나지 않는가? 그러니 나처럼 알콜에 인이 박힌 사람은 이 책을 읽지 말지어다. 읽다보면 술 마시고 싶어지니까.


깔끔하게 퀴즈 몇문제로 정리할까 한다.

1. 책의 등장인물 중 남자가 아닌 사람은?


가. 원형   나. 차연   다. 시민    라. 응달


2. 차연이 전당포에 맡기려고 들고간 물건은 무엇인가?


가. 그림  나. 도자기  다. 카메라  라. 금송아지


3. 범인이 전당포 노인을 살해한 흉기는?


가. 사시미칼   나. 도끼   다. 리볼보 권총   라. 줄


*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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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2-0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답입니다.
1번-가 나머진 다 남자입니다
2번-다. 오래된 카메라를 들고가지만, 결국 떼어먹히죠
3번-나. 어릴 때 가장 무서운 사람이 누구냐는 농담이 유행했죠. 답은 '도끼로 이마까'였구, 그보다 더 무서운 사람은 '깐이마 또까'였었지요.

마태우스 2005-02-0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 책 어느 분이 선물해 주셨는데...누구신지요??

panda78 2005-02-0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이랑 전데요. ^ㅡ^

마냐 2005-02-02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오랜만에 듣는 책 제목...흠흠, 저도 코드가 안 맞았어요. 반가워요. 마태님. ^^

마태우스 2005-02-03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판다님....
마냐님/그러니까 님과 저는 코드가 맞는군요. <그것>도 우리만 재밌게 읽었구^^
 

 

 

 

 * 앗 이 책의 저자, 아는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후배.

일시: 2월 1일(화)

마신 양: 소주 1병 플러스 알파--> 맥주

술을 마시면 개가 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을 문다는 뜻일까?) 내 술버릇은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닌 것 같다. 취하면 그냥 얌전히 쓰러져 자니까. 그런데 그게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 가끔은 나도, 개가 된다 (멍멍 짓는다는 뜻이다) 전에도 소개했던 내 주사를 다시금 재탕한다.


-선배 하나와 곱창을 안주로 죽음의 레이스-한명이 죽을 때까지 마시는 것-를 하다가 깨보니 집이었다. 선배는 오지 않는 나를 기다리며 30분을 멍하니 앉아 있었고, 나를 찾아 헤맨 시간이 또 30분. 그러다 열받아서 집에 갔단다. 아마도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내 무의식이 나로 하여금 도망가게 했으리라. 안도망갔으면 그때 죽었을지도.

-정신을 차려보니 경찰한테 혼나고 있다. 홍대 전철역 근처 10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했다. 그 넓은 도로를, 정말이지 여기서 글쓰는 게 다행이다.

-술에서 깨보니 연대 담벼락을 넘고 있었다. 아니 연대 안에는 왜 들어간 걸까? 정신 못차렸으면 높은 담벼락에서 추락사했을 뻔.

-인생의 어느 시기에서는 술만 취하면 노상방뇨를 했다.


학회 분이 놀러왔다. 관광을 시켜드리려는데 천안에는 볼 게 호두과자집밖에 없어 온양으로 갔다. 숙소를 잡아 드린 뒤 ‘팔육상회’라는 곳에 가서 술을 마셨다. 돼지김치찌개에 참이슬, 환상적인 조합이다. 거기에 번데기가 서비스로 나왔으니 더더욱 좋았다. 2차로 그 사람 숙소에 가서 캔맥주를 마셨다. 얼큰하게 취한 뒤 집에 가는데, 기차역이 어느 곳인지 모르겠다. 데이트 중인 여자분에게 물어봤다.

“온양온천역이 어느 쪽인가요?”

여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다가 보니까 그게 아닌 것 같다. 온양에 사는 여자를 사귀었던 덕분에 온양 지리가 낯설지 않은 까닭이다. 지나가는 남자에게 물었더니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그럼 그렇지. 기차 시간에 맞추느라 달리듯이 가는데, 아까 그 여자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날 보고 당황한 기색. 난 멈춰서서 이렇게 말했다.

