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진인이 우리 학교 특강을 왔을 때, 디카로 내 연구실을 몇장 찍었다. 그 중 한 장을 내게 보내줘서 여기 올린다. 혹시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개업을 한 진인이는 학생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교수가 대단한 거죠. 전 보증금이랑 임대료 합쳐서 조그만 방 얻었는데, 서민은 돈 받아가면서 넓은 방에 있잖아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신촌의 심장부에 널따란 진료실을 가진 진인이가 ‘부’에서 어찌 나랑 비교가 되겠는가.


-사진을 찍힐 때 내 컨셉은 대충 귀여운 척이다. 바탕이 귀엽지 않은데 귀여운 척만 하니 못봐주겠다는 사람이 많지만, 그래도 그 표정이 내겐 가장 봐줄만한 표정이다. 약간 놀라는 척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뜬-눈이 작아서 그런 거다-전형적인 포토제닉 포즈.


-전에 회의를 할 때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벽에 붙은 흰 종이들은 다 내가 그린 그림들이다. 참고로 말하면 그림들 중 두장은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 500원씩에.


-내 방은 정말 지저분하다. 외부 인사가 오면 내 방에 못들어오게 하고, 다른 교수가 날 좀 보자고 방으로 간다면 한사코 “제가 갈께요!”라고 말하는 것도 다 그 때문. 사진으로 보니까 좀 나아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어지러워 죽는다.


-왼쪽에 걸린 예쁜 시계는 수니나라님의 작품이다.

-왼쪽 위에 노란 색으로 빛나는 게 물 끓이는 거다. 작년에 우리 병원 십주년 기념으로 하나씩 받았는데, 저걸 이용해서 가끔 컵라면을 끓인다.

-오른쪽 벽에 이효리 사진이 있다. 저 사진, 술집에서 술먹고 나가다 사진이 탐이 나서 달라고 했더니 정말로 줬다. 전에 내 여친이 왔을 때 이효리 사진을 보고 질투를 하기에 단숨에 떼었었는데, 헤어진 다음에 다시 붙였다.

-컴퓨터 프린터는 휴렛 패커드 건데, 뭐가 고장이 났는지 인쇄가 한 장씩밖에 안된다. 다시 말해 30장을 뽑는다고 하면 인쇄 설정을 현재면으로 하고 한 장씩 뽑아야 한다. 웬만하면 고칠만도 한데, 뚝심좋은, 사실은 게을러 터진 난 그냥 그렇게 쓴다.

-밑에 보이는 회색 의자는 뒤로 제끼면 제껴지는 편한 의자다. 발 놓는 곳도 따로 있어서 연구실서 자기엔 최적이다. 그래도 낮에 잔다는 게 좀 쑥스러워, 진짜로 잔 적은 두 번밖에 없다.


-컴퓨터 뒤에 검은비님이 그려준 그림이 있다. 내 생각에 굉장한 명화인데, 벽에 걸었다가 못이 워낙 부실해 떨어져 버린 뒤부터는 그냥 책상 앞에 세워 둔다.

-왼쪽에 네모난 물체가 바로 난로다. 원래는 가스로 따뜻하게 하는 건데, 가스가 다 떨어진 지 오래다. 가스를 충전하기엔 내가 너무 게을러 그냥 방치해 뒀는데, 가스가 없어도 위에서 제법 따뜻한 바람이 나오니 꽤 쓸만하다. 아버님이 병환으로 사무실을 정리할 때 업어왔다. 회색 의자와 함께.


뭐, 이만하면 대충 설명이 된 듯하다. 내 목표는 이 방을 오래도록 지키는 거지만, 모르겠다. 8월달에 방을 빼라고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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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4-23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ㅁ<)/ 꺄악- 너무 귀여우신 거 아닙니까, 우리 마태님!
이걸로 추천 백만번 받아서 주간 서재의 달인 1위에 등극하실려고 그러시는 거죠!
저도 마태님 그림 보고 시퍼요. ^^

인터라겐 2005-04-2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전 산사춘 광고 포스터만 눈에 들어오는걸요...
그리고 저 편해 보이는 의자 제가 찜했어요...마태님 방 뺄때 필요없음 전화한통만 하세요... 1톤 트럭도 준비되어 있어서 30분내 달려갑니다..
(ㅋㅋ 방빠지라고 고사지내는것 같죠?) 그리고 마태님 빨간색이 좋아지면 나이먹는거라네요...

울보 2005-04-2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님의 방구경왔으니 휴지는 없고 이봄 이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음 청소좀 하세요,,,아니지 정리좀 하세요,,,,그리고 화사하게,,,총각냄새 안나게..흐흐


날개 2005-04-23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보니까 더 적나라하게 보이는군요..^^ 직접 그렸다는 벽에 붙은 그림들도 다 보고 싶어요..

노부후사 2005-04-23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자가 부럽군요. 추천!

마태우스 2005-04-2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주의: 사진 클릭하지 맙시다. 너무 적나라하답니다!
날개님/그 그림들, 제가 디카만 있으면 다 찍는데....
울보님/앗 지저분하다는 게 저 사진으로 간파되시나요?? 예리하신 울보님..
인터라겐님/회색 의자, 다들 탐내더라구요. 하여간 전 인터라겐님께 드리겠습니다
판다님/제가 인형보다 이쁘다고 하니까 이러시는 거 다 알아요. 앗 지금 보니까 진짜 추천이 4개나......우와....

