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은주가 죽었습니다. 좋아했던 배우라 저도 충격을 받았습니다만, 알라디너 분들도 많이 슬퍼하고 계실 겁니다. 그녀의 죽음으로 인한 우울함을 조금이라도 덜어 보려고 3류소설을 오랜만에 썼습니다. 재미 없더라도 그냥 끝까지 읽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배우 이은주가 좋은 곳으로 갔기를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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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창밖을 바라보던 오즈마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깟 변비, 참고 살 것을 왜 마녀님에게 말을 했단 말인가.

“브라질는 일부분이 까만, 멍든사과라는 게 있는데, 그게 변비에 그렇게 좋대요”

그냥 해본 소리였는데, 다음날 하얀마녀가 보따리를 싸서 찾아왔을 때 오즈마는 기절할 뻔했다.

“다녀오겠소. 변이 잘 안나와도 조금만 참으시오” 이 말과 함께 하얀마녀는 떠나갔다. 그게 벌써 2년 전, 마녀로부터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

“아씨, 매너리스트께서 오셨습니다”

충직한 하인 갈대가 오즈마의 명상을 깼다.

“매너리스트? 그자가 또? 문 열어주지 마”

“벌써 열어줬습니다”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매너리스트가 오즈마의 방문을 확 열었다.

“무슨 짓이오 이게!”

매너리스트가 느끼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 우리가 남이요? 화 내니까 더 이쁘네”

“그런 말을 많이 들어요”

“하얀마녀는 이제 잊을 때도 되었잖소? 머리가 꽤 긴 것 같은데, 아직 허리띠까지 안닿나?”

오즈마는 성을 냈다. “나가요 당장!”

“그 약속, 잊지 마시오. 기다릴 거예요”

매너리스트는 느끼한 미소와 함께 사라졌다.

“아무나 문 열어주지 말라니까!”

오즈마는 갈대에게 분풀이를 했다.


“정신이 좀 드십니까?”

눈을 뜨니 fyra가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내가 어떻게 되었지?”

“꼬리가 셋달린 괴물과 싸우셨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꼬리에 맞아 정신을 잃으셨죠”

어쩐지 오른쪽 뺨이 계속 아프다 했다.

“이제 스텔라까지는 얼마나 남았느냐?”

“이대로 계속 간다면 열흘 이내로 갈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별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너무 많은 걸 겪었던 것 같아”

잠시 눈을 붙이려는데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심금을 울리는 절창이다. 소리나는 쪽을 보니 바위에 한 여인이 걸터앉아 있다.

“fyra야, 책에서 읽었는데 저건 필시 사이렌이라는 괴물일 거야. 절대 가까이 가지 말라”

하지만 배는 점점 바위 근처로 가고 있었다.

“fyra! 가지 말라니까! fyra! 이봐 fyra 정신차려!”

fyra의 눈이 풀린 걸로 보아, 맛이 간 것 같았다. 배는 어느덧 바위 근처에 다다랐다. 여인이 녹음기를 틀어놓고 입만 벙긋거리고 있다.

“거기서 뭐하고 있소? 날도 추운데”

아닌 게 아니라 여인은 떨고 있었다. 여인이 쓸쓸히 웃었다.

“한푼이라도 벌어야지요”

하얀마녀는 여인이 내미는 통에다 천원짜리 한 장을 넣었다. 여인의 이름은 스윗매직이라고 했다. 대학원 학비를 벌기 위해 사이렌 흉내를 내고 있다는 것.

“수입은 괜찮습니까?”

스윗매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럭저럭요. 그런데 요즘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 갈수록 힘들어요”

마녀는 스윗매직과 작별하고 항해를 계속했다. 마녀는 fyra를 불렀다.

“이봐! 정신 좀 들었나?”

fyra는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상하네. 꿈에서 스윗매직을 본 것 같아요”


“오늘은 이 섬에서 묵기로 하지”

하얀마녀가 섬을 한바퀴 둘러본 뒤 말했다. fyra가 호들갑을 떨었다.

“저기 좀 보세요! panda예요!”

78세쯤 되어 보이는 판다 한 마리가 죽순을 먹고 있었다. 마녀는 호기심이 동해 판다에게 다가갔다.

“뭐 먹니?”

판다가 대답했다. “보면 몰라? 죽순 먹는다”

판다의 당돌한 대답에 마녀는 기분이 나빠졌다. 어떻게 골려줄까 궁리하다가, 마녀는 판다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판다의 손에 있던 죽순이 땅에 떨어졌다.

“왜 때려? 으앙----”

버릇없는 판다를 더 손봐주려는데, 갑자기 쿵 소리가 났다. fyra가 공포에 질려 뒤를 돌아봤다. “으악!”

“누가 내 판다를 울렸냐? 너냐?”

마녀 뒤에 버티고 서있는 건 키가 10미터에 달하고 눈이 하나밖에 없는 거대한 괴물이었다.

“다, 당신은 전설에 나오는 마, 마...”

괴물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니놈도 나 마립간의 명성은 들어 봤구나. 니가 판다를 울렸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 니놈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겠다. die or 붕가붕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죽는 것보다는 붕가붕가가 나을 것 같아 그걸 선택했다. 괴물이 다시금 껄껄 웃는다.

“왜 웃냐?”

“붕가붕가 until die! 크하하하하”

붕가붕가를 죽을 때까지? 갑자기 공포가 엄습했다. “뛰어!”

하얀마녀는 fyra의 손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어딜 가려고!”

괴물이 성큼성큼 쫓아왔다. 둘은 죽을 힘을 다해서 뛰었다. 괴물이 달리기를 잘 못하는지 간격이 점점 넓어졌다. 한숨을 돌리려는데 괴물이 기합 소리를 냈다.

“에잇!” “으윽!”

fyra가 비명을 질렀다. 괴물의 손에서 나온 광선을 정통으로 맞은 모양이다.

“fyra! 정신차려!”

하지만 fyra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fyra가 있던 자리에는 흰 소금만 잔뜩 뿌려져 있었다.

‘괴물의 저주를 받은 모양이군. 일단 가져가서 방법을 생각해야겠다’

쫓기는 와중에도 마녀는 땅에 놓인 소금을 주머니에 담았다.


“아니 지금 당신 뭐하는 거요?”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르던 오즈마는 놀래서 씹던 껌을 그냥 삼키고 말았다. 뒤를 보니 에피메테우스였다.

“머리가 잘 안자란다 했더니, 이런 식으로 몰래 잘라내고 있었군!”

“희, 흰머리가 나서 가위질을 하고 있었을 뿐이어요”

에피메테우스는 불같이 화를 냈다. “필요없소! 당신은 우리를 농락했소! 당신이 이런 짓을 못하게 당신 집에서 날카로운 건 다 가져가버릴 거요! 여봐라!”

