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라는 사람과 한편이 되어 테니스를 쳤다. 다른 건 괜찮은데 알파는 아웃, 세이프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고, 거기에 더해 우기기를 잘했다. 물론 사람의 관점에 따라 선 안쪽에 공이 떨어졌는지 밖으로 나갔는지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알파의 시각은 그런 일반적인 오차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가 친 공이 라인 바깥에 떨어졌다. 상대방은 아웃이라고 했다. 알파가 말한다.
“그게 왜 아웃이야?”
직접 가서 공이 떨어진 자국을 확인한다.
“공 자국이 여기 있잖아!”
“그건 아까 거구, 이게 지금 거잖아!”
내가 끼어들었다. “저, 제가 보기에도 아웃 같거든요”
알파가 나를 째려봤다. 상대방은 그것봐라, 너희 편도 아웃이라잖냐,고 말했다. 알파는 할수없이 수긍했다.
또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알파는 아웃이 아니라고 우겼고-“라인 근처만 가면 다 아웃이냐?”-공 자국을 또 확인했다. 내가 끼어들었다. “저, 아웃 맞는데요?”
알파의 말, “서선생, 도대체 누구 편이요?”
내가 알파와 같은 편이라는 것과, 알파가 친 공이 아웃이라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하지만 사람들 중에는 이 평범한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몇 년 전 보건원에 근무할 때, 난 보건원 대표로 보건복지부 장관배 쟁탈 테니스 대회에 나갔다. 1부리그, 2부리그, 3부리그가 있는데 난 3부 대표였다. 가뿐하게 첫판을 지고나서 2부리그에 나간 우리 팀을 응원하고 있었다. 우리 팀은 1세트를 따냈고 2세트도 4-1로 앞서고 있었다. 우리가 친 공이 십오센티 이상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그쪽에서 항의했다. 심판은 사실은 공을 보지 못했다고 고백하고, 우리 팀에게 봤냐고 했다. 우리팀은 세이프라고 우겼다. 뒤에서 응원하던 내가 일어났다.
“아웃이어요!”
그러자 응원을 하던 다른 사람들이 내 입을 막았다.
“너 왜이래? 너 누구 편이야?”
“아웃 맞잖아!”
그의 해괴한 논리다. “테니스라는 흐름의 경기다. 지금은 우리가 앞서고 있지만, 이 판정 하나로 경기가 뒤집힐 수도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해괴한 말인가. 난 계속 따졌고, 그는 막판에 이렇게 말하고 상황을 종료했다. “그래 너 잘났다!”
물론 경기는 우리 팀이 이겼다. 실력 면에서 월등한 우리였지만, 그 판정 하나로 인해 우리는 떳떳하지 못한 승리를 챙긴 거였다. 나중에 화장실에서 상대팀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 상대팀은 우리가 들으라는 듯 이렇게 빈정거렸다.
“매너가 정말 후지지 않냐?”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 진실이 바뀌어서는 안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