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모과양 > 10년뒤의 알라딘
‘10년 뒤에도 신해철의 방송을 듣기위해 기다리고 있을 수 있을까? 내가 10년 뒤에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을까? 난 10년 뒤에 이 시간에는 뭘 하고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신해철의 날림방송을 듣기 위해를 기다리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신해철 방송을 들으려 하지만 들으면 안 된다. 그의 방송이 안좋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상황이 그런 것이다. 그의 늦은 라디오를 듣고 밤을 새는 것보다 내일 아침을 위해 지금은 자야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의 라디오방송을 듣기를 기대한다. 현재는 ‘듣고 싶다’와 ‘들으면 안된다’의 2가지 마음이 싸우고 있는 중이다. 서재에 올릴 글을 쓰면서 욕구를 삭히고 있는 중이다.
현재, 신해철이 이런 라디오방송으로 먹고 사는게 장하다 싶을 정도로 그의 방송은 조금 위험스럽다. 혹시 고스트네이션 들어보 분이 있다면 그 심정을 이해하시리라 생각한다. 방송위원회에 회부된 적이 상당히 많다. SBS 라디오에서 쫒겨 났다가, 인터넷으로 숨었다가 다시 MBC 라디오로 옮겨올 만큼 그의 방송은 위험하다. 그리고 인기도 있어 찾아듣는 이가 많다.
새벽 1시부터 3시까지하는데, 처음 그의 방송을 MBC FM으로 듣고 경악을 했었다. 그의 위협적인 저음 목소리는 한국에서 따라갈 자가 몇 명 없을 것 이다. 거기다 신해철이라는 강한 캐릭터는 그를 알기 전에 사이비 교주같은 인상을 줄만큼 부정적이 면이 강했다. 그런 이미지의 신해철이 특유의 저음으로 애교를 부리고, 고민을 털어놓기고 하고, 때로는 거침없는 발언과 듣는 사람 민망할 만큼 화를 내고, 자기주장을 우기는 것에 끌림을 당했다. 신해철의 박식함에 감탄도 한다. 자기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피력하면 말 그대로 감탄뿐이 나오지 않는다.
‘그도 사람이었구나, 나보다는 솔직한 사람일 뿐이었어.’ 그래서 그가 10년 뒤에도 방송을 계속해주었 좋겠다. 그런데 그가 10년 뒤에도 FM방송을 계속지키고 있어도 10년 뒤에 난 들어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의 방송은 너무 늦게 한다. 지금도 기다리기가 지치는데 그때는 주변인 신경쓰느라 잘 듣지 못할 것이고, 폐인이 아니면 지금 이 시간에는 잘 것 같다.
그래서 갑자기 “10년 뒤의 일”이 생각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신해철과 알라딘 마을이 좀 생뚱맞는 전개인지 모르겠지만, 10년 뒤에는 알라딘 마을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궁금해진다.
주관적으로 봤을 때 이 커뮤니티는 내가 접한 어떤 커뮤니티보다 오래 갈 것같다. 알라딘 사업체 자체가 망하지 않는 이상 여기는 건재할 것 같다. 10년의 세월흐름 만큼, 서재 서비스도 달라질 것 같고, 서재인의 사는 모습도 달라질 것 같고, 그만큼 페이퍼의 이야기도 풍성해 질 것같다. 난 대형 포털 사이트가 서비스하는 블로그보다 알라딘 마을이 더 좋다.
블로그에는 내가 신경써서 글을 올리지도 않고, 내 모습을 과장되게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블로그에 놀러가면 알라딘처럼 재미가 없다. 이미지 파일의 다양함이나, 웹 오류의 빈도를 생각하면 블로그가 훨씬 안정적이지만, 계속 알라딘에서 놀 것 같다. 내 블로그에 누군가가 인사를 남기면 대꾸하는 식의 인사를, 과장된 이모티콘과 섞어서 적당히 해준다. 나도 누군가의 블로그에 인사를 남기지만, 성의있는 인사를 받아보는 경우는 극히 소수다.
