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영호 옮김 / 민음사 / 199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종말 시리즈’로 유명한 제레미 리프킨, 그 명성이 시작된 책을 이제야 읽었다. 어려울 것 같은 책은 일단 미루어 놓는 것이 ‘매달 열권은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소산이라면, 책달력을 쓰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을 통해서 현 상황을 이렇게 규정한다.

-기업들은 노동자를 해고하고 기계로 대체하고 있다. 전문가도 예외가 아니란다.

-노동자는 기껏해야 비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노동자의 수입이 감소하고 중산층이 몰락한다--> 심각한 사회갈등의 원인이 된다

저자는 위의 사례들을 수도 없이 나열한다.

“..GM 공장에서 90년대 말까지 9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게 될 것...”

“1980년 유에스 스틸은 12만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었다. 1990년에는 단지 2만명의 노동력으로 똑같은 양의 철을 생산한다”

“4인가족 최저 생계비를 벌지 못하는 사람이 1979년과 1992년 사이에 50%가 증가...”

읽는 내내 무서웠다. 기계가 모든 것을 다 해버릴 미래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에.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암담한 현실만을 얘기하지 않으며, 이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그 대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게 과연 가능한 것인지는 나보다 늦게 이 책을 읽을 분들을 위해 남겨놓기로 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생각을 조금만 더 얘기해 본다.


-이 책은 1996년에 나왔는데, 내가 책을 산 2002년까지 무려 29쇄를 찍었다. 1쇄를 대략 3천권이라고 잡는다면 거의 십만권 가까이 이 책이 팔린 거다. 좋은 책이긴 하지만 지겨운 측면이 훨씬 더 많은 이 책이 그렇게 많이 팔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저자의 유명세 때문에?

-이 책은 ‘경제.경영서’로 분류가 되어 있다. 기업 얘기를 많이 다루니 경제와 관련이 있긴 해도, 내가 보기엔 사회과학이 더 나을 것 같다.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 왜 경제.경영이람?

-이 책이 뜨니까 그 다음에 나온 가 <소유의 종말>로 제목이 붙여져 나왔다. 읽어보니까 <소유의 종말>은 영 안맞는 제목이고, 차라리 원안대로 <접속의 시대>라고 이름붙이는 게 더 나을 뻔했다.

-잘리지 않도록 논문 좀 열심히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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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5-12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달기의 신성, 마태우스님....어쩜 저렇게 콱 와닿는 제목을 뽑으셨는지...^^
명성에도 불구, 못읽은 책인데...앞으로도 못 읽을 거 같슴다....너무나 예측가능하고, 추정가능한 얘기일거 같구...저 책이 쓰여진 이후에 검증된 부분도 있구...
고실업 현상은 유럽뿐 아니라, 전세계로 확산될 것이 확실해보이구.
우리나라처럼, 식당 하나에 인구 80여명인가? 식당 차리고, 구멍가게 차리지 않으면 구직전망이 점점 더 암울해지는 상황에서...어쩐답니까.
인생이모작이라는데 중년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살 수 있을까....이런 고민이 잦아지는 즈음임다.

산사춘 2005-05-12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업텍스트 중 하나라 반가움에 추천부터...
근데 전에 사놓고 여직 못읽었어요. 에휴~

moonnight 2005-05-12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하네요. ㅜㅜ 저도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아직 못 읽어본 책인데, 겁나서 엄두도 못 낼 거 같기도 하고.. -_-;

파란여우 2005-05-12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인생 이모작 벌써 시작한 저 요즘, 잠이 안옵니다.
그러나 마냐님은 아직은 푹 주무셔요.
마태님의 이 책은 저 당연히 읽지 않습니다.
왜냐고요?..지긋지긋한 이야기 또 만나고 싶지 않군요.(그래서 비추천!!)

비로그인 2005-05-1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하나 쓰세요 "기생충의 종말"

똥개 2005-05-1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동의 종말이 십만권쯤 팔렸으리라는 계산은 믿기가 어렵습니다. 혹 경제/경영으로 분류하는 '환상적인 마케팅' 덕에 그쪽 시장에서 멋도 모르는 독자들에게 팔려나간 거품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단순히 29쇄라는 숫자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그건 전적인 오해입니다. 29쇄가 얼마쯤에 해당하는 부수인지는 그 출판사 관계자들과 거래 인쇄소 관계자들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혹 그 출판사를 담당하는 관할 세무서 관계자들도 알지는 모르겠군요..) '쇄'란 그저 한꺼번에 찍어낸 횟수를 말합니다. 한번에 몇 부를 찍는지는 엿장수가 하루에 가위질을 몇 번 하는지를 따지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입니다. 3천부로 계산을 하셨는데, 사실을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경영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혹 더러 더 찍은 쇄도 틀림없이 있겠습니다만) 통상 이 책과 같은 사회과학 책들은 초쇄를 3천부 찍으면 2쇄부터으 중쇄는 1천부 정도씩을 더 찍습니다. 꾸준히 나가는 책이니 5백부를 찍었을 리는 없다고 보지만, 2쇄쯤에서 끝난 어떤 책들의 경우 2쇄라고 해봐야 5백부를 추가한 정도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십만부가 아니라 기껏해야 3-4만부이고 많아도 5만부를 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이 정도라 해도 딱딱한 사회과학책으로는 상당한 선전을 한 것이기는 합니다. 만일 중쇄를 꾸준히 3천부씩 찍어낼 정도의 책이라면 초쇄를 3천부만 찍었을 리가 없겠지요. 말이 나온김에 얘기하지만 10년전만 해도 이런 책의 초쇄는 3천부가 거의 '표준'이다시피 했지만 요즘은 초쇄에 2천부찍기도 쉽지 않습니다. 적어도 2000년 이후에 출간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책이라면 초쇄 2천부에 중쇄 5백-1천부쯤 찍었으리라고 계산하셔야 총 출간 부수를 가늠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많은 독자들이 오해하는 부분이라 유용한 정보가 될 듯하여 적어봤습니다.

마냐 2005-05-1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아이고, 그렇다고 전전반측 하심 어떻해요....최근 서재질로 추정컨대 지극히 잘 살고 계시고...아마 잘 사실 것으로 확신하오니...푹 주무시길....응, 나이가 들어 잠이 없어졌다면 할 말 없구요..ㅋㅋ

똥개님 말씀이 맞군여. 며칠전 근사한 인문과학 책을 내신 어느 출판사 편집장님 말씀이 초판 1600부 찍었다 하더라구요. 2000부 찍기도 쉽지 않다고 하시면서...쩝.