“반대라잖아요. 앞으로는 좀 바르게 사세요!”

여자의 황당해하는 얼굴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절대로 그렇게 했을 건 아니니 주사가 맞긴 하지만, 위에서 열거한 것에 비하면 그래도 귀여운 주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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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5-02-0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일기가 [내가 본 영화들] 폴더에 들어있군요...
이것은..아직도 술을 깨지 못하셨다는 증거?!

미완성 2005-02-0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그 사이 바꾸시다니....역시 마태님 귀여우세요;;;;;

마태우스 2005-02-0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님/허를 찌르다니, 역시 사과님은 예리하세요.

하얀마녀 2005-02-0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안엔 볼 게 호도과자집 밖에 없다... 크... 반박할 수 없군요. 이젠 마태우스님을 실제로 뵙고나니 장면을 상상하기가 더 쉽습니다. ^^

진/우맘 2005-02-0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돼지김치찌개에 참이슬, 번데기까지....그 여자분, 아마 입냄새에 질려서 일부러 잘 못 가르쳐 준 것 아닐까요?!!!!!

하이드 2005-02-02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라리요 미술관이 천안에 있는거 아니던가요? 가물가물. 날 따뜻해지면 가려고 벼르고 있는데.

BRINY 2005-02-02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안에 볼 게 호도과자집 밖에 없다? 정말 천안역 앞에 볼 거는 호도과자집 밖에 없더라구요. 작년 이맘때 천안역 내렸다가 너무 썰렁해서 놀랐어요.

마태우스 2005-02-02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전 6년째 다니는데요 맨날 놀란답니다^^
하이드님/어 아라리요가 미술관이었나요??? 그렇구나. 미술관....
진우맘님/아니어요. 맥주로 입가심 했다구요!!!
마녀님/얼어붙은 안서호도 볼만하긴 해요^^
따우님/그럼요. 조심 또 조심 해야죠....

2005-02-02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시: 1월 29일(토)

누구와: 사촌 형들, 그리고 매제와

마신 양: 알라딘 번개에서 맥주--> 모임 가서 소주-->보드카--> 결국 맛이 갔다


노래방 도우미에 관한 얘기를 들은 것은 5년쯤 전이었던 것 같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데 한 친구가 이런다.

“엊그제 TV를 봤는데, 강서구청 옆에 노래방 가면 도우미들이 나온데. 주부들인데 시간당 2만원이라나”

세상에, 건전하게 노래만 부르는 곳인 노래방에 도우미라니. 말세 아닌가. 나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은 일제히 외쳤다.

“야, 오늘 한번 가보자!”

우리 넷은 TV에 나왔던 그곳을 찾아 헤맸고, 잘 모르겠다고 나자빠지는 친구 때문에 아무 곳이나 들어갔다. 난 거기서 처음으로 노래방 도우미와 조우했다. 그 당시의 나보다 서너살은 많아 보이는 그녀들, 미니스커트를 입는 등 나름의 노력은 했지만 그녀들을 보자 난 심장이 더 느리게 뛰는 듯했다. 내 파트너인 여자가 내 무릎에 올라앉았을 때, 난 이렇게 말했다.

“저기요, 그냥 마음만 받을께요”

도우미를 부르려면 양주를 시켜야 했고, 그녀들은 술을 마시는 척하면서 부지런히 쏟아버려 결코 적지 않은 술값이 나왔는데, 그 뒤로 난 다시는 강서구청 근처를 가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노래방 도우미는 보편화되었다. 이제는 어느 노래방을 가도 도우미가 나온다. 근처에 대기하다가 손님들이 도우미를 부르면 잽싸게 온다. 단란한 곳보다 결코 싸지도 않은데 왜 그런 데를 가는 걸까. 블루스를 추고, 몸을 더듬고 하는 게 그리도 좋다면, 친구끼리 만날 이유가 뭐가 있담? 하지만 ‘그런 데 절대 안가겠다’고 선언한 후에도 피치 못하게 끌려갈 경우가 여러 번이다.