시아일합운빈현이 들어왔다.

“가위, 칼을 비롯해서 날카로운 건 모조리 압수해!”

“넵!”

오즈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마녀님, 왜 안오는 거예요...’


마립간의 추격을 간신히 벗어난 하얀마녀는 몹시 목이 말랐다.

‘목이 마르구나. 어디 마실 물이 없을까’

그때, 섬 저쪽에 한 여인이 단아한 자세로 앉아있는 게 눈에 띄였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지만, 갈증을 이기지 못한 마녀는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인은 책상다리로 앉은 채 물만두를 빚고 있었다.

“낭자, 물 한잔만 주시오. 목이 말라 죽을 것 같소”

여인은 아무 말 없이 바가지에다 물을 담아 마녀에게 내밀었다.

“캬, 물맛이 정말 일품이오. 그런데, 마침 배도 고프니 물만두도 하나 주면 안되겠소?”

여인은 잠시 도끼눈을 뜨더니, 물만두 몇 개를 내밀었다. 마녀는 선채로 만두 몇 개를 다 해치웠다.

“갈증도 해결했고 목도 마르니, 잠이 오는구료. 미안하지만 낭자 집에서 ‘하루’만 잘 수 있겠소?”

낭자는 아무말 없이 따라오라는 듯 앞장을 섰고, 마녀는 낭자가 마련해 준 방에 들어가 정신없이 잤다. 한참 자던 중, 마녀는 칼 가는 소리에 잠을 깼다.

“이봐 Kel, 오늘 잡아온 녀석은 어느 방에 있나? 사악사악”

“건넌방에서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답니다. 아주 맛있게 생겼던데. 으흐흐흐”

“빨리 잡아서 만두 속 만듭시다 사악사악”

“가만 계세요. 칼이 아직 덜 갈아졌어요 사악사악”

요강에 소변을 보던 하얀마녀는 너무 떨려 이빨이 딱딱 마주쳤다.

‘저, 저것들이 나,나를 죽이려고...’

방안을 둘러보니 창문이 하나 있었다. 마녀는 서둘러 창문으로 몸을 구겨넣었다. 머리는 겨우 빠져나갔지만, 배가 걸렸다.

‘아, 평소에 배살 좀 뺄 걸...’

“저놈 잡아라!” 그때였다. 방문을 연 kel과 수니나라가 창문에 걸려있는 하얀마녀를 발견하고 말았다. 마녀는 죽을 힘을 다해 배를 움직였다. “우지끈!”

창틀이 부서지면서 마녀는 땅바닥에 그대로 떨어졌다. 아픈 걸 음미할 새도 없이 마녀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Kel과 수니나라가 맹렬히 쫓아왔다. 한참 가다보니 폭포가 나왔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는 상황, 하얀마녀는 폭포 아래로 몸을 날렸다.


“머리카락이 허리띠에 닿으면 우리 중 하나와 결혼하기로 한 약속, 잊지 않았겠지?”

야클의 말에 오즈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재보자고. 내 생각에 충분히 닿을 것 같은데”

오즈마는 묶었던 머리를 풀었다. 탐스러운 머리카락이 오즈마의 등 뒤로 흘러내렸다.

“희한하네. 아직도 1센티가 모자라네”

야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림이 말했다. “몰래 자르거나 그러는 거 아닐까?”

“설마, 지난번에 날카로운 물건들을 다 치웠잖아”

조선인은 여전히 의문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요즘 성형외과에 자주 가던데, 그거랑 상관있는 거 아냐?”

야클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거야. 우리측 정보원에 따르면 머리카락 쪽은 손도 대지 않는다더군. 하여간 예뻐지면 우리야 좋잖아?”

“그건 그래. 우리야 좋지”


“어머, 깨어났어!”

미녀 하나가 하얀마녀를 보고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대, 댁은 뉘시오?”

미녀가 차분하게 말했다. “저는 이곳 소요 공화국의 공주 로드무비라고 합니다. 저희 어머님이신 마냐 여왕께선 제 운명의 짝이 폭포 속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었지요. 그래서 전 매일같이 폭포 앞에서 남자가 떨어지지 않는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어머님 말씀이 진짜일까 의심도 했었는데, 이렇게 님께서 나타나니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로드무비가 워낙 미녀인지라 하얀마녀도 싫지 않았다. 로드무비는 마녀를 이끌고 궁전으로 가 마냐에게 인사를 시켰다. 마냐는 크게 기뻐했다.

“오, 잘생겼는지고! 배도 아주 튼실하고”

그날부터 마냐는 연일 하얀마녀를 위해 잔치를 베풀었다.

“이 섬의 특산품인 깍두기입니다”

“kimji도 드세요. 보통 김치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가을산에서 딴 딸기입니다. 이걸 드시면 모든 근심이 사라지죠”

“저는 미스 하이드라고 합니다. 제가 마녀님을 깎듯이 모시겠습니다”

수많은 미녀들과 산해진미 속에서 하얀마녀는 원정의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


“으악!”

마녀의 비명 소리에 로드무비와 하녀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왜 그러세요, 마녀님”

“아, 아니오. 잠시 악몽을 꾼 것 뿐이오”

마녀는 혼자 있겠다며 사람들을 물리쳤다. 또 그 꿈이다. 여기 온지 이틀째부터 지금까지 열흘간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는 꿈. 내용은 이거였다. 머리를 허리께까지 기른 여인이 계속 돌아오라고 외치는 것. 하지만 원정 중 기억을 잃어버린 마녀로서는 그녀가 누군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가야 하는가...’

스텔라에 가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진심으로 위해주는 로드무비 곁을 떠난다는 게 마음이 아팠지만, 마녀는 몰래 짐을 싸서 궁을 빠져나왔다.

‘안녕, 로드무비. 그리고 마냐 여왕님. 제게 잘해 주셔서 고마워요“


“자, 한번 재 보자고!”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재촉하는 통에 오즈마의 가슴이 떨려왔다.

“이런이런, 또 1센티가 모자라네. 희한하네?”

“머리가 아예 안자라도록 본드라도 바른 거야, 그런거야?”

오즈마는 아니라고 했다.

바람구두가 의견을 냈다.

“머리야 자랐다 안자랐다 하는 것이니, 우리 더 이상 머리카락 길이에 연연하지 맙시다. 그냥 오는 정월대보름에 우리 중 하나와 결혼하도록 하는 게 어떨까?”

모두들 그게 좋겠다고 찬성했다.

“누가 그 행운을 차지하는가는 어떻게 정하지?”

“걱정 마. 내가 다 생각이 있으니까. 아주 공정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겨루게 해줄게. 음하하하하”

바람구두는 음흉하게 웃었다.


한참을 걸은 끝에 하얀마녀는 가부자를 틀고 있는 여인을 만났다.