마태우스 2005-05-14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똥개님/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을 읽을 독자층이 10만명이나 있다는 건 좀 의외였거든요. 제가 10만권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출판사가 민음사였다는 것, 그리고 잘나가는 책은 2쇄부터는 좀 더 많이 찍을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는데, 제가 출판계 사정에 그다지 밝지 못한 관계로 결국은 터무니없는 예측이 되고 말았네요.
하날리님/기생충의 종말이란 책을 쓰면 안되요! 그럼 기생충학교수가 왜 필요하냐고 그럴 거 아니어요!
여우님/잠이 보약이란 말도 있습니다. 여우님은 더더욱 잘 주무셔야 하는데, 그러심 어떡해요.
문나이트님/그간 안녕하셨어요? 저는 잘 있습니다^^
산사춘님/수업 텍스트인데 안읽고 버티는 이유는 뭐죠?^^
마냐님/예측이 되는 책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막상 읽으니 암담해지더이다. 그리고 제목은... 다 마냐님한테 배운 거 아닙니까. 하핫.

마태우스 2005-05-17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아 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동안, 그리고 사람들이 먼저 내리려고 줄을 서는 동안, 난 내내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희한하게도 난 집 밖에서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다. 기차 안이건 지하철이건 하다못해 시내버스건 아무리 주위가 시끄러워도 난 책을 잘 읽는다. 그게 좀 심하다보니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지나가는 일도 종종 있고, 약속장소에 친구가 나타나도 못본 체 책만 읽는다. 걸어가면서 책을 읽다가 공사현장의 철골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적도 있을 정도. 그런 내가 집에만 오면 달라진다. 책을 읽으면서 TV를 켜놓고, 독서 중간에 수시로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문자 안왔나....’ 읽다가 갑자기 시상이 떠오르면 컴에 가서 글을 쓰기도 하는데, 컴을 한번 켜면 기본이 두시간이다. 이런 걸 우리 할머니는 ‘해찰’이라고 하는데, 해찰이 이리도 심하니 집에서 책을 읽으면 진도가 늦다. 세시간 거리를 기차로 왕복하면서 책 한권을 다 읽은 적은 있어도, 휴일날 하루종일 집에서 퍼지면서 책 한권을 다 읽은 기억은 거의 없다. 시끄러운 데서 책을 읽는 게 아주 습관이 되어 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한 석달 직장을 쉬면서 안읽고 쌓아둔 책들을 모조리 독파하고 싶지만, 막상 그런 일이 벌어져도 난 밀린 책을 다 소화하지 못할 것이다. 술을 먹느라 집에 늦게 들어오기도 하겠지만, 그나마 있는 시간에도 집중력이 너무 떨어진다.


그런 면에서 우리 할머니의 집중력은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엄마도 바쁘고 나도 맨날 나가니 혼자서 집을 봐야 하는 할머니의 신세가 안타까워 내가 읽은 책 중 할머니 취향이라고 생각하는 책들을 권해 드렸다. 할머니는 재미있다면서 계속 책을 읽으셨는데, 내 생각에 최근 이십일간 그 날짜에 해당하는 숫자의 책을 읽으신 것 같다. 황석영의 두권짜리 <심청>은 하룻만에 다 읽었고, 박완서, 은희경의 책들도 하루를 넘기지 않고 내게 돌려주셨다. 88세이신 분이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난 집에만 있다해도 절대 그러지 못할텐데 말이다.


7년간 감옥에 있는 동안, 박노해 시인은 만권의 책을 읽었다고 했다. 내가 평생 목표로 삼는 게 3천권이니 그 세배를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책 한권을 5천원으로 잡아도 5천만원이 든다) 1년이면 1400권, 하루에는 약 4권 정도가 되는데, 그 중에는 <자본론>처럼 어려운 책도 있다. 잠자는 시간 6시간을 제외하고 18시간 동안 책만 읽는다고 할 때 책 한권을 대략 4시간만에 읽었다는 얘기다. 이명원의 <해독>을 12시간만에 읽은 나로서는 박노해의 내공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김대중 전 대통령도 감옥에서 그렇게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하는데, 청와대에 들어갈 때 장서 2만권이 따라 들어갔단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로 미루어 보아 난 감옥 아니라 무인도에 간다해도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을 자신은 없다. 재미있는 책이라 해도 계속 독서만 하면 지겨움을 느끼고, 심신이 지쳐 버린다. 그런 걸 보면 난 문학아저씨는 아닌 듯 싶다.


술마신 횟수보다 읽은 책의 권수가 많아지는 게 목표의 하나였는데, 그리고 초반 독서 페이스가 아주 좋았는데, 어느 틈에 술마신 횟수가 더 많아져 버렸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내일 난 사랑니를 뽑고, 잇몸 치료를 한다. 한달간 난 얼마나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문제는 집중력이다.


* 한가지. 할머니께 공선옥의 <붉은 포대기>를 드렸더니 “난 제목에 빨간색이 들어간 건 무섭다”며 안읽으시겠단다. 반공주의의 광풍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할머니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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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2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5-05-1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치과 가는 날이 내일이시군요.. 무사한 치료와 알콜없는 한 달을 기원합니다... ^^

날개 2005-05-12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컴퓨터 때문에 책 진도가 안나가서 미치겠습니다.. 쌓여있는 책은 많은데, 자꾸 서재를 기웃거리게 되니...ㅠ.ㅠ

세실 2005-05-12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88세도 놀라운데...황석영님의 책을 하룻밤만에..다 읽으셨다고라....
멋쟁이 할머니께 박수를 짝짝짝~
제 꿈도 마태님 할머니같이 노후에 책을 원없이 읽는 것입니다.
시력도 참 좋으신가봐요.....

마태우스 2005-05-12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시력이 조금만 더 좋으셨다면 인터넷도 잘하셨을 겁니다. 세실님은 필경 멋지게 늙으실 것 같아요. 그때도 지금같은 피부와 미모를 가지고 춤도 잘 추시고^^
날개님/알라딘이 책읽기를 방해하는 아이러니한 현실....^^
클리오님/감사합니다. 으, 무서워요!

oldhand 2005-05-12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 좀 긴 휴가였었는데 책은 달랑 1권 읽고 말았답니다. 집에서는 그저 놀아야 된다니까욧. 스포츠 중계 보기에도 바쁘잖아요.. ^^

마태우스 2005-05-1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맞습니다. 그놈의 스포츠 중계...왜 메이져리그 재방송을 하루종일 해주는지요...오늘은 웃찾사 하는 날이구만요^^

하이드 2005-05-1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시간 없는 평일에는 출퇴근길과 점심시간 퇴근후 시간을 쪼개서 부지런히 읽는데, 쉬는 날이라고 해서 두권이상은 잘 안 읽히더라구요. 밀린잠을 자야하기때문에.

플레져 2005-05-12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빨간 표지일수록 당기는데... 역쉬 세대의 아픔은 이렇게나 다른거군요.
요새 책 읽는 거 무지 게을러요. 이창동 소설, 일주일 내내 야금야금 읽었어요...