지난 토요일, 난 형들과 같이 소주를 마셨고, 카드를 집어 가장 낮은 숫자가 술을 마시는 게임을 하면서 보드카를 마셨다. 낮에 맥주까지 마신 터라 굉장히 취해 있었는데, 그 다음으로 간 곳이 노래방이었다. 다른 노래방에서는 볼 수 없는 미녀들이 우르르 들어왔다는 것만 기억할 뿐, 그 이후의 일은 기억에 없다. 내가 잠을 깼을 때는 매제가 날 부축해 자기 집으로 끌고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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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5-02-0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그만 제 마음도 접수해주셔요 >_<
카드 집어 가장 낮은 숫자가 술을 마신다라..오오, 이거 다음에 친구들이랑 해봐야겠는데요? 우훗. 그런데 그 이후의 일은 전혀 기억에 없으시다니...음...기억하지 말아야할 일을 저지르신 거 아닙니까 -_-+

깍두기 2005-02-0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무릎에 앉았다던 파트너가 '마음만 받을게요'란 멘트를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라나요? 하하하.
그리고 그 이후의 일은 기억에 없다니, 혹시 기억하고 싶지 않으신 건....?=3=3=3(메롱)

깍두기 2005-02-0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혹시...기억을 못해서 아까워하고 계신지도...(메롱메롱)

미완성 2005-02-0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깍두기님...풀썩. (__)

진/우맘 2005-02-02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기억의 블랙홀......과연 무슨 짓을?!

하얀마녀 2005-02-02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노래방에선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죠. 그래서 전 노래방에서 주로 부족한 수면을 보충합니다.

줄리 2005-02-02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도우미가 무거우셔서 그냥 마음만 받으신거죠?

마태우스 2005-02-0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sx님/네.................... 부끄러워요
마녀님/노래방, 자기 딱 좋죠. 어두운 실내에 긴 의자까지...
진우맘님/저 그냥 자는 거 모르세요? 억울해요!
사과님/저도 풀썩...
깍두기님/정말 예리하세요^^ 특히 두번째 댓글이요

플라시보 2005-02-02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보면 싫다 하시면서도 은근히 저런곳에 자주 가는것 같아요. 호호. 아님 님이 다 솔직하게 말해서 많다 느끼는거지 보통 남자들은 더 많이 가나? ^^

드팀전 2005-02-0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노래 못해서 노래방가는거 무지 싫어하는데...노래방에 도우미아줌마들 나오는건 오래전에 알았지요.안그래도 싫은 노래방이 더 짱납니다.또 한편으로 좀 안됐기도 하구......

마태우스 2005-02-03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우리나라의 놀이문화는 꼭 퇴폐저질음란향락 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플라시보님/아닙니다. 저 그런 데 싫어합니다. 정말입니다. 아시면서 왜 그러십니까^^

maverick 2005-02-05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지요 과장 차장들과 술먹고 노래방간것까진 좋았으나 이사람들이 도우미를 부르네요.. 그런데 아무리 적게 봐줘도 30대 중반 아줌마들이 우르르.. 차장은 선심쓴답시고 저에게 파트너 하라고.. - -;; 정말 술이 확 깨면서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그럴거면 노래방을 왜 가냐고오.. - -
 
 전출처 : 모과양 > 10년뒤의 알라딘

‘10년 뒤에도 신해철의 방송을 듣기위해 기다리고 있을 수 있을까? 내가 10년 뒤에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을까? 난 10년 뒤에 이 시간에는 뭘 하고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신해철의 날림방송을 듣기 위해를 기다리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신해철 방송을 들으려 하지만 들으면 안 된다. 그의 방송이 안좋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상황이 그런 것이다. 그의 늦은 라디오를 듣고 밤을 새는 것보다 내일 아침을 위해 지금은 자야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의 라디오방송을 듣기를 기대한다. 현재는 ‘듣고 싶다’와 ‘들으면 안된다’의 2가지 마음이 싸우고 있는 중이다. 서재에 올릴 글을 쓰면서 욕구를 삭히고 있는 중이다.


