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이 영화를 진작에 보려고 했다. 하루에 세편의 영화를 봤던 지지난 일요일, 맨 처음으로 보려던 게 바로 이거였다. 하지만 그날 오전, 나와 함께 테니스를 치던 친구가 “별로 재미 없던데?”라고 무심코 한마디 던진 것이 나로 하여금 갈등을 하게 했고, 결국 <잠복근무>라는 유치한 영화를 보고야 말았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는 지인들의 질책을 받고서야 이틀 후인 식목일 아침, 잽싸게 달려가 <윔블던>을 봤다. 아주 재미있게. 그렇다고 <윔블던>이 대단히 뛰어난 영화다,라는 것은 아니다. 은퇴를 앞둔 한물간 테니스 선수가 사랑의 힘으로 정상에 선다는, 스포츠 영화의 정석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줄거리에 유머가 많은 것도, 여배우가 미녀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야 깨달았다. 난 이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굳이 따지자면 테니스광 과에 속하는지라 남들이 테니스 치는 것만 봐도 발걸음을 멈추고, 윔블던 테니스 시즌만 되면 테니스를 보느라 밤과 낮이 바뀌는 생활을 하곤 했던 내게 스크린 속의 테니스가 왜 재미가 없겠는가?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소회들을 장황하게 적어본다.

1. 코트

전에도 말했지만 중지도에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서는 바람에 서른면 정도의 드넓은 테니스 코트가 없어져 버렸다. 효창 테니스 코트도 없어졌고, 동네마다 흔히 볼 수 있었던 사설 테니스장은 없어지거나 골프연습장으로 바뀌었다. 안그래도 공간이 부족한 판이라, 학교 코트도 남아나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이 테니스장을 운영.관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준다.


테니스 레슨비는 대략 12-15만원이다. 개인으로서는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코치로 봐서는 하루 열다섯명을 가르친다 해도 월 200여만원이 고작이다. 그 돈으로 공값 등 유지비를 내고나면 자기 먹고살기도 힘들다. 미국같이 땅이 드넓은 나라야 모르겠지만, 우리나라같이 3면이 바다고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 사람들의 관심마저 없으니 테니스의 운명은 그리 밝지 않을 것 같다. 이형택이 꾸준히 성적을 올리며 그랜드슬램 대회에 출전하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2. 나이

난 서른에 테니스를 시작했다. 6개월의 레슨으로 최강의 포핸드를 갖추긴 했지만, 좀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생각하니 아쉬워 죽겠다. 고교 때 테니스 레슨을 다닐 때도,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테니스를 가르칠 때도 난 전혀 테니스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테니스를 그때부터 쳤다면 살도 지금처럼 안쪘을테고, 실력도 훨씬 좋았을텐데. 물론 지금도 동물적인 빠른 발과 무시무시한 포핸드로 상대를 위협하지만, 결정적으로 백핸드가 약하다보니 포핸드로 오는 것도 마구 뛰어가 백핸드로 받아야 하니 약점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십년만 더 일찍 시작했다면 <윔블던>을 영화로 보는 대신 선수로 출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 때문에 젊은 애들을 보면 “테니스도 좋은 운동이다”라고 권해 보지만, 내 얘기를 듣고 테니스를 시작했다는 사람은 아직까지 없다.


영화의 주인공 피트는 31세의 나이로 윔블던에서 우승한다. 비외른 보리가 활약하던 때만 해도 그런 게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10대와 20대 초반이 전성기고, 서른에는 은퇴를 해야 한다. 기술보다는 강력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힘이 테니스를 지배하게 된 탓. 레이튼 휴잇이나 앤디 로딕 등도 이미 10대 때 세계 정상에 올랐고, 현재 1위인 로저 페더러가 윔블던 정상에 오른 것도 22세 때다. 현재 24세인 그도 10대의 패기와 싸우는 게 힘이 드는지, 얼마 전 끝난 나스닥 오픈에서 19세의 라파엘 나달에게 고전 끝에 이겼다. 그렇게 본다면 30세까지 버틴 샘프라스나 그 이후에도 테니스계에 남아있는 안드레 애거시는 정말 대단한 선수가 아닐 수 없다.


3. 랭킹

영화 주인공 피트는 전성기 때 세계 랭킹이 11위였단다. 십년 정도 뛰었다고 가정한다면, 대략 300만달러 이상은 벌었을 것이다. 은퇴 후에는 피트처럼 일류 클럽의 레슨코치가 될 수도 있고, 해설자가 될 수도 있으니, 랭킹 100위 안에 들 정도면 먹고 사는 데는 크게 걱정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전세계 테니스 인구 200만 중 내 랭킹이 112만7천등에 머물고 있는 걸로 보아 100위 안에 든다는 게 결코 쉬운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4. 집시

일년간 세계 여러 곳에서 테니스 대회가 열린다. 선수들은 그래서 각 나라를 돌면서 대회에 참가하는데, 정말이지 생활이 단조롭기 그지없다. 이번주는 이 나라, 다음주는 저 나라. 열 살 이전에 테니스를 시작한 그들은 테니스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테니스 머신으로 자라난다. 우승 기념으로 선물받은 차를 “운전을 할 줄 모른다”며 거절한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스테피 그라프처럼. 내게 테니스는 ‘재미’지만, 그들에게는 ‘생계수단’이며 모든 것이다. 한창 꿈많은 10대, 20대를 집시처럼 보내야 하는 선수들에게 일탈의 욕구가 생기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15세의 나이로 US오픈 4강에 올랐던 제니퍼 카프리아티가 마약에 빠진 것도 그런 이유일 터인데, 그런 유혹들과 싸워가며 정상권을 지킨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5. 커스틴 던스트