울보 2005-05-12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외할머니랑 같은 나이시네요,,
건강하시니 참 보기 좋아요,,우리 외할머니는 한번 사경을 헤매시다가 걷지도 못하시던 분이 이제는 잘 걸어다니시는데,,
전 집중력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닌데 그나마 야밤이 딱이랍니다,,

paviana 2005-05-12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낼 부터 치과치료 받으시는군요 .
그럼 곱창과 소주는 한달 뒤군요...ㅠㅠ
알콜 없는 한달..잘 지내실 수 있을까요?

maverick 2005-05-12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주로 책 읽는 장소가 지하철, 버스, 약속시간 기다리는 곳, 이런 편인데.. 집에서는 아무래도 TV와 컴퓨터때문에 ^^; 특히 바깥풍경도 안 보이는 지하철은 최적의 독서 장소가 아닌가 합니다!

marine 2005-05-12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밖에서 집중 잘 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네요 저도 버스 안이나 커피숖 등에서 정말 잘 읽어요 남들은 비행기 안에서 지루하다는데, 유럽 여행 갔을 때 20시간 동안 책 읽느라 잠을 한 숨도 안 잤답니다 비행기는 흔들리지도 않고 창 밖 풍경 볼 것도 없고 스튜어디스들이 잠 안 자고 책 읽으면 아이스크림에 커피에 샌드위치 등 챙겨 주니까 정말 최고의 독서 장소죠 ^^ 옛날에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는 눈 아파서 못 읽었는데 요즘은 버스 안에서도 곧잘 읽어요 얼마 전 경주 여행 갈 때 4시간 정도 걸려쓴데 "달콤쌉싸름한 초콜렛" 한 권 읽으니까 어느새 도착했더라구요 ^^

2005-05-12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5-05-12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태우스님의 할머니처럼 나이들고 싶어요. ^^ 역시 집에선 텔레비젼과 컴퓨터 때문에 집중하기가 어렵죠ㅜㅜ
드디어 내일이군요. 겁나시겠어요. ^^;; 꼭 식사 든든히 하시고 치료받으러 가세요. 마태우스님. 화이팅!!! ^^

스파피필름 2005-05-12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상하게 조용한 집에서는 오래 집중을 못하고 오히려 지하철 같은 곳에서 잘 읽혀져요. 할머님이 대단하시네요 그 연세에..
막상 책만 읽으라고 시간이 주어지면 그 시간내내 많은 책은 못 읽을 것 같아요. 그냥 없는 시간 쪼개며서 읽는게 생산성(?)은 더 좋은것 같고. ^^

starrysky 2005-05-13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할머니세요. 존경합니다, 할머님!! ^-^
저는 선천성&후천성집중력결핍장애 환자로, 언제 어디서나 집중력이 절대 부족하지요. 이 병의 약은 단 하나, '발등의 불' 뿐이여요. 공부나 일을 해도 늘 막판에 징징 울면서 하고, 책을 읽어도 반납 기한이 간당간당한 도서관 책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집에 쌓여 있는 책들은 그저.. 장식용이라는 소문이.. 하핫~
마태님, 치과 치료 잘 받고 오세요. 울지 마시고요.. 화이팅!! ^o^

인터라겐 2005-05-1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버스나 지하철에서 주로 읽어요... 대부분 흔들리는 버스에서 책보는 사람이 신기하다고 하는데 습관이 되어서 그런건지...

치료 잘하시구요... 마태님 할머니께 제가 존경한다고 전해주세요..저도 곱게 나이먹고 싶어요..

줄리 2005-05-1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바깥에서 누구 기다릴일이나 있어야 책 진도가 많이 나갈수 있더라구요. 시간과 책읽기는 절대 비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치과 잘 갔다 오세요. 전 거짓말이 아니라 치과에 가면 졸 정도로 편안함을 느껴요. 그냥 완벽히 의사선생님께 이빨을 맡겨보시라구요!

마태우스 2005-05-14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아아 알라디너 분들은 다 저하고 비슷하네요. 치과 얘기는 ..이따가 하겠습니다^^
인터라겐님/님도 저처럼 바깥족이시군요^^ 할머님께 방금 전해드렸습니다.
스타리님/와 이게 누구예요? 솜사탕같이 부끄러운 스타리님 아니십니까. 한번 지른 댓가로 피해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그때 지른 책들은 다 읽으셨나요?
스파티필름님/어머 님도 그러시군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에 든든해집니다. 없는 시간 쪼개서라니, 책이 짜투리 시간을 보내는 데는 그만이란 생각입니다.
문나이트님/아마 님은 그러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치과, 생각처럼 힘 안들었어요
따우님/4분의 1 끝났습니다. 히유...
속삭이신 세실님/춤추는 동작, 지금도 눈에 선해요. 어찌나 멋지던지..제가 술취할 때 봤던 건 모조리 까먹는데 님의 모습은^^
나나님/와 20시간 동안 책을 보셨다니 대단하십니다. 비행기가 책 읽기 좋은 곳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미모의 스튜어디스가 왔다갔다 해도 신경 안쓰고 책만 봤습니다^^
매버릭님/역시 TV와 컴이 집중을 방해하는 원흉이군요^^ 그래서 밖에 나갈 때 책을 안가져가면 안절부절 못합니다.
파비아나님/음 제 생각에 6월 9일 정도면 곱창에 소주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몸 만들어 놓으세요
울보님/야밤이라..전 야밤에도 책을 잘 못읽어요....
플레져님/리뷰를 기가 막히게 잘 쓰시는 플레져님, 님이 한번 왕림하실 때마다 서재가 빛이 납니다^^
미스하이드님/두, 두권이면 많이 읽는 거 아닌가요....

2005-05-14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짧지만 긴 여행을 다녀왔다. 오후 세시 비행기로 떠나 다음날 오전 9시 비행기로 돌아왔으니 짧은 게 맞지만, 그래도 비행기를 타고 멀디 먼 제주도까지 갔다 온 거니 긴 여행인 것도 사실이다. 비행기에서 보니까 집들이 성냥갑만하게 보였다는 것도 말하고 싶다.


1. 뻘쭘

지난번 예과 학생들 88명과 MT를 다녀올 때는 한번도 느끼지 못했지만, 이번에 보니까 애들이 무척이나 날 어려워한다는 걸 알았다. 자기들끼리만 얘기할 뿐 내게 말붙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버스를 탈 때도 내 옆에 앉으려 들지 않았다. 늦게 탄 애가 빈자리가 없어 내 옆에 앉기에 물어봤다. 왜 내 옆에 아무도 안앉냐고. 내가 어렵단다. 너도 어렵나니까 그렇다고 대답한다. 스스로를 젊게 생각하고, 애들 감각에 맞춘 말만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나였는데, 역시나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 그들에게 난 어쩔 수 없는 꼰대일 뿐이었다. 이런 것이 늙어가는 서러움일까. 그전 MT 때는 어디에도 끼지 못한 채 어영부영하는 일이 없었던 것은 같이 간 동료교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유상종이란 말처럼, 내가 아무리 어린 척해도 진짜 어린 애들과 같이 놀 수는 없다.