현재, 신해철이 이런 라디오방송으로 먹고 사는게 장하다 싶을 정도로 그의 방송은 조금 위험스럽다. 혹시 고스트네이션 들어보 분이 있다면 그 심정을 이해하시리라 생각한다. 방송위원회에 회부된 적이 상당히 많다. SBS 라디오에서 쫒겨 났다가, 인터넷으로 숨었다가 다시 MBC 라디오로 옮겨올 만큼 그의 방송은 위험하다. 그리고 인기도 있어 찾아듣는 이가 많다.


새벽 1시부터 3시까지하는데, 처음 그의 방송을 MBC FM으로 듣고 경악을 했었다. 그의 위협적인 저음 목소리는 한국에서 따라갈 자가 몇 명 없을 것 이다. 거기다 신해철이라는 강한 캐릭터는 그를 알기 전에 사이비 교주같은 인상을 줄만큼 부정적이 면이 강했다. 그런 이미지의 신해철이 특유의 저음으로 애교를 부리고, 고민을 털어놓기고 하고, 때로는 거침없는 발언과 듣는 사람 민망할 만큼 화를 내고, 자기주장을 우기는 것에 끌림을 당했다. 신해철의 박식함에 감탄도 한다. 자기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피력하면 말 그대로 감탄뿐이 나오지 않는다.


‘그도 사람이었구나, 나보다는 솔직한 사람일 뿐이었어.’ 그래서 그가 10년 뒤에도 방송을 계속해주었 좋겠다. 그런데 그가 10년 뒤에도 FM방송을 계속지키고 있어도 10년 뒤에 난 들어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의 방송은 너무 늦게 한다. 지금도 기다리기가 지치는데 그때는 주변인 신경쓰느라 잘 듣지 못할 것이고, 폐인이 아니면 지금 이 시간에는 잘 것 같다.


그래서 갑자기 “10년 뒤의 일”이 생각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신해철과 알라딘 마을이 좀 생뚱맞는 전개인지 모르겠지만, 10년 뒤에는 알라딘 마을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궁금해진다.


주관적으로 봤을 때 이 커뮤니티는 내가 접한 어떤 커뮤니티보다 오래 갈 것같다. 알라딘 사업체 자체가 망하지 않는 이상 여기는 건재할 것 같다. 10년의 세월흐름 만큼, 서재 서비스도 달라질 것 같고, 서재인의 사는 모습도 달라질 것 같고, 그만큼 페이퍼의 이야기도 풍성해 질 것같다. 난 대형 포털 사이트가 서비스하는 블로그보다 알라딘 마을이 더 좋다.


블로그에는 내가 신경써서 글을 올리지도 않고, 내 모습을 과장되게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블로그에 놀러가면 알라딘처럼 재미가 없다. 이미지 파일의 다양함이나, 웹 오류의 빈도를 생각하면 블로그가 훨씬 안정적이지만, 계속 알라딘에서 놀 것 같다. 내 블로그에 누군가가 인사를 남기면 대꾸하는 식의 인사를, 과장된 이모티콘과 섞어서 적당히 해준다. 나도 누군가의 블로그에 인사를 남기지만, 성의있는 인사를 받아보는 경우는 극히 소수다.


알라딘 마을에 처음으로 인사했던 날, 모두들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 때 그 인사가 진심이 든 인사였는지, 방명록에 글을 남겼으므로 예의상 하는 인사였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그들의 페이퍼를 천천히 찾아 읽어보고, 그들의 따뜻한 일상, 서로 댓글을 남기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인사가 진심이었음을 뒤늦게 알았을 때 너무 부끄러웠고, 죄송스러웠다.