마태우스 2005-04-2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님/어머 다들 의자를 탐내시는군요. 늦었어요 이미 인터라겐님께...하핫.

인터라겐 2005-04-23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홋~

푹신한 의자에서 저런 장면을 꿈꿔도 되겠는걸요....ㅎㅎㅎ


panda78 2005-04-23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언제 저보고 이쁘다고 하셨나요, ^m^ 부리님이 그랬는데요. ㅎㅎ

진주 2005-04-23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며칠 전에 제가 리뷰에도 그렇게 썼는데요, [운전기술]이라는 책 표지 모델이 이효리였어요. 그 이효리 사진 봤더라면 정이 뚝 떨어졌을텐데요^^;(아래쪽에서 위로 구도를 잡아서 콧대 수술했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끔찍했어요)
그리고, 마태님 그림 잘 그리시네요. 자세히는 안 보이지만 확대해서 보니 윤곽은 보였어요.

날개 2005-04-2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마태우스님은 오늘 털짱님 번개 안가셨어요?

moonnight 2005-04-23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방구경 잘 했습니다. 학자의 방이란 느낌이 드는군요. (이효리사진이 좀..^^;)그림도 잘 그리시나봐요. ^^

비로그인 2005-04-2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마태우스님, 방 이미지가 마태우스님이랑 똑같아요. 엉거주춤 귀여워요!!

하이드 2005-04-23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도 충분히 어수선합니다. -_-v

2005-04-23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4-23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일 안쪽에 있는 사진은 툼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 아닌가요?^^ 수니나라님이 만들어주신 시계 이쁘네요. 그나저나 저 회색 의자 겁나게 편해보입니다. 제 사무실에도 저런게 있었더라면 좀 더 편하게 잤을것을. 흐흐. 전 왜 님처럼 낮에 자면 창피하단 생각이 안들었을까요?^^

2005-04-23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5-04-23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릭하면 크게 보인다구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셔서, 덕분에 마태님의 동그란 눈, 귀여운 표정까지 생생모드로 봤어여. 꺄악~ ^^ 저 의자, 진짜 탐나네요. 후르르짭.

BRINY 2005-04-24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교수님들 방은 사면이 책장이던데......??

줄리 2005-04-24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전에 영계인척 하신다는 말 취소할래요. 정말 영계같아요. 귀여우시고요 참 어려보이시네요. 근데 책상이 너무 작네요. 거기다 철제라니. 단대는 교수님들에게 더 좋은 책상을 사줘라. 라고 외치고 싶네요.

클리오 2005-04-24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방 빼라고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 하지 마세요~ ^^ 앉을 공간이 없이 책으로 가득차 있는 연구실들만 보니, 마태 님의 방은 정말 사람사는 방 같아 보입니다. 그리고, 효리 사진을 버리시지도 않고 모셔놓았다가 다시 붙이시다니.. 정말...^^

마태우스 2005-04-24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호호 클리오님은 지저분한 방을 좋아하시는군요^^ 효리 사진은...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 책장 위에 던져 놨었는데, 펴서 다시 붙였어요
줄니님/그게요...2000년 발령받은 사람들한테는 멋지구리한 책상과 인체공학적 의자, 그리고 식탁용 테이블을 줬는데요 제가 1년 먼저 들어가는 바람에.... 줄을 잘서야 한답니다^^
브리니님/죄송합니다....제가 책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다보니...하핫(어색한 웃음)
마냐님/이미 늦었다니까요. 인터라겐님하고 상의해 보시길. 저도 혹시나 해서 클릭해 보니까 제 본모습이 나와서 귀염성이 떨어지더군요 아아 클릭하지 말란 말 괜히 했어요....
플라시보님/툼 레이더 맞습니다. 예리하시네요^^ 글구 전 낮술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거든요.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다른 거죠 뭐.
속삭이신 분/저 역시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호호.
새벽별님/호오 그렇단 말이죠. 우리 정말 한번 모여볼까요? 새벽별님, 에피메테우스님, 또 누가 있더라.... 설마 클리오님??
하이드님/그래도 직접 보는 것보단 사진이 훨씬 정갈해 보입니다
복돌님/방 이미지가 엉거주춤??? 좋은 말인가요?
문나이트님/제가 그림은 좀 그립니다. 호호. 근데 보직 맡고나서부터 회의 때 그림 못그리게 되었어요..
날개님/네..다른 약속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진주님/아, 전 이효리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요, 저 사진을 좋아하는 거랍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강수연과 김정은, 그리고 유니랍니다. 빅스리...
판다님/제 마음도 부리와 같소!! 버럭!
인터라겐님/앗 제가 8월에 잘릴 걸 확신하신 듯...흑흑.

클리오 2005-04-24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중간에 저를 언급하시는 것은 혹 '작은 눈' 클럽입니까? 마태님이 언제 제 눈을 보셨습니까..? (뻔뻔,, 도리도리... --;;)

마태우스 2005-04-24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그래서 제가 '혹시'라고 그랬던 거죠. 님 저번에 눈 작은 클럽에 들어가겠다고 댓글에서 그런 적 있어요....