“저, 길 좀 물읍시다”

여인은 눈을 떴다.
“스텔라 섬에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대답 대신 여인은 하얀마녀를 유심히 쳐다봤다.

“왜 그렇게 보시죠? 제 얼굴에 밥풀이라도 묻었습니까?”

여인이 말했다. “알면 떼!”

밥풀을 떼어낸 뒤 마녀가 다시 물었다.

“저....스텔라 섬에 가는 길 좀...”

“나는 모과양이라고 해. 여기서 도를 닦고 있지. 저 건너편에 앉아있는 애가 보이지? 내 동생 모해짐이야”

“아, 네. 훌륭한 일을 하시는군요”

“어떤가? 자네도 우리와 같이 도를 배워 볼텐가?”

“아닙니다. 저는 가볼 데가 있어서.... 그나저나 스텔라 섬에 가는 길 좀...”

“도를 닦을텐가, 안닦을텐가?”

모과양의 말에 마녀는 짜증이 났다.

“아니 정말 왜이러십니까? 길을 아세요, 모르세요?”

마녀가 세게 나오자 모과양이 움찔했다. “난 모르지. 여기서 7년째 도를 닦고 있었는데 내가 뭘 알겠나”

"진작 모른다고 하지...“ 마녀는 짜증을 내면서 모과양과 헤어졌다. 그때, 웬 사람이 마녀의 보따리를 채갔다.

“서라!”

마녀는 그를 쫓기 시작했다. 달리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마녀였지만, 거리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마녀는 돌을 집어들어 그에게 던졌다. “퍽!” 소리와 함께 그가 나동그라졌다. 마녀는 그에게 다가가 보따리를 뺏었다. 그냥 가려다 욕심이 생겨 주머니를 뒤졌더니, 아니나다를까 지갑이 나왔다. 신분증에는 ‘박찬미’라고 씌여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머리라도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너도 얼마나 궁하면 이랬겠냐. 내 특별히 용서해 줄테니 돌아가서 착하게 살거라”

하얀마녀는 보따리에서 귤 하나를 꺼내 줬다. 박찬미는 귤을 통째로 입에 넣었다.

“아니 그걸 그냥 먹으면 어떡해?”

귤을 다시 주려고 했지만 박찬미는 이미 저만치 사라진 뒤였다.


하얀마녀는 계속 길을 갔다. 지나가는 폭스바겐을 얻어타기도 하고, 호랑녀의 등에 올라탄 채 사막을 건너기도 했다. 길을 걸을 때면 ‘날개’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물을 건널 때는 ‘어항에 사는 고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파란여우에게 물릴 뻔한 적도 있었고, 숨은아이에게 지갑을 털릴 뻔하기도 했다. 그러기를 한달, 하얀마녀는 결국 꿈에서 봤던 그집 앞에 다다랐다.


그를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하녀 진우맘이었다. 애완견 마태우스가 마구 짖어대자 이상하게 여겨 나가봤더니 행색이 초라한 남자가 서 있는 거다. 노숙자인 줄 알고 다시 문을 닫으려 했는데 그가 말을 걸어왔다.

“혹시 여기가 어디죠?”

그 목소리, 아무리 행색이 초라해도 천상의 목소리라고 칭송받던 그 목소리만은 변하지 않았다. 진우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마녀님, 결국 돌아오셨군요....”

마태우스는 하얀마녀의 품에 안겨 손등을 핥았다.

“이 개 이름이 뭐죠?”

진우맘은 그제서야 그가 기억을 잃은 사실을 알아차렸다.

“마태우스라고 합니다. 주인님이 이름을 붙여 주셨죠”

머리가 아파왔다. 내가 이름을 붙였다고? 기억이 나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왜 이리 소란스럽냐?”

현관 쯕으로 걸어오던 오즈마가 하얀마녀를 보고 동작을 멈추더니 목에 손을 가져갔다.

“고, 고혈압!! 아, 목 땡겨!”

하얀마녀 또한 오즈마를 보고 놀라고 있었다. 꿈에서 본 여인과 쌍둥이처럼 닮았던 것.

“마녀님!”

오즈마가 부르자 하얀마녀는 모든 기억을 되찾았다. 그랬다. 난 오즈마를 위해 브라질에 가서 멍든사과를 가져왔고, 오다가 많은 일을 겪으면서 기억을 잠시 잃었던 거다.

“오즈마.... 변비는 좀 어떻소? 아니 그보다 눈이 왜 그래요?”

오즈마의 눈꺼플이 심하게 처져 있었다.

“흑흑, 마녀님이 안계시니까 다른 남자들이 워낙 집적거리는 통에....흑흑”

가위를 빼앗겨 머리를 더 자를 수 없게 된 오즈마는 보톡스를 이용해 이마를 앞으로 당겼고, 그 결과 머리카락이 허리띠에 닿는 것을 막아왔던 거다. 하지만 보톡스의 부작용으로 인해 눈꺼플이 처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고생이 많았구료. 걱정 마시오.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쌍거플 수술을 하면 금방 좋아집니다”

말을 마치고 둘은 얼싸안았다.

“참, 혹시 아는 마법사 없어요?”

“왜 그러시죠?”

마녀는 주머니에서 소금 한뭉치를 꺼냈다.

“이게 지금은 소금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이오. 마법에 걸려 소금으로 변한 거죠. 원정갔다 오면서 내게 큰 도움을 준 사람이라, 꼭 살렸으면 하오”

오즈마는 ‘수암’이라는 마법사를 소개했고, 수암은 지팡이를 몇 번 휘두른 끝에 소금을 원래대로 만들어 놓았다. 사람으로 변한 fyra는 그때의 기억을 잃은 듯 어리둥절해했다.

“내가 누구죠? 그러는 댁은 누구고? 여긴 어디죠? 지금은 언제고?”

그 후로도 그는 계속 설렁탕만 보면 뛰어들겠다는 모션을 취해 주위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상하네. 내가 자꾸 소금처럼 느껴지네. 희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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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2-23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오랜만에 삼류소설의 주인공이 바뀌었군요. 소금님이 변한 fyra님도 재밌구요, 하녀로 출연한 진우맘님과 개로 변한 마태님도 저를 웃게 했습니다. 님 때문에 행복합니다^^ (근데 님이 쓰셔서 막 올린 글은 늘 카테고리가 영화들 에 있다는...)

마태우스 2005-02-2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따우님/카테고리 바꿨습니다.....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05-02-23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구 두분, 출연 못시켜드려서 죄송합니다. 맨날 그러네요...