내 페이퍼에 처음으로 댓글을 쓰면서, 너무 밝은 얼굴을 하고, 너무 살갑게 구는 님들에게는 솔직히 거부감이 좀 있었다. 난 아직 그들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갑자기 아는 척을 해대니 좀 놀라웠다. 서재인들끼리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친숙하듯, 낯선이에게도 친숙해 질 수 있도록 배려의 손 길을 뻗어 준 것인데, 나는 ‘뭐야?’를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참 죄송하다. 나는 시작하는 단계이니까 그들이 날 이해할만한 페이퍼가 자체가 적었음에도 알라딘의 친밀한 문화에 이질감을 느꼈었다.


처음으로 내 서재에 인사를 한다고 댓글을 남긴 고마운 님들의 인사를 받으면 “이제는 나도 잘 해줘야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의 서재를 둘러보고, 비록 길게 남기지는 못해도 조심스럽게 인사를 남긴다.


내 블로그에는 읽을 만한 글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블로그 글에서도 읽을 만한 글을 찾기는 힘들다. 괜찮은 블로그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알라딘처럼 모두에게 골고루 공개하지 않는다. 자신이 아는 적당한 이웃에게만 공개하고, 나처럼 버려둔 블로그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공개하지 않는, 차별을 선택 할 수도 있다. 최근에 일촌맺기 비슷한 이런 서비스가 생겼는데, 아마 대형 사이트다 보니 어쩔 수없이 하는 운영보호책인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가입한 그 사이트는 다양한 사람이 모인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생활이 노출되니, 그 포털 사이트로써는 어쩔 수 없는 보호책인 듯하다. 내가 서재구경을 크게 가는 편이 아니라서 알라딘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서재를 운영하고 있는지를 잘 모른다.


작은 마을이지만, 슬쩍 지나치는 여행자를 위해서도 마을 밖 호롱불을 항상 밝혀두는, 서로가 서로를 대문을 잘 아는 알라딘마을 주민들이 그래서 더 좋다.


페이퍼 밑에, 댓글을 남긴이의 서재인 이미지가 뜨는 것이 참 좋다. 타 사이트는 그걸 돈주고 사야 쓸 수있다. 그것도 규격에 맞춰진, 자신들이 돈 받고 팔기위해 똑같이 제단한 비슷비슷한 형체가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서재는 자기의 개성에 따라,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이미지 변경이 가능하다. 그를 이해함에 있어서도 이미지는 도움이 많이 된다. 자신이 돈만 내면 얼마든지 변경 가능한 것과는 다르다.


개성적인 서재인 이미지가 댓글에 함께 뜨니 댓글에도 약간의 책임이 생기는 것 같다.

서재주인이 이미지를 바꾸면 그가 남긴 모든 댓글에도 같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게 너무 신기하다.



 10년의 흐름 속에,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서재에 고백할지 모르고, 오늘 첫키스를 했음을 고백할지도 모른다. (단, 상대남은 나의서재 존재를 몰라야 가능하다. 잠깐, 역이용도 가능 하잖아 ......ㅡ.,ㅡ) 그 놈이 바람났다며 나의 울쩍함을 말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어느 남자의 아내가 되어있을 지도 모르고, 동화책에 대한 서평을 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재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10년 뒤에 어떤 페이퍼를 쓰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아마 우리 더욱 엮이고, 더욱 잘 아는 사람들이 되어 같은 오프모임 후기를 적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ps. 10년이란 세월 동안 조금씩 변해가는 서재인들의 모습과 생각들에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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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2-0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우수한 성적으로 국시에 합격한 모과양님의 글입니다. 참고로 그녀는 병원24시라는 글을 연재했었습니다. 저는 고스트 스테이션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그게 알라딘과 비슷하다니 저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것 같군요.

