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간만 따진다면 한국 코미디의 계보는 이렇게 이어졌다. 새로운 양식의 ‘개그콘서트’에 이어 ‘노 브레인 서바이벌’을 앞세운 코미디하우스가 득세했고, 작년부터 코미디의 황제는 단연 ‘웃찾사’다. 웃찾사가 방영된 건 한참 되었지만, 그게 뜬 건 개콘이 진부해지고 정준하의 바보연기가 식상해진 후의 일이다. 그러니까 코미디 황제의 바톤터치가 이루어지는 시점은 인기 정상의 프로가 지지부진해진 탓이지, 다른 프로가 엄청나게 재밌어서,는 아닌 것이다. 그렇게 봤을 때 ‘웃찾사’도 정상에서 내려올 때가 된 것 같다. ‘유머의 트렌드를 알기 위해서는 꼭 봐야 한다’는 여친의 명령에 따라 웃찾사를 본 게 아직 두달도 안되건만, 난 이미 그 프로에 식상했다. 하나씩 분석을 해본다.
-귀염둥이; 유행어만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는 프로. ‘장---난꾸러기’란 말을 제외하고는 별로 웃을 일이 없는 코너다.
-그런거야; 한때 가장 웃겼던 코너지만, 지금은 지겹다. 새로운 군인을 받아 뭔가 해보려고 하던데, 차라리 없애는 게 나을 것 같다.
-택아; 윤택의 카리스마에 의해 유지되고 있긴 한데, 그 카리스마, 이제 다 닳아없어졌다. 어떻게 똑같은 코미디를 매번 반복하는지 참.
-행님아: 이것 역시 몇주째 동일한 코미디를 반복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기억력이 일주일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고혈압’ ‘한이 많아서’ 이 말만 들으면 멀미가 난다.
-비둘기 합창단; 절정의 인기를 모았던 리마리오, 이제 슬슬 지겹다. 느끼한 것도 한두번이지 맨날 느끼할 수 있나? 그리고 나왔다 안나왔다 하는 ‘파 브라더스’, 도대체 코미디언이 그렇게 안웃길 수 있을까. 비근한 예를 든다.
파1: 나 어제 EBS 갔다왔어.
파2: 와 좋았겠다.
정찬우: EBS가 뭔데?
파1; (그것도 모르냐는 파 1,2의 합창이 끝나고)이발소잖아!!
이게 웃기냐? 그리고, 셋이서 노래부르는 애들이 나오는데, 난 이해도 안가고 그래서 그런지 걔들 나왔을 때 웃은 적이 한번도 없다.
-단무지선생; 식상한 지 오래되었고, 지금은 게스트의 개인기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까지 비굴하게 갈 이유가 있을까.
-그때그때 달라요: 처음에 몇 번 재밌었던 건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은 웃기기보다는 웃으라고 공갈협박을 일삼는다. 예컨대 'call'을 칼슘이 11%인 우유라고 번역해놓고 반응이 안좋으니까 “이게 안웃겨?”라고 하는 정찬우, 씁쓸하게 웃었다.
괜찮은 코너도 있긴하다.
-화상고: 십대만 좋아한다는데, 마음은 십대인 나도 이거 팬이다. 까마귀 권법, 딱따구리 권법 등등 어찌나 웃긴지.
-알 까리라 방송: 욕 많이 한다고 비난의 소리가 높고, 아랍을 희화하한다고 욕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이거 재밌더라.
-로보캅: 한번도 실망을 주지 않은 재밌는 프로. 늘 새로운 아이디어로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희한하네;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프로로, 사람들도 이 코너만큼은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그렇고.
코너라는 게 개발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니 한번 만들고 나면 두세달쯤 우려먹고픈 충동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려먹더라도 상황설정은 매번 바꿔야지 않을까. ‘행님아’나 ‘택아’는 똑같은 상황, 똑같은 대사로 재방송을 보는 게 아닌가 의심할만큼 재탕, 삼탕을 되풀이하고 있다. 남을 웃기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는데, 너무 안일한 게 아닐까. 장담컨대 3개월 안에 웃찾사는 망한다.
* 한번 <폭소클럽>을 본 적이 있다. 작년에 떴던 블랑카가 여전히 “사장님 나빠요”를 하고 있다. 그런 걸 보면 웃찾사의 후계자는 폭소클럽이 아니다. 그럼 뭐? 나라고 다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