클리오 2005-04-24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그냥 고백이었을 뿐입니다. 흑흑... 아직 안주무시고 서재들을 돌아다니시는군요. 즐거운 서재여행, 편안한 밤!!

LAYLA 2005-04-24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얼굴 사진만 보다 전체사진을 보니 더 귀여우시네요!! 그런의미에서 추천..............................

마늘빵 2005-04-24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보다 되게 젊으세요.. ^^;

로드무비 2005-04-24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마음에 쏙 드는 방입니다.
쟁반 위의 퐁퐁까지......
추천이오!^^

가을산 2005-04-2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잠바에 효리 사진까지! 젊은 오빠시네요. ^^

하루(春) 2005-04-2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대박페이퍼군요.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
참, 효리 배신하고 유니에게 눈길 던지고 계신 거군요. 빛이 안 들어오게 블라인드 치시길 잘한 것 같아요. 빛이라도 들어오면 먼지 때문에 더했을 것 같은...
저 프린터 저희집에 있던 거랑 비슷한데, 저거 수리하느니 그냥 레이저프린터로 바꾸시는 게 훨씬 나을 듯 합니다. 저희집 것도 1장씩만 프린트 됐었어요.

비로그인 2005-04-24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모야 모야.. 10대 잖아...

비로그인 2005-04-24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고계신 셔츠가 보라색...?
잘 어울리시고 멋지세요 :)
센스있는 옷차림

stella.K 2005-04-24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반가워요 마태님! 보구싶당!^^

라쇼몽 2005-04-24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마음에 드는 방입니다. 제가 행정병으로 군복무를 했는데 당시 별명이 '책상 위 10cm'였습니다. 항상 책상 위에 온갖 잡동사니가 10cm 높이로 쌓여 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죠. 하지만 상관이 뭐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즉각 늪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뽑아내듯 뭐든지 잘 찾아냈답니다. 참, 그런데 사진을 보니 (실례되는 표현이 아니라면)꼬리를 흔드는 그 강아지와 꽤 닮았다는 느낌이...^^ 그리고 저와는 배 부분이 닮았네요.

비연 2005-04-2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귀여운 컨셉! ^^

마태우스 2005-04-25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아이 몰라몰라몰라!
황게으름동이님/오오 그래도 님은 잘 찾으셨나봐요? 전 뭐 찾으려고 하면 가슴이 철렁... 글구 제가 벤지랑 닮은 점이 있나봐요^^ 배는...저게 옷이 늘어진 거지, 실제 배가 아닙니다. 억울합니다.
스텔라님/호호 저두요!
고양이님/센스가 있다는 말은 거의 처음 들어본다는.... 우연히 잘 맞은 거예요.
하날라이님/왜 이러십니까 같은 30대끼리^^
하루님/프린터 토너 교체한 게 아까워서 그거 떨어질 때까지만 쓰려구요. 글구 저 이효리 그다지 안좋아해요. 사진이 예뻐서 걸어놓은 거예요. 보기 좋잖아요. 유니도 그 이상은 아닙니다.
가을산님/그날 우연히 빨간 잠바를 입었던 거구요, 효리 사진을 걸어놓은 건 아저씨다운 거 아닌가요??
로드무비님/호호 마음에 들어하시니 다행입니다. 제 방, 너무 부끄러워하지 말아야겠네요^^
앞락사스님/직접 보면 피부가 많이 상했답니다^^ 감사합니다
라일라님/님의 추천 한방한방이 서재 달인 30위로 내딛는 징검다리가 되어 주십니다. 감사합니다
클리오님/안자고 객기 부리다 망했습니다.... 박찬호 야구 보다가 다섯시에 잤는데, 그 바람에 테니스 지각했어요. 제 친구가 저한테 열댓번 전화했다는...

sooninara 2005-04-25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이거 너무 귀엽군요^^ 그리고 시계 안뺏기셨네요..
전 혹시 조교에게 뺏겼나했더니..
이번 번개에서 못 뵈서 너무 슬펐어요..ㅠ.ㅠ
분위기 짱이었는데...오즈마님도 나왔는데..다음엔 꼬옥 만나요

sooninara 2005-04-25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청주번개까지 평정하신다구요?
언제 천안 저 연구실으로 놀러가고 말거예요^^ 전철타면 가는뎅...

stella.K 2005-04-2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 갈 때 저랑 같이가요.^^
 

 

사랑에 빠졌을 때, 아니면 누군가를 좋아할 때 옆에서 코치랍시고 하는 애들이 있다. 그들은 마치 연애의 도사라도 되는 듯 훈수를 둔다.

“그러니까 으슥한 곳으로 몰아넣고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하지만 그 말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는 듯하다. 훈수꾼들은 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코치를 해주지만, 사람은 인구 수만큼이나 다르며, 그래서 모든 사랑은 다 개별적이고 특수하다. 사랑의 일반적인 법칙 같은 거, 난 그래서 믿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을 각각 일반화한 <화성에서> 어쩌고 하는 책도 당연히 난 싫어한다. 1권까지는 이해해 주겠는데 그말이 그말인 책을 4권까지 내는 배짱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걸까?