날개 2005-02-23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마태님의 소설은 언제봐도 재밌습니다..^^* 제 닉도 드디어 나왔군요..ㅎㅎ

울보 2005-02-2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책읽어주는홍퀸 2005-02-2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관계상 다 못읽었어요..낼 다 읽고 꼭! 꼭!! 리플달께요..리플...ㅋㅋ

로드무비 2005-02-23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중있는 미녀 역할.
마태우스님 저 지상에서 못 다 이룬 한을 풀었습니다.
추천하고 퍼가서 심심할 때마다 꺼내보겠습니다.^^

진주 2005-02-23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진진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에 어쩐지 "박찬미"란 이름이 너무 튀는 것 같아요.ㅡ.ㅡ이럴땐 정말 나도 닉을 쓰고 싶다니까요.(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고생하셨네요^^)

연우주 2005-02-2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또 안 나왔어요!

sweetmagic 2005-02-23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날은 절 기인으로 만드시더니.... 괴물에 구걸까지...쩝
그래도 하얀마녀님이 주신 천원으로 오늘 저녁을 해결하겠습니다.

...난 장학금 받아서 학비 벌 필요 없는데 궁시렁 궁시렁.....
그리고 과정도 다 마쳤는데 궁시렁 궁시렁...

숨은아이 2005-02-2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갑털이로 잠시 등장하는군요. 호호.

깍두기 2005-02-23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흑, 하얀마녀님을 로드무비님과 오즈마님에게 뺏기고 나는 한 접시의 깍두기로 전락하고 말았구나....닉넴을 바꾸지 않으면 마태님의 삼류소설에서 영원히 냄새나는 깍두기 역할 밖에 못 맡겠네, 어흑.

엔리꼬 2005-02-24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글에서 부쩍 '희한하네'라는 웃찾사스러운 용어를 많이 쓰시는거 아시나요? ㅎㅎ 이 글에서도 '희한하네'라는 말이 세 번씩이나 나옵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이 이게 나름대로 유명한 유행어란걸 알까 몰라..

sweetrain 2005-02-24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비 한번 내리게 하는 게 그리 어려우십니까..우어 우어 우어어

마태우스 2005-02-24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비님/슬퍼하지 마세요. 출연 못한 분들을 위한 작품을 지금 구상 중입니다. 70% 완성...
서림님/그 말이 정말정말 좋아서 남발하는 경향이 있죠. 유행어란 걸 알아주심 좋겠는데...^^
깍두기님/슬퍼하지 마세요. 담부터 안그럴께요
쥴님/개콘, 웃찾사...호호, 감사합니다만 너무 절 띄워 주시는 거 아닙니까^^
숨은아이님/죄송합니다....
매직님/어머 과정 다 마치셨군요! 장학금 받아가면서....와,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우주님/다음 드라마에선 우주님이 주인공이어요. 믿어 주세요!
새벽별님/출연 안하시고도 다른 분을 걱정해 주시는 태도, 존경합니다.
박찬미님/튀기는요. 아주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드무비님/추천 감사드려요. 앞으로 잘할께요.
갈색빵님/오늘 리플 다신다고 해놓고 아직까지 안다셨네요....
울보님/감사합니다. 담번엔 꼭 님도...
날개님/좀 더 비중있는 역을 맡겨드려야 하는건데....

stella.K 2005-02-24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엔 지명이로군요. 그래도 이젠 좋습니다. 감지덕지지요. 이건 마태님이 저를 잊지 않고 계시다는 것이니 님과 저와의 우정은 변함이 없는 걸 증명해 주는 것 같아 기쁠다름입니다. 님의 글 때문에 꿀꿀한 기분이 사라졌습니다. 땡큐!^^

책읽어주는홍퀸 2005-02-2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 리플 달러왔어요~잘했죠? 그럼 빵사주세요~갈색빵으로~~~ㅋㅋ

LAYLA 2005-02-24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웃찾사 하는 날이에요 쬬아~ ㅎㅎ
전 남자 3명이서 노래 부르는거 좋아하거든요~비둘기합창단할때에 ㅎ
오늘 새 코너 한다고 해서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마냐 2005-03-10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살다보니. 마태님 3류소설을 놓쳐가지구..이렇게 뒷북탐독하는 날도 있네요....크하핫.

하얀마녀 2005-03-11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말이 그말이어요 마냐님. 그런데 아예 제목부터 주인공까지... 계정 열댓개 만들어서 추천이라도 날려야 하는게 아닌가 몰라요. ㅜㅜ
 
 전출처 : 모과양 > 기생충의 변명
기생충의 변명 대학병원 건강교실 6
서민 지음 / 단국대학교출판부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기생충의 변명

‘닳지 않는 칫솔’, ‘대통령과 기생충’에 이어 3번째로 읽는 서민님의 책이었다. 이제 ‘소설 마태우스’만 읽으면 서민 명작 Ⅳ시리즈는 다 읽는 것이다.


펴낸 곳이 단국대학교출판부다. 출판사만 보고 이 책의 선택을 망설이지는 않길 바란다. 나 또한 출판사를 좀 따지고 책을 고르는 편인데, 이 책은 평범한 대학출판물이 아니었다. 병원로비에 비취되어 있는, 대학병원이 서비스차원에서 내놓는 심심한 대학출판물이 아니었다. 만약 당신이 단국대부속병원 로비에서 이 책을 발견한다면 당신의 경미한 통증따위는 잊게 될 것이다.


난 이 책을 살 때부터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평에서 별 5개가 꽉 채워진 책은 아주 귀하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기대를 넘어 만족이며, 만족을 넘어 작가에 대한 이해다.


‘대통령과 기생충’을 읽다보면, 기생충은 인류와의 평화공존을 원하며, 기생충학자는 기생충으로 세계인류 평화에 공헌하려는 사람임을 강조한다. 처음 그 글귀를 읽었을 때, 원래 재미있는 사람이었으므로 웃어넘겼다. 그런데 ‘기생충의 변명’을 읽으면서 작가가 진짜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책에서는 험난한 기생충 연구여정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는데, 그 속에서 느껴지는 연구의 어려움이 보통이 아니었다.


동양안충 이야기를 비롯, 지역사회 사례조사, 서민법칙에 대한 내용은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다. 안타깝게 보이는 그의 행보가 있기에 오늘날 우리는 안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감사해야 할 일이다.

책에는 주제에 맞게 기생충이야기가 서술되어있고, 그에 대한 흑백 참고사진이 첨부되어있다. 누가 기생충의 몸체를 보길 원하며, 기생충의 징그러운 이미지를 각인 시키길 원하겠는가 마는 저자는  묵묵히 참고사진을 챙겨놓는다. 나는 여기서 저자가 보여주는 학문에 대한 자부심과 연구에 대한 경외감을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이 분야의 사람이다. 원한다면, 컬러판 사진을 첨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흑백사진을 첨부했다. 이는 비위약한 독자를 세심히 배려하기 위해서 택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기생충 충격영상을 처음 대면하여, 기생충의 재미난 이야기도 듣기도 전에 책을 덥을, 안타까운 독자도 넓게 수용할 듯하다. 책값을 맞추기위해 출판사가 단순히 흑백 일괄처리했다면, 더이상 할말은 없다. 그래도 이해를 돕기위해 사진을 찾아보던 저자의 부지런 함이 누락되는 것은 아니니까.