<스파이더맨>에서 이 여자를 봤을 때 “뭐 저렇게 안예쁜 배우를 썼담?”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조금 귀여운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순전 내 생각이지만 그녀의 모습은 은퇴한 테니스 선수인 모니카 셀레스를 닮았다. 대단한 실력을 보여주던 그라프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을 무렵, 셀레스는 경기 도중 그라프의 팬을 자처하는 이에게 목을 칼로 찔리고 마는데, 그로 인해 오래 코트를 떠나야 했던 셀레스는 복귀 이후에도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한 채 쓸쓸히 은퇴하고 만다. 그 일이 아니었다면 그라프가 22개나 되는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따는 건 불가능했을 거다. 현재 사라포바가 공을 칠 때마다 비명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원조는 바로 셀레스였다. 사라포바와 달리 셀레스의 비명이 각광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그녀의 미모가 그리 뛰어나지 못한 탓이 아닐까? 전에 사라포바가 왔을 때, 그녀가 내지르는 특유의 비명 소리에 옆에 있던 아저씨들이 킬킬거리며 웃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들은 뭘 생각한 걸까.


6. 테니스와 사랑

한물간 선수가 여자 테니스 선수를 사귀게 되고, 사랑의 힘으로 우승한다는 영화 스토리는 안드레 애거시를 연상케 한다. 한때 100위 밖으로 밀려난 애거시는 세계 1위 스테피 그라프와 결혼하면서 다시금 전성기를 맞는다. 힘이 절대적인 것이 되어버린 테니스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기술을 이용한 재미있는 테니스를 구사하는 애거시는 2년 전의 호주오픈에서도 우승을 하는 등 현재 35세의 나이에도 랭킹 13위를 지키고 있다.


그라프와 결혼하기 전 애거시는 한때 세계 제일의 미녀였던 브룩 쉴즈와 결혼했었고, 그 이후 성적이 부진했었는데, 결국 둘은 결별의 길을 걸었다. 아가시에 의하면 결별의 이유가 “그녀가 테니스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테니스 선수가 힘든 것처럼 선수의 애인도 힘이 든다. 아니, 어쩌면 더 힘들 것이다. 자기 생활을 포기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일년 내내 해외로만 떠도는 선수를 어떻게 다 따라다니겠는가. 브룩 쉴즈와 사귈 당시 애거시의 경기 때마다 관중석에 있는 브룩 쉴즈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곤 했었다. 윔블던에서 애거시가 지고 나서 울던 장면은 지금도 뇌리에 선하다. 궁금해진다. 지금 뛰는 선수들의 애인들은 다 테니스를 이해하는 사람들일까. 결혼 이후 성적이 부진하다면, 그게 아내 탓일까? 애거시의 부진을 브룩 쉴즈 탓으로만 몰아붙이는 것에 그때나 지금이나 동의할 수가 없다.


7. 영국인의 윔블던 우승

영국 선수가 영국 땅에서 열리는 윔블던 대회에서 우승한 건 50년도 지난 일이다. 영국은 그저 장소만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윔블던 효과’라는 말도 생겼는데, 영화 <윔블던>에서 영국 선수인 피트가 우승하는 것은 그러니까 50년도 넘은 영국인들의 숙원을 담고 있는 셈이다.


최근의 영국 선수 중 우승권에 근접한 선수로는 팀 헨만이 있었다. 우승권에 근접했다 뿐이지 우승을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그를 위해 영국 측에서는 대진표를 유리하게 조작하는 등 별의별 쇼를 다했다. 98년인가는 그게 워낙 심해서 우승후보들이 초반에 격돌하느라 다 떨어졌고, 헨만만 유유히 4강에 올라 선수들의 불만을 산 적이 있다. 물론 준결승전에서 다른 선수에게 져 버렸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게 꼭 영국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프랑스 오픈에서 프랑스 선수가 우승한 것도 까마득한 일이고, 올해 초 호주오픈에서 호주의 레이튼 휴이트가 결승에 올랐을 때, 29년만에 호주선수가 우승을 하느니 하면서 난리가 났었다 (사핀에게 지면서 그 꿈은 좌절되었다). 우리 선수들끼리만 출전해서 그런 거겠지만, 코리아오픈에서는 번번히 한국 선수가 우승을 하니 우린 다행이다^^


8. 결론

테니스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영화였다. 참고로 말하면 이 영화의 촬영은 작년도 윔블던 기간 중에 이루어졌는데, 폴 베터니는 영화를 찍으면서 죽을 맛이었다고 한다. 세계 정상의 선수들이 테니스를 치고 난 뒤 끝에 허섭하기 짝이 없는, 그것도 마임 수준의 테니스를 선보여야 했기 때문. 자기 딴에는 영화를 찍느라 열심히 배웠다지만, 테니스가 어디 몇 달 가지고 될 운동인가. 선수로는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윔블던 무대를 직접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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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 2005-04-14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셨군요. ^^

sweetmagic 2005-04-1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주인공의 궁시렁 털털 거림이 꽤 웃겼다는 ㅠ.ㅠ;;

아 저는 테니스 한 삼년 첬는뎅, 그때 코치 선생님 왈..

넌 왜 테니스 라켓으로 야구를 하냐 ????? ㅠ.,ㅠ

플레져 2005-04-1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우들은 만능인이어야 할 것 같아요. 흉내만 냈다가는 어림없으니 말에요...