알라딘 마을에 처음으로 인사했던 날, 모두들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 때 그 인사가 진심이 든 인사였는지, 방명록에 글을 남겼으므로 예의상 하는 인사였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그들의 페이퍼를 천천히 찾아 읽어보고, 그들의 따뜻한 일상, 서로 댓글을 남기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인사가 진심이었음을 뒤늦게 알았을 때 너무 부끄러웠고, 죄송스러웠다.
내 페이퍼에 처음으로 댓글을 쓰면서, 너무 밝은 얼굴을 하고, 너무 살갑게 구는 님들에게는 솔직히 거부감이 좀 있었다. 난 아직 그들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갑자기 아는 척을 해대니 좀 놀라웠다. 서재인들끼리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친숙하듯, 낯선이에게도 친숙해 질 수 있도록 배려의 손 길을 뻗어 준 것인데, 나는 ‘뭐야?’를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참 죄송하다. 나는 시작하는 단계이니까 그들이 날 이해할만한 페이퍼가 자체가 적었음에도 알라딘의 친밀한 문화에 이질감을 느꼈었다.
처음으로 내 서재에 인사를 한다고 댓글을 남긴 고마운 님들의 인사를 받으면 “이제는 나도 잘 해줘야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의 서재를 둘러보고, 비록 길게 남기지는 못해도 조심스럽게 인사를 남긴다.
내 블로그에는 읽을 만한 글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블로그 글에서도 읽을 만한 글을 찾기는 힘들다. 괜찮은 블로그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알라딘처럼 모두에게 골고루 공개하지 않는다. 자신이 아는 적당한 이웃에게만 공개하고, 나처럼 버려둔 블로그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공개하지 않는, 차별을 선택 할 수도 있다. 최근에 일촌맺기 비슷한 이런 서비스가 생겼는데, 아마 대형 사이트다 보니 어쩔 수없이 하는 운영보호책인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가입한 그 사이트는 다양한 사람이 모인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생활이 노출되니, 그 포털 사이트로써는 어쩔 수 없는 보호책인 듯하다. 내가 서재구경을 크게 가는 편이 아니라서 알라딘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서재를 운영하고 있는지를 잘 모른다.
작은 마을이지만, 슬쩍 지나치는 여행자를 위해서도 마을 밖 호롱불을 항상 밝혀두는, 서로가 서로를 대문을 잘 아는 알라딘마을 주민들이 그래서 더 좋다.
페이퍼 밑에, 댓글을 남긴이의 서재인 이미지가 뜨는 것이 참 좋다. 타 사이트는 그걸 돈주고 사야 쓸 수있다. 그것도 규격에 맞춰진, 자신들이 돈 받고 팔기위해 똑같이 제단한 비슷비슷한 형체가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서재는 자기의 개성에 따라,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이미지 변경이 가능하다. 그를 이해함에 있어서도 이미지는 도움이 많이 된다. 자신이 돈만 내면 얼마든지 변경 가능한 것과는 다르다.
개성적인 서재인 이미지가 댓글에 함께 뜨니 댓글에도 약간의 책임이 생기는 것 같다.
서재주인이 이미지를 바꾸면 그가 남긴 모든 댓글에도 같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게 너무 신기하다.
10년의 흐름 속에,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서재에 고백할지 모르고, 오늘 첫키스를 했음을 고백할지도 모른다. (단, 상대남은 나의서재 존재를 몰라야 가능하다. 잠깐, 역이용도 가능 하잖아 ......ㅡ.,ㅡ) 그 놈이 바람났다며 나의 울쩍함을 말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어느 남자의 아내가 되어있을 지도 모르고, 동화책에 대한 서평을 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재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10년 뒤에 어떤 페이퍼를 쓰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아마 우리 더욱 엮이고, 더욱 잘 아는 사람들이 되어 같은 오프모임 후기를 적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ps. 10년이란 세월 동안 조금씩 변해가는 서재인들의 모습과 생각들에 벌써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