세 쌍을 결혼시키면 천당에 간다는데, 내가 소개해 줘서 결혼한 커플은 지금까지 딱 세 쌍이다. 3쌍을 성공시킨 사람으로서 소개에 관한 지론을 얘기하자면 이렇다. 만나게만 해주고 그 다음에 일체 간섭하지 않기. 어차피 사랑은 둘이서 만들어 가는 것이고, 괜히 잘 되게 하려고 끼어들다간 역효과만 나니까. 말이라는 게 직접 듣는 것과 한 다리를 건너서 듣는 게 차이가 나며, 그 과정에서 숱한 오해와 음모, 암투가 벌어질 수 있지 않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중매장이들은 당장의 성과가 급해서 그러는지 중간에 끼어 갖은 간섭을 한다. 작년에 여자를 소개시켜 준 이모라는 분은 “이번 추석 때 내가 인사를 간다고 했다”는 거짓말을 신부 쪽에 하고, 나한테는 “신부 집에서 추석 때 인사 오란다”고 하는 식의 말들을 해대는 바람에 여간 짜증이 났었다.

 


불간섭주의를 표방하는 나와 달리 <미스터 히치>라는 영화는 남자가 여자를 사귈 때 치밀한 전략과 코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랑이 시작되려면 남자가 여자에게 주목을 받는 과정이 필요한데, 코치가 없다면 평생 주목받을 일이 없기 때문. 주인공 히치는 숱한 아이디어로 남녀를 연결시켜주기 바쁜데, 그 아이디어들이 정말 기발해서 보는 내내 유쾌했다. 유머와 멋을 겸비한 윌 스미스의 연기도 만족스럽고, 마지막의 춤 경연도 눈을 즐겁게 해준다. 남녀는 혼자서보다는 둘이 같이 있음으로써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불간섭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소중한 교훈을 던져준 좋은 영화다. 나도 내일부터 작전을 짜볼까 보다. 공짜표를 구해줘 나로 하여금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준 어느 분께 감사드리며, 스카라극장 옆에 있는 손짜장도 참 맛있었다는 말을 덧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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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 2005-04-23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손짜장 위에 있는 김치찌개도 맛있어요.. ^^;

플라시보 2005-04-23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한번 볼까 했었는데...재밌을것 같아요. 음...그리고 그 사랑할때의 코치. 저 꽤나 많이 했거든요. 흐흐. 물어보면 나름대로 대답을 열심히 했던것 같은데 지금 되돌려 생각해보니 과연 얼마나 어필했었나 싶어요.^^

▶◀소굼 2005-04-2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그 책 뭐 그리 많이 나왔답니까.
요즘 정말 코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긴 많아요. 아니, 필요하다고 외치는 사람들. 뭐든 물어보는 사람들;

인터라겐 2005-04-2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편으론 슬픈얘기같아요..혼자서는 못해서 옆에서 일일이 코치를 받아야 하는가 싶잖아요...ㅋㅋ 너무 깊이 생각했나요? 전 요즘 아이들이 뭘하든 엄마한테 물어보구요 이렇게 말하면 짜증이 올라와요...엄마가 대신 살아주는 인생이 아닌데 말예요..
최소한 전 하고 싶은데 부모님의 의견을 먼저 듣고요 라고 말할수 있는...자신의 의사를 먼저표현할줄 아는 그런 사람이 많아지길 바랄뿐이랍니다..
저 영화평은 좋던걸요....불법을 좋아라하는 저희 부부 오늘도 이영화 찾아 삼만리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stella.K 2005-04-23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심정적으론 마태님과 같은 생각인데, 이론가들의 말에 솔깃해지기도 해요. 어쨌든 이 영화로 인해 마태님 생각이 바뀌셨다니 괜찮은 영환 것 같습니다.^^
스카라 극장 옆 손자장면집 저도 데려가 줘요. ㅋㅋ.

울보 2005-04-2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 싶어요,
저 흑인 배우좋아하거든요,,,

전 사랑을 잘몰라서 코치해준적이 없지요,,ㅎㅎ

야옹이형 2005-04-2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밋게 봤어요. 중간에 좀 지루했지만 윌 스미스 보는 맛에 그냥 넘어갔답니다. 느끼하지 않은 섹쥐함과 쾌적한 장난질. 뭘 해도 밉지가 아너요. 윌스미스, 개구장이~

kleinsusun 2005-04-2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는 자주 코치가 된답니다.후배들이 연애 상담을 자주 해서...
근데 그 상담이란게 제 경험에 근거한거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 밖에 없죠.
하지만...코치도 가끔은 필요하다고 봐요.
왜냐면 콩깍지가 씌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경우가 많으니깐요...
객관적 충고가 필요할 때도 있긴 있는거 같아요.
음....선수 앞에서 까불었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클리오 2005-04-2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섭하지 않는게 제일 좋은거 같아요.. 두 사람이 상담해올때까지는요. 사귀는 남녀 사이에 잘못 끼면 바보되는 경우도 많구요.. 예전에 남녀를 소개시켜줬다가 두 사람 만나는 동안 무슨 일만 생기면 저에게 달려오는 통에 힘들었다니까요.. --;