짱구아빠 2005-04-14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초중학생 정도일 때만 해도 주변에서 테니스를 즐기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울 아부지,사촌 형(이 형은 학교 대표선수도 했구요)등등) 그런데 요즈음은 테니스를 친다는 사람을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있던 테니스 코트도 다른 용도 전용되는 경우가 많구요.. 제가 지금 배우고 있는 스쿼시도 배우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 코치라든지 운영하시는 분들이 전업을 고려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습니다. 라켓 운동 수요자들이 줄어드는 추세가 분명한 것 같아 안타깝더라구요..
대신 골프를 배우는 사람들은 셀 수도없이 많은 것 같습니다. 주말이면 꼭두새벽부터 골프장으로 향하는 이들도 많구요.. 그런데 운동의 효과라는 측면(짧은 시간에 많은 땀을 내고 칼로리 소모를 극대화하는..)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골프장 하나 세울 면적이면 테니스 코트나 스쿼시 코트는 수도 없이 많이 만들수 있다는)을 생각하면 골프에 경도되는 경향들이 반갑지 만은 않네요.. 요새는 스쿼시 치러가도 같이 칠 사람이 없어 벽만 치다 오는 경우도 종종 있고,주변에서 하도 골프 타령들을 해대서 배워볼까 생각도 들긴하지만 그래도 운동을 하고 나면 땀을 홍건히 흘리고 숨을 헐떡일 정도는 되어야 재미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골프에 얼마나 흥미를 붙일지는....

드팀전 2005-04-14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테니스 좋아해서 29살에 6개월 레슨을 받았습니다.초반에 코치가 체력이 많이 약해졌다며 얼마나 똥개 훈련을 시키던지...아시죠.네트 쪽으로 몰아놓고 또 로브..
" 잡아...." 그러면 진짜 뭐빠지게 뛰어가서 간신히 넘깁니다.그럼 발리로 또 앞에다 툭떨어뜨리고..."뛰어..." 그럽니다.간신히 넘기면 '나이스'...진짜 개거품물었지요.^^서브도 좀 들어가기 시작하고 백핸드도 좀 되나 싶었는데....갑자기 일이 바뀐겁니다.(그전에는 밤근무를해서 오전에 시간이 좀 났는데)퇴근하면 8시넘어버리니....그이후 수년이 흘렀는데 제대로 한번도 치지 못했습니다.지금도 다시하고픈 맘은 있는데 다시 배워야될것 같아요.작년인가 한번 후배랑 가서 했는데 하여간 대충은 알겟는데 그 미세한 밸런스가 맞지 않고 타이밍도 영....다 꽝된거죠.
요즘도 우연히 동네 테니스장에서 사람들보면 한참 바라보게 됩니다.테니스가 안좋은게 누가 같이 쳐야된다는 거 같아요.농구같은건 공들고 혼자가서도 할 수 있는데.벽치기는 몇십분하면 지겹고...

하루(春) 2005-04-1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다시(중학교 이후) 테니스를 할까 생각중인데... 이거 보니까 더 배우고 싶어지네요.

인터라겐 2005-04-1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아침 출근길에 남편하고 테니스를 배워볼까하는 얘길 했어요..
두사람의 공통된 취미가 없어서 뭘할까 고민하던중 자전거를 사서 한강까지 타고 가고 거기서 테니스를 치고 오자 뭐 이런 얘기들.... 그런데 둘러보니 테니스장이 많이 없더라구요..제가 아는곳은 딱 2곳이예요...구반포에서 현충원방향으로 꺽어지는곳에 있는 테니스코트장하고 한강대교 넘다 보면 있는 코트장... 학교소운동장에서 테니스를 즐기던 선생님들 모습이 생각났는데 아침에 보니 테니스코트장이 주차장으로 바뀌어 있더라구요... 스쿼시는 배워봤지만 늘지를 않아서 관뒀답니다. ㅎㅎ
그런데요...골프치는 마태님은 상상이 안가는데 테니스치는 마태님은 상상이 ....헉헉거리면서 코트를 가로지르는....

하루(春) 2005-04-1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드팀전님 말씀 듣고 보니, 다시 고려해봐야 겠네요. 파트너 그냥 아무나 구해서 치면 안 되나요? --;;

paviana 2005-04-14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이바니세비치를 좋아했어요..
왜냐고요? 잘생겼잖아요..
단순한 저에게 뭘 더 바라시는건 아니겠지요..
테니스 코트가 사라진건 세금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테니스장에 세금을 별로 안 먹여서 노는땅을 코트로 많이 사용했다고 하더군요...흙만 잘 고르고 별다른 장치없이 쓸 수 있으니까요.
그랬는데 테니스장에도 세금을 매기기 시작하면서부터 건물을 짓기 시작했대요..

moonnight 2005-04-14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서울엔 개봉했군요. ^^;(문화격차를 실감 -_-;)
저도 보고 싶은 영화인데, 재미있겠어요. 저도 테니스를 좋아하거든요. 보는 것만이지만. ^^;
근데, 정말 리뷰가 상세하시네요 +_+ 메모를 하며 영화를 보신다는 말씀. 실감납니다. 잘 읽었습니다. ^^

2005-04-14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안 2005-04-1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8서울 올림픽때 슈테피 그라프를 보고 테니스를 배우기로 결심 했었죠. 그리곤 얼마나 열심히 했었는지....볼 주고 받을 정도 되었을땐 주위에서 " 사바티니"라는 별명을 붙여 주기도 했죠. 그때가 생각 나는 군요.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꼭 봐야 겠어요~