70년대도 아닌데 생각보다 기생충학자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서민님의 책을 접한 동료나 선후배는 실적이 없다며 그를 타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격려를 해줘야 한다. 나같이 기생충학에 대한 편견을 버릴 이가 생기는 것을 안다면, 공로상이라도 줘야한다.

이젠 기생충이 낯설지 않다. 그의 책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어 학습된 것도 있으며, 어느 순간 기생충에 관심이 생겨, 교양 생물서적에서 기생충이야기를 먼저 골라 읽는 버릇이 생긴 까닭이다.


책을 읽으면서 서민님이 기생충학자가 아니라, 전문의로 간다면 어떤 과가 어울릴지 잠깐 생각을 해보았다.


<설득력 있게 연결해 본 과>

흉부외과: 가장 중요한 메이저 과이나 그만큼 수술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그럼 마음 여린 서민님은 어쩌라고.

신경외과: 신경외과의 특성상 빠른 진단과 처치가 필요한데, 행동이 조신하고 여유 있으신 서민님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성형외과: 여자라면, 모두 미인이라고 부른다. 대상자가 요구하는 기준과 주치의가 주장하는 미적 견해차로 의료사고 낼 듯.

정형외과: 정형외과는 다른 과와는 달리 서열이 굉장히 세다. 그럼 누구에게나 골고루 나눠주시던 서민 유머를 수술 방에 불려온 실습생이나 인턴들만 누릴 수 있을 듯.

산부인과: 여성들에게 상냥하고, 아이들을 좋아할 듯하여 가장 잘 어울리는 직업이긴 하나,  고된 과가 산부인과이다. 그래서 제외.

외과: (이제 일반외과라는 말은 사라진다. 아무것도 없이 외과라고 한다.) 칼 솜씨로 모든 것이 갈라지는 외과. 그러나 서민님의 칼 솜씨는 별로일 듯

소아과: 신생아와는 잘 어울릴 듯한데, 학령전후 아이들은 서민님과 어울리기를 거부할 듯  그럼 서민님이 상처받는다.

(심장 신장 내분비...)내과 : 만성 장기환자가 많은 과다. 그래서 유머에 능하고, 마음 따뜻한 전문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서민님이 필요하다.

가정의학과: 1차 진료를 하는 곳으로 서민님과 잘 어울린다. 만약 개업을 한다면 서민님의 의술과 인술에 감동할 환자가 많을 것 같다.

 

그래도 서민님은 기생충학과가 가장 어울린다. 그가 아니면, 이렇게 기생충들의 변명을 도와줄 이가 없다.


기생충학회지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임상 병리과에 속한 기생충학과, 자신이 속한 기생충학 교실이 다르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알았다. 그가 그의 교실에서 좋은 논문과 재미난 기생충이야기를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날 그 날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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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2-2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모과양님이 써주신 글인데요, 재치가 넘치지 않습니까??

▶◀소굼 2005-02-2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뿌듯하시겠는걸요: ) 부럽습니다~

모과양 2005-02-23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퍼가신 겁니까? 부끄부끄

울보 2005-02-2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알았는데..
기생충학과..................히히 저도 가져가요..

책읽어주는홍퀸 2005-02-23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멋있어요~모과양님~~^^ 근데 성함이 모과양님? 아님 모과를 넘 좋아해서 모과양님?? 글을보아하니 모과처럼 좋은향과 양처럼 부드러움을 내뿜는 분 같아요..그래서 모과&양 → 모과양..^^

2005-02-23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2-23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색빵님/제게도 한마디 해주시지...너무해요.
울보님/기생충학과라는 게 있다는 것이 저도 처음에는 신기했답니다.
모과양님/잘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fyra님/뿌듯함보다는 부끄럽죠...

2005-02-23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5-02-27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민 명작 시리즈....아, 왜 그 생각을 진작 못했을까요. 암튼, 새로운 발견임다. 모과양님의 탁월한 분석은 마태님이 성형외과에 어울리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명만으로 증명되고 있슴다. ^^
 

 

존 그리샴이 쓴 <사라진 배심원>을 보면 주인공은 거액이 걸린 담배 회사와의 소송의 배심원에 선정되는데, 그는 배심원들을 교묘히 조종하며 사상 최고액의 배상을 하라는 평결을 이끌어 낸다. 그걸 보면서 배심제라는 게 멋지구리한 제도이긴 하지만 나름의 허점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입법화된 건 아니지만 현재 시민단체가 추진 중인 사법개혁에는 배심원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특검제같은 거라면 모르겠지만, 의학전문대학원처럼 우리 현실에 안맞는 미국의 제도를 추종하면서 그것이 개혁의 이름으로 포장되는 게 난 싫다. 미국이 배심제를 채택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아는 변호사에 따르면 배심제를 하는 재판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며, 바쁜 사람들을 무한정 가두어 둘 수가 없는 탓에 배심제를 채택한 재판은 일주일 이내에 속성으로 진행을 한단다. 일주일만에 평결까지 끌어낸다면 제대로 된 판단이 나올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을 차지하고라도, 우리나라에서 배심제 때문에 일주일씩 회사를 비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재판 붙잡혀 들어갔다 왔더니 회사 잘렸다’는 말이 유행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난 우리나라 사람들의 판단을 믿을 수가 없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옛말이 있긴 하지만, 살다보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회의를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악법 중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의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도 놀랍고, 과거사 규명보다 경제나 살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도 괴이한 일이다. 과거사 규명이 경제와 상충되는 것도 아니고, 경제살리기가 중요하다 해도 국회의원과 역사학자들이 모두 공장에서 일할 수는 없지 않은가? 모든 사람이 자기 일을 할 때 나라가 발전한다는 말은 우리가 어릴 적부터 귀가 따갑게 들은 얘긴데, 경제를 빌미로 과거사 청산을 미루려는 수구세력의 전략에 어쩜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가 있담? 고종석이라는 분은 탄핵 직후 여론조사를 보고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이 25%나 된다니 놀랍다... 어느 사회에나 극우는 있지만, 25%는 불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의 비율 치고는 너무 높다”


그렇다. 배심제에서 기대하는 건전한 상식은 모든 사람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보수언론에 휘둘리고 양심에 따른 판단이 아닌 정략적 판단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재판을 맡긴다? 차라리 보수적이긴 해도 법리적으로 엄격한 판결을 내려주는 판사들에게 난 내 운명을 의탁하고 싶다. 이것이 내가 배심제를 반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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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2-22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 일에 참, 어떤 것이 올바른 일인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재판 뿐 아니라, 너무나 많은 일들이 그들의 상황은 이해되지만 그건 너무 심하다... 는 생각이 들게하고.. 이도저도 못하는 제 성격탓일까요?