비연 2005-02-02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시 합격 축하드립니다..모과양님^^

플라시보 2005-02-0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스트스테이션은 예전부터 왕왕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인데 마왕 어쩌고 하는 분위기는 마음에 안들지만 (그리하야 그가 카리스마를 과도하게 발산하기 전인 밤디 시절의 풋풋함을 훨 더 좋아하지만) 아주 가끔은 듣습니다. 아니다. 보기도 하는구나. 케이블 TV에는 고스트스테이션을 보여주기도 하니깐. 아무튼 참 잘 쓴 글이네요. 알라딘 서재에 대해 이토록 심오한 고찰을 하시다니. 모과양의 내공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10년 후의 알라딘 서재라... 저도 그 속에 남아있을까요?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뭘 정해놓고 하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그때쯤에는 저도 결혼을 했을까요? 아님 아이가 있을까요? 흐흐 상상이 잘 안됩니다. 모과님의 사랑과 키스는 꼭 이뤄지길 바랍니다.

모과양 2005-02-02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아직 합격발표 안났어요. 병원24시는 대부분 퍼온 글입니다.(일종의 관심사 수집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고스트 스테이션은 알라딘과는 성격이 많이 달라요.

드팀전 2005-02-02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스트 스테이션 전 몇번 들었었는데....특히 주말에 우리 락 음악계 인물들을 불러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좋았어요.배철수 아저씨도 나온적이 있더군요. 제가 학교다닐때는 전영혁 아저씨 듣느라고 졸린눈을 비볐는데..아직도 하시나 모르겠군요.중3때 팝음악 좀 안다고 깝작대다가 전영혁 아저씨 방송 듣고 허걱...허걱...세상은 넓고 음악은 많다는 걸 알고 겸손해지기루 했지요.^^ 10년후에 알라딘 서재 용량이 넘쳐서 지금 쓴 글들 다 날라가는 건 아닐까요.지금부터 어디다 따루 저장해놓을까나...귀찮긴하네요.모과양 서재에두 한번 가봐야쥐....마태님이 아는분인것 같은데...

마태우스 2005-02-03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앗 저는 모과양님 갠적으로는 몰라요.... 10년 후에도 정말 알라딘이 잘 될까요?? 사실 전 약간 회의적이어요. 1년 지나니 서재 문닫는 분들이 어찌나 많은지... 제가 그때도 평정을 하고 있을까요? 호홋.
모과양님/네네, 그래도 전 님이 합격했다고 확신하는걸요. 병원24시도 님이 안퍼오셨으면 못읽었을 뻔했으니, 감사할 일이죠.
플라시보님/10년 후의 일은 아무도 모르겠죠. 특히 님처럼 쿨하고 꿈이 원대하신 분의 앞날을 어찌 알겠습니까^^

람블편모충 2011-05-29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 지금은 아니지만 저도 한때 고스 즐겨들었었는데 신해철이 라디오에서 기생충에 대한 언급도 했었던걸로 기억함. 고스듣고 기생충에 관심생겨서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했는데. 갠적으론 사람의 뇌를 파고드는 갈고리촌충이 마음에 들더군요ㅋㅋ - 이 댓글을 보실진 모르겠지만 생각나서 써 봄.ㅋ
 

 

 

 

 

맨날 술만 마시고 있으니, 사람들은 내가 내 몸을 아끼지 않는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난 내 몸을 끔찍이 아낀다. 넘어져서 다칠까봐 인라인을 안타고, 어디 뼈라도 부러질까봐 스키를 안타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않는가? 고소공포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높은 곳에도 잘 안가려고 하고, 지하철 승강장에서 누가 밀기라도 할까봐 벽 쪽에 붙어 있는다. 그럼 술은 왜 마시냐, 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거다. “마실만 하니까 마시지!”


유난히도 추운 올 겨울, 우리학교 앞에 있는 안서호는 쭉 얼어 있는 상태다. 어른들은 그 위에서 얼음낚시를 하고, 애들은 밀고 미끄러지면서 장난질을 한다. 그걸 보니까 나도 한번 안서호를 밟고 싶어 죽겠다.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횡단을 하면 기분이 얼마나 삼삼할까. 그러나 내 소심함 때문에 난 아직 안서호를 밟지 못했고,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저걸 언제 밟아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2월 1일, 안서호가 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말이다.


학교 선생들과 밥을 먹으면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

나: 언제 우리 안서호 횡단 안할래요?