마태우스 2005-04-1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은님/그라프 그때 대단했죠. 그런데 사바티니란 선수, 미녀스타로 알려진 분인데 님의 별명이 사바티니군요!!
문나이트님/개봉했었구 지금쯤은 종영했을 겁니다. 영화 보면서 내내 적기만 했어요^^
파비아나님/서비스가 세기로 유명한 그 선수, 반항적으로 생긴 남자를 좋아하는군요.... 아아 세금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니. 테니스코트가 벌면 얼마나 번다고...
하루님/용기를 내십시오. 님처럼 파트너에 목마른 사람이 꽤 많습니다. 저도 십년째 꾸려나가는데, 가장 어려운 게 누구랑 치는가예요. 구해놓으면 부상으로 이탈하고 그래서 고생이 많았죠. 잘치게 되면 저희 팀에 합류하심 어떨까요?^^
인터라겐님/제가 보기보단 몸이날렵하다니깐요!! 글구 부부끼리 테니스 치면 안됩니다. 둘다 잘치면 좋지만, 안그러면 사이가 더 나빠질 수도.... 다른 여자는 참아도 자기 부인은 못참는 게 남자들 아닙니까. 글구 한강대교 중간에 있는 테니스장이 바로 중지도 코트고, 이번에 없어진 곳이랍니다.
드팀전님/파트너 만드는 거 참 어렵죠. 동네 테니스장에서 다른 사람 치는 거 바라보는 건 저랑 똑같네요^^
짱구아빠님/저도 같은 이유로 골프는 싫어요. 게다가 왔다갔다까지 합하면 하루종일 걸리잖아요. 운동은 역시 숨이 가쁘고 힘들어야 한다는..... 그나저나 테니스 칠 곳이 점점 없어져 가는 건 슬픈 일이어요
플레져님/이 영화 주연들의 경우 실제로 배우기도 했고, CG도 많이 썼답니다
매직님/거친 테니스를 치기엔 님이 지나치게 우아하죠^^
마녀님/제가 좋아하는 주제라서요^^
 

 

 

 

 

달리기가 좋다는 건 다 알지만, 실제로 달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뜀박질이란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이고, 완주 후에는 기쁘지만 뛰는 동안엔 지겹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달리기의 성패는 어떻게 하면 지루함을 잊을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헬스장의 러닝머신 앞마다 TV가 설치되어 있는 이유도 TV에 집중을 하면 덜 지루하기 때문이다.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를 열심히 하기로 한 나, 토요일 오전마다 올림픽 공원을 한바퀴-5킬로쯤 된다-돌고, 시간의 여유가 허락한다면 출퇴근길에 버스를 탈 거리를 달려서 간다. 헬스장과 달리 길가에는 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니, 머리속으로 온갖 즐거운 상상을 해야 한다.


노래도 불러보고, 글 쓸 소재도 생각해보고 그러다, 얼마 전부터 나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강남에 빌딩을 23채나 가진 재벌2세 이야기로, 대충 요약하자면 이렇다. 의대를 졸업한 후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정민(두글자다)은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변호사가 된다. 다달이 27억씩 나오는 임대료 수입으로 뭔가 사업을 벌이기로 한 정민은 의료소송을 전담하는 법률회사를 세우고, ‘미래와 희망’이라는 산부인과 병원을 만들며 큰 돈을 번다. 무술의 달인인 보디가드 둘이 그를 수행하고, 절세의 미녀 다섯명으로 이루어진 비서 팀이 정민을 수행한다. 비서 팀의 팀장인 최연화는 정민을 사모하며 자신의 마음을 그가 알아주기를 바라지만, 같은 팀의 왕지현을 비롯해서 그를 짝사랑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고는 괴로워한다. 다달이 불어가는 수익을 감당할 수 없던 정민은 점점 사업을 확장해 나가며 영화 쪽으로도 손길을 뻗치는데, 그 과정에서 연예인들과 어울리게 된다. 가수 유니는 공개적으로 좋아한다고 프로포즈를 하지만, 정민은 “마음만 받겠다”며 그녀의 구애를 거절한다....


현재 진행된 얘기는 여기까지다. 쓰고 보니 나도 어이없어서 웃음만 나오지만, 이 얘기를 혼자 하다보면 괜시리 즐거워져 달리기의 고통 따위는 잊게 된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얘기지만 나 혼자만 듣고 마는 거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 일은 하나도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이렇게 혼자 웃다 끝낼 얘기를 굳이 시나리오로 만들어 드라마화하는 작가들이 제법 많다는 것. 재벌 2세가 등장하고 시각 장애자가 눈을 뜨며, 건강하게 살던 애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등 우연적인 요소가 판을 치는 <슬픈 연가>를 비롯해서 기억상실, 재벌2세, 계모의 박해 등 전래동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천국의 계단> 등 보고 있자니 짜증이 나서 더 이상 못봐주겠는 드라마가 얼마나 많은가? 


먼저 이야기가 유치한지 아닌지 아는 것이 중요하겠고, 유치한 걸 안다면 전 국민이 다 듣게 하기보다는, 그냥 혼자 얘기하고 즐기면 될 일이다. 말이 안되는 신파극만 계속 남발한다면, 내 이야기를 드라마화 해버리는 수가 있다. 정민 역에 권상우를, 최연화 역에 김희선을 써서 드라마로 만든다면 <슬픈연가>가 기록했던 20% 시청률은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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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5-04-1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드라마라는게 왜 그렇게 유치할 수 밖에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아마도 절대로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법한 일들만 모아놔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만 더 현실적이면 좋을텐데...^^

2005-04-11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verick 2005-04-1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드라마로 제작하는데 성공하시길 빕니다. 절세의 미녀다섯명으로 이루어진 비서팀.. 꼭 보고 싶습니다.. 쿨럭 - -;

물만두 2005-04-11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풋... 시트콤으로 바꾸시면 30% 보장합니다^^

노부후사 2005-04-1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숨은아이 2005-04-11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대를 나와서 사시에 합격... 이 대목에서 뒤집어졌어요. 크하하!

ceylontea 2005-04-11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60,000이 넘어버렸어요...