2005-04-23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23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4-23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복x님/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젊고 아름다우신 님께서 그런 말을 하시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속삭이신 님/어머 어떡해... 약속 생겨 버렸는데...
클리오님/간섭 안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나친 관심을 가지고 진행상황을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피해야 할 일이죠. 그 얘기를 썼어야 하는데....
수선님/제가 선수라뇨 무슨 말씀을.... 조언이 필요한 경우도 사실은 있습니다. 제 글이 좀 극단적이었죠. 코치와 불간섭 중에서 양자택일을 하라면 후자라는 거였어요.
야옹이형님/안녕하십니까. 제가 별명이 고양이라, 제 형이시기도 하네요. 좀 말이 안되는 내용도 물론 있었지만 윌 스미스는 참 연기를 유쾌하게 잘하는 것 같더이다. 근데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 이해가 안가요
울보님/비디오라도 보시면 유쾌해지실 겁니다^^ 사랑에 성공하신 분이 무슨 코치를 찾고 그러십니까^^
스텔라님/그죠? 영화 보니까 저도 솔깃하더라구요
인터라겐님/호호, 보셔도 후회 안할 거라고 장담합니다
소굼님/자기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진정 어필하는 방법이고, 잘된 후에도 계속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제 소신이었는데요, 어필할 기회조차 찾지 못하는 사람에겐 코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게 영화의 주제였죠. 일리가 있더이다
플라시보님/님이 곁에 계시면 저도 물어볼 것 같은걸요 님이 주는 신뢰감 때문일 테죠 아마.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필요한 건 코치보다는 어쩌면 자기 말을 들어줄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다는..
스노우드롭님/맞아요 다들 짜장 대신 찌게를 먹더군요. 담에 가면 저도 찌게 먹을래요 역쉬 미식가!

스파피필름 2005-04-2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이 가면 전 손짜장 하나에 찌게 하나 이렇게 먹는데.. 둘다 맛있더라구요.. 오묘한 조화이지요? 흐. (안녕하세요.. 마태우스님 자주 들렀었는데 인사는 처음이네요)
 
인물과 사상 33
강준만 외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극장에서 화장실에 간 친구를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었다. 극장표를 검사하던 아저씨가 내게 책을 잠깐 보자고 한다.

“아,  책 표지가 이렇게 바뀌었구나!”

내가 보고 있던 책은 단행본 <인물과 사상 33권>, 얘기를 해보니까 그 아저씨는 그 책을 1권이 나온 97년부터 쭉 읽어오다가, 2년쯤 전부터 안읽었단다. 그러니까 그와 나는 ‘인물과 사상’ 독자, 갑자기 친해진 우리는 약 7분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이 책이 마지막이래요”라고 하니까 쓸쓸해하시면서 이유를 묻는다. 그래서 책 머리말을 보여드렸다.

“지난 몇 년간 시사적인 이슈를 다루는 책이 대중의 호응을 얻은 건 거의 없다. 특히 정치 분야가 그렇다. 왜? 인터넷이 그 기능을 완전히 흡수해버렸기 때문이다....<인물과 사상>은 그런 세상의 변화에 순응하기로 했다”


늘 말하지만 난 이 책으로 인해 '사람‘이 되었다. 사회를 보는 눈을 비롯해 내 인생 자체가 정말 많이 바뀌어 버렸으니까. 물론 난 그렇게 해준 이 시리즈에, 그리고 책의 대부분을 혼자 저술한 강준만 교수에게 언제나 감사드리고 있다. 그런 책의 종간호를 읽는 기분은 시원섭섭했다. 97년 이 책과 인연을 맺은 이래 난 이 책만을 기다리며 삶을 살았었다. 시리즈가 20권을 넘기면서 책을 사는 기쁨은 조금 덜해졌고, 언젠가부터는 의무감에서 샀다. 모르던 것을 깨닫는 즐거움이 점점 없어지니 책의 재미도 시들할 수밖에. 하지만 이 시리즈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우리 사회에 실명비판을 정착시킨 점, 글쓰기에 있어서 성실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준 점, 게다가 나같이 사회에 무지한 사람에게 우리 사회의 작동원리를 알게 해준 것 등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진중권, 김정란, 고종석, 김규항 등 내가 스승으로 모시는 분들을 처음 만난 것도 다 이 시리즈를 통해서다.


97년, 직장 테니스장에 놓인 신문 쪼가리에서 <인물과 사상 3권>의 서평을 보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어찌 되었을까. 여전히 조선일보를 구독하고, 연예인과 프로야구 얘기만 하면서 지금까지 살고 있을까. 아니면 나중에라도 그 시리즈에 관한 정보를 얻어 지금같은 삶을 살고 있을까. 비교 자체가 좀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내가 읽은 어떤 책에 의하면 세르비아 청년이 오스트리아 황태자를 암살하지 않았다고 해도 1차대전은 일어났다고 한다. 그 말이 맞다면 그 신문 쪼가리가 아니었다 해도 난 강준만을 만나 스승으로 삼지 않았을까. 그 시리즈에 매료되었던 나는 아는 선배의 생일 때 그 책 1-3권을 선물했는데, 그 선배는 “뭐 이딴 책이 있냐”며 읽다 말았단다. 그러니까 보는 순간 필이 통했던 나와 강준만의 만남은 그 자체로 운명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몇 달 뒤냐 앞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반드시 사제지간이 되었을 터였다.


내겐 큰 의미가 있을 33권 종간호를 선물해주신 선인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민주당 분당 이후 정치적 글쓰기를 자제하는 강준만 교수님이 다시금 힘찬 글을 써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강교수님, 감사드립니다.