부리 2005-02-22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생각엔 말이지, 자네가 운명을 맡기고 싶다는 그 판사들도 탄핵에 찬성한 25% 중 일부가 아닐까. 그리고, 나처럼 착하게 살면 재판에 회부될 일도 없을 텐데, 자네 벌써부터 비뚤게 나가려고 하는가?

부리 2005-02-22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네. 자꾸 재판받고 싶네. 희한하네!

플라시보 2005-02-2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과거사 진상 규명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경제나 살리라는 말을 하는것도 어느정도 이해는 갑니다. 님은 직업이 교수라서 어느정도 보장된 월급과 생활을 하시는것으로 아는데요. 힘든 사람들은 정말로 다 집어치우고 먹고 살게나 해주면 딱 좋겠다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물론 극것 만으로 사는게 전부인건 아니지만 그들이 단순하게 무식쟁이거나 수구세력에 넘어가서 혹은 과거사 진상 규명의 중요성을 몰라서만 그러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님이 모르시는 (재벌 2세이시니^^) 서민들의 삶은 되게 고달프답니다. 으흐..^^

BRINY 2005-02-22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미국 TV드라마CSI에서, 질질 끄는 재판 일정에 지친 배심원이 용의자를 계획 살인해버리는 사건을 다룬 적이 있어요. 재판 때문에 자기 생활 다 망쳤다고 히스테리를 부리던 그 배심원이 생각나네요.

샤크 2005-03-01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웃찾사의 대사가 님이 말한 유머? -_-;;; 실력자라 하시구선... 치..
저정도는 나도 따라하겠어요

마태우스 2005-03-0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크님/하핫, 실력자는 자잘한 유머도 많이 하지요. 그러다보면 큰 게 나옵디다^^
브리니님/호오, 그런 일도 있군요. 흐음, 역시 배심제는...
플라시보님/아 제 말은요, 과거사 규명과 경제 살리기가 배치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얼마 전 MBC에서 친일파 후손들이 땅을 찾는다는 소송을 낸 걸 방영하더군요. 1심은 승소했고, 이대로 가면 국가가 땅값을 물어줘야 한다더군요. 이게 다 과거사 규명이 안된 탓이어요. 국가가 친일파 후손에게 몇천억을 물어주는 것보다, 그 돈으로 경제를 일으키는 게 훨씬 낫겠지요? 그러니까 과거사 규명을 해야 한다는 거죠.
 

 

 

 

 

알라딘 뉴스레터의 분석에 따르면 제 펌프질 지수, 그러니까 제가 리뷰서 칭찬한 책이 팔리는 권수는 불과 2.3권이라고 합디다. 명성에 비해 땡크스 투가 최하위권인 것도 그런 이유지요. 그런 걸 감안해서, <사람 vs 사람>에서 재밌게 봤던 김수현 관련 부분을 페이퍼에 옮겨 봅니다.


-2003년 SBS 연기대상 결과에 대해 “상이라는 것은 마땅히 받을 만한 사람에게 주어졌을 때 의미과 가치가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 배급에 지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하고, 자신의 원작에 이효리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미쳤다”며 그 즉시 제작사와 감독에게 안된다고 통보한 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아직 기절해 있는 중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한다.(2003년 SBS 연기대상을 누가 탔는지 알아봤더니 이병헌이 탔더군요. ‘올인’의 인기를 감안하면 그리 무리한 것도 아니었는데요, 김수현이 이렇게 광분한 것은 ‘완전한 사랑’의 김희애가 그 상을 못탔기 때문이죠. 책에서도 지적된 내용인데, 독선적인 면이 있더군요)


-탤런트 윤여정의 말, “거의 20년 동안 MBC 일을 하면서 사장이 바뀌어 올 때마다 새롱누 사장의 그녀에 대한 첫 코멘트는 으레 ‘이 작가 원교료는 왜 이렇게 비싸?”였다고 한다. ’일년만 계셔보십시오‘ 이것이 그 질문에 대한 제작국장의 대답이고, 일년이 지나면 어느 사장도 다시는 그이의 원고료 비싸다는 말을 안했다고 한다.


-탤런트 최민수는 자신이 출연중인 드라마를 본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녀는 70%가 넘는 무지막지한 시청률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라는 질문에 늘 “그 재능을 타고났을 뿐”이라고 당당히 밝히곤 한다. 제2의 김수현을 꿈꾸며 그녀의 작품을 연구하는 후배들에게 던지는 “연구해봤자 작가 안돼요. 타고나야 돼요”라는 말을 듣고 있자면 당혹감까지 밀려온다. ‘내 경우에는 그렇다’라고 한마디만 보태주면 좋을텐데...


-나의 언어구사력이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내 드라마를 재미있게 즐길 줄 아는 지능을 갖춘 사람이에요. 말장난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그걸 이해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고요. 나는요, 볼 수 있는 사람과 보고싶은 사람만 보라는 주의예요“


이렇게까지 잘난체를 하다니, 라고 말하려 하다가도 ‘그럴 만도 하지’란 생각이 들어 버린다. 자기 일에 최고라는 자신감과 자부심, 그런 게 오늘의 김수현을 만드는 데 일조했으리라. 최고 중에서 겸손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 건 그래서가 아닐까 (그런 사람을 하나 안다. 이 책에서 보면 올드보이를 만든 박찬욱은 지나치게 겸손하다). 좌우지간 우리 어머니는 김수현의 열렬 팬이고, 별 재미없는 <부모님 전상서>를 열심히 보고 계시다.


* 저자가 보는 3류 드라마는 이런 거다.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는 무뇌아 집단인 듯 아무 생각이 없다.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갈등을 과장한다...그에 비해 갈등의 해소는 어이없을만큼 단순하다. 남편의 외도로 인한 부부갈등도 임신 한번 하면 상황 끝, 그런 식이다” 하지만 김수현 드라마는 주변 인물들도 다 캐릭터가 살아 숨쉰다는 게 장점이라고 한다. 하긴, <사랑이 뭐길래>를 보면 출연진 전부가 다 스타가 되었잖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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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2005-02-22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부분에 동감해요. 그 부분때문에 김수현을 천재적이다. 다른 작가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했던것 같아요. 그래두 잘난척은 좀 심해요. 저야 그작가의 최근작은 거의 못봤지만 목욕탕집 사람들 에서부터 보기가 싫어졌던것 같아요 왜 그리 시끄럽고 다들 목소리들이 쩌렁쩌렁, 쨍쨍거리는지... 세상사람들이 다 그렇게 개성이 뚜렷한건 아닌데..