60,000 잡아드릴라구 했었는데... ㅠ.ㅜ

여튼 토탈 방문자수 60,000 돌파를 축하드려요...

9160015


울보 2005-04-1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네요..
님들의 댓글도 재미있어요..

날개 2005-04-1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 요즘 글에는 가수 유니가 빠지지를 않는군요..ㅎㅎ

하루(春) 2005-04-11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니와 만날 수 있도록 주선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듭니다.

비로그인 2005-04-11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달리기 할 때는 마태님같은 멋진 시나리오를 공상하면서 달려볼까봐요 ^^
정말 덜 힘든거 맞죠?

kleinsusun 2005-04-12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재미있네요.
근데 저...정말로 의대 나와서 사시 합격한 남자 알아요.
마태우스님의 드라마와 다른건...재벌 2세가 아니고, 재벌 2세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남자라는 것...
이 기회에 드라마 작가로 데뷔를?

엔리꼬 2005-04-12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와 관련된 내용이 2가지나 나오네요.. 뜨끔했어요..

moonnight 2005-04-1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에야 용기를 내어 마테우스님의 글에 댓글을 쓰게 되었어요. ^^;
안녕하세요. (__);;
그런데 예전부터 느꼈지만 좋아하는 스타일이 좀 독특하신 듯. ^^;
웃으면서 님의 머릿속 이야기를 읽긴 했지만 마테우스님의 말씀처럼 요즘 티비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들의 유치함과 엽기적 상황설정은 어처구니없을 정도인걸요 뭐. 권상우와 김희선씨가 주연이고 왕지현은 전지현씨인가요? ^^; 유니도 출연하고. 초호화캐스팅에 엄청 인기있을 거 같은데요? ^^

marine 2005-04-12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는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 바로 달리기, 혹은 걷기입니다 다른 운동은 적어도 도구가 한 가지쯤은 있어야 하고, 배우기도 해야 하지만, 달리기는 신발만 있으면 되는 진짜 심플한 운동이라 저처럼 귀차니스트들에게는 딱인 것 같아요 그런데 헬스 클럽에서 뛰는 것 보다 밖에서 뛰거나 걷는 게 훨씬 재밌는 것 같아요 일단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는 목표가 있고, 주변 풍경도 돌아 보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거든요 옛날에 한참 걷기에 재미붙였을 때는, 시내까지 버스 안 타고 걸어 다녔어요 (대락 1시간 남짓) 그 때 살 무지하게 빠졌는데... 저도 걸어 가면서 온갖 스토리를 상상한답니다 ^^

2005-04-13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4-1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헬스클럽보다야 밖이 좋죠. 그런데 마땅히 뛸 곳이 없다보니...저 같으면 예전에는 여의도공원에 차를 타고 가서 뛰었답니다. 그리고...1시간 걷기로 살이 빠진다니, 놀랍습니다. 전 걷기의 효과를 그다지 믿지 않거든요.... 님의 스토리도 공개해 주세요!
문나이트님/그럼요, 잘만 된다면 시청률 30%도 문제없어요^^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님 서재에 가봤더니 좋은 글이 너무나너무나 많더라구요
서림님/님 얘기가 나온다구요? 혹시 강남에 23채의 빌딩을 거느린...??
수선님/호호, 그렇군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진짜 있는데요, 지금쯤 어디서 뭐하는지........ 의사와 변호사 둘다 자격증 있으면 100% 변호사를 하더군요.
고양이니임/그럼요. 전혀 힘들지 않고요, 오히려 웃음이 나옵니다
하루님/아주 바람직한 태도십니다^^
날개님/그 그게요............ 아 들켜 버렸다...
울보님/그럼요, 알라디너 분들의 댓글은 예술로 승화될만한 게 많습니다
새벽별님/앗 아시는군요! 그 병원이 참 마음에 들어서요 소설 속 병원으로 정했어요
실론티님/여러가지로 감사합니다. 삐지셨을텐데도 여전히 들어와 주시고...
숨은아이님/호호호 일어나셨나요??
에피님/님이 그렇다면 그건 진리겠죠^^
만두님/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매버릭님/빨리 로또가 되어 비서팀을 짜보겠습니다. 한번 되서는 안될 것 같지만...
플라시보님/제 말이 그말입니다....

하얀마녀 2005-04-15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행된 얘기, 너무 유치해서 재미있어요. 큭큭큭....

마태우스 2005-04-16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유치...하죠?? 유치의 극치는 아름답다고 누가 그랬어요^^
 

 

 

 

 

* 사실 이 글은 언젠가 했던 주장의 재탕입니다.

--------------

<폰부스>라는 영화는 어디 있는지 모를 저격범에 의해 공중전화 부스에 갇힌 남자(콜린 파렐)의 수난기를 그리고 있다. 거기서 주목할 장면. 남자가 공중전화를 지나치게 오래 쓰자 화가 난 여자들이 ‘기도’를 데려온다. 기도는 방망이로 전화부스를 두들겨 깨고, 남자의 멱살을 쥐고 흔든다. 그런 남자에게 저격범은 “내가 해결해 줄까?”라고 재차 묻고, 남자는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기도는 저격범이 쏜 총을 맞고 몇 걸음 걷다가 즉사하는데, 신기한 것은 여자들의 반응이다.