 

* 이 책을 제게 선물해 주신 선인장 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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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5-04-23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물과 사상같은 책은 아니지만 저도 꽤 재밌게 읽었던 잡지들이 폐간되었을때 참 아쉬웠습니다. 님도 많이 그러시겠어요. 그토록이나 좋아하던 책인데... 하지만 다른곳에서 강준만 교수의 글을 읽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마냐 2005-04-23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정말, 사람은 변하는군여. 가끔 조O일보 열씨미 보는 분들을, 절대로 세상을 보는 눈이 변하지 못할거란 생각을 하는데....정말, 강준만교수가 대단한건지, 마태님이 대단하신건지.

짱구아빠 2005-04-23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제가 빼놓지 않고 구독했던 책이 <인물과 사상>과 <아웃사이더>였는데
이 모두가 최근에 모두 폐간되었습니다. <인물과 사상>이야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 덜 안타까운데(그리고 월간<인물과사상>은 계속 출간되고 있으니...) <아웃사이더>는 거액을 떼인 후 경영난에 허덕이다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폐간하여 더욱 마음이 안 좋더군요.. 책에 담겨야할 내용이 중요한 것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아웃사이더>사태에서 보여지듯 경영에 있어서도 보다 영리해 졌으면 합니다.

비로그인 2005-04-24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안타까운 소식이네요.마태우스님 리뷰보고 이제 알았습니다.저 역시 이 시리즈물을 통해 세상보는 시야를 많이 넓혔었는데..아쉽습니다.짱구아빠님 말씀대로 아웃사이더도 폐간된 마당에..양날개가 뚝 부러진,희뿌연 느낌을 받네요.헌책방으로 넘어온 아웃사이더의 책들을 보면서 마음한켠이 허전 했습니다.

마태우스 2005-04-2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백TV님/아아 님도 역시..... 훌륭하신 분들은 다 이 책의 세례를 받으셨군요. 아웃사이더 폐간도 정말 마음 아픈 일이죠. 꼭 필요한 잡지가 폐간되어야 하는 이 땅의 현실이란 참 슬프죠.
짱구아빠님/저랑 그 점에서 일치하시는군요. 아웃사이더가 거액을 떼었다구요? 누군지 몰라도 정말 나쁜 놈이네요. 우리 사회 진보의 싹을 밟은 것과 같아요. 경영에 있어서 영리해야 한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래도...아더왕까지 내면서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마냐님/강준만 교수가 대단하죠. 제가 글쓰는 스타일도 상당 부분 그분을 모방한 거랍니다. 제가 바뀐 건 아마도, 조선일보의 해악을 몰랐기 때문일 거예요. 별 생각없이 봤구요, 독재정권이 나쁘다는 것과 그 후신이 누군가는 알고 있었거든요. 근데 독재를 찬양하는 사람이 그 책을 봤다고 해서 바뀔 것 같진 않아요
플라시보님/아네요 강교수님은 거의 절필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정치 쪽 글은 이제 안쓴답니다. 서운합니다 그게
 

 

 

 

 

“오늘도 술 먹으면 넌 인간도 아니다”

출근을 하는 내게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내가 생각해도 좀 심했다. 어쩜 그렇게 맨날 정신을 잃은 채 집에 올 수 있담? 일주일쯤 전, 나를 늘 걱정해주는 지인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앞으로는 바르게 살 거야. 나 믿지? 이번만은 진짜야!”

믿기는 개뿔, 나도 날 안믿는데 어떻게 그녀가 날 믿을 수 있겠는가. 할머니도 그러셨다.

“말로만 안먹겠다고 하면 뭐하냐? 내가 보니까 너 큰일났더라”

친구와 저녁 약속이 있고, 우리나라에서 저녁 약속은 곧 술 약속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오늘만큼은 술을 먹지 않으련다. 내게도 일말의 양심은 있으니까.


어제는 내가 관여하는-사실은 거의 주도하는-위원회에서 쫑파티를 했다. 날지 못하는 오리를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고, 맥주도 마셨다. 거기서 끝났으면 양호했겠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위원회 멤버 중에는 내가 참 좋아하는 선생이 하나 있었다. 말과 행동이 별로 교수같이 보이지 않는 그런 사람. 내가 그러는 것처럼 그 선생도 “잘릴지 모른다”를 입에 달고 산다. 그 사람과 서울에 올라가 2차를 했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술자리는 언제나 유쾌하다. 문제는 그 인간도 술이 무진장 세다는 것. 12시 반 쯤 집에서 전화가 왔다는 건 기억하지만 그 뒤 어떻게 거길 나왔는지, 집에는 어떻게 갔는지 하나도 생각이 안난다.


자리에 누워 습관처럼 TV를 틀었다. 마이클 조던이 나온 <스페이스 잼>을 한다. 한 2분쯤 봤을까. 난 어느 새 잠이 들고 말았다. 희한하게도 내 꿈에 마이클 조던이 나왔다. 우리 어머님이랑 친해 보였다. 난 그의 근육질 팔도 만져봤고, 이해할 수 없는 모험을 같이 하기도 했다. 그런데 꿈의 끝자락에 조던이 갑자기 바지를 내리더니 엉덩이를 보여준다. 이런. 조던은...........치질 환자였다. 그것도 상태가 심각한.