클리오 2005-02-22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현.이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더 보는거 아닐까요. 저는 사실 요즘 김수현 드라마가 재밌다는 생각을 별로 못했거든요. 거기다 저런 거만함이라니, 거만해지면 당연히 더 커지기 힘든 거 아닌가요. 가까이 하기 싫은 사람이네요.

2005-02-22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2-22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5-02-22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정도로 잘난척 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잘난척하는 사람을 싫어하진 않지만 그래도 타인을 인정할 여지는 남겨둬야 하는 것 아닌가요.

호랑녀 2005-02-2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씁니다. 질질 끌지 않고, 사건 전개 빠르고, 심지어는 등장인물들의 말도 따발총입니다.
그러나 내가 김수현의 드라마를 싫어하는 이유...
주연이고 조연이고 남자고 여자고 말투가 다 똑같습니다. 그게 비현실적이어서, 그냥 안 봅니다.

호랑녀 2005-02-2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마태우스님이 이은주 좋아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자살했다는 속보가 뜨는데...뭔 일이지? 나 이 배우 좋아했는데...

maverick 2005-02-22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호랑녀님과 같은 생각을 했는데요.. 주변 캐릭터를 살리는것은 좋습니다만 주변 캐릭터나 주인공 캐릭터나 모든 캐릭터가 같은 말투와 같은 정도의 논리력을 지닌걸 보면 답답해 보이더군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서는 전혀 자연스러움을 못느끼겠더라구요. 아 저거 드라마구나 이렇게 딱 느껴지고... 실제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진짜 있다면 한대 때려주고 싶을거 같네요.. 그런데 마태우스님 이은주씨 팬인가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시겠군요...

플라시보 2005-02-2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현씨. 저도 한때는 되게 좋아했었어요. 아마 청춘의 덫 까지였던듯. 그런데 요즘은 예전만 못하신것 같습니다. 김수현식 독설은 유명한지라 저도 얻어들었었는데 님 말씀처럼 그럴만 하니까 그런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도 조금만 겸손하시면 더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sooninara 2005-02-22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희애씨가 상을 못탈때..대상은 이병헌. 여우주연상은 송혜교를 주어서 뒷말이 많았죠. 올인이 아무리 떴어도 김희애보다 송혜교는 아니라고..SBS에서 두연인(그때는 깨지기 전이죠) 배려한거라고..김희애씨가 대상은 아니라도 여우주연상은 탔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 전상서에선 전에 보던 김수현표 드라마의 짬뽕을 보는듯해요..여자친구끼리 사돈 맺으면서 서로 못 잡아 먹는것은 사랑이 뭐길래..막내딸이 땍땍거리는것은 목욕탕집..그런식으로요..나이는 못 속이나봐요..

하루(春) 2005-02-22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현 드라마는 2-3년에 한번씩 봐야 재미있는 것 같아요. 김수현 드라마에 질려 버렸어요. 작년 '완전한 사랑'만 해도 꽤 재미있었는데. 재벌은 무조건 못된 인간으로 그리고, 서민들은 북적북적 한집에 모여살게 만들고, 남녀노소 모두 똑같은 투(해야 해)로 말하고.. 이젠 좀 지겨워요. 김희애 연기도 지겨워요. 이상하게 김희애의 연기는 금방 질리더군요. '부모님 전상서'는 별로... 이런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고 가네요. ^^;

마태우스 2005-02-23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전 김수현 드라마를 한번도 안봐서 지겹진 않아요. 아, 설 특집으로 <혼수>라는 걸 한 적이 있지요? 정말 재밌게 봤었지요. 그런 특집 드라마를 그전에 안본 걸 후회했어요. 많이 보신 분은 지겨울 수도 있겠지요...
수니님/나이는 못속인다...예전보다 못하다는 말이겠지요? 어머니는 다른 드라마는 욕하면서 보셔도 그건 재밌게 보시더라구요. 팬의 자세는 그런 건가봐요^^
칼라님/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것 같아요.... 김수현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연기력보다는 시나리오의 힘에 의해 스타가 된다는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립니다.
플라시보님/그러게요 좀만 겸손하면 좋을텐데...
매버릭님/잠시 할말을 잃었었지요. 이은주가 또 단대 출신이라 더욱 애착이 갔었거든요(만난 적은 없지만...) 아까운 배우가 죽었지요...
호랑녀님/김수현의 매력은 그 대사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너무 오래 들으면 지겨운가봐요. 글구 이은주, 저도 너무 슬퍼요.
깍두기님/그죠? 근데 저런 위치가 되면 그게 어려운가봐요...
클리오님/가까이 안하는 게 다행이죠 뭐. TV로만 접할 수 있다는 게...
dsx님/말투, 목소리, 내용이 천편일률적이긴 한가봐요? 그래도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비속어 비슷하게 알고있는, 그러니까 시장의 언어를 중심적인 언어로 끌어올렸다고 하더군요. 그런 공헌을 했대요 김수현이...

soyo12 2005-03-0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현 드라마의 마지막 작품은 [목욕탕집 남자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는 확대 재생산인 듯 해요.
다음에 방영된 것 중에서는 [청춘의 덫]이 재미있기는 했지만
역시 그건 리메이크였으니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 저 작가가 점점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구나.
점점 서민이라고 묘사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부자들이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말 보기 어려운 재벌들은 늘 등장하고
그들은 늘 겸손하고 현명합니다. 최소한 그 들 중의 한명은 현명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은 자격지심에 기본을 모릅니다.
그런 것이 점점 짜증나게 하네요. ^.~
 
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책에도 생각이라는 게 있다면, 내 수중에 있는 다른 책들은 정혜신이 쓴 <사람 vs 사람>을 싫어할 것 같다. 책의 목적은 읽히는 것, 주인인 내게 읽히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린 다른 책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배달되자마자 주인의 총애를 받는 것도 배가 아플테고, 주인의 밤잠을 설치게 할 뿐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뒤에는 당분간 어떤 책을 읽어도 눈에 안찰 거라는 비교의 설움마저 겪어야 한다. 그러니 이 책이 ‘책들이 뽑은 얄미운 책’ 1위에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저자는 우리 사회의 명망가 16명을 뽑아 테마별로 두명씩 매치플레이를 시킨다. 예컨대 아버지 콤플렉스를 주제로 문성근과 박근혜를 묶는 식인데, 그게 어찌나 절묘한지 읽다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다른 인물평처럼 살아온 여정을 무미건조하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정신과의사답게 인물의 심리를 기가 막히게 분석을 해버린다. 정몽준이 자기가 아는 현실만 현실이라고 믿다가 완전히 감을 잃어버렸다는 얘기도 그렇고, 이인화에 관한 다음과 같은 지적도 공감이 간다.