“나쁜 자식, 죽이기까지 하다니!”는 흔히 있는 반응이라 쳐도, “저 자식이 쐈어요. 내가 봤어요” “권총을 갖고 있었어요”라고 경찰한테 말하는 건 전화만 걸고 있던 남자로선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들이 직접 봤다는데 “내가 총이 어딨냐”고 아무리 우겨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인간에겐 만물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지만, 사람은 거기에 자기 마음을 더해서 사물을 바라본다. 족구를 하다가 아웃이냐 세이프냐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일이 흔한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십년쯤 전 내 여친이 차를 몰다 교통사고를 냈을 때, 옆자리에서 똑똑히 지켜본 나와 다른 목격자들의 증언이 180도 틀린 것도 내 생각처럼 “일부러 거짓말 하는 것”만은 아니었을거다. 다시 얘기하지만 사람은 자기가 믿는만큼 보고, 자신의 신념을 눈을 통해 재확인하는 경향이 있다.


꼭 눈만 그런 게 아니다. 작년 여름이 오기 전, 언론에서는 ‘십년만의 더위’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막상 작년 여름의 더위는 십년 전의 그것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밤 12시에도 30도를 넘는 불볕더위, 에어콘이 동이 나고 사람이 죽기까지 했던 그 더위에 비하면 작년의 더위는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 94년 7월에는 밤에 30도를 넘는 ‘열대야’ 현상이 27회나 있었던 반면, 작년 여름에는 단 세 번에 그쳤다는 통계도 그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올 여름은 정말 덥다”며 손사래를 쳤고, 심지어 ‘94년보다 더 더웠다’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십년 전 기억을 잊어버린 것도 한 이유가 되지만, ‘십년만의 더위’를 소리높여 외친 매스컴과 거기에 세뇌당한 사람들의 습성이 더 큰 이유이리라.


여름으로 치닫는 4월, 올 여름은 “백년만의 무더위가 올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누가 그러냐고 물으니 주위 사람들이 다 그런단다. 작년은 십년만의 더위, 올해는 백년만의 더위?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난다. 해마다 더위를 강조하는 게 혹시 에어콘 회사들의 농간은 아닐까? 십년만의 더위로 작년에 짭짤한 수익을 올렸으니, 올해도 비슷한 전략을 펴는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에서 봄이 실종되고 5월부터 9월까지 근 5개월간 여름이 지속된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올 여름은 정말 덥다”는 호들갑이 아니더라도, 최근 우리나라의 여름은 늘 더웠다. 백년만의 더위 운운에 현혹되지 말고 그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지어다. 덥다 덥다 하면 더 덥게 느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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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0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4-1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어컨 회사에서 붙인 플랜카드에서 백년만의 더위 어쩌고 하는 광고문구를 본 것 같습니다. 올해가 백년이니 내년에는 천년만의 더위 또 그 다음해에는 인류역사상최대의 더위가 되겠군요.^^

▶◀소굼 2005-04-10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서 그 백년만의 더위를 말했던게 외국 박사였던거 같았는데 그에 대한 반론을 한국 박사가 했었던걸 본적이 있어요. 에어콘회사들로서는 꽤 괴씸했을거에요 한국 박사가;;

sooninara 2005-04-1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4년 여름 잊혀지지가 않아요..그때 아이들을 가르쳤는데...집에 아이들이 없는겁니다. 너무 더워서 시원한 집으로 엄마 포함 가족 모두가 피난을 가버려서..밤에 돌아오더라구요..ㅠ.ㅠ
다가구 주택등은 주인집이 3층등 제일 높잖아요? 그곳에 하루종일 더위가 안가셔서 앉아 있질 못하니 다른집으로 피난을 가더라구요..요구르트아줌마들도 만나면 이렇게 더운것은 처음 본다고..정말 작년은 장난 수준이었죠^^

클리오 2005-04-1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만큼 본다'고 어떤 사람이 그랬지만, '보고 싶은 대로 본다'는 마태님의 주장에 저도 100% 동의합니다. ^^

포도나라 2005-04-1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생각을 때리면서 웃음도 나오는 글이었습니다..
정말 사람은 자기 생각대로 사물을 보는 게 아닌가 싶네여...
그치만 한국의 더위는 이곳의 더위에 비하면 그냥 예쁘게 봐줄 수준이져...
근데 이 곳 사람들은 이렇게 덥기 때문에 오히려 십년, 백년에 속지 않을 것 같습니다?! ㅋㅋ

라쇼몽 2005-04-10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4년도에 어느 여름날, 충동적으로 반팔 옷 몇 벌의 소매를 가위로 오려냈던 기억이 납니다. 하도 겨드랑이에 땀이 차서 견딜 수가 있어야죠. 좀 시원하더만요.

sweetmagic 2005-04-1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여름은 정말 더울 거예요

하루(春) 2005-04-1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오, 수정'이란 영화가 떠오르네요.

ceylontea 2005-04-11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중으로 60,000 이 되지 않을까요??

459928


2005-04-11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엔리꼬 2005-04-1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4년 여름... 군복무 시절의 뜨거웠던 여름날들이 기억나는군요.. 부대에서 경비병으로 근무했는데 초소 안이 어찌나 더웠던지..... 그런 날은 퇴근해서 집에서 샤워를 샤샤샥 (단기사병)

마태우스 2005-04-1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댓글만 봐도 끈끈해져요...^^
실론티님/앗 그렇군요. 상황이 많이 어려워서 이벤트는 안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죄송.
하루님/앗 전 그 영화 안봤어요.... 제 글이 수정같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매직님/안되요 전 더위에 약하단 말이어요!
황게으름동이님/오오 그런 파격적인 행동을..... 멋지십니다!
여행자의 노래님/혹시...사막 사시나요???? 글구 제가 인사는 드렸던가요??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나중에 갈께요. 지금 좀 시간이...
클리오님/전 클리오님과 소주 대병을 마셔야 한다는 것에 100% 동의해요.^^
수니님/아 다들 그 당시 추억이 있으시군요... 3층은 시원한 줄 알았어요
따우님/지금은 에어콘 없음 못살지요.....인내심이 부족해져가지고요
소굼님/아 그게 외국박사가 한 얘기군요.... 음, 신문을 안봤더니...'
플라시보님/갈수록 과장이 심해지는군요^^