개꿈이라고 치부하기엔 그 치질 덩어리가 너무도 생생하다. 그 꿈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지금처럼 술만 마신다면 나도 치질에 걸린다는 경고? 한참을 앞서가던 책 vs 술의 스코어가 45대 45로 동점이 되었다. 언제 술을 마셨냐는 듯이 편안하기만 한 내 속과 달리, 다시 라면에 의존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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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4-2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을 끊으시라는 경고같습니다. 치질로 서재를 잠깐 비웁니다...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요 ㅋㅋㅋ

하이드 2005-04-2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번 남았어요.

클리오 2005-04-21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질 덩어리라니.. 참으로 '의사'스러운 꿈이 아닐 수 없습니다. ^^;; 그리고 '다시 라면에 의존해야 한다'는 생각... 이라니요? 그럼 어제 술값을 또 님이??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흑흑...

인터라겐 2005-04-21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의 말씀 깊이깊이 새겨주세용~

마태우스 2005-04-2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저도 그러고 싶은데 여건이 안되요 흑흑
클리오님/저도 너무 슬퍼요 흑흑.... 카드를 없애든지 해야지...
하이드님/다섯번이나 남아서 행복해요* (이 무슨 해괴한 소리란 말이냐...)
물만두님/그런 생각을 하니까 갑자기 슬퍼집니다. 흑...

플레져 2005-04-21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리에 누워 습관처럼 TV를 틀었다... 를, 거리에 누워...로 봤답니다.
멋지잖습니까? 거리에 누워 습관처럼 TV를 켜고, TV에선 마이클 조단이 나오고...
치질만 뺀다면 카드가 없는 꿈 속 세상이 훨씬 멋지네요^^

2005-04-21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5-04-21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 마이클 조던이 바쁜 와중에 날아와 경고까지 해주셨군요. 치질.. 무섭습니다. ㅠㅠ 님, 부디 몸조심하셔요. 아, 그리고 저, 라면 되게 좋아한답니다. ^^; (눈치없는.. -_-;)

sooninara 2005-04-21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쿡쿡쿠....후....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이고 배 아파라..마이클 조던 몸집이라면 거시기도 컷을듯...
마태님..치질 조심하세요.

sooninara 2005-04-21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도 해드릴께요

히나 2005-04-21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충걸이 그랬잖아요 '술을 끊느니 숨을 끊겠어'라고.... ㅎㅎ

하이드 2005-04-2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 충걸오빠 짱멋져!!

마태우스 2005-04-23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정말 멋지네요
스노우드롭님/그런 멋진 분이 계시다니....
수니님/거, 거기서 거시기 얘기를 하시다니...민망^^
문나이트님/치질 무섭죠.... 몸 조심하겠습니다. 조던의 경고를 새겨들어야죠^^
플레져님/술먹고 길거리에 누운 적이 2년 전인가 한번 있습니다. 아니다 두번세번네번...다섯번쯤 있습니다. 술에 취해 누워서 본 하늘은 참 아름답더이다^^%

sooninara 2005-04-25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마태님..거시기란 치질 크기를 말한건데..
뭔 생각 하신겁니까?
 

 

 

 

 

어제가 4월 19일이어서 4.19 얘기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쓰고 오늘 씁니다. 쓰다보니 전에 썼던 얘기를 재탕한 것 같네요.


어느 책에 의하면 4.19 당시 대학생들의 활약은 별로 없었으며, 대학생들은 대세가 결정된 이후에야 거리로 나섰다고 한다. 고 김주열의 죽음에 분노해 시위를 벌인 사람들은 대개가 일반 시민이었고, 대학생보다 고교생들이 먼저 시위에 참여했단다. 그렇긴 해도 4월 19일 당일에는 거의 모든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섰는데, 그때 서울의대 도서관에는 세명의 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도 오래 전에 들은 얘기라 나머지 두분의 이름은 까먹었고, 또 한분의 이름은 그분-알파라고 하자-이 맞는지 의심스럽지만, 내 기억이 맞다고 치자. 알파는 수석으로 대학에 들어왔고 수석으로 졸업했으며, 서울대병원에서 오랜 기간 재직하면서 명의로서 이름을 날렸다.


아무리 공부가 좋아도 그렇지, 밖에서 그 난리를 치는데 어떻게 도서관에서 책을 볼 수가 있을까. 억지로 책상에 앉아 있으면서 “혹시 무슨 일 안나나?”만 바랐던 나와는 많이 틀린 분이다. 그런 자세가 있었으니 명의가 되셨을 테고, 알파로 인해 생명을 건진 환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알파는 그때 이런 생각이셨을 거다. ‘사회정의, 민주주의, 다 좋다. 하지만 올바른 의사는 병에 대해 많이 알고, 환자를 잘 고치는 의사다’


1987년 6월,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6월 10일 이후, 서울 시내에서는 연일 시위가 벌어졌다. 그 파장은 우리 학교에까지 미쳤다. 조별로 흩어져서 실습을 도는 3, 4학년은 제외하고, 1, 2학년에서 수업 거부를 할 것인가 투표가 벌어졌다. 투표결과 2학년은 수업을 계속 받기로 했다. 그럼 우리 학년은? 단합 잘되고, 2학년보다 훨씬 더 진보적이었던 우리 학년의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찬성이 160명, 반대가 38명이었다. 그리고 그 38명 가운데는 내 한표도 있었다. 공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반대를 했을까. 아마도 그때의 난 의사의 본분은 거리로 나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하얀 실험복을 입은 우리는 교문 앞에 앉아 처음으로 시위라는 걸 해보게 되었고, 우리도 드디어 무엇인가를 한다는 뿌듯함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것도 잠시였다. 수업거부를 결정한 게 6월 18일인가 그랬는데, 사흘째 되는 20일날 학교에서는 방학을 때려 버린 거다. 수업도 많이 남았고, 시험도 안봤는데.