졸업여행 때가 생각난다. 그때 성형외과 교수님이 동행을 했었는데, 아무도 그 곁에 가려고 하지 않았지만 딱 한 학생만 예외였다. 성형외과를 무지하게 하고 싶어했던 한 친구가 사흘 내내 선생님 곁에 붙어서 가방모찌를 했던 것.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성형외과를 하지 못했고, 지금은 어디서 뭐하는지 난 모른다.


2. 기민함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우리 동네에 <IMF 호프>가 생겼었고, <쉬리>가 히트하자 같은 이름의 술집이 들어선 적이 있다. 여기에 대해 “내실을 추구하는 대신 당장의 인기에 영합한다면 잘 될 턱이 없다”라는 글을 쓴 바 있는데, 우리가 묵던 숙소 맞은편에 <독도 회 센터>라는 간판이 있는 걸 보고 아연실색했다. 전화번호가 064-746-0120이니, 왜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 궁금한 분은 전화해 보시길.


3. 파산에 파산

졸업여행을 간다고 상조회에서 20만원을 받았다. 애들 뭣 좀 사주고 그러라는 뜻, 나 혼자 먹고 모른체하기 뭐해서 어제 저녁 술을 샀다. 앞에 앉은 애들한테 이랬다.

“저번 MT 때 술집에 80명이 넘게 들어오니까 겁나게 무서웠어요. 그런데 오늘은 서른일곱밖에 안되니 하나도 안무서워요”

그.런.데. 계산서를 보고 기절할 뻔했다. 역시 회는 비싸다.


4. 희망을 쏘다

혹시 학생과 마주칠까 걱정되어 아침 6시 조금 넘어 사우나를 갔다. 투숙객에게 2500원을 받는 저렴한 곳답게 시설은....대단했다. 샤워기에서는 물이 안나왔고, 플라스틱 의자는 만들 때 잘못했는지, 별 생각없이 앉았다가 히프를 찔렸다. 그런 모든 불상사에도 불구하고 내가 희망을 쐈다고 부제목을 붙인 이유는, 오랜만에 내 체중을 쟀기 때문이다.


거울 앞에 서서 내 나신을 들여다보니 배도 별로 안나오는 등 생각보다 몸매가 훌륭했기에 근 6개월만에 체중계에 올라갔다. 그간 체중계에 올라가지 못했던 이유는 무서워서 그런 거였고, 남에게 내 체중을 말해주지 못한 것은 내 체중이 얼만지 몰라서였다. 지금 말한다. 내 체중은 78.8킬로다! 내게 80이 넘을 것 같다고 나를 음해해온 사람들이여, 반성하시라!


78.8킬로도 사실 내 체중이 아니다. 머리가 뜨고 부스스한 얼굴이 내 원래 모습이 아닌 것처럼, 80 언저리에서 노는 체중도 내 체중이라 할 수 없다. 난 노력할 것이다. 내 진짜 체중에 도달할 때까지. 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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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5-1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흥? 과연? 어흥!!!

진주 2005-05-1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저도 그런거 종종 느껴요.내딴에는 지들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노땅취급해요 ㅠㅠ
2.....횟집전번을 날리시는 걸보니 홍보비로 횟값을 쬐금이라도 상쇄하자는 계약 맺으신듯.
3....아악..파산! 그것만은 막으셔야 했는데..얼른 장가가세요.
4.....희망이라...거거..아침6시면 식전이잖아요...ㅡ.ㅡ

물만두 2005-05-12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진짜같은데요^^ 몸무게요^^

2005-05-12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5-05-12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젊건 늙었건 친구가 아닌 이상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이제는 나이차이도 학생들과 꽤 나시잖아요... ^^ 그렇게 빨리 오실거면서 뭐하러 비싼 비행기표 들여 제주도까지나 갔어요?

chika 2005-05-12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숙소가 어디였는지 궁금해집니다. 그곳 사우나는 이용을 하지 말아야지요. 흠,흠흠.
그리고 학생들에게 '회'를 사주셨어요? 와~ 마태님은 회 안드시지 않나?
전 회를 못먹는데, 전번에 애들 사줄때, 5명이 광어 회 하나만 시켰는데도...저한텐 거금이었어요. 그리고 이십만원이면 다금바리 한마리면 끝나는 돈 아녜요? ㅠ.ㅠ

마태우스 2005-05-1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회 사주러 갔습니다.... 오늘 수업이 있어서 학교에 가야 한답니다. 글구 나이차이라, 제가 따져보니까 걔네들의 거의 두배에 달하더군요
치카님/숙소는 리버티 호텔이라고...아, 남탕 의자만 그럴 겁니다. 글구 그냥 모듬회 먹었어요 옥돔이나 다금바리 같은 건 너무 비싸서 말이죠...참 치카님 제주도 계시죠!
속삭이신 진주님/님의 추천이 파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 그니까 말이어요. 전 웃찾사도 보고, 젊은 여자들과도 잘 노는데^^
2. 앗 홍보비랑 무관해요 전번을 적은 건 내년에는 이름을 뭘로 바꾸나 물어보려고 그런 거예요
3. 안그래도 그것 때문에 요즘 무섭습니다
4. 저 원래 아침 안먹습니다. 하핫. 글구 전날 무지하게 마셨는데 그 정도라면 희망을 쏠 만 합니다
조선인님/하하 님은 회의적이시군요. 지켜봐 주세요!
쥴님/쥴님의 환영을 받으니 잘 돌아온 것 같네요^^

sooninara 2005-05-12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울도 고장이 아니었을까요?^^

줄리 2005-05-12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의 푸른밤 보시고 오셨군요. 그리고 맛난 회두 잡수셨군요. 부러워라.
애들은요 원래 그래요. 지네들이 맨날 젊을줄 알죠. 10년 뒤만 되두 후회할거예요.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저두 요즘 욕실에 저울 놓아놓고 열심히 5키로를 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걸 빼야 제 절정때로 돌아갈수 있거든요. 가능할까요?^^

날개 2005-05-1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방 돌아오셨군요..! 기왕 가신김에 좀 놀다 오시지....^^
근데, 또 파산하셔서 어떡해요...ㅠ.ㅠ 라면 아직 비축되어 있나요? 모자르면 제가 한상자 보내드릴께요..

하루(春) 2005-05-1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날 파산이라고 하니까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군요. 역시 재벌 2세 다워요. ^^

마태우스 2005-05-1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 수니님/제가 잘되는 게 그리도 배가 아프십니까!!
줄리님/전 회 몇점 안먹었습니다. 호랑이같은 애들이 많이 먹어야죠. 전 쯔끼다시랑 술만 잔뜩.... 줄리님도 체중 커밍아웃 하십시오. 그래야 상담에 응해 드릴께요^^
날개님/라면도 이제 몇개 안남았습니다. 저번에도 보내주시겠다더니 안보내시고, 미워요.

마태우스 2005-05-1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김우중 보세요. 회사 망하구도 베트남 가서 아마 고수 불러다가 바둑 두잖습니까^^

클리오 2005-05-1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면 이야길 하시니 점심으로 밥대신 걍 라면이나~ ^^; 저는 애들도 같이 올라왔다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혼자 먼저 오셨다는 이야기죠? 놀랐어요...