하얀마녀 2005-04-1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4년 여름이 그렇게 더웠는 줄 전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그 때 군인이었거든요. 여름은 원래 더운거고 어차피 철조망 안 쪽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곳이라는 생각이어서요. 작년 여름도 덥긴 더웠죠. 에휴, 올 여름은 어떻게 날 지... ^^
그런데 왠지 저도 에어콘회사의 농간이 의심스럽습니다. -_-+
 

 

 

 

 

일시: 4월 8일(금)

누구와: 미녀 둘과

마신 양: 소주, 겁나게 많이


수요일에는 일하다 밤 12시 반에 들어갔고, 목요일에는 술을 마시다 새벽 두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갔다. 금요일엔 6시에 일어나 표진인을 차에 태우고 천안까지 운전하고 갔다 왔으니, 얼마나 피곤했겠는가. 그러니 금요일 저녁으로 예정된 술자리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두부김치와 파전을 안주삼아 소주 한병여를 비웠을 때만 해도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고, 이러다 쓰러지면 어쩌나 싶었다. 더구나 같이 마시던 미녀 둘이 모두 달리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지라, 소주 한잔 받아놓고 십분씩 버티는 건 애당초 불가능했다. 그래, 죽자. 이런 생각으로 몇잔을 들이켰을 때, 난 내 몸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윤택 같으면 ‘그분이 오셨어요’라고 얘기할 만한 그런 상황. 소주가 달게 느껴지고,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12시쯤 일어나 한명을 보낸 뒤 근처 술집에 가서 2차를 했다. 그때도 난 아주 멀쩡했고, 거뜬히 한병을 비웠다. 한시 반이 넘어 집에 가서는 곤히 자는 다른 친구를 전화로 깨우는 심술을 부린 뒤에야 잠이 들었다.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어제가 처음은 아니다. 술을 오래 마셔본 사람이라면, 또 나처럼 온몸을 던져서 마시는 사람이라면 서너번, 혹은 너댓번 그런 경험을 한단다. 내가 전에 이런 기분을 느낀 것은 십년쯤 전 지도교수와 술을 마실 때였다. 그때 난 갑자기 초인이 된 것 같았고, 원샷을 여러 번 했지만 끄덕도 없었다. 소주 주량이 다섯병인 지도교수는 내게 넘기 힘든 벽이었지만, 그날의 난 달랐다. 평소 주량이 두병이 못되지만 그날은 나 혼자서 세병은 넘게 마셨던 것 같다. 교수님은 그 다음날, 힘들어 죽겠다며 방문을 잠그고 오전 내내 주무셨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했다. 그리고는 그분이 날 떠났다가 어제 홀연히 나타난 것이다. 무려 십년만에.


여기서 이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라. 열과 성을 다하면 그분은 오신다’

이왕 오신 거, 좀 오래 머물면 좋겠다. 오늘 난 역시 피곤하고, 저녁에 미녀 둘과 술 약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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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5-04-09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비도 오고 글도 막 땡기시는가 보군요^^;원래 이정도 쓰셨던가...-_-a;
오랜만에 봐서 헷갈리네요

마태우스 2005-04-09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굼님/어머 밖에 비와요??? 몰랐습니다.... 글쿠나. 비오는구나..... 페이퍼는...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못썼던 거 쓰고 있답니다. 이제 두개만 더 쓰면 되는데.... 아, 선보러 갈 시간이어요. 나머진 내일 써야겠네요.

물만두 2005-04-09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쌍커플만들었더니 글이 안보이고 눈이 빡빡합니다 ㅠ.ㅠ

날개 2005-04-09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일당 10만원이라던 선 보러 가시는 거예요? 부디 좋은분 만나시길...ㅎㅎ
근데, 마태님 주변에는 온통 미인이군요..^^

울보 2005-04-09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보러 가세요..
비가와서,,,
더 좋으시나..
아무쪼록 그녀가 님의 이상형이기를 ..
술 정말 좋아하시나봐요,
아마 님의 여친은 꼭 님의 그 술을 같이 즐길줄알아야 할것 같아요.

클리오 2005-04-09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 분이라... ^^

부리 2005-04-0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청주에도 그분이 한번 왕림하셨으면 좋겠어요^^
울보님/그거 중요하죠. 술을 못해도 분위기는 즐길 줄 아는 그런 여자...
날개님/그러게 말입니다. 왜 그렇게 일이 꼬이는지 모르겠어요^^
물만두님/쌍거플은 당장은 불편하고 어색해도, 결국엔 도움이 됩니다. 힘 내세요

노부후사 2005-04-09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7번째이니... ㅋㅋ

줄리 2005-04-09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분' 이 실존하시는군요.... 마태님 말은 믿으니까요~ 근데 마태님은 부리님한테 댓글에 답하라고 시키시고 어디에 가셨을까나^^

2005-04-09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4-10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핫. 전 요즘 그분과 함께하고 있어요.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는 삶이여 앗싸^^

하루(春) 2005-04-1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그 분이 오셨던 것 같은 기억이 가물가물... 아니, 제게 새로운 분이 오신 걸까요? ^^;
 

 

 

 

 

일시; 4월 7일(목)

마신 양: 겁나게 많이...