“나는 그때뿐 아니라 그 이후 이인화의 삶이 천재를 흉내내기 위한 시도들과 그 부작용들로 채워졌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인물평 전문가다운 저자의 성실상을 드러내는 대목.

‘나는 이인화라는 사람에 관련된 거의 모든 자료를 섭렵했다’

‘나는 한국 영화의 거의 전부를 개봉 당시 극장에서 관람하는 편이다(박찬욱 평을 쓰면서)’

‘나는 80년대 초부터 2004년에 이르기까지 김대중이 쓴 수백편의 칼럼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다’

저자의 비유력 또한 가히 예술이다. 하는 일마다 오해를 받는 김민기를 정혜신은 이렇게 표현한다.

“빗자루를 다른 곳에 치워놓기 위해 빗자루를 집으면 세상을 청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박수를 친다”

김훈의 글에서 느껴지는 허무주의를 이렇게 비유하기도 한다.

“점심 메뉴같은 구체적인 문제에 골몰하고 있는 장동건의 옆모습에서 우수가 느껴진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여인의 한숨 같은 것이다”


저자는 박근혜와 문성근의 대중적 흡인력을 예찬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은 그보다 훨씬 더 강하게 독자를 끌어들인다. 그러니 일이 바쁘거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 분은 이 책을 집지 말지어다. 섣불리 집었다간 시험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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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2-2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혜신이라는 인물을 잘 몰랐기에...그리고 책이 그러려니 수준을 안 넘어서리라 지레 짐작, 관심을 갖지 못했슴다. 마태님, 간만에 엄청난 뽐뿌마공을 휘두르시네요. 제가 예전에 '사람vs사람'이란 코너를 그저 최소한의 휘리릭 수준으로 하곤 했는데...엄청 자괴감 느낄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함다...흐흐. 땡스투~

로드무비 2005-02-2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혜신 씨의 저번 책도 참 재밌게 읽었는데 또 사야 하나 미치겠습니다.
마태우스님, 로드무비님 미치지 마세요, 하고 답글 다실 거죠?ㅎㅎ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고 갑니다.)
저도 땡스투요.^^

줄리 2005-02-22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혜신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성중의 한분이시죠. 정혜신씨의 글을 읽으면 늘 너무 빨리 읽고는 언제 또 그녀의 글을 읽을수 있을까 목을 빼고 기다리게 되죠. 안식년이 끝나셨을테니 더 많이 글 좀 쓰셨으면 좋겠어요. 알라딘에 서재 좀 차리시면 정말 좋겠네요. 앗 그러면 마태님의 인기가 위협을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05-02-22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ine 2005-02-22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어떤 주간지에 고정 칼럼을 쓰는 걸 즐겨 봤던 기억이 납니다 촌철살인으로 콕 집어서 평가를 내리는데 정말 말 잘 하더라구요 이 책도 기대되네요

숨은아이 2005-02-22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마워요" 안 누를래요. 48시간 안에 책을 안 사면 소용없거든요.(ㅋㅋ) =3=3

마태우스 2005-02-2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맞아요 글재주가 어찌나 뛰어난지 부러워 죽겠더군요
dsx님/저도 지금 그분의 다음 책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알라딘에 그런 분이 오시면 저같은 것이야 저리가라죠^^
로드무비님/로드무비님, 살다보면 한번쯤 미치고 싶을 떄가 있습니다^^ 저도 이책 읽는 동안 재밌어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마냐님/이 책에 제 운명을 걸었습니다. 호호. 이거 재미 없으면 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마태우스 2005-02-2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아니 어디 숨어있다 지금 나오셨습니까^^ 이거 웃겼나요??

클리오 2005-02-22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절대로 사고 싶은 생각이 안들었었는데.. (그렇고 그런 인물평일까봐서.) 마태님의 평을 읽으니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엄청난 서평이라고 봅니다. 위의 마냐님이 말씀하신 "뽐뿌 내공"(^^)!

마태우스 2005-02-2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읽겠다는 분이 많아지니 겁이 덜컥 납니다. 무서워요 클리오님. 사실 다른 분들이 뽐뿌내공을 보이는 게 부러워 저도 한번 해봤는데, 흑흑. 무서워 잉...

깍두기 2005-02-2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혜신이 누군데 이렇게 글을 잘 쓴대요? 저랑 이름도 비슷하구만....
그나저나 이렇게 구미가 동하게 쓰셨으니 안 살 수가 없겠네, 흑.

마늘빵 2005-02-22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샀는데 아직 안읽었어요. ^^; 기대됩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2005-02-22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02-22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 소개글에서 본 것 같은데 거기서도 그런 말을 하더군요. 평하려는 사람에 대한 자료준비를 철저히 한다구요. 아무튼.. 벌써 다 읽으셨답니까? 참 빠르시군요. (언제 샀는지 어떻게 알아서 이런 말을?) 저도 지금 갖고 있는데, 읽고 싶어요. 반신욕 하면서 읽을까 생각중이에요.

클리오 2005-02-23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왜 무서워하세요..(토닥토닥...) 우리의 믿음은 애정을 동반한 것이잖아요.. ^^ 콩깍지가 씌어서 괜찮아요. ^^;

마태우스 2005-02-2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그, 그렇죠? 그 콩깍지가 오래 갔음 좋겠어요^^
하루님/반신욕하면서 읽는다면 정말 아름답겠어요. 따뜻한 물에 좋은 책이라...^^
아프락사스님/호호, 실망하진 않으실 겁니다. 어찌나 글을 잘썼는지...부럽더라구요
깍두기님/어머나 울지 마세요. 토닥토닥. 제가 앞으로 잘 할께요.

미네르바 2005-02-25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은 댓글이 되겠네요. 전 그 전에 나온 (2001년 출간된 1편) 것을 읽고, 참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물론 읽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싫을 수도 있겠지만... 저도 이 책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땡스투 누릅니다^^

마태우스 2005-02-25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님의 땡스투,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그전 게 워낙 훌륭해서 이번 것도 잽싸게 샀죠^^ 정혜신님, 글 참 잘써요

하얀마녀 2005-03-04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들이 뽑은 얄미운 책 1위, 언제나 그렇지만 발상이 참 뛰어나시군요. ^^

인터라겐 2005-03-05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담았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는데요...이책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을 달리는것 같아요. 아무래도 일단은 서점에 직접나가서 대충훓터보기를 한후에 구입결정을 해야겠네요...ㅋㅋ 아 저 그리고 오늘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았어요.
땡스투 누르고 48시간 안에 사야한다는걸 말이죠...전 그냥 이거 눌러놓구 나중에 내가 책을 사면 되는건줄로 알았는데... 일단 서점에 다녀와서 보고 싶은 욕구가 자리를 잡으면 마태님집에 달려와서 땡스투누르고 그리고 나서 주문들어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