마태우스 2005-05-12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아,애들은요 내일 올라와요 밤 9시 비행기루요^^

인터라겐 2005-05-1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분 아직 그 학교 앞에서 토스트가게 하고 계신다고 하네요...

moonnight 2005-05-12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곤하시겠어요. 파산에 또 파산-_-하신 건 마음아프지만 체중계에 올라서서 기분좋은 일은 정말로 드문데^^; 축하드립니다!

마태우스 2005-05-14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나이트님/그러게요. 저도 놀랬어요. 게다가 요즘 죽만 먹고 있는 관계로 한달 후엔 더 놀라운 소식을-60대예요!-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인터라겐님/어머 그렇군요. 상명대 앞 토스트가게를 찾아봐야겠군요. 혹시 거긴가?? 제가 옛날에 한번 간 적이 있어요. 거기다 방을 잡았었거든요
 

 

 

 

 

* 오늘 예과 2학년 애들이 제주도로 수료여행을 갑니다. 제가 그래도 과장인지라 따라가야 해요. 2시까지 공항에 가야 하는데요, 떠나기 전에 글이나 몇편 써놓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오전 내내 두분이 교대로 전화를 주시는 바람에, 그리고 청탁받은 일을 해결한답시고 머리를 쓰는 바람에, 마음먹은만큼의 글은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거 하나만 쓰겠습니다. 이걸 쓰면 다른 글을 못쓸 것 같아 마지막에 쓰려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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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5월 5일(목)

누구와: 그분과

마신 양: 소주--> 소주-->소주


벤지의 등에 상처가 생긴 것은 벌써 몇 년 전이다. 가축병원에 갔더니 상처가 워낙 커서 놔두는 수밖에 없다고 하기에, 약을 발라주고 붕대도 감아주는 등 내 딴에는 치료를 해준다고 했지만 상처는 낫지 않았다. 예전에는 밤에만 벤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는데, 상처가 커져서 다들 벤지를 불쌍한 눈으로, 혹은 징그럽게 보기에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게 된 건 1년쯤 된 것 같다. 상처가 벤지를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모르지만 벤지는 이따금씩 그 상처를 핥는다. 어제 옥상에 데리고 올라왔을 때, 파리 한 마리가 그 상처에 붙기에 황급히 쫓았다. 파리야 별 생각없이 한 행동이지만, 내 마음은 참담했다.


벤지의 귀가 안좋아진 것은 일년쯤 되었다. 벤지의 왼쪽 귀는 전체가 딱지로 덮혔고, 상처가 썩어들어가는지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난 그 냄새에 익숙해져 옆에 끼고 살지만, 우리집에 오는 이들은 이게 무슨 냄새냐며 코를 막는다. 항생제를 바른다고 발라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하기사, 그 전부터 녀석은 내가 자기 이름을 불러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벤츠’와 ‘벤지’를 구별하던 영특한 녀석이었는데.


벤지 눈 안의 수정체가 뿌옇게 변한 걸 안 것은 5년쯤 되었다. 지금은 양쪽 눈이 다 하얀데, 그래도 날 알아보고 꼬리를 흔드는 걸 보면 눈물겹게 고맙다. 자기 몸만한 변을 보던 녀석은 이제 쥐똥만한 변을 보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딛는 지금의 모습에서 나랑 같이 달리기 시합을 하고, 공원에 있는 토끼를, 혹은 까치를 쫓던 옛날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녀석은 내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내 곁으로 오고, 녀석을 위해 깔아놓은 이불에 고단한 몸을 누인다.


집에서 벤지의 안락사 얘기가 나온 작년부터였다. 우리 엄마가 유난히 모진 사람이라 그런 건 아니다. 상처에서 나온 피로 이불과 베개를 더럽히고, 벤지에게서 나는 냄새에 구역질이 나서 못살겠다는 것. 몰래 병원에 데리고 갈 생각이 굴뚝같지만, 그 후 내가 보일 반응 때문에 그러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내게 “제발 벤지 좀 어떻게 해”라고 간청할 뿐. 그때마다 난 이렇게 말했다. “안락사란 사는 게 너무 힘들 때 하는 것이다. 벤지는 지금 안락하다”

하지만 올들어 부쩍 나빠진 벤지의 상태는 더 이상 그런 말을 하지 못하게 한다. 입장을 바꾸어 내 등에 큰 상처가 있고, 귀가 썩어들어간다면, <밀리언달러>의 매기처럼 나 역시 안락사를 간청하지 않을까. 벤지에게 묻고 싶었다. 그렇게 해도 날 원망하지 않겠냐고. 아니다. 내가 안락사를 망설이는 건, 그가 날 원망할까봐가 아니라 그가 떠난 뒤의 공백을 나 스스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의 준비를 한 건 오래 전부터지만, 그게 준비를 한다고 되는 건 아니었다.


그 공허감이 어떠할지는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벤지의 아빠로서 난 벤지가 그나마 아름다울 때 보내줄 의무가 있다. 그래서 난 하루에도 몇 번씩 벤지의 상태를 살핀다. 녀석이 너무나 힘들어하지 않는가. 오늘 아침에 보니 이제 녀석과 이별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안락사를 위해 병원에 간다면, 난 엄마가 그 일을 맡기 바랐다. 내 손으로는 죽어도 녀석을 보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말을 했더니 나랑 같이 술을 마시던 그분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는 안된다.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줘야 한다”

그래, 그분의 말씀이 맞다. 아버님의 임종을 지켜드리는 게 자식의 의무이듯, 벤지가 떠나갈 때 옆에 있어주고, 발이라도 잡아 주는 게 나의 의무일 것이다. 가축병원만 오면 몸을 부르르 떨던 녀석이지만, 내 마음을 안다면 날 원망하지 않겠지. 아니, 원망한 듯 좀 어떠랴. 그런 곳에 데려간 날 째려보고, 죽기 싫다고 나를 물어뜯기라도 한다면 내 미안함이 조금은 덜해지지 않을까. 엄마는 최근 1년이 벤지로 인해 힘든 시기였겠지만, 난 벤지와 이별할 순간이 이렇게 빨리 올지 미처 몰랐었다.


오늘 아침 벤지 목욕을 시켜 줬다. 상처에 물이 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몇 달 전 산 샴푸인데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전에 그 샴푸를 사면서 “이건 다 쓸 수 있을거야”라고 했지만, 아무리 펑펑 샴푸를 쓴다해도 그 샴푸를 다 쓰진 못할 것 같다. 내가 이런 무시무시한 글을 쓰는 것도 모른 채, 벤지는 옆으로 누워 잠을 잔다.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벤지의 배를 보면서, 생명을 임의적으로 끊어야 한다는 사실이 괴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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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1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5-05-1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이 이제서야 복구가 됐어요....
그리고 저 지금 시골의사 읽고 있는데요,
아, 밴지.......괴롭군요.

stella.K 2005-05-1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괴로우시겠습니다. 그 이별의 슬픔을 어찌 감당하시겠습니까? 마태님에게나 벤지에나 좋은 일이 뭐 없을까요? 에효, 말해 뭐하겠습니까?
제주도 잘 다녀오셔요. 근데 말씀 묵상이 저렇게 떡하니 들어가 있으니 웃음이 나오네요. 내용은 결코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면, 이 글을 읽는 분을 위한 마태님의 자상한 배련가요?