술을 매일 마시면 사람이 지친다. 못해도 이틀에 한번은 쉬어 줘야 한다. 지난 목요일은 원래 쉬는 날이었다. 그런데 나처럼 술의 길로 접어든 사람은 쉬고 싶다고 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일 때문에 천안에 온 친구가 나더러 한잔만 하잔다. 그의 차를 타고 우리 동네까지 왔다. 곱창을 먹자고 했다.


내가 아는 곱창집 중 맛있기로 유명한 ‘황소곱창’에 갔다. 원래 그 집은 길 안쪽에 있었는데, 상암동에 월드컵 경기장이 지어지면서 도로를 넓혀야 할 일이 생겼고, 그 바람에 곱창집 앞의 건물이 헐리는 바람에 차도로 나와버린 것. 입지가 더 좋아졌으니 안그래도 사람이 많던 그집은 아예 발디딜 틈이 없어져 버렸다. 식탁마다 꽉 들어찬 손님들, 바쁘게 뛰어다니는 종업원들, 그들을 부르는 손님들의 고함소리,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돈을 잘 벌면 기분이 좋아야 하거늘, 그집 사장(여자다)은 늘 죽상이다. 내가 갔을 때도 종업원들을 야단치고 있었는데,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지 모르겠다. 손님들한테 밝게 웃는 적은 한번도 없고, 계산하려고 카드를 내밀어도 잠시 째려보다 확 낚아챈다. 사람들 대부분이 친절한 맛없는 집보다 불친절한 맛있는 집을 택한다는 걸 지나치게 믿는 것일까. 주인이 그러니 종업원들도 별 차이는 없다. 곱창을 시킬 때면 잽싸게 달려오지만, 물을 더달라거나 참기름을 더달라고 하면 알았다고 해놓고 오지도 않는다. 아니, 종업원을 부르는 것도 무진장 힘들다. “여기요”를 아무리 외쳐도 바쁜 종업원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나보다. 그런 걸 감수하면서 묵묵히 곱창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 진리는 창자 속에 있는 것일까.


소주 한병씩을 나누어 마셔 알딸딸한 기분에 난 내가 아는 미녀에게 전화를 했고, 그녀와 2차로 소주를 마셨다. 미녀와 마셔서 좋았긴 한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실수한 건 없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좋은 시간을 추억으로 남기지 못했다는 게 영 속상하다.


* 참고로 나와 술을 마신 친구는 “왜 여기가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오는 것일 뿐, 그 집 곱창에 특별한 맛은 없다고 했다. 그 친구는 내게 그 곱창집의 존재를 처음 알려줬던 친구인데, 입맛이 변했나?


** 자석의 N극과 N극은 서로 밀어낸다. 곱창은 많이 먹으면 장에 부담이 되어 설사를 유발한다. 난 그 친구와 염통, 곱창, 그리고 양짓머리를 먹었고, 나중에 그 집의 별미인 볶음밥을 먹었는데, 미녀를 만나러 가기까지 무려 4차례나 설사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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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4-0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를 계속 쓰시고 계시는군요.. ^^ 근데 미녀와 만나고 나서는 설사가 그치셨나요?

울보 2005-04-0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우리는 바로 안가는데..
주인의 인상이 별로인데도 장사는 잘되네요..
맛이 있어서 인가...
아니면 .왤까?

마태우스 2005-04-09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곱창은 맛 없으면 먹기 힘들잖아요. 맛있는 곱창집이 드문 현실이 우리를 그집에 계속 가게 만듭니다...
클리오님/네.........사실은 한번...........................

sooninara 2005-04-09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다음번 번개는 그곳에서^^
저 곱창 좋아해용..그런데 그렇게 불친절하다면...흠...어쩐데..

라쇼몽 2005-04-09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댁이 그 근처로군요. 저도 올 초까지 서교동에 살다가 파주로 이사했는데 가끔 황소곱창 집 생각이 납니다. 주인이 불친절해도 맛은 참 고소하고 쫄깃쫄깃하지요. 근데 곱창이 좀 비싸서 자주는 못가게 되더군요. 하여튼 곱창에 쇠주 한 잔 마시면 세상에 부러운 것 없지요.

줄리 2005-04-09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나서 한번두 곱창을 안먹어봤다면 믿으실려나? 그거 맛있나요?

포도나라 2005-04-1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이야 어떻건 맛있으면 장땡~...
제가 지금 생활하는 동네의 사상(?!)하고 왠지 비스무레~~한 집이네요...
ㅋㅋ

하루(春) 2005-04-10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술 페이퍼를 보면서 부러운 점 딱 하나 있습니다. 전화 한통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술친구들이 많은 것 같군요. 아무래도 전 인생 헛 산 듯... --;;

paviana 2005-04-11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집 저도 가봤어요..겁나게 비싸서, 딱 한번 가구 담부터 안가요..
아니 못가요 ..ㅠㅠ
비싸지만 비싼만큼 친절하고 더 맛있는 양곱창집이 봉은사 뒤에 있어요..

마태우스 2005-04-1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어머 제 홈그라운드에 오셨다구요? 오셨으면 연락을 하셨어야죠!! 담에 그집서 곱창이라도....
하루님/제가 그 친구들 조직하느라고 이십년을 바쳤다죠 아마^^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여행자의 노래님/친절도보단 맛이죠^^ 그래도 이왕이면 친절한 게 좋은데...
줄리님/믿습니다. 글구 곱창 못드시는 분도 있죠...생각해보니 곱창은 우아한 님과는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더라구요
황게으름동이님/곱창에 쇠주...캬.....
수니님/빈자리가 없어서 안돼요.....언제 한번 오붓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