버티기로 일관한 이승만과 달리 전두환은 6.29 선언이라는 걸 발표했고, 모였던 시민들은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갔다. 방학 중에 기말고사가 시행되었고, 학기 중 치르는 시험처럼 난 조지고 말았다. 우리는 그때 폐와 복부를 배우지 않았었는데, 그건 두고두고 우리에게 콤플렉스가 되었다. 그때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었던 우리는 그해 말 대선을 앞두고 “대선을 위해 시험을 거부하자”는 말도 안되는 제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고-이때도 난 반대표를 던졌다-전에 그랬듯이 방학 때 시험을 쳤다. 학교측이 강행한 시험을 우리는 또다시 거부했고, 그 시험에 들어간 사람과 안들어간 사람간의 갈등은 오랜 기간 우리를 괴롭혔다.


생각해 본다. 과연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를. 명의가 되어 많은 사람을 살리는 게 의사의 본분이라고 해서, 죄도 없는 대학생을 고문해서 죽이는 정권의 행태를 모른 척 하는 게 올바른 일일까. 그렇다고 허구한 날 시위만 하다가 무식해진 머리로 환자를 오진하는 게 옳은 걸까.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6월 항쟁 덕분에 절차적 민주정권이 들어섰고, 지금 의대생들은 그런 고민 없이 학교를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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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겐 2005-04-20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거 보면 전 정말 너무 무사안일하게 학교 다닌것같아요..
중학교때 중앙대학교에서 데모를 하면 최루탄가스 때문에 수업일찍 마치는것에 즐거워했던 기억뿐...참 세상 편하게 살았죠..
정답이 없는것 같아요.. 그런데 마지막에 허구한 날 시위만 하다가 무식해진 머리로 환자를 오진하는게 옳은걸까 하는 것은 무서운데요...저 진료받으러 갔다가 그런 의사 만나면 어떻하나 싶어서요

marine 2005-04-2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 의약분업 때문에 학생들 수업 거부해서 1월부터 수업 몰아서 하는 바람에 밤 9시까지 수업을 강행했다고 하던데... 한 학기 동안 배워야 할 것을 한 두 달 사이에 몰아서 배우니 오죽했겠어요

moonnight 2005-04-2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 땐 그저 수업제낀다-_-는 것만 생각했나봐요. 아무 생각없이 살았던 거 같아서 또 부끄럽군요. 그나저나 근신한다 말해놓구서 은근슬쩍 댓글을.(마태우스님이 근신하지 말라 그러셨죠? 궁시렁...-_-;)

BRINY 2005-04-2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교 근처에 고등학교가 있어서 고등학교 때 이미 최루탄 맛을 잔뜩 봤어요. 어쨋든 요즘 학생들은 최루탄 맛을 모르고 자라서 다행이지요.

클리오 2005-04-2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사가 특히 그렇겠지만(사람 생명에 관한 문제이므로), 어느 직업이나 그런 고민이 조금씩은 있는듯해요.. 음, 사회적으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더라도 내 삶에서, 직업적 공간 안에서의 진보성과 사회적 책무성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은데.. 말도 어렵고, 실천은 더욱 어렵죠... ^^;;

진주 2005-04-22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루탄가스 심하게 맡아야만 했던 386세대라 아마 밖에서 열심히 구호 외치고 어깨동무하고 길바닥에 드러눕고 했을 텐데 말예요......
그래도 도서관에 몇 명은 남아 공부를 해 줘야 민주주의가 아닌가 생각해요 ㅎㅎ
모조리 다 데모하면 넘 무섭잖아요. 공산당같은 올표는 무서워요.

마태우스 2005-04-23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이제 386 세대의 대부분이 40세에 접어들어 그 말의 효용이 더이상 없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참고로 전 386의 끝자락에 있죠 호호. 근데 모조리 다 데모하면 무섭..나요? 다 데모하는 데 공부하는 학우를 보는 게 전 더 섬뜩하던데...
클리오님/어렵다고 하시지 말고 가르침을 주소서. 전 님의 인문학적 지성을 알고 있습니다.
브리니님/그럼요 참 다행인 거죠.....
문나이트님/님이 근신하시면 저도 열심히 안할 겁니다!! 등록금을 생각하면 수업을 제끼는 게 저희 손핸데, 그땐 왜 그랬는지...
나나님/아 그때 참.... 격동의 시기였죠.... 학생은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가장 잘 조직된 게 학생들이라 동원되었던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전 그때 학생들이 거리로 나가는 건 반대였어요
인터라겐님/정답을 주세요!! ^^ 하여간 지금은 그런 시절이 지났으니, 학생들은 최소한 그런 고민은 하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