깍두기 2005-05-1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울지 마세요ㅠ.ㅠ

2005-05-11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렌초의시종 2005-05-1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물만두 2005-05-1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죄송해요. 넘 슬픈 사연에 제가 누를... 눈치없이... 죄송합니다. 하지만 벤지는 좋은 아빠가 있어서 분명 행복하다 생각할꺼예요. 그리고 님이 괴로워 하심 벤지도 더 괴로울 것 같아요. 힘내세요. 함께 하는 날까지 벤지에게 즐겁고 더 행복한 날들 만들어 주시기를...

마냐 2005-05-1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울지 마세요...정말...ㅠ.ㅜ

paviana 2005-05-1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벤지를 생각해도 마태님을 생각해도 둘다 슬픕니다...

인터라겐 2005-05-1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아지 안락사 시켜본적있는데 얼마나 울었던지.... 목이 메입니다..

oldhand 2005-05-11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강아지들은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걸까요. T_T

숨은아이 2005-05-11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_T

클리오 2005-05-1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무겁군요.. 정말 울지 마세요.. T.T

chika 2005-05-1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에 상처가 있고, 귀가 썩어들어가고, 움직임이 힘들더라도 벤지의 생명은 버틸 힘이 있고, 그런 벤지를 사랑하는 마태님이 있다면... 안락사라는 걸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벤지가 상처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숨을 다하는 날까지 사랑하며 둘 수는 없는걸까요? - 저는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 쉽게 말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요. ㅠ.ㅠ

포도나라 2005-05-1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슬퍼하지 마세여...

nemuko 2005-05-1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드시더라도 그분 말씀처럼 마지막 순간 꼭 벤지랑 함께 해 주세요...... ㅠ.ㅜ

로드무비 2005-05-1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아픕니다.
기도할게요.

하루(春) 2005-05-1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에 가셔도 별로 즐겁지 않으실까 걱정되네요. 무슨 말을 한 들 위로가 될까요? 그냥 맘껏 슬퍼하시고 나면 언젠가는 그 슬픔의 끝을 볼 수 있겠죠.

panda78 2005-05-1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좀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정말 가슴 아픕니다.
마지막까지 꼭 같이 해 주시길... 마태님, 잘 견뎌내세요. ㅠ_ㅠ

울보 2005-05-1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너무 아파하거나 슬퍼마세요,,,
마태님이 아파하고 슬퍼하면 벤지도 아프고 슬플거예요,
벤지도 마태님 마음 너무 너무 잘알거라 생각이 드네요,,
마태님 힘내세요,,
그리고 벤지도 너무 아프지 않기를,,

moonnight 2005-05-11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너무 예쁜 강아지를 보고나서 한 번 키워볼까 솔깃했더랬죠. 그런데 강아지가 저보다 먼저 떠날 확률이 더 높단 생각에 이르자 용기가 안 나더라구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지 눈물이 납니다. 힘내세요. 토닥토닥..ㅜㅜ

날개 2005-05-11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많이 아파하실것 같아 걱정입니다..ㅠ.ㅠ

비로그인 2005-05-11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기다려보면 안될까요.
말하고 나서도 너무 속상합니다.

작은위로 2005-05-11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가........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힘내세요.
벤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주 많이 느껴지는 걸요, 벤지는 많이 행복할거에요.

진진 2005-05-1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_T 너무 슬프네요... 기운내세요..

진주 2005-05-1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토닥..........

갈대 2005-05-11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마지막은 마태우스님이 함께 해줬으면 좋겠네요.

조선인 2005-05-12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마지막을 마태우스님이 함께 하기를.
토닥토닥.
(씽씽이도 나나 오빠보다 오래 못 살겠죠.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갈 수 없는 길이 정말 슬프네요.)

BRINY 2005-05-12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벤지야...

야옹이형 2005-05-12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구경오는 사람이라 사진만으로도 정들었는데요.
마음이 어떠시겠어요... 힘을 내셔요... 벤지도 끝까지 힘내요!

joansa 2005-05-12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가기 힘들면 얘기해라. 같이 가줄께.

kimji 2005-05-1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까지 함께 해 줘야 한다는 말에 저도 동감입니다. 용기를 내세요. 그것이 벤지를 위한 일일거에요. 정말로요.
아무튼, 힘 내시길요-

마태우스 2005-05-12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안사/고맙다. 넌 내게 언제나 좋은 친구지...
야옹이형님/감사합니다....
브리니님/....저도 어제 글 쓰면서 어찌나 울었는지요...
조선인님/꼭 그렇게 할께요.
갈대님/잘 알겠습니다. 떠나는 길 외롭게 하지 않을께요
진주님/위로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켈리님/저도 다시는, 애완동물 안기르려구요
모해짐님/네...그래야지요.
작은위로님/벤지가 저와 보낸 시절을 행복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양이님/제 딴에는...기다렸다고 생각해요.....
날개님/속상함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지만........
문나이트님/위로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저는 이렇게 위로를 받는데, 벤지는 저 말고 아무도 없답니다.
울보님/에이...울보님 댓글 보니까 또 눈물이 나요...
판다님/그래야죠.....
하루님/슬픔은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벤지의 빈자리는 너무도 클 것 같습니다
운빈현님/격려 감사합니다
로드무비님/흐흐흑....
네무코님/네...
여행자의노래님/그게 잘 안되요..
치카님/님 말씀도 맞습니다. 저도 원래 그럴 생각이었어요. 그런데...힘들어하는 걸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요.
클리오님/그게 잘 안되요...
숨은아이님/....
올드핸드님/그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벤지를 두고 제가 먼저 죽는다면, 마음 편히 갈 수가 없지 않을까요.

마태우스 2005-05-1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그러셨군요... 회복하는데 얼마나 걸리셨나요.... 한 몇년간은 집에 오면 벤지 생각이 날 것 같아요
파비아나님/네....
마냐님/제가 원래 사소한 일에도 잘 울거든요. 하물며 벤지 일에는...
만두님/아닙니다...그리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종님/제가 이겨나가야죠 뭐.....
깍두기님/흑흑...
쥴님/위로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매번...
따우님/...
스텔라님/배려는 아니구 그냥 '말씀'이 들어가 있는 책을 찾다가...
여우님/여러가지로 감사드려요....

하얀마녀 2005-05-12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강아지도 10살이 넘었습니다. 이제 확실히 나이 먹은 티가 나는데 정말 남 얘기같지가 않네요. 벤지나, 우리집 강아지나 이미 종을 뛰어넘은 식구니까요.