A: 혼자 가지 왜 우리한테 그래?

나: 혼자 가면 위험하잖아요.

A: 난 가기 싫은데?

B: 그게 왜 하고 싶을까요?

C: 혼자 가요. 우리가 망원경으로 보다가 안보이면 119에 연락할게.


이런이런, 사람들 하고는. 이 사람들은 도대체 꿈과 낭만이 없단 말야. 할수없이 교학과 사람들한테 같이 가자고 했다.

D: 혼자 가세요. 전 저번에 갔다 왔어요.

나: 위험하니까 그렇죠.

E: 그러면, 긴 장대를 갖고 가세요. 수평으로 들고 있으면 빠져도 걸리잖아.

좋은 방법이긴 한데, 장대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어쩐담? 난 아직 하고싶은 일이 많고, 글 쓸 것도 많은데. 하여간 사람들은 다 동심을 잃었다. 얼어붙은 호수 위를 밟는 기분이 얼마나 삼삼할까?


학구적인 A 선생의 말에 의하면 지금은 얼음이 얇아서 안되고 목요일쯤 되면 두께가 두꺼워져서 안전할 거란다. 그래, 목요일이 D-day다! 가자, 안서호로! 긴 장대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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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2005-02-01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있는 곳은 추워서 얼은 강위에서 스케이트를 타죠. 세계에서 가장 긴 옥외 스케이트장이 된다죠. 그래서 그위에서 걸어보기도 하고 스케이트도 타봤는데 진짜 삼삼해요. 강에서 큰 호수까지 스케이트 타고 갈수 있어요. 그래서 전 겨울이 되면 동심으로 돌아가서 십년 정도 젊어진답니다. 부러우시죠?^^
위험할지 모르는 안서호는 횡단하지 마시와요. 울나라는 날씨가 따뜻해서 아무래도 가운데까지 단단하게 얼것 같지는 않거든요. 전문가들이 그러는데 영하 10도 이하가 몇일간 계속되어야지만 안전한 얼음이 형성된다고 하던걸요. 마태님 빠지면 알라딘 여러분 너무 걱정하시잖아요, 몸사리는 사람이 위험한 일에 부딪히면 더 쉽게 더 많이 놀라서 일찍 죽는대요.
목요일 이후에도 마태님 글을 읽고 싶다구요!

플라시보 2005-02-0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도 소심해서 얼음이 언 강이나 호수는 절대 안가요. 그저 사람들이 그 위에서 얼음을 지치는 것만 구경하고 한발은 땅에 두고 나머지 한발로 얼음을 슬쩍슬쩍 두들기는 정도지요^^ 긴 장대 부러지실까봐 걱정되면 쇠봉을 들고 가세요. 설마 그게 부러지기야 하겠어요. 흐흐. 목요일날 안서호를 꼭 밟아보시길 바래요.

작은위로 2005-02-0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근소근) 저는요, 얼핏 안서호가 사람이름인줄 알았어요...;;;; 으흐흐.
위험해요~~~~

하이드 2005-02-0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번 세미나때 송전저수지 (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크다면서요?) 에 술 만땅 취해서, 새벽 4시반에 들어가서 얼음지치고 놀았답니다. ( 놀았다고 하대요.) 담날 맨정신에 가보니, 워낙에 넓긴 하지만, 가운데에는 물이더군요. 한 1/3 쯤만 얼어있었는데, 술취해서 거기서 놀았던거에요;; 그날 뉴스에서 저수지에 빠져죽은 형제이야기도 났었는데, 아찔..

날개 2005-02-0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가실거예요? 등산용 구명줄을 하나 가지고 가셔서 한쪽은 허리에 묶고 한쪽끝은 튼튼한 나무에 매어놓은 다음에 들어가세요..^^ 쪽팔리면 어때요.. 안전한게 최고죠..ㅎㅎ

갈대 2005-02-01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마태님 곁에 있었다면 같이 삼삼한 기분 느끼러 갔을 텐데^^

숨은아이 2005-02-02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횡단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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