줄리 2005-05-12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와의 추억도 벤지와 함께 보내세요. 안그러면 마태님이 오랫동안 슬프실것 같아요...

마태우스 2005-05-1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추억을 보낼 수가 있을까요......추억을 회상하면서 슬픔을 이겨내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마녀님/종을 뛰어넘은 식구란 말에 동감합니다... 같이 있어주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녀석이었죠...

인터라겐 2005-05-12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하림

언젠가 마주칠거란 생각은 했어
한눈에 그냥 알아 보았어
변한것 같아도 변한게 없는 너
가끔 서운하니 예전 그 마음 사라졌단게
예전 뜨겁던 약속 버린게 무색해 진데도
자연스런 일이야 그-만 미안해 하자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 남은 너
잠신 걸 믿었어 잠 못 이뤄 뒤척일 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준 좋은사람 생기더라 음-오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보여 후회는 없는 걸
그 웃음을 믿어봐 믿으며 흘러가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남은 너
잠신 걸 믿었어 잠 못 이뤄 뒤척일 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준 좋은 사람 생기더라 우워~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보여 후회는 없는걸
그 웃음을 믿어봐
 

만 훗날 또 다시 이렇게 마주칠 수 있을까
그때도 알아볼 수 있을까 라라라 라라라
이대로 좋아보여 이대로 흘러가
니가 알던 나는 이젠 나도 몰라
라라라 라라라~

이별노래로 이것만큼 치유가 잘되는 노래가 없는것 같아요..  사랑이 다른 사랑을 잊혀진다는 말..그거 정답이더라구요...저희도 다시는 강아지 못키울줄 알았는데 또 키우고 있거든요... 망각의 동물=인간...

에궁 이런말이 마태님과 벤지의 슬픔을 이겨내게 해줄수 없다는걸 알지만 마태님 힘내세요


산사춘 2005-05-12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울집 개 바리의 무덤에 가보곤 하는데...
내 설움이랑 바리 아픈 것만 생각했지 우리들이랑 보름된 애기들 놔두고,
바리가 떠나면서 가슴이 얼마나 찢어졌을까는 생각을 못했네요.
위로가 안되겠지만 그리고 경험이 다 다르겠지만,
몇년 지나면 편안하게 추억할 날이 있을지도...
지금은 가족들이랑 바리 이야기하면서 웃을 수 있거든요.
이쁘고 고마운 벤지, 지금은 바라보기도 가슴아프실테지만,
마태님이랑 계속 함께 할 거예요.
 

일시: 5월 9일(월)

 

 

 

 

 

“정말 재미있었다”

“다음에 청주 번개 하면 꼭 온다!”

서울로 가면서 우리가 했던 말들이다. 내가 참가한 수많은 번개 중 단연 첫손가락에 꼽힐만한 재미있는 번개, 새벽 1시가 넘어 집에 가면서도 헤어짐을 아쉬워해야 했다.


1. 클리오님

난 서울이 모든 것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서 하는 번개를 ‘서울번개’라고 하지 않듯, 번개는 당연히 서울서 해야 하는 거였다. 하지만 클리오님은 청주번개를 성공시킴으로써 그 편견을 깼다. 인원수가 적은만큼 분위기는 더 오붓했고, 즐겁기 그지 없었다. 난 깨달았다. 어디 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라디너들의 개성만큼이나 사는 곳은 제각각 다르고, 그래서 언제 어디서건 마음만 있다면 번개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서울서 청주까지 달려온 미스 하이드님처럼 말이다. 클리오님이 어제 남긴 명언.

“리뷰 쓸 때 전 직접 써요. 알라딘의 편집 화면을 안보면 글발이 안올라요”


2. 세실님

어제의 MVP는 번개를 주최한 클리오님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최우수상을 뽑으라면 난 세실님을 꼽겠다. 미모도 미모지만 어찌나 잘 노시는지, 기절할 뻔했다. 세실님에게서는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갖는 향기가 느껴졌다. 난 이렇게 말했었다.

“글보다 실제가 훨씬 웃기세요!”

세실님과 같이 나오신 분-닉넴을 까먹었는데-도 유머감각이 뛰어나긴 마찬가지였다. 나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3. kimji 님

이분에 대해서는 길게 말을 해야겠다. 단아한 모습과 잔잔한 호수같은 글로 인기를 모은 김지님이 글쎄 결혼을 하셨단다. 작년 언젠가 김지님이 책 정리를 한 적이 있었다. 책정리를 하는 건 책꽂이를 샀을 때와 이사갈 때밖에 없는데, 김지님은 청주에 있는 신혼집으로 이사를 오시려고 그런 거였다. 그 뒤 여행을 간다고 해놓고 결혼을 한 것. 진작 알았으면 축하 선물이라도 드렸을텐데. “책은 상자에 들어가는 순간 짐이다”란 말을 남긴 김지님과 대담을 나누었다.

김지: (남편 분이) 경상도 남자의 전형적인 분이세요

클리오: 근데 왜 결혼하셨어요?

김지: 난 휘어잡아 주는 남자가 좋아요.

나: 기사화해도 돼요?

김지: 네.


김지: 나랑 비슷한 부분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도 잘 살고 있으니 좋은 거죠. 떠받드는 남자는 연애할 때는 좋은데 믿음이 안간다고나 할까.

클리도: 결혼한 뒤에도 떠받들어주면 되잖아요

김지: 그걸 몰랐네^^

클리오: 난 결혼이 투기라고 생각해요.....(중략)

나: 결혼 사실을 숨긴 게 인기 유지를 위해서인가요?

김지: 당연하죠. (클리오님도 그래서...^^)


실제로 본 김지님은 사진보다 더 청초해 보였다. 내면에 많은 걸 담고 있어서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그런 분위기도. 몸 안에 다른 생명을 지니고 계셔서 일찍 가신 게 아쉬웠다. 얘기도 많이 못나눴는데...


4. 그밖에.

하이드님이 서울에서 내려와주셨다. 어려 보이지만 술이 아주 세고, 쿨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따뜻한 면이 많은 아가씨. 하얀마녀님은 내가 쓴 책 세권을 가지고 와서 싸인을 받았다. ‘마태우스 3종 세트’라고 부르는 그 책 중에는 나를 협박하기 위한 책도 한권 있었다. 내가 정말 철없을 때 쓴 그 책이. 에피메테우스님도 오셨었는데 먼저 갔다.


새벽 한시를 넘겨 하이드님, 하얀마녀님과 셋이서 조치원 역 앞에 있는 김밥천국에 갔다. 술을 마시면 원래 국수가 먹고 싶지 않는가. 나와 마녀님은 만두라면을, 하이드님은 냉면을 먹었다. 그리고는 아무도 없는 새벽기차에 올라탔고, 의자를 돌리고 다리를 뻗은 채 잠이 들었다. 집에 가니까 새벽 3시 40분, 2시간 남짓 자고 출근을 했다. 워낙 잘 논 뒤끝이라 그런지 몸은 피곤해도 기분은 좋았다. 번개의 진수는 역시 청주번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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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5-1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해욧. 수원번개에 도전을. 불끈.

아영엄마 2005-05-10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하얀 마녀님이 이번 번개에도 참석을 하셨군요~

sooninara 2005-05-10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그럼 서울번개 멤버 삐질겁니다.
너무 사람이 많은것 보다는 이야기가 가능한 몇몇이 모이는게 좋은것 같아요.
저번 대학로 털짱님 번개가 얼마나 재미있었다구요?
참석자가 다 같이 이야기 할수 있는 번개 규모는??
일단 10명이 안넘어야겠죠?
다음부터는 선착순 10명으로 잘라서 번개할까요?ㅋㅋ
청주번개에 미인이 많아서 마태님이 번개의 진수라고 한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호호호

moonnight 2005-05-10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번개요. 두근두근 +_+;; 낯가림이 심한 저로서는 언제 한 번 번개에 참석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상상해봅니다. 흠. 근데 알라디너분들은 글들도 잘 쓰시는 와중에 다 미인이신가봐요. 훌쩍 ㅠㅠ(앗. 울어버렸다. ;;) 즐거우셨겠어요. 부럽습니다. ^^

진주 2005-05-1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쪽에도 상당한 미모의 여성들이 진치고 있다는 정보를 슬쩍.......

물만두 2005-05-10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역 번개인가요? 하긴 서울에서도 상계동번개가 있었다지요. 조선인님^^

paviana 2005-05-1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원번개는 주말 오후에 해요.마로 데려오시면 저도 갈게요.~~

클리오 2005-05-10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결혼사실 숨긴거 아니예요.. 말할 필요도, 물어봐주는 사람도 없었단 말여요.. 그리고 저를 보내고 세 분이서만 맛난거 드셨단 말씀이세요... (물론 그 속에 먹지도 못했겠지만.. --;) 중간과정이나 뭐 그런 것들이 어찌되었건, 하여간 재미있으셨다니 멀리서 오신 분들께 더 다행이네요...

날개 2005-05-10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결혼 하셨어요? +.+ 철푸덕~ 분명히 독신 분위기였는데.....

물만두 2005-05-10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마저... 철푸덕... 날개님은 왜???

하이드 2005-05-10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렇게 후기를 잘 쓰시면, 뒤에 쓰는 사람은 어찌하라고요 ^^

진/우맘 2005-05-10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청주, 였구나.^^
그나저나 청주....호오...어쩐지, 공통분모를 지닌 분들의 도시인듯.^^

마냐 2005-05-10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는 미녀만 있다? 아니, 마태님 주변엔 미녀만 있다? 아니, 마태님은 미녀만 만난다? ㅋㅋㅋ
그나저나...김지님, 여행가시는 거 같더니...이런이런, 깜빡 넘어갔네여. 놀라운 정보임다. 기사화된 내용두요...ㅋㅋㅋ

플라시보 2005-05-10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런 번개가 있었군요. 흠...이제 청주에서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면 대구 번개를 비롯. 잘 하면 제주도 번개까지 있겠는걸요? 그러다 종국에는 대망의 독도 번개가 있지 않을지...하하. 그런데 무척 재밌었나봐요. 님의 글에 그게 고스란히 느껴지는군요^^

chika 2005-05-10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번개의 진수를 보여드리겠소, 머쟎아!! (라고 외쳐보지만... 부럽긴 부럽다.^^;)

세실 2005-05-10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갖는 향기>라 호호호 과찬의 말씀이옵니다~
이거 이거..이러다 소문나겠어요..저 "노는 여자"라고.....
벌써 만두님의 비웃음이..ㅠㅠ
즐거우셨다니 다행이고, 저도 마태님의 깜찍한(?) 유머덕에 참 즐거웠습니다~

2005-05-10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05-10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히 어디선가 클리오님 결혼했다고 얘기했었는데... 설마 저만 알고 있던 건 아닐 텐데...

반딧불,, 2005-05-10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글에는 김지님이 결혼하셨다고 써있는데요??
저만 잘못 읽은건가요??
진짜 김지님은 결혼하신 줄 몰랐는데ㅠㅠ

울보 2005-05-10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도 하이드님도 모두모두 대단하세요,,
즐거우셨다니 정말 부럽다,
세실님 정말 잘노시는지 보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즐기는것이 삶을 즐기는건가요,,,ㅎㅎ

클리오 2005-05-10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따우님 말씀 들으셨죠?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알 수 있는 일' ㅎㅎ 페이퍼 한 두개에다가만 조금 흘려서, 잠깐잠깐 보면 모르셨을 듯 해요... 그리고 날개님. 날개님과 저는 그에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거든요?? ^^ (독신분위기는 맞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결혼했다는 생각이 전혀 안드는데다가, 신랑도 집에 잘 안들어온다는... --;)

비로그인 2005-05-10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김지님이 결혼하셨군요. 정말 놀랍네요. ^^ (뭐가?...아니 전 그냥...) 또한 클리오님도 결혼?? 오호~~~모르는 사실이었네~~!!

nugool 2005-05-10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또 청주번개라길래.. 청주를 마시기 위한 번개인줄로 알았지 뭐예요. ㅋㅋ 뭐눈에는 뭐만 보이죠? 그나저나 하얀마녀님은 서울번개 청주번개 동에번쩍 서에 번쩍 하시네요. ^^

날개 2005-05-10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우리가 그 얘길 했다구요? ㅠ.ㅠ 어쩌나~ 이 3초 기억력을..... 얘기 했더라도 클리오님의 다른 글을 읽다보면 금세 결혼에 대해서 까먹게 되요~~~!! (라고 열심히 주장하는 날개... ㅜ.ㅜ =3=3=3)

kimji 2005-05-10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하하, 다른 분들에 비해서 많은 분량으로 저를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 서재에서는 조용하던 제 결혼이 오히려 님의 서재에서 더 많은 이야기로 나누어지는 것도 재미있고요. 어제, 잘 들어가셨지요? 후기들을 읽으면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네, 기회가 되면 또 뵐 날이 오겠지요.
과찬과, 즐거운 묘사, 재미있게 잘 읽었노라고- ^>^

포도나라 2005-05-11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 님의 수원번개에 한표~!!...
해외로까지 나와 주실 의향이 있으시면 저 참석할 수 있는데...>.<~..ㅋㅋ
근데 마태우스 님, 책도 쓰신 적 있으시나 보네여~ 오호~ 놀라운 정보... 뭔 책인지 알려 주심 참 감사하겠는데...^^

2005-05-11 0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12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얀마녀 2005-05-1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김지님에 대한 느낌을 잘 써주셨네요. 전 어떻게 표현할 지 모르겠던데.

마태우스 2005-05-12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부끄럽습니다.... 좀더 멋있게 표현할 수도 있었는데...

2005-05-12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